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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 18일 토요일

북, MB 정권 때 ‘공단 무의미’ 결론


이글은 시사IN 2013-05-16일자 기사 '북, MB 정권 때 ‘공단 무의미’ 결론'을 퍼왔습니다.
북한은 참여정부 시절에도 개성공단이 산업 협력이라기보다는 저임금 따먹기에 불과하다는 불만을 표했다. 이명박 정부 때 이런 불만이 극에 달하며 대책을 강구하기 시작했다.

개성공단은 사실 기획 단계부터 문제가 있었다. 김정일 위원장이 남한과의 대치 상황에도 불구하고, 군사적 요충지를 남쪽에 내어준 것은 개성공단이 북한 산업 발전에 기여하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참여정부 시절 본격 출범한 개성공단의 모습은 산업 협력이라기보다는 단순한 저임금 따먹기에 불과했다. 그마저도 핵 문제의 와중에서 약속한 일정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이런 문제 외에도 군부의 지속적인 반발은 북한 지도부를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북한 군부는 1999년 개성공단이 거론될 때부터 반대 의견을 표명해왔다. 2006년 4월 열린 일선 지휘관 회의는 당시 남북관계 상황과 맞물려 성토장을 방불케 했다. 김정일 위원장의 카리스마로 가까스로 수습하기는 했지만, 김 위원장이 2006년 7월 미사일 발사와 10월 핵실험을 단행한 것도 이 같은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당시 몇몇 전문가는 개성공단을 둘러싼 북한 내 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포착하고 노무현 대통령에게 올라가는 보고서에서 이를 적시하기도 했다. 그 내용 중에 ‘개성은 거대한 역사박물관이 될 것이다’ ‘개성이 잘될 것이라고 보는 평양 고위층은 없다’ ‘개성에서 배우는 산업지식이 있는가? 없다’ 등 북한 고위층 내부의 육성을 그대로 전달해 경각심을 촉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당시 노 대통령 주변은 개성공단이 성공한 모델이라는 환상에 빠져 있었고, 대통령 역시 마찬가지였다. 2007년 10월3일 남북 정상 간 만남에서 김정일 위원장의 육성으로 북측의 불만이 터져나왔다. 당시 김 위원장은 북한이 개성공단을 산업 협력으로 보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4년간 했어도 시범 단계에서 벗어나지 못했는데 남측이 개혁·개방의 성공 사례처럼 떠들어대는 것에 대해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특구 해서 우리가 득본 것 하나도 없다”라고 말하기까지 한 것이다(문정인 연세대 교수의 언론 좌담 내용 재인용).

김 위원장의 이 같은 성토는 북한 내에서 엄청난 파문을 불러일으켰다. 당시 남쪽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지만, 2007년 10월 중순부터 개성공단을 담당했던 북측 대남 일꾼들에 대해 대대적인 반부패 조사가 진행됐다. 이것이 1차 파동이었다면, 2차 파동은 또다시 군부로부터 일어났다.

대남 담당 부서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들이 남측 기업 등에서 받았던 뇌물 액수가 적게는 수만 달러에서 많게는 수백만 달러에 이를 정도로 적나라하게 밝혀지면서, 군부의 분노가 폭발했다. 개성공업지구가 들어오기 전까지 휴전선 인근 땅은 북한 군부 관할이었다.  그런데 공단이 시작되고 난 후 군부는 자신들의 땅을 내어주고 물러난 뒤 힘은 힘대로 들고 들어오는 것은 하나도 없는 사이에 민경련 등 대남 부서들만 배를 채웠다는 사실을 알고 분노한 것이다.


ⓒ청와대사진기자단 2007년 10월2일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평양에 도착한 노무현 대통령이 김정일 위원장과 환영행사에 참석했다.

군부의 불만에 기름을 끼얹는 일이 이명박 정부 초기 벌어졌다. 2008년 3월19일 김하중 통일부 장관이 “북핵 문제가 타결되지 않는 상태에서 (개성공단 사업을) 확대하기 어렵다”라고 발언한 것이다. 김 장관 본인은 이 말이 어떤 파장을 불러올지 잘 몰랐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말은 개성공단 2단계 공사가 시작되면 그나마 수익이 있지 않을까 기대했던 북한 군부의 계산을 틀어지게 만들었다. 2008년의 일선 지휘관 회의는 그 직후에 있었다. 이때 개성공단 폐쇄를 요구하는 군부의 불평불만이 또다시 분출한 것이다.

관리 주체 당 중앙위 관할로 바꿔

그렇다고 당장 폐쇄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김 위원장으로서는 더 지켜볼 필요가 있었다. 그러던 중 2008년 7월 박왕자 사건이 터지면서 금강산 관광이 남한 정부에 의해 폐쇄되기에 이르렀다. 북한으로서는 충격이었다. 금강산이 폐쇄된다는 것은 개성공단도 언젠가는 문 닫을지 모른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북한이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2009년 6월 토지임대료로 5억 달러를 요구하면서 개성공단 임금을 월 300달러로 인상해달라고 요구한 것. 시쳇말로 이명박 정부의 간을 본 것인데, 3개월 뒤인 10월 이 요구 사항을 철회했다. 대북 소식통은 “바로 이때 평양에서는 더 이상 개성이 자신들에게 의미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라고 전했다.

김정일 위원장이 당 중앙위의 브레인들에게 개성공단 폐쇄에 대비한 ‘대책적 방안(플랜 B)’을 세울 것을 지시한 시점이 바로 이때라고 한다. 이때부터 개성공단은 당 중앙위 관할로 들어가게 된다. 즉 공단 조성기인 2003년에는 통전부 산하인 민경련과 군부 연합팀이 담당하다 이후 민경련이 관리를 맡았다. 2006년 4월의 일선 지휘관 회의에서 군부가 난리를 친 이후에는 국방위원회로 관리 주체가 바뀌었다. 그런 이유로 개성공단의 남측 체류인원 및 통행제한을 선언한 2008년 ‘12·1 조치’ 직전에 김영철 국방위원회 정책실장을 비롯한 군부 조사단이 개성을 방문하기도 했다.

그러고 나서 2009년 김정일 위원장이 개성에 대한 ‘플랜 B’를 수립할 것을 지시한 이후부터는 당 중앙위의 관할로 들어갔고, 현재까지 이어지게 된 것이다. 이런 이유로 4월8일 개성공단을 방문해 공단 잠정 폐쇄를 발표한 김양건 당 통일전선부장의 당시 타이틀에 대해 이 통전부장이 아니라 ‘당 중앙위원회 비서’라고 호칭했던 것이다. 


남문희 대기자  |  bulgot@sisain.co.kr

2012년 3월 7일 수요일

기고 철도를 멈춰서라도 KTX 민영화를 막아야 합니다


이글은 레프트21 2012-03-03일자 기사 '기고철도를 멈춰서라도 KTX 민영화를 막아야 합니다'를 퍼왔습니다.
정부는 KTX를 민영화하면 요금도 낮아지고, 서비스도 좋아지고, 삶의 질도 높아질 것처럼 말합니다. 
하지만 민영화하면 기업주들은 엄청난 혜택을 얻겠지만, 99퍼센트의 보통 사람들은 얻을 게 없습니다. 
노동자들은 저임금과 고용불안과 빚더미에 앉을 것입니다. 



△2월 4일 철도노조 결의대회 투쟁 채비를 시작한 철도 노동자들 ⓒ사진 이윤선

‘민영화로 KTX 요금을 낮추자’는 정부의 논리는 그럴싸해 보일 수 있습니다. KTX가 흑자 노선이니, 실제 그렇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철도에는 KTX 같은 흑자 노선만 있는게 아니라 적자 노선도 있습니다. 공항철도, 경춘선, 경의선 모두 적자 노선입니다. 
그러니 KTX에서 난 수익을 다른 노선의 적자를 메우는 데 사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민영화로 이런 ‘교차 보조’를 안 하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하거나 적자 노선을 폐지할 수밖에 없겠죠. 이것은 있어서는 안 되는 일입니다.
철도는 필수 공공서비스재입니다. 마땅히 수익이 나지 않는 노선도 운영을 해야 합니다. 요금 인하와 서비스 개선을 위해서는 KTX를 민간에 팔아넘길 게 아니라, 정부 지원을 대폭 늘려야 합니다. 공공성을 더 확대해야 합니다.
그런데 정부는 반대로 가고 있습니다. 철도공사는 지금 철저히 수익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공항철도 직통 노선, 경춘선 ITX는 빠르고 편리하지만 요금이 굉장히 비쌉니다. 돈 없는 사람은 공공서비스에서도 차별받게 되는 것입니다.
안전에도 문제가 많습니다. 경의선은 개통한 지 겨우 2~3년밖에 안 됐는데, 비가 오면 승강장에서 물이 샙니다. 열차 검수도 주기가 점점 더 길어지고 인원까지 줄다 보니 사고가 날 수밖에 없습니다.
필수유지업무도 필요 없다
보수 언론들은 ‘철도 매표원 연봉이 6천만 원’이라며 공격하지만, 그러려면 20~30년 이상 근속을 해야 합니다. 그 나이면 대부분 대학생 자녀가 있습니다. 
지금 등록금이 얼마나 비쌉니까? 최근에는 전셋값도 폭등해 철도 노동자들 사이에서는 ‘월급 받아서 은행에 다 준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습니다. 살기는 힘들어지는데, 임금을 낮춰야 한다는 압력이 너무 심합니다.
민영 회사에선 이런 일이 더 심해질 것입니다. 이윤을 목적으로 하는 기업들은 요금을 더 올리고, 안전 문제는 등한시하고, 인력을 감축할 것입니다.
민영화의 핵심은 비정규직 확대이기도 합니다.
KTX가 민영화되면 지금도 한창인 구조조정이 더 심해질 것입니다. 가장 큰 문제는 고용불안입니다. 공사 측은 제가 맡고 있는 운수 분야도 외주화하려 합니다.
선로 유지ㆍ보수 업무나 전기 업무도 외주화하려 하고 있습니다.
서울ㆍ용산ㆍ대전ㆍ부산ㆍ동대구 등 KTX가 지나는 큰 역들은 매표 업무의 90퍼센트 이상을 코레일이 아닌 자회사가 맡아서 하고 있습니다. 자회사 노동자들의 대부분은 비정규직입니다. KTX 민영화는 이런 현상을 더 부추길 것입니다.
이 때문에 저와 함께 일하는 동료들 사이에선 ‘정부가 민영화를 강행하면 곧바로 파업에 들어가야 한다’는 정서가 큽니다. 일부는 기다리지 말고 당장 파업에 들어가자고도 합니다.
2010년보다 분위기는 훨씬 좋습니다. 지금 동료들은 “필수유지업무고 뭐고 다 필요 없다”, “이래도 불법이고 저래도 불법인데 철도를 제대로 멈춰야 한다” 하고 말합니다.
그동안 노조 지도부는 ‘필수유지업무 조항을 지키면서 합법적으로 파업하자’고 얘기했습니다. 그런데 사실 막상 파업에 돌입하고 나면 죄다 불법이었습니다.
파업을 하려면 기관사들이 중요한데, 이쪽에서도 불만이 높습니다. 워낙 열차 사고도 많고 이에 따른 과도한 징계도 많기 때문입니다. 열차 사고는 개인이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인데 말입니다.
정말이지, 정부가 민영화를 강행하면 즉각 파업에 돌입해야 합니다. 파업의 절차를 따질 때가 아닙니다. 민영화는 우리에게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입니다. 더구나 현장 노동자들은 이번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완전히 깨지길 기대합니다. 그만큼 자신감도 조금씩 나아지고 있습니다.
노조 지도부가 더 분명한 투쟁 의지를 보여 줘야 합니다. 그래야 현장에서도 더 효과적으로 조직하고 조합원들의 힘을 모을 수 있습니다.
민영화를 막기 위해 함께 싸웁시다.

2012년 1월 20일 금요일

"정권 바뀐들 '증세 거부감' 못 넘으면 말짱 도루묵"


이글은 프레시안 2012-01-19일자 기사 '"정권 바뀐들 '증세 거부감' 못 넘으면 말짱 도루묵"'를 퍼왔습니다.
['MB감세'의 그늘] "'부자증세·복지증세' 의제화 시급"

-'MB감세'의 그늘☞①"부자 감세는 양보해도, '삼성 감세'는 포기 못 해" 이른바 'MB감세'의 핵심은 소득세 감세에 있다. 소득세는 소득이 있는 사람이면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사실상 전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세금이기 때문에 국민들은 소득세 변동에 특히 민감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세금으로 국민들의 마음을 현혹시키기 위해서는 소득세 인하는 필수라고 할 수 있다.

정권을 잡자마자 유가환급금이라는 이름으로 1400여만 명에게 2조7000억원의 소득세를 환급해준 MB정부는 뒤이어 발표된 감세안을 통해 8-17-26-35%의 소득세율을 6-15-24-33%로 2%p씩 인하하는 내용을 그 전면에 내세웠다. 경기침체를 벗어나기 위한 소비진작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감세의 가장 큰 수혜자인 고소득층은 서민중산층에 비해 소비성향이 훨씬 낮다는 점에서 소득세율 인하는 애초부터 고소득층의 지갑을 열기위한 정책이었다기 보다는 고소득층의 지갑을 채워주기 위한 정책에 불과하다. 이런 의미에서 부자감세의 실체를 꿰뚫어 본 국민들에 의해 35% 최고세율을 33%로 인하하는 방안이 좌절된 것은 너무나 당연하고 다행스러운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실제 소득세 감세 혜택은 누구에게 얼마나 돌아간 것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1인당 감세액은 부동산양도소득자가, 감세총액은 근로소득자가 가장 많았으며, 고소득층이 저소득층에 비해 수십배 많은 감세혜택을 얻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 신고 소득에 대해 각각 감세전후의 세율을 적용해본 결과인데, 1인당 평균 감세혜택은 근로소득자 29만원, 종합소득자 27만원, 부동산 양도소득자 157만원으로 나타났다.

양도소득자의 감세혜택이 큰 것은 감세이전 9~36%의 세율이 6~35%로 세율 인하폭이 크고, 건당 소득도 다른 소득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이다. 특히 고가주택을 양도한 사람들은 건당 832만원의 감세혜택을 얻고 있어 부동산 부자들이 소득세율 인하 혜택을 가장 크게 누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 1억원이 넘는 고소득층의 경우 1인당 170만원의 감세혜택을 얻는 반면, 2천만원이하 저소득층은 불과 5만원 정도의 감세혜택을 얻고 있어 계층별로 30~40배의 차이를 보이고 있었다. 이는 그나마 35%의 최고세율을 33%로 내리지 않은 상태에서 계산한 결과인데, 만약 원래 감세안대로 최고세율도 2% 내렸다면 소득이 2억이 넘는 고소득자의 경우 근로소득자는 1인당 486만원, 종합소득자는 1인당 824만원의 추가 감세혜택이 주어지는 것으로 예상되었다. 정말이지 최고세율을 내리지 않은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고 할 수 있다.

소득세율 인하로 인한 감세총액은 근로소득자가 2.7조원, 종합소득자(사업소득자)가 1조원, 양도소득자가 1.2조원 등 연간 5조원 규모로 추산되는데 다른 소득자에 비해 근로소득자의 감세액이 큰 것은 과세대상자가 다른 소득에 비해 훨씬 많기 때문이다.

감세전후의 유효세율을 비교해본 결과 근로소득자는 4.53%에서 4.37%로, 종합소득자의 경우 13.92%에서 13.26%로 유효세율이 전반적으로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세율인하로 인한 당연한 효과인데 종합소득자에 비해 근로소득자의 유효세율 감소폭이 작은 것은 근로소득공제가 일부 축소되었고, 신용카드공제의 요건이 좀 더 까다롭게 변경되었기 때문이다. 근로소득공제와 신용카드공제는 근로소득자에게만 적용되는 공제제도인데, 기존에는 급여 중 500만원까지는 100% 공제해주던 것이 80%로 축소되었고, 신용카드공제도 신용카드 사용액 중 급여의 20%가 넘는 금액에 대해 적용하던 것이 급여의 25% 초과 금액에 대해 적용하는 것으로 변경되면서 근로소득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연말에 국회에서는 한나라당 단독으로 과세표준 3억 초과분에 대해 38%의 세율을 적용하는 이른바 부자증세안을 통과시켰다. 이 방안에 따라 38%의 세율을 적용받을 사람은 근로소득자 1만명, 종합소득자 2만3천여명 등 19백만명에 이르는 전체소득자의 0.2%도 되지 않으며, 이로 인한 소득세 추가세입도 국세수입의 0.3%에 불과한 7천억원에 그칠 전망이다. 이 방안은 야당이 주장해온 과세표준 1억2000만원 내지 1억5000만원 초과분에 대한 40% 세율에 턱없이 부족할뿐 아니라, 한나라당에서 거론되어온 부자증세의 방안에도 미흡한 방안이다. 박근혜 위원장이 소득세 최고세율 신설에 부정적이라는 이유로 부자증세가 좌초되는 모양새가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국민비판을 모면하기 위한 궁여지책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여러 한계에도 불구하고 이번 증세방안이 지니는 의미또한 적지 않다. 사실 IMF 사태 이후 우리나라에서의 세금정책이란 곧 감세정책를 의미했다. 즉 종부세 신설 등 극히 예외적인 몇몇 경우를 제외하고 감세의 대상과 수위를 어떻게 결정하느냐가 세금정책의 전부였고, MB정부 출범 후 지난 4년도 여당의 부자감세와 야당의 부자감세 철회만이 대립되어왔다. 하지만 이번 여당의 38% 세율 신설로 인해 그동안의 감세냐 감세철회냐의 논의는 무의미해졌고, 또한 부자증세냐 아니냐의 대립도 뛰어넘어면서 부자증세가 대세로, 국민상식으로 자리잡은 것이다.

이미 박근혜 위원장은 최고소득세율 신설보다는 자본소득과세 강화를 주장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고, 한나라당의 이번 세율 인상을 꼼수에 불과하다고 비판한 민주당도 제대로 된(?) 부자증세를 장담하고 있다. 부유세, 사회복지세 등 그동안 증세를 통한 복지확대를 일관되게 주장해온 진보정당도 부자증세 논의에 결코 빠질 수 없다.

우리나라는 조세부담율도 낮고, 복지재정도 빈약하다. 그 어떤 정부도, 어떤 정치세력도 다른 나라에 비해 5%나 낮은 조세부담율, OECD 평균의 40%에 불과한 공공복지지출로는 양극화, 고령화와 같은 국가적 과제에 대해 제대로 대처할 수 없다. "작은세입-작은지출" 구조를 "적정세입-적정지출"구조로 전환할 수밖에 없고, 그 과정에서는 소득세를 늘이는 것은 필수불가결하다.

소득세는 전국민을 대상으로 각자의 세금부담능력에 따라 누진적으로 부과하는 세금이어서 소득재분배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세금이고,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소득세 비중이 너무나 낮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복지재정 확대와 소득재분배를 제고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소득세를 늘리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소득세를 늘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과세소득이 늘어나야 하는데 최근 우리나라는 비정규직 등 저임금 노동자와 영세자영업자의 증가로 소득자는 증가해도 소득은 별로 늘어나지 않는양상이 소득세 기반을 약화시키고 있다. 실제 근로소득자가 매년 늘고, 고소득자도 급증하고 있지만 근로소득자의 1인당 평균 급여는 2008년 3915만원에서, 2010년 3854만원으로 오히려 줄어들었다. 비정규직 등 저임금 노동자 비중이 늘어나다 보니 발생하는 문제인데, 세금을 내고 싶어도 소득이 없어 생겨나는 문제이니 만큼 이는 세금정책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충분한 소득이 있고, 세금을 낼 능력도 있지만 세금을 내지 않는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소득을 의도적으로 나라살림을 좀먹게 하는 탈세도 문제이고,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고 면제해 준 소득도 문제이다. 탈세는 조세제도와 세무행정 전반에 대한 심각한 국민불신을 야기한다. 조세개혁에서는 국민동의가 필수적이니만큼 탈세를 뿌리뽑아야 하지만, 탈세는 몇몇 제도개선만으로 하루 아침에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사전적으로 세원을 보다 투명하게 노출시키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꾸준히 강구되어야 하며, 이와 함께 세무조사를 통해 탈세을 사후적으로 색출하기 위한 노력도 함게 병행해야 한다. "탈세해도 안 걸린다, 행여 걸리더라도 세금 내면 그만이다"라는 사회적 통념을 바꾸기 위해서는 현재와 같은 세무조사의 범위와 강도로는 어림도 없다. 세무조사는 대폭 강화되어야 하며 탈세에 대해서는 확실한 경제적 사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 반면 세무조사의 공정성을 훼손하는 정치적 의도에 의한 세무조사는 철저히 배제해야 한다.

세금 면제 소득에서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이 바로 금융소득이다. 현재는 이자와 배당에 대해 비과세와 저율과세를 폭넓게 허용하고 있으며, 실제 세금을 내는 이자와 배당소득이라 할지라도 그 금액이 4천만원을 넘지 않으면 14% 단일세율을 적용하는데 그친다. 금융소득이 4천만원이 넘을 경우에만 금융소득종합과세라는 이름으로 다른 소득과 합산하여 누진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KB경영연구소 연구결과에 따르면 우리 국민 중 금융자산을 10억원 넘게 가지고 있는 금융부자들이 2010년 현재 13만명이고 이들의 1인당 평균자산은 34억원, 연소득 2억원이 넘는다고 한다. 10억이 넘는 금융자산에 정기예금금리 수준인 4% 수익률만 적용해도 이들은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가 되고, 2억원이 넘는 이들의 소득을 감안했을 때 마땅히 35%의 최고세율로 세금을 내야 한다.

하지만 국세청 통계에 따르면 2010년의 실제 금융소득종합과세자는 48,907명에 불과해서 금융부자 3명중 1명만이 누진세율로 세금을 내고 있다. 상당수 금융부자들이 비과세나 세금우대 금융상품을 이용하여 세금을 면제받거나 낮은 세금만을 부담하고 있다. 실제 국세청 통계로도 금융소득 중 종합과세금융소득의 비중은 2008년 19.2%, 2010년 18.5%로 나타나 극히 일부만이 누진세율을 적용받는 비중이 극히 작고 그나마 점점 줄어들고 있는 반면, 비과세 금융소득이나 저율의 세금우대 금융소득은 2008년 32.1%, 10년에는 35.3%로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금융소득종합과세의 기준을 4천만원에서 1천만원으로 대폭 낮추고. 이른바 절세형 금융상품에 대한 정비를 통해 비과세 금융상품과 세금우대 금융상품을 대폭 줄여 나가야 한다.

연도별 금융소득 현황



*괄호안의 숫자는 전체 금융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

금융소득에서 또 하나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바로 주식양도차익에 대한 과세문제이다. 현재는 비상장주식과 대주주 보유분 상장주식에 대해서만 양도소득세를 부과하고 있고, 나머지 대부분의 주식양도차익에 대해서는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다. 하지만 대주주 기준이 보유주식이 주식총수의 3%이상이거나, 보유주식총액이 100억 이상일 정도로 높기 때문에 2010년에 주식양도차익으로 세금을 낸 사람은 2만2000여명에 불과하다.

474만명의 주식투자자는 물론, 1만주 이상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투자자가 36만 5천명이라는 사실에 비줘보더라도 주식양도차익에 대해 세금을 내는 사람의 비중은 너무 적다고 할 수 있다. 더군다나 주식양도차익에 대해서는 6~35%의 누진세율을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중소기업 주식은 10%, 나머지 주식은 20%의 단일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2010년에 신고된 주식양도차익에 대해 누진세율을 적용하는 것과 단일세율을 적용하는 것을 비교해봤을 때 단일세율 적용으로 1인당 평균 3000만원에서 1억5000만원에 달하는 이익을 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주식을 팔아 수억원대의 시세차익을 얻고 있는 고소득자에 대해 10%~20%의 단일세율을 적용하는 것은 형평에 맞지 않으며, 능력에 따른 세금부담이라는 국민 상식에도 반하는 만큼 주식양도차익에 대해서는 누진세율로 과세하는 것이 마땅하다.

주식양도차익에 누진세율 적용시 추가 세금


▲ *중소기업 여부를 확인할 방법이 없는 관계로 단일세율에 의한 세금은 10%와 20%의 중간인 15%를 적용

복지국가로 나아가기 위한 물적 토대로서 증세는 이제 되돌릴 수 없는 대세가 되고 있다. 진보정당은 물론이고 민주당까지도 증세의 필요성을 공감하고 있으며, 부자증세와 복지증세를 증세의 기본방향과 원칙으로 인정하는 것에서도 별다른 이견이 없는 듯하다.

또한 부자증세의 구체적 방안으로 과세표준 1억2000만 원 내지 1억5000만 원 초과 소득에 대해 40% 최고세율을 적용하고 금융소득종합과세의 기준을 완화하여 금융소득에 대한 누진세율을 강화하고, 주식양도차익에 대한 양도소득세 부과도 확대 적용해야 하는 데에도 차이가 없는 듯하다. 한나라당조차 위장 부자증세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지금은 주장으로서의 증세가 아닌 실천으로서의 증세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런 의미에서 적어도 세금문제에 있어서만은 다가오는 총선이 서로의 차이를 드러내는 과정이기 보다는 부자증세, 복지증세의 공동실천을 합의해가는 과정이기를 기대해 본다.


▲ 지난해 12월 31일 야당 의원들이 모두 퇴장한 상태에서 한나라당이 새해 예산안과 소득세법 개정안 등을 통과시켰다. ⓒ뉴시스

/이종석 조승수 의원실 보좌관·회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