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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2월 13일 목요일

전력거래소, 수요예측 연일 빗나가… 매뉴얼도 안 지켜


이글은 경향신문 2012012012일자 기사 '전력거래소, 수요예측 연일 빗나가… 매뉴얼도 안 지켜'를 퍼왔습니다.

ㆍ예비전력 실제와 100만㎾ 이상 차이 나기도

강추위로 전력수급에 비상이 걸렸지만 전력당국의 수요예측은 연일 빗나가고 있다. 전력수급에 이상이 없을 것으로 예측한 날에 비상경보가 내려지는가 하면 심각하다고 밝힌 날에는 전력수급이 정상을 유지했다. 전력난을 핑계로 절차를 지키지 않고 경보를 발령한 사실도 나타났다.

전력거래소는 12일 오전 8시쯤 전력예보를 발표하면서 오전 10시부터 11시 사이에 최대전력이 7420만㎾에 이르고 전기 예비력은 263만㎾에 그쳐 전력경보 ‘주의’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주의 경보는 예비력이 300만㎾ 아래로 20분 이상 지속되거나 250만㎾ 미만으로 낮아질 때 발령한다. 하지만 전력거래소가 예측한 최대전력 사용 시간대와 예비력 수치는 이날 모두 빗나갔다. 거래소는 12일 오전 8시51분쯤 예비력이 353만㎾로 떨어지자 주의보다 한 단계 낮은 ‘관심’ 경보를 발령했다 11시40분쯤 해제했다. 전력 소모량을 과도하게 계산한 것이다. 지난 10일과 11일에는 예비력이 274만㎾와 212만㎾까지 낮아져 ‘주의’ 경보가 내려질 것으로 예고했다. 그러나 10일과 11일의 예비력은 364만㎾와 348만㎾까지만 떨어져 ‘관심’ 경보가 발령됐다. 예비력 예측치와 실제 예비력이 최대 100만㎾ 넘게 차이가 난 것이다. 

12일 오전 서울지하철 시청역에 설치된 전력수급 현황판에 전력경보가 ‘관심’으로 표시돼 있다. 관심 경보는 전력 예비력이 300만㎾ 이상, 400만㎾ 미만일 때 발령된다. | 연합뉴스

지난 7일에는 아예 전력경보가 발령되지 않을 것으로 예측했다 번복하기도 했다. 이날 오전 거래소는 예비력이 430만㎾로 전력수급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오전 11시40분쯤 예비력이 321만㎾까지 떨어지면서 급히 관심 경보를 발령했다. 또 지난 11일에는 예측 시간인 오전 10~11시보다 이른 시간인 오전 8시51분쯤 예비력이 400만㎾ 이하로 떨어지면서 관심 경보가 내려졌다. 

전력당국은 전력경보 발령 매뉴얼도 제대로 지키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전력거래소는 12일 오전 8시51분쯤 전력경보를 내렸다. 당시 예비력은 오전 8시40분까지 400만㎾ 이상을 유지하다 45분과 50분에 373만㎾와 353만㎾로 떨어졌다. 전력경보 중 ‘관심’ 단계는 예비력이 400만㎾ 아래로 20분 이상 지속되거나 350만㎾ 미만으로 낮아질 때 내려야 하지만 규정을 따르지 않고 11분 만에 경보를 발령한 것이다.

전력거래소는 출력 조정 등 경보 발령 당일에야 결정되는 요소들이 있어 전날은 정확하게 전력 소모량을 예측하기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전력거래소 관계자는 “전력 소모량은 거래소가 만든 ‘전력예측 프로그램’을 통해 산정하는데 예측일 전날 입력하는 항목은 민간 자가발전 용량과 사업장에 보조금을 지급하고 전기사용을 자제토록 하는 수요관리 수치 정도”라며 “변압기 조정, 열병합발전소 출력 조정 등으로 확보하는 공급전력은 당일 오전 이뤄지기 때문에 아주 정밀한 전력수요 예측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유희곤 기자 hulk@kyunghyang.com

2012년 8월 3일 금요일

통행료 귀신, ‘맥쿼리 빨대’ 뽑을 수 있을까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8-02일자 기사 '통행료 귀신, ‘맥쿼리 빨대’ 뽑을 수 있을까'를 퍼왔습니다.
[대선쟁점 40문40답 시리즈 세 번째] 민자사업 감축방안

시민경제사회연구소가 정리한 대선쟁점 50문 50답을 연재합니다. 중학교 3학년 학생도 이해할 수 있도록 대한민국 재정 현황과 복지재정 확대 방안을 알기 쉽게 풀어서 설명합니다. 시리즈 세 번째로 홍헌호 소장이 민자사업 감축방안을 이야기합니다.

1. 최근 지하철9호선 요금인상 논란을 계기로 민자사업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부쩍 높아졌습니다. 민자사업은 어떤 사업을 지칭하는 것입니까? 

⇨ 민자사업은 전통적으로 정부의 재정으로 추진하던 도로, 철도, 학교, 하수시설 등 기반시설을 민간자금으로 건설하여 운영하는 제도입니다. 우리나라에서 민자사업은 1994년 이 제정되면서 이듬해인 1995년부터 시행되었습니다.

2. 전통적으로 정부의 재정으로 추진하던 사회기반시설 확충사업에 민간자금을 끌어들이면서 정부가 내세운 명분은 어디에 있었나요?

⇨ 정부의 재정을 보완하고, 민간의 창의와 효율을 활용해 공공서비스의 질을 높인다는 것이 정부가 내세운 명분입니다. 

3. 명분은 그럴 듯한데 국민들의 비난여론이 비등한 것은 무엇 때문인가요?

⇨ 국민들이 볼 때, 민간투자자들이 과도하게 폭리를 취하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4. 민간투자자들이 과도하게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근거가 있나요?

⇨ 국토해양부가 발표한 민자사업들의 보장수익률 내역을 보면 국민들의 판단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2000년의 경우 국고채 10년물 수익률은 7.8%였습니다. 그러나 민자사업에 대한 보장수익률은 9.4~9.7%였습니다. 후자가 전자보다 1.8% 포인트 높았습니다. 

* 인천공항고속도로(2000년 12월 협약) : 9.7%* 대구부산고속도로(2000년 12월 협약) : 9.38%* 일산퇴계원고속도로(2000년 12월 협약) : 9.52%

5. 노무현 정부 때는 어떠했나요?

⇨ 2003년의 경우 보장수익률(8.5%)이 국고채 수익률(5.1%)보다 3.4% 포인트 높았고, 2004년에는 전자가 후자보다 3.3% 포인트 높았으며, 2005년에는 전자가 후자보다 2~2.4% 포인트 높았습니다.

* 인천대교(2003년 6월 협약) : 8.48%* 서울춘천고속도로(2004년 3월 협약) : 8%(세후)    * 용인서울고속도로(2005년 1월 협약) : 7.0%(세후)* 서수원평택고속도로(2005년 1월 협약) : 7.4% 6. 2006년 이후에는 그 격차가 크게 줄어 들었다고 합니다. 사실인가요?⇨ 2006년 부산울산고속도로의 경우 국고채 수익률은 5.2%였는데 보장수익률은 4.2%로 오히려 후자가 작았습니다. 2007년에는 전자가 5.4%, 후자가 6.1~6.4%로 그 격차가 크게 줄어 들었고, 2008년에는 전자가 5.6%, 후자가 5~5.7%로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 부산울산고속도로(2006년 5월 협약) : 4.21%* 평택시흥고속도로(2007년 7월 협약) : 6.11%(세전)* 인천김포고속도로(2007년 7월 협약) : 5.7%(세전)* 안양성남고속도로(2007년 7월 협약) : 6.4%(세전)* 광주원주고속도로(2008년 5월 협약) : 4.99% 

지난 2009년 7월 개화역에서 열린 서울 지하철 9호선 개통행사. 김포공항과 강남권을 연결하는 서울 지하철 9호선 중 이날 개통된 노선은 김포공항~신논현 간 1단계 구간이다. ©연합뉴스

7. 2000년대 후반기 자료를 보면 국고채 수익률 이상으로 민자사업 수익률을 보장하지 않아도 협약이 체결되었는데 왜 2000년대 전반기에 관료들은 민자투자자에게 터무니없이 높은 수익률을 보장했을까요?

⇨ 정부와 지자체의 권력자들이 실적경쟁을 시켰고, 또 민자사업 전반에 대한 적절한 감시·통제장치가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8. 2000년대 후반기처럼 국고채 수익률과 보장수익률이 유사해도 협약이 체결될 수 있다면, 이 정도 수익률을 보장하고 민자사업을 확대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만하다는 주장이 나올 법 합니다. 

⇨ 단순히 민자사업 보장수익률만으로 이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할 수는 없습니다. 대부분의 민자사업에서 정부가 용지보상비의 100%를 지원하고 있고, 또 총투자비의 30~50%의 건설보조금을 주고 있습니다. 또 맥쿼리인프라와 같은 민자사업 투자자에게는 법인세가 100% 면제되고 있습니다. 이런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판단해야 합니다.

9. 맥쿼리, 맥쿼리 하는데 맥쿼리의 공식 명칭이 무엇입니까?

⇨ 최근 언론에 자주 보도되고 있는 맥쿼리의 공식 명칭은 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회사(Macquarie Korea Infrastructure Fund, MKIF)입니다. 약칭으로 ‘맥쿼리인프라’라 불립니다. 이 회사는 2002년 12월 맥쿼리그룹과 신한금융그룹이 공동으로 설립했습니다. 

10. 맥쿼리인프라의 대주주들은 어떤 사람들인가요?

⇨ 맥쿼리인프라 대주주들의 지분율을 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군인공제회가 11.8%, 신한금융그룹이 11.2%, 대한생명이 7.7%, 맥쿼리그룹이 3.8%의 지분을 가지고 있습니다.11. 맥쿼리 그룹의 지분율이 의외로 작습니다.

⇨ 맥쿼리 인프라 문제의 본질은 외국 자본 맥쿼리그룹만의 폭리 문제가 아니라, 맥쿼리 인프라의 대주주인 국내외 금융자본의 문제입니다. 대주주인 국내외 금융자본이 한통속이 되어 폭리를 취하고 있는 것입니다. 12. 이들이 맥쿼리인프라를 설립한 계기는 어디에 있었나요?

⇨ 이들이 올해 5월 내놓은 회사소개서를 보면 이 회사를 설립한 계기가 2000년과 2003년 사이 “매력적인 투자기회를 포착”했기 때문이라고 적어 놓았습니다.

13. ‘매력적인 투자기회’란 어떤 것을 지칭합니까?⇨ 이들은 회사소개서에서 간략하게 제정으로 “민간투자에 대한 정부지원이 도입”되었기 때문이라고만 적어 놓았습니다.

14. 은 1994년 8월에 제정되었는데 이들이 2002년 12월에 와서야 회사를 설립한 까닭이 무엇인가요?

⇨ 도입 초기에는 민자사업에 대한 정부 지원이 그들의 구미를 당기지 않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정부는 초기 민자사업이 지지부진하자 1998년 12월 을 전면 개편하여 을 제정하고 민자사업 투자자에게 파격적인 혜택을 주어 이들의 투자확대를 유도했습니다. 15. 정부는 어떤 방식의 ‘파격적인 혜택’을 주었습니까?

⇨ 1999년부터 도입된 혜택들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최소운영수입보장제도(MRG, Minimum Revenue Guarantee)입니다. 이것은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민간투자사업을 유치하기 위해 실시협약에서 미리 정해놓은 운영수입을 만족하지 못할 경우 정부 또는 지자체가 수익의 일정부분을 보전해 주는 제도입니다.

16. 맥쿼리인프라는 지금 어느 정도의 최소운영수입을 보장받고 있나요?

⇨ 맥쿼리인프라가 누리고 있는 통행료수입 보장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2011년 말 기준)

* 백양터널(부산), 수정산터널(부산) : 90%* 광주제2순환도로 : 85~90%   * 서울지하철9호선 : 70~90%(5년마다 변동)* 천안논산고속도로 : 82% * 인천공항고속도로, 인천대교 : 80%* 서울춘천고속도로 : 60~80%(5년마다 변동)* 대구제4차순환도로 : 79.8%* 우면산터널(서울) : 79%* 용인서울고속도로 : 70%     

17. 최소운영수입보장제도는 협약에서 미리 정해놓은 운영수입 중 70~90%에 미달한 경우 미달액만큼을 보전해 주는 것인데 어떤 이유로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나요?

⇨ 이 제도의 독소는 ‘협약에서 미리 정해놓은 운영수입’이라는 구절에 들어 있습니다. 정부와 지자체의 권력자들이 민간투자사업 확대를 독려하고 중하위 공직자들이 실적경쟁에 내몰릴 경우 수요예측은 뻥튀기되기 일쑤였고 이에 따라 협약에서 미리 정해놓은 운영수입도 뻥튀기되었으며, 그 결과 MRG가 민간투자자에게 폭리를 안기는 예산낭비의 주범으로 전락하게 됩니다. 

18. 수요예측이 뻥튀기되고 이에 따라 협약에서 미리 정해놓은 운영수입도 뻥튀기되었다는 근거가 있나요?

⇨ 2004년 10월에 발표된 감사원 보고서는 수요예측이 얼마나 황당한 수준으로 뻥튀기되고 있는지 잘 보여줍니다. 인천공항고속도로의 경우 수익보장의 근거가 되는 협약교통량은 1일 13만 3438대였습니다. 그러나 나중에 조사된 실제교통량은 5만 5323대에 불과했습니다.(2.4배 뻥튀기) 천안논산고속도로의 경우도 협약교통량은 1일 4만 6423대였지만, 실제교통량은 2만 1859대에 불과했습니다.(2.1배 뻥튀기)

19. 지자체의 경우는 어떠했나요?

⇨ 감사원의 같은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의 우면산터널의 경우 수익보장의 근거가 되는 협약교통량은 1일 5만 1745대였습니다. 그러나 실제교통량은 1만 1218대에 불과했습니다. (4.6배 뻥튀기) 광주제2순환도로의 경우도 협약교통량은 1일 5만 5487대였지만, 실제교통량은 3만 4916대에 불과했습니다.(1.6배 뻥튀기)

20. 교통수요예측 뻥튀기는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졌나요?

⇨ 감사원의 같은 보고서에 따르면 교통수요예측 뻥튀기는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이루어집니다. 첫째, 민자도로의 비싼 통행료로 인해 수요가 감소한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둘째, 확정되지도 않은 주변지역 개발계획이나 연계도로 확충계획이  모두다 조기에 준공된 것으로 가정하고 수요예측을 합니다. 셋째, 사실과 다르게 부풀려진 사회경제지표를 이용합니다.(인구, 고용인구, 자동차대수 등이 급증할 것이라 가정)

21. 최소운영수입보장제도(MRG)의 문제점이 속출하자 정부는 2006년과 2009년에 걸쳐 이 제도를 폐지하게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MRG가 지속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이유는 어디에 있습니까?

⇨ MRG가 폐지되었다 해도 그것은 신규 민자사업에 대해 MRG를 적용하지 않는다는 것이지, 그 이전에 협약을 맺은 사업의 MRG는 그대로 살아있기 때문입니다. 앞에서 소개한 맥쿼리인프라의 각종 민자사업에 대한 MRG는 그대로 살아 있습니다.22. 앞에서 맥쿼리인프라와 같은 민자사업 투자자에게는 법인세가 100% 면제되고 있다 했습니다. 이 회사의 1년 당기순이익과 법인세 감면액을 소개해 주세요.

⇨ 2010년과 2011년 맥쿼리인프라의 당기순이익은 각각 1114억원, 1056억원이었으며, 법인세 비용은 한 푼도 없었습니다. 이 회사에 대한 법인세 감면액은 200억원 이상일 것으로 생각됩니다. 

23. 맥쿼리인프라로 하여금 100% 법인세 감면을 받게 하는 법률 조항을 소개해 주세요.

⇨ 법인세법 제51조2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 따른 투자회사 등은  배당가능이익의 90% 이상을 배당한 경우 그 금액은 법인소득에서 공제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맥쿼리인프라가 이 법의 적용을 받습니다. 24. 법인세법 제51조2는 언제 만들어졌나요?

⇨ 이 조항은 1999년 12월 김대중 정부 때 만들어졌습니다. 김대중 정부가 이 조항을 만든 이유는 외환위기 직후 금융기관의 부실 자산을 조속히 처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외환위기 직후의 여러 사정을 고려한다면 어느 정도 납득이 가는 설명입니다.

25. 문제는 그 이후입니다. 이 조항의 적용을 받는 대상이 넓어지고 애매한 규정들이 늘어나면서 엄청난 순이익에도 불구하고 법인세를 한 푼도 안내는 법인들이 급속히 늘어났다고 합니다. 1999년 이후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 1999년에는 유동화전문회사와 증권투자회사만이 수혜대상이었으나, 2000년에는 기업구조조정투자회사가, 2003년에는 기업구조조정부동산투자회사와 선박투자회사가 수혜대상에 들어갔습니다. 2004년 초에는 이들과 유사한 회사로서 몇 가지 요건만 갖추면 수혜대상이 되는 조항도 신설되었습니다. 또 2005년에는 '임대주택법'에 따른 특수목적법인이 수혜대상에 들어가고, 2008년에는 문화산업전문회사와 해외자본개발투자회사가 수혜대상에 포함되었습니다. 

26. 처음의 입법 취지에 비추어 볼 때 법인세법 제51조2는 어떻게 개정되어야 합니까?

⇨ 이 조항은 개정 대상이 아니라 폐지 대상입니다. 김대중 정부가 이 조항을 만든 이유는 외환위기 직후 금융기관의 부실 자산을 조속히 처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러나 지금 이 조항은 다른 용도로 악용되고 있습니다. 또 그 용도도 결코 바람직한 용도가 아닙니다. 법인세법 제51조2를 유지할 명분이 없습니다.27. 맥쿼리인프라가 투자한 우면산터널(서울)은 민자사업의 어두운 그늘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우면산터널에 대해 개괄적으로 소개해 주세요.

⇨ 우면산터널은 서울시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 전당과 우면동 선암삼거리 사이에 있는 연장 2.96km의 터널입니다. 이 터널은 2003년 12월 31일 완공되었으며, 소유권은 법률과 실시협약에 따라 2004년 1월 6일자로 서울시로 귀속되었습니다. 관리운영권은 협약에 따라 2004년 1월 6일부터 2034년 1월 6일까지 30년간 우면산인프라웨이주식회사가 행사합니다. 

28. 우면산인프라웨이주식회사의 대주주는 어떤 사람들(혹은 법인들)입니까?

⇨ 지난해 말 기준 우면산인프라웨이주식회사의 지분율을 보면, 맥쿼리인프라가 36%, SH공사가 25%, 재향군인회가 24%, 교직원공제회가 15%의 지분을 가지고 있습니다.

29. 우면산인프라의 경영행태를 파악하려면 연도별 재무제표를 꼼꼼이 분석해 보아야 합니다. 2006년부터 이 회사 재무제표에 나타난 특이동향에 대해 설명해 주세요. 

⇨ 2006년 이 회사 당기순이익은 139억원이었습니다. 통행료 수입 등으로 17억원의 영업이익이 발생했고, 2004년 납부한 부가가치세 중 일부인 37억원을 환급받았으며, 서울시와의 실시협약에 따라 154억원에 달하는 2004년도분 보조금을 지급받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73억원의 장기차입금 이자비용이 있어서 결과적으로 당기순이익은 139억원에 그쳤습니다. 

30. 그러나 2007년 이 회사 당기순이익은 52억원으로 급감하게 됩니다. 주요 요인은 무엇입니까?

⇨ 통행료 수입이 늘어 25억원의 영업이익이 발생했습니다. 그러나 서울시와의 MRG 실시협약 변경(90%→85%)에 따라 154억원에 달했던 보조금이 92억원으로 줄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71억원의 장기차입금 이자비용이 차감되자, 2007년 당기순이익이 52억원으로 급감했습니다. 

31. 2008년 당기순이익은 33억원으로 감소하는데요. 주요 요인은 무엇입니까?

⇨ 통행료 수입은 늘었지만 통행료 수입과 반대로 움직이는 서울시 보조금이 81억원으로 줄어든 대신, 물가인상으로 영업비용이 늘었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됩니다. 76억원의 이자부담은 여전했습니다. 

32. 2009년에 이 회사의 재무제표에는 상당히 특이한 변화가 나타납니다. 이자비용이 갑자기 76억원에서 118억원으로 42억원이나 늘어났는데요, 이런 현상이 왜 나타난  겁니까?

⇨ 대주주들이 이 회사에 별다른 이유도 없이 이자율 20%에 달하는 후순위채로 돈을 빌려주었기 때문입니다.(당시 선순위채 이자율은 4.74~7.65%). 대주주들이 회사를 살리는 길을 모색하기보다 빨대를 꽂아 회사를 죽이는 길을 선택한 것입니다. 

33. 대주주들이 빨대를 꽂아 회사를 죽이는 길을 선택한 까닭이 무엇일까요?

⇨ 순이익이 기대만큼 나오지 않았고, 또 최소수입보장제도(MRG)의 특성상 서울시 보조금이 통행료 수입과 정반대로 움직여 이 부분에서 충분한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래서 자신들이 만든 회사에 빨대를 꽂는 말도 안되는 만행을 저지르고 만 것입니다. 

34. 국제적으로 민간투자사업이 크게 늘어난 시기는 언제입니까? 

⇨ 1990년대 이후로 레이거노믹스와 대처리즘이 전세계를 지배하던 시기입니다. 1995년 이후 우리나라 경제관료들도 레이거노믹스에 과도하게 경도되어 무분별하게 민간투자사업을 확장합니다. 그러나 사회간접자본 시설은 근본적으로 민자에 의존할 수 없는 근본적인 한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35. 민자에 의존할 수 없는 사회간접자본시설의 한계란 어떤 것을 말하는 것입니까?

⇨ 민간투자사업은 민간투자자들로 하여금 SOC에 투자하는 대신, 이용자들로부터 사용료를 받으라는 것인데, 이런 시도 자체는 SOC 투자의 성격을 몰이해한 것으로 태생적으로 문제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SOC 사업은 대부분 외부효과를 가지기 때문에 최소운영수입보장(MRG)이 충분하지 못할 경우 민간투자자들이 다른 편법을 동원해서 수익보전을 할 가능성이 큽니다. 

36. SOC 사업의 외부효과란 어떤 것을 의미합니까?

⇨ 건설사로부터 신축 토목물을 사들인 정부나 지자체들의 건설투자로 인한 편익이 건설업 부가가치로 잡히지 않고, 토건물을 무상으로 혹은 비용 중 일부를 내고 이용하는 이용자들의 편익으로 이전되는 효과를 말합니다. 따라서 이와 같이 외부효과가 발생하는 사회기반시설을 민간투자자에게 맡길 경우 투자자들은 다른 편법을 동원해서 수익보전을 하고자 하는 유혹에 노출됩니다. 우면산인프라웨이주식회사 대주주들의 황당한 일탈행위는 이런 편법 중 하나라고 볼 수 있습니다. 

37.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요?

⇨ 민간투자사업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으로는 두 가지 대안이 검토되고 있습니다. 하나는 정부나 지자체가 재정을 투입하여 인수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협약을 변경해서 정부나 지자체 부담을 줄이는 것입니다. 38. 최근 여러 지자체에서 민간투자자와의 '협약변경'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를 하나 소개해 주세요   

⇨ 대표적인 케이스가 대구시와 흥국금융그룹입니다. 이들은 최근 4차순환도로 운영에 대한 보장수익률을 기존의 12.78%에서 6%로 낮추기로 협약을 변경했습니다. 수익보전 방식도 과거의 최소운영수익보전방식에서 금융기관 상환금을 포함한 비용보전방식으로 변경하였습니다. 또 수익보장의 근거가 되는 기준교통량도 협약교통량(1일 7만 8,500대)에서 실제교통량(1일 2만 1,400대)으로 변경하였습니다. 대구시는 이와 같은 협약변경을 통해 향후 재정지원금이 4,498억원에서 2,488억원으로 45% 절감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39. 그러나 협약 변경만으로는 민간투자사업 문제를 말끔하게 해결하기 어렵다는 주장도 많습니다. ⇨ 최근 상당수 민자사업 투자자들이 자신들이 투자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들로 하여금 대주주들에게 높은 이자를 지급하는 채권을 발행하게 하는 방식으로 수익보전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이 문제를 협약 변경만으로 말끔하게 해결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결국 민간투자사업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정부나 지자체가 재정을 투입하여 인수하는 것이 적절할 것입니다.

40. 최근 일부 학자들이 국민연금을 동원하여 사회기반시설을 건설하게 하자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적절한 주장인가요?

⇨ 부적절한 주장입니다. 최근 국고채 수익률은 4%대입니다. 반면 국민연금 수익률은 연평균 6~7% 이상입니다. 국민연금을 활용하느니 국채를 쓰는 게 훨씬 낫습니다. 국채 활용을 꺼리는 이유는 그것이 명시적으로 국가채무로 표시된다는 것인데, 그것을 두려워하여 국민연금 채무부터 늘리자고 하는 것은 꼼수에 불과합니다. 또 국채는 현세대와 후세대가 나누어 갚지만 국민연금 채무는 대부분 후세대가 부담해야 한다는 차이점도 있습니다. 후자가 훨씬 더 질적으로 나쁜 것입니다.  

홍헌호 시민경제사회연구소 소장 | balance1202@naver.com  

2012년 4월 23일 월요일

"9호선 요금 논란, 토건금융권력과 시민권력과의 싸움"


이글은 프레시안 2012-04-23일자 기사 '"9호선 요금 논란, 토건금융권력과 시민권력과의 싸움"'을 퍼왔습니다.
[기고] "지하철 9호선이 적자?…투자자는 배당수익 4배 챙겨"

1994년 8월 3일 '사회간접자본시설에 대한 민간자본 유치 촉진법'이 처음으로 제정된다. 이것이 현재 사회적 쟁점으로 떠오른 지하철 9호선 사태로 주목 받게 된 '사회기반시설에 관한 민간투자사업법' 모태이다. '민자유치촉진법'에 따라 1995년 한국 최초의 민자 사회간접자본 사업으로 추진된 것이 이른바 "영종도 신공항 고속도로 프로젝트"였고 이에 따라 지금의 인천공항고속도로가 건설됐다. 신공항의 민자사업추진 이후 사회간접자본(SOC)에 대한 민간투자유치는 대폭 확대된다.

한국경제는 중공업, 중화학공업과 전기전자 분야의 눈부신 발전으로 경제적 도약을 끊임없이 이뤄왔다. 그러나 SOC분야에 대한 투자 부족은 지속적인 경제발전을 위한 토대를 만드는 데 걸림돌이 됐다. 특히 경부고속도로의 성공신화와 자동차산업의 급격한 발달로 인한 도로건설위주의 정책은 균형적인 국토발전과 산업발전의 장애요소로 다가왔다. 특히 1980년대 중반까지 SOC분야 시설규모는 선진국 대비 45%의 수준이어서 매출액 대비 10%에 불과한 선진국보다 높은 19%에 달하는 물류비는 한국기업들의 국제경쟁력까지 떨어뜨렸다.

이런 상황에서 용량한계에 다른 철도수요를 감당할 고속철도의 건설, 포화상태에 이른김포공항을 대체할 국제공항의 신설, 내륙 곳곳의 고속도로망 확충 등 광범위한 SOC 투자 사업이 계획되거나 진행됐다. 이에 따라 엄청난 국가재정이 필요했다. 결국 국가재정의 부담을 완화한다는 명목으로 국내 대기업들의 자본 유치를 촉진하는 법이 만들어져 민간사업이 추진되었으나 1997년 IMF외환위기는 민간자본유치사업의 전망을 어둡게 한다. 결국 민간의 투자유치를 더욱 촉진시키는 지원체계를 구축하고 외국자본 유치의 제약을 없앤 새로운 전면개정 법률인 '사회간접자본시설에 대한 민간투자법'이 탄생한 것이다.

민간투자 사업, 각종 혜택 받아 '황금알 낳는 거위'

이후 민간투자 사업은 중앙정부와 전국의 지자체가 앞 다투어 추진하는 사업이 됐다. 민간투자가 활성화되면서 도입된 재정조달 기법이 '프로제트 파이낸싱(PF)'으로 장기자금의 조성과 위험 분산을 위해 국제금융부문에서 사용되어온 방식이다. PF란 특정 프로젝트로부터 발생 가능한 미래의 현금흐름(cash flow) 수익을 담보로 해 해당 프로젝트를 수행하는데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금융기법을 총칭하는 것이다. 이 방식은 민간사업주의 현재 물적 가치나 신용 등을 고려치 않고 가상의 미래가 담보하는 수익에 기초하기 때문에 현재 논란이 된 '최소운영수입제'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예비 타당성 조사에서부터 사업자 선정과 건설과정 등 실제 운영되기 전까지의 모든 과정에서 사업자의 수익보전을 위한 과도한 수요예측을 일상화시키게 되고 이를 근거로 PF으로부터 투자금을 지원받는다. 결국 손실은 최소운영수익보장제에 의해서 보존받아 손해보지 않는 민간투자사업으로 설계가 이뤄졌다.

현재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민간투자법'이라는 이름으로 법적 기반을 갖고 있는 민간 투자 사업은 그동안 정부의 끊임없는 민간투자 확장 방침에 따라 잦은 개정을 반복해 시민사회의 반대여론을 무시하고 학교, 복지, 보건의료 영역까지 포괄하는 광대한 사적자본의 이윤보장 제도로 자리잡았다. 국공유 재산의 무상임대 및 처분 혜택, 토지취득 및 보상에 대한 혜택, 각종 지원제도 등 기업 입장에서는 민간투자사업은 그 어떤 투자 대상보다도 리스크가 적고 고수익을 보장하는 완벽한 투자 사업이 됐다.

결국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사회 전체적으로 공적으로 유지되어야 하는 필수적인 사회기반시설에 공공적 영역이 감소하고 사적 이윤체제로의 전환이 지속적으로 이뤄진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2009년 기획재정부의 발표를 통해 "정부재정지출 효율화를 위해 민간투자사업을 계속 확장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동안 민간 투자 사업에 대한 여러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음에도 재벌을 위한 정책을 지속하겠다는 정권의 선언이었다.

민영화된 공항철도 1조 넘게 들여 재공영화…초국적 금융기업에 주식 넘어갈 뻔

사실 9호선 문제가 발생하기 전부터도 민자사업에 대해 시민들의 불만은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다. 최초의 민자사업인 인천공항고속도로는 당시 공항으로 가는 대체수단이 없는 유일한 필수 공공시설임에도 민자사업으로 진행해 이용자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높은 이용요금을 물을 수밖에 없었다. 시민들이 '요금인하 대책위'까지 만들어 헌법소원까지 냈으나 뱃길도 대체도로일 수 있다는 등의 내용이 담긴 코미디 같은 판결은 토건재벌의 손을 들어줬다. 시민들은 이에 대항해 '톨게이트에서 동전보따리로 통행료 내기' 같은 저항으로 민자고속도로의 횡포를 고발했던 사실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 '사회공공성 강화와 인천공항고속도로 통행료 폐지를 위한 범시민대책위원회' 소속 시민들이 지난 2007년 개별적으로 민영화된 인천공항고속도로 요금소를 통과해 통행료 7100원을 10원과 50원, 100원짜리 동전으로 내는 시위를 벌였다. ⓒ연합뉴스

현재 진행중인 KTX 민영화 추진논리와 같이 민간경쟁체제도입을 통한 효율적 경영으로 새로운 철도경영의 모델을 보여주겠다던 인천공항철도는 더욱 심각한 문제를 노출시켰다. 예측수요의 7%라는 경이적인 이용률을 보이며 세계최고의 한적한 철도라는 조롱을 당했던 인천공항철도는 결국 1조2000억 원의 적자를 철도공사에 떠넘기며 다시 공영화되었다.

그런데 이 공영화 과정에서 자칫하면 엄청난 시민들의 세금이 또 낭비될 뻔 했다. 2009년 3월 30일 국토부는 "인천공항철도 민간투자사업 합리화 대책마련"이라는 보도자료를 내고 한국철도공사가 출자지분을 인수하기로 하는 협상에 나서겠다는 발표를 한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이 보도자료에서 밝히고 있는 인천공항철도의 대주주인 현대컨소시엄의 행태다. 현대는 매각대금을 챙기고 인천공항철도사업에서 손을 떼는 수순에서 민자사업과 관계규정에 따라 금융권에 지분매각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2007년 5월 현대는 정부승인을 전제로 맥쿼리 한국인프라투융자사 등과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하고 2008년 4월 국토부에 승인을 신청한다. 국토부는 전문기관 연구 및 기재부와의 협의를 거쳐 현대의 승인 요청을 거부하고 인프라투융자사에 매각하려 했던 기존건설사 출자 지분을 공기업인 한국철도공사가 매입하는 것으로 결정한다. 금융권에 지분 매각 이후에는 정부에서 근본적인 대책강구가 불가능하다는 것이 당시 국토부가 밝힌 이유였다. 만약 이때 현대의 의도대로 인천공항 철도가 맥쿼리 등의 민간 투융자사에 넘어갔다면 시민들이 감내해야 할 고통은 상당했을 것이다.

이처럼 민간투자관련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었지만 사회적 문제가 되지 않고 은폐되거나 외면됐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정치권력이 토건족이나 금융자본과 밀접히 유착되어 있고 이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데 너무나 익숙했기 때문이었다. 아마도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선거에서 당선되지 않았다면 서울시 측에서 '지하철 9호선의 경영위기를 설명하는 보도자료를 내면서 요금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시민들을 설득했을 것이다. 이번 지하철 9호선의 문제는 시민우선 정책을 시정의 제1로 삼는 박원순 시장 체제가 아니었으면 유야무야 끝났을 것이다.

토건금융권력과 시민권력과의 한 판 싸움이 시작된 것이다. 새누리당이나 민주통합당의 정치인들이 장악한 정치지형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민주통합당의 입장에서는 자신들이 새누리당과 같은 취급을 당하는 것이 억울할지도 모르겠지만 민주통합당 출신 일부 지자체장의 추진 정책이나 특히 지난 총선 때 수도권 출마 후보들이 공동 공약으로 경인선 지하화를 약속하면서 민간투자법에 의한 재정조달 방안을 내세우는 것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민간투자사업의 실상을 모르고 공약했다면 그만큼 정책 능력이 부족한 것이고 알고 그랬다면 이권을 나누는 무리와 한 통속이라는 것이다. 민주통합당이 차기 대선에서 진정으로 민심을 얻으려면, 그리고 진정으로 99%의 국민들을 위한다면 현재 박원순 시장이 시민들로부터 받고 있는 지지의 근원이 어디에 있는지 꼼꼼히 돌아봐야 한다.

지하철 9호선 적자의 대부분은 대주주 금융사가 챙겨가는 이자

지하철 9호선의 문제로 한 발 더 들어가 보자. 그동안 최소운영수익보장제나 주주사의 높은 이자비용 챙기기 같은 문제는 많이 다루어 졌으니 지하철 9호선의 사업구도를 분석해 보자. 그러면 효율적인 민간경쟁체제의 진면목이 보인다.


▲ 중층적 다단계로 얽히고설켜 있는 지하철 9호선 사업구도. 9호선은 수백억 원의 손실을 보았으나 이 손실의 대부분은 금융사에 지불하는 이자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러한 가운데 운영사에 투자한 베올리아와 현대는 지하철 9호선에 각각 8억과 2억을 투자해서 불과 2년 만에 35억2000만 원과 8억8000만 원의 배당 수익을 챙겼다. 결국 적자는 국민의 세금으로 메워진다. ⓒ박흥수

서울시는 이명박 대통령이 시장으로 재직하던 2005년 메트로9호선 주식회사와 '실시협약'을 체결한다. 9호선 사업권의 총괄 주체가 된 '메트로9호선 주식회사'는 '9호선운영주식회사'와 9호선 운영과 유지보수 협약을 체결한다. 대주주인 현대로템은 베올리아사와 협약을 맺고 함께 운영회사에 출자한다. 베올리아사가 대주주인 '9호선운영주식회사'는 현대로템을 주축으로한 특수목적법인(SPC)과 유지보수 계약을 체결한다.

위 표와 같이 중층적 다단계로 서로 얽히고설킨 채 일반 시민들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구도의 운영체제를 구축해 놓은 것이다. 그러나 9호선 운영체제의 핵심은 자신들이 뽑아낼 수 있는 수익은 다 뽑아 가면서 책임은 면하는 교묘한 시스템을 만들어 놓았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세후 실질사업 수익률을 8.9% 보장한다'는 협약에 따른 최소수익 보장분과 공공할인 분으로 '메트로9호선 주식회사'에 2009년부터 2011년 까지 715억 원을 지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1년 감사원 보고자료에 따르면 지하철 9호선은 수백억 원의 손실을 보았다. 물론 대부분의 손실분이 대주주 금융사가 챙겨가는 이자 부분으로 밝혀졌지만 지하철 9호선은 심각한 적자를 보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이런 가운데 운영사는 만만치 않은 수익을 챙기는 것으로 드러났다. 운영사는 2009년 개통이후 72억 원의 순이익을 챙겼다. 운영사 지분을 8:2로 나눠갖고 있는 베올리아와 현대는 각각 8억과 2억을 투자해서 불과 2년 만에 35억2000만 원과 8억8000만 원의 배당수익을 챙겼다. 투자액 대비 엄청난 수익을 창출해냈다. 또 이런 수익에 대해 법인세조차 단 한 푼도 걷을 수 없는 제도상의 맹점까지 활용하는 선진기법을 보여준다. 깨알같이 알뜰하게 시민의 세금을 챙겨가는 효율적 경영시스템 속에 이용시민들은 환승할인 혜택도 못 받고 혼잡시간 증차요구도 묵살 당하면서 요금은 더 내라는 협박을 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금까지 민간투자사업은 국민들의 세금을 빨아들여 재벌들의 이익을 챙겨주는 블랙홀 역할을 하고 있었다. 민자사업과 관련해 수많은 공청회나 학술회의가 열렸지만 화려한 프리젠테이션과 수학공식과 경제학 이론 속에서 민자사업으로 고통받고 있는 시민들의 목소리는 어디에도 없었다.

"기반시설 민영화 제한하는 법 만들어야"

그러나 수십년 만에 처음으로 시민의 입장에서 시정을 바라보는 시장이 들어서면서 이제 까지 화려한 껍데기에 가려져 있던 민간투자사업의 곪고 곪은 상처가 터진 것이다. 박원순 시장이 '시민의 뜻을 물어 9호선의 재 공영화를 추진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밝힌 것은 서울시민에게는 커다란 선물이 될 것이다. 장기적으로 보면 서울시에서 지하철 9호선을 매입해 공적운영체제로 유지하는 것이 서울시민들에게 훨씬 이로운 결과를 가져다 줄 것이기 때문이다. 서울 같은 메트로폴리탄의 필수적 기반시설인 지하철은 선진경영기법이라는 미명 아래 겉으로는 손실을 보는 척 하면서 속으로는 세금을 빨아들이는 민영화는 올바른 정책이 아니다. 특히 서울시 지하철은 일본 동경도 등의 경우처럼 독립적 단일 노선이 많은 게 아니라 모든 노선이 서로 환승이 가능하고 전체가 일원적 네트워크로 묶여 있으므로 이 망의 균질적 발전이 가장 효율성을 담보하는 것이다.

지하철 9호선 사태로 우리는 두 가지 숙제를 부여 받았다. 하나는 민간투자법과 민간투자사업에 대하여 어떤 수술을 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현재와 같은 민간투자사업은 당장 중지되어야 한다. 과도한 혜택과 감시기능의 부재, 준비, 시행, 운영과정에서의 투명성 확보 등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특히 민자사업의 대상에 대한 조정도 반드시 필요하다. 대도시 지하철이나 국가 간선 철도망, 고속도로 망 등 필수기반시설의 민영화나 민간투자유치는 법적으로 제한을 두는 방법도 모색될 수 있겠다.

남은 하나는 도시철도 망에 대한 장기적 정책추진 방향이다. 서울시를 중심으로 수도권 광역도시 철도는 철도공사, 서울메트로, 도시철도공사, 9호선 운영사, 신분당선 등 여러 운영기관이 있다. 이들 다양한 운영기관의 효율적 통합도 고려해볼 시점이 됐다. 9호선과 신분당선은 민간투자법에 의한 민영회사로서 도시철도 네트워크의 공동망에연결되어 있으면서 이질적인 환승 및 요금체계를 만들게 된 요인이다. 따라서 이들 민영 지하철회사의 재공영화나 공공적 역할의 강화는 서울시의 교통체계를 시민친화적으로 만드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앞으로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토건금융족들의 반격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시민을 위한 지하철을 만들기 위한 장정에 나선 박원순 시장과 서울시를 시민들이 격려하고 지켜줘야 할 이유는 분명하다. 지하철은 재벌의 것이 아니라 시민들의 것이다.



/박흥수 사회공공연구소 철도정책객원연구위원

2011년 12월 5일 월요일

[기고]정부-대기업-지자체 결탁한 민자고속도로 사업


이글은 민중의소리 2011-12-03일자 기사 '[기고]정부-대기업-지자체 결탁한 민자고속도로 사업'을 퍼왔습니다.
수요예측 부풀려진 민자고속도로 통행료 인상
김건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국책사업팀 팀장


ⓒ국토해양부 제공 민자고속도로 노선별 통행료 조정 내용

지난 달 28일, 9개의 민자고속도로 통행료가 일제히 올랐다. 제일 많이 오른 곳은 대구-부산고속도로와 서울-춘천고속도로로 각각 9,300원에서 9,700원, 5,900원에서 6,300원으로 400원이 올랐다. 이밖에 천안-논산고속도로와 인천대교가 300원, 인천공항고속도로와 서울외곽고속도로, 부산-울산고속도로가 200원이 오르는 등 최소 100원에서 최대 400원까지 통행료가 인상되었다. 민자고속도로 통행료는 개통 때부터 이미 논란이 되었다. 인천공항고속도로의 경우 다른 40㎞/8차로 구간의 요금이 2,638원인데 비해 6,400원이 책정되었다. 천안-논산고속도로는 3,996원인 똑같은 규모의 구간에 비해 2배에 가까운 7,300원의 통행료를 받았다. 시작부터 2배에서 3배를 비싸게 받았는데, 작년에만 쉬었을 뿐 매년 쉼 없이 통행료는 올랐다.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운전자 입장에서는 당연히 분통이 터질 일이다. 

민간자본이 투입되는 민간투자사업의 매력은 정부나 지자체가 많은 예산을 투입하지 않고도 사회간접시설을 확충할 수 있다는 점에 있다. 이번에 통행료가 인상된 민자고속도로는 모두 IMF 경제위기 직후인 90년대 후반~2000년대 초 본격적으로 사업이 추진되었다. 당시 재정이 부족했던 정부에게 민간투자사업은 뿌리치기 힘든 유혹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10여년이 지난 지금 민간투자사업은 커다란 재앙이 되었고, 얼마나 더 국민의 혈세가 들어가야 될지 끝이 보이지 않는다. 대신 하나 분명해진 게 있다면 앞으로도 수십조원이 넘는 어마어마한 돈이 민간투자사업에 참여한 대형건설사와 외국자본에게 고스란히 넘겨진다는 점이다.

수요예측 부풀리기 후 통행요금 인상, 정해진 수순?

이번에 통행료가 인상된 민자고속도로들의 경우 공통점이 있다. 사업초기단계에서 통행량 수요예측이 터무니없게 부풀려진 것. 9개의 민자고속도로의 실제 통행량은 당초 예상한 통행량의 57%에 머무르면서 사실상 반토막이 났다. 들어간 사업비는 변함이 없는데 통행량이 턱없이 적다보니 고속도로를 운영하는 민간사업자는 막대한 적자를 보게 된다. 문제는 이 적자의 대부분을 정부가 보전해줘야 한다는 것. 이유는 민간사업자와 맺은 사업실시협약서에 들어가 있는 ‘최소운영수입조항’ 때문이다. 이 조항에 따르면 실제 운영수입이 실시협약에서 정한 추정운영수입의 일정한도를 미달할 경우 정부가 이를 보전해줘야 한다. 이 조항으로 인해 지금까지 전국 민자 고속도로에 정부가 지난해까지 지급한 금액은 인천공항고속도로 7,333억원 등 무려 1조2,364억원에 달한다. ‘수요예측 부풀리기 → 저조한 실제 통행량 → 막대한 적자 발생 → 통행료 인상’이라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뻥튀기’ 수요예측은 민자고속도로 사업에서만 발생한 게 아니라 모든 민간투자사업에서 예외 없이 일어나고 있다. 지난 10월 사업비리 혐의에 대해 검찰수사가 시작된 용인경전철의 경우 사업 협약 체결당시, 개통년도인 2011년 1일 예상승객은 14만6,180명이었지만 지금은 약 3만2천여명으로 예측되고 있다. 5배 가까이 사업성과가 부풀려지면서 용인시가 부담해야할 적자는 30여년 동안 2조5천억원에 이른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지난주 사업비 부풀리기 등 특혜비리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거가대교 사업의 경우도 초기 수요예측이 부풀려지면서 향후 20년간 4조원의 적자를 보전해줘야 한다. 이러한 적자는 결국 고스란히 지역주민들이 부담해야 한다. 그리고 민간사업자들이 챙기게 되는 몫이기도 하다.


ⓒ뉴시스 지난 달 23일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경실련은 '거가대교 특혜, 비리 검찰고발'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쯤 되면 ‘수요예측 부풀리기’는 정책판단의 실수나 전문성 결여만으로는 설명하기 힘들다. 민간투자사업은 사업발주처인 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사업을 시행하는 민간사업자의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사업이다. 정부나 지자체 입장에서 보면 사업 초기 들어가는 돈이 없고, 도로 등 SOC 사업은 해당 지역주민들에게 치적을 과시할 수 있는 대표적인 사업이다. 민간사업자의 입장에서 보면 건설과정에서 막대한 이득을 얻고, 완공 후 운영하다가 손해를 봐도 그 적자가 다 보전이 되니 말 그대로 ‘노다지 사업’이다. 사정이 이러니 실제 예상이 어떻든 ‘안 되는 사업’을 되게끔 하는 게 수요예측을 담당하는 기관의 몫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수요예측을 담당한 기관이나 담당자가 사업이 시작되어야 커다란 이득을 보게 되는 민간사업자와 유착관계였을 가능성, 그리고 이 과정에서 검은 거래가 오갔을 개연성이 높다는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

부당이득 환수하고, 책임 엄하게 물어야

이번 통행료 인상에서도 잘 나타났지만, 이제 민간투자사업은 이대로 가만 놔둬서는 안 될 커다란 종양과 같다. 앞으로 수십년 동안 애꿎은 국민들의 혈세가 민간사업자들의 배를 불리는데 사용되어야 한다는 것은 누가 봐도 이해할 수 없는 끔찍한 일이다. 민간투자사업에서 초기 수요예측이 잘못되었다는 결과들이 나왔다면, 지금이라도 정부가 나서서 통행 수요 측정을 다시 해서 그 결과를 가지고 현실에 맞게 손실보전 조건을 변경해야 할 것이다. 

민간사업자들이 사업비를 부풀려서 막대한 초과이득을 얻은 정황들이 드러났다면, 정부가 사업을 다시 검증해서 이 부당이득을 국고로 환수하여 통행료 부담을 완화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매번 엉터리 수요예측을 내놓는 기관에 대해서는 그 과정에서 불법행위나 비리가 없었는지 조사하고, 결과에 대한 책임을 엄격하게 물어야 한다. 정부가 이처럼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팔짱만 낀 채 통행료 인상과 같은 미봉책에만 머무르고 있다면, 애초부터 대기업의 이익을 챙겨주기 위해 민간투자사업을 추진했다는 비판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다.
김건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국책사업팀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