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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4월 12일 금요일

출구전략 없는 美, 박근혜 정부 등 떠미나


이글은 민중의소리 2013-04-12일자 기사 '출구전략 없는 美, 박근혜 정부 등 떠미나'를 퍼왔습니다.

오바마 정부, 무력시위 ‘톤다운’ 했지만...


자칫하면 끊어질 듯한 긴장이 팽팽했던 한반도에 잠깐의 ‘정적’이 흐르고 있다. 여전히 북한의 미사일 발사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상황이지만, 미국 정부는 대규모 ‘무력시위’를 일단 멈췄다. 

오바마 행정부는 1기 내내 유지해왔던 이른바 ‘전략적 인내’, 즉 북한의 위협을 애써 무시하는 전략에서 벗어나 지난달 내내 핵전력을 총동원한 ‘무력시위’를 벌였다. 북한이 장거리 로켓 발사에 이어 핵실험을 강행하자 이를 미국을 겨냥한 ‘실제적 위협’으로 인식한 것이다. 

오바마 행정부는 지난해 12월부터 준비한 것으로 알려진 ‘플레이북(playbook)’에 따라 올해 한미연합군사훈련에 전략무기를 대거 동원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공개했다.

이에 따라 3월 내내 B-52전략폭격기가 세 차례 이상 한반도에서 비행훈련을 했으며 스텔스 전략폭격기 B-2가 출격, 훈련하는 장면을 국내 언론에 노출시키기도 했다. 또 로스엔젤레스급 핵 잠수함인 샤이엔(Cheyenne)이 훈련에 투입됐으며 F-22 스텔스 전투기 2대가 출격했다.
오바마 행정부는 1기 내내 유지해왔던 '전략적 인내'에서 벗어나 지난달 내내 핵전력을 총동원한 '무력시위'를 벌였다.ⓒ제공 : NEWSIS, AP


오바마 행정부의 ‘무력시위’는 한편으론 북한에 겁을 줘 추가 행동을 막으려는 것이었고, 다른 한편으론 한국 정부가 미국의 핵우산에 대한 신뢰를 다시 갖게 해 단독 행동에 나서는 것을 억제하기 위한 것이었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1일 “동맹국들에 확신을 주고, 북한에 대해 우리의 의지를 보여주고, 한국의 독자 행동 압박을 낮춰주는데 중요한 조치였다”며 “이 지역에서 계산 착오와 도발 가능성을 줄였다고 믿는다”고 평가했다.

이 같은 미국의 군사적 위협에 반발해 북한은 ‘1호 전투근무태세’와 로켓부대에 대한 사격 대기지시 등으로 맞섰다. 또 지난 5일 평양 주재 외교단에 브리핑을 해 10일까지 철수 계획을 제출하라고 권고했으며, 동해 쪽으로 중거리 미사일을 이동시키는 움직임을 드러내기도 했다.

오바마, 4월부터 무력시위 ‘수위조절’

오바마 행정부가 ‘톤다운’에 들어간 것은 이달 초다. 애초 미국은 ‘독수리’ 훈련 참가를 위해 한국을 방문한 F-22 스텔스 전투기를 2일 언론에 공개할 예정이었다가 갑자기 취소했다. 

2일 미 해군이 미사일 장착 구축함과 레이더 기지를 북한에 더 가까운 쪽으로 이동 배치했다는 보도가 미국 언론을 통해 흘러나왔는데, 이후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한 데 따르면 미 행정부는 이러한 언론 보도에 당혹스러워 했다고 한다.

실제 조지 리틀 미 국방부 대변인은 탄도미사일 탐지 전용 레이더인 ‘SBX-1’(해상 기반 X-밴드 레이더)의 움직임은 “예정된 시험 운항을 진행하는 것”이며 “현재 한반도에서 벌어지는 사태와 연계돼 있다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즉각 해명했다. 또 구축함인 ‘매케인호’와 ‘디케이터호’도 이미 예정된 지점에 도착한 것이지 “북한 인근 해안에 투입됐다는 일부 보도는 잘못된 것”이라고 확인했다.

AFP통신은 4일 익명의 당국자가 “전쟁을 피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할 것이며 한미 연합훈련은 계속되지만 앞으로는 덜 요란하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결정적으로 미국 정부가 ‘톤다운’ 신호를 보여준 것은 7일, 미국 정부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미니트맨3’의 실험을 연기하기로 했으며, 한미 군사위원회회의(MCM)도 연기했다. 미 당국은 ‘미니트맨3’ 실험 연기에 대해 “북한의 오판을 초래하거나 도발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는 조치들을 피하는 게 현명하다”고 설명했다.
ⓒ민중의소리


미국, 일단 한발 물러섰지만 출구 없어

미국 정부가 이처럼 ‘수위 조절’에 들어간 것은 국무부와 국방부 등 오바마 행정부 내에서 대체로 동의를 얻어 이뤄진 것으로 미국 언론들은 전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의 정세가 일정 정도 안정을 찾을 때까지 추가적인 ‘무력시위’에는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오바마 행정부가 일단 ‘톤다운’을 하긴 했지만 뾰족한 출구전략을 찾기 어려운 조건이다. 현 상황에서 택할 수 있는 길은 기존의 ‘전략적 인내’를 지속하거나 북한과의 협상을 시작하는 것이다. 

그런데 ‘전략적 인내’를 지속할 경우 오바마 1기 때와는 다른 차원의 북한의 핵능력과 미사일 기술이 불러올 안보 위협을 의도적으로 축소, 무시해야 한다. 미국 국내에서도 북한의 위협을 실제적인 것으로 인식하고 대응을 주문하는 여론이 높기 때문에 장기간 유지하기 어려운 전략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다른 방향인 ‘북한과의 협상’ 또한 쉽게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아니다. 북한과 협상을 시작해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을 ‘동결’시킬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포기할 가능성이 매우 낮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평화협정 체결 등 북미관계 정상화를 요구하고 있으며, 미국이 적대시정책을 지속하는 한 핵을 포기할 생각이 없다는 것을 분명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또한 이번 국면에서 이전과 같은 6자회담 의장국, 즉 동북아 ‘중재자’로서의 힘을 많이 잃어버린 상태다. 따라서 출구를 찾기 어려워진 미국 정부는 박근혜 정부의 등을 떠밀어 출구를 찾으려 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이 2일 청와대에서 외교안보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뉴시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12일부터 한국과 중국, 일본을 차례로 방문한다. 12일엔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회담을 진행한다. 케리 장관은 이번 방한을 통해 현 사태 해결에 있어 한국 정부의 역할을 주문할 것으로 보인다. 

5월 초 박근혜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해 한.미 정상회담을 진행하는 것을 계기로 이 같은 ‘역할분담’은 더욱 구체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北도 톤다운 나설까?

이에 대한 북한의 반응은 아직 분명치 않다. 북한은 이달 들어 동해 쪽으로 이동하는 미사일의 움직임을 노출했으며, 지난 5일 평양에 주재하는 외교단에 철수계획을 10일까지 제출하라고 했다. 

이 같은 철수 권고 시점은 미사일의 움직임과 맞물려 ‘10일’을 전후해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일었다. 현재까지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다.

11일 북한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는 평양주재 외교관 철수 권고 등이 ‘심리전’에 불과하다는 반응을 일축하며 “우리 타격수단들은 발사대기상태에 있다”고 밝혔다.
정지영 기자 jjy@vop.co.kr

2013년 1월 17일 목요일

당선 한 달만에 출구전략 '솔솔'…복지空約되나?


이글은 노컷뉴스 2013-01-17일자 기사 '당선 한 달만에 출구전략 '솔솔'…복지空約되나?'를 퍼왔습니다.
'박 당선인, 복지공약의 포로' 전망도 나와소득세나 법인세 세율 조정이 필요하다는 주장 대두

 

대선 한 달 만에 박근혜 당선인의 복지공약 재원 문제가 정치권의 최대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박 당선인이 상당한 수준의 복지공약을 내걸고 당선됐지만 막상 공약을 이행하려고 보니 당초 추정치보다 훨씬 많은 예산이 필요한 반면 기대했던 만큼 돈은 들어오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수요와 공급에 심각한 균열이 생길 것이 '예상'을 넘어 '확실시' 되면서 원칙과 신뢰를 중시하는 박 당선인이 임기 초반부터 직면하게 될 난관을 어떻게 돌파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이 대선전 내세운 한반도대운하(집권뒤 4대강사업으로 변경) 공약과 정부부처 세종시 이전 공약 백지화 문제로 집권기간 내내 발목을 잡혔듯이 박 당선인도 복지공약의 포로가 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박 당선인은 대선전에 공약 이행을 위해 5년동안 131조원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큰 돈이 들어가는 부분은 대부분 복지공약에서다. 

하지만 최근 인수위 업무보고 과정에서 당초 계산보다 훨씬 많은 돈이 필요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박 당선인과 새누리당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박 당선인은 국가 연구개발(R&D) 비중을 국내총생산(GDP) 대비 5% 수준으로 끌어 올리겠다며 추가로 1조원 정도의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내다 봤지만 국가과학기술위원회는 6조~8조원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인수위에 보고했다. 한 공약에서만 5조~6조원의 차이가 발생하는 것이다.

기초노령연금을 기초연금화해서 모든 노인에게 매월 20만원씩 지급하겠다는 공약에 들어가는 예산도 4년간 14조 6천억원으로 계산했지만 노령화 가속 등으로 내년에만 9조 7천억원, 2017년까지 44조 5천억원이 더 필요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박 당선인은 대선 직전 3차 텔레비젼 토론회에서 4대중증질환 진료비 전액 국가보장에 매년 1조 5천억원만 있으면 된다고 말했지만 간병비와 상급병실료, 선택진료비 등을 포함시키면 훨씬 더 많은 돈이 들어갈 수 밖에 없다.

보건사회연구원 최병호 원장은 16일 열린 토론회에서 새 정부의 보건복지분야 공약을 이행하려면 내년부터 2017년까지 105조 5천억원이 더 소요될 것으로 전망했다.

박 당선인이 복지공약 이행을 위해서는 대선전에 제시했던 재정추계 131조원의 두 배에 육박하는 예산이 더 있어야 하지만 세출구조조정이나 각종 비과세감면 축소.폐지 등을 통해서는 당초 마련하겠다고 한 134조 5천억원을 마련하는 것조차 요원하다. 

예를 들어 박 당선인은 금융소득종합세 강화로 매년 6천억원을 마련하겠다고 공약집에서 밝혔다. 하지만 연말 예산국회때 금융소득종합세 기준을 40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낮췄음에도 세수는 3000억원 늘어나는 데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복지행정 개혁을 통해 매년 2조원을 마련하는 등 세출절감을 통해 81조 5천억원, 세입증가를 통해 53조원을 조달하겠다는 청사진도 제시했지만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잡았다는 지적이 많다. 

일례로 지하경제 양성화로 매년 1조 6천억원의 세수 증대가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지만 실현 가능성이 낮고. 세무조사 강화 등은 서민과 자영업자들의 조세저항을 불러올 수 있다. 

보사연 최병호 원장은 부가가치세 세율 조정과 담배.주류부담금 인상 등을 통해 사회보장세를 신설할 필요성을 제기하기도 했지만 간접세 인상은 서민과 중산층의 반발을 불러올 게 뻔하다.

인수위나 새누리당에서는 대선 공약 추진을 위한 재원 마련이 현실적으로 어려워 실현이 불가능하다면 국민들에게 솔직하게 잘못을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은 16일 브리핑에서 "개별 공약들의 수준이 서로 다른지, 중복되지 않는지, 지나치게 포괄적인지 않은 지에 대해 분석하고 진단할 것"이라며 무리한 공약을 재조정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심재철 최고위원에 이어 정몽준 전 대표도 "공약에 너무 얽매이지 말고 우선 순위를 정해서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렇게 되면 시작도 안해보고 손들어 버리면 빌 공(空)자 공약이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이 때문에 나성린 정책위 부의장은 CBS와의 통화에서 "처음부터 안된다고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박 당선인이 공약을 지키기 위한 방법이다. (부자)증세, 적자예산 편성, 국채발행 등이다. 하지만 박 당선인이 세금도 올리지 않고 재정건전성도 유지하겠다고 약속해 쉽지 않다. 

복지공약을 위해 필요한 예산은 당초 예상보다 훨씬 많고, 자신했던 재원마련 대책은 부실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박 당선인이 대통령 임기 내내 복지공약에 발목 잡힐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민주통합당 홍종학 의원(민주정책연구원 상근부원장)은 "박 당선인의 문제는 스스로 손발을 묶어 버린데 있다"고 말했다. 세금을 늘리지 않겠다는 약속을 가리키는 말이다.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이상구 공동대표도 "이명박 정부 5년 동안의 부자감세로 줄어든 세수가 92조원에 이른다"며 "부자 증세가 아닌 부자 감세 철회만으로도 복지공약 이행에 필요한 연간 재원 27조원의 상당 부분을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여권 일각에서도 소득세나 법인세 세율 조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새누리당의 한 재선 의원은 "정부지출에 대한 구조조정, 비과세 감면 등의 노력을 최대한 하되 그래도 안될 경우 국민대타협을 통해서 증세를 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CBS 안성용 기자

2012년 7월 1일 일요일

론스타와의 2차대전을 준비하라


이글은 Economy Insight 2012-07-01일자 제27호 기사 '론스타와의 2차대전을 준비하라'를 퍼왔습니다.
국내 이슈: 외환은행 매각 지연 보상 요구하는 론스타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지난 1월27일 서울 여의도 금융위원회에서 열린 정례회의에서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를 승인하면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론스타의 존 그레이켄 회장이 2008년 1월 유회원 전 론스타코리아 대표의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 공판에 증인 신분으로 출석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오른쪽). 뉴시스

외환은행 매각하고 철수한 론스타, 국제중재로 한국 정부와 다시 한판 승부

론스타가 외환은행 매각 지연에 따른 손실을 보상받겠다며 국제중재의 1단계 절차에 들어갔다. 6개월간의 협의에서 타협이 이뤄지지 않으면 정식 중재로 가게 된다. 국제중재를 계기로 수면 아래 잠복했던 국부 유출 논란이 재연될 것으로 보인다.
론스타가 돌아왔다.
2006년부터 추진해온 외환은행 지분 매각을 지난 1월 최종 마무리짓고 한국과의 '악연'을 끝낸 것처럼 보였던 론스타가 지난 5월 자신들이 아직도 더 챙겨야 할 몫이 있다며 국제중재 협의(국제중재의 전 단계)를 요청했다. 사실상 국제중재(ISD·투자자-국가 소송제) 절차에 들어간 셈이다. 첫 단추를 잘못 낀 한국 정부가 두고두고 론스타에 발목 잡힌 모양새다. 정부는 일단 불리할 게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쉽지 않은 싸움이 될 것이다. 이번 국제중재는 또 사모펀드에 외환은행을 넘긴 관료들의 책임 규명과 ISD의 위험성을 둘러싼 논란에 다시 불을 붙일 것으로 보인다.
론스타와 한국의 인연은 1998년 외환위기가 계기다. 부실채권 투자로 막대한 수익을 올린 론스타는 2002년부터 한국 기업에 눈독을 들였고, 2003년 8월 외환은행을 인수하게 된다. 이듬해 시민단체인 투기자본감시센터가 '헐값 매각'이라며 론스타의 외환은행 주식 취득을 무효로 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어 외환은행 매각에 관여한 경제관료 20여 명이 검찰 수사 대상에 올랐다. 국세청은 2005년 론스타와 스티븐 리 전 론스타코리아 대표 등을 탈세 혐의로 고발했다.
비난 여론이 들끓자 론스타는 '출구전략'에 나섰고, 2006년 국민은행과 외환은행 지분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검찰 수사로 국민은행이 계약금 납입을 미루면서 계약은 6개월 만에 파기됐다. 다시 2007년 HSBC은행과 거래에 나섰지만 이 역시 검찰 수사 등을 이유로 금융 당국이 매각 승인을 보류하면서 무위로 돌아갔다. 2010년이 돼서야 론스타는 다시 하나금융지주와 매매계약을 체결했지만 대법원이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하면서 계약은 한 차례 더 연장됐다. 결국 서울고법은 지난해 10월 론스타의 유죄를 확정지었다. 명분보다 실리를 택한 론스타가 상고를 포기하면서 최종 판결이 이뤄진 것이다. 이어 금융 당국도 판결 한 달 뒤, 론스타에 외환은행 보유 지분(51.02%) 가운데 한도를 초과해 보유한 주식 41.02%를 6개월 안에 조건 없이 매각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론스타와 하나금융의 매매계약은 지난해 12월 재협상을 통해 타결됐고, 금융위원회는 지난 1월 하나금융지주의 외환은행 인수를 승인하면서 길고 긴 매각 협상의 종지부를 찍게 됐다. 이로써 론스타는 2003년 외환은행을 인수한 뒤 9년여 만에 투자액의 2배가 넘는 4조원가량의 차익을 챙겼다.

길고 긴 외환은행 매각 협상

그 돈을 챙겨 떠난 줄 알았던 론스타가 지난 5월 말 다시 정부에 싸움을 걸었다. 지금까지 파악된 론스타 주장의 논거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대한민국 정부가 '한국-벨기에 투자보장협정'에 따른 협정 의무를 위반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국세청의 과세가 '이중과세 방지 협약'을 어겼다는 것이다. 국세청은 지난 2월 론스타가 하나금융에 외환은행 지분을 매각하면서 발생한 4조7천억원의 양도 차익에 대해 3915억원의 세금을 매겼다. 론스타는 이를 명확한 법적 근거가 없는 부당한 과세라고 주장한다. 이미 론스타는 이를 환급받기 위해 지난 5월9일 서울 남대문 세무서에 경정청구를 낸 상태다. 또 하나는 론스타가 국민은행과 HSBC은행에 외환은행 지분 매각을 시도할 당시 금융 당국이 주식 매각 승인을 지연해 주식 매각에 실패했고, 하나금융지주에 매각하는 과정에서도 승인을 지연해 그사이 주식 가격이 떨어져 손실을 입었다는 내용이다.
론스타의 중재 요청은 우리나라가 벨기에와 맺은 '투자보장협정'에 따른 것이다. 두 나라는 1972년 투자보장협정을 체결했고, 2006년 12월 기존 협정을 갱신하면서 다시 협정을 체결했다. 투자보장협정은 양국 간의 경제협력과 투자 촉진을 위해 투자자의 권리와 양국 정부(협정 체결 당사자)의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협정 당사자가 의무를 준수하지 않아 투자자에게 손해가 발생한 경우 국제중재 신청이 가능하다. 이번 국제중재의 쟁점은 정부가 론스타에 내국인 대우, 최혜국 대우, 송금 보장 등의 의무를 위반한 사실이 있는지 여부다.
론스타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론스타가 국제중재를 요청한 뒤 내놓은 보도자료에서 존 그레이켄 론스타펀드 회장은 "한국과 세계의 법률 전문가와 상의했고, 설득력 있는 법적 클레임(청구권)이 성립한다는 조언을 받았다"며 "국제중재에서 한국이 투자자들의 피해를 배상하도록 하는 판정이 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론스타는 미국의 유명 로펌인 시들리오스틴을 법률대리인으로 선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론스타가 국제중재에 나선 배경에는 복잡한 내부 사정이 얽혀 있다는 게 중론이다. 투자자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할 경우 자칫 '배임'이라는 덫에 걸려들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레이켄 회장은 "투자자에는 주로 수천 개의 정부, 기업 직원, 은퇴자들의 연금이 포함됐고 의학연구, 고등교육, 기타 자선활동을 후원하는 기금도 포함됐다"며 "매니저로서 우리는 필요할 때 그들의 이익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설명했다.
론스타 문제를 집요하게 파헤쳐온 전성인 홍익대 교수(경제학)도 색다른 분석을 내놨다. 그는 최근 MBC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론스타가 다른 곳에서 입은 손실을 보전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론스타는 외환카드 주주였던 올림푸스캐피탈로부터 소송을 당한 상태다. 올림푸스캐피탈은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으로 손해를 봤다며 2008년 싱가포르에 있는 국제중재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론스타는 지난해 말 소송에서 패해 손해배상을 해야 할 처지에 내몰린 것으로 알려졌다. 전 교수는 "당연히 론스타가 엄청난 돈을 올림푸스캐피탈에 배상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전 교수는 또 "최근 미국 오리건주에 있는 공무원연금을 대표해 공무원 두 사람이 '(론스타가) 주가조작 사건 등을 적절히 공시하지 않았고, 또 주정부가 (론스타 같은) 사모펀드에 묻지마 식으로 돈을 투자하는 것은 문제'라는 취지로 오리건 정부와 론스타펀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전 교수는 론스타가 이 때문에 곤경에 처했고 이번 국제중재를 이용해 이를 모면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전 교수는 중재 요청 시기에 대해서도 의혹의 눈길을 보냈다. 통상 중재 협상 기간이 6개월인데, 이 기간을 거쳐 실제 중재재판소에 가게 되는 시점은 올 11월께로 대선 일정과 겹치게 된다는 이유에서다. 대선이 코앞에 있는 시점에 한국 정부가 법정에 서게 되면 대선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고, 론스타가 이를 교섭의 지렛대로 삼을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다. 론스타가 과거 국민은행과 HSBC에 외환은행 지분 매각을 시도한 2007년과 2008년도 그 시점이 대선과 맞물려 있었다는 점이 이런 주장을 뒷받침한다.

배임 혐의에 몰린 론스타의 탈출구?

국제중재의 향방을 두고는 낙관론과 비관론이 공존한다. 우선 금융위원회는 자신만만한 태도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와의 인터뷰에서 "그동안 론스타와 관련한 각종 행정 조처(매각 승인 결정 유보, 주식 매각 명령,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내릴 때 내·외부 법률가들에게 세밀한 검토를 거쳐 문제의 소지를 최소화했다"며 "중대범죄인 주가조작과 시세조종으로 법원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곳이 권리를 주장한다는 게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론스타의 약점이 훨씬 많다는 얘기다. 금융 당국 관계자도 "론스타를 산업자본으로 판단해 징벌적 매각 명령을 내리자는 시민단체의 주장을 따르지 않은 것은, 나중에 혹시라도 론스타가 소송을 제기할 경우 약점이 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정부는 현재 범정부 차원에서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해 이번 소송에 적극 대응하기로 했다.
그러나 통상법 전문가들은 낙관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 통상법 전문가는 "2003년 론스타의 주식 취득을 예외적으로 승인한 때부터 시작된 정부의 편법과 특혜를 론스타가 오히려 한국 정부의 불투명하고 비일관된 조치라고 공격할 경우 국제중재에서 론스타의 주장이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론스타가 원천징수를 차별적 과세로 주장하는 것에 대해서도 "벨기에를 국제 조세조정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원천징수특례의 적용 대상 지역'으로 고시하지 않은 상태라 론스타에 대한 원천징수는 법적 근거가 약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시민단체는 은행법을 유린한 론스타에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기회가 다시 주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론스타가 떠나면서 잠시 잊혀졌던 관료 책임론과 매각이익 환수 문제를 재부각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참여연대는 최근 금융 당국이 론스타에 외환은행 주식 매각을 승인한 지난해 말에도 론스타가 산업자본이었음을 드러내는 새로운 증거를 내놨다. 일본 내 론스타 관련 회사의 대차대조표 자료를 확인한 결과, 론스타가 호텔 체인과 부동산 소유 등을 위해 다양한 특수목적회사를 보유하고 있고 이들 회사의 자산 합계가 9조원을 넘는다는 내용이다.
이는 지난 1월 금융 당국이 론스타에 대해 '산업자본이 아니다'고 내린 결론을 재반박하는 것이다. 참여연대는 지난 5월24일 '론스타 시민소환운동 2단계'로 외환은행 소액주주들을 모아 주주대표소송 절차에 돌입했다. 지금까지 모두 8만4천여 주(외환은행 발행 주식 총수의 0.013%)가 참여해 주주대표 소송이 가능해졌다. 이를 통해 론스타가 처음부터 외환은행 지배주주의 자격이 없었기 때문에 당시 외환은행 지분 인수 계약은 무효라는 법원의 판단을 구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시민단체의 손을 들어줄 경우 론스타가 배당받은 이익 전부와 주식 매각을 통해 얻은 차익도 환수 대상이 될 수 있다. 론스타의 귀환이 꺼져가던 국부 유출 논란의 불씨를 스스로 재점화한 꼴이다.

이재명 (한겨레) 경제부 기자 mis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