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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 14일 화요일

뜨거운 감자 ‘유사보도 논란’, CJ·경제신문 규제 대상될까?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3-05-13일자 기사 '뜨거운 감자 ‘유사보도 논란’, CJ·경제신문 규제 대상될까?'를 퍼왔습니다.
[뉴스분석] 현상은 종편 vs 경제지 먹거리싸움, 본질은 미래부 vs 방통위 관리구역 충돌

조선일보가 유사보도PP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던 날,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이경재)와 미래창조과학부(장관 최문기)가 동시에 움직였다. 방통위는 유사보도 프로그램에 대한 실태조사와 함께 ‘엄벌’을 약속했다. 미래부는 ‘협조’를 약속했다. 일단 CJ와 경제신문들은 반발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학계에서는 이번 논란을 종합편성채널의 대리인 방통위와 PP를 진행시켜야 할 미래부의 첫 ‘지역 획정’ 싸움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의견은 갈린다. 방송법 취지를 존중해 유사보도 프로그램을 일부 규제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고, 방통위와 미래부의 단속은 과잉규제이자 언론탄압이라는 의견도 있다. 업계에서는 방통위와 미래부의 ‘협의’에 따라 유사보도PP는 현행대로 유지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방통위는 10일 보도자료를 내 미래부와 함께 보도프로그램에 대한 세부 분류기준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방통위는 CJ 계열 PP와 경제지들이 운영하는 방송채널이 내보내는 ‘유사보도 프로그램’에 대한 실태를 조사하고, 등록취소에 이르는 중징계를 추진할 계획을 밝혔다. 방통위는 “관련 사업자와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하고, 미래창조과학부 등과 협의를 통해 보도프로그램의 세부적인 분류기준을 조속히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관련기사 링크: 연합뉴스 5월 10일자 기사 (방통위, 유사보도 실태조사 착수…적발땐 강력 제재)]

시작은 조선일보의 기획기사였다. 조선일보는 5월 10일자 신문에 관련 기사 3건을 게재했다. 조선일보는 CJ E&M과 시민방송 RTV, 경제신문의 증권정보 방송채널이 유사보도 프로그램을 편성하고 내보내고 있지만 미래부와 방통위가 아무런 대책을 내놓고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관련기사 링크: 조선일보 5월 10일자 6면 (법률상 뉴스報道 할 수 없는 케이블채널, 교양프로그램으로 포장해 類似(유사)보도 일삼는데… 관심도 없는 미래부 “조사할 여력없다” 뒷짐만)]

기사에는 CJ E&M이 내보낸 (백지연의 끝장토론)과 (쿨까당)이 대표적인 유사 보도프로그램으로 등장했다. 조선일보는 “법률상 뉴스 보도를 할 수 없는 케이블 채널(PP)들이 오락이나 교양 프로그램 형식으로 유사(類似) 보도를 일삼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현행 방송법상 보도는 “국내외 정치·경제·사회·문화 등의 전반에 관하여 시사적인 취재보도·논평·해설 등의 방송프로그램을 편성하는 것”으로 방통위의 허가 및 승인을 받은 지상파방송, 종합편성채널, 보도전문채널만 보도프로그램을 편성할 수 있게 돼 있다. 반면 상품소개 및 판매 등 전문편성을 하는 사업자는 미래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전문편성채널은 교양 또는 오락에 관한 프로그램만 편성할 수 있다.

조선일보는 한국경제, 머니투데이, 이데일리, 서울경제 등 경제신문이 운영하는 방송채널도 거론했다. 조선일보는 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흔히 ‘증권 방송’으로 불리는 채널들은 경제 정보 프로그램이란 명분으로 앵커와 기자가 나와 온종일 뉴스를 전한다”면서 “‘증권 정보’와 ‘뉴스 보도’의 경계가 애매모호하다”고 보도했다.


▲ 조선일보 2013년 5월 10일자 6면 머리기사

학계의 의견은 갈린다. 성공회대 김서중 교수(신문방송학과)는 13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보도’라는 이름을 달지 않고 보도하는 프로그램을 방송법 위반으로 단속하는 것은 현행 방송법의 인허가, 승인제도를 고려할 때 문제가 된다”고 말했다. 그는 “제도 자체를 부정한다면 영리를 추구하는 사업자가 일반PP를 만들고 유사보도 프로그램을 내보낼 위험성이 커진다”면서 “이렇게 되면 자본이 많은 사업자가 뉴스프로그램을 만들어 내보낼 수 있게 된다”고 지적했다.

전북대 김승수 교수(신문방송학과)는 ‘보도’에 대한 방송법상 정의로 분류할 수 없을 때는 언론 자유를 확대하는 차원에서 판단해야 한다면서 방통위와 미래부의 ‘재분류’ 방침을 비판했다. 그는 “(백지연의 끝장토론)을 유사보도라고 시비를 거는데 보도와 교양의 거리가 멀지 않은 만큼 성격이 중복되거나 불분명할 경우 언론 자유를 확대하는 차원에서 (교양프로그램의 개념을) 넓게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쟁점은 토론과 같은 프로그램들을 유사보도 프로그램으로 볼 것인지, 방통위와 미래부의 프로그램 분류 기준이다. 조선일보가 지목한 CJ와 경제지들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CJ E&M 관계자는 MBC (100분 토론)도 교양프로그램으로 분류돼 있고 CJ는 방송법을 위반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CJ 관계자는 “(끝장토론)과 (꿀까당)은 모두 교양프로그램”이라며 “CJ E&M은 방송법을 지키고 있는 만큼 문제될 것이 없다”고 말했다.

이데일리도 13일자 (정책 아닌 정치 우려 ‘유사보도’ 논란의 불편한 진실)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법률상 뉴스 보도를 할 수 없는데 사실상 뉴스를 보도한다는 ‘유사보도’에 대한 논란은 우리나라 방송법이 모호한 탓도 있지만, 정치권력과 언론권력의 입맛에 따라 부풀려져 온 측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방송법 상 ‘보도’ 기준이 고무줄 잣대이고, 이번에는 종편이 정치권력을 움직여 잠재적 경쟁자들을 압박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머니투데이는 조선일보가 방송법을 위반하고 있다고까지 비판했다. 정보미디어과학부 강미선 기자는 13일자 기자수첩 (종편 눈치보는 방통위?)에서 “문제를 제기한 종편은 어떤가. 이들은 ‘종합편성’이라는 존재감을 무색하게 한다. 50% 이상을 보도시사에 할애해 ‘편성 위반’ 논란에 휩싸인 지 한참”이라면서 오히려 종편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 머니투데이 2013년 5월 13일자 8면 기자수첩

조선일보가 ‘법률 검토’를 하고 방통위와 미래부가 움직였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종편’ 대리인 방통위와 ‘PP’ 대리인 미래부는 분류 기준을 두고 실랑이를 벌일 수 있지만 업계의 이익을 대변해야 하는 기관인 만큼 적당한 선에서 분류 기준을 정하고 프로그램 몇 개에 대한 시정명령 정도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조선일보가 얘기하는 유사 보도 프로그램은 세부기준을 거쳐 ‘보도’가 아닌 ‘교양정보 프로그램’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PP업계 관계자는 “업계에서는 종합편성채널이 등장할 때 ‘유사보도PP를 정리하지 않겠느냐’는 얘기가 있었지만 알만한 나라 중에서 프로그램을 장르별로 규제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면서 “조선일보의 타깃은 CJ와 경제신문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경환 상지대 교수(언론광고학부)는 “방통위와 미래부가 지역 획정을 하는 힘겨루기 싸움을 벌이고 있다”면서 “보도와 정보전달을 구분하기 어렵고, 실제 보도를 하는 채널이 늘어난 만큼 규제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뉴스 홍수 시대에 뉴스채널의 효용이 희석됐고, 더 많은 보도프로그램이 있다고 해서 사업자의 광고 수주와 시민들의 이용편의에 딱히 문제가 되진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김 교수는 이어 “미래부와 방통위가 시장을 놓고 전선을 형성하는 첫 안건”이라면서 “전문뉴스와 일반 정치·사회 뉴스는 성격이 다른데 결국 미래부가 PP활성화라는 명분으로 이를 묵인, 허용하는 쪽으로 귀결될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하는 것은 이경재 방통위원장이 경제신문들의 채널에 손을 대지 않겠다고 약속한 대목이다. 한국경제는 13일자 12면에 이경재 방통위원장 인터뷰를 크게 싣고 이 위원장에게 ‘전문편성채널’을 건드리지 않을 것이라는 확답을 받아냈다. 이 위원장은 전문편성채널을 운영하는 경제신문의 ‘관련 뉴스’가 일반적인 보도가 아니기 때문에 ‘금지할 수 없다’는 입장을 냈다.

“예를 들어 바둑채널은 바둑 뉴스, 기독교채널도 교계 뉴스를 내보내는데 보도채널이 아니라고 해서 ‘안 된다’고 하지 못하죠. 보도를 단순히 뉴스로 얘기할 게 아닙니다. 방통위가 걱정하는 것은 정치적 공정성입니다. 최종적으로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느냐, 없느냐로 판단하면 되는데요. 가이드라인을 정하려 하지만 무궁무진한 스펙이 있어 쉽지 않은 문제입니다. 연구해야 할 사안입니다.”


▲ 한국경제 2013년 5월 13일자 12면

방통위와 미래부 관계자들의 입장은 ‘갈팡질팡’이다. 방통위 편성평가정책과 관계자는 “방송법상 보도는 취재보도·논평·해설로 돼 있고, 유사한 형태에 대한 실태를 조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요즘 쇼 형태를 빌리거나 장르 간 융합 현상이 일어나고 있어 보도인지 아닌지 구분하기 어렵다”면서 “세부 기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래부 방송산업정책과 최정규 과장은 “편성에 대한 규제는 방통위가 상당부분 가지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편성에 개입하지 않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논의 과정에서 (세부 분류기준에 대해) 얘기를 하겠다”고 말했다. 결국 협의를 통해 유사보도 프로그램에 대한 기준이 마련되는 만큼 협의 과정을 통해 자신의 관할 아래 있는 사업자들에게 규제를 빠져나갈 기회를 줄 가능성이 높다.

김승수 교수는 “방통위와 미래부가 헌법적 가치와 법률로 규정한 문제를 ‘자체 기준’을 만들어 규제한다면 과잉규제이고 언론탄압”이라면서 “이는 언론의 자유와 국민의 기본권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행 방송법은 비정기적으로 사회성 프로그램을 내보내는 것을 유사보도로 규정하기는 어렵다”면서 “문제가 된다면 모호한 방송법의 기준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피해를 보는 것은 시민방송 RTV 등 공익적 방송채널과 (뉴스타파) 정도가 될 거라는 우려도 나온다. 조선일보는 “더 큰 우려는 정치나 선거에 영향을 줄 목적으로 한 중소 유사 보도 채널의 등장 가능성”이라며 “자본금 5억 원으로 채널을 만들어 미래부에 등록한 뒤 특정 정치 세력을 옹호하는 시사나 토론 프로그램을 쏟아내는 경우”라고 보도했다.


▲ 시민방송 RTV 누리집.

이에 대해 언론개혁시민연대 추혜선 사무총장은 “조선일보가 제기한 문제는 표면적으로는 광고를 둘러싼 밥그릇싸움으로 보이지만 보도와 관련해 정치적인 목적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공익적인 채널이 규제를 받고 (채널이) 뒤로 밀릴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추혜선 총장은 “이번 논란은 다가올 채널 재배정을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다르게 바라봐야 한다”면서 “사업자들 갈등과 이해관계 측면에서만 접근하다보면 사각지대가 생기는데 조선일보의 경우, 나눠진 규제 체계를 교묘하게 활용해 정치적으로 반대편에 있다고 생각되는 채널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서중 교수는 “(뉴스타파)의 경우 시민들의 후원으로 만들어진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RTV의 편성 요건을 충족시킨다고 볼 수 있다”면서 “그러나 RTV가 뉴스사업자로 등록한 (GO발뉴스)를 내보내는 것은 등록사항과 다른 부분이 있기 때문에 논란이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장준 기자 |weshe@mediatoday.co.kr  

2012년 12월 11일 화요일

한국경제의 '뻔뻔함', 첫 문단만 바꿔 '막장'사설 그대로


이글은 미디어스 2012-12-11일자 기사 '한국경제의 '뻔뻔함', 첫 문단만 바꿔 '막장'사설 그대로'를 퍼왔습니다.
[기자수첩] '경제민주화' 거세하려는 경제지의 추악한 민낯

'시간을 달리는 기자' '타임머신을 타고오신 우리 기래기님(기자+쓰레기)' '대선토론회 타임워프 기사'
많은 누리꾼들은 기자가 10일에 쓴 기사 ('막장' 한국경제, TV토론 시작 전에 토론평가 사설 내보내)를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 한국경제 10일자 인터넷 판, <국민에게 땀과 노력을 요구하는 후보는 왜 없나> -한국경제 홈페이지 캡처

(한국경제)는 대선후보 2차 TV토론을 2시간여 앞둔 10일 오후 5시 17분, 자사 인터넷 홈페이지에 (국민에게 땀과 노력을 요구하는 후보는 왜 없나)라는 제목의 사설을 게재했다. TV토론이 열리지도 않았는데, TV토론을 논평하는 사설이 나오는 황당한 일이 발생한 것이었다.
사설에서 (한국경제)는 박근혜·문재인·이정희 후보가 내세운 '경제민주화' 공약들을 "반자본주의 저주" "사탕발림" "포퓰리즘의 포로" "좌편향적 선동" 등의 정치적 수사와 함께 힐난했다.
(한국경제)는 낮아진 성장률이 'MB식 성장 만능주의'의 결과임을 망각한 채, 성장률이 낮기 때문에 경제민주화는 할 수 없다는 식으로 여론을 호도했다. 뿐만 아니라 (한국경제)가 사설에서 앞세운 권위자들은 '한국경제연구원'과 '대한상의'와 같은 끊임없이 대기업 중심의 정책을 비호해 오던 집단들이었다. (한국경제)가 말하는 성장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뻔히 드러난다.  
더 큰 문제는 11일자 사설이다. (한국경제)의 11일자 사설 (아무도 성장을 말하지 않은 대선후보 TV토론)은 미리 써놨던 사설과 1문단만 조금 다를 뿐, 나머지 문단은 대동소이했다. 대중을 대하는 언론의 '뻔뻔함'이 극에 달한 것이다.

▲ 한국경제 11일자 사설 <아무도 성장을 말하지 않은 대선후보 TV토론>. 10일자 인터넷 판과 비교해보면, 첫문단을 제외한 나머지 문단은 대동소이하다.(빨간 음영은 동일한 부분) -한국경제 홈페이지 캡처

사설은 신문사가 언론사로서의 의견을 대표적으로 피력하는 공간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설을 보면 그 언론사의 성향과 깊이를 엿볼 수 있다. (한국경제)의 사설은 일어나지 않은 사실을 창조했고, 자본주의에 대한 몰이해를 드러냈다.
일말의 사과 없이, "원래 그렇게들 한다"며 뻔뻔하게 변명하는 (한국경제). 대중을 기만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언론의 추악한 민낯을 보았다.

김도연 수습기자  |  riverskim@mediaus.co.kr

2012년 9월 1일 토요일

하우스 푸어의 엄살? 그냥 집 팔고 나오면 안 되냐고?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8-31일자 기사 '하우스 푸어의 엄살? 그냥 집 팔고 나오면 안 되냐고?'를 퍼왔습니다.
[당인리 칼럼] 다시 오를 거라는 기대를 버리지 못하기 때문… 부동산엔 왜 손절매가 없을까

하우스 푸어 문제가 다시 관심을 받고 있다. 보수 언론과 경제지들이 하우스 푸어 문제가 심각하다며 대응책을 촉구하자 여야 대선 주자들이 발빠르게 대책을 내놓았다. 초안 수준이지만 나올 수 있는 대책은 거의 다 망라되어 있다. 하지만 빠지지 않는 것이 있다. 거래 활성화로 하우스 푸어들이 집을 팔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 DTI규제 완화는 물론 세제지원까지 요구한다.

이런 논의의 문제는 우선 하우스 푸어들이 모두 같은 처지가 아님을 간과한다, 내 집이 있지만 투자목적으로 다른 주택을 산 사람들과 실거주 목적으로 한 채의 집만을 산 사람들은 다르다. 그리고 그 대책이 인위적인 거래 활성화여서는 곤란하다. 경제 전반이 되살아나면서 부동산 시장도 살아난다면 별도의 대책은 필요 없을 것이다. 반대로 경제는 여전히 어려운데 부동산 경기만 진작시켜서는 효과도 없고 거품을 유지시키는 부작용만 가져올 것이다. 지금은 하우스 푸어들이 집을 팔아 자산을 합리적으로 구조조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런데 왜 하우스 푸어들은 집을 팔아 부채에서 벗어나려 하지 않는 것일까? 이들은 팔고 싶지만 팔리지 않는다고 한다. 정말 그런가? 주택 거래가 대폭 줄긴 했지만 거래가 전혀 없지는 않다. 비정상적인 폭등기였던 2006년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 이하로 떨어졌지만 여전히 사고 파는 사람들이 있다. 매수자들이 움직일 만큼 충분히 싼값에 손해를 보면서 팔려하지 않기 때문에 팔리지 않는 것이다. 주식시장에서 이 정도 상황이라면 손절매가 속출했을 것이다.

하지만 주식과 주택 시장은 다르다. 주택은 자본이득을 얻기 위한 수단인 동시에 주거라는 기본적 생활의 수단이기도 하다. 따라서 하우스 푸어들이 손절매를 해서 자산구조조정을 하게 하려면 대신 안정적인 주거를 보장해 주어야 한다. 헐값에 집을 팔고 대출을 다 갚고 나면 살 곳이 없어져서는 팔래야 팔수가 없다. 빚을 갚고 남은 돈으로도 안정적으로 살 수 있는 주거 형태가 있어야 한다.

또 다른 이유이자 더 근본적인 이유는 아직도 집값이 다시 오를 거라는 기대를 버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기대는 곧 불안이 된다. 내가 팔고 난 다음에 집값이 오르면 다시는 집을 살 수 없지 않을까? 남들은 다 부동산으로 돈을 버는데 나만 그 대열에서 뒤처지지 않을까? 하는 불안이 하우스 푸어를 사로잡고 있다. 아니 온 국민을 지배하고 있다.

이런 기대 혹은 불안은 주기적인 부동산값 폭등이 오랜 시간에 걸쳐 우리 국민에게 주입해 온 것이라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이런 불안을 떨쳐버리기 위해서는 집을 이윤 추구의 수단이 아니라 삶의 수단으로 보는 사례가 사회 전체에서 상당히 늘어나야 한다. 내 집을 소유하지 않더라도 안정적으로 쾌적한 생활을 누릴 주거공간이 전체 주택 중에 의미 있는 비율이 될 때 그래서 부동산으로 돈을 불린 사람들 보다 만족스러운 주거 환경에서 삶의 만족도를 높인 사람들이 내 주변에 더 많아질 때만 하우스 푸어들의 불안은 극복될 수 있다.


전용면적 75.9㎥(23평)이 10억원에 육박하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이들은 왜 더 넓고 싼 곳으로 옮겨가지 않는 것일까. ©연합뉴스

하우스 푸어들이 집을 팔지 못하는 두 이유 모두에 대한 해결책은 공공임대 주택의 확충이다. 내 집이 아니어도 장기간 큰 부담 없이 살 수 있는 집이 있고 그 집이 시장에서 거래되는 상품이 아니라면 그리고 그런 집에 사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다면 하우스 푸어들이 빚에서 벗어날 탈출구가 열릴 것이다. 또 공공이 보유하는 주택이 많아지면 정부의 시장개입이 가능해져 부동산가격 급등락도 막을 수 있다는 것은 주거 복지 수준이 높은 여러 나라들의 교훈이다. 이렇게 되면 부동산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와 그 기대에서 오는 불안도 줄어들 것이다.

결국 정부의 적극적 개입으로 주택의 공공성을 높이는 것만이 장기적으로 실효성 있는 하우스 푸어 대책일 수 있다.

한형식·당인리정책발전소 부소장 | philliee@empas.com

2012년 4월 13일 금요일

박근혜노믹스… 벌써부터 경제지들 줄대기, 주문폭주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4-13일자 기사 '박근혜노믹스… 벌써부터 경제지들 줄대기, 주문폭주'를 퍼왔습니다.
[경제뉴스톺아읽기] “급진 좌경 노선 부결” 환영, 속내는 재벌개혁 ‘불씨’ 긴장

13일 경제뉴스가 주목한 것은 ‘박근혜’였다. 경제신문들은 1면에 모두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 관련 뉴스를 실었다. 박근혜 위원장이 기자회견에서 “불법사찰방지법 제정”, “민생문제 해결”, “공약실천” 등을 밝힌 것이 소개됐다. 경제지가 일간지와 대조적이었던 것은 일간지가 주로 박 위원장을 둘러싼 정국을 분석한 것이었다면, 경제지들은 주로 ‘복지 포퓰리즘’과 ‘증세’에 대한 우려를 전했다. 
하지만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대선까지는 현 정부와 ‘거리 두기’를 할 것으로 전망됐다. 수도권에서 ‘패배’한 이상 민심을 돌리기 위한 시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재계는 새누리당의 당선으로 일단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지만 올해 대통령 선거에 따라 재벌 개혁 이슈가 터지는 것에 대해 불안함 마음으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음은 13일자 전국단위 경제신문 머리기사다.
매일경제 머니투데이 서울경제 아주경제 파이낸셜뉴스 한국경제
경제지들 1면에서 주목되는 것은 박근혜 위원장에게 ‘기대’한 향후 경제 정책의 향배다. 박 위원장이 “민생과 관련 없는 갈등과 분열 정치 투쟁을 한다면 국민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말한 대목에 대해, 경제지들이 ‘복지 경쟁’ 하지말고 ‘민생 경제’에 나서라고 해석해 주문하는 것이 눈길을 끈다.


13일자 매일경제 1면.

매일경제는 1면 머리기사에서 경제전문가 30인의 긴급 제언 형식으로 “4·11 총선 표심은 여야를 향해 장밋빛 복지 미몽에서 벗어나 민생 경제에 집중해달라는 메시지를 던졌다”고 밝혔다. 매경은 이 기사의 부제목을 ‘각당 쏟아내 공약중 복지경쟁이 가장 염려/ 사회분열댄 경제 치명적’이라고 꼽았다.
매경은 “총선을 앞두고 여야가 쏟아낸 공약 가운데 가장 우려스러운 정책을 묻는 질문에도 응답자 63.3%가 ‘복지 확대’라고 답했다”며 “‘대기업 정책’을 가장 염려한 응답자도 33.3%에 달했다”고 밝혔다. 이홍식 고려대 교수는 “포퓰리즘 정책은 더 큰 문제를 야기한다”, 권영준 경희대 교수는 “평균의 함정에 빠져 보편적 복지로 치우칠 게 아니라 정말 어려운 서민부터 보살펴야 한다”고 주문했다.
아주경제도 1면 머리기사에서 “정치권의 이번 총선 공약은 퍼주기식 공약만 쏟애낸 복지 포퓰리즘이라는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특히 복지 예산을 세우고 집행해야 할 정부로서도 재정건정성 확보 없이는 추가 복지 예산 편성은 곤란하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아주경제는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재정 악화, 미국의 고용지표 부진 및 중국의 수입 둔화 등의 여파 속에서 대외의존도가 큰 우리 경제가 무분별한 복지지출로 휘청거릴 수 있다는 지적”이지만 “12월 대선을 앞두고 정국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할 것으로 예상돼 ‘복지 포퓰리즘’은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공약을 주문한 경제지도 있었다. 특징적인 것은 이 요구가 사실상 노동자보다는 기업 이익에 ‘편향’된 것이라는 점이다.
파이낸셜뉴스는 1면 기사에서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300개 업체를 대상으로 ‘19대 국회에 바라는 기업의견’을 조사해 발표한 결과 ‘공약에 무조건 얽매이기 보다는 경제 여건에 따라 탄력적으로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57.0%였다. 기업들이 가장 큰 부담을 느끼는 공약으로는 ‘근로시간 단축, 비정규직 문제, 정년연장 등의 노동공약’을 52.0%로 가장 많이 꼽았고 ‘법인세, 소득세 인상 등 증세’(17.0%), ‘무상보육·급식·의료 등 복지 강화’(13.0%) 등을 차례로 지적했다.


13일자 한국경제 1면.

한국경제도 박근혜 위원장의 경제 ‘참모진’이 말하는 ‘박근혜 노믹스’라는 형식으로 비슷한 주문을 했다. 한경은 “‘복지 사각지대 해소에 총력, 증세와 부동산 규제완화는 일단 반대’”라며 “(박근혜 위원장의) 경제 브레인들을 대상으로 주요 경제현안에 대한 긴급 인터뷰를 한 결과 이 같은 경제운용 구도를 이끌어냈다”고 밝혔다. 인터뷰를 한 ‘참모진’은 유승민 최고위원, 최경환 의원, 이한구 의원를 비롯해 이번에 당선된 강석훈 교수, 안종범 교수, 이만우 교수 등이다.
한경은 “이들은 정치권의 최대 화두인 복지 확대에 대해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야권의 ‘무상복지 시리즈’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며 “복지재원 마련을 위한 증세에 대해서도 반대 기류가 강했다”고 밝혔다.
주목되는 점은 새누리당이 ‘재벌 개혁’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할지다. 한경은 5면 기사에서 친박의 대표적인 ‘경제통’인 이한구 의원은 “지배구조 개선은 기업 스스로 결정할 문제”라며 “순환출자 금지와 출자총액제한제 부활 등은 기업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방해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일감 몰아주기에 대해서는 “강력히 제재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친이계’가 주도한 18대 국회와 경제 정책이 사실상 크게 바뀌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13일자 한겨레 17면.

한겨레는 17면 경제 섹션 머리 기사에서 “새누리당이 과반 의석을 획득한 데 대해선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도, 올해 말에 있을 대통령 선거를 떨올리면 재벌 개혁 불씨가 언제든 타오를 수 있다는 불안감도 크다”고 재계 분위기를 전했다.
그럼에도 현 정부와 협력 관계가 긴밀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서울경제는 7면 기사에서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앞으로 이명박 정부와 차별화하는 길을 갈 것입니다. 정부와 일부러 싸우려고 들지는 않겠지만 정부에 끌려 가지고 않을 것입니다”라며 정치평론가 고성국 박사의 논평을 기사 첫 문장으로 실었다.


13일자 서울경제 7면.

서경은 “이 같은 역할구도라면 하반기에 문을 열 새 국회에서 새누리당이 여당 역할을 적극적으로 하리라고 기대하기 어렵다”며 “총선 결과는 표면적으로 ‘여대야소’이지만 실제로는 정부는 ‘여당 공백’을 각오해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경제정책 등에서 정부가 새누리당의 입법지원을 못 받아 자칫 레임덕에 빠질 수 있다”고 밝혔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우리 당이 총선 전체 의석 수에서는 승리했지만 수도권에서 패배한 것은 수도권 민심이 이명박 정부에 등을 돌렸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서경은 이를 두고 “수도권 민심이 대선 표심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대선 승리를 위해 현 정부와 거리를 둘 수밖에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라고 밝혔다.
대다수 경제지들은 새누리당의 1당 소식에 반기는 입장을 내보냈다. 한경은 사설는 제목과 이라는 부제목의 사설을 실었다. 한경은 “즉물적인 논리로 포장된 반기업 정책과 반시장 캠페인으로 국민을 선동해서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가”라며 “다행히 이번 총선에서 국민들은 좌경노선에 등을 돌렸다”고 논평했다.
매경도 사설에서 “정쟁만을 일삼기에는 나라 안팎 경제 흐름이 대단히 긴박하고 불안하기 때문”이라며 사설 제목을 로 꼽았다. 그러면서 매경은 “민생 문제들을 풀기 위해 함께 발 벗고 나서야 할 때”라면서 “5년 동안 적어도 268조원을 쏟아부어야 할 복지 확대 공약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도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무분별한 복지 확대가 국민 대다수에 대한 세금 인상이 우려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복지 사각지대’가 심각한 국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한 논평인지는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IT 관련 뉴스로 소니 회장이 경제지 기자들 앞에서 ‘반성문’을 읽었다는 소식이 눈길을 끈다. 한경 15면 기사에 따르면, 벼랑에 선 소니를 구하기 위해 긴급 투입된 히라이 가즈오 소니 사장(52)이 CEO 취임 간담회에 한국 기자들을 처음으로 참석시켰다.
히라이 사장이 이날 가장 먼저 꺼낸 말은 “지난해 5000억엔 이상의 적자를 무겁게 받아들인다”는 고백이었다. 소니의 약점을 솔직하게 인정하면서 미래 비전으로 ‘하나의 소니’를 모토로 소니의 핵심인 전자 분야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한경은 사설 에서 “갑자기 소니가 왜 이런 행사를 준비했는지는 분명치 않다”며 “최근 소니에 대해 부정적인 기사가 많이 보도되는 데 대한 대응책이라는 해석도 있다. 그러나 심기일전의 기회로 삼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더 설득력 있어 보인다”고 밝혔다. 

최훈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