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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4월 23일 월요일

"9호선 요금 논란, 토건금융권력과 시민권력과의 싸움"


이글은 프레시안 2012-04-23일자 기사 '"9호선 요금 논란, 토건금융권력과 시민권력과의 싸움"'을 퍼왔습니다.
[기고] "지하철 9호선이 적자?…투자자는 배당수익 4배 챙겨"

1994년 8월 3일 '사회간접자본시설에 대한 민간자본 유치 촉진법'이 처음으로 제정된다. 이것이 현재 사회적 쟁점으로 떠오른 지하철 9호선 사태로 주목 받게 된 '사회기반시설에 관한 민간투자사업법' 모태이다. '민자유치촉진법'에 따라 1995년 한국 최초의 민자 사회간접자본 사업으로 추진된 것이 이른바 "영종도 신공항 고속도로 프로젝트"였고 이에 따라 지금의 인천공항고속도로가 건설됐다. 신공항의 민자사업추진 이후 사회간접자본(SOC)에 대한 민간투자유치는 대폭 확대된다.

한국경제는 중공업, 중화학공업과 전기전자 분야의 눈부신 발전으로 경제적 도약을 끊임없이 이뤄왔다. 그러나 SOC분야에 대한 투자 부족은 지속적인 경제발전을 위한 토대를 만드는 데 걸림돌이 됐다. 특히 경부고속도로의 성공신화와 자동차산업의 급격한 발달로 인한 도로건설위주의 정책은 균형적인 국토발전과 산업발전의 장애요소로 다가왔다. 특히 1980년대 중반까지 SOC분야 시설규모는 선진국 대비 45%의 수준이어서 매출액 대비 10%에 불과한 선진국보다 높은 19%에 달하는 물류비는 한국기업들의 국제경쟁력까지 떨어뜨렸다.

이런 상황에서 용량한계에 다른 철도수요를 감당할 고속철도의 건설, 포화상태에 이른김포공항을 대체할 국제공항의 신설, 내륙 곳곳의 고속도로망 확충 등 광범위한 SOC 투자 사업이 계획되거나 진행됐다. 이에 따라 엄청난 국가재정이 필요했다. 결국 국가재정의 부담을 완화한다는 명목으로 국내 대기업들의 자본 유치를 촉진하는 법이 만들어져 민간사업이 추진되었으나 1997년 IMF외환위기는 민간자본유치사업의 전망을 어둡게 한다. 결국 민간의 투자유치를 더욱 촉진시키는 지원체계를 구축하고 외국자본 유치의 제약을 없앤 새로운 전면개정 법률인 '사회간접자본시설에 대한 민간투자법'이 탄생한 것이다.

민간투자 사업, 각종 혜택 받아 '황금알 낳는 거위'

이후 민간투자 사업은 중앙정부와 전국의 지자체가 앞 다투어 추진하는 사업이 됐다. 민간투자가 활성화되면서 도입된 재정조달 기법이 '프로제트 파이낸싱(PF)'으로 장기자금의 조성과 위험 분산을 위해 국제금융부문에서 사용되어온 방식이다. PF란 특정 프로젝트로부터 발생 가능한 미래의 현금흐름(cash flow) 수익을 담보로 해 해당 프로젝트를 수행하는데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금융기법을 총칭하는 것이다. 이 방식은 민간사업주의 현재 물적 가치나 신용 등을 고려치 않고 가상의 미래가 담보하는 수익에 기초하기 때문에 현재 논란이 된 '최소운영수입제'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예비 타당성 조사에서부터 사업자 선정과 건설과정 등 실제 운영되기 전까지의 모든 과정에서 사업자의 수익보전을 위한 과도한 수요예측을 일상화시키게 되고 이를 근거로 PF으로부터 투자금을 지원받는다. 결국 손실은 최소운영수익보장제에 의해서 보존받아 손해보지 않는 민간투자사업으로 설계가 이뤄졌다.

현재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민간투자법'이라는 이름으로 법적 기반을 갖고 있는 민간 투자 사업은 그동안 정부의 끊임없는 민간투자 확장 방침에 따라 잦은 개정을 반복해 시민사회의 반대여론을 무시하고 학교, 복지, 보건의료 영역까지 포괄하는 광대한 사적자본의 이윤보장 제도로 자리잡았다. 국공유 재산의 무상임대 및 처분 혜택, 토지취득 및 보상에 대한 혜택, 각종 지원제도 등 기업 입장에서는 민간투자사업은 그 어떤 투자 대상보다도 리스크가 적고 고수익을 보장하는 완벽한 투자 사업이 됐다.

결국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사회 전체적으로 공적으로 유지되어야 하는 필수적인 사회기반시설에 공공적 영역이 감소하고 사적 이윤체제로의 전환이 지속적으로 이뤄진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2009년 기획재정부의 발표를 통해 "정부재정지출 효율화를 위해 민간투자사업을 계속 확장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동안 민간 투자 사업에 대한 여러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음에도 재벌을 위한 정책을 지속하겠다는 정권의 선언이었다.

민영화된 공항철도 1조 넘게 들여 재공영화…초국적 금융기업에 주식 넘어갈 뻔

사실 9호선 문제가 발생하기 전부터도 민자사업에 대해 시민들의 불만은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다. 최초의 민자사업인 인천공항고속도로는 당시 공항으로 가는 대체수단이 없는 유일한 필수 공공시설임에도 민자사업으로 진행해 이용자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높은 이용요금을 물을 수밖에 없었다. 시민들이 '요금인하 대책위'까지 만들어 헌법소원까지 냈으나 뱃길도 대체도로일 수 있다는 등의 내용이 담긴 코미디 같은 판결은 토건재벌의 손을 들어줬다. 시민들은 이에 대항해 '톨게이트에서 동전보따리로 통행료 내기' 같은 저항으로 민자고속도로의 횡포를 고발했던 사실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 '사회공공성 강화와 인천공항고속도로 통행료 폐지를 위한 범시민대책위원회' 소속 시민들이 지난 2007년 개별적으로 민영화된 인천공항고속도로 요금소를 통과해 통행료 7100원을 10원과 50원, 100원짜리 동전으로 내는 시위를 벌였다. ⓒ연합뉴스

현재 진행중인 KTX 민영화 추진논리와 같이 민간경쟁체제도입을 통한 효율적 경영으로 새로운 철도경영의 모델을 보여주겠다던 인천공항철도는 더욱 심각한 문제를 노출시켰다. 예측수요의 7%라는 경이적인 이용률을 보이며 세계최고의 한적한 철도라는 조롱을 당했던 인천공항철도는 결국 1조2000억 원의 적자를 철도공사에 떠넘기며 다시 공영화되었다.

그런데 이 공영화 과정에서 자칫하면 엄청난 시민들의 세금이 또 낭비될 뻔 했다. 2009년 3월 30일 국토부는 "인천공항철도 민간투자사업 합리화 대책마련"이라는 보도자료를 내고 한국철도공사가 출자지분을 인수하기로 하는 협상에 나서겠다는 발표를 한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이 보도자료에서 밝히고 있는 인천공항철도의 대주주인 현대컨소시엄의 행태다. 현대는 매각대금을 챙기고 인천공항철도사업에서 손을 떼는 수순에서 민자사업과 관계규정에 따라 금융권에 지분매각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2007년 5월 현대는 정부승인을 전제로 맥쿼리 한국인프라투융자사 등과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하고 2008년 4월 국토부에 승인을 신청한다. 국토부는 전문기관 연구 및 기재부와의 협의를 거쳐 현대의 승인 요청을 거부하고 인프라투융자사에 매각하려 했던 기존건설사 출자 지분을 공기업인 한국철도공사가 매입하는 것으로 결정한다. 금융권에 지분 매각 이후에는 정부에서 근본적인 대책강구가 불가능하다는 것이 당시 국토부가 밝힌 이유였다. 만약 이때 현대의 의도대로 인천공항 철도가 맥쿼리 등의 민간 투융자사에 넘어갔다면 시민들이 감내해야 할 고통은 상당했을 것이다.

이처럼 민간투자관련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었지만 사회적 문제가 되지 않고 은폐되거나 외면됐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정치권력이 토건족이나 금융자본과 밀접히 유착되어 있고 이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데 너무나 익숙했기 때문이었다. 아마도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선거에서 당선되지 않았다면 서울시 측에서 '지하철 9호선의 경영위기를 설명하는 보도자료를 내면서 요금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시민들을 설득했을 것이다. 이번 지하철 9호선의 문제는 시민우선 정책을 시정의 제1로 삼는 박원순 시장 체제가 아니었으면 유야무야 끝났을 것이다.

토건금융권력과 시민권력과의 한 판 싸움이 시작된 것이다. 새누리당이나 민주통합당의 정치인들이 장악한 정치지형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민주통합당의 입장에서는 자신들이 새누리당과 같은 취급을 당하는 것이 억울할지도 모르겠지만 민주통합당 출신 일부 지자체장의 추진 정책이나 특히 지난 총선 때 수도권 출마 후보들이 공동 공약으로 경인선 지하화를 약속하면서 민간투자법에 의한 재정조달 방안을 내세우는 것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민간투자사업의 실상을 모르고 공약했다면 그만큼 정책 능력이 부족한 것이고 알고 그랬다면 이권을 나누는 무리와 한 통속이라는 것이다. 민주통합당이 차기 대선에서 진정으로 민심을 얻으려면, 그리고 진정으로 99%의 국민들을 위한다면 현재 박원순 시장이 시민들로부터 받고 있는 지지의 근원이 어디에 있는지 꼼꼼히 돌아봐야 한다.

지하철 9호선 적자의 대부분은 대주주 금융사가 챙겨가는 이자

지하철 9호선의 문제로 한 발 더 들어가 보자. 그동안 최소운영수익보장제나 주주사의 높은 이자비용 챙기기 같은 문제는 많이 다루어 졌으니 지하철 9호선의 사업구도를 분석해 보자. 그러면 효율적인 민간경쟁체제의 진면목이 보인다.


▲ 중층적 다단계로 얽히고설켜 있는 지하철 9호선 사업구도. 9호선은 수백억 원의 손실을 보았으나 이 손실의 대부분은 금융사에 지불하는 이자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러한 가운데 운영사에 투자한 베올리아와 현대는 지하철 9호선에 각각 8억과 2억을 투자해서 불과 2년 만에 35억2000만 원과 8억8000만 원의 배당 수익을 챙겼다. 결국 적자는 국민의 세금으로 메워진다. ⓒ박흥수

서울시는 이명박 대통령이 시장으로 재직하던 2005년 메트로9호선 주식회사와 '실시협약'을 체결한다. 9호선 사업권의 총괄 주체가 된 '메트로9호선 주식회사'는 '9호선운영주식회사'와 9호선 운영과 유지보수 협약을 체결한다. 대주주인 현대로템은 베올리아사와 협약을 맺고 함께 운영회사에 출자한다. 베올리아사가 대주주인 '9호선운영주식회사'는 현대로템을 주축으로한 특수목적법인(SPC)과 유지보수 계약을 체결한다.

위 표와 같이 중층적 다단계로 서로 얽히고설킨 채 일반 시민들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구도의 운영체제를 구축해 놓은 것이다. 그러나 9호선 운영체제의 핵심은 자신들이 뽑아낼 수 있는 수익은 다 뽑아 가면서 책임은 면하는 교묘한 시스템을 만들어 놓았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세후 실질사업 수익률을 8.9% 보장한다'는 협약에 따른 최소수익 보장분과 공공할인 분으로 '메트로9호선 주식회사'에 2009년부터 2011년 까지 715억 원을 지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1년 감사원 보고자료에 따르면 지하철 9호선은 수백억 원의 손실을 보았다. 물론 대부분의 손실분이 대주주 금융사가 챙겨가는 이자 부분으로 밝혀졌지만 지하철 9호선은 심각한 적자를 보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이런 가운데 운영사는 만만치 않은 수익을 챙기는 것으로 드러났다. 운영사는 2009년 개통이후 72억 원의 순이익을 챙겼다. 운영사 지분을 8:2로 나눠갖고 있는 베올리아와 현대는 각각 8억과 2억을 투자해서 불과 2년 만에 35억2000만 원과 8억8000만 원의 배당수익을 챙겼다. 투자액 대비 엄청난 수익을 창출해냈다. 또 이런 수익에 대해 법인세조차 단 한 푼도 걷을 수 없는 제도상의 맹점까지 활용하는 선진기법을 보여준다. 깨알같이 알뜰하게 시민의 세금을 챙겨가는 효율적 경영시스템 속에 이용시민들은 환승할인 혜택도 못 받고 혼잡시간 증차요구도 묵살 당하면서 요금은 더 내라는 협박을 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금까지 민간투자사업은 국민들의 세금을 빨아들여 재벌들의 이익을 챙겨주는 블랙홀 역할을 하고 있었다. 민자사업과 관련해 수많은 공청회나 학술회의가 열렸지만 화려한 프리젠테이션과 수학공식과 경제학 이론 속에서 민자사업으로 고통받고 있는 시민들의 목소리는 어디에도 없었다.

"기반시설 민영화 제한하는 법 만들어야"

그러나 수십년 만에 처음으로 시민의 입장에서 시정을 바라보는 시장이 들어서면서 이제 까지 화려한 껍데기에 가려져 있던 민간투자사업의 곪고 곪은 상처가 터진 것이다. 박원순 시장이 '시민의 뜻을 물어 9호선의 재 공영화를 추진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밝힌 것은 서울시민에게는 커다란 선물이 될 것이다. 장기적으로 보면 서울시에서 지하철 9호선을 매입해 공적운영체제로 유지하는 것이 서울시민들에게 훨씬 이로운 결과를 가져다 줄 것이기 때문이다. 서울 같은 메트로폴리탄의 필수적 기반시설인 지하철은 선진경영기법이라는 미명 아래 겉으로는 손실을 보는 척 하면서 속으로는 세금을 빨아들이는 민영화는 올바른 정책이 아니다. 특히 서울시 지하철은 일본 동경도 등의 경우처럼 독립적 단일 노선이 많은 게 아니라 모든 노선이 서로 환승이 가능하고 전체가 일원적 네트워크로 묶여 있으므로 이 망의 균질적 발전이 가장 효율성을 담보하는 것이다.

지하철 9호선 사태로 우리는 두 가지 숙제를 부여 받았다. 하나는 민간투자법과 민간투자사업에 대하여 어떤 수술을 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현재와 같은 민간투자사업은 당장 중지되어야 한다. 과도한 혜택과 감시기능의 부재, 준비, 시행, 운영과정에서의 투명성 확보 등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특히 민자사업의 대상에 대한 조정도 반드시 필요하다. 대도시 지하철이나 국가 간선 철도망, 고속도로 망 등 필수기반시설의 민영화나 민간투자유치는 법적으로 제한을 두는 방법도 모색될 수 있겠다.

남은 하나는 도시철도 망에 대한 장기적 정책추진 방향이다. 서울시를 중심으로 수도권 광역도시 철도는 철도공사, 서울메트로, 도시철도공사, 9호선 운영사, 신분당선 등 여러 운영기관이 있다. 이들 다양한 운영기관의 효율적 통합도 고려해볼 시점이 됐다. 9호선과 신분당선은 민간투자법에 의한 민영회사로서 도시철도 네트워크의 공동망에연결되어 있으면서 이질적인 환승 및 요금체계를 만들게 된 요인이다. 따라서 이들 민영 지하철회사의 재공영화나 공공적 역할의 강화는 서울시의 교통체계를 시민친화적으로 만드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앞으로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토건금융족들의 반격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시민을 위한 지하철을 만들기 위한 장정에 나선 박원순 시장과 서울시를 시민들이 격려하고 지켜줘야 할 이유는 분명하다. 지하철은 재벌의 것이 아니라 시민들의 것이다.



/박흥수 사회공공연구소 철도정책객원연구위원

2012년 3월 7일 수요일

기고 철도를 멈춰서라도 KTX 민영화를 막아야 합니다


이글은 레프트21 2012-03-03일자 기사 '기고철도를 멈춰서라도 KTX 민영화를 막아야 합니다'를 퍼왔습니다.
정부는 KTX를 민영화하면 요금도 낮아지고, 서비스도 좋아지고, 삶의 질도 높아질 것처럼 말합니다. 
하지만 민영화하면 기업주들은 엄청난 혜택을 얻겠지만, 99퍼센트의 보통 사람들은 얻을 게 없습니다. 
노동자들은 저임금과 고용불안과 빚더미에 앉을 것입니다. 



△2월 4일 철도노조 결의대회 투쟁 채비를 시작한 철도 노동자들 ⓒ사진 이윤선

‘민영화로 KTX 요금을 낮추자’는 정부의 논리는 그럴싸해 보일 수 있습니다. KTX가 흑자 노선이니, 실제 그렇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철도에는 KTX 같은 흑자 노선만 있는게 아니라 적자 노선도 있습니다. 공항철도, 경춘선, 경의선 모두 적자 노선입니다. 
그러니 KTX에서 난 수익을 다른 노선의 적자를 메우는 데 사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민영화로 이런 ‘교차 보조’를 안 하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하거나 적자 노선을 폐지할 수밖에 없겠죠. 이것은 있어서는 안 되는 일입니다.
철도는 필수 공공서비스재입니다. 마땅히 수익이 나지 않는 노선도 운영을 해야 합니다. 요금 인하와 서비스 개선을 위해서는 KTX를 민간에 팔아넘길 게 아니라, 정부 지원을 대폭 늘려야 합니다. 공공성을 더 확대해야 합니다.
그런데 정부는 반대로 가고 있습니다. 철도공사는 지금 철저히 수익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공항철도 직통 노선, 경춘선 ITX는 빠르고 편리하지만 요금이 굉장히 비쌉니다. 돈 없는 사람은 공공서비스에서도 차별받게 되는 것입니다.
안전에도 문제가 많습니다. 경의선은 개통한 지 겨우 2~3년밖에 안 됐는데, 비가 오면 승강장에서 물이 샙니다. 열차 검수도 주기가 점점 더 길어지고 인원까지 줄다 보니 사고가 날 수밖에 없습니다.
필수유지업무도 필요 없다
보수 언론들은 ‘철도 매표원 연봉이 6천만 원’이라며 공격하지만, 그러려면 20~30년 이상 근속을 해야 합니다. 그 나이면 대부분 대학생 자녀가 있습니다. 
지금 등록금이 얼마나 비쌉니까? 최근에는 전셋값도 폭등해 철도 노동자들 사이에서는 ‘월급 받아서 은행에 다 준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습니다. 살기는 힘들어지는데, 임금을 낮춰야 한다는 압력이 너무 심합니다.
민영 회사에선 이런 일이 더 심해질 것입니다. 이윤을 목적으로 하는 기업들은 요금을 더 올리고, 안전 문제는 등한시하고, 인력을 감축할 것입니다.
민영화의 핵심은 비정규직 확대이기도 합니다.
KTX가 민영화되면 지금도 한창인 구조조정이 더 심해질 것입니다. 가장 큰 문제는 고용불안입니다. 공사 측은 제가 맡고 있는 운수 분야도 외주화하려 합니다.
선로 유지ㆍ보수 업무나 전기 업무도 외주화하려 하고 있습니다.
서울ㆍ용산ㆍ대전ㆍ부산ㆍ동대구 등 KTX가 지나는 큰 역들은 매표 업무의 90퍼센트 이상을 코레일이 아닌 자회사가 맡아서 하고 있습니다. 자회사 노동자들의 대부분은 비정규직입니다. KTX 민영화는 이런 현상을 더 부추길 것입니다.
이 때문에 저와 함께 일하는 동료들 사이에선 ‘정부가 민영화를 강행하면 곧바로 파업에 들어가야 한다’는 정서가 큽니다. 일부는 기다리지 말고 당장 파업에 들어가자고도 합니다.
2010년보다 분위기는 훨씬 좋습니다. 지금 동료들은 “필수유지업무고 뭐고 다 필요 없다”, “이래도 불법이고 저래도 불법인데 철도를 제대로 멈춰야 한다” 하고 말합니다.
그동안 노조 지도부는 ‘필수유지업무 조항을 지키면서 합법적으로 파업하자’고 얘기했습니다. 그런데 사실 막상 파업에 돌입하고 나면 죄다 불법이었습니다.
파업을 하려면 기관사들이 중요한데, 이쪽에서도 불만이 높습니다. 워낙 열차 사고도 많고 이에 따른 과도한 징계도 많기 때문입니다. 열차 사고는 개인이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인데 말입니다.
정말이지, 정부가 민영화를 강행하면 즉각 파업에 돌입해야 합니다. 파업의 절차를 따질 때가 아닙니다. 민영화는 우리에게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입니다. 더구나 현장 노동자들은 이번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완전히 깨지길 기대합니다. 그만큼 자신감도 조금씩 나아지고 있습니다.
노조 지도부가 더 분명한 투쟁 의지를 보여 줘야 합니다. 그래야 현장에서도 더 효과적으로 조직하고 조합원들의 힘을 모을 수 있습니다.
민영화를 막기 위해 함께 싸웁시다.

2012년 1월 2일 월요일

인천공항 이어 이번에는 KTX 민영화?


이글은 시사인 2012-01-02일자 기사 '인천공항 이어 이번에는 KTX 민영화?'를 퍼왔습니다.
정부가 KTX 사업권을 민간 업체에 넘기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철도 공공성을 크게 훼손하는 일이라는 지적이다. 이를 총괄하는 인사가 인천공항 민영화를 밀어붙였던 인물이어서 문제가 더 크다.

공항 다음은 철도다. 기간산업 민영화를 적극 추진해온 이명박 정부의 마지막 민영화 대상으로 고속철도(KTX)가 떠오르고 있다.

정부는 2014년 완공되는 서울 수서-경기도 평택 구간 사업권을 민간 업체에 넘겨 KTX에 경쟁 체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신설되는 수서-평택 구간 사업권을 따낸 회사는, 평택 이후로는 기존 노선을 이용해 경부선·호남선 고속철도 사업을 할 수 있다. 즉, 민간 사업자가 KTX를 운영할 길이 열리게 된다. 국토해양부는 12월27일로 예정된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이 같은 내용을 보고할 것으로 알려졌다.


ⓒ뉴시스 6월28일 열린 수도권고속철도(수서-평택 구간) 기공식.

정부 논리의 핵심 골격은 정부 출연 연구기관인 한국교통연구원(KOTI) 이재훈 박사가 올해 9월 내놓은 라는 발표문에 집약되어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약발이 떨어진 ‘민영화’라는 단어 대신 ‘경쟁체제 도입’이라는 표현을 쓴 것이 눈에 띈다. 이 발표문에서 KOTI가 드는 여러 민영화 추진 근거 중에서도 핵심은 ‘운임 20% 감축’이다. 발표문은 서울-부산 구간 운임이 현재 5만1800원에서 4만1400원까지 내려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발표문은 또한 정부와 관련 산업의 이점도 나열했다. 정부는 선로 사용료 수입이 늘고 철도공사에 들어가는 지원 예산을 줄일 수 있다. 철도차량을 더 만들게 되고 관련 산업 일자리가 늘어난다. 산업 이름만 바꿔서 재활용해도 될 만한, 전형적인 민영화론이다.
사업성 좋은 KTX만 따로 떼서 민간에

민영화론의 최대 역설은, 공기업의 방만한 경영을 개선하겠다는 논리로 무장한 민간 자본이 실제로는 공기업 사업 분야 중 가장 수익성이 높은 사업만 골라 노린다는 사실이다. 여전히 민영화 논란이 한창인 인천공항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론대로라면 민간 자본은 방만한 경영 때문에 저평가된 적자 공항을 싸게 사서 수익성을 올려야 하겠지만, 실제로는 높은 수익성을 자랑하는 인천공항 말고는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철도 역시 마찬가지다. 철도사업법은 2004년부터 이미 철도공사 외의 민간 법인이 철도 운영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돈 안 되는’ 중·단거리 노선(새마을·무궁화 노선)이나 화물 노선에 참여하겠다는 민간 법인을 찾기는 쉽지 않다. 그러던 중 정부가 알짜 사업인 KTX 노선을 민간에 넘기겠다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비로소 경쟁 도입 논의가 활발해졌다.


KTX 요금만 놓고 보면 인하할 여지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수익성이 좋기 때문이다. 철도공사 자료를 봐도, KTX의 원가보상률(원가 대비 수익)은 106.7%다. 원가보다 수익이 높다. 여기에 KOTI의 민간 자본 사업성 분석 자료를 보면, 감가상각비를 제외하고 인건비·운영경비를 75%만 적용(민간 사업자의 운영 효율화 등을 고려해 나온 수치라고 밝혔다)하는 등 원가를 절감한 결과, 신규 사업자의 수익률은 현 운임을 받을 때 11.7%, 현 운임의 80%를 받을 때 8.8%로 예상된다는 결과를 냈다.

문제는 KTX가 철도공사 사업 중 사실상 유일하게 돈 되는 사업이라는 사실이다. 철도공사는 철도 공공성을 유지해야 하므로 중·단거리 노선(새마을·무궁화 노선)과 화물 노선을 운행하는데, 일반철도의 원가보상률은 49.7%, 광역철도는 87.5%, 물류철도는 47.4%에 불과하다. ‘돈 먹는 하마’라 불릴 만하다. 

즉, KTX에서 올린 수익으로 전체 철도의 공공성을 부족하나마 지탱하는 것이 현 철도사업의 구조다. KTX 수익률이 높게 책정된 이유 중 하나도 바로 이 ‘교차보조’ 때문이다. 그러니 KTX만 따로 떼놓고 보면 요금이 과다 책정된 사업처럼 보이는 착시가 일어난다. 더욱이 교차보조를 전제로 형성된 KTX의 사업성을, 교차보조 의무가 없는 민간 자본이 가져간다는 것은 특혜인 동시에 철도 공공성을 위협하는 요인이다. 중·단거리 노선이 더욱 축소되거나, 결국 세금을 투입해야 하는 상황으로 귀결될 수 있다.

서울 수서역에 새로 들어서는 KTX 역사는 강남권 이용자들의 수요를 빨아들일 것으로 예상된다. 철도공사는 철도의 공공성을 고려해서 ‘돈 안 되는’ 역도 어느 정도 정차해야 하지만, 민간 기업은 그런 부담을 질 필요도 없다. 

KTX 민영화 문제를 감시해온 경실련의 윤순철 기획실장은 민영화 반대 논리를 세 가지로 정리했다. “첫째, 교차보조를 전제로 운임이 책정된 KTX만 떼어 민간에 주는 것은 그 자체로 특혜다. 민간 자본의 위험 부담이 거의 없다. 둘째, 철도산업은 운영체계가 매우 복잡한데, 공사와 민간이 중복 운영하면 사고 위험이 증가한다. 셋째, 철도공사의 부채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사라진다. 철도 공공성이 위협받고 혈세가 들어가게 된다.” 

보고서를 낸 KOTI의 ‘전적’도 화려하다. KOTI는 1999년 인천공항철도 수요 예측 연구를 맡아, 개통 첫해 하루 평균 21만명으로 시작해 2021년에는 82만명이 이용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았다. 하지만 실제로 개통 후 2년간 하루 평균 이용자는 1만7000명 수준이었다. 더욱이 민간 투자자로 참여한 현대건설과 정부는 예측 수요를 밑돌 경우 손실분을 정부가 채워주는 MRG(최소 수입 보장) 협약까지 맺은 터였다.



ⓒ청와대제공 2004년 3월30일 서울역에서 열린 경부고속철도 1단계 개통식에서 열차가 역사로 들어오고 있다.

KOTI의 수요 과다 예측은 고스란히 혈세 낭비로 돌아왔다. 공항철도 계약기간인 30년을 채울 경우 정부 추가 지출만 14조원이 발생하리라는 예측까지 나왔다. 결국 2009년 철도공사가 현대건설로부터 공항철도를 인수하는 ‘공영화’가 이뤄졌다. 현대건설은 개발이익과 운영손실 보전액을 고스란히 챙겼다.

KOTI는 2003년 부산-김해 경전철 수요 예측 연구에서, 개통 첫해 하루 평균 17만명, 2030년 32만명으로 수요를 전망했다. 실제로는 개통 첫 한 달 동안 하루 평균 3만명이 이용했다. 이 역시 MRG 협약사업이어서 재정 투입이 불가피하다. 2009년 용인경전철 수요 예측 연구는 아예 검찰 수사 대상에 올랐고 관련 연구원이 출국금지를 당하기도 했다.

인천공항 민영화 사령탑, 철도정책 총괄

여러 우려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정부는 KTX 민영화를 밀어붙일 태세다. 국토해양부는 12월19일 철도정책을 총괄하는 철도정책관에 구본환씨를 임명했다. 구 정책관은 김대중 정부 말기 철도구조개혁단 팀장으로 철도 민영화를 밀어붙였던 ‘민영화 전도사’다. 전임 최정호 철도정책관은 민간 참여 신중파에 속했는데, 현재는 대기발령 상태다.

사흘 후인 12월22일에는 철도정책관의 직속 상관인 교통정책실장 인사가 났다. 신임 김한영 실장은 국토부에서 인천공항 민영화를 추진한 사령탑이었다. 정부가 KTX 민영화에 강한 의지를 내비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토부에서 또 다른 ‘민영화 전도사’로 꼽히는 ㄱ씨도 철도 관련 부서 발령을 앞둔 것으로 알려져, 철도정책 라인이 강성 민영화론자 일색으로 물갈이될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허준영 철도공사 사장이 총선 출마를 위해 12월22일 퇴임했다. 후임 사장으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인사 중에 김희국 국토부 2차관이 있다. 김 차관은 철도 관련 근무 경험이 풍부한 데다가, 국토부 4대강 살리기 기획단장과 추진본부장을 지낸 손꼽히는 ‘MB맨’이다. 철도공사 사장이 KTX 민영화를 주장하는 묘한 장면을 보게 될 수도 있다. 건강보험 반대론자인 김종대씨가 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 된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결국 문제는 여론 동향이다. 정부가 집권 초기부터 야심차게 추진한 인천공항 민영화도 반대 여론이 높아지면서 답보 상태다. 하물며 지금은 레임덕이 시작된 임기 말이어서 여론이 우호적이지 않으면 시도조차 해보기 힘들다. ‘운임 20% 인하’를 가장 먼저 내세우고, ‘민영화’ 대신 ‘경쟁체제 도입’이라는 표현을 쓰는 등, 정부도 초기 여론전에 신경을 많이 쓰는 모습이다. 국토부 장관의 대통령 업무보고가 끝나면 요금 인하에 초점을 맞춘 기사도 쏟아질 전망이다. 민주당 김진애 의원은 “철도의 공공성을 강화해야 할 정부가 앞장서서 민영화를 추진한다. 돈 되는 사업만 민간이 가져가고, 돈 안 되는 공공 서비스는 더욱 쪼그라들게 될 것이다. 인천공항 민영화와 판박이다. 이런 속 보이는 주장을 요금 인하로 포장한다고 해서 속아 넘어가는 국민은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2011년 12월 12일 월요일

[사설]사내하청 남용이 빚은 공항철도 선로 참변


이글은 경향신문 2011-12-11일자 사설 '[사설]사내하청 남용이 빚은 공항철도 선로 참변'을 퍼왔습니다.
서울역과 인천공항을 운행하는 코레일공항철도에서 지난 주말 작업 중이던 노동자 5명이 열차에 치여 숨졌다. 사고를 당한 노동자들은 공항철도의 선로작업을 하청받은 코레일테크(주) 소속으로, 원청인 코레일공항철도(주)의 사내하청 비정규직이다. 참변의 원인은 막차 운행이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이들 사내하청 노동자가 선로 보수 작업에 투입됐다는 점이다. 기본적인 안전수칙조차 지켜지지 않은 것이다. 안전과 직결된 선로 보수·유지 업무까지 사내하청에 떠넘긴 코레일공항철도의 안전불감증에 이번 참변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코레일공항철도는 이번 참변에 대해 발빼기로 일관하고 있다. 선로작업의 모든 책임은 코레일테크에 있고, 사고 원인은 노동자들이 승인도 없이 작업을 개시한 탓이라는 것이다. 무책임하고 뻔뻔하다. 진상규명이 남아있지만 정황은 코레일공항철도의 안전불감증을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선로작업 10~20년 관록의 희생자들이 지시 없이 작업을 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다. 더구나 코레일테크의 안전책임자는 사고 현장에 없었고, 희생자들은 야광 반사판 같은 보조장구도 갖추지 못했다고 한다. 원청인 코레일공항철도가 마땅히 해야 할 하청업체와 하청 노동자에 대한 안전관리를 손 놓고 있다는 뜻이다.

이번 참변은 구조적으로 예견된 사고다. 선로의 유지·보수는 철도의 핵심업무에 속한다. 하지만 코레일공항철도는 안전을 위한 핵심업무조차 사내하청으로 돌리고, 비정규직을 통한 인건비 줄이기에만 골몰해왔다. 코레일공항철도의 하청노동자 참변은 ‘사고철’의 별명을 얻은 고속철을 비롯해 안전보다 비용절감을 우선하는 코레일의 잘못된 철도경영에서 비롯된 인재(人災)라고밖에 할 수 없다. 사내하청을 남발한 원청이 사고 땐 오리발 내밀 궁리만 하는 한 ‘철도 안전’은 공염불에 지나지 않는다.

선로 참변은 두 가지 숙제를 남겼다. 우선 원청인 코레일공항철도의 안전불감증을 낱낱이 밝히는 일이다. 희생자의 진혼을 위해 필수적이다. 재발 방지는 보다 근본적인 과제다. 철길과 철마의 운행을 책임지는 노동자가 안전하지 않다면 승객의 안전은 보장할 길이 없다. 철도 노동자의 산업재해 위험을 가중시키는 사내하청의 남발을 억제하고, 안전 관리에 관한 한 원청에 직접 책임을 물어야 마땅하다. 이는 결국 정부의 몫이다. 노동자의 생존권은 물론 철도의 안전까지 위협하는 사내하청 문제에 대해 정부의 정책대안이 시급한 것이다.

2011년 12월 9일 금요일

'의문점 투성이' 공항철도 사고...유족들 강하게 반발


이글은 민중의소리 2011-12-09일자 기사 ''의문점 투성이' 공항철도 사고...유족들 강하게 반발'을 퍼왔습니다.
현장 책임자 "작업자들이 왜 일찍 들어갔는지 모르겠다" '진술'


9일 발생한 인천공항철도 사고 현장

갑작스레 찾아온 강추위 속에서 야간 선로 동결방지 작업을 하던 노동자 5명이 인천공항철도 열차에 치여 목숨을 잃었다. 이들은 추위를 피하기 위해 귀마개에 두터운 옷을 착용한 채 작업을 하다 달려오는 열차를 피하지 못했다.

경찰에 따르면 9일 0시31분께 인천 계양역에서 1.3km 떨어진 지점에서 선로 동결방지 작업을 진행하던 이화춘(59)씨 등 노동자 5명이 열차에 치여 그 자리에서 숨졌다. 사망자는 이씨와 함께 백인기(55), 추성태(55), 정덕선(53), 정승일(43)씨 등으로 코레일공항철도의 협력업체 코레일테크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다. 또 함께 작업 중이던 이모(39)씨는 다리뼈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고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현장에 있었던 관리 반장 등 2명은 피해를 보지 않았다.

당시 0시5분께 서울역을 출발해 검암역을 향해 달려가던 인천공항철도 마지막열차는 시속 80~100km 사이의 속도로 이동중이었다. 코레일테크의 한 노동자는 "간혹 작업을 하다보면 열차가 불쑥 지나간다"라며 "새로 도입된 차량이며, 경량화 과정 등을 거친 열차여서 바로 눈앞을 지나가지 않으면 소리를 듣기가 쉽지 않다"고 밝혔다.

노동자들은 왜, 정규작업 시간보다 30분이나 일찍?

통상적으로 마지막 열차가 지나간 뒤 작업을 했지만, 이날은 코레일테크 소속 노동자들은 이보다 30분 이른 시간에 선로에 진입했다. 공항철도 측은 막차가 계양역을 통과한 뒤에 작업하도록 작업 승인 시간을 사전에 0시50분으로 계획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노동자들은 미리 작업 구간에서 작업을 벌이다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직후 코레일공항철도 관계자는 "당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작업 시간은 0시50분께부터였다"라며 "왜 마지막 열차가 지나가기도 전에 작업을 진행했는지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족들과 직장 동료들은 이같은 사실에 반발하고 있다.

장례식장을 지키고 있던 故 정덕선씨의 지인 A씨는 "정씨가 이일을 시작한지 6년이 됐다"라며 "자기가 죽을 것을 알면서 막차가 끊어지기 전에 작업을 시작했을 리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원래는 사고구간을 담당한 것도 아니었다"라며 "숨진 노동자들은 인근 지역에서 지난 월요일부터 파견근무 중이었다"고 설명했다. 또 A씨는 "임금노동자가 정해진 시간, 작업량이 있는데 굳이 먼저 스스로 걸어들어가겠냐"라며 "관리직들이나 원청업체의 지시가 있었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A씨는 "현장의 관리 반장이 경찰 진술에서 작업자들이 왜 일찍 들어갔는지 모르겠다"고 진술했다며 "반장만 살았다더라. 반장은 현장에도 없었고, 다른 동료 노동자들은 반장을 '배신자'라 부르며 항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숨진 정덕선씨의 친 누나 정명숙씨는 "사고 직전 작업을 나간다면서 전화가 왔었다"라며 "1, 2년 일한 것도 아니고 자기가 죽을 짓을 할 사람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동생이 최근 파견을 갔다"라며 "요즘 일이 바쁘고 힘들다고 말했다. 무리하게 업무가 진행된 것"이라고 말했다.

장례식장에 있던 코레일테크 관계자는 "모든 것은 경찰 조사를 통해 명확하게 밝혀질 것"이라며 "하지만 현장 근무자들이 왜 그 시간에 들어갔는지는 모르겠다"고 밝혔다. 

코레일공항철도 관계자는 "숨진 이들은 작업신청서를 제출했으며 0시50분께부터 승인했다"라며 "하지만 그 시간에 사고 현장에 있었던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보상 여부는 해당 회사에서 알아서 할 일"이라며 "보상 체계는 잘되어 있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경찰 관계자는 "사망한 노동자들에게는 철로로 진입할 수 있는 문의 자물쇠 열쇠는 없었다"라며 "어떻게 철로로 진입했는지는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숨진 비정규직 노동자들 밤샘작업에 월 180만원

숨진 이 씨등은 코레일테크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다. 코레일테크 사 측은 이들에 대해 "정직원은 아니다"라고 대답하며 처우 등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

숨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유족들에 따르면 이들은 야간근무만 하며 세금 등을 제외하고 한달에 180만원 정도를 받는다.

현재 코레일테크는 사장의 경우 연봉이 1억원이 넘으며, 본사에 근무하는 정규직 직원들의 1인당 평균 연봉은 4000만원을 넘는다. 숨진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보너스나 특별상여금이 전혀 없다. 코레일 테크 사장과 임원들이 성과금으로 3000만원 이상을 챙긴 것과는 대비되는 지점이다.

조한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