레이블이 박래부인 게시물을 표시합니다. 모든 게시물 표시
레이블이 박래부인 게시물을 표시합니다. 모든 게시물 표시

2013년 5월 28일 화요일

5.18 왜곡방송 파시즘의 전조… 언론은 민주주의의 동지인가?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3-05-28일자 기사 '5.18 왜곡방송 파시즘의 전조… 언론은 민주주의의 동지인가?'를 퍼왔습니다.
[박래부 칼럼] 권-언이 한 몸 되는 현실, 자유의 공기가 희박해진다

얼마 전 한 언론학 교수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가끔 자기 친구나 학생에게서 이런 질문을 받는다고 한다. “조선·중앙·동아일보는 강한 보수·수구적 정파성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그런데 방향은 대조적이지만 경향·한겨레신문도 진보·개혁이라는 정파성을 보이고 있는 것은 아닌가?” 

즉 경향·한겨레도 피장파장으로 정파적 언론이 아닌가, 결국 언론에 정도란 없지 않은가 하는 물음이다. 정파란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따로 모인 무리’를 말한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먼저 철학자 칸트의 유명한 ‘도덕률’을 떠올려 본다. 언론의 기본철학과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생각할수록 경탄으로 마음을 채우는 기쁨이 있으니, 하나는 하늘에 반짝이는 별, 다른 하나는 내 마음속의 도덕률.’

지금 한국 언론은 흔히 진보·개혁 대 보수·수구 언론으로 구분되고 있다. 그러나 언론의 고유한 성격상 이런 분류만으로는 드러나지 않는 부분이 있다. 사각지대가 있는 것이다. 한국 언론에서 진보·개혁과 보수·수구의 문제는 단순한 취향이나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진실보도·공정보도라는 언론의 기본철학과 원칙에 부합하는가, 또한 민주주의적 이상에 충실한가를 짚어 보면 자명해질 문제다. 언론은 원칙에 충실하고자 하는 민주언론 대의를 저버린 비민주, 혹은 반민주 언론으로 구분될 수도 있다. 

언론은 사회적 책임의식을 갖고 공공에 봉사해야

역사적으로 언론은 민주주의를 발전시켜온 최대의 공로자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 토머스 제퍼슨의 ‘신문 없는 정부를 택할 것이냐 정부 없는 신문을 택할 것이냐 묻는다면, 정부 없는 신문을 택할 것’이라는 말보다 민주주의에 대한 언론의 기능과 사명을 웅변해 주는 것도 없다. 대중의 신뢰를 바탕으로 언론은 사회에 책임의식을 갖고 공공에 봉사할 사명감을 갖는다. 이 신성한 ‘도덕률’을 지키지 못한다면 언론으로서 존재이유가 없다.  

그러나 많은 한국의 언론은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변질되고 타락해 있다. 신문은 재벌이 되면서 보수·수구화했고, 정파성으로 이명박 보수정부와 권언유착하면서 종편TV 수혜 등 비민주적 특혜를 누려 왔다. 언론에는 두 가지 측면이 있다. 하나는 진실보도와 사회감시, 비판 등 국민의 알 권리와 관련된 저널리즘 기능이며, 다른 하나는 언론사 규모와 이윤 등 미디어산업이라는 측면이다. 이 중 저널리즘을 탄압하고 미디어 산업적 측면만 강조·지원함으로써 업적으로 삼고자 했으나 그마저 실패한 것이 지난 정부의 악의적인 언론정책이었다.


지난 13일 방송된 TV조선 <장성민의 시사탱크> 화면 캡처.

지난 15일 방송된 채널A <김광현의 탕탕평평> 화면 캡처.

신문이 저널리즘의 원칙에 충실한가, 아니면 저널리즘은 팽개치고 자사의 산업적 이익에만 충실한가에 따라서 ‘모든 신문이 정파적인가’하는 문제 역시 쉽게 가려질 것이다. 최근에만 해도 수구언론 조선의 TV조선과 동아의 채널A 등 종편TV가 5·18 광주 민주화운동을 헐뜯고 터무니없이 진실을 왜곡하는 저질방송을 내보냈다. 급기야 국민을 분노케 했고, 원로 언론인들까지 나서 그들의 패륜적 행태를 규탄하기에 이르렀다.

조중동의 보도 행태와 박근혜 새 정부의 정치적 지향을 보면 우리 사회가 민주주의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다는 우려가 한층 절박해진다. 지난 대선 때 노골적으로 새누리당 편에 섰던 조중동은 최근 국정원의 대선개입과 경찰수사 문제에 관해서도 ‘내부 갈등’으로 의미를 축소하고 왜곡했다. 많은 사회적 비난에도 불구하고 KBS MBC YTN 등 공영방송의 경영진은 공정보도와는 거리가 먼 인물들로 채워지고 있다. 지난 정부 때 언론의 정도를 걸으려다 강제해직된 20명의 언론인도 복직이 안 되고 있다. 

지난 정부 때 변질된 언론정책, 현 정부는 더 우려스럽다 

현 정부의 보훈처는 광주의 5·18 기념식 때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이 아닌 합창으로 격을 낮춰 부르게 하면서, 기념식의 의미를 퇴색시키는 평지풍파를 일으켰다. 또한 국방부는 천암함 침몰원인에 대해 객관적으로 의문을 제기하는 다큐멘터리 영화 ‘천안함 프로젝트’의 극장 상영을 막고 있다. 많은 국민이 아직도 석연찮게 여기고 있는 천암함 침몰은 지난 정부 최대의 의문사건이다. 

사회에서 건강한 여론과 비판이 봉쇄되고 파시즘으로 가는 불길한 징조가 도처에서 나타나고 있다. 유착한 권력과 언론이 지난해는 선거의 해였기 때문에 반대여론을 의식해야 했으나, 이제는 여론을 조작하고 통제하기에 적기인 보수 재집권 첫해를 맞고 있는 것이다.

진부한 정의지만 현대는 매스미디어의 시대다. 미디어가 국민 생활과 정치 경제 외교 등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언론이 전에는 엘리트나 정당이 하던 정치 의제설정과 정책토론, 검증, 평가 등을 대신하는 까닭이다. 본디 부당한 권력이나 언론은 그 자체가 두려운 존재다. 더욱이 권언이 한 몸이 되어 움직일 때 거기서 뿜어대는 악영향은 가공스러운 것이다. 그런 사회가 도래할 때 국가나 민족이 지니고 있던 순수한 이상이 왜곡될뿐더러, 국민의 민주적이고 성숙한 사유는 숨이 막힌다. 답답할 정도로 자유의 공기가 희박해져 있다.


박래부 새언론포럼 회장 |parkrb78@hanmail.net  

2013년 5월 6일 월요일

비겁한 침묵, 악의의 침묵, 깨지는 침묵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3-05-06일자 기사 '비겁한 침묵, 악의의 침묵, 깨지는 침묵'을 퍼왔습니다.

탁월한 문장가 장 그르니에의 ‘침묵’이라는 수필에 소개된 일화다. 1963년 런던에서 ‘침묵의 피아노 연주회’가 열렸다. 수백 명의 음악 애호가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헝가리 피아니스트가 쿠펜하이머의 ‘침묵 속에 파르티타’와 베르가모의 ‘지리학적인 침묵’ 등을 열광적으로 연주했다. 고요함 속에 연주가 펼쳐졌고, 콘트라베이스와 플루트도 가세해 소리 없는 삼중주를 펼쳤다.

이 연주회는 처음부터 한 언론인이 계획한 사기극이었다. 그는 “인간의 어리석음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가를 보고자 했다”고 털어놓았다. 음향을 수단으로 하는 예술을 반대인 침묵으로 뒤집고 조롱한 것이다. 그러나 그 언론인의 생각처럼 인간의 우매함에 대한 풍자가 통렬하지는 않다. 오히려 독창적인 것을 기대한 관객의 선의가 배신당한 것이 씁쓸하고 분노를 일으킨다.

MB정권과 언론, 그리고 ‘침묵의 사기’

하필 언론인이 기획한 이 연주회는 그러나 망외의 교훈을 남기고 있기도 하다. ‘침묵해선 안 될 때 침묵하는 것은 사기극’이라는 아픈 가르침이다. 장 그르니에는 “침묵은 행동이다, 그것도 나쁜 행동이다. 항상 공개적으로 항의해야 한다. 침묵은 악과 협력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실존주의 철학자 사르트르 또한 대중을 상대로 글을 쓰거나 연설을 하는 사람들이 공적 사안에 대해 침묵하거나 의사 표시를 기권하는 것을 강하게 비난한다.

이명박 정부 이후 한국의 언론 자유는 추락했다. 국제 언론감시 단체인 '국경 없는 기자회'가 올 초 발표한 ‘2013년 언론자유 지수’에 따르면 한국의 언론 자유는 또한 2년 연속 나빠졌다. 한국은 참여정부 때인 2006년 31위로 최고를 기록했으나 올해는 179개국 가운데 50위로, 전년보다도 6단계 하락했다. 언론 자유가 제한당하거나 증발하는 사회가 되면, 대중은 침묵에서 도피처를 찾는다. 이명박 정부 이후 석연치 않은 천안함 침몰사건이나, 주요 선거를 앞두고 발표되곤 하는 검경의 야당에 대한 중상모략 등을 보면서도 우리는 무기력한 침묵에 길들여져 왔다.

다행이 최근 우리 사회의 침묵이 권은희 송파경찰서 수사과장에 의해 깨졌다. 국가정보원 여직원의 대선 개입의혹 사건을 총괄 수사했던 그는 초기부터 경찰 고위층의 지속적인 사건 축소·은폐 정황이 있었다고 폭로했다. 축소·은폐 뿐 아니라 수사 중간발표를 서둘러 한 시점과 권 과장 개인에 대한 위협 등을 밝혔다.

진선미 의원은 지난달 “국가정보원이 불법적으로 국내정치에 적극 개입하고 여론조작을 시도했으며, 사실상 MB정권의 전위부대 역할을 했다는 것을 증명하는 자료가 입수됐다”고 폭로한 바 있다. 다시 권 과장에 힘입어 경찰 또한 대선에 영향을 주기 위해 가장 민감한 시점에 기만적인 국정원 여직원 수사 중간결과를 국민 앞에 내놓은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자신의 직업윤리에 충실하고 경찰로서 사명감을 보여준 권 과장의 당당한 용기가 가상하다. 

국정원 정치개입 자체가 국가기강을 뒤흔드는 범죄일 뿐만 아니라, 박근혜 후보가 근소한 차이로 당선된 지난 대선을 무효화시킬 수 있는 중차대한 사건이다. 실제로 권 과장의 폭로 이후 시민들은 ‘박근혜 당선무효’ ‘부끄럽다 부정선거!’ ‘국정원을 국정조사하라! 라는 팻말을 들고 시위에 나섰다.

우리는 언제까지 주요 선거 때마다 국가기관이 선거에 개입해서 여당을 유리하게 하는 기만과 야만을 묵인해야 하는가. 지난 2008년에도 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은 민간인 불법사찰을 통해 YTN 사장에 대한 언론사 인사에 관여했다. 1987년 6월 혁명 이래 우리는 민주 국가를 이뤄왔다고 믿었지만, 어느덧 민주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내면적으로 인권과 언론 자유가 추락하고 경찰국가화하는 참담한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이다.

보수언론의 국정원 축소·왜곡보도 통탄스럽다

‘국경 없는 기자회’가 국제 언론을 감시하는 것은 다행스럽고 고마운 곡일이지만, 그 평가에는 또 다른 한계가 있다. 우리 사회는 보수·수구언론 위주로 지형 자체가 크게 기울어 있기 때문에, 늘 공정보도와 진실보도에 목말라하고 있다. 그 평가에서 정파성 짙은 편향보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국 언론의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도 제대로 짚어지고 있는지 의구심이 드는 것이다.

국정원의 대선 개입과 경찰 수사 문제만 해도 그렇다. 전 언론이 나서서 추적하고 탐사해야 할 국가적 중대 사안인데도, 조중동 등은 ‘내부 갈등’ 등으로 의미를 축소하고 왜한 채 보도하고 있다. 침묵을 깨야 할 언론이 침묵을 조장하거나 진실을 비트는 현실이 통탄스럽다.

언론은 주요 사안일수록 침묵해선 안 된다. 언론사는 국민의 알 권리를 존중하고 확장하기 위해서 존재하는 기관이기 때문이다. 이 책임을 고의로 피하거나 왜곡할 경우 언론의 협잡일 수밖에 없고, 권력의 악은 반복된다. 언론의 침묵으로 인해 국민 사이에 불감증과 무신경이 만연하여, 이윽고 그들을 철학과 정의감이 없는 한낱 우민으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박래부 언론인·새언론포럼 회장 |parkrb78@hanmail.net 

2012년 9월 26일 수요일

박 후보는 부산일보를 어찌 할 것인가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9-25일자 기사 '박 후보는 부산일보를 어찌 할 것인가'를 퍼왔습니다.
[박래부 칼럼] 넬슨 만델라의 과거사 정리 배워라

가을 들어 두 개의 대형 태풍이 산하를 휩쓸고 지나갔다. 국토 곳곳에 큰 상처가 남았고, 수재민의 상실감과 아픔이 클 것이다. 지금은 쾌청하고 서늘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피해를 입은 분께 외람되지만 청랑한 대기가 시 한 편을 떠올리게 한다.

영국시인 윌리엄 어니스트 헨리의 시 ‘인빅터스’(불굴, 라틴어)다. 남아공의 인권운동가이자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었던 넬슨 만델라가 26년간의 감옥생활을 버티게 한 시라고 한다. 

(엄습하는/ 칠흑의 어둠 속에서/ 어느 신인가 내게 주신/ 굴하지 않는 영혼에 감사한다// 잔혹한 상황의 손아귀에서도/ 난 주눅 들거나 통곡하지 않았다/ 내려치는 곤봉 아래서/머리는 피 흘렸지만 난 무릎 꿇지 않았다// 분노와 눈물의 땅 저 편에/ 어둠의 공포가 어른거리고/ 많은 세월이 흘러도/ 나는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다// 문이 아무리 좁아도/ 많은 저승의 형벌이 기다려도/ 나는 내 운명의 주인/ 내 영혼의 선장>)

비유로 말하면, 올해 우리는 두 개의 정치 태풍을 맞고 있다. 4월 총선이 이어 12월의 대선이 새로운 희망과 함께 국민의 마음속을 훑으며 지나가고 있다. 개혁 진영의 문재인 안철수 두 후보, 보수 진영의 박근혜 후보가 대선의 선두로 조명되고 있다. 

지지율 추락 없었다면 사과 했을까?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24일 “5·16, 유신, 인혁당 사건 등은 헌법 가치가 훼손되고 정치발전을 지연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생각하며, 상처와 피해를 입은 분과 가족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역사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던 입장에서 물러섰다.

늦었으나 다행스런 변화다. 그러나 박 후보의 과거사 인식이 광범위한 계층으로부터 비판을 받고, 야권 후보의 부상으로 자신의 지지율이 계속 추락하지 않았다면 그런 기자회견을 했을까? 회견문을 보면 아버지 행적에 대한 사과나 전향적 입장보다는, 인정에 호소하고 희석시키려는 변명 부분이 훨씬 길다. 진정성보다는 다급한 위기감이 더 드러난다. 

박 후보는 근래 ‘경제 민주화’라는 카드도 꺼내 들었다. 경제 민주화는 재벌 개혁과 노동자의 복지, 노동기본권의 보장 등이 핵심이다. 그러나 박 후보는 노동운동의 상징인 전태일 재단과 동상에 헌화하려다 제지당했다. 쌍용차 노조원들은 “해고자문제로 박 후보 캠프 앞에서 20일 넘게 면담을 요구하고 있는데 묵묵부답이다. 노동자의 요구를 묵살하는 박 후보가 전태일 재단에 온다는 건 허구”라고 주장했다. 이벤트성 서민행보라는 것이다.

올해는 굴절된 언론을 정상화하려는 투쟁으로 뜨거웠고 지금도 고통스럽게 계속되고 있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야권도 동참한 치열한 투쟁을 모른 체했다. 박 후보 역시 다른 분야에는 정책을 제시하면서 언론만은 외면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 들어 언론이 입은 상처와 굴욕, 불명예는 몇 년 안에 회복되기 어려울 정도로 심대하다. 박 후보의 언론에 대한 침묵은 현 정부의 비열한 언론정책을 답습하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청와대와 총리실은 광범위하게 민간인을 불법 사찰했으며, 그에 바탕을 두고 공영 언론사 사장들을 ‘낙하산 인사’했다. 그 사장들이 정권에 충성하기 위해 여론을 왜곡하자 일선 언론인이 참다못해 투쟁에 나섰다. 그 과정에 사장들은 자신의 추한 경영과 비리가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파업 참여 언론인들을 무더기로 해고하는 등 중징계하고 있다. 

박 후보, ‘언론 기득권’부터 내려놔야

언론 대학살이 진행되고 있으나, 절대다수인 보수언론들이 침묵함으로써 외부로 잘 알려지지도 않고 있다. 현 정부는 또 보수언론에 종편TV 특혜를 주었다. 이 종편들은 그러나 국민의 외면으로 0%대 시청률에 머물고 있다. 언론을 정상화하라는 각계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박 후보는 모든 불명예스런 유산을 물려받아 12월 대선을 치를 속셈인 모양이다.

언론과 관련해서 박 후보 자신이 반드시 해결해야 할 부분이 있다. 과거사를 사과했으니 진정성이 있다면 당연히 따를 문제다. 1962년 박정희 군부는 부산의 김지태씨로부터 부일장학회와 부산일보, 문화방송, 부산문화방송을 강제로 헌납 받았다. 그 뒤 박정희의 ‘정’, 육영수의 ‘수’를 따서 정수장학회로 부르고 있다. 정수장학회는 지금 부산일보 주식 100%, 경향신문사옥 대지 723평, MBC 주식 30%를 갖고 있다. 

부산일보 노조는 권력이 부당하게 빼앗은 재산의 사회 환원과 정론지로 거듭 나기 위해 투쟁을 벌이고 있다. 그 동안 이호진 노조위원장이 해고됐고, 편집국에서 쫓겨난 이정호 편집국장은 서울로 옮겨와 프레스센터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박 후보는 당이 위기에 놓였을 때 “모든 기득권을 나부터 내려놓겠다”고 말한 적이 있고, 지금은 “국민 대통합의 시대를 열겠다”고 말한다. 정수장학회 이사장이었던 박 후보는 이 문제도 확실히 정리해야 한다. 국민은 후보가 민주주의에 대해 신념이 부족하거나 진정성이 없다고 판단하면 신뢰와 지지를 거둬가 버린다. 

다시 만델라 얘기로 돌아가면, 그는 진실과 화해 위원회(TRC)를 구성하고 수많은 과거사 자료를 수집한 후 여러 행사를 벌임으로써, 권력으로부터 폭력을 당한 피해자들을 역사가 오래 기억하게 했다.

박래부(새언론포럼 회장)

2012년 4월 18일 수요일

언론계 원로들 "박근혜, 낙하산 퇴진시켜라"


이글은 미디어스 2012-04-18일자 기사 '언론계 원로들 "박근혜, 낙하산 퇴진시켜라"'를 퍼왔습니다.
"공영방송 '무뇌아' 총선보도" 규탄…무기한 1인시위 돌입

낙하산 사장 퇴진을 요구하는 MBC노조, KBS 새 노조의 파업이 각각 80일, 44일째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언론계 선배들도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을 향해 "낙하산 사장 퇴진을 위한 대책을 제시하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 새언론포럼(회장 박래부)은 18일 오전 11시 서울 프레스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은 공영방송과 연합뉴스 등 공영 언론의 언론자유와 편집권 독립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낙하산 사장 퇴진을 위한 대책을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곽상아

새언론포럼(회장 박래부)은 18일 오전 11시 서울 프레스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은 공영방송과 연합뉴스 등 공영 언론의 언론자유와 편집권 독립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낙하산 사장의 퇴진을 위한 대책을 제시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박근혜 위원장은 부산일보의 주식 100%와 서울MBC의 주식 30%를 보유함으로써 편집권 독립을 침해하고 있으며, 박정희 정권이 김지태씨로부터 장물로 취득한 정수장학회를 사회에 환원하라"며 "우리는 파업중인 언론사 후배들과 어깨를 걸고 요구사항에 관철될 때까지 연대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새언론포럼은 "언론사 연대파업은 풍전등화의 위기에 몰린 한국사회의 공론장과 언론자유 수호를 위한 절체절명의 선택"이라며 "야당은 19대 국회 개원과 동시에 공영방송 장악기도를 조사하기 위한 국회 청문회를 개최하고 국정조사권을 발동해 탈법적, 파행적으로 운영된 공영언론의 경영진 선임과정을 낱낱이 밝혀내고 재발방지책을 수립하라"고 요구했다.
새언론포럼은 공영방송의 총선보도에 대해 "'조중동 프레임'을 몇 십 배 확산, 증폭시킴으로써 '영향력은 막강하지만 판단능력은 없는 무뇌아방송'의 본색을 드러냈다"고 평가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박래부 회장은 "낙하산 사장들은 이제라도 권력의 시녀 노릇을 그만두고 자리에서 내려와야 한다"며 "언론자유와 언론자유가 가능한 민주정부의 구성을 위해 우리도 적극 투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새언론포럼은 19일부터 매일 정오부터 오후 1시까지 서울 광화문광장 이순신 장군 동상 앞에서 '언론독립보장과 낙하산 사장 퇴진'을 요구하는 무기한 1인 시위에 돌입한다. 한국언론재단 이사장을 맡았던 박래부 회장이 19일 1인 시위에 나설 예정이다.
새언론포럼은 각 언론사 노동조합과 상급단체인 전국언론노동조합(연맹)에서 활동했던 전현직 언론인들을 주축으로 1997년 결성된 바 있다.

곽상아 기자  |  nell@mediaus.co.kr

2011년 12월 5일 월요일

프랑켄슈타인의 유령, 종편TV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1-12-05일자 기사 '프랑켄슈타인의 유령, 종편TV'를 퍼왔습니다.
[박래부 칼럼] 종편 백지화 운동, 들불처럼 타오르기 시작했다

민주 언론인과 시민단체들의 단호하고 줄기찬 반대 투쟁에도 불구하고, 지난 1일 보수 대중지들이 종합편성 TV를 일제히 내보내기 시작했다. 조중동의 횡포 속에 힘겹게 버티고 있는 민주언론에 또 한 차례 큰 재앙이 덮치고 있다. 동족을 잡아먹는 괴물 같은 종편TV로 인해 언론 생태계가 참담하게 교란되고 있는 것이다.
한가로운 얘기일지 모르나, 지금의 언론사태는 ‘프랑켄슈타인’이라는 영국소설을 떠올리게 한다. 가공할 괴물의 탄생과 마침내 파멸에 이르는 비극적 과정이 우리 언론에 통절하게 시사하는 바가 있기 때문이다.
1816년 6월 폭풍우가 몰아치던 날 저녁 스위스 레만 호숫가 별장에 영국 문인들이 모여들었다. 유명 시인 셸리와 그의 부인이자 소설가인 메리가 휴가를 온 별장이었다. 그들은 그날 밤 으스스한 분위기에 맞게 서로에게 유령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시인 바이런은 “각자가 괴기소설을 한 편 씩 쓰자”는 제안도 했다.
그날 밤 메리 셸리는 악몽을 꾸었다. 무시무시한 한 남자의 환영이 나타났고, 강력한 기계에 의해 그것이 깨어나서 괴롭게 꿈틀대고 있었다. ‘프랑켄슈타인’은 이 악몽에서 탄생했다. 근대 공상과학소설의 백미이자 공포소설의 걸작으로 평가되면서 여러 차례 영화로도 만들어진 프랑켄슈타인의 줄거리는 이렇다.
과학자 프랑켄슈타인은 공동묘지에서 모아온 뼈와 살로 키 244㎝의 인형을 만든 후 전기충격을 주어 생명을 불어넣는다. 그러나 몸과 얼굴에 꿰맨 자국이 가득한 괴물이 만들어졌다. 이에 질겁한 프랑켄슈타인은 ‘이렇게 해서 아름다운 꿈은 사라지고, 공포와 혐오가 내 가슴을 가득 채웠다’고 탄식하며 괴물을 죽이려 한다.
이를 알아챈 지능 높은 괴물은 말을 빨리 익히고 인간보다 월등한 힘을 발휘하면서, 추악한 자신을 만든 과학자에게 복수를 시작한다. 괴물은 과학자의 신부와 친구를 살해한다. 증오와 복수심만 남은 프랑켄슈타인은 혹한의 북극까지 괴물을 쫓아갔으나, 탐험대 배에서 비참한 죽음을 맞는다. 괴물은 과학자의 죽음을 확인한 뒤 자신도 분신자살하겠다며 사라진다.
프랑켄슈타인은 과학자의 이름이지만, 여러 차례 영화화하면서 괴물의 이름처럼 잘못 불리기도 했다. 끝없는 혐오와 공포, 전율을 주는 이 괴물은 영화사상 가장 끔찍한 캐릭터가 되어 있다.
소설 얘기가 길었다. 그러나 우리는 불행하게도 프랑켄슈타인의 괴물 같은 종편TV가 날뛰는 언론 파괴의 시대를 살게 되었다. 프랑켄슈타인은 애초 어머니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며 영생하는 인간을 창조해 보려다가 괴물을 만들었다. 하지만 현 정부와 여당은 보수지배 카르텔을 강화하기 위해 불법적으로 종편을 탄생 시켰다. 이제는 국민이 아침 신문에 이어 저녁 TV방송까지, 수구적 가치관만을 주입하는 상업언론의 그늘을 벗어날 수 없게 되었다.
정부와 여당은 수구 언론에 종편을 선사하면서 한국 미디어산업의 국제화라는 명분도 내세웠다. 그러나 종편이 걸음을 떼자마자 국제적 경쟁력을 갖게 될 리 없다. 국제적으로 진출하려면 국내에서 몸집을 키운 후에나 가능할 것이다. 몸집을 키운다는 것은 국내의 경제력이 약한 타 언론사들을 초토화 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신문·방송 시장이라는 언론계의 파이는 쉽게 커지지 않기 때문이다. 독자와 시청자수가 한정돼 있고, 광고시장 또한 그러하다. 조중동이 지금까지 불법·부정한 방법을 총동원하여 정론지를 밀어내며 부수를 확장해 온 사실이 그 점을 명료하게 설명해 준다. 광고시장 또한 그 전철을 밟게 돼 있다. 한 보고서는 종편의 등장으로 신문과 중소 프로그램 사용사업자의 광고매출은 각각 17% 감소하고, 지상파TV는 12% 줄 것이란 처절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종편TV는 필연적으로 여론을 수구적으로 왜곡 시켜 대중을 조종할 뿐 아니라, 광고시장에서도 중도·진보 언론이 버틸 수 있는 경영기반을 파괴해 버린다. 결국 지금도 크게 훼손돼 있는 언론의 진실보도와 여론의 다양성이 가뭇없이 사라지고 말 것이다.

박래부 / 언론인

다시 ‘프랑켄슈타인’ 얘기로 돌아간다. 전율과 공포로 교직된 이 소설의 탁월한 점은 인간사에 대한 예리한 통찰에 있다. 소설은 과학자와 괴물이 모두 파멸하는 것으로 끝난다. 학자 브루스 매즐리시는 “‘프랑켄슈타인’ 속의 과학자와 날뛰는 괴물의 모습에는 새롭고도 낡은 계명이 있다. 그것은 ‘자신의 모습을 닮은 것은 창조하지 마라’이다”라고 지적한다.
이 지적은 유령처럼 배회하는 종편TV라는 반민주적 괴물에 대한 강력한 결론으로 읽힌다. 조중동으로부터 종편 사업권을 회수해야 한다는 결론이다. 야당은 종편에 대한 국회 청문회와 국정조사를 계획하고 있고, 언론노조는 종편 불시청, 종편 출자기업 제품 불매, 종편 출연 불참여 등 ‘3불 운동’을 펼치고 있다. 종편 백지화 운동이 들불처럼 타오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