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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6월 11일 월요일

"조선·중앙·동아를 폐간하라"


이글은 프레스바이플 2012-06-11일자 기사 '"조선·중앙·동아를 폐간하라"'를 퍼왔습니다.
'언론소비자' 6·10 올레


1987년 초여름의 그날처럼 무더운 6월 10일, 전국 여러 곳에서는 6월항쟁 25주년을 기념하는 모임들이 열렸다.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흥겨운 기념잔치가 벌어지고 있던 오후 4시, 3백여명의 사람들이 광화문 네거리의 동아일보사 앞으로 행진하기 시작했다. 시민단체인 ‘언론소비자주권 국민캠페인(언소주)’이 주관하는 ‘제1회 언론소비자 올레’가 막을 올린 것이었다.
일행이 동아일보사 정문에 이르자 사회자가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동아투위)의 성유보 위원에게 동아일보사의 행적을 소개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친일로 얼룩진 동아일보의 과거와 1974년 10월 24일에 시작된 ‘자유언론실천운동’을 이야기하면서, 동아일보사 경영진이 박정희 정권과 야합해서 ‘민중의 격려광고’를 배신하고 언론인 113명을 강제해직한 경위를 설명했다. 올레 참가자들은 격앙된 목소리로 ‘동아일보 폐간하라’를 외쳤다.
동아, 민중의 격려광고 배신…언론인 113명 강제해직
20대 젊은이들부터 일흔이 넘은 노인까지, 그리고 직장인과 주부들이 다양하게 참가한 올레 대열은 광화문 지하도를 지나 조선일보사 앞에 이르렀다. 신문사를 가리고 있는 코리아나호텔 정문에서 ‘수구보수세력의 대변지’ 조선일보의 역사와 현재 행태를 간략히 들은 올레꾼들은 ‘조선일보 폐간하라’를 열 번이 넘게 외쳤다.
‘자유언론실천-1974, 10, 24’라는 글씨가 찍힌 주황색 수건을 목에 두른 올레 참가자들은 중구 정동의 경향신문사 앞으로 가서, 곤경을 무릅쓰고 한겨레와 함께 진보언론의 축을 이루고 있는 경향을 격려한 뒤 서소문의 중앙일보사로 옮겨갔다. 동아투위 문영희 위원이 삼성그룹 이병철 회장의 주도로 창간된 중앙일보의 역사를 간략히 설명했다. 1960년대 중반의 ‘삼성 밀수사건’을 옹호한 일부터 1997년 대통령선거에서 한나라당을 노골적으로 지지한 이래 지금까지 ‘찌라시’ 소리를 듣게 된 내력을 들은 올레꾼들은 주먹을 흔들며 ‘중앙일보 폐간하라’고 합창했다.

언소주는 왜 6월 항쟁 25주년 기념일에 38년 전 동아일보사의 젊은 기자들이 발표한 ‘10·24 자유언론실천선언’을 주제로 조·중·동 폐간을 주장하는 집회와 시위를 진행했을까? 언소주의 양재일 대표는 그 동기를 이렇게 설명했다.
“조·중·동을 중심으로 한 보수언론은 6월 항쟁 이래 25년 동안 민주화에 제동을 걸면서 1%의 특권층 편에 서서 기득권을 지키고 확대하는 데 앞장서왔습니다. 12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그들은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에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6월 항쟁의 빛나는 성과를 땅에 묻고 독재자의 딸이 국민 위에 군림하도록 하면서 언론권력을 유지하겠다는 것입니다. 이런 신문들은 역사의 발전과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위해서 반드시 폐간되어야 합니다.”
KBS, 육사 발전기금 낸 전두환 기사 외면
6월 항쟁 25주년 기념식이 끝난 바로 이튿날인 11일 아침 인터넷 포털사이트와 일부 신문에는 전두환이 육군사관학교에서 사열을 받았다는 기사가 크게 실렸다. 그가 지난 8일 ‘육사 발전기금 200억 원 달성 기념행사’에 아내와 어린 손녀를 데리고 참석해서 생도들의 사열을 받으며 거수경례를 하는 사진을 본 이들은 자기 눈을 의심했을 것이다. 그는 2006년 4월 28일에도 ‘육사 발전기금 재단 창립 10주년 및 100억원 달성 축하’ 행사에 참여해서 사열을 받고 생도들과 간담회를 가진 것으로 드러났다.
전두환과 ‘화음’을 맞추려는 것인가? 노태우가 ‘사돈인 전 신동방생명그룹 회장 신명수에게 비자금 420억 원을 맡겼다’면서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는 진정서를 낸 사실이 10일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의 발표로 드러났다.
전두환과 노태우가 누구인가? 1979년 12월 12일 군사반란을 일으킨 뒤 1980년 5월 광주 항쟁을 총칼로 ‘진압’하면서 무고한 시민들을 살육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1심에서 각각 사형과 무기징역을 선고 받았던 ‘신군부’의 우두머리들 아닌가? 전두환은 2심과 상고심에서 무기형으로 감형되었으나 ‘5공 비리’와 관련된 추징금 2,205억 원은 그대로 확정되었다. 그는 그 가운데 532억 원만 내고 ‘전 재산이 29만 원뿐’이라면서 지갑을 꺼내 보여 사람들의 실소를 산 바 있다. 그런 전두환이 ‘육사 발전’을 위해 1000만 원을 선뜻 냈다고 한다. 노태우는 ‘내란 음모 및 군사반란’ 재판에서 확정된 추징금 2,629억 원 가운데 2,286억 원을 내고 343억 원이 ‘외상’으로 남아 있었는데 그보다 큰 액수를 사돈에게 맡겨두었다는 것이다.
‘새노조’가 어렵사리 파업을 접고 회사로 복귀한 것이 며칠 전인데, KBS는 공영방송과는 정반대 길로 치닫고 있다. ‘전두환의 육사 사열’을 메인뉴스가 외면한 것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살인마가 사열을 받느냐’ ‘육사 생도들에게 쿠데타 교육을 시킨 것’이라는 등의 비난이 들끓고 있다.
나는 KBS의 행태를 보면서 언소주의 올레꾼들이 외치던 구호를 다시 떠올린다. “조선·중앙·동아일보는 자진 폐간하라.” 시청자들에게 중요한 사실을 전달하지 않은 KBS 역시 그 함성을 강 건너 불로 여겨서는 안 될 것이다.

김종철 (언론인)  |  cckim999@naver.com

혼이 없는 육군사관학교 생도들에게…


이글은 프레스바이플 2012-06-11일자 기사 '혼이 없는 육군사관학교 생도들에게…'를 퍼왔습니다.
육사 발전기금이 과연 필요한가?

최근에 전두환 전 대통령 등 5공화국 주요 인사들이 육군사관학교 생도들의 사열을 받은 것을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사열했다면 임석상관에 대한 예우를 갖추었다는 것이고, 열병과 분열을 시행했다는 말이다.
지금도 그러는지 모르지만, 1980년대에 육사 졸업식에 가면 화랑대 연병장 주변에는 개나리와 진달래가 곱게 피어 있었다. 3월초 쌀쌀한 날씨에 웬 꽃이냐고? 대통령이 참석하는 육사 졸업식을 준비하기 위해 개나리와 진달래를 비닐하우스로 덮어서 키우다가 그날에 거두기 때문에 그런 보기 드문 초자연적 현상이 가능했던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육사 정문부터 내부 모든 도로를 세제로 닦는, 그야말로 눈뜨고는 보기 어려운 장면을 연출하던 것이 육사 졸업식이었다.
며칠전, 한 네티즌이 인터넷에 뿌린 사진에 의하면 전두환, 정호용 등 5공화국 실세들이 육군사관학교를 방문해 생도들의 사열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임석상관으로서 열병까지 했는지는 분명치 않지만, 손녀딸까지 앞세운 가운데 다른 이들은 모두 손뼉을 치고 있고, 전두환 전 대통령만 거수경례를 하는 모습으로 보아 임석상관의 예우를 받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육사 발전기금 홈페이지 캡쳐

그 행사는 육사 발전기금 200억 달성을 축하하는 행사였다고 한다. 발전기금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자료를 보면 기업 중 10억원 이상을 기부한 곳은 현대, 대우, 삼성, SK, POSCO. 5억원 이상에서 10억 이하로는 풍산, 롯데, 엘지, 한화, 금호아시아나, STX, 코오롱 등이 올라 있다.

개인으로서 1억원 이상을 기부한 사람도 7명이나 된다. 2기인 고 권동찬 장군의 부인과 함께 5기인 고 정승화 장군의 부인도 있어 자못 이채롭다. 정승화도 내고 전두환도 내고, 여하간 육군사관학교, 참말로 대단하다는 비아냥이 안 나올 수가 없는 모양새다.

5천만원에서 1억원 미만에는 박정희와 신경군관학교와 일본 육군사관학교 동기인 이한림 장군의 이름도 들어 있다. 그는 올해 4월29일 작고했으며, 박정희의 5·16쿠데타에 반대하다 중장으로 예편되었던 사람이다.

1천만원 이상 5천만 원 미만에는 전직 대통령이 3명이나 들어 있다. 둘은 반란죄로 실형을 받아 서훈이 취소되기도 했던 전두환, 노태우, 이 두 사람이고, 나머지 한 사람은 김대중 대통령이다. 김 전 대통령 생전에 기부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

▲ 육사 발전기금 홈페이지 캡쳐

행사를 치름에 돈의 크기에 따라 서열을 정하지 않았다면, 가장 윗 기수가 임석상관이 되어야 하는 것이 상식일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은 국군통수권자였으므로 예외, 행사에 전직 대통령이 참석했다면 임석상관의 예우를 받는 것은 당연하다. 문제는 그가 12·12 군사 쿠데타를 통해 정권을 잡았고, 결국 대한민국 법원에 의해 반란죄 및 내란죄의 실형을 받았던 사람이라는 것이다.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라고 한 말이 새삼스러울 것도 없이 그는 나중에 사법적으로는 사면되었지만, 서훈 등은 취소된 상태에 재산은 29만 원밖에 없다는 사람이 1천만 원 이상을 기부했다는 것도 웃기는 일이지만, 그가 간 곳이 육군사관학교라는 것이 더욱 문제이다. 생도들에게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을 몸소 가르치려는 것이 아니라면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더욱 의문이 드는 일은 육사발전기금이 왜 필요하냐는 것이다. 육군사관학교는 서울대학교처럼 법인화할 수도 없는 특수 교육기관으로서 생도들의 학비는 물론 숙식과 의류까지 모두 제공하는 최고의 군사교육기관이다. 따라서 개인이나 기업의 기부를 받아 생도들의 교육이나 생활의 질을 높이는 데에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학교이고, 혹시라도 그래야만 하는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이는 국민의 세금으로 부담해야 할 특수한 교육기관이다. 우리 군의 자존심이고 미래인 사관생도들에게 특별한 인물이나 기업의 후원이라는 멍에를 씌울 만큼 우리 국민은 그렇게 세금에 인색하지 않다.

더욱 문제는 그런 열병과 사열을 해야만 했던 사관생도들의 사고방식이다. 대한민국 최고의 두뇌와 육체를 소유한 생도들이 지휘관의 명령이 옳은지 그른지도 판단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군을 믿고 살 수 있을까? 그대들의 상관은 오로지 국민이고, 따라서 국민의 권위에 도전한 자는 국가의 적이다.

아무리 명령에 복종해야만 하는 군인의 신분이라 할지라도 쿠데타에는 반대해야 하고, 쿠데타를 지지하는 행진에 참여해서는 안 된다는 것쯤을 모르지는 않을 텐데, 오늘날 대한민국 최고의 군사교육기관 생도들이 자기들의 일부 선배들이 저질렀던 오욕의 역사를 옳은 것으로 인정해주는 작태에 동참한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일은 한마디로 국가의 기강이 무너지고 있음을 육군사관학교 생도들까지 나서 보여줬다는 점에서 창피하기 그지없는 일이다.

발전기금 필요하면 국민에게 충성해라! 얼마든지 대우해 줄테니….

박정원 편집위원  |  pjw@pressbypl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