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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 10일 금요일

‘유치장 브래지어 탈의강요’ 국가배상 확정


이글은 참세상 2013-05-09일자 기사 '‘유치장 브래지어 탈의강요’ 국가배상 확정'을 퍼왔습니다.

대법원 ‘기본권 침해’...인권단체 “국가폭력 깨끗하게 사라져야”


2008년 촛불집회에서 연행되어 유치장에서 브래지어 탈의를 강요받았던 피해자들이 국가배상을 받게 돼 최종 승소했다.

대법원 2부는 9일 김 모 씨 등 4명이 유치장 입감 과정에서 브래지어 탈의를 강요받았다며 국가를 상대로 낸 위자료 청구 소송에서 ‘원고에게 각 15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경찰의 ‘피의자 유치 및 호송규칙’은 행정조직 내부의 명령에 불과할 뿐 법규로 볼 수 없고, 그 규칙에 따른 처분이라고 해서 당연히 적법한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교정시설 내 여성 수용자도 브래지어 소지가 허용되는데 경찰서 유치장에서 다른 처우를 할 이유가 없는 점, 다른 수단을 강구하지 않은 채 브래지어 탈의를 요구하는 것은 과잉금지의 원칙에 반하는 점 등을 들어 원고의 기본권이 침해됐다”고 판시했다. 
▲ [참세상 자료사진]


피해자들은 2008년 8월 한미FTA 반대,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에 참석했다가 집시법 위반 및 일반교통방해 등의 혐의로 체포됐다. 경찰이 브래지어를 벗어야 한다고 강요해 이들은 브래지어를 벗은 채 유치장에서 생활했다. 

앞서 피해자들은 각각 600만 원씩 모두 2400만 원의 위자료를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1심과 2심은 피해자 4명에게 국가가 각각 위자료 15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바 있다.

천주교인권위원회는 논평을 내고 “이번 판결은 경찰의 브래지어 탈의 조치가 법률에 근거하지 않고 경찰이 재량권을 남용해 자의적으로 기본권을 침해한 것임을 법원이 최종 인정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며 “대법원 판결을 계기로 관행의 이름으로 유지되어 온 국가 폭력이 우리 사회에서 깨끗하게 사라지기를 기대한다”고 환영했다. 

이들은 이어 “소송 과정에서 국가는 브래지어가 자살도구로 사용될 위험이 있다면서 탈의 조치가 합법적이었다고 강변했다”며 “브래지어 탈의 강요는 경찰이 구금된 여성에게 위축감과 수치심을 주려는 성별화된 폭력일 뿐이다”고 강조했다. 

한편 천주교인권위원회는 2008년 당시 국가인권위원회에 이번 사건을 제소했지만 인권위가 사건을 ‘무마’하려 했다고 주장하며 인권위를 비판했다. 

이들은 “인권위는 경찰청장에게 브래지어 탈의요구시 그 취지를 충분히 설명하고 탈의한 후 성적수치심을 느끼지 않도록 하는 보완조치를 강구하라고 권고함으로써 브래지어 탈의 자체는 문제가 없다며 면죄부를 줬다”며 “법원의 엄격한 법적 잣대를 통과하기 어려운 다양한 피해를 인권침해로 호명하고 구제하기 위해 설립된 인권위가 이번 판결로부터 배울 점을 찾기 바란다”고 꼬집었다.
정재은 기자

2013년 4월 5일 금요일

국가폭력 공포 상상이상, 4‧3-5‧18 ‘치유센터’ 절실


이글은 GO발뉴스 2013-04-04일자 기사 '국가폭력 공포 상상이상, 4‧3-5‧18 ‘치유센터’ 절실'을 퍼왔습니다.
광주트라우마센터 첫성과 발표…김창후 “제주 건립도 시급”
“총을 맞는 순간에는 깜짝 놀라서 소리 지르다가 제가 못 일어나요. 소리는 지르는데 제가 깨어나지 못할 때가 있어요. 그땐 아들이 깜짝 놀라 자다 말고 와서 흔들어 깨우는데 그때서야 꿈이었구나 하죠.”(피해자 A씨)
“32년이 지났어도 항상 그날을 경험합니다. 군복 입은 애들만 보면 울컥울컥, 아무렇지도 않은 것 같다가도 그냥 울컥울컥, 마음이 울컥거리는 그런 것들이 올라와요.”(피해자 B씨)
“치과에 누워 기다리는데 동기들이 생각났어요. 내가 꼭 죽은 시체 그 기분이 들었거든요. 치료 받으면서 나는 이렇게 살았는데, 죽은 사람들한테 미안하고...너는 살아서 지금 무얼 하고 있느냐고 물어보는 것만 같아요. 도청에서 죽은 사람들한테 항상 미안하고 죄인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습니다."(피해자 C씨)
5·18광주민주화운동이 일어난 지 32년이 지났다. 하지만, 당시 국가 권력으로부터 가족·친구를 잃거나, 구타·고문 등 가혹행위를 겪은 사람들은 아직도 마음의 상처를 호소하고 있다.
이들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지난해 10월 ‘광주트라우마센터’가 문을 열었다.
광주트라우마센터는 5·18 피해자 7명에게 지난해 11월부터 올 1월까지 10주동안 상담, 원예치유, 물리치료 등 회복 프로그램을 제공했고, 첫 번째 집단상담 성과를 3일 발표했다.
5·18민주화운동 피해자를 치유한 의사·임상심리사들은 ‘우리 사회의 관심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 광주트라우마센터는 5·18 피해자들에게 집단상담, 원예치유, 물리치료 등 회복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mbc 화면 캡처


'5·18민주화운동 트라우마, 치유의 첫발을 내딛다'는 주제로, 광주도시공사 13층에서 열린 집단상담 성과 발표회는 1기 집단상담 참여자들의 수기, 5·18민주화운동 트라우마의 특징과 후유증, 치유 과정 등으로 구성됐다.
집단상담 참여자 박천만(53)씨는 “살았다는 것 자체가 고통이었다. 80년 5월 도청이 생생하게 떠오르고, 가슴이 벌렁벌렁 뛰고, 떨리면서 막 열이 올라온다. 그때마다 사는 것 자체가 싫고 사람 자체도 싫었다”고 고백했다.
박천만씨는 집단상담 이후 “이제는 화도 안내려고 노력한다. 주변 사람들한테 따뜻한 내 마음을 보여주고 싶어졌다"며 "5·18민주화운동 유공자로서 부끄럽지 않도록 당당하게 살겠다. 그리고 여러분들을 항상 지지하고 응원하는 따뜻한 이웃으로 살아가겠다”고 변화된 마음가짐을 말했다.

또 다른 집단상담 참여자 윤다현(62)씨는 “80년 5월 아버지 산소를 돌아보기 위해 고향으로 내려가던 중 잠시 광주를 들렀다. 계엄군에 맞서 폭행당하는 시민들을 구하려다 체포되어 고문을 받았다”며 “홀딱 벗겨서 거꾸로 매달아놓고, 머리서부터 다리까지 전부 까맣게 멍이 들게 때렸습니다. 8.15사면으로 풀려났지만 제 삶은 엉망이 됐다”고 고백했다.
윤다현씨는 이어 “트라우마 센터에 온 후로 일을 해도 즐겁고, 열심히 몸과 마음을 치료해서, 죽음 같은 거 보류하고 잘 살고 싶다는 용기가 생겼다. 민주화 운동을 했다는 자긍심이 생겼다”며 “자긍심을 마음속에 담고 그 마음을 가지고 진심으로 사람들을 대하려고 한다”고 밝아진 심경을 말했다.
5·18민주화운동 피해자를 치유했던 의사·임상심리사 등은 우리 사회·공동체의 관심과 지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집단상담을 진행했던 정혜신 정신과 전문의는 “국가폭력이 주는 무서움과 공포는 상상 이상이다”며 “이 작은 시작이 앞으로 더 많은 국가폭력의 피해자들을 치유하는 데 중요한 불씨를 만들 것으로 믿는다”고 강조했다.
강용주 트라우마센터장은 “5·18 등 국가폭력 피해자들의 고통을 치유하기 위해선 우선 역사적 진상규명이 이뤄져야 한다”며 “국가공동체를 비롯한 지역공동체가 그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격려와 지지를 보내주는 관심과 노력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준근 운영지원팀장은 4일 ‘go발뉴스’에 “개인적 피해가 아니라 국가 권력으로부터의 피해는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극한의 무력감과 절망감, 절멸감이다. 생이 끝나는 날까지 계속된다“며 ”우리 사회, 공동체의 관심과 지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분들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데 결정적이다“고 말했다.
김문선 임상심리사는 ‘go발뉴스’에 “피해자분들은 30년 전 일을 바로 어제처럼 생생히 기억하고 있고, 계속해서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외상후스트레스가 심각한 상태다”며 “이들이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도와주려면 진심으로 공감해주고 한 명의 인간으로서 존중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집단상담 1기생들은 이후 현재 꿈 치료를 진행하고 있고, 이후 사진 치료 단계로 접어들 예정이다.
광주트라우마센터는 오는 10일부터 5월 29일까지 8차례에 걸쳐 2기 집단상담대상자 8명을 대상으로 심리치료에 들어갈 방침이다. 상담 문의는 ‘☏062-600-1980’이다.
한편, 제주 4·3 사건 피해자들을 위한 트라우마센터 건립도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제주4·3희생자유족회와 강창일 국회의원 등은 최근 잇따른 토론회에서 이같은 의견을 제시했다.
임채도 사단법인 인권의학연구소 연구기획실장은 지난 2월 19일 제주시 하니관광호텔에서 개최한 ‘제주4·3트라우마센터 건립의 필요성’이란 토론회에서 “4·3의 피해자들 가운데는 여전히 연좌제에 대한 피해의식 때문에 신고조차 꺼리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며 “현재의 제주4·3특별법이 4·3사건으로 인한 신체적 물질적 피해 결과에 대해 생활지원금 및 의료지원금을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을 뿐 정작 희생자와 유족들의 정신적 심리적 피해와 이에 대한 치유 대책이 포함돼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임 실장은 “현재의 제주4·3 특별법 개정을 통해 지원대상을 확대하고 피해자의 정신적 치료를 위한 센터설립 지원 및 운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창후 제주4·3연구소장은 3일 팟캐스트 ‘이슈털어주는 남자 316회’에 출연해 “몇 년부터 우리도 트라우마센터 얘기를 많이 해왔다”며 “제주 4.3이 더 역사도 길고 그만큼 유족들과 희생자들의 트라우마가 더 길다”고 건립의 절실함을 호소했다. 김 소장은 “제주 지역 국회의원도 있으니 잘 묶어서 추진하면 좋겠다”면서도 “새누리당이 많이 협조해줘야 하는데 쉽지 않은 면이 있다”고 말했다.



김종훈 기자  |  balnews21@gmail.com

2012년 12월 23일 일요일

33년 만에 인정된 국가폭력


이글은 한겨레21 2012-12-24일자 제941호 기사 '33년 만에 인정된 국가폭력'을 퍼왔습니다.
[표지이야기] 서울중앙지법, 공권력 부당 개입으로 노동기본권 등 침해됐다며 YH무역 신민당사 점거농성자들에게 배상 판결

1979년 8월11일 새벽 2시, 정사복 경찰 등 1200여 명이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신민당사에 들이닥쳤다. 4층 강당에서 이틀째 농성을 하고 있던 YH무역 여공 187명을 강제로 끌어내기 위함이었다. 진압부대는 곤봉·벽돌·쇠파이프 등을 무차별적으로 휘둘렀다. 여공들과 신민당 의원, 취재기자 등 100여 명이 부상을 입었다. 23분간 이어진 지옥은 끝내 스물한 살 여공을 건물에서 밀어뜨렸다. 국민학교(현 초등학교)를 간신히 졸업하고, 열여섯 나이에 광주 집을 떠나 서울로 온 김경숙이었다.

» 1979년 8월 폐업 철회를 요구하며 신민당사에서 농성 중인 YH무역 노조원들. 한국여성노동자회협의회 제공

박정희 재가 받은 진압 작전

가발 및 봉제품 수출업체였던 YH무역은 무리한 사업 확장과 횡령 등으로 재무구조가 악화되자 일방적으로 폐업을 해버린다. 가난한 집안의 생계를 위해, 하루 16시간을 허리 한 번 펴지 못하고 일해온 노동자들에겐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다. YH무역 노조는 노동청·재무부·청와대 등에 회사 정상화를 호소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마지막으로 발걸음을 옮긴 곳이 야당인 신민당사였다.
경찰은 김경숙이 작전 시작 전에 스스로 동맥을 끊고 투신자살했다고 발표한다. 거짓이었다. 진실이 밝혀진 건 그로부터 29년이 지나서였다. 2008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과거사위)는 김경숙의 죽음이 국가권력이 저지른 타살임을 분명히 했다. 안전 조처도 제대로 하지 않은 상황에서 폭행을 피하다 추락사했다는 것이다. 무리한 강제 해산의 배후는 청와대였다. 작전은 박정희의 재가를 받아 시행됐다. 박정희 정부는 1979년 8월17일 YH노조 지부장 최순영 등 간부 4명을 국가보위에 관한 특별조치법 위반과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또 ‘불순세력이 개입해 사회 불안을 조성한다’며 도시산업선교회를 농성 배후로 지목했다. 과거사위는 이에 대해서도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사회 통제의 고삐를 죄던 정권에 맞서 부마항쟁 등 역풍이 몰아쳤다. 유신정권의 몰락은 그렇게 다가왔다.
사건 발생 33년이 지난 2012년, YH 사건 피해자들이 국가로부터 배상을 받게 됐다. 지난 6월 서울중앙지법 민사42부(재판장 이건배, 배석판사 백소영·이성욱)는 김경숙 열사 유가족, YH무역 노조원 24명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피해 정도에 따라 각각 1천만~4천여만원을 배상하라는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농성의 합법성 여부를 다투기 전에, 과거사위가 규명한 공권력의 부당한 개입에 대해 책임을 물은 것이다. 재판부는 “국민을 보호할 의무가 있는 국가가 공권력을 불법으로 개입시켜 노동기본권, 생명·신체의 자유, 직업 선택의 자유 등을 침해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최종 불법행위일로부터 5년이 지나 손해배상 청구권에 대한 시효가 소멸됐다고 항변했으나, 재판부는 과거사위 조사 결정이 있던 2008년 3월13일까지는 피해자들이 제대로 권리를 행사할 수 없었다고 판단했다.

금전적 보상으로 한이 풀릴까

과거사위는 YH무역뿐 아니라 청계피복노조·원풍모방·반도상사 등 1970~80년대에 일어난 10개 노조 탄압 사건에 대해 ‘국가가 사직강요, 불법 연행, 블랙리스트 작성 등 인권침해를 했다’고 결론 내렸다. 사건 피해자들은 국가가 반성조차 하지 않고 있다며 2010년부터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고 최근 승소 판결이 잇따르고 있다.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2012년 10월 23일 화요일

국가폭력에 내몰린 평화권을 생각한다


이글은 프레시안 2012-10-22일자 기사 '국가폭력에 내몰린 평화권을 생각한다'를 퍼왔습니다.
[김재명의 '월드 포커스'](上) 국가 안보냐 인간 안보냐

올해 2월 중동 팔레스타인 현지 취재과정에서 유대인 정착촌을 반대하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만났을 때 제주도 강정마을 사람들이 떠올랐다. 강정 주민들이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는 까닭은 국가안보 논리를 내세운 해군기지가 그들의 평화적 생존권(평화권)을 위협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유대인 정착촌을 반대하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논리와 같은 맥락이다.

이스라엘은 '국가안보'란 이름 아래 잔혹하고도 거친 국가폭력으로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희생을 강요해왔다. 이른바 SKY(쌍용, 강정, 용산)도 마찬가지다. 해군기지 건설로 삶의 터전에서 밀려날 처지에 놓인 제주 강정마을 사람들, 쌍용자동차에서 폭력적으로 밀려난 해고 노동자들, 경찰과 용역폭력배들에게 희생된 용산 재개발지역 원주민들은 인간다운 삶을 평화적으로 누릴 권리를 빼앗긴 채 힘든 나날을 보내왔다.

SKY(쌍용, 강정, 용산)가 던진 메시지

우리 인간은 평화적 생존권 및 평화로운 상태를 위협하는 어떠한 외부적 강제조치도 거부할 권리를 지녔다. 평화적 생존권은 다름 아닌 인간안보의 권리, 안전한 환경에서 살 수 있는 권리이다. 국가가 안보라는 이름아래 저지르는 불법적, 반인권적 행위에 대해서 모든 인간은 양심적 거부와 불복종의 권리를 가진다.

태어난 땅에서 인간다운 삶을 평화적으로 누릴 권리를 지님은 팔레스타인 원주민들이나 제주 강정마을 사람들,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들, 용산 재개발지역 원주민들에게 예외일 수가 없을 것이다. 국가안보도 중요한 가치이지만, 그 이름으로 인간안보와 평화적 생존권이 유린된다면 그것은 심각한 문제다.

한국에서의 평화권 논의 첫모임

그동안 국제사회에서는 유엔을 중심으로 평화권(평화적 생존권)을 국제인권법으로 정립하자는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져 왔다. 그렇지만 국제사회에서조차 평화권이 아직 국제인권규범으로 굳건히 자리 잡지 못한 실정이다. 한국에서도 이른바 SKY(쌍용, 강정, 용산) 사태를 거치면서 평화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중이다.

10월 19일에 서울 가톨릭청년회관에서 열린 원탁 워크숍은 '평화권'을 주제로 열띤 논의가 이뤄졌다. (서강대학교 법학연구소 인권법센터, 서울지방변호회, 평화권 연구모임 공동 주최)을 주제로 한 이 모임에서는 △평화권을 연구해 온 법학자들 △현장에서 평화운동을 해 온 시민활동가들 △평화권에 관심이 있는 일반 시민 학생들이 함께 8시간에 걸쳐 진지하고도 깊이 있는 논의를 이어갔다.

본격적인 발제에 앞서 이석태 변호사(참여연대 공동대표)는 모두발언에서 "평화권 연구에 몇번 참여하기도 했지만, 규모나 발표하는 사람들을 보니 포괄적이고 형식을 갖춘 것으로는 처음"이라고 밝혔다. 이 평화권 워크숍은 평화권을 주제로 삼은 국내 첫모임이라는 데 의미를 둘 수 있다.

평화권 워크숍은 크게 세 세션으로 나눠 진행됐다. 세션 1에서는 '평화권이란 무엇인가?'를 주제로 서보혁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연구교수가 '평화권에 대한 국제적 논의와 추세'를,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평화권의 우리 헌법에서의 인정 가능성'을 각기 발제했다.

세션 2에서는 '평화권 및 평화운동 해외 입법 및 판례'를 중심으로 이경주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일본),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영국과 미국), 오동석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독일의 사례를 발표했다.

세션 3에서는 '제주해군기지와 평화권, 평화운동'이란 주제로 하승우 풀뿌리자치연구소 이음 운영위원이 '민주주의적 관점에서 바라본 시민 불복종 운동', 이대훈 성공회대 NGO대학원 연구교수가 '제주해군기지와 평화권', 최정민 전쟁 없는 세상 활동가가 '제주해군기지 건설 저지를 위한 평화운동은 정당한가'를 각기 발제했다. 이어 오영중 변호사(서울지방변호사회 인권이사), 송강호 박사(개척자들, 강정마을), 이보라 보좌관(장하나의원실)을 중심으로 전체토론 시간을 가졌다.

은 평화권 논의가 지닌 현실적 의미와 시의성을 고려해, 모두 3회에 걸쳐 평화권 워크숍에서 다뤄진 발제내용의 주요부분을 소개한다.

■ 이석태 변호사 (참여연대 공동대표)

▲ 평화권 워크숍에서 인사말을 하는 이석태 변호사 겸 참여연대공동대표 ⓒ김재명

"분단 국가이고 핵 문제도 있는 우리나라는 평화가 가장 중요한 문제다. 따지고 보면법률적으로 현재 한국 전쟁 후에 현재까지 전쟁이 종료되지 않았다. 우리 헌법 10조에 모든 인간은 존엄과 가치를 가지고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고 하고 있다. 행복추구권은 권리로 인정되고 있다. 행복추구권이 평화권보다 더 추상적이다. 행복추구권의 여러 권리 중 하나가 평화권이라고 본다"

"행복추구권은 활발하게 논의가 되는데 왜 평화권은 논의가 잘 되지 않을까? 이는 서구의 전쟁 중심적 사고 때문이다. 이를테면 미국은 모든 정책, 모든 국제 외교와 규정이 반전(反戰)과는 반대되는 입장에 서있다. 서구는 자기네가 다른 나라의 평화를 교란해 왔으므로 평화권이 절실하지 않겠지만 우리의 입장은 다르다. 평화권을 발전시켜나가야 할 지식인들의 의무가 있다"

"양심적 병역거부도 대표적인 평화권 침해의 문제다. 평화권이 인정되면 병역거부는바로 해결될 것이다. 아직까지 그게 진척이 안되는 것은 평화권이 갈 길이 멀다고 볼 수 있다. 오늘의 모임을 바탕으로 평화권에 관한 깊이있는 연구와 논의가 활성화 되기를 기대한다"

■ 평화권에 대한 국제적 논의와 추세 (서보혁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연구교수)

▲ 서보혁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연구교수, "한반도의 안보 현실은 평화권에 대한 관심과 수용을 더욱 필요로 한다" ⓒ김재명

"국제인권 공동체 사이에서 인권은 크게 네 가지 종류로 분류되고 있다. 시민적·정치적 권리(1세대 인권, 일명 자유권), 경제적·사회적·문화적 권리(2세대 인권, 일명 사회권), 연대권(3세대 인권), 그리고 정보화·세계화 시대의 도래에 따른 새로운 인권(4세대 인권)이 그것이다"

"평화권(Right of peoples to peace)은 발전권과 함께 대표적인 3세대 인권으로 파악되고 있다. 평화권은 이상적이고 모호하게 보이면서 구체적인 범주와 이행 방법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그런 평화권 논의가 한반도에 상륙하는 것은 분단 현실과 민주화에 대한 일차적 관심으로 극히 최근의 일이다"

인간안보 잣대로 평화 바라본다

"평화권은 평화적 생존권으로도 불리는데, 평화롭게 살 인간의 권리로 정의할 수 있다. 이 정의는 매우 상식적으로 들리지만, 여기에는 평화권을 정의함에 있어 '평화'에 대한 이해와 평화를 권리로 인정하느냐의 문제가 담겨 있다"

"오늘날 평화는 자연보존, 인간과 자연의 공존, 심성의 화평 등의 차원으로 발전하고 있지만, 그 개념의 중심에는 여전히 인간 생명의 보호, 인간 자체에 대한 존중이 있음에 틀림없다. 그래서 평화를 인간안보(human security)에 대한 위협의 중단 및 위협 기제의 근절로 파악할 수도 있다"

국제사회, "평화권은 생래적 권리"

"평화권이 처음부터 하나의 인권이라는 인식이 확인되고 인정된 것은 아니었다. 1960년대 말, 1970년대 초 국제무대에서 평화권이 처음 운위되었을 때의 반응이란, 현재 한국에서 평화권에 대한 생경한 반응과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오늘날 평화권은 적어도 국제인권 무대에서는 그 필요성과 주요 내용에 대한 공감대를 바탕으로 하나의 '생래적 권리'로 인정되고 있다"

"1984년 11월 12일 유엔 총회는 '평화권 선언'(Declaration on the Right of Peoples to Peace)을 채택하였다. 선언은 '지구상 모든 인류는 신성한 평화권을 갖는다'는 원칙을 확인한 후, 대중의 평화권 향유를 '각국의 근본적 의무'로 선언한다. 선언은 평화권 실행을 위해 '전쟁 위협의 금지' 특히 핵전쟁 위협 금지를 거론하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후 '사람의 마음 속에 평화를 심는 것'을 모토로 전후에 설립된 유네스코(UNESCO)는 냉전 해체기에 들어 '평화문화'를 강조하고 나섰다. 냉전 해체가 세계평화가 아니라 내전과 대량학살로 이어지면서 전쟁문화를 극복하기 위해 평화문화에 대한 교육·홍보가 절실하다고 보았다. 유네스코는 평화문화 확산을 꾀하며 탈냉전기 분쟁해결에 기여하고자 하였고, 그 일환으로 평화권을 제기해 평화권이 국제사회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될 수 있도록 하는 데 견인차 역할을 수행하였다.

"유네스코에서의 평화문화 캠페인은 노벨평화상 수상자들 모임과 유엔 경제사회이사회, 총회에서의 논의 및 결정으로 확산되어 갔다. 그 연장선상에서 평화권에 대한 관심도 높아 져갔다. 특히 평화운동, 지방자치단체 및 의회 차원의 평화권에 대한 지지 및 정책화 노력은 국제사회에서 평화권 논의가 확산되는 데 촉매로 작용하였다"

한반도에서 평화권이 지닌 의미는

"한반도의 안보 현실은 평화권에 대한 관심과 수용을 더욱 필요로 한다는 점이다. 평화권을 소극적 차원에서 침략 전쟁을 비롯한 폭력에 가담하지 않고 평화로운 삶을 영위할 권리로, 적극적 차원에서는 그런 소극적 평화를 저해하는 구조적, 문화적 폭력을 거부하고 지속가능하고 정의로운 삶을 영위할 권리로 말할 수 있다"

"한반도에서 평화권이 주는 더 의미 있는 시사점은 적극적 측면의 평화권이다. 여기에는 군비보유의 배제, 국가에 의한 평화 저해 행위(무기수출 등)의 배제, 양심과 종교의 자유에 따른 군사활동 불참의 권리, 군사적 목적의 기본권 제한(재산 압류, 표현의 자유 제한 등) 금지, 전쟁위험(군사적 긴장 혹은 갈등)에 처하지 않을 권리, 군사안보정책으로 인해 시민의 인권과 근본적 자유가 침해받지 않을 권리, 그와 관련한 국가 정책이 투명하게 진행되고 거기에 시민이 참여할 권리 등이 포함될 수 있다. 이는 주한미군 및 기지 운용, 정부의 무기도입사업, 군사기지 이전 및 건설사업, 대북정책, 해외파병정책 등을 재평가할 계기를 제공해주고 있다"

■ 평화권의 우리 헌법에서의 인정 가능성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신자유주의와 재벌 같은 거대자본권력이 구성하는 수많은 억압들은 또 다른 평화의 적으로 우리 앞에 서 있다" ⓒ김재명

"우리 헌법학계는 평화헌법를 이해함에 있어 거의 황무지상태이다. 연구성과도 거의 없어 주로 교과서에서의 서술에만 의존하여 정리할 수밖에 없는 지경이나 이 또한 거의 형식에만 그치고 있는 상태이다. 대체로 헌법학계에서는 평화와 전쟁을 직접 대비시키면서 우리 헌법이 선언하고 있는 평화는 침략전쟁의 부인 정도의 수준에서 한정하고 있다"

이라크 파병과 평택 미군기지 문제

"대체로 평화권이 헌법의 틀과 연관 지으면서 논의되는 것은 두 가지의 경로-이라크파병 및 미국의 해외미군재배치계획(Global Posture Review: GPR) 등을 계기로 한 반전운동의 연장선상에서 이루어진 평화권 논쟁과 북한인권과 관련한 보수진영의 주장에 대한 대항담론적 성격의 평화권논쟁-를 거친다. 전자는 미국을 한 극으로 삼는 세계체제 속에서 미국의 세계전략에 대항하는 방식으로서의 반전운동이 계기가 되어 이를 '안보'의 담론권력을 국가가 독점하는 것에 저항하면서 국민이 주체가 되는 평화권의 관념을 인권의 범주로부터 도출하고자 하였다"

"(한국에서의 평화권) 논의들이 채 무르익기도 전에 평화헌법의 구체적 규율내용에 대한 사법적 판단이 먼저 나왔다. 노무현정부의 이라크파병결정에 대한 헌법소원심판결정(헌재 2004.04.29, 2003헌마814)은 아직 평화헌법의 의미에 대한 헌법학계의 고려조차 이루어지지 아니한 상태에서 나온 최초의 사법판단이었다"

평화권 침해 아닌 통치행위

"이 사건에서 청구인측은 이라크전쟁은 유엔헌장에 입각한 것이 아니며 따라서 우리 헌법이 금지하고 있는 침략전쟁에 해당하기 때문에 '국군파견은 침략적 전쟁을 부인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헌법 제5조 제1항에 위반되며, 나아가 이런 침략전쟁에 국군사병을 파견하는 것은 징병제를 취하는 우리 실정에서 군복무중인 자나 군입대 예정자나 군대에 복무중인 자녀를 가진 부모들의 평온은 흔들리게 될 것이고, 이는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침략전쟁을 부인하는 우리 헌법의 규율범위와 함께 행복추구권으로 형용되는 평화적 '생활권'의 인정여부를 심판의 대상으로 주장한 것이다. 이에 대하여 헌법재판소는 통치행위의 이론을 빌어 판단을 그 판단을 기피하였다"

"2005년에 발생한 미군기지 평택이전을 둘러싼 파동은 헌법재판소의 또다른 소극성을 보여준다((헌재 2006. 2. 23. 2005헌마268). 헌법재판소는 평택으로의 미군기지이전이 그 내용만으로는 장차 우리 나라가 침략적 전쟁에 휩싸이게 된다는 것을 인정할 수 없으며 따라서 청구인들의 평화적 생존권은 침해될 가능성이 없다는 이유로 사건을 각하하였다. 여기서 평화적 생존권의 개념은 상당히 한정적인 개념으로 규정된다. 즉, 헌법재판소는 평화적 생존권의 개념을 '전쟁과 테러 혹은 무력행위' 또는 '그것이 발생할 구체적 위험'으로부터의 자유에만 한정하고 있다"

"하지만 그나마 헌법재판소의 이런 태도조차 곧 부정되고 만다. 2007년 한미연합군사훈련의 일환으로 진행된 전시증원연습을 두고 청구인들은 이 연습은 '북한을 상대로 한 특정 작전계획에 따른 선제적 공격훈련이 명백하며' 따라서 '헌법 제10조 및 헌법 제37조 제1항으로부터 인정되는 평화적 생존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이에 대하여 헌법재판소는 전시나 전시에 준한 국가비상 상황에서의 전쟁준비나 선전포고 등 행위가 침략전쟁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한 판단은 고도의 정치적 결단에 해당하여 사법심사를 자제할 대상으로 보아야 한다면서, 평화적 생존권의 존재마저 부정해 버렸다"

누가'평화의 적'인가

"보기 나름으로는, 헌법재판소가 평화적 생존권의 존재를 부정하고 나선 것은 아직은 채 법리가 구성되기도 전에 평화 및 평화권의 문제를 성급하게 사법화한 전술적 판단미숙에 그 원인이 있어 보이기도 한다. 헌법재판소의 보수성·소극성을 감안할 때 국제사회에서도 아직 구체적 규범으로 실정화되지 못한 권리를, 그것도 사법적 판단보다는 정치적 판단이 우선하는 연대권의 성격을 권리를 최소한 6명 이상의 재판관이 인정할 가능성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그리 높지 않은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아직은 평화권 내지는 평화적 생존권의 규범화가 완결되어 있지 않다. 하지만 그 원인은 평화에 대한 인류의 열망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인류의 생명과 삶에 대한 위험들이 나날이 모습을 달리하며 우리에게 가해지고 있음으로 보인다. 한때는 전쟁이 평화의 적이었으나 이제는 테러 혹은 반테러가 평화의 적이며, 신자유주의가 산출하는 수많은 배제와 제거의 권력들이 새로운 평화의 적으로 등장하기도 한다. 48년체제가 제도화한 냉전체제가 우리의 평화를 위협하는 한편으로 재벌 같은 거대자본권력이 구성하는 수많은 억압들은 또 다른 평화의 적으로 우리 앞에 서 있다"

 /김재명 프레시안 기획위원. 국제분쟁전문기자. 성공회대겸임교수

2012년 8월 31일 금요일

‘파출소 깽판’이 뭐가 문제? 최재천, TV조선에 반론보도 요구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8-30일자 기사 '‘파출소 깽판’이 뭐가 문제? 최재천, TV조선에 반론보도 요구'를 퍼와습니다.
민주통합당 의원, “국가폭력 경계하는 차원의 발언, 주폭 시리즈 보도하며 입맛에 맞게 왜곡 보도”


TV조선이 때 아닌 ‘왜곡보도’ 논란에 놓였다. 민주통합당 최재천 의원이 TV조선의 7월 19일자 뉴스가 자신에 대한 악의적 왜곡보도라며 언론중재위원회에 반론보도를 신청한 것이다. TV조선은 김창석 대법관 후보자 인사청문회(7월 13일) 자리에서 최 의원의 발언내용을 전했는데, 최 의원은 당시 보도가 특정 발언만 발췌해 발언의 본의를 훼손시켰다고 주장하고 있다.

해당 리포트는 어땠을까. 첫 시작에선 파출소에 잡혀온 취객이 주먹을 날리고 행패를 부리는 동영상이 나갔다. 이어 리포트는 “주취폭력으로 인한 피해가 늘어나자 경찰은 지난 5월 주폭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그런데 한 국회의원은 ‘파출소에서 난동을 부리는 것이 무슨 문제가 되느냐’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당시 최재천 의원은 김창석 대법관 후보자를 상대로 공권력이 갖는 거대폭력의 위험성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이날 그는 주취 작량감경(술에 취했을 때 법관의 재량으로 형을 감경하는 것)을 없애겠다는 대법원 양형위원회를 비판하며 “주폭논쟁을 벌인다고 갑자기 주취 작량감경을 안하겠다고 양형위원회를 벌이는 나라가 어디 있느냐. 공권력에 저항하는 행위는 무조건 잘못되었고, 심지어 파출소에 저항하는 행위조차도 잘못됐고, 아니 파출소에 가서 깽판 좀 부렸기에 뭐가 잘못이냐? 내가 세금 내고 내가 만들어 놓은 기관에, 그 정도도 못 받아줍니까”라고 발언했다. 해당 발언 직후 최 의원은 “물론 그러라는 것은 아닙니다만”이라고 덧붙였다.

▲ TV조선 7월 19일자 뉴스 화면 캡처.

TV조선의 리포트는 최 의원의 발언 중 “공권력에 저항하는 행위는 무조건 잘못됐고, 심지어 파출소에 저항하는 행위조차도 잘못됐고, 아니 파출소에 가서 깽판 좀 부렸기에 뭐가 잘못입니까? 내가 세금 내고 내가 만들어 놓은 기관에, 그 정도도 못 받아 줍니까?”라는 부분만 편집해 내보냈다. “물로 그러라는 것은 아닙니다만”이란 멘트가 빠진 것이다. 리포트의 마지막 부분에는 일선경찰서 경찰관이란 이의 음성변조 된 발언이 나갔다. 이 사람은 “만약에 실질적으로 경찰서에서 그런 현장을 보신다면 과연 그런 말이 나오실지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최재천 의원 측은 지난 27일 TV조선을 상대로 반론보도 및 언론조정신청서를 제출했다. 최 의원은 “TV조선 앵커가 ‘한 국회의원이 파출소에서 깽판 부리는 게 무슨 잘못이냐고 말했다는데, 여러분들 생각은 어떠십니까’라고 보도를 시작하고 김창석 대법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영상에서 ‘물론 그러라는 것은 아닙니다만’ 이라는 발언을 악의적으로 제외함으로써 나를 비판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재천 의원은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TV조선은 자신들이 의제 설정 한 주폭에 대한 획일적인 처벌강화 주장의 정당성을 강화하기 위해 허위 보도를 통해 나를 비판했다”며 “나는 비판적 의견수렴 없이 주폭에 대한 처벌을 획일적으로 강화하고자 하는 국가권력에게 국가권력의 국민에 대한 보호의무와 국민의 국가권력에 대한 정당한 저항권 행사를 강조함으로써 건전한 비판을 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당시 TV조선과 조선일보는 ‘주폭과의 전쟁’을 사회적 의제로 설정해 각종 기획기사를 양산하던 상황이었다. 최재천 의원은 “언론의 상업성 내지는 정치적 파워 유지를 위하여 발언의 진의가 무엇인지 명백한 상황에서도 애써 무시하고 잘라내어 입맛에 맞게 헤드라인을 뽑고 왜곡 보도해 나의 정치적 신뢰성과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 조선일보 7월 19일자 11면 기사.
최재천 의원실 관계자는 “국가 폭력에 비하면 주폭은 사소한 것일 수 있다는 걸 강조한 표현이었는데 이게 보도로 왜곡됐다. 현재까지 TV조선 측 해명도 전혀 듣지 못한 상황”이라고 말한 뒤 “TV조선 보도와 조선일보 기사만 믿고 의원실로 항의전화를 하는 이들이 꽤 많아서 참다 참다 언론중재위로 가게 됐다”고 밝혔다. 현재 언론중재위원회에선 해당 건에 대해 2차 심리가 진행 중이다. 

해당 리포트를 내보낸 TV조선 최원영 기자는 30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최재천 의원이 말한 내용을 다 보고 들은 뒤 썼다. 왜곡한 내용은 없다. (최 의원) 워딩 그대로 썼다”고 말했다. 최 기자는 “최재천 의원이 주장하고 싶어 했던 올바른 공권력에 대한 부분도 (리포트에) 담았다. 왜곡 의도는 없었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이희완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이번 보도는 마치 최재천 의원이 경찰서에서 경찰관을 폭행해도 괜찮다는 식으로 몰고 갔다”며 “앞뒤맥락을 생략하고 의도했던 대로 사실을 짜 맞추는 전형적인 조중동식 왜곡보도”라고 비판했다. 이희완 사무처장은 “TV조선이 당시 주폭 시리즈에 맞게 보도하고 싶은 대로 제목을 달고 공격한 것 같다. 같은 날 조선일보 지면기사 역시 제목이 기사의 전체 맥락을 왜곡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7월 19일자 조선일보 11면 기사 제목은 (“파출소서 깽판 좀 부렸기로 그게 뭐가 잘못이냐”)였다.

정철운 기자 | pierce@mediatoday.co.kr  

2012년 3월 8일 목요일

[사설]구럼비가 운다, 제주도가 운다


이글은 경향신문 2012-0307일자 사설 '[사설]구럼비가 운다, 제주도가 운다'를 퍼왔습니다.
역사를 들먹이는 것이 때로는 비겁할 수 있다. 그러나 오늘은 역사를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이명박 정부가 어제 구럼비 바위 지역에서 발파를 강행한 것은 부끄러운 역사의 한 장면으로 기록될 것이다. 제주 서귀포시 강정마을 바닷가에 펼쳐진 구럼비 바위는 국내 유일의 바위 습지이자 세계적 희귀지형이다. 강정마을 일대는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이며 정부와 제주도가 지정한 해양보호구역·문화재보호구역이기도 하다. 이처럼 귀하고 아름다운 곳에 해군기지를 건설하겠다며 폭약을 퍼붓는 행태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만행이다.

우리는 ‘평화의 섬’ 제주도에 해군기지를 건설하는 것은 명분 면에서 문제가 있을 뿐 아니라 절차적으로도 심각한 하자가 있음을 계속 지적해왔다. 최근 민간단체도 아닌 국무총리실 산하 기술검증위원회가 기지 설계에 오류가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는데도, 정부는 공사를 밀어붙였다. 여기에 4·3사건과 같은 아픈 과거사를 지닌 제주도민들의 마음을 헤아리기는커녕 무차별 연행을 일삼는 등 공권력을 마구잡이로 휘둘렀다.

이명박 정부는 왜 이처럼 무모한 일을 자초하는가. 언급하기도 민망하지만 ‘오기’가 작용했을 법하다. 한반도 대운하에서 물러서고, 세종시 문제에서 분루를 삼켰으며, ‘속도전’으로 강행한 4대강 사업의 폐해가 드러나는 상황에서 또다시 밀려서는 안된다는 생각 말이다. 한 달여 남은 총선에서 야권이 승리할 경우 기지 건설이 완전히 물건너갈 것이라는 우려도 보태졌을지 모른다. 문제는 이 지점에 있다. 민주국가의 정부는 시민의 뜻에 따라 정책을 집행해야 한다. 여론을 거스르며 오기를 부려서는 안된다. 제주 해군기지 건설 계획이 참여정부 당시 결정됐다고 그 책임을 떠넘기는 것도 비겁하다. 지금 구럼비 발파를 강행하는 것은 노무현 정부가 아니라 이명박 정부이고, 공사를 멈출 수 있는 것도 노무현 정부가 아니라 이명박 정부이다. 

제주도는 해군기지 공유수면 매립공사 정지명령을 사전예고하면서, 청문기간 동안 공사를 일시 중지해줄 것을 해군에 요청했다. 국방부는 그러나 “계획대로 공사를 실시할 것”이라며 구럼비 발파를 계속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평화를 지키기 위해 기지를 건설한다면서 그 과정에 ‘반평화적’ 방법을 동원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국가폭력’에 불과하다. 국가안보의 기본적 토대는 시민의 자발적 동의다. 시민들이 쇠사슬에 몸을 묶어가며 저항하는 군사기지를 수백개 건설한다 한들 안보가 보장되겠는가. 한 나라 안에 ‘전쟁터’를 만들고 신부와 수녀들이 목숨 걸게 하는 정권은 ‘나쁜 정권’이다. 구럼비의 눈물, 제주도의 눈물을 기억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망각하는 순간, 역사는 되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