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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2월 6일 목요일

대통령 후보 정책·자질도 검증 못하는 TV토론 바꿔야 한다


이글은 경향신문 2012-12-06일자 기사 '대통령 후보 정책·자질도 검증 못하는 TV토론 바꿔야 한다'를 퍼왔습니다.

▲토론 없이 하고 싶은 말만

첫 대선 후보 TV토론을 지켜본 유권자들은 “이게 무슨 토론이냐”는 반응을 주로 보였다. 후보자의 자질도, 정책도 제대로 검증하지 못한 채 각자 후보들이 하고 싶은 말만 하다 끝난 ‘토론 없는 토론회’였다는 것이다. TV토론 형식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 4일 열린 TV토론에서 한 주제에 배분된 토론 시간은 20분 남짓. 사회자가 질문을 던지면 후보자들이 각 1분30초간 답변을 한 뒤 후보자들끼리 15분 동안 상호토론을 한다. 세 명의 후보자가 나눠 쓰는 시간이 각기 5분에 불과하다보니 질문 하나에 답변 한 차례만 들으면 시간이 끝난다. 재질문과 재반박이 나오면서 실질적 논쟁이 이뤄지는 게 아니라 단답형 질의응답으로 끝나는 식이다.

김춘식 한국외국어대 교수는 5일 “기계적으로 시간을 배분하는 주고받기식의 토론으로는 유권자가 궁금해하는 내용을 제대로 확인할 수 없다”며 “후보자에게 좀 더 시간을 주고 반박과 재질문을 하는 주도권 토론 형식을 도입하지 않으면 미국 대선과 같은 심층적인 토론을 기대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후보들이 토론 방식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4일 토론회에서 후보들은 제시된 의제에 맞춰 질문하고 상대방의 답을 끌어내기보다는 각자 준비해온 말만 하다 끝냈다. 선거방송토론위원으로 참여한 이정희 한국외대 교수는 “어제처럼 후보들이 공격만 하거나 딴청 부리는 자세로 임한다면 어떤 토론 방식을 택해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공정성 시비 우려 논쟁 회피

이번 토론 방식은 여야와 KBS, MBC, 경실련, 대한변협, 언론학회, 방송통신심의위, 선관위, 학계 등에서 추천한 11명으로 구성된 선거방송토론위원회에서 확정됐다. 하지만 토론 방식이 논쟁이 이뤄질 수 없는 포맷으로 결정된 데에는 서로 위험 부담을 줄이려는 정치인들의 암묵적 합의가 반영돼 있다고 지적한다. 이준웅 서울대 교수는 “토론은 원래 쟁론적 성격이 있는 것이고 상호토론을 통해 유권자들이 우열을 가릴 수 있어야 하는데, 후보들이 실수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 하거나 특정 목적을 수행하기 위해 나오는 등 이미지 중심으로 가려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3회로 제한된 법정토론회

선거방송토론위 역시 공정성이나 형평성 시비에 휘말리는 부담을 피하기 위해 가장 보수적인 방식을 선택하게 된다는 지적이다. 유권자들로선 사회자의 잦은 개입 등으로 유력 후보들이 주요 정책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알기가 더욱 어렵다. 김춘식 교수는 “선거방송토론위나 방송사, 사회자 등이 가장 두려워하는 게 공정성 논쟁, 책임 논쟁이다보니 정치적 위험 부담을 피하려는 경향이 있다”면서 “차라리 후보 간 토론보다는 정파적 성향을 배제한 전문가 패널 토론이 정책 검증에는 더 나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선관위가 주관하는 토론회는 모두 세 차례다. 이러한 법정 토론회는 3회까지 가능하도록 돼 있어 토론 기회를 늘리려면 선거법을 고쳐야 한다. 4일 토론회의 경우 지지율이 미미한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가 사실상 토론을 주도하면서 유권자들로선 새누리당 박근혜, 민주통합당 문재인 등 유력 후보를 검증할 기회를 사실상 갖지 못했다. 선거방송토론위는 이날 토론회를 통해 여러 가지 한계가 노출됐지만 남아 있는 두 차례 토론회도 같은 방식으로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각 방송사들은 자체적으로 박·문 두 유력 후보만이 참여하는 양자 토론을 마련하고자 했다. 하지만 박 후보 측에서 야권 후보 단일화 지연과 유세일정 등을 이유로 불응해 모두 무산됐다. 이정희 교수는 “국민들이 정말 궁금해하는 유력 후보들만 불러 양자 형식으로 한다면 토론의 질이 지금보다는 높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주영 기자 young78@kyunghyang.com

2012년 10월 29일 월요일

[기고]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MB의 ‘장애인 죽이기’ 동참하실겁니까?


이글은 민중의소리 2012-10-29일자 기사 '[기고]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MB의 ‘장애인 죽이기’ 동참하실겁니까?'를 퍼왔습니다.
대통령 후보에게 보내는 공개 질의서

 
ⓒ김철수 기자 세계빈곤퇴치의 날을 맞아 17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빈곤사회연대 회원들이 '빈곤철폐의 날' 투쟁 계획 및 요구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당신들은 대기업과 부자들에게는 세금을 깍아 주고, 4대강 사업으로 대기업에게 막대한 이익을 안겨주면서, 이로 인해 부족한 복지재원을 모면하기 위하여 한국 사회에서 가장 힘없는 장애인을 죽음으로 몰아넣고 있는 MB정권과 공범이 될 것입니까? 아니면 장애인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려 하는 서민을 위한 대통령이 되려고 합니까? 

장애인 복지 축소로 인간답게 살 권리 박탈한 이명박 정부

조아무개씨(부산 금곡 거주/뇌성마비 중증장애인)는 올해 5월까지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근거한 기초생활수급비, 장애인 이동과 일상생활을 보조하는 활동보조사업을 통해 생계와 사회생활을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MB정부는 각종 복지 정책을 합리화 한다는 명분하에 조씨에게 지급된 모든 혜택을 박탈하였고, 이로 인하여 조씨는 최소한의 인간적인 생활도 영위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해 있습니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은 개인의 빈곤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가 책임져야 하며, 빈곤한 개인은 국가를 상대로 기본적인 생활을 청구할 수 있는 의무를 가지는 것을 명문화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행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은 가족으로부터 전혀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는 수급권자들에게 '가족과 집이 있다'는 이유로, '재산이 조금 있다'는 이유로 수급권을 취소하고 있습니다. 특히, 어린 나이에 가족으로부터 버림받은 장애인들에게 조차 부양의무제를 적용하여 수급권을 박탈하고 있습니다. 

장애인복지법에 근거하고 있는 활동보조 사업은 장애인의 기본적이고 인간적인 삶을 실현하기 위하여 지난 수십 년간 수많은 중증장애인들의 투쟁으로 만들어진 정책입니다. 그러나 MB정부는 1,2급 장애인에게만 활동보조사업을 한정하고 있고, 그나마도 최근 장애등급 재조정을 통해 수많은 장애인으로부터 활동보조서비스를 박탈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하여 수많은 중증장애인들이 집 밖에도 나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MB정부는 지난 5년간 대기업과 부자들에게는 수조에 달하는 세금을 감면해주고, 4대강 사업을 통해 대기업에게 막대한 이익을 안겨주었습니다. 대기업과 부자들에 대한 세금 감면은 바로 세금의 감소로, 그리고 복지예산의 감소로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장애인을 비롯한 사회약자에게 쓰여야 할 예산이 4대강 사업으로 전용되어 복지를 축소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MB정부는 이러한 자신들의 실정과 위기를 모면하기 위하여 이 사회에서 가장 힘없는 장애인들에게 칼을 들이대고 죽으라고 하고 있습니다. 부모와 형제들에게 버림받은 장애인들에게도 부양의무제를 통해 국민기초생활 수급권을 박탈하고, 장애등급 재조정을 통해 활동보조사업을 취소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수많은 중증장애인들이 사회로부터 철저히 소외된 채 인간 이하의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양지웅 기자 20일 오후 서울 종로에서'420 장애인 차별 철폐 투쟁 결의대회'참가자들이 휠체어에서 내려와 보건복지부를 향해 기어서 행진하고 있다.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후보에게 묻는다

이에 우리들은 MB정부의 장애인 죽이기 정책을 반대하고 장애인의 인간다운 삶을 확보하기 위하여 지난 60여 일간 '장애등급제· 부양의무제 폐지 투쟁'을 해왔습니다. 지금도 서울 광화문에서는 중증장애인들이 60여 일간 밤샘농성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박근혜, 문재인 후보는 농성장에 방문조차 하지 않고 있으며, 세 후보 모두 이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는 장애인들을 도축장의 소처럼 등급을 매겨 높은 등급을 가진 장애인에게만 복지 수급권을 주는 야만적인 현행 장애인등급제를 폐지할 것을 주장합니다. 아울러 빈곤을 개인 또는 가족에게 떠넘기고 연락조차도 안되는 가족의 재산이나 소득을 근거로 국민기초생활 수급권을 박탈하고 있는 폭력적인 부양의무제 폐지를 주장합니다. 아울러 우리는 이러한 만행을 저지르고 있는 MB정권을 심판할 것입니다. 

다시한번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대통령 후보에게 묻습니다. 자신의 위기를 극복하고자 사회에서 가장 약자인 장애인의 기본적인 삶을 야만적이고 폭력적인 방법으로 짓밟는 MB정부와 공범이 되시겠습니까? 아니면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 폐지를 대선 공약으로 선정하여 사회적 약자의 아픔에 공감하는 친 서민 대통령 후보가 되시겠습니까?

이경숙 장애와 차별 없는 세상 만드는 주춧돌 '버 텅' 대표

2012년 9월 18일 화요일

박근혜는 ‘역사적 판단’할 자격있나?


이글은 대자보 2012-09-18일자 기사 '박근혜는 ‘역사적 판단’할 자격있나?'를 퍼왔습니다.
[강상헌 글샘터] ‘역사의 판단’ 말의 치명적 속뜻, 바른 말 옳게 쓰라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 박근혜 씨의 입에서 나오는 소리는 많은 사람들이 보고 듣는다. 대통령이 될 수도 있는 사람, 그 지위만큼 영향력이 큰 것이다. 말과 글의 바른 쓰임새를 늘 궁리하는 필자는 박 후보가 옳지 못한 낱말과 숙어들을 되뇌고, 언론 등은 생각 없이 이를 받아써서 잘못을 더 키워나가는 요즘의 모습을 크게 저어한다. 실제 사례를 보자.

먼저, ‘금도’라는 말, 그의 발언의 한 조각을 인용한다. ..... 박 전 위원장은 "김 지사는 당원 아니냐. 방송에서 마치 모든 국회의원이 비리에 연루된 것처럼 말하는데 이는 당원으로서 금도를 넘는 것 아닌가"라며 "이번 금품수수 의혹도 개인 간 사안이지 당에서 헌금을 받은 게 아니지 않냐"고 반박했다.(매경 8월15일)

금도(襟度)는 아량이고 도량이다. ‘남의 허물까지도 품을 수 있는 낙낙한 마음’으로 사람이면 무릇 가져야 할 착한 가치다. 더 뜻을 늘려 보면 관용이다. 많은 사람들이 ‘부럽다’며 들먹이는 프랑스말 똘레랑스와도 비슷하다. 

마지노선 같은, ‘넘으면 안 되는 마지막 한계’를 이르는 부정적인 말이 아닌 것이다. 어떤 이들은 한 중 일 어느 나라 말에도 없는 禁道라는 허깨비 한자까지 써 가며 ‘금도타령’을 해댄다. 무식하면 약이 없다. 이들이 퍼뜨리는 말글의 오염, 바로잡아야 한다.

다음은, 건방지기 짝이 없는 말로서 말뜻도 맞지 않은 ‘유감’이란 단어다. 정확하지도 적확하지도 않은 말이다. 이 말, 박 후보 두뇌의 언어창고에 너무 오래 더께 되어 엉겼다. 아예 말투로 자리 잡은 듯. 일본 일부 정치꾼들이나 하릴없이 그들의 뜻을 따르는 일본 왕 등이 과거 잘못에 대해 ‘사과의 뜻’이라며 한국과 중국에게 하는 투의 얘기다. 무례 무도한 이들.

인용한다. ..... 박 전 위원장은 '경선 부정' 논란으로 확산되고 있는 당원명부 유출 사건에 대해 "참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경위가 어떻게 됐는지 밝혀야 하고,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철저하게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프레시안 6월22일)

유감(遺憾), ‘내 마음에 좀 찝찝한 게 남았다’는 뜻, 잘못했다 미안하다는 말이 아니다. 박 후보처럼 ‘국민을 섬기겠다, 대통령이 되겠다’는 이는 이 말 지금 머리에서 지우는 것이 낫다. 혹시라도 건방진 마음이 ‘유감’이란 말로 무심코 삐져나오는 사태를 막아야 할 터다.

사례의 다음은 박 후보가 요즘 습관처럼 쓰는 ‘역사의 판단’이란 말에 대한 지적이다. 그의 가족사 등 사실 관계나 가치판단의 논의는 오롯이 다른 숱한 전문가들의 몫으로 돌린다. 다만 ‘지금 이 시점에 그런 얘기는 왈가도 왈부도 하지 말아야 한다’는 박 씨의 생각이 진하게 묻어나는 그 말의 본디를 도마에 올리자는 것이다.

그의 경험과 성장 배경으로 보아 박 씨는,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과 같은 ‘막강한 권위’의 독재가 ‘윤허’(允許)한 전문가들이 만든 보고서 같은 것을 합법적이고 정통적인 ‘역사의 판단’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수 있다. 그 시절, 청와대 사는 이에게는 너무 당연했다. 거기에 익숙한 것은 자연스럽다. 같은 말에 대한 그와 ‘우리’의 뜻 새김이 다른 이유겠다. 

그래서, 나중에 내가 (대통령이 된 다음) 좋은 팀을 짜서 그 ‘역사의 판단’을 보여주리라 하는 속마음이 그런 용어를 불러냈을지 모른다. 그러나, 아니다. ‘역사의 판단’은 그의 아버지의 ‘작품’ 중 하나인 국민교육헌장같이, 정책적인 의도에 의해 고액의 연구비를 받은 학자들이 짜 맞추는 기획안 따위가 아니다. 

‘역사의 판단’은 사람과 시간의 몫이다. 그 논의는 시민 누구에게나 언제나 열려있다. 여러 성향의 언론과 학자들에게도, 독재라면 치를 떠는 이들과 함께 그 가족사를 옹호하는 이들에게까지 역시 활짝 열려있는 것이다. 이런 논의 또한 선거의 한 과정일 터다. 

‘나의 성스러운 아버지’와 관련한 부분을 건드리면 안 된다는 박 후보의 뜻이 순진하다 여겨질 만큼 억지스러운 막말로 들리는 까닭이다. 박 후보의 정치도 역시 아버지를 향한 효심이 아닌, 시민을 향한 충심에서 출발해야 하는 것이다. 

▲ 강상헌 시민의 자연 발행인 © 대자보
‘금도’ ‘유감’ 단어의 오용 또는 남용은 무심 무식의 탓이라 치자. 그러나 살펴본 것처럼 ‘역사의 판단’이란 숙어에서는 시민들을 겁주고 으르는 속뜻이 읽힌다. 장본인들은 물론 아니라고 펄쩍 뛰겠으나, 말과 글의 뜻을 짐작하는 시민들은 그 말 뒤편의 무의식을 경계하지 않을 수 없겠다. 

혹 무심의 소치로 언어의 순수성을 망가뜨린 것이라면, 마음 비우고 말과 글을 공부하라. 어쩌면 용서를 받을 수도 있으리라. 그러나 시민이 세상의 주인임을 몰랐거나 이를 잊었기 때문에 생긴 결과였다면, 민주주의라는 그 무대는 이미 그대들의 것이 아니다. 말뜻도 통하지 못하는 이들은 즉시 내려오라.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는 이들이 권력 잃은 이의 절치부심(切齒腐心) ‘복수혈전’에 측은지심으로 함께 애태우거나, 독재자의 아바타를 원하는 것은 물론 아닐 터다. ‘박근혜의 새로운 리더십’을 내다보는 것이겠다. 세상은 달라졌고, 날마다 변한다. 이치를 벗어난 속셈이 있다면, 말의 쓰임새에서 문득 그렇게 드러난다. 

강상헌:언론인 / 시민의 자연 발행인, 글샘터 미디어(www.textwell.co.kr) 대표, 우리글진흥원 원장

2012년 8월 27일 월요일

'민주당 수준 이 정도였나'… 국민 짜증지수 돋군 제1야당 경선


이글은 노컷뉴스 2012-08-27일자 기사 ''민주당 수준 이 정도였나'… 국민 짜증지수 돋군 제1야당 경선'를 퍼왔습니다.
모바일 투표 방식 문제 제기…손학규 김두관 정세규 울산 경선 불참


대통령 후보를 선출하겠다는 제1야당, 민주통합당의 경선이 갖가지 불공정 시비와 후보들의 불참으로 파행을 겪으면서 당이 뿌리채 흔들리고 있다. 

지난 25일 제주 경선이 끝난 직후 모바일 투표 방식에 문제가 제기된 가운데 손학규, 김두관, 정세균 세 후보들이 다음날 울산 경선을 전원 불참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홀로 경선장에 남은 문재인 후보는 제주에 이어 울산에서도 52.07%의 득표율을 올리며 1위를 차지했지만 승리의 기쁨을 누릴 새도 없어 말 그대로 '상처뿐인 영광'이었다. 

이번 문제는 모바일 투표 호명이 랜덤(무작위) 방식이 아닌 기호순으로 진행됐고, 후보들의 이름을 다 듣지 않고 중간에 버튼을 누르면 기권처리되면서 비롯됐다. 

네 후보의 이름을 모두 들어야 유효표가 되기 때문에 기호 1, 2, 3번(정세균, 김두관, 손학규 순)보다 기호 4번 문재인 후보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하다는 주장이다.

기존 안내 멘트는 "민주통합당 대통령 후보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십니까. 기호순으로 불러드리는 네명의 후보 이름을 모두 들으신 후 그 중 한 명만 선택해주시고 투표 결과를 반드시 확인해주세요"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 선관위는 후보들이 제기하는 문제에 대해 명확한 해명을 하기보다 임기응변식 조치를 취하기 바빴다.

문제가 제기된 24일 밤 선관위측은 "모바일 투표는 각 후보들이 모두 합의한 방식으로 문제가 없다"고 했다가 다음날 오전에 후보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자 안내 멘트를 수정했다. 

경선 중간에 사실상 룰을 바꾸면서도 이에 대한 사과는 없었다. 

다음날 후보들의 울산 경선 보이콧 움직임이 가시화되자 당은 2, 3차 조치를 추가로 내놨다. 선관위는 문제가 된 제주와 울산 경선의 재검표를 실시해서 기권으로 처리된 선거인단에 재투표할 기회를 주고 강원 경선은 일단 중단하기로 했다. 

급기야는 기호순이 아닌 랜덤순으로 호명 방식을 바꾸기로 해 하루에도 경선룰이 3차례나 바뀌는 황당한 상황이 연출됐다. 

하지만 당의 이같은 조치에도 불구하고 세 후보들은 울산 경선의 투표와 개표 작업을 강행한다며 경선장에 끝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불신과 반목이 뿌리깊게 자리잡은 것이다. 

26일 긴급 회동을 통해 사실상 공동 대응에 나선 세 후보는 "새로운 경선관리 체제가 필요하고, 그 경선관리체제에는 후보 측 대표자들이 옵저버가 아닌, 주체로 참여해야 한다"며 선관위 교체를 요구하고 있다. 

캠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친노가 당권을 이용해 모든 것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통합진보당의 구당권파와 뭐가 다르냐"는 계파 분열적인 말이 스스럼없이 나오는 실정이다. 

세 후보들은 현재까지 얻은 것보다는 잃은 것이 많다. 결국 기대했던 이변과 역전은 물 건너갔고, 정당정치에 대한 국민의 실망만 키운 꼴이 됐다. 

당도 치명적인 상처를 입기는 마찬가지이다. 후보들을 추스리는데 실패했을 뿐 아니라 룰을 수시로 변경하면서 경선의 신뢰성마저 잃었다. 

울산 경선 결과 발표를 강행하면서 후보들과 당 사이에는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평가도 나온다. 

악화일로를 걸으며 당의 근간을 흔들고 있는 현재의 상황을 수습하고, 대선 경선을 정상화시키기 위해서는 이해찬 대표 등 당 지도부와 후보들 사이에 국민을 납득시킬 수 있는 정치적 합의 도출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해찬 대표는 제주 경선 전날인 지난 24일 확대간부회의를 통해 "우리 경선이 보다 알차고 감동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한 바 있다.

CBS 조은정 기자

[사설] 민주통합당은 자멸의 길로 가려 하는가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8-26일자 사설 '[사설] 민주통합당은 자멸의 길로 가려 하는가'를 퍼왔습니다.

민주통합당 대통령 후보를 뽑기 위한 당내 경선이 차질을 빚고 있다. 손학규·김두관·정세균 후보가 모바일투표 방식에 이의를 제기하며 경선 일정 중단을 요구한 것이다. 이에 따라 어제 열린 울산지역 경선은 3명의 후보가 불참한 가운데 파행했다. 이번 사태로 올해 대선에서 정권교체를 이루려던 민주통합당은 적지 않은 타격을 받게 됐다.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게 된 것은 모바일투표 방식 때문이다. 후보 4명의 이름을 다 듣지 않고 투표한 뒤 전화를 끊으면 미투표로 처리한 게 사태의 발단이 됐다. 이런 방식은 기호 4번인 문재인 후보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하다는 게 나머지 세 후보의 주장이다. 일리 있는 지적이다. 하지만 이는 후보들의 기호가 정해지기 전에 이미 합의한 방식이라고 한다. 사전에 특정 후보에게 유리하도록 설계된 방식은 아니라는 것이다.따라서 이 문제는 네 후보의 이름을 다 듣지 않고 투표해도 유효표로 인정한다는 등의 보완책을 만들면 충분히 풀어갈 수 있는 사안이다. 이미 실시한 모바일투표에 대해서도 미투표로 처리된 것은 재투표를 하게 한다든지 아니면 재검증해 유효 처리할 수도 있다. 경선의 공정성만 담보할 수 있다면 기술적으로 얼마든지 가능한 방법이 있을 것이다. 민주당 경선 선관위도 세 후보의 주장을 일정 부분 수용해 타협의 여지가 없는 것도 아니다.그럼에도 문재인 후보를 제외한 나머지 세 후보가 그들의 주장이 완전히 관철되지 않았다고 어제 경선 일정에 불참한 것은 성급하고 무책임한 처사다. 아마도 그제 열린 제주 경선에서 세 후보가 자신들의 예상보다 턱없이 부족한 득표를 한 게 가장 큰 원인인 모양인데, 이는 온당치 못하다. 물론 불공정한 모바일투표 방식으로 자신들이 손해를 본 측면이 있긴 하겠지만 이는 기술적으로 풀어가야 할 문제이지 경선 일정 자체를 중단하면서까지 밀어붙일 사안은 아니라는 말이다.민주통합당 지도부와 경선 선관위의 책임도 적지 않다. 그동안 모바일투표를 둘러싼 많은 우려가 제기됐음에도 실제 투표 때 어떤 문제가 벌어질지 꼼꼼히 검증하지 못함으로써 이번 사태의 불씨를 제공했다. 그리고 지도부는 일이 벌어진 뒤 이를 제때 적절히 관리하지 못해 결과적으로 사태를 악화시켰다. 민주통합당은 이번 경선에서 새롭게 거듭나는 모습을 보여줘도 국민의 관심을 끌지 말지 모르는 위중한 상황에 처해 있다. 이런 실망스런 행태나 보이고 있을 만큼 한가롭지 않다. 세 후보는 하루빨리 경선에 참여해 당당히 겨루는 모습을 보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