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블이 지분 매각인 게시물을 표시합니다. 모든 게시물 표시
레이블이 지분 매각인 게시물을 표시합니다. 모든 게시물 표시

2013년 1월 22일 화요일

“최필립·이진숙 대화, 어떤 기자라도 보도했을 것”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3-01-22일자 기사 '“최필립·이진숙 대화, 어떤 기자라도 보도했을 것”'을 퍼왔습니다.
[인터뷰] 한겨레 최성진 기자

지난 18일 검찰이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으로 최성진 한겨레 기자를 불구속 기소하기로 한 이후 언론계의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전국언론노조와 한국기자협회가 검찰의 무리한 기소로 언론자유가 침해됐다며 반발하고 나섰고, 보수신문인 조선일보도 21일자 사설에서 “MBC 지분을 판 자금으로 특정 지역을 위해 쓰자는 논의에 관한 (한겨레) 보도는 공익적 보도로 볼 여지도 충분하다”며 검찰의 기소방침을 비판했다.
최성진 기자는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에서 정수장학회 지분매각 보도와 관련, 그동안 공개하지 않았던 취재경위를 자세히 털어놨다. 최 기자는 “당시 최필립 이사장과 전화통화를 하고 있는데 이진숙 MBC기획홍보본부장의 목소리가 전화기를 통해 들렸다. 대뜸 (정수장학회의 MBC) 지분매각 얘기가 나오는데 듣지 않을 기자가 어디 있겠느냐. 당연히 들었다. 그리고 녹음도 했다”고 말했다.
최 기자는 “그때 이진숙 기획홍보본부장의 목소리가 들렸기 때문에 녹음한 게 아니었다”면서 “최필립 이사장과의 인터뷰 내용은 모두 녹음을 한다. 전화통화가 연결됐을 직후부터 연결됨과 동시에 대화는 녹음이 되고 있었다. 당연히 지분매각 논의도 녹음이 됐는데 지분 매각이었기 때문에 녹음을 한 게 아니라 그 전화통화가 연결된 시점부터 녹음이 되고 있었다”고 밝혔다.

“검찰 잣대라면 수십 명의 기자들이 구속 기소될 것”

최 기자는 “정수장학회 지분매각을 보도한 한겨레의 취재행위가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으로 처벌 받는다면, 그동안 국회 비공개 회의에서 이른바 ‘귀대기’ ‘벽치기’를 한 기자들은 고의적 도청을 해온 셈”이라며 “검찰은 왜 지금까지 그런 부분은 문제 삼지 않았나. 검찰의 잣대를 똑같이 적용하면 아마 수십 명의 기자를 구속 기소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성진 한겨레 기자.

다음은 최성진 기자와의 일문일답.
-검찰 기소에 대한 입장은.“‘정수장학회 지분매각 보도’는 권력에 줄 선 일부 공영방송 간부와 특정 대선후보의 측근 인사가 공적 재산인 정수장학회의 언론사 주식을 사적으로, 정치적으로 활용하려 한 음모를 미리 드러낸 것이었다. 진실 보도를 통해 국민의 알권리를 지켜야 하는 기자로서, 피할 수도 없고 피해서도 안 되는 책무였다고 본다. 검찰은 통신비밀보호법이라는 잣대를 적용해 나를 기소했지만, 다시 한 번 똑같은 상황에 놓인다 해도 나는 이를 반드시 보도했을 거다.”
-어느 순간 정수장학회 지분매각이 아니라 한겨레 도청 파문으로 비화됐다.“흔히 도청이라면 1992년 초원복집 사건이나 2005년 삼성 X파일 사건에서 드러난 것처럼 정치적 목적을 가진 정보기관이나 특정 정치집단이 의도적으로 장비를 활용해 의도적으로 타인의 대화를 엿듣는 걸 말하지 않나. 한겨레 취재경위는 그런 것과 거리가 멀었다. 한겨레 보도 이후 일부의 도청공세에 대한 대응을 삼가고, 정수장학회 지분매각 논의가 갖는 의미와 내용, 문제점에 대해 알리고자 했으나 역부족이었다. 대단히 아쉬운 부분인데 아직도 설명돼야 할 부분들은 너무나도 많다고 본다.”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들이 설명돼야 한다고 보나.“공영방송 MBC의 일부 간부가 공영방송의 지배구조를 대주주인 방문진도 모르게 논의를 진행한 이유에 대해 국민들 눈높이에 맞게 설명해야 한다. 국민들 몰래 정수장학회의 MBC 지분 30%와 부산일보 지분을 전부 매각하기로 논의한 것에 대해서도 제대로 된 설명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파문이 발생한 이후 아무도 제대로 된 설명을 하지 않고 있다. 결국 문제 해결의 키(key)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가지고 있다고 본다. 최필립 이사장은 그동안 나와 꾸준히 만나면서 박근혜 당선인의 정치 인생에서 자기가 어떤 식으로든 도움이 되고 싶다는 의사를 수차례 피력했다. 그런 최필립 이사장이 정수장학회 지분매각을 위한 논의와 결정을 과연 혼자 할 수 있었을까.”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도 정수장학회 지분 매각과 관련해 입장 밝혀야”

-박근혜 당선인도 지분 매각과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혀야 한다는 얘긴가.“재단법인 형태의 정수장학회 재산을 처분하려면 일차적으로 정수장학회의 이사회를 열어서 이사들의 의결을 통해서 결정을 한 다음, 관할 관리감독 기구인 서울시교육청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하지만 이사회를 연 적도 없다. 이사회를 연 적이 없기 때문에 서울시교육청에 보고를 하거나 승인신청을 한 적도 없다. 결국 최필립 이사장 혼자 결정을 했다는 얘긴데 내가 보기에 현실성이 없다. 박근혜 당선인이 정수장학회 지분 매각 계획에 대해 사전에 알고 있었는지, 보고를 받은 바가 있는지, 아니면 암묵적으로 승인을 했는지 등에 대해 소상하고 구체적으로 밝혀야 되는 이유다. 그렇게 얘기할 수 있는 근거가 이미 나왔지 않나.”

한겨레 2013년 1월19일자 1면

-어떤 근거를 말하는 건가.“정수장학회 지분매각 계획에 관한 보도가 한겨레를 통해서 알려진 지난해 10월13일 다음날 박근혜 핵심측근인 최외출(당시 박근혜 캠프 기획조정특보) 씨가 정수장학회 사무처장과 8차례 통화를 시도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수장학회에서 지분매각 계획을 논의한 바가 있었는지 그 경위를 알아보기 위해 전화를 한 거라면 당시 박근혜 캠프 공보단도 있고 대변인실도 있을 텐데, 그걸 왜 최측근인 최외출 특보가 직접 나서서 알아보는가. 거기에 대해 투명하게 소상하게 얘기를 해야 한다는 거다.”
-언론이 이번 사건을 제대로 보도하지 않고 있다.“전국언론노조와 한국기자협회가 성명서를 발표하고 조금 늦긴 했지만 조선일보가 사설에서 검찰 불구속 기소를 비판한 것은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 침묵하는 언론이 있었기에 검찰의 무리한 기소가 가능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이 한겨레와 나 개인의 문제인가. 아니라고 본다. 신문마다 매체마다 지향하는 기차와 논조, 성향은 다를 수 있을지 몰라도 우리는 사실을 취재해서 진실을 알리는 기자 아닌가. 그렇다면 언론자유라는 헌법적 가치를 지켜야 한다는 데에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적어도 그 부분에 대해서만큼은 한 목소리까지는 아니어도 문제의식은 공유해야 한다고 본다. 검찰 기소배경은 어떤 것이고, 검찰의 기소는 과연 타당했는지, 한겨레 취재는 과연 언론윤리 측면에서 정당했는지 등에 대해서 판단을 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런데 일부 언론은 아예 침묵하는 것으로 검찰을 편들어주고 있다. 옳지 못하다고 본다.”

“국민 앞에 취재경위는 밝힐 수 있다. 하지만 검사 앞에서는 절대 못한다”

-검찰에서 묵비권을 행사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 “도청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도청이 아니었으면 취재기자가 수사기관에 가서 취재경위에 대해 밝혀야 될 이유가 없다고 봤다. 그래서 검사 앞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한겨레 기자로서 내가 고개숙이고 두려워해야 할 대상은 오직 독자와 국민이다. 국민이 궁금해한다면 취재과정을 밝힐 수 있지만, (도청이 아닌 이상) 기자가 검사 앞에서 취재경위를 말해야 할 이유가 없었다. 이제 밝히지만 당시 최필립 이사장과 전화통화를 시도했고 통화를 했다. 최 이사장과의 통화 이후 곧바로 이진숙 MBC본부장의 목소리가 전화기를 통해 들렸다. 대뜸 지분매각 얘기가 나오는데 듣지 않을 기자가 어디 있겠느냐. 당연히 들었다. 그리고 녹음도 했다.”
“그때 이진숙 기획홍보본부장의 목소리가 들렸기 때문에 녹음한 게 아니었다. 최필립 이사장과의 인터뷰 내용은 모두 녹음을 한다. 전화통화가 연결됐을 직후부터 연결됨과 동시에 대화는 녹음이 되고 있었다. 당연히 지분매각 계획도 녹음이 됐는데 지분 매각이었기 때문에 녹음을 한 게 아니라 그 전화통화가 연결된 시점부터 녹음이 되고 있었다. 당시 지분매각 논의를 현장에서 생생하게 들은 뒤 전율하지 않을 수 없었다. 1987년 민주화투쟁의 결과물인 공영방송 MBC의 지분매각을 이런 식으로 논의하는 것을 보며 소름이 돋는 기분을 느꼈다.”
-마지막으로 한 마디 한다면.“기자들이 ‘귀대기’ ‘벽치기’ 하면서 취재하는 게 그것을 통해 사적 이익을 얻으려고 하는 게 아니지 않나.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서, 진실보도라고 하는 언론의 사명을 위해서 기자들은 자신들에게 부여된 언론인으로서의 책무를 수행하는 거다. 그런 점에서 언론에 아쉬운 점이 많다. 언론이 좀 더 관심을 기울였으면, 좀 더 적극적으로 정수장학회 문제를 공론화했다면 지금과 같은 상황이 되지는 않았을 거다. 박근혜 당선인도 이 문제에 대해 자세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을까. 그런 점에서 언론책임론이 상당히 크다.”

민동기 기자 | mediagom@mediatoday.co.kr  

2012년 7월 1일 일요일

론스타와의 2차대전을 준비하라


이글은 Economy Insight 2012-07-01일자 제27호 기사 '론스타와의 2차대전을 준비하라'를 퍼왔습니다.
국내 이슈: 외환은행 매각 지연 보상 요구하는 론스타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지난 1월27일 서울 여의도 금융위원회에서 열린 정례회의에서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를 승인하면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론스타의 존 그레이켄 회장이 2008년 1월 유회원 전 론스타코리아 대표의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 공판에 증인 신분으로 출석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오른쪽). 뉴시스

외환은행 매각하고 철수한 론스타, 국제중재로 한국 정부와 다시 한판 승부

론스타가 외환은행 매각 지연에 따른 손실을 보상받겠다며 국제중재의 1단계 절차에 들어갔다. 6개월간의 협의에서 타협이 이뤄지지 않으면 정식 중재로 가게 된다. 국제중재를 계기로 수면 아래 잠복했던 국부 유출 논란이 재연될 것으로 보인다.
론스타가 돌아왔다.
2006년부터 추진해온 외환은행 지분 매각을 지난 1월 최종 마무리짓고 한국과의 '악연'을 끝낸 것처럼 보였던 론스타가 지난 5월 자신들이 아직도 더 챙겨야 할 몫이 있다며 국제중재 협의(국제중재의 전 단계)를 요청했다. 사실상 국제중재(ISD·투자자-국가 소송제) 절차에 들어간 셈이다. 첫 단추를 잘못 낀 한국 정부가 두고두고 론스타에 발목 잡힌 모양새다. 정부는 일단 불리할 게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쉽지 않은 싸움이 될 것이다. 이번 국제중재는 또 사모펀드에 외환은행을 넘긴 관료들의 책임 규명과 ISD의 위험성을 둘러싼 논란에 다시 불을 붙일 것으로 보인다.
론스타와 한국의 인연은 1998년 외환위기가 계기다. 부실채권 투자로 막대한 수익을 올린 론스타는 2002년부터 한국 기업에 눈독을 들였고, 2003년 8월 외환은행을 인수하게 된다. 이듬해 시민단체인 투기자본감시센터가 '헐값 매각'이라며 론스타의 외환은행 주식 취득을 무효로 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어 외환은행 매각에 관여한 경제관료 20여 명이 검찰 수사 대상에 올랐다. 국세청은 2005년 론스타와 스티븐 리 전 론스타코리아 대표 등을 탈세 혐의로 고발했다.
비난 여론이 들끓자 론스타는 '출구전략'에 나섰고, 2006년 국민은행과 외환은행 지분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검찰 수사로 국민은행이 계약금 납입을 미루면서 계약은 6개월 만에 파기됐다. 다시 2007년 HSBC은행과 거래에 나섰지만 이 역시 검찰 수사 등을 이유로 금융 당국이 매각 승인을 보류하면서 무위로 돌아갔다. 2010년이 돼서야 론스타는 다시 하나금융지주와 매매계약을 체결했지만 대법원이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하면서 계약은 한 차례 더 연장됐다. 결국 서울고법은 지난해 10월 론스타의 유죄를 확정지었다. 명분보다 실리를 택한 론스타가 상고를 포기하면서 최종 판결이 이뤄진 것이다. 이어 금융 당국도 판결 한 달 뒤, 론스타에 외환은행 보유 지분(51.02%) 가운데 한도를 초과해 보유한 주식 41.02%를 6개월 안에 조건 없이 매각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론스타와 하나금융의 매매계약은 지난해 12월 재협상을 통해 타결됐고, 금융위원회는 지난 1월 하나금융지주의 외환은행 인수를 승인하면서 길고 긴 매각 협상의 종지부를 찍게 됐다. 이로써 론스타는 2003년 외환은행을 인수한 뒤 9년여 만에 투자액의 2배가 넘는 4조원가량의 차익을 챙겼다.

길고 긴 외환은행 매각 협상

그 돈을 챙겨 떠난 줄 알았던 론스타가 지난 5월 말 다시 정부에 싸움을 걸었다. 지금까지 파악된 론스타 주장의 논거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대한민국 정부가 '한국-벨기에 투자보장협정'에 따른 협정 의무를 위반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국세청의 과세가 '이중과세 방지 협약'을 어겼다는 것이다. 국세청은 지난 2월 론스타가 하나금융에 외환은행 지분을 매각하면서 발생한 4조7천억원의 양도 차익에 대해 3915억원의 세금을 매겼다. 론스타는 이를 명확한 법적 근거가 없는 부당한 과세라고 주장한다. 이미 론스타는 이를 환급받기 위해 지난 5월9일 서울 남대문 세무서에 경정청구를 낸 상태다. 또 하나는 론스타가 국민은행과 HSBC은행에 외환은행 지분 매각을 시도할 당시 금융 당국이 주식 매각 승인을 지연해 주식 매각에 실패했고, 하나금융지주에 매각하는 과정에서도 승인을 지연해 그사이 주식 가격이 떨어져 손실을 입었다는 내용이다.
론스타의 중재 요청은 우리나라가 벨기에와 맺은 '투자보장협정'에 따른 것이다. 두 나라는 1972년 투자보장협정을 체결했고, 2006년 12월 기존 협정을 갱신하면서 다시 협정을 체결했다. 투자보장협정은 양국 간의 경제협력과 투자 촉진을 위해 투자자의 권리와 양국 정부(협정 체결 당사자)의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협정 당사자가 의무를 준수하지 않아 투자자에게 손해가 발생한 경우 국제중재 신청이 가능하다. 이번 국제중재의 쟁점은 정부가 론스타에 내국인 대우, 최혜국 대우, 송금 보장 등의 의무를 위반한 사실이 있는지 여부다.
론스타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론스타가 국제중재를 요청한 뒤 내놓은 보도자료에서 존 그레이켄 론스타펀드 회장은 "한국과 세계의 법률 전문가와 상의했고, 설득력 있는 법적 클레임(청구권)이 성립한다는 조언을 받았다"며 "국제중재에서 한국이 투자자들의 피해를 배상하도록 하는 판정이 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론스타는 미국의 유명 로펌인 시들리오스틴을 법률대리인으로 선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론스타가 국제중재에 나선 배경에는 복잡한 내부 사정이 얽혀 있다는 게 중론이다. 투자자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할 경우 자칫 '배임'이라는 덫에 걸려들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레이켄 회장은 "투자자에는 주로 수천 개의 정부, 기업 직원, 은퇴자들의 연금이 포함됐고 의학연구, 고등교육, 기타 자선활동을 후원하는 기금도 포함됐다"며 "매니저로서 우리는 필요할 때 그들의 이익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설명했다.
론스타 문제를 집요하게 파헤쳐온 전성인 홍익대 교수(경제학)도 색다른 분석을 내놨다. 그는 최근 MBC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론스타가 다른 곳에서 입은 손실을 보전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론스타는 외환카드 주주였던 올림푸스캐피탈로부터 소송을 당한 상태다. 올림푸스캐피탈은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으로 손해를 봤다며 2008년 싱가포르에 있는 국제중재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론스타는 지난해 말 소송에서 패해 손해배상을 해야 할 처지에 내몰린 것으로 알려졌다. 전 교수는 "당연히 론스타가 엄청난 돈을 올림푸스캐피탈에 배상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전 교수는 또 "최근 미국 오리건주에 있는 공무원연금을 대표해 공무원 두 사람이 '(론스타가) 주가조작 사건 등을 적절히 공시하지 않았고, 또 주정부가 (론스타 같은) 사모펀드에 묻지마 식으로 돈을 투자하는 것은 문제'라는 취지로 오리건 정부와 론스타펀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전 교수는 론스타가 이 때문에 곤경에 처했고 이번 국제중재를 이용해 이를 모면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전 교수는 중재 요청 시기에 대해서도 의혹의 눈길을 보냈다. 통상 중재 협상 기간이 6개월인데, 이 기간을 거쳐 실제 중재재판소에 가게 되는 시점은 올 11월께로 대선 일정과 겹치게 된다는 이유에서다. 대선이 코앞에 있는 시점에 한국 정부가 법정에 서게 되면 대선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고, 론스타가 이를 교섭의 지렛대로 삼을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다. 론스타가 과거 국민은행과 HSBC에 외환은행 지분 매각을 시도한 2007년과 2008년도 그 시점이 대선과 맞물려 있었다는 점이 이런 주장을 뒷받침한다.

배임 혐의에 몰린 론스타의 탈출구?

국제중재의 향방을 두고는 낙관론과 비관론이 공존한다. 우선 금융위원회는 자신만만한 태도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와의 인터뷰에서 "그동안 론스타와 관련한 각종 행정 조처(매각 승인 결정 유보, 주식 매각 명령,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내릴 때 내·외부 법률가들에게 세밀한 검토를 거쳐 문제의 소지를 최소화했다"며 "중대범죄인 주가조작과 시세조종으로 법원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곳이 권리를 주장한다는 게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론스타의 약점이 훨씬 많다는 얘기다. 금융 당국 관계자도 "론스타를 산업자본으로 판단해 징벌적 매각 명령을 내리자는 시민단체의 주장을 따르지 않은 것은, 나중에 혹시라도 론스타가 소송을 제기할 경우 약점이 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정부는 현재 범정부 차원에서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해 이번 소송에 적극 대응하기로 했다.
그러나 통상법 전문가들은 낙관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 통상법 전문가는 "2003년 론스타의 주식 취득을 예외적으로 승인한 때부터 시작된 정부의 편법과 특혜를 론스타가 오히려 한국 정부의 불투명하고 비일관된 조치라고 공격할 경우 국제중재에서 론스타의 주장이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론스타가 원천징수를 차별적 과세로 주장하는 것에 대해서도 "벨기에를 국제 조세조정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원천징수특례의 적용 대상 지역'으로 고시하지 않은 상태라 론스타에 대한 원천징수는 법적 근거가 약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시민단체는 은행법을 유린한 론스타에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기회가 다시 주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론스타가 떠나면서 잠시 잊혀졌던 관료 책임론과 매각이익 환수 문제를 재부각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참여연대는 최근 금융 당국이 론스타에 외환은행 주식 매각을 승인한 지난해 말에도 론스타가 산업자본이었음을 드러내는 새로운 증거를 내놨다. 일본 내 론스타 관련 회사의 대차대조표 자료를 확인한 결과, 론스타가 호텔 체인과 부동산 소유 등을 위해 다양한 특수목적회사를 보유하고 있고 이들 회사의 자산 합계가 9조원을 넘는다는 내용이다.
이는 지난 1월 금융 당국이 론스타에 대해 '산업자본이 아니다'고 내린 결론을 재반박하는 것이다. 참여연대는 지난 5월24일 '론스타 시민소환운동 2단계'로 외환은행 소액주주들을 모아 주주대표소송 절차에 돌입했다. 지금까지 모두 8만4천여 주(외환은행 발행 주식 총수의 0.013%)가 참여해 주주대표 소송이 가능해졌다. 이를 통해 론스타가 처음부터 외환은행 지배주주의 자격이 없었기 때문에 당시 외환은행 지분 인수 계약은 무효라는 법원의 판단을 구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시민단체의 손을 들어줄 경우 론스타가 배당받은 이익 전부와 주식 매각을 통해 얻은 차익도 환수 대상이 될 수 있다. 론스타의 귀환이 꺼져가던 국부 유출 논란의 불씨를 스스로 재점화한 꼴이다.

이재명 (한겨레) 경제부 기자 mis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