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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2월 18일 월요일

국가 안보의 진짜 구멍은 어디에 있나?


이글은 프레시안 2013-02-17일자 기사 '국가 안보의 진짜 구멍은 어디에 있나?'를 퍼왔습니다.
[데스크 칼럼] (45) 군비 올리고 핵개발 하자는 이들의 속셈

스마트폰 게임에 열중이던 '초딩' 아들 녀석이 텔레비전 뉴스에 눈을 반짝거렸다. 구축함을 박차고 시뻘건 불을 뿜으며 발진하는 함대지 미사일, 순식간에 바닷속에서 튀어나와 목표물을 명중시키는 잠대지 미사일 발사 장면이다. "북한 지휘부가 있는 사무실 창문을 골라 타격할 수 있는 정밀 유도무기"라며 국방부가 공개한 영상이다. 아들 녀석, 이내 제 방으로 들어가더니 성탄절에 사준 레고 장난감에 딸린 대포를 가져 나와 논다.

이게 다 북한 탓이다. 뭐 좋은 일 있다고 다 뜯어말리는 핵실험은 해가지고 난리통을 만드나 싶다. 불량하고 한심한 짓이다. 아들 녀석 정신건강 걱정만이 아니다. 텔레비전 뉴스에 나온 그 보란 듯한 무기들, 내 지갑 밑에 붙어사는 '세금 먹는 하마'들이다.

핵으로 핵을, 무기로 무기를 억누를 수 있을 거라 믿는 군사제일주의자들이 돈 얘기를 왜 안 하나 했다. 새누리당 지도부를 만난 김관진 국방부장관은 14일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과 핵을 대비하고 억지하는 방법 중 하나는 '킬 체인'을 구축하는 것"이라며 "합참과 국방부에서 여기에 필요한 예산을 뽑고 있으니 국회에 곧 올리겠다"고 했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15일 "북한이 정말 핵무장을 할 경우에 대비해 우리는 여러 가지 타격 체계를 강구하고 있다"며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KAMD)를 가급적 빨리 구축하기 위해서 노력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북한 미사일을 요격하는 패트리어트체(PAC-2)를 PAC-3로 계량하는 데 예산 확보가 시급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얼마 전 1조 원을 쏟아부어 도입한 PAC-2가 예산 낭비였다는 지적은 새카맣게 잊고 애들 장난감 바꾸듯이 2조5000억 원 이상으로 추정되는 PAC-3로 교체하겠다는 것이다.

무인 정찰기인 '글로벌호크'를 서둘러 도입하고 대북 정보 수집용 정찰 위성도 더 늘리겠다고 한다. 작년에 미국이 글로벌호크 4대를 한국에 팔겠다며 미국 의회에 보고한 판매 가격이 1조3000여억 원이다. 이런 게 다 '선제타격'이라는 화끈한 이름하에 정부가 국민을 상대로 벌이는 돈놀이다.

▲ 국방부가 공개한 함대지 미사일ⓒ국방부

핵무장론도 고개를 들었다. 북한이 사실상 핵보유국이 된 이상 우리도 핵무기를 보유하자는 논리다. 하지만 이를 위해선 우리도 비정상국가와 같은 행위를 해야 한다. 핵무기확산금지조약(NPT) 탈퇴 등 국제질서로부터 벗어나야 하기 때문이다. 상식적으로 선택 가능한 옵션이 아니다. 하기에 합법적 방법으로 핵 능력을 확장시켜 나가자는 주장이 바로 우라늄 농축과 핵 재처리 기술 및 시설을 확보하자는 것이다.

마침 한미원자력협정 개정 협상이 시작된다. 김장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내정자는 "한미원자력협정 개정이 바로 시작되니까 우리의 핵 재처리 기술 등에 대해서는 한미 간에 합의를 봐야 한다"고 했다. 박근혜 당선인도 앞서 미국 의회 대표단을 접견해 "미래지향적인 방향으로 원자력협정이 개정되도록 협조해달라"고 했다. 박근혜 정부가 이 문제에 상당한 적극성을 가지고 임할 거란 얘기다. 하지만 여기에도 어마어마한 돈이 든다. 핵 재처리 공장, 고속로 건설, 고준위 폐기물 처리 비용 등. 일본의 전례에 비쳐보면 물경 200조 원이 든다는 추산이 있다.

이런 것들이 군사력 증강론자들과 핵 마피아들이 북한 핵실험을 빌미로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통쾌한' 논리를 덧씌워 국민들에게 내밀 청구비용이다. 얼마 전 국방 예산 1% 삭감에 호들갑 떨며 "복지를 위해 안보가 희생됐다"고 개탄한 사람들도 이들이다. 나라 운영의 방향을 가늠할 돈의 쓰임새를 놓고 보면, 핵실험을 한 북한과 적대적 공존을 하고 있는 쪽이 누구인가는 분명해 보인다.

가뜩이나 박 당선인의 기초노령연금 2배 인상, 4대 중증 질환 100% 국가 보장 공약이 후퇴한 데 이어 노인 임플란트 건강보험 적용 공약도 대상을 축소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소식이다. 이래저래 북한 핵실험의 피해는 서민들이 고스란히 뒤집어쓰게 생겼다.

물론 복지와 안보가 양자택일의 문제는 아니다. 복지도 튼튼한 안보 위에 있다는 말을 비틀어 받아들일 이유는 없다. 불량한 집단이 가진 핵을 머리 위에 이고 살아야 할 마당에 서민들에게도 국가 안보는 절체절명의 운명이다. 안보를 다지자는 주장에 보수니 진보니 따지는 것도 배부른 얘기다.

그럼에도 북한 핵실험 이후 군 당국이 기다렸다는 듯이 미국산 무기 구매를 서두르는 모습은 보기가 불편하다. 아니나 다를까. 새 정부의 안보를 책임질 국방부장관 내정자는 비리 전력이 있는 무기중개업체에서 자문이사로 근무했다. 2억 원이 넘는 자문료를 받았다고 한다. 국무총리 후보자는 아들의 병역 기피 논란에 휘말려 있다. 국가보안법의 달인이라는 법무부장관 내정자도 군 면제다. 그러면서도 이들은 부동산 투기에 편법 증여, 위장 전입 등 자기 세금 아끼고 재산 불리는 일에는 탁월했던 모양이다.

따져보자. 우리 국가 안보의 진짜 '구멍'은 과연 어디에 있는 걸까?


 /임경구 정치팀장

2012년 2월 27일 월요일

민주당, 아무래도 글렀다


이글은 프레시안 2912-02-27일자 기사 '민주당, 아무래도 글렀다'를 퍼왔습니다.
[데스크 칼럼] 오만한 당에 표를 줘야 할 이유가 대체 뭔가?

'박재승 쿠데타'라고 했다. '저승사자'라고 그를 불렀다. 신계륜 사무총장, 김민석 최고위원, DJ의 아들인 김홍업 의원, 박지원 DJ 비서실장, 이용희 국회부의장, 노무현 전 대통령의 최측근 안희정씨, 이상수 전 의원 등 내노라하는 인사들이 추풍낙엽이 됐다. 4년 전, 민주당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뇌물수수, 알선수재, 공금횡령, 파렴치범, 개인비리 등으로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인사를 총선 공천에서 배제했다. '대의멸친(大義滅親, 큰 뜻을 위해 가족까지 희생할 수 있다)'. 당시 박재승 공천심사위원장이 이끈 민주당의 공천개혁에 국민들은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2012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민주통합당은 '오만'을 공천했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임종석 사무총장, 저축은행 불법자금 수수 및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이화영 전 의원이 공천을 받았다. 탈당과 복당을 반복한 이용희 의원의 아들 이재한 씨도 '지역구 세습' 논란을 뒤로 하고 단수 공천했다. 심지어 뉴라이트 출신의 구인호 전 도의원까지 경선 후보로 확정했다. 정체성 논란의 대표적 인물인 김진표 의원도 공천하는 쪽으로 분위기가 확연히 기울었다고 한다. 공천의 잣대라던 도덕성과 정체성은 대체 어느 구석에 처박혔는지 모를 일이다.

첫 번째 항변,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른 결정이란다. 법 논리로는 일리 있는 말이지만 유권자와의 소통이 우선인 정치행위에 대한 변명으론 적합하지 않다. 박재승 위원장은 4년 전 공천 논란 때 이런 말을 했다. "보통 사람은 구멍가게에서 우유 하나만 훔쳐도 옥살이를 하는데 정치인은 큰 돈을 받아도 사면 받으면 다시 국회의원이 된다. 그런 생각에 민심이 떠나는 것이다. 하나하나 다 살펴주다 보면 개혁은 못한다." 그를 공심위원장 자리에 앉힌 손학규 대표가 "99마리 양을 두고 한 마리 양을 찾아 나선 목자의 모습이 법과 정의구현의 모습"이라며 탈락자 구제를 요청했음에도 박 위원장은 꿈쩍하지 않았다.

두 번째 항변, 본선 경쟁력이 높다는 게 '묻지마 공천'의 이유다. 전형적인 현실 안주 논리다. "4년 전엔 공천에는 성공했지만 결과는 실패했다"는 민주당 관계자의 말을 최근 들었다. 그의 말대로 민주당은 2008년 총선에서 개헌 저지선인 100석의 목표치에 밑도는 81석을 얻는데 그쳤다.

그러나 그해 초만 해도 60석 내외에 그칠 거란 비관적 전망이 당 안팎을 지배했던 걸 감안하면 정반대의 결과론적 해석도 가능하다. 530만표 차이의 대선 패배 충격에 허덕거리던 민주당에 피가 돌고 활력이 생겨나기 시작한 건 엄연한 '박재승 효과' 덕이었다. 심지어 임종석 전 의원마저 당시엔 "대선 패배 이후 당을 살려야 한다는 절박감이 있었기 때문에 박재승 위원장을 모셔오고 혁신하기 위해 노력했다. 공천 특검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철저하게 원칙과 기준대로 공천을 하면서 국민의 신뢰를 조금씩 회복하고 있다"고 평가했었다.

오만한 민주당은 야권연대 협상도 농락하고 있다. 통합진보당 주장에 따르면 민주당은 수도권에서 고작 4곳, 비수도권에선 단 1곳만 양보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고 한다. 이정희, 심상정 대표, 노회찬, 천호선 대변인 등 통합진보당의 간판급 인사 출마지에만 민주당 후보를 내지 않겠다는 것이다. 비수도권의 양보지역인 충남 예산홍성은 민주당이 자유선진당에 밀리는 곳이다. 터무니없는 민주당의 고자세로 인해 야권연대 협상은 24일 잠정 파기되기에 이르렀다. 야권연대를 집권으로 가는 초석이라고 떠들던 민주당이 정작 협상장에선 상대에게 떡고물 나눠주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는 얘기다.

민주당은 4년 전에도 야당이었고 지금도 야당이다. 노무현 정부의 실정으로 권력을 내줬고 탄핵 역풍으로 졸지에 국회의원이 된 '탄돌이'들의 부실한 내공 탓에 소수당이 됐다. 야당이 된 이후에도 4대강 사업, 종편 특혜 등 이명박 정부의 막무가내 국정운영을 막아낸 사례가 없는 무능함을 보여왔다.

그럼에도 단 한명의 탈락자 없이 현역의원을 재공천하고 때 뭍은 '옛동지'들을 불러들이는 데만 급급한 민주당의 행태는 한미FTA 등 과거에 행한 잘못에 반성을 모르는 한명숙 대표 체제의 유전자로 굳어지고 있다. 이런 분위기라면 남은 공천심사에서 교비 횡령 혐의로 2심 유죄를 선고받은 강성종 의원, 청목회 사건으로 1심 유죄를 받은 최규식 의원을 공천 배제한들, 이들이 친노이거나 486그룹이 아니라서 잘렸다는 것 외에 무슨 논리적 일관성이 있을까 싶다.

한 대표는 최근 "과반을 하고 싶다"고 총선 목표치를 공식화했다. 달성 가능한 목표냐는문제 이전에 오만한데다 무능하기까지 한 당이 무소불위의 입법 권력을 손에 쥐는 게 바람직한 일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 노무현의 실패를, 이명박의 실패를 겪고 나니 진보건 보수건 분에 넘친 힘을 가진 집단은 반드시 사고를 치더라는 교훈 때문이다.



ⓒ연합

/임경구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