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블이 사열인 게시물을 표시합니다. 모든 게시물 표시
레이블이 사열인 게시물을 표시합니다. 모든 게시물 표시

2012년 6월 20일 수요일

육사생도들, 전두환 그 대목도 존경했나


이글은 프레시안 2012-06-20일자 기사 '육사생도들, 전두환 그 대목도 존경했나'를 퍼왔습니다.
[오홍근의 '그레샴 법칙의 나라'] 전방 병력 빼내 감행한 쿠데타였다

많은 사람들이 그의 이야기를 말하고 썼다. 읽고 또 퍼 날랐다. 육사생도들을 사열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12·12쿠데타와 광주학살이 주축이 되는 전두환 씨 스토리는 끝도 없이 이어졌다. 5년 전 서울의 한 여고생이 '광주' 이야기를 쓴「그날」이라는 시가 새삼 가슴을 쳤고, 전 씨의 동네 초등학교에 다니는 어린이가 쓴「29만 원 할아버지」라는 시도 인터넷에서 뜨거운 바람을 일으켰다.

재산이 29만 원 밖에 안돼서인지 추징금 1600여억 원을 내지 않은 상태인데도, 손녀는 억대의 혼인 예식을 치르고, 귀빈골프를 즐기면서 재벌 못지않은 초호화 생활을 하는 분의 이야기가, 또 그런 분을 가장 존경한다는 하나회 출신 국회의장이 등장한다는 이야기가 사람들의 열을 돋웠다. 전두환 씨는 결코 용서받을 수 없는 죄를 지었으면서도, 이 나라 경찰의 공식 경호까지 받으며 떵떵거리고 살 수 있음을 본보이고 있다. 세상 일이 이렇게도 굴러갈 수 있다는 사실은 맥 풀리는 일이다.

사형선고까지 받았던 그의 죄상이야 다 아는 일이지만, 요즘 그를 논하는 그 많은 말과 글 가운데 절대로 빠져서는 안 될 이야기가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그가 육사생도들을 사열한 게 6월8일이니까 벌써 열흘이 지났는데도 그렇다. 다소 뒤 늦은 감도 있으나 아무리 그렇다 해도, 바로 그 빠진 이야기를 그냥 빼놓고 갈 수는 없다. 누군가는 꼭 짚고 넘어가야 할 이야기다.

▲ 지난 8일 육사생도들의 사열을 받고 있는 전두환. ⓒjtbc화면 캡처

역사를 되돌아보면 세상에는 이런저런 쿠데타가 참 많았다. 물론 그런 쿠데타는 대부분 있어서는 안 될 것으로, 주범은 반란수괴(反亂首魁)에 해당한다. 요약해 말하자면, 전두환 씨의 12·12쿠데타에는 그런 여느 쿠데타와는 성격이 매우 다른 측면이 있다. 그야말로 결코 해서는 안 될 짓을 한, 매우 질 나쁜 쿠데타였다.

이 나라는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남과 북이 서로 총부리를 겨누고 있는 세계 유일의 분단국이다. 그 휴전선에서 제자리를 굳게 지키며, 한시도 한 눈을 팔아서는 안 되는 군인들이 슬며시 자리를 비우고 떼를 지어 서울로 갔다. 명령에 따른 출동이었다. 국권찬탈(國權簒奪)에 걸림돌이 되는 군 내부 상급자를 제압하고 서울을 함락시켰다. 그게 바로 12·12쿠데타였다. 그게 바로 전두환 소장과 그의 일파들이 감행한, 상상도 못할 악질 쿠데타였다.

적과 대치중인 전방에서 병력을 빼내 정권을 빼앗은 쿠데타는 일찍이 별로 없었다. 지난 8일 육군사관학교 연병장에서, 이 나라 국토방위의 간성이 될 육사생도들이 분열(分列)을 하며 전두환 씨 일행에게 경의를 표한 것은, 그 '전방을 비운 악행(惡行)'에 대한 존경을 표시하는 것으로도 비쳐질 수 있는 행위였음을 깨달을 필요가 있다. 누구보다도 그러도록 시킨 육군사관학교 교장이나, 틀림없이 보고 받았을 국방부장관이 깨달아야 한다. 책임을 져야 한다.

1979년 12월12일은 '박정희 대통령 시해사건 합동수사본부장'을 맡고 있는 전두환 보안사령관으로서는 운명을 걸고 승부수를 던진 날이었다. '대통령 시해사건' 이후 전두환 소장이 계속 '권력'을 향해 '이상한' 생각을 하고 있음을 정승화 당시 육군참모총장은 눈치 채고 있었다. 따라서 정 총장은 전 소장을 동해안 경비사령관으로 발령키로 했으나 정보가 미리 샜다. 역사의 수레바퀴는 그렇게 거꾸로 굴러가기 시작했다.

전두환 소장은 그 날 12월12일 초저녁 '대통령 시해사건에 관련된 의혹이 있다'며 부하들을 시켜 참모총장을 연행토록 총장공관을 습격했다. 몇 발의 총소리가 났으나 정 총장은 쉽게 체포되었다. 하극상이었다. 이 무렵부터 전두환 소장은 경복궁의 수도경비사령부 30경비단 장세동 단장실에 뜻 맞는 장군들을 모아놓고, 쿠데타를 지휘하기 시작했다. 수도경비사령관 장태완 소장은 정 총장 체포가 곧 쿠데타임을 직감하고, 장세동 대령에게 전두환 소장 체포를 명령했으나 장 대령은 거부했다.

전두환 소장의 사전계획에 따라 서울 주변의 공수부대는 서울로 진격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장태완 사령관은 26사단 등 수도권의 사단장들에게 쿠데타 진압 병력을 요청했으나, 국방부 장관의 명령이 없으면, 그 병력들은 움직일 수 없게 되어 있었다. 그러나 국방부 장관은 겁에 질려 이미 국방부 청사 담을 타고 넘어가 미8군 벙커로 숨어버린 뒤였다. 연락이 되지 않았다.

이런 숨 가쁜 상황 속에서, 전방을 지키던 노태우 소장의 9사단 병력 2개연대가 소리 없이 자리를 비우며, 전차를 앞세우고 서울로 진격해 들어갔다. 서울은 금방 손쉽게 확실하게 점령되었다. 장세동 단장실에서 전두환 소장 일파는 만세를 불렀다. '박정희 대통령 유고(有故)' 이후 최규하 씨가 대통령 자리에 앉아 있었고, 나라 전체는 전후방 모두 초 비상상태였는데도 그랬다.

훗날 밝혀지지만 북한도 초비상을 걸어 놓고 남측의 허점을 노리고 있었다. 그 날 1979년 12월12일 9사단 지역에서 병력이 빠져나가 사실상 방어불능 상태였음을 알아 차렸다면, 북측이 무슨 짓을 했을지 모르는 아슬아슬한 순간이었다. 12·12쿠데타는 그런 천부당만부당한 상황을 거쳐 '성공'했다. 전두환 씨가 그 두목이었다. 그 무렵 외신들은 30경비단장실에 있던 장군들을 가리켜 '권력에 굶주린 장군들(power ̵hungry generals)'이라고 썼다.

전두환 씨는 일찍이 정치군인의 길에 눈을 떴다. 대위 때인 1961년 5월 박정희 소장의 쿠데타가 일어나자 그는 "육사교장 강영훈 장군 때문에 생도들의 혁명지지 퍼레이드가 방해 받고 있다"고 밀고해, 강 교장을 연금토록 한 뒤, 생도들을 부추겨 지지 퍼레이드를 유도해 냈다. 그 때 박정희 소장의 눈에 들어 훗날 승승장구의 길을 걸었다. 1963년 군대 내 사조직인 하나회를 결성해 배타적 네트워크를 구축한 것도 국토방위 보다는 자기 회원들만의 요직 독식과 출세를 위한 것이었다.

12·12쿠데타와 '광주의 살육'이 그에게는 지울 수도, 용서받을 수도 없는 죄업이지만, 한 때 감옥에 간 것을 빼놓고 그는 지금 남부러울 것이 없다. 그들은 죽어서도 국립묘지에 묻히게 되어있다. 그런 대목도 이 나라 현대사의 슬픈 단면이다. 그 단면에서는 전두환 씨를 감싸고 있는 이 나라 주류사회인 상류 기득권층의 따뜻한 손길이 감지된다.

박근혜 의원이 '(아버지가 일으킨) 구국의 혁명'이라 한 5·16쿠데타 과정에서 전두환 씨는 쿠데타를 확실한 성공 국면으로 각인 시킨 육사생도 지지 퍼레이드를 만들어 냈다. 그에게는 또 12·12쿠데타 이후의 '박근혜를 보살핀 고마움'도 있다. 전두환 씨를 가장 존경한다는 하나회 출신 강창희 의원이 박근혜 의원의 지원을 받아 이번에 국회의장이 된다. 그 강창희 의원이 주요 멤버인 7인회(박근혜 의원 지지 '원로' 모임이다)에는 저 '유명한' 갈봉근·한태연 씨와 함께 유신헌법을 만든 김기춘 전 법무부 장관이 있고, 박정희 정권에서 재무부장관을 지낸 김용환 씨도 있다.

요컨대, 5·16쿠데타-유신-5공-박근혜로 이어지는 질긴 인연에는 도도히 흐르는 '일맥상통(一脈相通)'이 있고, 그 중간쯤에 박근혜 의원과 전두환 씨의 얼굴이 있다. 과거 회귀의 기운이 강력하게 느껴진다. 전두환 씨가 본보이고 있는 떵떵거림에는 그런 까닭이 있을 것이다.

12·12쿠데타가 있던 1979년 말부터, 광주의 살육이 있던 1980년 5월 사이에 태어난 사람은 어느새 우리나이로 33세 안팎이 된다. 그 때 초등학생쯤은 되었어야 '사태'를 짐작하리라고 쳐도, 지금 40세는 넘어야 당시의 일을 희미하게나마 기억할 수 있을 것이다. 벌써 세월이 그렇게 흘렀다. 전두환 씨 측은 괴로운 그 기억이 사람들의 뇌리 속에서 하루빨리 사라지기를 바라고 있을 것이다. 한시 바삐 더 가슴 펴면서 더 떵떵거릴 수 있게 되기를 기원할 것이다.

그러나 한번 역사에 올려진 죄업들은 결코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더구나 이건 보통 죄업이 아니다. 가해자들은 사람들이 잊어주기를 바라기 보다는 오히려 더욱 더 반성하고 용서를 빌면서 참회의 길을 걸어가는 게 옳다고 본다.

광주의 살육이 벌어진지 10년이나 20년 뒤에 태어난 어린 학생들이 쓴 '전두환 씨 관련' 시가 최근 인터넷을 뜨겁게 했다. 어린 학생들은 이리저리 좁은 '통로'를 헤매면서 어느새 '진실'을 찾아냈다. 알아 버렸다. 서두에서 말한 두 학생의 시 몇 대목을 소개하는 것으로 오늘 이야기를 끝내고자 한다. 가해자들도 읽어야 한다. 느껴야 한다.

(나가 자전거 끌고잉 출근허고 있었시야 //근디 갑재기 어떤 놈이 떡 하니 올라타불더라고, 난 뉘요 혔더니, 고 어린놈이 좀 갑시다 허잖어 (……) 우째 생겨먹은 놈인가 볼라고 뒤엘 봤시야, 근디 눈물 반 콧물 반 된 고놈 얼굴보담도 저짝에 총구녕이 먼저 뵈데 //(……) 총구녕이 날 쿡 찔러, 무슨 관계요? 하는디 말이 안나와, 근디 내뒤에 고놈이 얼굴이 허어애 갔고서는 우리 사촌형님이오 허드랑께, 아깐 떨어지지도 않던 나 입에서 아니요 요말이 떡 나오데 //그놈은 총구녕이 델꼬가고, 난 뒤도 안돌아보고 허벌나게 달렸재, (……) 저짝 언덕까정 달려가 그쟈서 뒤를 본께 아까 그놈이 교복을 입고있데, 어린놈이····· //(……) 근디 맨날 매칠이 지나도 자꼬 뒤에서 갑시다 갑시다 해브냐 //아직꺼정 고놈 뒷모습이 그라고 아른거린다잉····)-2007년 당시 서울경기여고 3년 정민경 양의「그날」중에서

(우리 동네 사시는/ 29만 원 할아버지/ 아빠랑 듣는 라디오에서는 맨날 29만 원 밖에/ 없다고 하시면서/ 어떻게 그렇게 큰 집에 사세요?/ 얼마나 큰 잘못을 저지르셨으면/ 할아버지네 집 앞은/ 허락을 안 받으면 못 지나다녀요?/(……)// (……)/ 왜 군인들에게 시민을 향해/ 총을 쏘라고 명령하셨어요?/(……)// 29만 원 할아버지!/ 얼른 잘못을 고백하고 용서를 비세요/ (……)) -서울 연희초등학교 5년 유승민 군의 「29만 원 할아버지」중에서

 /오홍근 칼럼니스트

2012년 6월 13일 수요일

반란 주역에게 사열을 허락하는 나라에서


이글은프레시안 2012-06-13일자 기사 '반란 주역에게 사열을 허락하는 나라에서'를 퍼왔습니다.
[최강욱의 '시야비야']아름다운 조직을 만들기 위해

'피터의 원리(The Peter Principle)'라는게 있다. 무능력이 개인보다는 위계조직의 메커니즘에서 발생한다는 이론으로,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였던 로렌스 피터(Laurence J. Peter)와 작가인 레이몬드 헐(Ramond Hull)이 1969년 공저한 책을 통해 주장한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많이 볼 수 있는 고위직 인사들의 무능력, 무책임으로 인해 우리는 많은 불편을 겪으며 막대한 비용을 지출한다. 그렇지만 이러한 무능력은사라지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무능한 사람들이 계속 승진하고 성공하는 모순이 발생하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능과 유능은 개인의 역량에 달려 있다고 생각하기 쉬우나, 로렌스 피터와 레이몬드 헐은 우리 사회의 무능이 개인보다는 연공서열만을 앞세우는 폐쇄적 위계조직의 메커니즘에서 발생한다고 주장하였던 것이다.

막다른 골목에 가면 결국 다 터진다조직생활을 경험한 이들이라면 다들 고개를 끄덕일지 모르나, 정말 본받고 싶은 제대로 된 윗사람을 모시는 행운을 만난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극소수의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진정 능력있고 바른 사람들이 조직에서 도태되거나 조직생활을 견디지 못하고 탈출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그리 드물지 않은 일이기도 하다. 조직의 상층부에서 늘 고민하고 노력하는 이들에겐 송구한 일일지 모르나, 실제 우리가 경험하는 조직생활이 어떤 이가 가진 고유의 장점을 개발하여 증진시키기 보다는 '조직의 이익'이나 '조직의 입장'을 내세워 인권과 상식을 억압하고, 개성과 인격을 말살하는 것을 경험하는 것도 그리 드문 일이 아니다. 언제 한 번이라도 내부비리를 고발한 공익제보자나 조직의 문제점을 지적한 이들이 그 공로를 인정받아 승진했다는 소식을 접한 적이 있었던가? 그리고, 권력자의 충견들이 그를 대신한 감옥살이를 하고 나서 진실로 반성하고 새사람이 되었다는 미담을 들어 본 적은 있는가?

다시 이론으로 돌아가 보자. 이들이 제시한 위 원리의 핵심은 "조직체에서 모든 종업원들은 자신의 무능력이 드러날 때까지 승진하려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이다. 즉, 위계를 가진 조직 내의 구성원들은 승진을 통해 자신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상위 직책을 맡게 된다.그리고 승진한 자리에서 능력을 발휘하면 다시 더 높은 자리로 승진할 기회를 얻는다. 따라서 조직을 구성하는 모든 개인들은 자신의 무능력이 드러나는 단계까지 승진하게 되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모든 직위는 그 업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은 '무능한' 구성원들에 의해 채워지는 경향을 갖는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현상은 현 직위에서 거둔 업무 성과(job performance)에 대한 보상으로 승진을 시켜 주는 관행 때문에 일어난다. 그런데 승진된 자리에서 요구되는 역량은 현 직위에서 요구되는 역량과 그 성질이 다르기에 무능이 드러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감당하기 힘든 일들이 계속 부여되지만 주위의 기대에 부응하고 자신의 직책을 다하기 위해 발버둥친다. 이런 현상은 조직의 폐쇄성과 연공서열의 타성이 강할수록 뚜렷이 나타난다고 피터는 말한다. 이런 타성이 방치될 경우 무능한 사람들이 주로 윗자리를 채우며, 결국 조직 전체가 무능해지는 결과를 빚게 된다는 것이다.

머리보다 감투가 더 커지면 마침내 자신과 조직이 동시에 희생되는 상황이 초래된다. 주위의 기대와 자신의 책임 사이에 끼여 옴짝달싹 못하는 처지가 되는 것이다. 자신의 역량에 비해 주어진 과제가 너무 벅차지만 이미 시간은 늦었다. 결국 책임을 전가하고 거짓말로 상황을 호도하는 가운데 더 깊은 나락에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모든 걸 다 아는 것처럼 뻥뻥 큰소리치다가 정작 결과가 엉뚱하게 나오자 이리저리 둘러대는 지식인이나 권력자들도 그런 전형적 사례다.

하지만 편법과 미봉책으로 막고, 거짓으로 둘러대는 데도 한계가 있다. 막다른 길목에 가서 모든 사실이 폭로되면서 파국에 이른다. 당사자는 자포자기 상태에서 신체적ㆍ심리적 '번아웃'(burnout) 상태가 되고 만다. 더이상 어찌해 볼 수 없는 지경이다. 그 다음은 뭐가 기다리고 있을까? 무능한 사람으로 찍혀 퇴장하든지, 스트레스 질환으로 나가떨어지든지 둘 중 하나다. 유능하다는 주위의 평가는 순식간에 사라진다. 대신 혹평과 질타가 그 자리를 차지한다. 유능함이 한 칼에 무능함으로 돌변하는 것이다.

'그들' 뿐 아니라 우리의 '무능'도 문제다

잠재적 역량을 알아보는 지도자의 눈은 그래서 소중하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지도자의 가장 큰 능력은 '사람을 잘 쓰는 것'에 있다.

제 아무리 스스로 올바르고 뛰어난 지도자라도 제대로 된 이들과 함께 일하지 않으면 본래 의도한 성과를 이루지 못할 뿐 아니라, 예상치 못한 폐해를 남기는 경우가 허다했다.

하물며 지도자가 스스로 무능과 독선을 아낌없이 드러내는 상황이 되면 '유유상종'으로 일관하게 되고, 결국 조직을 망치는 것은 물론 많은 실패와 피해를 낳는 결과로 이어진다.

'민간인 불법사찰'에 대하여는 일언반구 없다가 갑자기 '종북 논란'에 불을 지피는 행태를 보면 짚이는 바가 있지 않은가.

그러나 이게 비단 윗 자리에서 아랫 사람을 골라내는 이들에게 국한된 문제이자 능력일까? 현대 민주주의 사회의 주권자들이야말로 자신들을 위해 헌신하겠다고 홍보하는 이들을 '선거'라는 장치를 통해 얼마만큼 식별하여 제대로 걸러내고 있을까. 조직에 헌신한다는 이름으로 조직논리만을 앞세우고, 결국 조직을 괴물로 만들어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조폭문화'의 현실은 또 어떠한가. 세간의 시선과 비판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살아있는 권력의 의중을 살펴 사냥개의 역할을 마다하지 않아, 모든 일에서 예상대로 행동하는 일관성 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을 만 하다는 비아냥을 듣는 검찰 조직이 과연 개인의 역량이 저열해서 그토록 한심한 일을 하는 것일까.

사람들은 혼자서 살아가지 않고 누군가와 관계를 맺는다. 혼자서 할 수 없는 일을 도모하여 이뤄내기 위해 각종 조직을 만들고 그 안에서 자아를 실현하며 행복감을 느끼고자 한다. 그러나 동서고금의 역사를 통해 과연 조직이 사람을 행복하게 한 적이 얼마나 있었던가. 조직 내에서 필연적으로 형성되는 권력관계는 인성을 황폐하게 만들고 수많은 아첨과 협잡을 낳기도 하고, 더 없이 억울한 죽음을 양산하기도 한다.

스스로의 능력을 확신하지 못하고 비선을 통해 자신이 임명한 자들을 감시하게 만든 이를 최고 권력자로 둔 우리의 무능은 또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지극히 어려운 환경을 기어이 이겨내고 초인적인 인내와 노력으로 조직 안에서 '성공 신화'를 일구고 삶의 목표를 이루었다는 이들은 따뜻한 성정으로 자신이 과거를 추억하며 힘든 삶을 영위하는 이들에게 위로가 되는 언행을 하는 경우보다, 그들의 게으름과 현실안주를 탓하며 조소와 채찍질만을 가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 그래서 결국 그 조직 구성원들조차 권력과 출세에 눈이 멀어 상식을 외면하는 결정을 남발하고, 결국 조직을 망가뜨리기에 이르는 것이다. 또 그토록 치열한 싸움과 경험을 통해 일구어낸 이 땅의 진보와 진보정당의가치가 '조직'을 앞세운 폭력과 전횡으로 얼룩지고 있다는 한탄은 과연 '조직'과 '권력'에 대한 우리의 원망에서 제외될 수 있을 것인가.

조직의 위계질서로서만 지킬 수 있는 더러운 권력

 ▲ 7일 육군사관학교의 기념 행사에서 육사 생도들을 사열하고 있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모습. 오른 쪽으로 부인 이순자 여사와 손녀의 모습이 보인다. ⓒJTBC 화면 캡쳐

자신의 부하에게 '충성'의 진정한 의미를 묻고 나서, 적절한 답을 찾느라 머뭇거리는 이에게 "충성은 직속상관에 대한 복종을 의미한다. 그것이 위계질서 속에서 쌓이면 당연히 통수권자에 대한 충성으로 이어지고, 그것이 곧 국가에 대한 충성을 완성하는 것"이라며 득의양양하게 말하던 한 법률가의 무서운 확신을 나는 지금도 잊지 못한다. 중간 관리자의 독선과 전횡으로 힘겨워하는 실무자의 고충을 최고 관리자에게 일러 주면, 그들이 보이는 한결같은 반응은 조직을 위해 그러한 실무자와 같은 하급자를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역시 그들의 머릿 속에는 자신의 안일을 보장하고 평온한 복종을 가능하게 하는 조직의 위계질서가, 단연코 약자의 고충을 앞서는 것이었다.

재벌의 해외재산을 관리하고 지키느라 갖은 편법은 물론, 감옥살이도 마다 않는 현대의 수많은 '마름'들의 모습이나, 헌법과 법률이 부여한 사명보다는 자신의 승진이나 권세를 위해 자신의 상급자가 저지르는 수많은 불법과 위헌적 전횡을 앞장서 돕고 찬양하기까지 하는 '영혼 없는 공직자'들의 모습이 오늘도 우리 눈 앞에 수없이 명멸한다.

과연 그들이 사람으로 태어나 이루고자 했던 일은 무엇이고, 사람으로 살아가며 남기고자 했던 것은 무엇일까. 무엇이 그들로 하여금 현인들이 '무능의 상징'이라 평가한 '자리'에 그토록 집착하며 모든 고결한 가치를 팽개치게 만드는 것일까. 가장 탐욕스럽고 무능한 이를 제일 높은 자리에 앉힌 우리의 무능은 지금까지의 가혹한 형벌을 딛고, 과연 우리에게 새로운 미래를 안겨줄 수 있을 것인가. 그 더러운 권력을 위해, 그 더러운 권력을 지켜내고 이어가기 위해 지독하게 노력하는, "일심으로 충성하는" 이들은 과연 무엇을 바라며 날을 새울 수 있을까. 권력에 빌붙어 더 큰 욕망을 실현하려는 수 많은 불나방들이 영원히 그들 곁에서 날갯짓을 해 주리라 믿을까. 아직도 한 줌 남은 더러운 권력을 지키느라 스스로의 존재마저 부정하며 길거리를 헤매는 '출세한 언론인'의 타락한 영혼은 이제 어디서, 누구에 의해 구원받을 수 있을까.

욕망을 앞세운 판단 착오로 인해 그저 참아내고 견뎌야 했던 우리의 지난 세월은 어떤교훈과 미래를 우리에게 남기고 사라져 갈까. 반란의 주역에게 사열의 영광을 허락하는 사관학교를 둔 나라에서, 만일 그 세월이 더 흉칙하게 화장한 모습으로 우리를 찾아온다면 아니 그렇게 되지 않도록 막으려면, 우리는 어떻게 어깨 걸고 아름다운 조직을 만들어 다시 올지 모를 어둠을 이겨 낼 수 있을까.

 /최강욱 변호사

2012년 6월 11일 월요일

혼이 없는 육군사관학교 생도들에게…


이글은 프레스바이플 2012-06-11일자 기사 '혼이 없는 육군사관학교 생도들에게…'를 퍼왔습니다.
육사 발전기금이 과연 필요한가?

최근에 전두환 전 대통령 등 5공화국 주요 인사들이 육군사관학교 생도들의 사열을 받은 것을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사열했다면 임석상관에 대한 예우를 갖추었다는 것이고, 열병과 분열을 시행했다는 말이다.
지금도 그러는지 모르지만, 1980년대에 육사 졸업식에 가면 화랑대 연병장 주변에는 개나리와 진달래가 곱게 피어 있었다. 3월초 쌀쌀한 날씨에 웬 꽃이냐고? 대통령이 참석하는 육사 졸업식을 준비하기 위해 개나리와 진달래를 비닐하우스로 덮어서 키우다가 그날에 거두기 때문에 그런 보기 드문 초자연적 현상이 가능했던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육사 정문부터 내부 모든 도로를 세제로 닦는, 그야말로 눈뜨고는 보기 어려운 장면을 연출하던 것이 육사 졸업식이었다.
며칠전, 한 네티즌이 인터넷에 뿌린 사진에 의하면 전두환, 정호용 등 5공화국 실세들이 육군사관학교를 방문해 생도들의 사열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임석상관으로서 열병까지 했는지는 분명치 않지만, 손녀딸까지 앞세운 가운데 다른 이들은 모두 손뼉을 치고 있고, 전두환 전 대통령만 거수경례를 하는 모습으로 보아 임석상관의 예우를 받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육사 발전기금 홈페이지 캡쳐

그 행사는 육사 발전기금 200억 달성을 축하하는 행사였다고 한다. 발전기금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자료를 보면 기업 중 10억원 이상을 기부한 곳은 현대, 대우, 삼성, SK, POSCO. 5억원 이상에서 10억 이하로는 풍산, 롯데, 엘지, 한화, 금호아시아나, STX, 코오롱 등이 올라 있다.

개인으로서 1억원 이상을 기부한 사람도 7명이나 된다. 2기인 고 권동찬 장군의 부인과 함께 5기인 고 정승화 장군의 부인도 있어 자못 이채롭다. 정승화도 내고 전두환도 내고, 여하간 육군사관학교, 참말로 대단하다는 비아냥이 안 나올 수가 없는 모양새다.

5천만원에서 1억원 미만에는 박정희와 신경군관학교와 일본 육군사관학교 동기인 이한림 장군의 이름도 들어 있다. 그는 올해 4월29일 작고했으며, 박정희의 5·16쿠데타에 반대하다 중장으로 예편되었던 사람이다.

1천만원 이상 5천만 원 미만에는 전직 대통령이 3명이나 들어 있다. 둘은 반란죄로 실형을 받아 서훈이 취소되기도 했던 전두환, 노태우, 이 두 사람이고, 나머지 한 사람은 김대중 대통령이다. 김 전 대통령 생전에 기부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

▲ 육사 발전기금 홈페이지 캡쳐

행사를 치름에 돈의 크기에 따라 서열을 정하지 않았다면, 가장 윗 기수가 임석상관이 되어야 하는 것이 상식일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은 국군통수권자였으므로 예외, 행사에 전직 대통령이 참석했다면 임석상관의 예우를 받는 것은 당연하다. 문제는 그가 12·12 군사 쿠데타를 통해 정권을 잡았고, 결국 대한민국 법원에 의해 반란죄 및 내란죄의 실형을 받았던 사람이라는 것이다.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라고 한 말이 새삼스러울 것도 없이 그는 나중에 사법적으로는 사면되었지만, 서훈 등은 취소된 상태에 재산은 29만 원밖에 없다는 사람이 1천만 원 이상을 기부했다는 것도 웃기는 일이지만, 그가 간 곳이 육군사관학교라는 것이 더욱 문제이다. 생도들에게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을 몸소 가르치려는 것이 아니라면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더욱 의문이 드는 일은 육사발전기금이 왜 필요하냐는 것이다. 육군사관학교는 서울대학교처럼 법인화할 수도 없는 특수 교육기관으로서 생도들의 학비는 물론 숙식과 의류까지 모두 제공하는 최고의 군사교육기관이다. 따라서 개인이나 기업의 기부를 받아 생도들의 교육이나 생활의 질을 높이는 데에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학교이고, 혹시라도 그래야만 하는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이는 국민의 세금으로 부담해야 할 특수한 교육기관이다. 우리 군의 자존심이고 미래인 사관생도들에게 특별한 인물이나 기업의 후원이라는 멍에를 씌울 만큼 우리 국민은 그렇게 세금에 인색하지 않다.

더욱 문제는 그런 열병과 사열을 해야만 했던 사관생도들의 사고방식이다. 대한민국 최고의 두뇌와 육체를 소유한 생도들이 지휘관의 명령이 옳은지 그른지도 판단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군을 믿고 살 수 있을까? 그대들의 상관은 오로지 국민이고, 따라서 국민의 권위에 도전한 자는 국가의 적이다.

아무리 명령에 복종해야만 하는 군인의 신분이라 할지라도 쿠데타에는 반대해야 하고, 쿠데타를 지지하는 행진에 참여해서는 안 된다는 것쯤을 모르지는 않을 텐데, 오늘날 대한민국 최고의 군사교육기관 생도들이 자기들의 일부 선배들이 저질렀던 오욕의 역사를 옳은 것으로 인정해주는 작태에 동참한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일은 한마디로 국가의 기강이 무너지고 있음을 육군사관학교 생도들까지 나서 보여줬다는 점에서 창피하기 그지없는 일이다.

발전기금 필요하면 국민에게 충성해라! 얼마든지 대우해 줄테니….

박정원 편집위원  |  pjw@pressbyple.com

전두환, 6년 전에도 '육사 사열' 받았다


이글은 오마이뉴스 2012-06-10일자 기사 '전두환, 6년 전에도 '육사 사열' 받았다'를 퍼왔습니다.
[단독] 2006년 발전기금 100억 기념식... 생도 대표들과 간담회까지

▲ 지난 2006년 전두환 전 대통령의 육사 방문을 보도한 <육사신보>. ⓒ 육사신보 화면 갈무리

전두환 전 대통령이 지난 2006년에도 육군사관학교(교장 박종선 중장) 생도들의 사열을 받고 생도 대표들과 간담회까지 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육사에서 발행하는 신문인 (육사신보) 2006년 6월 7일 보도에 따르면, 전 전 대통령은 그해 4월 28일 '육사발전기금'의 초청을 받았다. '육사발전기금'은 재단법인이지만 육사교장이 상임이사를 맡고 육사 부·처장들이 당연직 이사로 임명돼 있어 육사와 별개의 조직이라고 보기 어렵다. 당시 이 법인의 이사장은 전 전 대통령의 쿠데타에 적극 가담한 육사 11기 동기 정호용 전 국방부 장관이었다.

이날 행사는 법인 창립 10주년과 발전기금 100억 원 달성을 축하하는 자리로 화랑의식 참관, 학교시설 견학, 만찬, 육사 음악회 관람 등의 행사가 진행됐다. 이 가운데 '화랑의식'은 생도들이 열병과 분열을 펼치는 것을 말한다. 사열은 임석상관 자격으로 부대의 훈련 정도, 사기 등을 열병과 분열을 통해 살핀다는 군사 용어로 일종의 군사 퍼레이드를 말한다.

최근 논란이 되는 지난 8일 행사도 발전기금 200억을 달성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개최됐다. 이 자리에서 전 전 대통령은 생도들이 열병 도중 '우로 봐!'라는 구호에 맞춰 경례할 때 지휘관처럼 거수경례로 답했다. 전 전 대통령은 1000만 원~5000만 원 출연자 자격으로 이 자리에 초청됐다. 11기 동기인 노태우 전 대통령을 비롯해 군부독재의 핵심세력이었던 하나회 멤버들도 그와 함께 발전기금 출연자 명단에 올라 있다. 

18년 전 1000만 원 기부로 여태까지 예우?

이와 관련해 군인권센터 관계자는 10일 (오마이뉴스)와 전화통화에서 "육사 출신들의 제보에 따르면 전두환 전 대통령은 2006년에도 육사에서 사열을 받았다"며 "화랑의식은 매주 금요일 생도들이 일주일을 돌아보는 의미로 운동장에서 분열과 열병 의식을 하는 것인데, 전 전 대통령이 그 자리에 나타나 사열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는 사열만 받은 게 아니라 이후 연대장 생도와 학생회장에 해당하는 생도 대표들을 불러 간담회까지 열었다"며 "쿠데타를 일으키고 시민을 학살한 독재자가 육사 생도들에게 무슨 자격으로 설 수 있냐"고 지적했다.

전 전 대통령은 지난 1994년 1월부터 1995년 1월까지 1000만 원의 기금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쿠데타와 5·18광주민주화운동 진압 책임을 물어 '내란수괴죄', '내란목적살인죄' 등으로 대법원에서 사형까지 확정 받은 그가 18년 전에 기부했다는 이유로 육사 생도들의 사열을 받고 있는 것이다. 그는 1637억의 추징금을 내야 하지만 "통장에 29만 원밖에 없다"며 이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

한편, 육사와 육사발전기금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은 모두 '서버 점검 중'으로 현재 이용이 불가능한 상태다.

 최지용 (endofwinter)

[사설]역겨운 전두환씨의 육사 생도 ‘사열’


이글은 경향신문 2012-06-10일자 사설 '[사설]역겨운 전두환씨의 육사 생도 ‘사열’'을 퍼왔습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지난 8일 서울 육군사관학교에서 있은 ‘육사발전기금 200억원 달성’ 기념행사에 참석, 단상에서 생도들의 퍼레이드에 거수경례로 답했다. 생도들을 ‘사열’하는 그의 모습이 몹시 역겹게 느껴진다. 전 전 대통령은 하극상 군사반란과 대규모 인명 살상을 통해 집권에 성공한 인물이다. 또 그는 집권기간 수천억원에 달하는 검은돈을 긁어모았다. 그래서 그는 15년 전 대법원으로부터 내란죄와 반란죄, 내란목적 살인죄, 그리고 뇌물수수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예우를 박탈당했다. 그런 그가 반성은커녕 장세동 전 안기부장 등 5공(共) 실세들과 함께 생도들 앞에 얼굴을 꼿꼿하게 세우고 사열한 것은 국민에 대한 모욕이다.

전 전 대통령의 죄과는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다. 박정희 전 대통령 암살사건 이후 그는 병력을 동원해 군 수뇌부를 제압했다. 또 신군부가 광주에서 저지른 만행은 30여년이 지난 지금도 아픈 상처로 우리 뇌리에 남아 있다. 그뿐 아니다. 그는 전 재산이 29만원밖에 없다면서 대법원이 선고한 추징금 중 1672억원을 납부하지 않고 버티고 있다. 부패한 군사독재자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다. 

육사발전기금 누리집에 따르면 그의 이름은 개인기금 출연자(1000만~5000만원 미만) 명단에 들어 있다. 그는 500만원 이상의 기금 출연자 160명 중 한 사람으로 이날 행사에 초청됐다고 한다. 전 전 대통령이 무슨 돈으로 기금을 냈는지 수수께끼가 아닐 수 없다. 그가 얼마 전 모 호텔에서 열린 초호화 손녀 결혼식에 참석해 하객들에게 손을 흔들던 모습이 생각난다. 국민을 우롱해도 유분수다. 그는 1988년 백담사로 유배길을 떠나기에 앞서 대국민사과문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후 그가 보여온 모습에는 전혀 사과의 뜻이 담겨 있지 않다. 오히려 그의 일거수일투족이 국민의 부아를 돋우기에 안성맞춤이다. 전 전 대통령은 훨씬 더 겸허하게 처신하지 않으면 안된다. 

박종선 육사 교장은 육사 홈페이지에서 ‘국가와 군을 위해 헌신하는 정예장교 양성’을 교육목적으로 꼽았다. 그렇다면 반란죄 등을 범한 인물을 초청해 생도들을 사열할 수 있게 한 행위는 반교육적이라고 비난받아 마땅하다. 생도들이 과연 전 전 대통령의 모습에서 무엇을 느끼고 배우겠는가. 육사는 사열이 아니라 일반적인 화랑의식이라고 해명했지만, 전씨를 초청한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국방부는 진상을 면밀히 조사해야 한다. 또 검찰은 그의 재산 상황을 샅샅이 뒤져 추징금을 받아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