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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3월 2일 토요일

우리는 ‘통비법’과 싸운다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3-03-01일자 기사 '우리는 ‘통비법’과 싸운다'를퍼왔습니다.

엑스(X)파일로 불리는 안기부 불법도청 테이프와 그 녹취록 등을 입수해 공적 내용을 보도한 죄, 엑스파일에 ‘떡값’을 받은 것으로 나오는 검사 7명의 실명을 공개한 죄, 정수장학회 지분매각 비밀회동 대화록을 보도한 죄. 통신비밀보호법(통비법)으로 유죄 판결을 받거나 기소당한 이상호 전 문화방송 기자(왼쪽부터), 노회찬 진보정의당 대표, 최성진 <한겨레> 기자가 지난 26일 오후 한겨레신문사에서 만났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토요판] 커버스토리 

삼성 X파일-정수장학회 비밀회동 폭로
노회찬·이상호·최성진의 ‘죄’를 따져보니…

노회찬 진보정의당 공동대표를 ‘전 국회의원’으로 만든 통신비밀보호법(통비법) 개정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서영교 민주통합당 의원 등 여야 의원 152명이 지난 2월4일 통비법 위반자에게 벌금형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통비법 개정안을 발의한 데 이어 유승희 민주통합당 의원은 오는 5일께 불법 감청이나 녹음 등을 통해 생성된 정보라도 국민이 알아야 할 공공성, 공익성을 갖출 경우 이를 공개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노 대표는 2005년 8월 ‘삼성 엑스(X)파일’ 사건 당시 ‘떡값 검사’ 7명의 실명을 공개한 혐의(통비법 위반)로 기소돼 대법원으로부터 유죄판결을 받고 의원직을 잃었다.두 건의 통비법 개정안은 이 법의 처벌규정 손질 및 예외조항 마련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현행 통비법은 위반자에 대해 벌금형 없이 무조건 실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노 대표 사건 1심 재판부도 판결문에서 “국회의원으로서의 공적 임무 수행이어서 선고유예가 마땅하나 민주화운동 전과 때문에 선고유예가 불가하고 통비법에는 벌금형이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실형을 선고한다”고 밝혔다. 법원은 2011년 역시 삼성 엑스파일을 보도한 이상호 전 (문화방송)(MBC) 기자에게 징역 6월, 자격정지 1년의 유죄를 선고했다.서영교 의원 등의 개정안이 이 법에 위반되는 비밀의 공개나 누설행위라 할지라도 국민의 알권리와 언론의 자유를 위한 언론기관, 국회의원의 정보공개 행위라면 벌금형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라면, 유승희 의원의 개정안은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이와 같은 경우 처벌을 면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유 의원은 1일 “현행 통비법은 통신의 비밀 보장과 표현의 자유, 언론자유 등 국민의 기본권 가운데 통신의 비밀만 일방적으로 보호하고 있다. 표현의 자유와 언론자유의 가치도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에서 개정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한편 민주통합당과 진보정의당 소속 의원 80명과 6만여명의 누리꾼은 각각 ‘노회찬 전 국회의원 삼일절 사면 촉구 결의안’과 온라인 특별사면 청원 서명운동 등의 방식으로 노 대표 사면을 요구했으나 이는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2013년 1월 22일 화요일

“최필립·이진숙 대화, 어떤 기자라도 보도했을 것”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3-01-22일자 기사 '“최필립·이진숙 대화, 어떤 기자라도 보도했을 것”'을 퍼왔습니다.
[인터뷰] 한겨레 최성진 기자

지난 18일 검찰이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으로 최성진 한겨레 기자를 불구속 기소하기로 한 이후 언론계의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전국언론노조와 한국기자협회가 검찰의 무리한 기소로 언론자유가 침해됐다며 반발하고 나섰고, 보수신문인 조선일보도 21일자 사설에서 “MBC 지분을 판 자금으로 특정 지역을 위해 쓰자는 논의에 관한 (한겨레) 보도는 공익적 보도로 볼 여지도 충분하다”며 검찰의 기소방침을 비판했다.
최성진 기자는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에서 정수장학회 지분매각 보도와 관련, 그동안 공개하지 않았던 취재경위를 자세히 털어놨다. 최 기자는 “당시 최필립 이사장과 전화통화를 하고 있는데 이진숙 MBC기획홍보본부장의 목소리가 전화기를 통해 들렸다. 대뜸 (정수장학회의 MBC) 지분매각 얘기가 나오는데 듣지 않을 기자가 어디 있겠느냐. 당연히 들었다. 그리고 녹음도 했다”고 말했다.
최 기자는 “그때 이진숙 기획홍보본부장의 목소리가 들렸기 때문에 녹음한 게 아니었다”면서 “최필립 이사장과의 인터뷰 내용은 모두 녹음을 한다. 전화통화가 연결됐을 직후부터 연결됨과 동시에 대화는 녹음이 되고 있었다. 당연히 지분매각 논의도 녹음이 됐는데 지분 매각이었기 때문에 녹음을 한 게 아니라 그 전화통화가 연결된 시점부터 녹음이 되고 있었다”고 밝혔다.

“검찰 잣대라면 수십 명의 기자들이 구속 기소될 것”

최 기자는 “정수장학회 지분매각을 보도한 한겨레의 취재행위가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으로 처벌 받는다면, 그동안 국회 비공개 회의에서 이른바 ‘귀대기’ ‘벽치기’를 한 기자들은 고의적 도청을 해온 셈”이라며 “검찰은 왜 지금까지 그런 부분은 문제 삼지 않았나. 검찰의 잣대를 똑같이 적용하면 아마 수십 명의 기자를 구속 기소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성진 한겨레 기자.

다음은 최성진 기자와의 일문일답.
-검찰 기소에 대한 입장은.“‘정수장학회 지분매각 보도’는 권력에 줄 선 일부 공영방송 간부와 특정 대선후보의 측근 인사가 공적 재산인 정수장학회의 언론사 주식을 사적으로, 정치적으로 활용하려 한 음모를 미리 드러낸 것이었다. 진실 보도를 통해 국민의 알권리를 지켜야 하는 기자로서, 피할 수도 없고 피해서도 안 되는 책무였다고 본다. 검찰은 통신비밀보호법이라는 잣대를 적용해 나를 기소했지만, 다시 한 번 똑같은 상황에 놓인다 해도 나는 이를 반드시 보도했을 거다.”
-어느 순간 정수장학회 지분매각이 아니라 한겨레 도청 파문으로 비화됐다.“흔히 도청이라면 1992년 초원복집 사건이나 2005년 삼성 X파일 사건에서 드러난 것처럼 정치적 목적을 가진 정보기관이나 특정 정치집단이 의도적으로 장비를 활용해 의도적으로 타인의 대화를 엿듣는 걸 말하지 않나. 한겨레 취재경위는 그런 것과 거리가 멀었다. 한겨레 보도 이후 일부의 도청공세에 대한 대응을 삼가고, 정수장학회 지분매각 논의가 갖는 의미와 내용, 문제점에 대해 알리고자 했으나 역부족이었다. 대단히 아쉬운 부분인데 아직도 설명돼야 할 부분들은 너무나도 많다고 본다.”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들이 설명돼야 한다고 보나.“공영방송 MBC의 일부 간부가 공영방송의 지배구조를 대주주인 방문진도 모르게 논의를 진행한 이유에 대해 국민들 눈높이에 맞게 설명해야 한다. 국민들 몰래 정수장학회의 MBC 지분 30%와 부산일보 지분을 전부 매각하기로 논의한 것에 대해서도 제대로 된 설명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파문이 발생한 이후 아무도 제대로 된 설명을 하지 않고 있다. 결국 문제 해결의 키(key)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가지고 있다고 본다. 최필립 이사장은 그동안 나와 꾸준히 만나면서 박근혜 당선인의 정치 인생에서 자기가 어떤 식으로든 도움이 되고 싶다는 의사를 수차례 피력했다. 그런 최필립 이사장이 정수장학회 지분매각을 위한 논의와 결정을 과연 혼자 할 수 있었을까.”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도 정수장학회 지분 매각과 관련해 입장 밝혀야”

-박근혜 당선인도 지분 매각과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혀야 한다는 얘긴가.“재단법인 형태의 정수장학회 재산을 처분하려면 일차적으로 정수장학회의 이사회를 열어서 이사들의 의결을 통해서 결정을 한 다음, 관할 관리감독 기구인 서울시교육청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하지만 이사회를 연 적도 없다. 이사회를 연 적이 없기 때문에 서울시교육청에 보고를 하거나 승인신청을 한 적도 없다. 결국 최필립 이사장 혼자 결정을 했다는 얘긴데 내가 보기에 현실성이 없다. 박근혜 당선인이 정수장학회 지분 매각 계획에 대해 사전에 알고 있었는지, 보고를 받은 바가 있는지, 아니면 암묵적으로 승인을 했는지 등에 대해 소상하고 구체적으로 밝혀야 되는 이유다. 그렇게 얘기할 수 있는 근거가 이미 나왔지 않나.”

한겨레 2013년 1월19일자 1면

-어떤 근거를 말하는 건가.“정수장학회 지분매각 계획에 관한 보도가 한겨레를 통해서 알려진 지난해 10월13일 다음날 박근혜 핵심측근인 최외출(당시 박근혜 캠프 기획조정특보) 씨가 정수장학회 사무처장과 8차례 통화를 시도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수장학회에서 지분매각 계획을 논의한 바가 있었는지 그 경위를 알아보기 위해 전화를 한 거라면 당시 박근혜 캠프 공보단도 있고 대변인실도 있을 텐데, 그걸 왜 최측근인 최외출 특보가 직접 나서서 알아보는가. 거기에 대해 투명하게 소상하게 얘기를 해야 한다는 거다.”
-언론이 이번 사건을 제대로 보도하지 않고 있다.“전국언론노조와 한국기자협회가 성명서를 발표하고 조금 늦긴 했지만 조선일보가 사설에서 검찰 불구속 기소를 비판한 것은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 침묵하는 언론이 있었기에 검찰의 무리한 기소가 가능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이 한겨레와 나 개인의 문제인가. 아니라고 본다. 신문마다 매체마다 지향하는 기차와 논조, 성향은 다를 수 있을지 몰라도 우리는 사실을 취재해서 진실을 알리는 기자 아닌가. 그렇다면 언론자유라는 헌법적 가치를 지켜야 한다는 데에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적어도 그 부분에 대해서만큼은 한 목소리까지는 아니어도 문제의식은 공유해야 한다고 본다. 검찰 기소배경은 어떤 것이고, 검찰의 기소는 과연 타당했는지, 한겨레 취재는 과연 언론윤리 측면에서 정당했는지 등에 대해서 판단을 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런데 일부 언론은 아예 침묵하는 것으로 검찰을 편들어주고 있다. 옳지 못하다고 본다.”

“국민 앞에 취재경위는 밝힐 수 있다. 하지만 검사 앞에서는 절대 못한다”

-검찰에서 묵비권을 행사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 “도청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도청이 아니었으면 취재기자가 수사기관에 가서 취재경위에 대해 밝혀야 될 이유가 없다고 봤다. 그래서 검사 앞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한겨레 기자로서 내가 고개숙이고 두려워해야 할 대상은 오직 독자와 국민이다. 국민이 궁금해한다면 취재과정을 밝힐 수 있지만, (도청이 아닌 이상) 기자가 검사 앞에서 취재경위를 말해야 할 이유가 없었다. 이제 밝히지만 당시 최필립 이사장과 전화통화를 시도했고 통화를 했다. 최 이사장과의 통화 이후 곧바로 이진숙 MBC본부장의 목소리가 전화기를 통해 들렸다. 대뜸 지분매각 얘기가 나오는데 듣지 않을 기자가 어디 있겠느냐. 당연히 들었다. 그리고 녹음도 했다.”
“그때 이진숙 기획홍보본부장의 목소리가 들렸기 때문에 녹음한 게 아니었다. 최필립 이사장과의 인터뷰 내용은 모두 녹음을 한다. 전화통화가 연결됐을 직후부터 연결됨과 동시에 대화는 녹음이 되고 있었다. 당연히 지분매각 계획도 녹음이 됐는데 지분 매각이었기 때문에 녹음을 한 게 아니라 그 전화통화가 연결된 시점부터 녹음이 되고 있었다. 당시 지분매각 논의를 현장에서 생생하게 들은 뒤 전율하지 않을 수 없었다. 1987년 민주화투쟁의 결과물인 공영방송 MBC의 지분매각을 이런 식으로 논의하는 것을 보며 소름이 돋는 기분을 느꼈다.”
-마지막으로 한 마디 한다면.“기자들이 ‘귀대기’ ‘벽치기’ 하면서 취재하는 게 그것을 통해 사적 이익을 얻으려고 하는 게 아니지 않나.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서, 진실보도라고 하는 언론의 사명을 위해서 기자들은 자신들에게 부여된 언론인으로서의 책무를 수행하는 거다. 그런 점에서 언론에 아쉬운 점이 많다. 언론이 좀 더 관심을 기울였으면, 좀 더 적극적으로 정수장학회 문제를 공론화했다면 지금과 같은 상황이 되지는 않았을 거다. 박근혜 당선인도 이 문제에 대해 자세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을까. 그런 점에서 언론책임론이 상당히 크다.”

민동기 기자 | mediagom@media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