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블이 핵마피아인 게시물을 표시합니다. 모든 게시물 표시
레이블이 핵마피아인 게시물을 표시합니다. 모든 게시물 표시

2012년 12월 13일 목요일

대선후보 중에 '핵마피아'가 숨어있다


이글은 프레시안 2012-12-13일자 기사 '대선후보 중에 '핵마피아'가 숨어있다'를 퍼왔습니다.
[분석] 연이은 한파에 '블랙아웃' 위험, 朴-文의 해법은?

서울 최저기온이 나흘 연속 영하 10도를 밑돌았다. 연이은 한파에 전기 사용량이 폭증하고 있다. 12일 올겨울 들어 네 번째 전력 수급 경보 '관심'이 발령됐다. 이틀 연속 경보 발령이다. 전력 당국은 '관심'에 이어 전력 사용량이 몰리는 시간대에는 전력 수급 경보 '주의' 발령까지도 염두에 두었다.

전력 대란은 예상된 일이었다. 원자력 발전소가 잦은 고장과 비리 문제로 5분의 1가량 운행이 중단된 게 주요 원인이다. 총 23기의 원전 중 5기 원전이 정지됐다. 영광원전 3,5,6호기, 울진원전 4호기, 월성원전 1호기 등이다. 이유도 제각각이다. 영광 3호기는 제어봉 안전관 파열로, 영광 5,6호기는 위조부품 사용으로 현재 운영이 중단됐다. 부품 교체작업이 길어지면서 재가동은 올해를 넘기게 됐다.

울진 4호기는 전열관 결합으로 내년 6월에나 재가동될 예정이다. 지난 11월 20일 수명이 만료된 월성 1호기는 10년 연장할 것인가를 두고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심사를 받느라 정지상태다. 이들 모두 합하면 약 460만kw 정도 발전을 못 하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겨울철 난방 수요가 몰리는 1~2월 사이 평균 전력 예비력은 230만㎾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한다. 이마저도 영광원전 5,6호기가 연말 안에 모든 부품을 교체하고 재가동 된다는 가정하에 나온 것이다. 만약 영광원전 5,6호기 가동이 지연될 경우, 1~2월 예비전력은 30만㎾에 불과하다. 예비전력이 100만㎾ 이하로 내려가면 지난해 9월 15일처럼 전국적인 순환 정전에 들어간다.

추가로 원자력 발전소 1기가 정지하게 될 경우는 '블랙아웃'을 선언해야 할 판이다. 지경부 등에서는 '그런 일은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가능성은 높다. 원전에서는 끊임없이 고장과 비리 사건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 12일 오전 전력수급 경보 `관심(예비전력 300만㎾ 이상 400만㎾ 미만)'이 발령됐다. 지하철 시청역에 설치된 전력수급 현황판이 '관심'을 표시하고 있다. ⓒ연합뉴스

끊이지 않고 밝혀지는 '짝퉁 부품'

대표적인 게 지난 11월 5일 언론에 공개된 일명 '짝퉁 부품' 사건이다. 당시 지식경제부는 울진3호기와 영광3~6호기에 품질검증서가 위조된 136개 품목 5233개 부품이 설치됐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품질검증 위조 부품 대부분(98.4%)이 사용된 영광원전 5·6호기의 부품 교체를 위해 가동을 정지한다고 밝혔다.

사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후속조치로 만들어진 원전부품 민관합동조사단은 지속해서 '짝퉁 부품'을 찾아냈다. △11월 15일 영광 5호기에 납품한 1개 업체 추가 적발, 4개 품목 총 154개 '짝퉁 부품' 적발 △11월 27일 울진 3,4호기, 영광 3,4,5,6호기에 납품하는 기존업체 추가 적발, 53개 품목 총 919개의 '짝퉁 부품'을 적발했다.

'짝퉁 부품'은 기존 원전만이 아니라 현재 건설 중인 신규 원전에서도 발견됐다. 원전부품 민관 합동조사단은 건설 중인 신고리 3·4호기에 내진시험성적서를 위조한 소화수펌프용 제어패널이 사용된 사실을 확인했다.

감사원 감사에서도 '짝퉁 부품'은 발견됐다. 감사원은 지난 5일, 고리원전 3,4호기에도 '짝퉁 부품'이 공급됐다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민관 합동조사단과 감사원이 적발한 '짝퉁 부품'은 대부분 원전 안전을 위협하는 중요한 부품이다. '짝퉁 부품'으로 확인된 바닷물 취수용 펌프는 원자로 이외의 원전 기기의 과열을 막기 위해 사용한 냉각수가 뜨거워졌을 때, 바닷물을 끌어와 식히는 역할을 한다. 냉각수를 바닷물로 다시 냉각하는 장치다.

만약 이 펌프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으면 각종 계측기 등 원전 내 기기들이 과열돼 오작동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면 원전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워진다. 게다가 이 펌프가 고장 나면 비상 상황 때 작동하는 비상 발전기가 과열로 정지할 가능성도 있다. 이런 때 원전 전체의 전원 공급이 끊길 수도 있다.

외국의 품질검증서를 위조한 계전기·퓨즈·스위치는 전원 계통의 안전과 직결된다. 계전기는 이상 전류가 흐르면 감지해 전원 차단기에 신호를 보내 작동하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이상 전원 감시 장치인 셈이다. 계전기가 불량품이면 이상 전류를 제대로 잡아내지 못하고, 전원을 차단해야 할 때 차단하지 못한다. 전원을 차단하지 말아야 할 때 차단하는 등 오작동이 일어날 수도 있다. 결국, 전원 계통에 이상이 생기면 원전이 불시에 정지되는 등의 심각한 일이 벌어질 수 있다.

소화수펌프용 제어패널은 비안전등급 설비로, 소화수펌프가 작동하지 않으면 이를 감지하는 기능을 한다. 원전 보조건물에 설치되기 때문에 핵심부품으로 분류되지는 않지만, 화재가 확산하는 것을 방지한다는 점에서 원전 안전에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 2012년 동안 발생한 원전 고장 일지. ⓒ원전안전운영정보시스템

부품에 문제 있지만 운영 중단 안 하는 원전, 왜?

상황이 이렇지만 정부는 추가로 원전을 정지시키지 않았다. 규모나 중요도가 작다는 게 이유였다. 정부는 가동 중지 없이 부품 교체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품질검증서가 위조된 부품이 설치된 원전은 영광 3~6호기, 울진 3,4호기 등 총 6기다. 고리원전 등의 경우, 납품은 됐으나 설치되지는 않았다. 한국수력원자력은 130여개의 보증서 위조 부품이 사용된 울진 3호기는 발전을 멈추지 않고 부품을 교체하기로 했다. 2600여 개가 사용된 영광 5·6호기와는 상황이 다르다는 판단에서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짝퉁 부품'을 사용하는 원전의 가동을 중단하지 않는 이유를 두고 '전력난'을 지목한다. 5기 원전 가동이 중단된 상태에서 추가로 원전이 멈춘다면 올겨울 '블랙아웃'(대규모 정전)이 현실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추가로 원전 가동이 중단되지 않아도 블랙아웃이 발생한 여지는 충분하다. 일시적인 원전 가동정지가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기 때문이다. 2012년 원전 일시 가동정지 사례는 11월 초까지 총 9건이었고 원전 가동정지 일수는 총 58일이나 됐다. 앞으로도 이런 일이 없으리란 보장은 없다.

게다가 민간조사단이 활동하는 동안 중요 부품 관련, 추가로 '짝퉁 부품'이 나올 가능성이 높을뿐더러 현재 확인된 '짝퉁 부품'이 어떤 문제를 일으킬지 모른다. 언제 '블랙아웃'이 발생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까지 오게 된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원전관리 문제도 있지만 환경단체는 구조적인 문제를 지적한다. 현재 전력난은 정부가 전기를 값싸게 제공하면서, 그에 따라 방만하게 전기를 이용하는 수요층이 늘어나면서 발생했다는 것.

핵심에는 원자력 발전소가 있다. 한국전력이 전력거래소로부터 사는 가격은 원전이 ㎾h당 39.2원(2011년 기준), 화력발전이 67.22원이다. 원전이 화력보다 절반 수준인 셈이다. 사용후핵연료 처리 문제, 핵폐기장 선정 비용, 원전 폐쇄 비용 등이 포함된다면 화력발전과 비슷하거나 높은 비용이 소요되지만, 현재는 이런 비용을 원전 단가에 포함하지 않고 있다.

이에 정부는 값싼 전기 정책을 지속하기 위해 원자력 발전소를 무턱대고 확대했고, 그 결과 일반시민은 원가보다 싼 전기를 사용하게 됐다.

실제 한국 전기요금 수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는 물론이고 아시아에서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일본의 전기요금은 우리의 2.8배, 필리핀은 2.4배, 중국도 1.4배다. 지난해 기준 원가보상률이 87.4%로 한국전력이 전력거래소로부터 100원에 전기를 사서 고객인 국민에게 87원에 파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 때문에 전기 수요는 더 늘어났고 전력난은 더욱 심화했다. 국민총생산(GDP) 대비 및 1인당 전력소비량은 전 세계적으로 상위수준에 있다.

결국, '전기값이 싸야 한다→원전은 화전에 비해 단가가 싸다→원전을 늘린다→전기값이 싸진다→전기 수요가 늘어난다→원전을 더 짓는다' 이런 도식이 성립된다. 악순환인 셈이다.

▲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프레시안(최형락)

대선 후보들의 원전 공약은?

환경단체는 이러한 패러다임에서 전환, 즉 탈핵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원전 건설로 전기요금 인상을 억제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이야기다. '싸다'는 이유로 에너지 소비왜곡을 불러일으키고 낭비하는 현재의 악습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탈핵에 필요한 대책도 제시했다. 강력한 수요관리 정책이 그것. 특히 전체 전기소비의 53%를 차지하고 있는 산업용 전기소비를 줄일 방법을 찾아야 하고, 전기를 많이 사용하는 대기업들에 강력한 수요억제책을 마련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또한, 시민들에게 절전을 호소할 것이 아니라 정부가 가지고 있는 정책수단을 동원하고 국회에서 법률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그렇다면 대선 후보들은 이런 정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기본적으로 탈핵에 찬성한다. 대통령이 되면 신규원전 건설 금지, 설계수명 종료한 노후원전 가동중단 및 폐로, 안전상 심각한 문제가 있는 원전 조기 폐로 등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면서 대기업이 사용하는 값싼 산업용 전기요금부터 현실에 맞게 개선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는 핵발전에 찬성한다. 지난 10일 발표한 원자력발전정책공약을 보면 명확히 알 수 있다.

박 후보는 △노후 원전의 연장운전 허가를 엄격히 제한하고 고리1호기, 월성1호기 원전의 폐기도 EU방식의 스트레스 테스트(Stress Test)를 거쳐 결정 △여론을 수렴, 앞으로 20년간의 전원믹스(Mix)를 원점에서 재설정하며, 추가로 계획하고 있는 원전은 다른 에너지원이 확보된다는 전제하에 재검토하는 걸 내세웠다.

하지만 이러한 공약은 그동안 정부와 새누리당에서 취해오던 일방적인 원자력발전확대 정책에서 '재검토'를 하겠다고 말한 점 외에 달라진 게 없다는 평가를 받고있다.

우선 노후원전의 경우, 유럽연합 수준의 스트레스 테스트 같은 강도 높은 조사를 한다고 해도 안전성을 보장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아무리 엄격한 스트레스 테스트를 하더라도 관련 규제기준을 완화한다면 안전성 보장과 상관없이 가동을 강행할 수 있다.

환경단체는 박근혜 후보의 이 같은 공약은 수명 다한 노후원전을 계속 가동하기 위한 명분 확보로 해석한다. 박근혜 후보가 지난 총선 때, 새누리당 비례대표 1번으로 공천한 민병주 국회의원이 원자력계에 종사해 온 전문가로서 고리1호기 수명연장에 관여한 바 있다는 점도 한몫하고 있다.

또한, 신규 원전의 경우, 다른 에너지원이 확보된다는 전제하에 재검토하겠다는 건, 사실상 신규 원전을 포기할 의사가 없다는 걸로 받아들여진다. 다른 에너지원, 즉 대안에너지는 1~2년 안에 뚝딱 만들어지는 성질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값이 싸다는 오해를 받는 원전에 의존해 전력 수요를 늘려나가는 기존 정책을 고수할지, 아니면 새로운 전환을 시도할지는 유권자 손에 달려있는 셈이다.- 대선후보들은 모르는 원전의 속살
(1) "부품 빼돌려 지은 원전, 공사자가 무섭다며 이사가기도…"
(2) '천년고도' 경주, '핵폭탄 타이머' 재깍재깍
 (3)이명박 찍었던 할배할매들 "때려 죽여도 박근혜 안 찍어"
 (4)한번 켜진 '빨간 불'은 꺼지지 않는다, 그런데도…
(5)원전 팔아 먹고살자는 MB, 수주 실적을 보니…

- 후쿠시마를 기억하라

☞"원자력은 싸다"?…MB의 거짓말
☞방사능 오염 생태가 시장에, 그런데도 정부는…
☞체르노빌·후쿠시마, 그리고 MB의 '악연'
☞"정부는 속이고 언론도 원전 칭찬하는 기사만 쓰더라"
☞'에너지 된장 국가' 한국, 대기업만 배불려
☞"시민이 만드는 재생에너지, 일자리 늘린다"


 /허환주 기자

2012년 3월 25일 일요일

필리핀, 대만, 태국…핵마피아, 군침을 흘린다


이글은 프레시안 2012-03-23일자 기사 '필리핀, 대만, 태국…핵마피아, 군침을 흘린다'를 퍼왔습니다.
핵안보정상회의 대항 국제포럼서 폭로된 '검은 음모'

26일 시작되는 서울 핵안보정상회의의 의제 '핵테러로부터의 안전'에 맞서 '핵으로부터의 안전'을 요구하는 시민사회 진영의 움직임이 먼저 시작됐다.

야당과 시민단체 등이 지난달 꾸린 핵안보정상회의 대응행동은 22일 오후 서강대에서 핵안보정상회의 대응 국제포럼을 열었다. 이 포럼에서는 일본 후쿠시마(福島) 사고 이후 원전의 위험성이 새롭게 부각된 아시아 국가들에서 온 반원전 활동가들이 각국의 원전 실태와 반대 움직임을 상세히 소개했다.

■ 필리핀, 27년 역사의 '웰강 바얀'은 멈추지 않는다

필리핀에서 온 반핵 활동가 에밀리 델라 크루즈에 따르면 필리핀 반원전 운동의 역사는 1985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6월 18일부터 20일까지 수천 명의 대규모 거리 시위대가 수도 마닐라에서 서쪽으로 70km 떨어진 곳에 있는 바탄(Battan) 원전의 가동 중단을 요구하는 시위를 전개했다. 이 시위는 그후 '웰강 바얀'(Welgang Bayan, 총파업이라는 뜻의 타갈로그어)으로 불리며 필리핀 반원전 운동의 시발점이 됐다.

크루즈는 바탄 원전이 과거 필리핀의 독재정부였던 마르코스 일가가 휘두른 권력과 부패의 한 단면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내에서도 안전 관리 능력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던 기업 '웨스팅하우스 일렉트릭'이 세운 바탄 원전은 초기 공사비용 6억 달러가 나중에는 23억 달러까지 불어났고 그 차액은 대부분 마르코스 정권의 주머니로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필리핀의 국가 부채 20%가 원전 대금으로 채워졌는데, 이는 국민들이 30년 동안 하루 평균 15만5000달러씩 갚아나가야 하는 수준이었다.

환태평양 지진대인 '불의 고리'에 들어가는 필리핀에서 바탄 원전이 위치한 곳도 지진에 취약한 곳이었다. 부패한 정부와 탐욕스러운 '핵 마피아'의 결탁이 국민에게 빚을 전가하고 환경과 인명을 위험 속에 빠트린 셈이다.



▲ 1985년 필리핀 반원전 시위 장면. ⓒ핵안보정상회의 대응행동

시위가 이어지면서 바탄 원전은 1986년 결국 문을 닫고 현재는 관광명소가 됐지만 필리핀 정부의 원전 부활 시도가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2008년 아로요 정부 당시 필리핀 상원과 하원에는 바탄 원전의 즉각적인 재가동을 가능케하는 법안이 각각 제출됐다. 그해 11월 필리핀 전력공사와 한국전력공사(KEPCO)사이에 바탄 원전의 재가동과 관련한 타당성 조사를 의뢰하는 양해각서(MOU)가 채결된다. 이듬해 12월 필리핀 전력공사는 한전이 바탄 원전의 재가동이 가능하다는 조사 결과를 보내왔다고 밝혔다.

이러한 국회의 움직임은 제2의 '웰강 바얀'을 불렀다. 바탄 원전의 악몽을 기억하는 국민들은 다시 빠르게 뭉쳐 거리로 나섰고 국회는 결국 회기 중 법안 처리에 실패한다.

2010년 아퀴노 정부가 새로 들어섰다. 베니그노 아퀴노 대통령의 모친 코라손 아퀴노는 마르코스 정권을 무너뜨리고 1986년 대통령에 당선돼 바탄 원전 가동을 중단시킨 당사자였다. 아들 아퀴노 대통령 역시 사회적으로 갈등을 빚는 원전 사업을 추진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지만 곧 태도를 바꿨다. 정부는 부족한 전력 공급을 명분으로 새로운 원전부지 조사를 시작했고, 곧 국내외 원전 자본들은 군침을 흘리기 시작했다. 국민들은 2010년 12월 정부가 국제 원전 투자자들을 초청한 회의장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 2011년 3월 필리핀에서 재현된 반원전 시위. ⓒ핵안보정상회의 대응행동

하지만 2011년 3월 후쿠시마 사고가 터지면서 상황이 급반전됐다. 원전사업 재개를 주장하던 정치인들은 꼬리를 내렸고, 바탄 원전 재가동 계획은 연기될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정부는 원전 사업에 대한 미련을 완전히 꺾지는 않았고, 2025년까지 새 원전을 가동시키겠다는 장기 전력 계획을 내놓는다.

크루즈는 "우리가 계속해서 반원전 캠패인을 진행하는 이유는 필리핀 정부가 항상 기업이나 다른 나라 정부와 은밀하게 협상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반원전 운동은) 강력한 세력을 상대하는 것이기에 결코 쉬운 운동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필리핀의 반핵 운동은 정부의 끈질긴 시도에 맞서 이제 정례화하고 있고 후대에게 '웰강 바얀'의 정신을 물려주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 대만,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원전' 랭킹 1, 2위의 나라

대만의 환경운동 단체 환경보호연합(TEPU)을 이끌고 있는 왕주주 칭화대 교수는 의 지난해 조사를 인용해 대만에서 건설 중인 원전 1곳을 포함한 4곳의 원전이 모두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원전 14곳'에 포함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원전 1, 2호기는 인구밀집도가 높은 뉴타이베이시티 인근에 있고, 3호기와 4호기 역시 안심할 수 없는 거리에 놓여 있다.

은 전 세계 211개 원전에 대한 조사를 실시해 원전을 중심으로 반경 30km 안에 300만 명 이상 인구가 있는 6개 원전을 가장 위험한 원전으로 정했는데, 대만의 원전 1, 2호기가 모두 500만 인구를 30km 안에 두고 있어 1, 2위에 랭크됐다.

왕 교수는 "대만 사람들은 '설마 사고가 나겠나'라고 생각하지만 일본의 전문가들을 만나면 제2의 후쿠시마 사고가 날 가능성이 제일 높은 곳이 대만이라고 말한다"며 "한국 역시 위험성이 상존하는 국가"라고 말했다. 대만은 또 사용후 핵연료의 저장 여력이 한계에 달해 있어 사회적 문제를 빚고 있으며, 대만 내 반원전 단체들은 전체 전력공급의 18.1%를 차지하는 원전을 줄이기 위해 절전 캠페인을 벌여나가고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 태국, '후쿠시마'가 살렸다

태국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대안 에너지 프로젝트'(AEPS)에서 온 산티 촉차이참난킷은 태국 정부가 과거부터 원전 계획을 꾸준히 추진해 오면서도 외부적인 환경 때문에 포기해 왔다고 설명했다.

1966년 태국발전공사(EGAT)는 정부에 처음으로 원전 건설 계획을 제안하지만 공교롭게도 당시 태국 안에서 천연가스 자원이 발견됐다. 한동안 천연가스를 이용한 전력 생산에 의지하던 태국은 1996년 다시 원전 건설을 위한 연구를 시작하지만 이듬해 동아시아 경제위기가 터지면서 다시 중단됐다.

2007년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태국 군부는 2021년까지 4개의 원전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전력개발계획에 포함시켰다가 2010년 숫자를 5개로 늘렸다. 하지만 이번에는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이 태국 내에는 핵안전을 담보하기 위한 규제당국이 없고, 원전을 운용할 수 있는 인력도 없다고 평가하면서 다시 '난관'에 부닥친다. 그리고 이듬해 후쿠시마 사고가 터지면서 태국은 원전 사업을 다시 3년간 연장했다.

하지만 산티는 "태국은 (다른 국가들에게) 매력적인 신규시장"이라며 "한국이나 중국 등에서 태국 정부에 원전 사업 개발 압력을 가하면서 (원전 도입시) 인적자원 훈련이나 기술 이전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고 유혹하는 상태"라고 밝혔다.

그는 "태국 정부가 현재 선정한 5개의 원전 부지는 기술적인 차원에서 타당했기 때문이 아니라 그 지역에서만 원전 건설을 반대하는 시민 조직이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원전이 값싸다는 편견에 쌓인 이들은 베트남과 같은 경쟁국보다 먼저 원전을 지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정부도 전력수요 전망치를 부풀려서 원전의 필요성을 선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내가 태어난 나라지만 어리석다"

이날 포럼에서는 후쿠시마 원전에서 북서쪽으로 약 45km 떨어진 이다테무라(飯館村)에서 낙농업을 하던 하세가와 겐이치가 작년 원전 사고 이후 마을에서 겪었던 일을 소개했다. 사고 직후 일본 정부의 사고 은폐 정황을 설명한 그의 이날 발언을 정리했다.

지난해 3월 11일 지진이 났고 12일 후쿠시마 원전 제2호기가, 14일 3호기가 폭발했다. 아무래도 불안한 마음에 14일 마을 대책본부에 찾아사 방사능 수치를 물었더니 40마이크로시버트(μ㏜)라며 엄청난 수치라고 했다. 당시엔 그 수치가 뭘 의미하는 지 몰랐다. 방사능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치가 높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있다. 마을 대책본부를 나서려할 때 '촌장이 이 수치를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했다'는 말을 들었다.

하지만 나는 본부를 나와 마을 사람에게 사실을 다 알리고 다음날 곧바로 집회를 열었다. "지금 이다테무라는 어마어마한 상황에 빠져있다. 방사능이 엄청나니 밖으로 나오지 말고 특히 아이는 절대 내보내지 말라"고 했다. 그날은 이다테무라의 방사능 수치가 가장 높은 날이었다. 한 기자가 이날 방사능 수치가 100μ㏜를 넘었다고 알려줬다. 그러나 그 수치는 3월 말이나 돼서야 발표됐다.

3월 20일 현에서 '강제는 아니지만 피난하고 싶은 사람은 하라'라는 메시지가 왔다. 우리 마을에 있던 250명 중 35명만이 피난길에 나섰다. 전체 촌민 6600명 중에서는 630명이 떠났다. 이후 나라에서 훌륭한 대학 교수를 이다테무라에 투입했다. 그리고 촌민들은 체육관에 모아놓고 '안전하니까 안심하라'고 했다.

하지만 그 중에 교토대에서 온 교수 그룹은 이 지역의 방사선량이 공포스러운 수준이라고 했다. 이렇게 높은 수치임에도 사람이 살고 있다는 걸 믿을 수 없다고 했다. 교수 그룹이 그 데이터를 들고 촌장에게 찾아가 피난을 권했지만 촌장은 데이터를 공표하지 말라고 압력을 넣었다. 촌장과 마을의 어른들은 마을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했다. 마을 사람들은 계속 피폭을 당해갔다. 그런데 이후 일본 정부는 우리 지역을 계획적 피난 구역으로 설정한다. 하루 전까지도 마스크도 쓸 필요 없다고 하던 대학 교수들은 그제서야 위험하니까 떠나라고 했다.

기르던 소에서 짜낸 우유를 매일 땅에 버렸다. 계획적 피난지구로 설정되면서 소를 키워도 안되고 옮겨도 안된다고 했다. 소을 두고 사람만 떠날 순 없었다. 그러다가 소를 2마리 도축해서 방사능 물질이 검출되지 않으면 낙농가 소 전부를 도축해도 좋다는 지시가 왔다. 유통시켜도 좋다는 뜻이었다. 그 소가 햄버거가 될지 소고기국이 될지 모르지만 그렇게 따를 수밖에 없었다.

도축을 위해 소가 트럭에 실려 떠나가던 날 한 주민은 차를 쫓아가면서 연신 미안하다고 흐느꼈다. 소를 키우고 싶어 귀농한지 10년이 됐던 청년도 눈물을 흘렸다. 모두가 그런 심정이었다.


ⓒ모리즈미 타카시

드디어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사건이 터졌다. 이웃에 사는 친구가 '핵발전소만 없었다면'이라는 글를 남기고 목숨을 끊었다. '나는 원동력을 잃었다. 핵발전소만 없었다면. 남은 친구들은 원전에 지지 말고 힘내라. 먼저 가는 걸 용서하라'라고 유서를 남겼다. 그에겐 7살, 5살 자식이 있었다.

원전은 일본에서 국책사업으로 추진됐지만 이 사고가 난 이후에야 대책이 제대로 세워지지 않았다는 걸 알았다. 마을 사람들은 계속 피폭 위험을 무릅쓰고 논의 잡초를 베어내며 마을을 지키고자 한다. 가장 불쌍한 건 아이들이다. 앞으로 아이들은 이다테무라라는 출생 때문에 60여년 전 히로시마, 나가사키에서 피폭당한 사람들이 받은 차별을 반복할 것이다. 그 차별은 이미 벌어지고 있다. 국제사회가 그러한 차별이 없는 사회 만들도록 도와야 한다고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사고가 마치 끝난 것처럼 수습 선언까지 했다. 터무니없는 얘기다. 녹아내린 핵연료가 어떻게 됐는지 아무도 확인인 사람이 없다. 사고 원전에서 핵연료 꺼낼 방법도 알지 못한다. 그런데도 정부는 다른 핵발전소 재가동을 꾀하고 있고 수출도 시도하고 있다. 내가 태어난 나라지만 얼마나 어리석은지 모르겠다. 저는 이 사고를 잊혀지게 하고 싶지 않다. 그래서 국제적 여론이 나서 일본이 바뀌도록 압력을 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봉규 기자

2012년 3월 21일 수요일

핵 마피아 품에 안기려는 '한명숙-이정희'


이글은 프레시안 2012-03-21일자 기사 '핵 마피아 품에 안기려는 '한명숙-이정희''를 퍼왔습니다.
[초록發光] 탈핵 외면한 야권 연대

3월 10일 새벽,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은 야권 연대 후보 단일화 방안에 서명했다. 또 "4·11 총선의 국민 승리를 위한" 범야권 공동 정책 실천 과제에 합의했다.

같은 날 오후, 서울시청 광장과 부산역 광장에는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1년, 이제는 탈핵이다!' 행사가 열렸다. 핵발전소가 없는 서울 한복판에서 탈핵의 염원을 확인할 수 있었고, '핵발전소 지대'인 부산에서의 함성과 공명했으리라 생각한다.

공식적인 여론 조사만 봐도 이제는 탈핵에 찬성하는 국민들이 훨씬 많다. 1년 만에 탈핵 흐름이 이 정도로 확산된 것은 이웃 나라의 비극적 사건의 영향이기도 하지만, 세계적인 탈핵 도미노를 거스르는 이명박 정부의 핵 발전 확대 정책 탓이기도 하다.

4·11 총선에서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의 야권 연대가 힘을 발휘해 양당의 꿈이 실현되는 상상을 해본다. 민주통합당이 과반 의석을 확보해 제1당이 되고, 통합진보당이 원내 교섭 단체를 구성한다고 말이다. 이들이 추구하는 공동 정책들이 성공적으로 집행되길 바란다. 특히 자유무역협정(FTA)과 강정 마을 해군 기지 문제와 같은 현안들이 서둘러 처리되길 기대해 본다.

그러나 이들은 또 다른 중차대한 현안인 탈핵을 놓치고 있다. 탈핵을 다른 사안에 비해 소홀히 다룬 야권 연대가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1주년에 성사됐다는 데는 우연적이라기보다 어쩌면 필연적인 이유가 있는 것 같다. 이들이 탈핵을 정책 방향으로 삼지 않고 있다는 것은 아니다. 큰 관심이 없거나 FTA 이상으로 입장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뉴시스

FTA에 대해서 "전면 폐기"와 "재협상"으로 충돌하다가 "전면 반대"로 수정됐다. 이후에 어떻게 해석될지 모를 일이지만. 그렇다면 핵 발전 정책은? 19대 국회 공동 정책의 핵심 의제에는 빠져있고, '대한민국을 변화시킬 20개 약속' 중 13번째에서 찾아볼 수 있다.

"원자력 등을 주축으로 하는 에너지 체제를 녹색 대안 에너지 체제로 전환하고, 자연과 인간의 공생을 중시하는 생태적 사회 경제 구조를 만들겠습니다"로 시작하는 대국민 약속은 "원전 추가 건설을 중단하며 원전 정책을 전면 재검토"하고, "산업, 교통, 생활 등에서 적극적인 수요 관리로 물과 에너지의 소비를 줄이고, 재생 가능 에너지의 생산을 대폭 확대한다. 또 기업 특혜적인 현행 전기 요금 부과 체계를 개선하고, 특히 대기업에 대해서는 전기 요금을 현실화"한다고 제시한다.

얼핏 보면 좋은 말이다. 그러나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앞둔 탈핵 정책치고는 어이가 없다. 사실상 탈핵이라고 말하기 곤란한 측면이 있다. 총선을 앞두고 새누리당을 제외하고 통합진보당, 진보신당, 녹색당, 그리고 민간단체들은 경쟁하듯 앞 다퉈 '탈핵 에너지 전환' 계획을 선보였다. 이들은 과거에 당위론적인 반핵 주장에서 보다 정교한 시나리오를 제안했다. 여태껏 정부 기관과 관련 업계가 독점한 에너지 시나리오 구성 권력에 대항한 셈이다.

시나리오 작업이 그렇듯이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다양한 시나리오가 등장했다. 탈핵이라는 추상적 관점이 강조점과 방법론에 따라 다양한 것은 마땅하다. 그렇다고 모든 것이 탈핵이라는 이름에 어울릴 수는 없다.

녹색당과 통합진보당은 2030년 탈핵이 바람직하고 가능하다고 제안하고, 통합진보당은 2040년으로 공약했다. 민주통합당은? 여전히 '원전 전면 재검토'이다. 민주통합당 국회의원 일부가 참여하는 에너지대안포럼의 시나리오의 최대치로 보면, 2052년도 그 중 하나의 방안으로 검토될 수 있을 것이다.

이렇듯 한국 사회는 기존의 '원전 반대'의 구호를 넘어서 '탈핵 에너지 전환' 대안 시나리오를 만들어냈다. 많은 국민들이 이에 동조하고 있다. 그러나 민주통합당은 탈핵 여론이 커져가는 지금 여전히 구시대적인 '재검토' 수준에 머물러 있다. 민주통합당의 '좌클릭'은 핵 발전 앞에서 멈추는 것일까? 파트너인 통합진보당이 2040 탈핵 정책공약을 FTA 의제만큼이나 강력히 요구한 흔적도 보이지 않는다. 운동은 가까운 곳에 있고 정치는 먼 곳에 있는가?

탈핵은 단지 노후화된 핵발전소의 수명 연장을 금지하고, 현재 계획 중이거나 건설 중인 핵발전소를 중단하며, 현재 가동 중인 핵발전소를 설계 수명까지 운전하도록 허용하는면허증이 되어서는 안 된다. 민주적 공론화와 정치·사회적 합의 그리고 정책적 의지를 통해 적정수명을 결정해 단계적으로 폐쇄하면서 대안적 에너지 시스템을 만들어가는 과정으로 이해해야 한다.

이 통합당들의 연대에서 탈핵을 찾아볼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적어도 탈핵에 있어서는 녹색당과 진보신당이 정당(正黨)이다. 신중할 때가 아니라 행동할 때다. 핵발전소의 자연 소멸을 기다리는 공약에 탈핵을 붙이기 민망하다. 탈핵을 바라는 유권자들이 비례 대표 1인을 뽑을 수 있다면, 녹색당과 진보신당 중 어느 당에 투표할지 고민하는 한 달이 되길 소망한다.



/이정필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상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