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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8월 27일 월요일

[사설] 민주통합당은 자멸의 길로 가려 하는가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8-26일자 사설 '[사설] 민주통합당은 자멸의 길로 가려 하는가'를 퍼왔습니다.

민주통합당 대통령 후보를 뽑기 위한 당내 경선이 차질을 빚고 있다. 손학규·김두관·정세균 후보가 모바일투표 방식에 이의를 제기하며 경선 일정 중단을 요구한 것이다. 이에 따라 어제 열린 울산지역 경선은 3명의 후보가 불참한 가운데 파행했다. 이번 사태로 올해 대선에서 정권교체를 이루려던 민주통합당은 적지 않은 타격을 받게 됐다.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게 된 것은 모바일투표 방식 때문이다. 후보 4명의 이름을 다 듣지 않고 투표한 뒤 전화를 끊으면 미투표로 처리한 게 사태의 발단이 됐다. 이런 방식은 기호 4번인 문재인 후보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하다는 게 나머지 세 후보의 주장이다. 일리 있는 지적이다. 하지만 이는 후보들의 기호가 정해지기 전에 이미 합의한 방식이라고 한다. 사전에 특정 후보에게 유리하도록 설계된 방식은 아니라는 것이다.따라서 이 문제는 네 후보의 이름을 다 듣지 않고 투표해도 유효표로 인정한다는 등의 보완책을 만들면 충분히 풀어갈 수 있는 사안이다. 이미 실시한 모바일투표에 대해서도 미투표로 처리된 것은 재투표를 하게 한다든지 아니면 재검증해 유효 처리할 수도 있다. 경선의 공정성만 담보할 수 있다면 기술적으로 얼마든지 가능한 방법이 있을 것이다. 민주당 경선 선관위도 세 후보의 주장을 일정 부분 수용해 타협의 여지가 없는 것도 아니다.그럼에도 문재인 후보를 제외한 나머지 세 후보가 그들의 주장이 완전히 관철되지 않았다고 어제 경선 일정에 불참한 것은 성급하고 무책임한 처사다. 아마도 그제 열린 제주 경선에서 세 후보가 자신들의 예상보다 턱없이 부족한 득표를 한 게 가장 큰 원인인 모양인데, 이는 온당치 못하다. 물론 불공정한 모바일투표 방식으로 자신들이 손해를 본 측면이 있긴 하겠지만 이는 기술적으로 풀어가야 할 문제이지 경선 일정 자체를 중단하면서까지 밀어붙일 사안은 아니라는 말이다.민주통합당 지도부와 경선 선관위의 책임도 적지 않다. 그동안 모바일투표를 둘러싼 많은 우려가 제기됐음에도 실제 투표 때 어떤 문제가 벌어질지 꼼꼼히 검증하지 못함으로써 이번 사태의 불씨를 제공했다. 그리고 지도부는 일이 벌어진 뒤 이를 제때 적절히 관리하지 못해 결과적으로 사태를 악화시켰다. 민주통합당은 이번 경선에서 새롭게 거듭나는 모습을 보여줘도 국민의 관심을 끌지 말지 모르는 위중한 상황에 처해 있다. 이런 실망스런 행태나 보이고 있을 만큼 한가롭지 않다. 세 후보는 하루빨리 경선에 참여해 당당히 겨루는 모습을 보이기 바란다.

2012년 5월 13일 일요일

[데스크 칼럼] 당권파의 ‘자폭테러’에 사망한 한국의 ‘진보정치’


이글은 미디어스 2012-05-13일자 기사 '[데스크 칼럼] 당권파의 ‘자폭테러’에 사망한 한국의 ‘진보정치’'를 퍼왔습니다.
무산된 통합진보당 1차 중앙위원회를 보고

두렵다. 후세의 역사가들은 이날을 한국 진보정치세력이 일개 ‘분파’의 ‘자폭테러’로 자멸의 길을 걷게 된 날로 기록할 것 같다. 
5월 12일. 이날 경기도 일산 킨텍스 대회의실에서 열린 통합진보당의 중앙위원회는 파국의 길을 걷고 있던 진보통합당에게 마지막 반전의 탈출구가 될 수 있는 기회였다. 10%이상 통합진보당에 정당투표를 던진 국민들은 자신의 투표 행위가 헛되지 않기를 간절히 기대하며, 이 날의 회의를 지켜보았다. 한국의 ‘진보정치세력’이 어떤 세력인가. ‘군사독재정권’과 MB정권에 맞서 오직 이 땅의 민주주의와 민중을 위해 스스로를 희생하고 단련해온 사람들이 아닌가. ‘진보’세력으로서 최소한 ‘자기정체성’에 대한 ‘자존심’을 지킨다면, ‘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있었다. 해법도 있었다. 강기갑 의원의 타협안이 있지 않았는가.
그러나 국민들의 순수한 기대는 무참히 짓밟혔다. ‘한줌’도 되지 않는 통합진보당 당권파들이 ‘자폭테러’란 극악한 ‘자멸’의 길을 선택한 것이다. 수백 명의 당권파와 그 지지세력들이 회의장을 난장판으로 만들고, 회의를 주재하는 단상에 올라가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퍼붓고, 폭력을 행사했다. 80년 신민당 정치테러사건에 등장한  '용팔이'들과 다름이 없었다. 조준호 대표의 머리채가 잡히고, 유시민 대표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 중앙위원회 회의장 연단에서 멱살이 잡혀 폭행을 당하고 있는 조준호 통합진보당 진상조사위원장.ⓒ 연합뉴스

이날 중앙위원회에서 보여준 그들의 행동은 철저히 계산되고 계획된 ‘정치테러’였다. 애초부터 이들 당권파의 작전은 ‘시간끌기’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었다. 국회 개원까지 시간을 끌어 ‘이석기’, ‘김재연’ 등 당권파 비례대표 당선자가 국회의원 신분이 되면 ‘탈당’이나 ‘제명’이외에 그들의 국회의원 자격을 물리는 방법이 없다는 계산인 것이다.  역시나 당권파들은 무서우리만큼 그들의 작전에 정말 충실했다. 소란을 피워, 중앙위원회의 개회를 지연시키더니, 개회 이후에는 성원문제로 꼬투리를 잡아 회의를 지연시켰다. 그리고 이정희 대표의 사퇴와 퇴장을 신호로 극악한 ‘본색’을 드러냈다. “꼭 화합해서 통합진보당을 국민들속에서 다시 세워주길 바란다”는 이정희 대표의 발언은 그들에게는 전혀 다른 의미로 읽혀졌다. 그들에게 이 대표의 화합발언은 작전개시의 또다른 신호탄이었던 셈이다.
일군의 당권파 시위대의 ‘손’에는 조직적으로 인쇄한 ‘손피켓’이 들려 있었다. 그들은 조직적으로 구호를 외쳤으며, 일사분란하게 몸싸움을 전개했다. 회의를 무산시킨 것으로 보이자, 회의장 내에서 ‘빵과’ ‘우유’를 나눠먹으며, 희희낙락거렸다.
그들의 모습에는 그 어떤 ‘진보’도, ‘민주주의’도 남아있지 않았다. 자신들의 ‘기득권’과 일그러진 ‘신념’만을 지키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말 그대로 ‘종파주의자’의 모습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당권파 자신들에게 책임있는 선거관리의 부실과 부정의 방법을 통해 확보했던 비례대표 의원이란 당파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악마’에게 영혼을 판 추악한 ‘현실’주의자들이었다.
그 누구도 이정도의 극악한 행위까지 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지만, 지난 보름간 자파의 ‘욕망’과 ‘이해’를 관철시키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통합진보당 당권파의 실체는 분명해졌다. 당무의 실질적 책임이 있는 당권파는 대리투표, 공개투표, 묶음투표용지, 무효표의 유효표처리, 투표시스템의 무단열람과 변경 등 수많은 부정과 부정의혹사례에 대한 조사결과로 총체적 부실부정선거였음이 드러났음에도 자파의 비례대표 당선자를 지키기 위해, ‘부정’행위는 단순 관리‘실수’였다고 강변했다. 이 과정에서 당권파는 스스로가 만든 당의 ‘공식기구’인 진상조사위원회의 발표를 부인했으며, 그들이 원하는 결과를 내놓치 못했다고 그들이 임명한 ‘조사위원장’을 ‘인신공격’하는 ‘유체이탈’의 ‘자기부정’마저 서슴치 않았다. 당권파의 핵심실세로 알려진 이석기 당선자는 방송에 출연, 선거부정을 감추기 위해 “어느 나라에서도 100% 완벽한 선거가 없다”는 ‘괘변’을 당당히 늘어놓았다. 기득권을 가진 수구정치인들에게 흔히 나타나는 뻔뻔한 ‘인지부조화’의 심리마저 보여주는 것이다. 당권파는 이런 ‘괘변’과 ‘압박’이 당내에서조차 통하지 않자, 결국 물리력을 동원한 폭력으로 당의 최고의사결정회의를 봉쇄한 것이다.
이날 그들 당권파들에게는 한국진보세력의 정치적 미래에 대한 일말의 애정과 걱정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들을 지지해준 ‘국민’들이 얼마나 가슴 졸이며, 그 회의를 지켜보고, 희망의 결과를 기다렸는지 전혀 의식하지 않았다. 그들은 정치세력으로서는 ‘멘붕상태’ 그 자체였다. 
그들은 ‘멘붕’상태이기에 스스로가 무슨 ‘짓’을 한 것인지 알지도 못할 것이다. 통합진보당이란 이름은 정치적으로 ‘사망’ 선고당했다는 사실을 오늘 아침에 일어나 깨달았을까. 어느 국민이 자신의 삶과 자신의 나라를 맡길 정치세력으로, 이 따위의 ‘통합진보당’을 인정할 것인가. 그 이름으로 국회에 들어간들, 그 누가 정치적 대표자로 인정해 줄 것인가. 그들이 그토록 우습게 보았던 새누리당의 출당자 ‘문대성’, ‘김형태’ 당선자와 이들 통합진보당의 비례대표 당선자들이 뭐가 다를 바가 있겠는가. 아무 쓸모와 소용이 없어진 국회의원과 당은 국민에게는 세금이나 축내는 ‘밥버러지’들일뿐이다.
당권파들은 또한 ‘정말’ 뼈아픈 ‘이’ 사실을 알고 있을까. 희희낙락거리며 통합진보당의 사태를 지켜본 ‘보수세력’은 이날 사망한 ‘따끈따끈’한 진보정치세력의 살점을 ‘술안주’로 즐기며, 배를 채워나갈 것이란 사실을, 또한 그들 보수세력의 ‘입’을 즐겁게 하고 ‘배’를 채워준 집단은 바로 그들 당권파 자신이라는 사실을.

편집장 윤성한  |  gayajun@mediaus.co.kr

2012년 4월 13일 금요일

[사설] 민주당, 통렬한 반성 위에 전열 재정비하라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4-12일자 사설 '[사설] 민주당, 통렬한 반성 위에 전열 재정비하라'를 퍼왔습니다.
민주통합당의 4·11 총선 패배를 보는 시선이 매섭다. ‘자멸’이니 ‘자폭’이니 하는 용어가 관전평 속에 어김없이 등장한다. 이명박 정부의 거듭된 실정과 폭정이 만들어준 ‘필승 구도’를 제 발로 걷어찼다는 뜻일 것이다. 야구경기에 비유하자면, 초반 대량 득점에 방심하다가 회를 거듭할수록 실책으로 야금야금 점수를 내주더니 결국 9회 말 역전 끝내기 안타를 맞은 꼴이다. 이전 선거와 비교할 때 그리 나쁜 성적이 아닌데도 심리적인 충격이 클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실제, 민주당이 이번 총선에서 거둔 성적은 객관적 수치로만 보면 평년작 이상이다. 탄핵 정국 속에서 치러진 17대 총선엔 못 미치지만 18대 총선에 견줘 무려 46석이나 늘린 127석을 차지했다. 야권연대의 파트너인 통합진보당도 사상 최대인 13석을 얻었다. 비례대표를 배분하는 정당지지율을 보면, 새누리당이 42.8%, 민주당 36.45%, 통합진보당 10.3%, 자유선진당 3.23%를 기록했다. 보수 쪽인 새누리당과 자유선진당을 합친 수치보다 민주당과 통합진보당의 합이 약간 앞선다. 의석수를 색깔별로 표시한 지도에서 영남 쪽이 물샐틈없이 붉은색으로 덧칠된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언제든 60석 이상을 새누리당에 보장해주는 강고한 영남지역주의가 위력을 발휘하는 가운데 거둔 성적이라는 점도 고려할 만하다. 더구나 문재인 민주당 고문이 이끈 부산에선 2석밖에 얻지 못했지만, 정당지지율은 민주당(31.8%)과 통합진보당(8.4%)을 합쳐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올린 29.3%보다 10%포인트 가까이 상승했다.
그럼에도 민주당의 참패는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기대치에 비해 형편없는 성적이기 때문이다. 2013년 체제의 기틀을 닦는 대통령선거의 교두보를 확보하는 선거였고, 그럴 가능성이 매우 컸기 때문이다. 박선숙 사무총장이 그제 패배 책임을 지고 사퇴하면서 “민주당은 여러 미흡함으로 현 정부, 여당에 대한 심판 여론을 충분히 받아 안지 못했다. 실망시켜드려 죄송하다”고 말한 그대로다.
민주당은 올해 초 통합전당대회 뒤 지지율이 새누리당을 앞지르자 너무 일찍 샴페인을 터뜨렸다. 불법 정치자금 수뢰 혐의로 1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임종석씨를 사무총장에 임명한 것부터 첫 단추를 잘못 끼웠다. 계속되는 공천 잡음과 불상사, 야권 단일화 과정의 여론조사 조작, 한-미 자유무역협정과 강정 해군기지와 관련한 정책 혼선, 김용민 후보의 막말 파문이 뒤를 이었다. 그러나 한명숙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는 사안이 터질 때마다 대응책 마련에 실기를 하거나 애매하게 미봉하기에 급급했다. 유일한 무기는 신선감을 잃은 ‘정권심판론’뿐이었다. 이러는 사이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은 남에서 북으로, 동에서 서로 종횡무진하며 쇄신과 변화를 호소했다.
민주당 지도부의 쇄신과 변화는 불가피하다. 당 안에서 지도부 즉각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패배에 대한 충격의 강도가 그만큼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하지만 즉각 사퇴가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8개월 앞으로 다가온 대선을 앞두고 국민의 신뢰를 얻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이번 선거가 민주당에 준 커다란 교훈은 상대의 실수에만 의존해 득점할 수 없다는 것, 미래 비전을 제시하지 않고 과거 심판만 외쳐서는 민심을 얻을 수 없다는 것, 좌우 중립지대에 있는 부동층의 마음을 얻지 않고는 어떤 선거에서도 이길 수 없다는 점이다. 민주당 지도부는 머리를 맞대고 이번 선거에서 진 원인을 냉정하게 분석하고, 통렬한 반성의 토대 위에서 지도체제 변화를 포함한 다각적인 쇄신 방안을 신속하게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민생의 현장으로, 민심의 바다로 뛰어들어야 한다. 그것만이 살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