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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9월 16일 일요일

100조원 빚더미에 올라앉은 지방정부들


이글은 이코노미 인사이트(Economy Insight) 2012-09-01일자 제29호 기사 '100조원 빚더미에 올라앉은 지방정부들'을 퍼왔습니다.
국내 특집 ● 갈수록 악화되는 지방재정 해법 없나


무리한 개발 사업에 지출 늘고 금융위기 이후 세수 감소하면서 부채 눈덩이처럼 불어

지방자치단체의 부채도 문제지만 지방공기업 상황은 더 심각하다. 재임을 노리는 지방자치단체장의 무분별한 개발 공약 탓이 크다. 수입은 정해져 있는데 복지사업비 등 쓸 곳은 계속 늘어나는 것도 사태를 악화시켰다. 하지만 자구 노력보다는 중앙정부에 손을 벌리는 행태가 만연해 있다.

사례 #1

지난 6월 말 강원도 태백시는 행정안전부 지방재정위기관리위원회 제1차 회의 뒤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시가 재정위기 단체로 지정될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위원회는 문제의 오투리조트 매각 계획 등을 감안해 연말에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재정위기 관리 단체가 되면 재정건전화 계획을 세워 뼈를 깎는 절약을 해야 한다. 새로운 사업은 꿈도 꾸지 못한다.
태백시는 일본의 유바리시와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 일본 홋카이도에 있는 유바리는 탄광이 문을 닫은 뒤 도시가 황폐화되자 다양한 활성화 사업을 펼치다가 부채가 늘어나는 바람에 2007년 파산을 선언했다. 역시 탄광도시였던 태백시도 도시 활성화라는 야심찬 계획을 세운 뒤 2001년 이를 추진할 태백관광개발공사를 만들었다. 탄광이 문을 닫은 뒤 폐허가 돼가는 도시에 사람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스키장과 골프장 등을 갖춘 오투리조트를 만들었다.
이 무렵 태백시와 붙어 있는 정선군에서는 강원랜드가 골프장과 스키장을 건설 중이었고, 인근 삼척에서도 골프장 용역이 진행 중이어서 중복투자 우려가 높았다. 한국광해관리공단이나 강원랜드 등과 공동 투자하는 방안을 제안받았으나 태백시는 이를 거절했다.
리조트는 건설 과정부터 쉽지 않았다. 공사비가 두 배 가까이 늘어나는 등 공사비가 애초 예상한 3천억여원보다 50% 이상 증가했다. 골프 회원권과 콘도도 제대로 분양되지 않아 태백시의 보증으로 거액을 차입하는 악순환이 거듭됐다. 또 리조트 건설 과정에서 비리가 드러나 전 태백시장을 비롯한 7명의 관련자가 무더기로 사법 처리되기도 했다.
지난해 말로 태백관광개발공사는 부채가 3474억원으로 불어 자본금의 2044%에 이르렀다. 올해 예산이 2400억여원인 태백시는 태백관광개발공사 출자금과 지급보증액 등 2200억여원의 손해를 보게 됐다. 개발공사가 추진한 대규모 사업 하나가 삐끗하는 바람에 재정위기가 초래된 대표적인 사례다.
하지만 이른 시기에 문제가 해결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오투리조트의 적자가 뻔한 상황에서 후한 값에 사려는 민간 기업은 없다. 반대로 너무 싸게 파는 것은 태백시가 꺼린다. 시는 다시 정부의 지원을 바라며 손을 내밀고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태백시가 또다시 정치적인 해결을 요구하고 있다"며 "책임을 제대로 묻지 않고 넘어갈 경우 지방자치단체의 방만한 경영에 제동을 걸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강원도 알펜시아리조트 스키점프대 앞에서 평창겨울올림픽 유치를 기원하는 도민들의 모습. 알펜시아는 무리한 사업 시행으로 1조원이 넘는 부채를 지고 있다. 뉴시스

사례 #2

겨울아시아경기대회와 겨울올림픽 때문에 위기에 빠진 곳이 강원도다. 낙후된 지역을 살리는 길이 대규모 스포츠 행사라고 믿고 모든 것을 건 탓이다. 1999년 강원도 겨울아시안게임은 작은 대회라서 큰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3번 도전해 끝내 유치에 성공한 겨울올림픽은 심각한 문제를 불러왔다.
강원도개발공사는 1차로 겨울올림픽에 지원했다 캐나다 밴쿠버에 밀려 떨어진 뒤인 2004년 대관령알펜시아 사업을 추진한다. 기반시설이 부족해 겨울올림픽 유치에 실패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외국 관광객을 불러들인다며 한 채에 20억원을 훌쩍 넘는 호화 골프빌리지를 300채 가까이 지은 것이 나락으로 향한 첫걸음이었다. 분양률이 10%를 밑돌며 자금 압박이 시작됐다.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빚을 갚기 위한 공사채 발행도 이어졌다. 겨울올림픽 유치에 한 차례 더 실패하면서 공사가 지연돼 공사비와 사업비는 크게 늘어났다. 개발공사 간부들이 돈을 흥청망청 쓴 것도 부실을 더했다. 지난해 말 현재 부채는 1조3천억원(344%)으로 늘었다. 오투리조트와 알펜시아리조트 탓에 강원도는 광역단체 가운데 공기업 부채비율(395%)이 가장 높다.
국제적인 스포츠 행사를 유치하면 거액의 국비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무모하게 일을 벌인 측면도 많다. 월드컵축구대회, 국제육상대회, 아시안게임 등이 그런 예다. 사정이 정 어려우면 대회를 반납하겠다고 하면 된다. 국격이 실추될까봐 정부가 지원에 나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강원도는 이런 문제 해결을 위해 올 상반기 공사에 대한 감사를 벌였고, 강원개발공사 전 사장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그러나 강원도지사를 3번 하면서 겨울올림픽을 3번 지원한 김진선 전 지사는 책임선상에서 제외됐다. 지난해 말 우여곡절 끝에 2018년 평창겨울올림픽을 따내며 정부 지원 약속을 얻어냈지만 워낙 부실 덩어리가 커서 후유증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밀한 경제적 검토 없이 정치적 속셈으로 추진하는 무분별한 투자가 이어진데다 금융위기로 인해 세입마저 줄면서 지방정부의 재정 상황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자체 세입만으로는 공무원 월급을 주지 못할 정도로 열악한 곳도 꽤 많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공무원의 존재 이유인 대민 서비스가 부실해질 수밖에 없다.
또한 지방자치단체는 재정자립도가 51.9%에 불과하다. 세입의 절반을 중앙정부의 교부세나 보조금에 의존하고 있다. 따라서 지방부채 증가로 재정건전성이 악화되면 중앙정부의 재정 지원이 늘어나게 되고 국가 전체의 재정 부담으로 확대되는 악순환을 부르게 된다.

지자체 부채 규모 100조원 육박

행정안전부 통계를 보면, 2010년 말 현재 244개 지방자치단체의 빚은 28조9933억원이다. 2005년 17조5천억원에서 65% 늘었다. 2010년 한해 동안에만 지방채 6조3천억원을 발행하고 2조5천억원을 갚아 부채가 2조원가량 늘어났다.
광역단체 부채가 20조4433억원, 시·군·구 부채가 8조5490억원이다. '토건공화국'이라는 말이 맞을 정도다. 도로 건설에 7조2천억원을 썼고, 지하철(3조4천억원), 문화체육시설(1조3500억원), 공단 조성(9600억원) 등에 주로 돈이 들어갔다.
지방예산 대비 채무 잔액 비율인 지방채무잔액지수는 2008년 15.7%에서 2010년 22.2%로 높아졌다. 특히 도의 경우 2007년 12%에서 42.5%로 급증해 지방채 발행이 제한될 수 있는 40% 수준을 넘어섰다.
244곳 지방정부 가운데 재정수지가 적자인 곳은 152곳이다. 적자 액수는 2조4천억원이다. 지방채무잔액지수가 50% 이상이면서 재정수지가 적자인 광역단체도 3곳이나 된다. 채무 부담이 크고 자체 세입 비율이 낮아 재정 위험을 스스로 극복할 능력이 부족한 광역단체는 5곳에 이른다.
자치단체 채무도 문제지만 더 심각한 것은 지방공기업 채무다. 2005년 23조5천억원이던 공기업 부채는 지난해 67조6천억원으로 급증했다. 여기저기 땅을 파헤치고 건설에 매진해온 도시개발공사가 주범이다. 전국에 모두 385개 지방공기업이 있다. 이 중 전국 16개 광역 자치단체 도시개발공사 부채가 40조8천억원으로 전체의 60.3%를 차지한다. 그중에서 수도권인 서울·경기·인천 3곳의 도시개발공사 부채가 31조9800억원으로 전체 도시개발공사 부채의 78%에 이른다. 16개 도시개발공사 부채는 2005년 5조9천억원에서 6년 동안 7배로 증가했다.
지난해 지방공기업 가운데 부채비율이 200%를 초과한 곳은 70개에 이른다. 전체 5분의 1 수준이다. 또 적자 공기업은 175개며, 적자 규모는 1조9천억원이다. 지방공사 55개 가운데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감당하지 못하는 곳이 24개다.
삼성경제연구원은 지난 6년간 늘어난 공기업 부채를 이전 수준으로 되돌리는 데 25년 이상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부채의 절대 규모도 중요하지만 부채가 단기간에 급격히 증가해 유동성을 압박하고 지방 세입·세출 여건을 동시에 악화시키는 것이 문제로 지적된다.
중앙정부는 되도록 권한을 움켜쥔 채 지방을 통제하고 싶어 한다. 지자체는 재정 압박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당장 지역주민들의 표를 모으는 데 유리한 선심성 정책을 선호한다. 이 두 가지가 순환하며 사태를 악화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는 서로 책임을 떠넘긴다. '아직은 믿고 맡기기 어렵다'는 중앙정부 주장과 '믿고 맡긴 뒤에 평가를 하자'는 지방정부 주장이 팽팽하다. 지자체들은 돈이 부족하니 장기적인 정책을 펴지 못하고 표피적이고 단기에 효과가 있는 정책에 치우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조세수입의 약 80%는 중앙정부의 몫이고, 지방이 나머지 20%를 가져간다. 반면 재정지출은 중앙이 42.8%, 지방이 42.2%로 비슷하다. 불균형이 생긴다. 지방정부는 지방세와 세외수입으로 57%를 충당하고 중앙정부에서 받는 교부세 등으로 나머지를 채운다. 지자체의 재정자립도는 계속 내리막길을 걸어 지난해 51.9%까지 떨어졌다.
특히 중앙정부가 맡아오다가 지방으로 위임한 사회복지사업이 늘어나면서 지자체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지자체 전체 예산에서 사회복지예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6년 13.3%에서 2010년 20.7%까지 늘었다. 업무는 넘겨받았지만 복지사업비는 다 받지 못했다. 지자체의 복지사업비 중 국비와 지방비 분담 비율은 2004년 47 대 53에서 2010년에는 32 대 68로 바뀌었다.
올해 전면 도입한 영·유아 무상보육은 지방재정에 더욱 그늘을 드리웠다. 지난 5월 전국 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가 공동회장단 회의를 열고 만 0∼2살 무상보육에 따른 지방비 부담액 8천억원을 전액 국비로 지원해줄 것을 정부에 요구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지방정부의 사회간접자본(SOC) 분담률이 크게 늘어난 것도 지방재정을 악화시킨 요인이다.
선거를 의식한 단체장들이 경쟁적으로 개발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겪은 것도 상황을 악화시켰다. 경전철·고속도로 등 민자사업을 하면서 과도하게 운영수입을 보장하는 등 낭비적 요소도 많았다. 수요를 부풀려 사업을 시행했다가 적자가 나자 세금으로 민자 업체의 적자를 보전해줬기 때문이다.

위/오는 10월 준공 예정인 서울시 새 청사의 모습. 아래/송영길 인천시장(가운데) 등 광역자치단체장들이 영·유아 무상보육과 관련해 지방의 부담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뉴시스

"지방세 비중 늘려 재정자립도 높여야"

아직도 전시성·이벤트성 박람회, 엑스포, 국제 스포츠 행사, 지역축제가 끊이지 않고 있다.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등은 지자체장의 인지도를 높이는 데 가장 좋을 뿐만 아니라 정부 예산으로 기반시설을 갖출 수 있기 때문에 단체장들이 유혹에 쉽게 넘어간다. 지자체장들은 또 조그만 지역축제도 쉽게 포기하지 못한다. 전국에 1천여 개 지역축제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뿐 아니다. 오는 10월 준공 예정인 서울시 신청사를 비롯해 지자체의 호화 청사 신축은 언론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계속되고 있다.
문제가 된 지방에서는 공무원의 임금과 수당을 삭감하고 불요불급한 예산을 줄이겠다고 대대적으로 발표하고 있다. 그동안 가만히 있다가 이제야 자구책을 취하는 것을 보면 뒷북을 치는 느낌이다. 지방자치를 담당하는 행정안전부에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여기저기서 재정이 바닥났다는 호소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행안부도 뾰족한 수는 없다. 일정 규모 이상의 사업에 대해 투자 심사를 강화하고 사후 감사를 통해 예산을 제대로 집행했는지 점검하는 것 정도다. 하지만 지자체들은 단기적으로는 복지보조금 국고보조율을 인상하고, 중·장기적으로는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원은 "단기적으로 세입과 세출 관리에 주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부가세 중 지방소비세율 인상을 통한 지방세수 증대 △지역에 특화된 산업과 서비스 육성 등 지방 세원·수입 발굴 △'지방재정 위기관리 및 건전화 촉진법'(가칭)을 제정해 위기 단계별로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위기 상황 도달시 철저한 자구 노력과 재정 회생을 추진할 것을 제안했다.
강병규 한국지방세연구원장은 "지방자치의 본래 의미인 자율과 책임을 살리기 위해 지방세의 비중을 획기적으로 높여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자립도를 높여야 한다"며 "중앙정부는 방만경영 등 문제가 발생할 경우 엄격하게 책임을 물으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지자체 파산제 도입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학준 (이코노미 인사이트) 부편집장 kimhj@hani.co.kr

2012년 6월 15일 금요일

인천, '제2의 유바리' 될까…지자체 부채 75조 시대


이글은 프레시안 2012-06-14일자 기사 '인천, '제2의 유바리' 될까…지자체 부채 75조 시대'를 퍼왔습니다.
[한국경제, '빚'과 그림자·②] 지자체 막무가내 대형개발, 빚 폭탄으로 돌아와

일본 훗카이도 유바리(夕張) 시는 탄광도시다. 1990년대부터 탄광 산업이 쇠퇴하자 유바리 시는 관광개발에 나섰다. 빚을 내서 영화제 등을 유치하고 박물관을 지었다. 호텔, 스키장까지 인수했다. 반응은 좋았다. 하지만 관광객이 줄어들고 기존 시설이 타 지역과 경쟁에서 밀리며 빚이 쌓이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유바리 시는 다시 빚을 냈다. 낡은 시설을 새로 짓는 데 돈을 썼다. 결국 시설관리에 쏟은 돈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빚도 덩달아 천문학적인 숫자로 늘어났다. 당시 시는 360억 엔(약 5055억 원) 이상의 빚을 졌다.

결국, 유바리 시는 2007년 재정재건단체 지정을 신청했다. 시가 파산한 거다. 지금도 300억 엔(약 4200억 원)이 넘는 빚이 남았다. 각각 7개와 4개였던 초등학교와 중학교는하나로 통폐합됐다. 1997년 12만 명이던 인구는 현재 1만 명으로 줄었다.

유바리 시가 파산한 원인은 미래 수익을 고려하지 않고 마구잡이식으로 빚을 내 대형사업을 진행시켰기 때문이다. 빚을 내서 호텔 등을 지었지만 수익이 나지 않자, 또 다시 빚을 내서 개발을 하는 식으로 시 재정을 운영했다. 목이 마르다고 급한 마음에 바닷물을 마시고 다시 목이 말라 바닷물을 마시는 꼴이다.

 ⓒ프레시안(손문상)

감당할 수 없이 늘어가는 지자체 부채

일본 유바리 시의 문제는 빚을 내서 대형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우리나라 지자체에 많은 시사점을 준다. 무리하게 돈을 끌어와 진행한 대형 사업이 지자체의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곳이 인천시다.

인천시는 송영길 시장이 취임한 민선 5기 이후 부채 줄이는 데 집중하고 있지만 빚이 줄기는커녕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송영길 시장이 취임할 때 7조5000억 원(공기업 포함)에 달하던 부채는 취임 1년 만인 지난달 말 현재 8조6079억 원으로 불어났다. 미지급금 등 영업부채까지 합치면 9조2000억 원에 달한다.

인천시의 재정운영 문제는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정부의 재정확대 정책에 따라 2009년 8386억 원의 지방채를 발행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지방채 8386억 원은 일반회계(5148억 원), 도시철도(784억 원), 아시안게임 경기장 건설(1850억 원), 상하수도사업(538억 원), 기타 사업(66억 원) 등을 위해 발행됐다.

이후 시는 지방채 발행 재원을 통해 인천아시안게임과 인천도시철도2호선 건설 등 굵직한 대형 사업에 착수했으나, 계속 지급해야 하는 개발비를 해결을 위해 또 다시 지방채를 발행해야 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현재 인천시는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도시철도2호선 건설 등 대형 사업이 계속사업으로 남아있고, 중앙정부 매칭사업 마저 증가하면서 재정 유동성 문제에 빠져 있다.

지금도 부채가 심각한 상황이지만 2015년부터는 아시안게임, 도시철도2호선 건설 등을 위해 발행한 지방채 원리금을 이자와 함께 매년 4000~5000억 원 씩 총 15년 동안 갚아야 한다. 재정위기의 끝이 보이지 않는 실정이다.

급기야 지난 30일 송영길 시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이대로 가면 아시안게임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울며겨자먹기'로 3000억 원대 송도 땅에 대한 현물출자 승인을 받아냈으나 부채 문제를 해결하긴 요원하다.

부산시도 2011년 기준 부채가 2조9361억 원이다. 부산~김해 경전철과 을숙도대교, 백양터널, 수정터널, 거가대교, 북항대교 등 대형 사업을 마구잡이로 벌인 결과, 제대로 예산을 써보지도 못하고 빚을 갚는 데 급급해하고 있다. 전체 예산의 40% 가까운 돈이 빚 갚는 데 쓰이고 있는 실정이다.

지자체 부채 75조 원 시대

이러다 보니 지자체 부채는 30조 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지방공기업 부채를 포함한 지방자치단체 빚까지 합하면 75조 원을 넘어섰다.

2002년 말 17조903억 원이던 지자체 빚(지방공기업을 제외한 순수 지자체 부채)은 2007년까지 16조~18조 원 수준에서 안정세를 지속해 오다가 2008년 19조2255억 원으로 증가세로 돌아선 뒤 2009년 25조5531억 원으로 한 해 사이 무려 6조3276억 원 늘어났다. 지난해에도 부채는 눈덩이처럼 불어나 약 28조9000억 원을 기록했다.

55개 지방공기업 부채 역시 2008년 32조1431억 원에서 2009년 42조3790억 원, 그리고 지난해 46조2269억 원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들 기관의 부채비율은 2008년 116.7%에서 2010년 139.7%로 2년 만에 23%포인트 상승했다.

지방공기업 중 서울특별시의 SH공사가 2010년 말 현재 16조2316억 원의 부채를 갖고 있어 빚이 제일 많다. 경기도시공사(7조5271억 원), 인천도시개발공사(5조6352억 원), 서울매트로(3조701억 원), 부산도시공사(2조4777억 원), 서울도시철도공사(1조1521억 원) 등도 부채에 허덕이고 있다.

부채비율이 300%를 초과하는 공기업으로는 SH공사, 부산도시공사, 경기도시공사, 경기평택항만공사, 양평지방공사, 강원도개발공사, 태백관광개발공사, 전북개발공사, 경상남도개발공사 등이 있다. 이 가운데 경기평택항만공사와 태백관광개발공사는 부채비율이 각각 873.4%, 834.5%가 넘으며, 2008년 부채비율이 1013.2%였던 양평지방공사는 자본잠식 상태에 들어갔다.

도시개발공사나 도시철도공사의 부채는 상당 부분 공공재 건립에 사용된다 하더라도 부채가 턱없이 많은 상황이다.

▲ 송영길 인천시장. ⓒ프레시안(최형락)

부채 키운 대형 사업

이렇게 천문학적인 부채가 쌓인 원인은 무분별하게 진행한 대형 사업이 지목되고 있다. 대형 사업을 진행시키며 부채를 무분별하게 쓰다 보니 이자 부담이 주체할 수 없이 커져 '돈 빌려 이자 갚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형 사업이 완성돼도 사업성이 있을지도 미지수다. 더구나 자금 조달도 여의치 않아 사업 자체가 스톱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자부채는 계속 내야 하기 때문에 지자체는 진퇴양난에 빠진 상황이다.

주목할 점은 이런 지자체 부채는 현재 사업성 저하로 대부분 중단된 공모형 PF사업과 매우 닮았다는 점이다. PF사업은 프로젝트 파이낸싱(PF : Project Financing)을 줄여서 일컫는 말다. 대체로 땅을 공기업이나 지자체에서 대고 시행사가 건물을 짓는 식이다. 사업주체가 사업(프로젝트)을 수행하는 데 소요되는 자금 대출을 프로젝트 수익성을담보로 대출받는 사업으로 미래에 수익이 얼마가 날지를 예상해 그에 따른 대출을 해주는 구조다.

담보가 없다보니 대출 이자율이 기존 다른 이자율보다 비싸다. 빠르게 인·허가를 받아 사업을 마무리해야 더 많은 수익이 남는 구조다. 사업이 정지됐어도 이미 투입된 자금에 대한 대출 이자는 계속 늘어난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2011년 12월 기준으로, 전국적으로 추진 중인 공모형 PF사업은 27개로 총 사업비는 74조 원이다. 하지만 2008년 금융위기로 사업성이 나빠지고 자금조달마저 막히면서 용산국제업무지구, 판교 알파돔시티 등 몇 군데를 제외하면 사실상 모두 사업이 멈춘 상태다.

최근 3조7000억 원 규모의 상암 DMC랜드마크 사업은 폐지되기도 했다. 133층 빌딩을 짓겠다는 사업이었다. 고양 일산 한류우드 1구역 역시 사업해지 수순을 밟고 있다. 이외에도 천안시가 발주한 4조6000억 원 규모의 천안국제비즈니스 스파크개발사업도 청산 수순에 들어갔다.

코레일이 발주한 용산역세권개발사업은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며 좌초위기까지 몰렸지만 코레일이 토지대금 이자면제와 대금 납부시점을 연기했고 동시에 설계사와 랜드마크 빌딩 시공사가 선정되면서 겨우 첫 삽을 떴다. 하지만 서부이촌동 주민의 보상 문제, 사업수익성 문제 등이 남아있어 제대로 사업이 진행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폭탄으로 돌아오고 있는 부채

결국 대형 사업을 발주했으나 사업성 저하로 사업이 중단돼, 애꿎은 비싼 이자만 물고 있는 꼴이다. 문제는 앞으로 이런 상황은 더욱 심화될 거라는 점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지난 8일 발표한 '유로존 재정위기와 국내 건설 산업에의 시사점 보고서'를 보면 유로존 재정위기는 이미 위축된 금융기관을 비롯해 부동산 PF사업, 즉 대형 부동산 사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거라고 예측했다.

보고서는 유로존 재정위기가 국내 금리, 환율, 주가 등에 직접적으로 심각한 변동을 가져와 이를 통해 건설경기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유로존 재정위기는 금융시장의 리스크 민감도를 제고해, 금융위기 이후 이미 위축된 금융기관이 공급하는 자금 흐름을 추가적으로 제약하는 효과를 가진다고 평가했다.

한마디로 금융기관의 자금 공급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부동산 PF사업이 영향을 받을 거라는 이야기다. 결국 대형 사업 자금줄은 더욱 옥쇄여 지고 기 투자된 자금의 이자 비용은 계속 치러야 한다는 의미다. 지자체의 막무가내 식 대형 개발 사업과 수익만 보고 투자된 부동산 PF사업이 빚 폭탄으로 돌아오고 있는 셈이다.

- 한국경제, '빚'과 그림자(1) 집 대출금 400조 시대, '퍼펙트 스톰'이 몰려온다 - 송도, 무너진 '두바이' 신화(上) 김연아가 30억 투자한 명품거리 '커넬워크'도 '황량한 사막'(下) "연세대 송도 캠퍼스 특혜 논란, '최후에 웃는 자' 누구냐?"

 /허환주 기자

2012년 2월 29일 수요일

궁지몰린 대형마트, 소비자 서명운동 조작 논란


이글은 뉴시스 2012-02-29일자 기사 '궁지몰린 대형마트, 소비자 서명운동 조작 논란'를 퍼왔습니다.

【서울=뉴시스】조성봉 기자 = 15일 오전 서울 중구 다산플라자 앞에서 열린 '대형마트 일요일 의무 휴업 조례 발의' 기자회견에서 중소상인살리기전국네트워크 회원들이 손피켓을 들고 있다. suncho21@newsis.com 2012-02-15

【서울=뉴시스】강세훈 기자 = 홈플러스, 이마트 등 대형마트들이 영업시간 규제에 반대하는 '소비자 서명운동'을 배후에서 조종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벌어진 대형마트 영업규제에 반대하는 100만 소비자운동이 자발적인 것이 아닌 대형마트들의 조작극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통합진보당이 공개한 대형마트의 '100만 소비자 서명운동' 내부자료에는 "자발적으로 주도적 역할을 하는 입점업체 관계자 1명을 선정하라"는 지침이 포함돼 있다.

서명운동 목적은 '지자체가 조례 개정시 강제 휴무일을 일요일이 아닌 평일로 하고 업체가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유도'라고 적시하고 있다.

또 서명운동 목표로 대형마트는 2600명, 슈퍼마켓은 200명을 할당했으며, 세부적으로 서명운동 실시를 위한 부스, 포스터, X배너, 어깨띠 등을 준비하라는 내용도 포함됐다.

특히 '관련 진행 사항 일체는 입점업체 소상인협회서 주관함에 따라 당사 점포가 전면에 나서는 오해가 없도록 주의해야 한다'는 부분도 있다. 

이와 관련해 통합진보당은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들이 영업시간 제한조치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서명을 가장한 여론 호도작업을 조직적으로 벌인 증거"라고 지적했다.

현재 대형마트들은 서명운동 부스와 포스터를 철수한 상태다. 내부자료에 따르면 대형마트들은 내달 1일까지 서명운동을 전개할 계획이었다. 

최근 대형마트들은 심야영업을 제한하고 한 달에 1~2회 강제로 쉬게 하는 내용의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에 강력하게 반발해 헌법 소원를 제기하는 한편 정부와 정치권을 향한 날선 비판도 서슴치 않고 있다.

특히 전국 지자체들이 대부분 한달 1~2회 강제휴무를 주말로 지정하면서 대형마트들은 다급해진 모습이다.

대형마트의 주말 매출(토요일 20%, 일요일 23%)은 평일(월~금 각 11.5%)의 두 배에 달하는데, 일요일 2일 휴무가 실시되면 한 달 매출의 약 15%가 줄어들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지난 27일 이승한 홈플러스 회장은 정부의 대형마트 영업규제와 관련해 "한국경제가 겉은 시장경제를 유지하는 것처럼 파랗지만 잘라보면 속은 빨갛다"며 "거꾸로 싼 것을 사먹지 못하는 반서민 정책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역사적으로 나중에 가면 정말 잘못된 것이라고 심판받을 것"이라고 규제 정책에 대한 강도높게 비판했다. 

홈플러스는 전국 125개 점포 가운데 70개 점포가 24시간 운영을 하고 있어 대형마트 3사 중 가장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되는 회사다. 

2012년 1월 11일 수요일

구제역 사체 퇴비로 쓰자더니, 애꿎은 지자체 핑계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1-11일자 기사 '구제역 사체 퇴비로 쓰자더니, 애꿎은 지자체 핑계'를 퍼왔습니다.
[미디어현장] 김만구 / 중부일보 기자

1년 전 겨울. 전국에 구제역 쓰나미가 덮쳤다. 구제역과의 사투가 벌어졌다. 수백만 마리의 돼지와 소를 묻었다. 산 채로 구덩이에 내몰리는 돼지들을 보며 공무원은 눈물을 떨궜다. 돼지는 우리를 떠나지 않으려 발버둥쳤지만 포크레인에는 역부족이었다. 그 참혹함에 농장주도 울고 공무원들도 울었다.
공무원들은 낮에는 살처분 밤에는 혹독한 추위와 싸우며 구제역방역에 나섰다. 유독 그해 겨울은 눈도 많았고 추웠다. 파주시청 공무원 10여명이 손가락 절단사고, 추락사고 등 사고를 당했다. 살처분을 담당한 공무원들은 외상 후 스트레스 징후로 과도한불안과 걱정, 불면증, 우울증 증상을 보이기도 했다. 일부는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 한 여성 공무원은 “계속 눈물이 나 깊은 잠을 잘 수 없다. 귀속을 맴도는 울음소리때문에  너무 힘들다”고 고통을 호소했다.
3월에 구제역 가축이동제한이 해제되고 참혹했던 구제역 겨울은 끝날 듯 했다. 하지만 언 땅이 녹으면서 또 다시 문제가 터졌다. 구제역 매몰지 곳곳에서 핏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비상이 걸렸다.  매몰지별로 전담반도 꾸려졌다. 곳곳에서 한숨소리가 들렸다. 비라도 쏟아지면 그들은 우비를 입고 현장에 뛰어갔다.
전문가들은 “침출수가 지표에 노출돼 쥐나 다른 동물들이 매개해 전이가 일어나고 확산될 경우 동물과 사람에게 모두 해당되는 인수공통전염병이 올 수 있는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면서 “침출수에는 청색증을 일으킬 수 있는 질산성질소와 심한 패혈증을 일으키는 탄저균, 또 병원균과 식중독균 등이 섞여서 나올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와 지자체는 고심했다. 그러던 3월, 한 통의 공문이 지자체에 도달했다. 농림식품부와 중앙재해대책본부가 꼼수를 냈다. 사체를 매몰지에서 빼내 퇴비 등으로 활용하라는 지침이다. 농림부는 ‘침출수 유출이 우려되는 매몰지는 원통형 저장조를 활용하고, 친환경 발효를 통해 퇴비화시킬 것’ 등의 내용의 공문을 지자체에 보냈다. 별도로 농림부는 법개정도 착수했다.  현행법에서 구제역 사체 비료화는 불법이었다.
법도 개정되기 전에 시범케이스로 농림부와 중앙재해대책본부가 파주의 한 현장에서 사체 퇴비화를 직접 진두지휘했다. 그 퇴비를 조경수에 뿌렸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권고 공문을 내려 보낸 3월이후 5개 시·군이 매몰지 9곳을 뒤집었다.
하지만 법개정이 정부내에서 제동이 걸리면서 문제가 터졌다. 2차 세균 오염이 우려돼 개정안이 용도폐기된 것이다. 지난해 11월 비료관리법개정안을 공포하면서 행정예고 때 허용했던 ‘가축 사체를 비료로 활용’할 수 있는 조항자체가 삭제됐다. 안정성 논란이 휩싸인 법 조항이 신설되지 못하면서 중앙재단대책안전본부의 공문과 농림수산식품부의 지침은 무용지물이 됐다. 정부의 오락가락한 행정 때문이 5개 시·군은 졸지에 비료관리법, 가축전염병예방법, 축산물위생관리법 등을 어긴 꼴이 됐다.
현행 법에는 ‘도축이 금지된 가축과 그 가축의 사체·축산물 및 부산물’을 비료 원료로 사용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사건이 터지자 농림부가 서둘러 해명에 나섰다. 그 해명이 가관이다. 모든 책임은 해당 지자체에 있다고 책임을 돌렸다. 농림부 한 관계자는 ‘지자체 스스로 판단해서 저지른 행위’라고 발뺌했다. 사체 비료화를 직접 진두지휘까지 하고서도 말이다.


중부일보 김만구 기자
해당 지자체는 “1년동안 고생이란 고생은 다 했는데  어처구니가 없다”고 되받아 쳤다. 당초 구제역 사체 비료화는 발상부터가 잘못됐다. 전문가들은 “사체 발효과정에서 발생하는 80℃의 온도에서 모든 세균이 사멸하지는 않는다”면서 “세균이 영양소, 습도 등 환경에 따라 증식할 확률이 높아 2차 균 오염 등 여러가지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줄곧 지적해왔다.
침출수를 제거한다고 서둘러 대책을 내놓은 게 오히려 화근이 됐다. 한 전문가는 “1347년 유럽 전역을 휩쓴 페스트로 인해 유럽 전체 인구 4분의 1이 죽는 대재앙이 발생했다. 2003년  중국 홍콩 대만 등지에서 맹위를 떨친 사스도 29개국으로 감염이 확대돼 환자 8000여명, 사망자는 774명이나 됐다”면서 “아직까지도 페스트나 사스가 창궐한 원인은 명확히 드러나지 않았다. 신중한 정책 결정이 필요했다”고 꼬집었다. 구제역 사체가 분해되려면 아직 2~3년이 남았다. 정부는 더 이상  지자체 공무원들의 노고가 헛되게해서도, 검증되지 않은 즉흥적인 발상으로 시민들을 위험에 노출시켜서도 안된다.

2011년 12월 5일 월요일

[기고]정부-대기업-지자체 결탁한 민자고속도로 사업


이글은 민중의소리 2011-12-03일자 기사 '[기고]정부-대기업-지자체 결탁한 민자고속도로 사업'을 퍼왔습니다.
수요예측 부풀려진 민자고속도로 통행료 인상
김건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국책사업팀 팀장


ⓒ국토해양부 제공 민자고속도로 노선별 통행료 조정 내용

지난 달 28일, 9개의 민자고속도로 통행료가 일제히 올랐다. 제일 많이 오른 곳은 대구-부산고속도로와 서울-춘천고속도로로 각각 9,300원에서 9,700원, 5,900원에서 6,300원으로 400원이 올랐다. 이밖에 천안-논산고속도로와 인천대교가 300원, 인천공항고속도로와 서울외곽고속도로, 부산-울산고속도로가 200원이 오르는 등 최소 100원에서 최대 400원까지 통행료가 인상되었다. 민자고속도로 통행료는 개통 때부터 이미 논란이 되었다. 인천공항고속도로의 경우 다른 40㎞/8차로 구간의 요금이 2,638원인데 비해 6,400원이 책정되었다. 천안-논산고속도로는 3,996원인 똑같은 규모의 구간에 비해 2배에 가까운 7,300원의 통행료를 받았다. 시작부터 2배에서 3배를 비싸게 받았는데, 작년에만 쉬었을 뿐 매년 쉼 없이 통행료는 올랐다.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운전자 입장에서는 당연히 분통이 터질 일이다. 

민간자본이 투입되는 민간투자사업의 매력은 정부나 지자체가 많은 예산을 투입하지 않고도 사회간접시설을 확충할 수 있다는 점에 있다. 이번에 통행료가 인상된 민자고속도로는 모두 IMF 경제위기 직후인 90년대 후반~2000년대 초 본격적으로 사업이 추진되었다. 당시 재정이 부족했던 정부에게 민간투자사업은 뿌리치기 힘든 유혹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10여년이 지난 지금 민간투자사업은 커다란 재앙이 되었고, 얼마나 더 국민의 혈세가 들어가야 될지 끝이 보이지 않는다. 대신 하나 분명해진 게 있다면 앞으로도 수십조원이 넘는 어마어마한 돈이 민간투자사업에 참여한 대형건설사와 외국자본에게 고스란히 넘겨진다는 점이다.

수요예측 부풀리기 후 통행요금 인상, 정해진 수순?

이번에 통행료가 인상된 민자고속도로들의 경우 공통점이 있다. 사업초기단계에서 통행량 수요예측이 터무니없게 부풀려진 것. 9개의 민자고속도로의 실제 통행량은 당초 예상한 통행량의 57%에 머무르면서 사실상 반토막이 났다. 들어간 사업비는 변함이 없는데 통행량이 턱없이 적다보니 고속도로를 운영하는 민간사업자는 막대한 적자를 보게 된다. 문제는 이 적자의 대부분을 정부가 보전해줘야 한다는 것. 이유는 민간사업자와 맺은 사업실시협약서에 들어가 있는 ‘최소운영수입조항’ 때문이다. 이 조항에 따르면 실제 운영수입이 실시협약에서 정한 추정운영수입의 일정한도를 미달할 경우 정부가 이를 보전해줘야 한다. 이 조항으로 인해 지금까지 전국 민자 고속도로에 정부가 지난해까지 지급한 금액은 인천공항고속도로 7,333억원 등 무려 1조2,364억원에 달한다. ‘수요예측 부풀리기 → 저조한 실제 통행량 → 막대한 적자 발생 → 통행료 인상’이라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뻥튀기’ 수요예측은 민자고속도로 사업에서만 발생한 게 아니라 모든 민간투자사업에서 예외 없이 일어나고 있다. 지난 10월 사업비리 혐의에 대해 검찰수사가 시작된 용인경전철의 경우 사업 협약 체결당시, 개통년도인 2011년 1일 예상승객은 14만6,180명이었지만 지금은 약 3만2천여명으로 예측되고 있다. 5배 가까이 사업성과가 부풀려지면서 용인시가 부담해야할 적자는 30여년 동안 2조5천억원에 이른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지난주 사업비 부풀리기 등 특혜비리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거가대교 사업의 경우도 초기 수요예측이 부풀려지면서 향후 20년간 4조원의 적자를 보전해줘야 한다. 이러한 적자는 결국 고스란히 지역주민들이 부담해야 한다. 그리고 민간사업자들이 챙기게 되는 몫이기도 하다.


ⓒ뉴시스 지난 달 23일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경실련은 '거가대교 특혜, 비리 검찰고발'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쯤 되면 ‘수요예측 부풀리기’는 정책판단의 실수나 전문성 결여만으로는 설명하기 힘들다. 민간투자사업은 사업발주처인 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사업을 시행하는 민간사업자의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사업이다. 정부나 지자체 입장에서 보면 사업 초기 들어가는 돈이 없고, 도로 등 SOC 사업은 해당 지역주민들에게 치적을 과시할 수 있는 대표적인 사업이다. 민간사업자의 입장에서 보면 건설과정에서 막대한 이득을 얻고, 완공 후 운영하다가 손해를 봐도 그 적자가 다 보전이 되니 말 그대로 ‘노다지 사업’이다. 사정이 이러니 실제 예상이 어떻든 ‘안 되는 사업’을 되게끔 하는 게 수요예측을 담당하는 기관의 몫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수요예측을 담당한 기관이나 담당자가 사업이 시작되어야 커다란 이득을 보게 되는 민간사업자와 유착관계였을 가능성, 그리고 이 과정에서 검은 거래가 오갔을 개연성이 높다는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

부당이득 환수하고, 책임 엄하게 물어야

이번 통행료 인상에서도 잘 나타났지만, 이제 민간투자사업은 이대로 가만 놔둬서는 안 될 커다란 종양과 같다. 앞으로 수십년 동안 애꿎은 국민들의 혈세가 민간사업자들의 배를 불리는데 사용되어야 한다는 것은 누가 봐도 이해할 수 없는 끔찍한 일이다. 민간투자사업에서 초기 수요예측이 잘못되었다는 결과들이 나왔다면, 지금이라도 정부가 나서서 통행 수요 측정을 다시 해서 그 결과를 가지고 현실에 맞게 손실보전 조건을 변경해야 할 것이다. 

민간사업자들이 사업비를 부풀려서 막대한 초과이득을 얻은 정황들이 드러났다면, 정부가 사업을 다시 검증해서 이 부당이득을 국고로 환수하여 통행료 부담을 완화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매번 엉터리 수요예측을 내놓는 기관에 대해서는 그 과정에서 불법행위나 비리가 없었는지 조사하고, 결과에 대한 책임을 엄격하게 물어야 한다. 정부가 이처럼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팔짱만 낀 채 통행료 인상과 같은 미봉책에만 머무르고 있다면, 애초부터 대기업의 이익을 챙겨주기 위해 민간투자사업을 추진했다는 비판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다.
김건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국책사업팀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