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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0월 7일 일요일

모두 ‘소통의 리더십’을 말하지만


이글은 한겨레21 2012-10-08일자 제930호 기사 '모두 ‘소통의 리더십’을 말하지만'을 퍼왔습니다.
[표지이야기] 질문4- 리더십은 어떤 스타일인가… 강점이 곧 단점, 박근혜는 강하지만 ‘불통’, 문재인과 안철수는 부드럽지만 ‘우유부단’ 지적도

숱한 리더가 있지만, 리더십을 가진 리더는 많지 않다. 리더십은 “개인이 모종의 임무를 달성할 때 타인의 지지와 지원을 얻어낼 수 있게 하는 일련의 사회적 영향력”(마틴 체머스)으로 정의된다. 인터넷 백과사전 ‘위키피디아’의 정의를 빌려 조금 더 쉽게 표현하면 “어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사람들을 조직하는 능력”이다. 리더 개인의 성격 특성, 처한 상황, 리더의 행동, 비전과 가치, 카리스마, 지능 등이 복합적으로 리더십을 만든다.

» 박근혜 · 문재인 · 안철수 후보 모두 소통의 리더십을 표방하고 있다. 2004년 한나라당 대표 시절 박 후보가 천막당사로 이사하려고 현판을 내리는 모습. 한겨레 자료

‘두려움의 대상’이 되려는 용인술

리더십 분석에 활용할 사례는 박근혜 후보가 가장 많다. 이미 2004년 한나라당의 리더로 위기의 당을 구해냈다. 이후 여러 차례 리더십이 검증대에 올랐다. 멀리 갈 것도 없이 4·11 총선 결과가 증명한다. 일단 시대의 화두는 ‘소통’인 것 같다. 박근혜 후보조차 자신이 추구하는 리더십으로 꼽을 정도다. 박 후보는 홈페이지에서 “공개와 공유, 소통과 협력을 정부 운영의 핵심 원리로 삼겠다”고 밝혔다. 수락 연설에서는 “국민의 참여를 제도화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치인의 참모습은 말보다 행동과 선택에서 드러난다. 박근혜 리더십의 강점으로 원칙을 밀어붙이는 고집이 꼽힌다. 박 후보 스스로 ‘원칙의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를 활용했다. 2007년 경선 결과에 승복한 모습, 세종시 수정안을 부결시킨 일화 등이 근거로 거론된다. 당내 반대를 물리치고 4·11 총선 당시 이상돈 새누리당 정치쇄신특위 위원과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회 위원장을 중용했다. ‘김용민 막말 논란’ 등에서 전혀 지도력을 보이지 못했던 한명숙 당시 민주통합당 대표와 비교됐다.
강점과 단점은 같은 동전의 앞·뒷면일 때가 많다. 장점으로 꼽히는 고집은 때로 ‘불통의 리더십’이라고 비판받는다. 최근 불거진 역사관 논쟁이 그렇다. 측근들의 합리적 조언이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은 사례다. 마키아벨리는 군주의 리더십 수단으로 부하에게 사랑받기보다 두려움의 대상이 되기를 조언했다. 굳이 따지자면, 박 후보의 용인술은 ‘두려움의 대상이 되기’에 가까워 보인다. 박 후보는 곁을 잘 주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10·26 뒤 공화당 정치인들이 박정희 전 대통령을 비난하는 모습을 보고 받은 배신감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2004년 이후 지금까지 중단 없이 곁을 지키는 2인자가 없다. 2004년 총선 때 박근혜 후보와 함께했던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도 배신감과 용인술의 연관성을 지적했다. 그는 박 후보 리더십의 ‘비민주적 측면’을 우려했다. 박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이런 측면이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는 ‘통합과 소통의 리더십’을 내건다. 박 후보에 비해 둘 다 리더십을 분석할 사례가 많지 않다. 정치인이 아니었거나(안철수), 리더가 아닌 참모(문재인)였기 때문이다. 문재인 민주당 후보는 지난 9월16일 수락 연설 때 “소통과 화합의 리더십, 공감과 연대의 리더십”을 추구하겠다고 말했다. (문재인의 힘, 사람이 먼저다)에서는 “저의 권력 의지는 국민에게서 위임받은 권력으로 개인의 야망을 실현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소중하게 가꾸면서 국민들에게 되돌려드리기 위한 의지”라고 썼다. 이상적 리더십 스타일에서 안철수 후보와 다르지 않다. 문 후보 캠프에서 안 후보 쪽에서 문 후보의 비전과 가치에 영향받은 것 아니냐고 여길 정도다.

문 후보는 부산 선거 당시 자기 원칙이 매우 확고했다. 문 후보는 참모들의 선거방식에 “이렇게 해서 소통이 되겠느냐. 못하겠다”고 반대했다. 유권자와 묻고 답하는 대화형 선거운동은 그렇게 탄생했다.

» 2007년 3월 문 후보가 노무현 전 대통령한테서 비서실장 임명장을 받는 모습. 청와대사진기자단

정치인이 아니었거나 참모였던

문 후보는 노무현 정부 시절 리더로서 판단하고 행동한 역사가 없다. 부하와 측근을 대하는 근무 스타일로 정치인 문재인의 리더십을 미루어 짐작할 뿐이다. 문 후보를 기억하는 전 청와대 행정관은 ‘소통의 리더십’을 특징으로 꼽았다. 비서실장 시절 문 후보는 발언권을 가진 회의 참석자뿐 아니라 직급이 낮은 행정관 등 단순 배석자들의 의견도 자주 경청했다는 것이다. 아랫사람에게 예의를 지켜 행동하는 인간적 매력도 자주 거론된다.
문 후보는 ‘권력 의지가 약한 것 아니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문 후보는 “정치인 문재인은 정치인 노무현을 넘어서겠다”([문재인의 힘, 사람이 먼저다])고 표나게 강조했다. 소통하되 자신만의 원칙은 분명히 지켜나가는 고집이 있다는 취지다. 문 후보 캠프의 한 인사도 “부산 선거 당시 자기 원칙이 매우 확고했다”고 말했다. 당시 참모들은 노래에 맞춰 선거운동원이 춤을 추고 후보가 연설하는 기존 선거운동 방식을 건의했다. 문 후보는 “이렇게 해서 소통이 되겠느냐. 못하겠다”고 반대했다. 유권자와 묻고 답하는 대화형 선거운동은 그렇게 탄생했다고 그 인사는 전했다. 참여정부 시절 근무했던 전 행정관도 일화를 소개했다. 비서실 회의 안건으로 국가 사업과 관련한 토지보상 문제가 올라왔다. 관료들은 취지에 공감한다면서도 법령에 근거가 없다며 반대했다. 문 후보는 추석 명절 때 관련 법령을 모두 공부한 뒤 관료들을 설득해 차관회의를 근거로 애초 계획대로 보상 문제를 추진했다. 그러나 4·11 총선 패배, ‘대한민국 남자 문재인’ 슬로건 폐기 사례 등 문 후보의 리더십은 아직 검증 대상이라는 의견도 있다.
안철수 후보는 출마 연설에서 “국민의 반을 적으로 돌리면서 통합을 외치는 것은 위선”이라고 말했고, “대한민국은 이미 현명한 국민들과 많은 전문가들이 요소요소에서 각자가 역할을 하는 커다란 시스템을 이루고 있습니다. 그 속에 이미 답이 있습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김영사·2001)에서 이렇게 썼다. “나도 리더십을 가질 수 있겠구나 하는 걸 처음 인식한 것은 펜실베이니아대학에서 리더십 과정을 수강할 때였다. …사람은 성격에 따라 16개 타입으로 나누어지는데 외향적이고 카리스마가 강한 사람만이 리더십을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그는 리더십의 최고 단계로 ‘전략적인 리더’를 꼽았다. ‘많은 권한을 위임해서 의견을 조율하는 역할’을 맡는 리더다. 대신 조직 전체의 전략을 구상한다. ‘시스템 디자이너’라는 말도 썼다. 출마 선언문에 담긴 취지와 통한다.
최고경영자(CEO) 시절 안철수 후보의 측근들도 이런 ‘수평적 리더십’을 여러 일화로 증언한다. 안랩 커뮤니케이션팀장을 지낸 박근우씨는 (안철수 He, Story)에서 모든 직원에게 존댓말을 쓴 것, CEO인데 운전기사를 두지 않고 직접 운전한 면모, 직원에게 주식을 나눠준 일화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안 후보는 지난 7월 펴낸 (안철수의 생각)에서 우유부단해 보인다는 인상비평을 반박했다. 1997년 미국 대기업이 안철수연구소를 1천만달러에 인수하겠다고 제의했을 때 그 자리에서 거절한 일, 코스닥 거품이 빠진 뒤 등록한 일화, 세무 담당자가 합법적 ‘절세’를 제안하자 거절한 일화 등은 안 후보의 ‘원칙의 리더십’ 근거로 삼을 만하다.

» 2007년 이화여대서 대화하는 안철수 후보. 한겨레21 윤운식

CEO가 해보지 않은 일

그럼에도 여전히 질문이 남는다. 기업 안에서 CEO에게 진정한 반대자란 존재하지 않는다. 정치의 세상에 선의는 잘 작동하지 않는다. 정치인은 반대자를 때로 설득하고 때로 투쟁해 굴복시켜야 한다. 반대자는 국회에도 있고 나라 바깥에도 있다. CEO 안철수가 해보지 않은 일이다.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

2012년 5월 24일 목요일

통합진보당 혁신비대위의 '우유부단함'이 문제다


이글은 미디어스 2012-05-23일자 기사 '통합진보당 혁신비대위의 '우유부단함'이 문제다'를 퍼왔습니다.
[기자수첩]사퇴시한 연기한 비대위 과연 의지는 있나?

▲ 강기갑 비대위 * 김창현 * 오병윤 ⓒ 연합뉴스

구당권파의 막무가내식 버티기가 일차적인 원인이지만, 혁신비대위의 우유부단함이 상황을  더욱 꼬이게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혁신비대위의 우유부단함은 지금까지 첫째, 검찰 압수수색의 기회를 제공했고,  둘째 언론에 당원비상대책위와 동격으로 취급당하고 있으며,  셋째 범당권파 당원들의 세과시와 반격의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  비대위 초기에 한 쇄신파 인사가  “분당을 각오하고 밀어붙이면, 분당까지 안 가고 혁신이든 쇄신이든 가능할 것이다. 우유부단하게 갈 경우, 조직세의 차이 등을 감안할 때 절대 아무것도 할수 없고 꼬이기만 할 것이다”고 우려한 상황이 재현되고 있다.  
통합진보당의 강기갑 비상대책위원회는 사퇴시한을 25일 정오까지 연기했다. 비대위가 정한 21일까지의 사퇴를 거부한 후보자와 당선자는 4명이다. 김재연, 이석기, 황선, 조윤숙이다. 특히, 황선 후보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중앙위원회 끝난 직후에는 사퇴한다고 답했다가, 사퇴를 번복했다. 구 당권파 조직의 결정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23일 회의에서 강기갑 비대위원장은 "혁신비대위의 임무는 명확하다. 중앙위원회의 결의를 이행하는 것이다"고 밝혔다. 결의이행만을 강조하는 강위원장의 이러한 지적은 그러나 결의 이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해당행위 등 여러가지 상황에 대해 대처하고 결의한 입장을 명확히 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사실은 빠져있다. 결의이행과정 중에서 발생한 중요한 사안에 대한 입장이 전혀 나오지 않고 있어서 더더욱 그런 의지에 대한 의혹은 늘어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날도 당원비대위에 대해서도, 어제의 100인 당원의 제안에 대해서도 입장은 나오지 않았다. 2008년도 분당사태 당시, 당을 장악했던 당권파의 행보와 비교하면 더욱 두드러진다.  
22일 부산경남울산지역 100인의 당원은 5가지를 제안했다. 핵심은 ‘당원여론조사’이라는 새로운 제안이다. 제안한 당원여론조사 방식은 중앙위원회와 충돌되는 상황에서, 범당권파의 역공으로 해석된다. 명분을 줄테니, 이 정도에서 수습하자는 타협안인 셈이다. 이들은 각 지역에서 당권을 장악하고 있는 세력의 당원들로 넓게 보면 범당권파로 분류되는 당원들이다. 울산지역은 현장쪽 노동당원들이 제외된 것만 빼고, 대부분 소위 언론에서 이야기하는 ‘울산연합’ 출신들이다. 경남지역의 경우,  그 지역에서는 '연합'이란 표현을 안쓰고, '주사파'란 표현을 쓴다고 전해지는데,  이들은  지역에서 표현하는 ‘주사파’사람들이 대부분이다. 현재 사무총장을 하고 있는 국민참여당계의 사람도 포함되었는데, 확인한 바 지역에서는 국참 활동 때부터 '주사파'로 불렸다고 한다.
연합군으로 이루어진 비대위의 구성으로 말이암아, '미숙함'에다 '의지'의 차이마저 어쩔수 없다고 하더라도, 쇄신대상이 당을 장악했던 당권파라는 점에서 혁신비대위에게 강력한 의지가 없다면 이러한 어정쩡한 상황은 지속될 것으로 보여진다. 어느 조직의 역사에도 조직을 장악했던 대상들이 강력한 갈등과 충돌의 과정없이 정리된 적은 없다.
분당을 각오하면 분당은 안한다
오늘 강기갑 비대위의 사퇴시한 연기는 과연 비대위가 혁신의지가 있는 것인지 의구심까지 만들어내고 잇다. 비대위 초기부터 봉합으로 마무리되면 안된다는 의견이 나온 것은, 강기갑 비대위가 봉합으로 갈 수도 있다는 우려에 대한 반증이자, 당권파가 쇄신의 대상이 된 상황에서 처음부터 타협할 생각을 한다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절박함의 표현이었다. 
강기갑 비대위 구성초기에 집행위원장을 둘러싼 이견 차이의 뒷면에 존재했던 것은 그러한 의지의 강도 차이로 풀이됐다. 초기 비대위구성에 구당권파 등이 참여하지 않은 이유가 자기들이 밀었던 집행위원장이 용인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고, 이상규 당선인은 밝힌 바 있다. 강기갑 비대위원장은 받아들일 수 있다는 입장이었는데, 비대위 논의 결과, 받아들이지 않아 번복됐다는 것이다. 이때부터 혁신하겠다는 강위원장의 표면적 발언과 상관없이 사태를 보는 입장과 그것을 해결하려는 방법이 차이가 존재한 것으로 보였던 것도 사실이다.  
또한, 당규개정의 오류로 이전에는 중앙위원회 직제소가 가능했었으나, 5월 12일 중앙위원회 개정당규로는 직제소가 불가능하고 시도당 당기위부터 시작해야 하는 판에 몰려있다. 이 당헌당규 개정안의 책임자는 현 권태흥 비대위 집행위원장이다. 어설프다는 반증이다. 언론에서 논란이 되는 다른 시도당을 통한 당기위가 시작 가능하다거나, 당적이동 무효라는 해석 등이 발생하게 된 일차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심지어, 강기갑 비상대책위원장은 중앙당기위 직제소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전, 민주노동당의 당규를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당규는 바뀌었다.
당원비상대책위 인사들의 행보와 비교하면, 더욱 그러하다. 오병윤 당원비상대책위원장은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두 당선인에 대해서는 본인들이 판단할 문제라며 답변을 회피했고, 단지 한 사람의 당원이라도 명예를 훼손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계속 되풀이 하고 있다. 중앙위원회 결정사항을 위배하는 모습을 피하고, 명분을 쌓고자 하는 노련함으로 읽히는 부분이다. 이에 반해, 혁신비상대책위원회가 '당원비상대책위원회'에 대해 대응한 것이 무엇인가?  고작, 그런 이름을 쓰지말라는 정도였다. 쇄신파의 한 인사는 "사실 내부사정을 이해는 하지만, 저쪽 인사를 참여하지 않기로 한 이상은 지금 정도면 명확한 '정치적 경고' 정도는 나와야 하는 것은 맞다"고 말했다.
전혀 다른 2008년 분당사태의 기억 구 당권파의 노련함은 2008년 분당의 경험이 한 몫을 했을 것이다. 2008년도 구당권파는 ‘임시대의원대회’에서 다수결로 일심회 관련자 2명에 대한 안건을 부결시킨 후, 그에 반하는 인사들에 대한 당기위 제소 모든 발언들에 대해 강력한 경고들을 날린 바 있다.  지금 그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당원의 총의'이라는 명분도 없었다. 한마디로 "조직이 결정했는데 무슨 잡소리"이었다. 
당시,  당권파는 현재의 구당권파였다. 얼굴로 나선 인사는 심상정의원이었으나, 당시의 민주노동당은 현재의 구당권파가 당을 장악한 초기였다.  당시 그들의 명분은 중앙위 결정사항에 반하는 '해당행위'라는 것이었다.  그런 그들이 지금 해당행위를 하고 있는데도, 혁신비대위는 아무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
그들이 보기에 지금 이처럼 우유부단하고 무능한 혁신비대위는 쉽게 보일수도 있다. 혁신비대위에 당시 정치 보복에 준하는 행동을 당했던 새진보통합연대 측의 인사는 한 명도 없고, 강기갑 위원장은 당시 당권파입장이었다. 비대위의 핵심을 맡고 있는 인사들이 그런 일을 경험한 바가 없는 것이다. 혁신비대위는 지금 경험도, 능력도, 의지도 없이 구 당권파들에게 끌려가고 있다. 통합진보당은 침몰하고 있다.   

신동근 기자  |  qkdkqh1@gmail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