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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4월 4일 수요일

'프레스 프렌들리'가 만든 '언론지옥'과 '좀비TV'


이글은 미디어스 2012-04-04일자 기사 ''프레스 프렌들리'가 만든 '언론지옥'과 '좀비TV''를 퍼왔습니다.
[이명박 정부 4년, 무엇이 남았나] 언론분야

이명박 정부는 지난 4년 동안 정권안보를 위한 언론환경 조성에 골몰했다. 취임 초 이른바 '프레스 프렌들리'를 선언하며 언론과 우호적 관계를 맺겠다고 다짐했으나 말뿐임이 곧바로 드러났다.
자신에 반대하는 언론은 좌파매체로 규정하여 탄압하고 우호적인 매체에는 방송사를 안겨주는 등 온갖 혜택을 베풀었다. 공영방송은 자신에 봉사하는 '사영방송'으로 전락시켰다. 인터넷에 대한 심의 및 검열을 강화해 비판여론을 봉쇄했다. 이에 따라 미디어 공공성은 붕괴되고 전방위 언론통제에 따른 표현의 자유위축으로 나타났다. 이명박 정부는 언론을 탄압하고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 정권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이명박 정부 들어 언론환경은 과거 군사독재정권 시절로 되돌아갔다. 수많은 기자와 PD들이 해직되거나 현업에서 쫓겨나고 중징계에 처해졌다. 몇몇 언론인은 정치검찰의 기소로 재판정을 드나들어야 했다. ‘미네르바’ 등 인터넷 논객과 촛불시위 때 보수언론 광고불매운동에 앞장섰던 누리꾼의 처지도 비슷했다. 언론계에 대한 무차별적이고 전방위적인 사찰이 공공연하게 이뤄지기도 했다.


▲ 이명박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김황식 국무총리, 유정복 농림수산식품부장관, 최시중 방통위원장 등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경없는 기자회, 프리덤 하우스 등 국제 언론단체들이 언론자유도 순위를 떨어뜨리거나 '부분적 언론자유국'으로 규정하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유엔은 인권을 침해하는 각종 법령을 개정하라고권고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눈 하나 꿈쩍 않았다. 이명박 정부는 어버이연합이나 뉴라이트 등 우호세력의 목소리는 귀담아 들으려 했으나 일반 국민의 목소리는 철저히 외면했다.
이명박 정부는 '꼼수정권'답게 '꼼수'로 실행됐다. 과거 군사정권처럼 정부가 직접 나서 물리적 통제를 가하는 대신 대리인을 내세운 우회적 방법을 동원한 '저강도 통제'를 활용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멘토인 최시중씨를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에 선임했다. '슈퍼 파워'였던 최 위원장은 취임 이후 방송장악의 선봉에 섰지만, 최근 측근의 비리혐의로 중도 퇴진했다. 이어 KBS와 MBC,YTN, EBS, 스카이라이프 등 공영(적) 방송사와 방송광고공사, 언론재단 등 언론유관기관의 수장에는 대선캠프 출신 등 측근을 앉혔다. 이들 대리인은 양심적이고 비판적인 기자와 PD들에 대한 해고와 징계를 일삼았다.
언론인에 대한 해고 및 징계는 1980년 '언론인 대학살'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이명박 정부 출범이후 200여명에 이른다. 언론법 저지 투쟁과 방송사 낙하산 사장 반대 투쟁 과정에서 2010년까지만 모두 180명의 언론인이 징계를 받았다. 이중 8명이 해고를 당했고, 각각 30명과 32명이 정직과 감봉 처분을 받았다. 경고·근신과 출근정지는 각각 109명과 1명이었다. 재판중인 언론인만도 61명을 넘어섰다. 최근 파업과정에서 MBC는 6명의 조합원을 해고했다. 
이들은 방송사의 관료제를 강화시키고 탐사저널리즘의 억제와 비판 프로그램의 축출, 뉴스 프로그램의 연성화 등을 꾀했다. 한미FTA, 4대강 사업 등 국민적 반발을 불러온 정책에 대한 비판은 실종됐다. 그 자리에는 정권 홍보성 프로그램이 똬리를 틀었다. 정부나 청와대의 지시성 아이템이 주종을 이뤘다. 뉴스는 ‘MB어찬가’를 방불케 하거나 날씨정보나 휴일스케치로 대체됐다. 당연히 공영방송은 국민의 신뢰를 잃을 수밖에 없었다.


▲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성을 보도해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된 MBC PD수첩 조능희 책임PD 등 제작진들이 2010년 1월 20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선고공판에서 5명 전원 무죄 선고를 받은 뒤 심경을 밝히고 있다

특히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감염우려를 담은 MBC의 'PD수첩'은 검찰의 고발로 대법원까지 가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PD수첩은 대법원에서 무죄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일부 사안의 부정확한 보도 때문에 방송사가 사과방송과 사과광고를 내고 해당 프로그램 제작진을 징계하는 적반하장의 엉뚱한 파란을 불러 오기도 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방송통신위원회는 프로그램에 대한 실질적 검열을 자행했다.
이명박 정부는 언론통제를 위해 국가 권력기관을 동원하는 는 검찰과 국세청, 감사원 등 국가 권력기관을 동원해 방송사 사장을 강압적으로 퇴진시켰다. 대법원은 최근 정연주 전 KBS사장에 대한 해임조처가 "재량권을 일탈, 남용한 위법한 것이니 이를 취소하라"는 1심과 2심의 판결을 최종확정했다. 해임된 지 3년반만의 일이다. 그러나 해임을 취소하지 않아 KBS의 '불법 체제'는 지속되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언론사와 언론인들에 대한 무차별적 불법사찰도 저질렀다. 사찰을 통해 대리인들이방송사를 제대로 장악하도록 감시하거나 조언하고 비판언론에 대한 감시의 눈초리도 번뜩였다. 최근 KBS 새 노조가 공개한 총리실 민간인 불법사찰 문건에는 청와대가 KBS YTN MBC 등 방송사 사장 및 임원 인사에 개입했다는 구체적인 정황도 드러났다. 방송사 장악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도 '건의'했다.
'YTN 최근 동향 및 경영진 인사 관련 보고'에는 배석규 사장 직무대행을 극찬하고 "노종면등 불법파업 주동자의 1심판결은 검찰에 항소 건의"라고 적혀 있다. 또한 'KBS 최근 동향 보고'에는 김인규 사장이 "소신을 너무 쉽게 발설"했다며 "경솔하게 비춰질 가능성이 많은 만큼 대외적으로 신중한 자세 유지"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시사주간지 '한겨레 21'과 MBC 'PD 수첩'등 비판언론에 대한 사찰기록도 눈에 띄었다.
이런 한편으로 이명박 정부는 우호적 보수언론과는 동맹관계를 구성했다. 독재정권 시절 '권언유착'의 단계를 넘어 '권언동맹'으로 발전한 것이다. '권언동맹'은 '언론권력'과 '정치권력'이 야합하여 공동의 이익을 위해 힘을 행사하고 이를 통해 권력을 분점하는 것이다. 보수신문들에게는 종합편성채널을 허용하여 온갖 특혜를 부여했고, 비판신문들에게는 경영압박을 가했다. 과거와 같은 광고탄압은 아니지만, 광고주에 대한 간접적인 압력을 통해 비판적인 언론사에 대한 광고 중단을 요구했다는 의혹도 있다.
한나라당은 언론단체와 시민사회단체, 언론학계 등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2009년 7월 신문과 대기업이 지상파와 종편채널, 보도전문채널의 지분소유를 허용하는 미디어법 개정안을 날치기 처리했다. 이 과정에서 의결정족수 부족으로 인한 재투표와 대리투표 사실이 드러났다. 헌법재판소는 "의원들의 법률안 심의표결권을 침해했다"면서도 의결 효력은 인정해 탈법 논란이 계속됐다.


▲ 종편4사 로고. 중앙일보(JTBC), 조선일보(TV조선), 동아일보(채널A), 매일경제(MBN)ⓒ오마이뉴스

종편사업자의 무더기 선정은 시장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정치논리가 개입됐다. 2010년 12월 방송통신위원회는 종편사업자로 조선 중앙 동아 매경을 선정했다. 광고시장의 포화상태는 전혀 고려의 대상이 되지 않았다. 특정 신문사만 선정하면 다른 신문사들을 적으로 만들어 공격을 당할 우려가 크다는 정치적 이유가 작용했던 셈이다. 그래서 종편사업자로 선정된 신문사들로부터도 "무책임하다"는 비난을 들어야 했다. 
이명박 정부는 종편채널 도입근거로 일자리 창출, 글로벌 미디어그룹 육성, 여론다양성 확대 등을들었다. 그러나 이러한 장밋빛 전망은 '괴담'에 지나지 않았다. 2만1000명 수준에 달할 것으로예상됐던 일자리창출 규모는 현재 10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이고 그마저 대부분 비정규직인것으로 알려졌다. 새로 탄생한 종편들은 글로벌 미디어그룹은 커녕 비좁은 국내 시장에서도 안착하지 못할 만큼 영세한 규모이다. '걸음마주차 뗄 수 없는 신생아' 취급을 받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종편 편애는 끝을 몰랐다. 방통위는 종편 채널들을 위해 케이블방송 의무전송, 광고시간 대폭 확대, 편성규제 완화, 중간광고 허용, 직접광고 영업, 15~20번 황금채널 부여 등 특혜를 챙겨주면서 지원사격에 나섰다. 이중에서도 가장 우려스러운 특혜가 직접광고 허용이다. 한나라당은 종편들이 ‘막가파식’ 광고수주에 나서도록 허용하는 미디어렙법을 주도하여 처리했다. 종편들의 직접 광고영업은 결국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종편은 시민의 요구나 시장상황과는 무관하게 탄생한 데다 국민의 '반 종편여론'으로 '좀비TV'로 전락했다. '애국가 시청률'에 불과한 시청률이 이를 잘 말해준다. 보수여론을 강화하고 보수세력의 장기집권과 이명박 대통령의 퇴임후 안전보장을 담보하기 위해 무리하게 밀어붙인 결과였다.
그러나 죽어버린 시체이면서도 살아서 해악을 끼칠 지도 모른다. '좀비 TV'의 등장은 방송을 이명박 대통령에 반대하는 세력은 모두 '좌파'로 몰아붙이는 보수세력의 전유물이 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반면 신문산업은 갈수록 어려움에 처했다. 신문 구독률은 물론, 열독률, 신뢰도, 광고매출액 등 주요지표가 끝없이 하락하고 있다. 여기에 종편채널이 등장하면서 신문광고는 더 타격을 받을 것이뻔하다. 이명박 정부는 방송시장 개편 및 방송장악에만 골몰한 채 신문지원 및 육성 정책에는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았다. 미디어 균형발전은 무너지고 미디어 양극화는 갈수록 심화했다. 이에 따라 여론다양성이라는 민주주의 원칙은 크게 훼손될 수밖에 없었다.
이명박 정부는 이를 통해 미디어 양극화를 꾀했다. 민주주의의 기본원리인 여론다양성은 애초부터 관심 밖이었다. 주류 미디어는 이명박정부처럼 자본과 권력의 이익을 옹호하고 국민의 삶은 안중에 없었다. '1%의 탐욕'을 위해 '99%의 분노'를 억누르는 약탈적 권력의 대변자가 되었다. 이러한 태도는 비판과 대안을 제시하는 언론의 '소금역할'을 철저히 무시함으로써 이명박 정부 스스로 위기를 자초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독재정권 시절 악명 높았던 보도지침의 망령도 되살아났다. 전두환 정권 시절에는 정부가 직접 보도지침을 시달해 여론을 조작했지만, 이명박 정부는 경찰 등을 동원해 보도지침을 하달하다가 발각되면 "실무자들의 단순실수"라며 발뺌했다. 공권력에 의한 살인으로 비난받은 '용산 철거민 참사'에 대한 비난여론을 무마하기 위해 같은 시기에 발생한 연쇄살인범 사건을 확대 보도하도록 한 청와대의 홍보지침이 대표적 사례이다. 이명박 정부는 방송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무시하고 프로그램 편성에도 관여했다. 대통령의 라디오 연설도 정규프로그램으로 편성됐다.
이명박 정부는 '불통정부'를 넘어선 '먹통정부'였다. 미디어의 급속한 발전을 외면한 채 전통미디어, 즉 신문과 방송 등 주류미디어만을 언론으로 인정하려는 의도가 강했다. 따라서  새로운 소통도구로 등장한 인터넷은 외면했다. 한편으론 인터넷의 비판여론을 차단하기 위해 인터넷에 대한 실질적 검열과 '미네르바' 박대성씨를 비롯한 누리꾼 구속과 재판 회부, 이를 통한 '겁주기효과'(chilling effect)의 활용 등을 통해 표현의 자유를 억압했다.  이명박 정부는 동맹관계인 보수언론을 활용해 비판적 인터넷 여론을 '인터넷 괴담'으로 몰아 탄압을 일삼았다. IT산업의 발전으로 스마트폰과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SNS(Social Network Service)의 확산으로 미디어 환경은 급속하게 변화하고 있으나 이를 규제대상으로만 바라볼 뿐, 이를 활용한 대국민 소통은 철저히 외면했다. 고 노무현 대통령이 구축해 놓은 ‘대국민 직접 커뮤니케이션’은 무용지물이 됐다. 이에 따라 세계 최고를 자랑하던 IT산업은 추락할 수밖에 없었다.


▲ 리셋 KBS 뉴스9 캡처.

전방위적 언론탄압은 필연적으로 저항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언론탄압의 희생자들도 참을 만큼 참았기 때문이다. 정권말기에 들어서야 투쟁에 나섰느냐는 비판을 듣기는 했지만, 언론인들의 파업투쟁은 벌써 두달 넘게 이어지고 있다. 사상 유례를 찾기 어려운 MBC, KBS, YTN, 연합뉴스, 국민일보, 부산일보 노조의 연쇄파업 목표는 낙하산 사장의 퇴진과 편집권 독립이다. 이를 통해 공정보도를 이룩하고 국민의 신뢰를 되찾겠다는 다짐이기도 하다.
언론인들의 투쟁은 이명박 정부에 치명타를 가하고 있다. 이들은 과거와 달리 '제대로 뉴스데스크' '리셋 KBS뉴스 9' '파워업 PD수첩' 등 대안매체를 활용해 독자적 뉴스 및 시사 프로그램을 내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모두 이명박 정부가 그토록 꺼려왔던 인터넷을 활용한다. 이들 매체는 벌써 수차례 기존매체가 흉내내기 어려운 특종으로 성가를 높였다. 특히 '리셋 KBS뉴스 9'이 특종 보도한 총리실 민간인 불법사찰문건은 총선국면에 핵폭탄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에 치명타를 가한 것은 물론이다. 방송을 탄압하고 인터넷을 적대시한 이명박 정부가 역공을 당한 셈이다. 

2012년 2월 27일 월요일

'언론 주물럭' 노린 사조직 정권의 자업자득


이글은 프레시안 2012-02-27일자 기사 ''언론 주물럭' 노린 사조직 정권의 자업자득'을 퍼왔습니다.
[오홍근의 '그레샴 법칙의 나라'] 종편은 좀비 TV 되는가

이런 저런 '인증샷'이 수도 없이 생겨나더니, 급기야 특정 TV를 '확실히 시청하고 있음'을 증거하는 '종편채널 인증샷'까지 등장했다. 해당 종편채널을 시청한 사람이 인증샷을 그 회사에 보내면, 추첨해서 경품을 주는 전국단위의 '방방곡곡 시청 인증샷 찍기' 이벤트까지 벌어졌다. 일부 종편사에서 그랬다.

해당회사와 관계사 임직원들에게는, 그 인증샷의 개수를 의무적으로 할당하는 별난 캠페인이 병행되기도 했다. 임직원들은 책임량을 완수하기 위해, 친인척들에게까지 인증샷을 부담시키기도 한 것으로 전해진다. 다름이 아니라 종편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서였다고 했다. 신문의 부수늘리기 캠페인에서는, 해당독자가 적어도 일정기간 이상 신문을 구독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TV의 인증샷은, 사진을 찍은 사람이 계속해서 해당 TV를 시청하고 있다는 증거가 될 수 없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한순간의 증거일 뿐이다. 시청하고 있는 사진 한 컷 잠깐 찍고, 채널 다른 데로 돌려버리면 그만인 것을, 종편의 시청률이 얼마나 바닥권이면 그렇게까지 했을까를 생각하게 된다. 그야말로 말을 잠시 강가에 끌고 갈 수는 있어도 내키지 않는 물을 마시게 할 수는 없는 일이다. 고군분투하는 모습들이 애처롭고 눈물겹기까지 한 이야기다.

인증샷 보낸 사람이 많아서였는지, 이벤트를 벌인 종편사는 당첨자 발표를 연기했다고 전해지고 있으나, 시청률 높아졌다는 이야기는 들리지 않는다. 언론 멱살 움켜쥐고 '사설(私設)정치' 편하게 하기 위해, MB정권이 최시중씨를 앞세워 판을 짜 내놓은 종편채널들의 사정이 요즘 이 지경에 이르렀다. 무엇보다도 판을 벌인 동기가 너무나 불순했기 때문이라고들 거듭 말한다.

시청률이 낮으면 광고가 붙지 않는다. 광고 수입이 변변치 않으면 프로그램 제작에 돈을 들이지 않는다. 당장 제품의 품질에 문제가 생긴다. 곧바로 또 시청률 저하로 이어지고, 광고 사정은 더 나빠진다. 종편들은 바야흐로 이런 악순환의 궤도에 본격적으로 진입한 것처럼 보인다. 자립 할 때까지 굳건한 울타리가 되어주고,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북돋음을 줄 것 같아, 철썩 같이 믿었던 최시중 씨도 지금은 떠나고 없다.



▲ 측근 비리 연루 의혹 등으로 물러나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뉴시스

종편들, 참으로 난감한 처지에 놓였다. 필자는 작년 11월6일자  칼럼에서 종편들에게 '직접광고 영업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은 '강도면허'를 내준 것이나 다름없다며, 최시중 씨를 꾸짖은 적이 있다. 항거할 수 없는 상태의 기업들에게, 광고를 하라고 강요하는 사태를 우려한 것이었다. 국회의원이 바로 그런 항거불능 상태의 공기업에게, 특정 종편TV에 거액을 협찬광고 하도록 '권유'한 사태가 말썽이 되어 보도되었다.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권성동 의원이 그 위원회 산하 공기업인 한전과 6개 발전회사들에게, 조선일보 종편인 'TV조선' 드라마 '한반도'에 3억4000만 원을 협찬토록 했다는 게 그 이야기다. 권의원은 "이 드라마가 에너지 문제를 다루는 만큼, 발전회사들이 인지도 개선차원에서 협찬을 검토해 달라"고 권유한 것으로 보도되었다. 아마도 조선일보는 "우리는 모르는 일"이라 말할 것이다. 권 의원도 조선일보와는 아무 상관없이 순수한 자발적 판단으로 '권유만' 했는지 모른다.

그러나 그랬으리라 믿는 사람 거의 없다. 심지어 마피아 두목이 부하를 시켜 특정기업에 찾아가 수금을 해 오도록 한 것과 얼마나 차이가 나는 일이냐고 묻는 사람도 있다. 더구나 한전은 천문학적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공기업으로, 어디에건 자발적으로 거액을 협찬 할 형편이 못 되는 상태였다. 하기야 설사 그렇더라도, 공기업들 가운데 '국정감사'라는 칼자루를 쥐고 있는 해당 상임위원회 소속 의원의 '권유'를 "못 하겠다"고 거절 할 수 있는 회사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국정감사도 무서웠고 조선일보도 무서웠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도저히 항거 할 수 없는 상황이었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따지고 보면 이것도 종편의 시청률 때문에 빚어진 일이다. 시청률이 바닥권을 헤매면 광고가 붙지 않는다. 그래서 '신문의 힘'을 동원해 '직접광고 영업'을 하고, 동원할 수 있는 다른 힘을 빌려서라도 광고는 끌어와야 했을 것이다. 물론 다 무리수다. 그렇다고 절차상의 정당성 여부를 따질 계제도 아니다. 사정은 그 만큼 절박하다.

어찌됐건 3억4000만 원의 협찬금은 한전 쪽이 전혀 원치 않는 추가적자로 얹혀져, 국민들의 부담으로 돌아왔다. 국민들이 동의하지 않은 상태에서 'TV조선'의 '한반도'에 강제로 협찬한 꼴이 되었다.

한전 측이 종편 시청률 때문에 협찬광고 덤터기를 뒤집어쓴 경우라면, 같은 이유로 덤터기보다 더한 날벼락을 맞고 있는 사람들이 또 있다. 종편사들의 프로그램 외주 제작사들이다. 계약까지 맺고 프로그램을 만들어 공급하던 외주 제작사들이 최근 종편 본사로부터 잇따라 일방적인 제작 중지 통보를 받고 있다. 수많은 외주제작사 PD들이 일감이 없어 쫓겨나는 중이다.

바닥권 시청률로 광고 수입이 엉망의 상태가 되자, 대부분의 종편사들이 '원가절감'의 기치를 높이 들어 올렸기 때문이다. 외주제작프로그램을 방송하던 시간은 종편사의 자체 제작물이나 다른 프로의 재방송으로 메워지고 있다고 했다. 따라서 프로그램의 품질은 날로 하향곡선을 그려가고 있다.

당초 종편의 출범은 외주 제작사들에게 꿈이요 희망이었다. 더구나 준비가 덜 된 상태의 출범이어서, 종편사들은 프로그램의 상당부분을 외주제작에 의존 할 수밖에 없었다. 아주 많은 '일감'들이 외주제작을 기다리고 있었다. 눈치 빠른 외주제작사들은 종편 출범을 앞두고, 유능한 실무인재들을 은밀히 끌어 모으기도 했다. 종편사들도 그랬다.

특히 JTBC의 경우는 재빨리 '중앙과 함께 도전하는 파트너' 모집공고까지 내, 우수제작사 3곳을 선발해 놓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그렇게 JTBC에 뽑힌 3개 제작사를 부러워한 나머지, 중앙의 '중'과 도전의 '도', 파트너의 '파'라는 글자를 따 '중도파'라는 애칭으로 부르기도 했다. 처음에는 그랬다.

A사는 '중도파'는 아닐지라도 원래 명성이 있는 외주제작사였다. 종편 출범 4개월 전인 작년 8월부터 일찌감치 한 종편사와 손을 맞추기 시작한 것도 그 회사의 일 솜씨 때문이었다. 일주일에 5차례 방송하는, 평일 저녁 6시대의 한 시간짜리 생활정보 프로그램을 만들어 달라는 제의를 받았다. 9월 말이었다. 기를 쓰고 30여명의 PD와 작가를 모아 제작진을 구성했다. 그렇게 12월 방송을 시작했으나 2주 만에 날벼락이 떨어졌다.

일방적인 제작중지 통보였다. 사전예고도 설명도 없었다. 예정됐던 방송시간대에 '재방송'이 편성돼 있었다. '비용절감'이 이유였을 것이라 했다. 계약 같은 건 중요치 않았다. 언제 또 일감이 나와 일을 맡게 될지 모르는데, '말썽'을 일으켜 '블랙리스트'에 오를 수는 없기 때문이었다. 30여명의 PD와 작가들 내 보냈다. 뿔뿔이 흩어졌다.

B사도 또 다른 종편사와 프로그램 공급계약을 맺고 일을 시작했으나 1월 중순 제작중지 통보를 받았다. 전문인력 15명을 내 보냈다. 이런 식으로 외주제작이 중단된 프로그램이 30개 가까이 될 것이라고 한 관계자는 추정한다. 외주제작사들의 모임인 독립제작사 협회 차원에서 피해사례를 조사하고 대책을 강구한다 하나, 제작사들은 별로 기대하지 않는다. 종편사들과 맞설 힘이 없다는 것을 스스로 잘 알기 때문이라 했다.

운 좋게 살아남은 프로들도 찬밥 신세다. 구두로 계약을 하고 제작을 시작했더라도 종편사들이 일방적으로 제작비를 깎는 관행이 굳어져 가고 있다고 했다. 프로그램은 다 같은 수준인데 지상파 TV제작비의 80%에 불과한 종편의 외주제작비도 또 나쁜 빌미가 되고 있다. 일부 지상파 TV에서 종편 수준에 맞춰 외주제작비를 삭감키로 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래저래 외주제작사들은 종편 때문에 죽을 지경이다.

최시중씨는 '판'을 벌이기 시작하면서, 종편의 출범은 방송시장의 파이를 키워 수많은일자리가 창출 될 것이라고 큰 소리 쳤다. 호언장담은 거짓말이 되었다. 그리 되지도 않았을 뿐만 아니라 풍토는 더 나빠졌다. 희망을 노래하던 외주제작사들은 지금 절망을 말한다.

종편을 너무나, 너무나도 많이 허가해 줬다고들 말한다. 많아도 두 개를 넘기지 말아야 했다는 이야기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다들 해악만 끼치는 좀비TV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조중동과 이 정권도 여기에 이를 정도로 상태가 나쁘리라고는 예상치 못한 것으로 보인다.

애당초 이 정권이 방송 발전을 생각한 게 아니라, 우선 사조직에 의한 사설정치의 편의를 위해 언론을 부도덕하게 핸들링 하고자 한 게 문제였다. 따라서 지금의 사태는 자업자득으로 보는 게 옳다. 심각한 부작용들 대부분이 바로 종편허가를 통한 언론 장악이라는 불순한 의도에서 비롯된 것임을 거듭거듭 새겨둘 필요가 있다.



/오홍근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