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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2월 1일 금요일

KT, 광고사업 ‘적자 투자’ 이석채 배임 의혹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3-01-31일자 기사 'KT, 광고사업 ‘적자 투자’ 이석채 배임 의혹'을 퍼왔습니다.
내부문건 입수, 수백억 적자 예상됐지만 강행… KT “구속된 실무자 보고 근거로 사업 진행, 사업 전망 틀렸다”

KT가 지하철 5~8호선 스크린도어 광고사업을 추진하면서 수백억 원의 적자를 예상하고도 이석채 회장 지시에 따라 이 사업을 강행하고, 당초 5억 원만 투자한 특수목적법인을 계열사로 편입한 사실이 확인됐다. ‘적자 투자’를 한 셈으로 배임 의혹이 제기된다. 특히 이 회장이 취임 초기 사내 경영설명회에 사업파트너를 초청해 임직원들에게 소개한 뒤 사업이 급격하게 진행돼 그 배경이 주목된다.
2008년 KT는 광고대행사 ㈜퍼프컴, 포스데이터 등과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해 이듬해 지하철 5~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도시철도공사로부터 148개 역사 및 본사 광고사업권을 따냈다. 계약금만 1404억 원에 이르는 대규모 사업이다. 2010년 3월 당시 KT는 이 사업 매출을 10년 동안 6118억 원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KT는 이후 이 사업 매출전망을 두 차례 이상 하향 조정했다. 30일 미디어오늘이 입수한 KT 내부문건 ‘SMRT Mall 사업 지분출자 및 경영정상화 방안’, ‘SMRT Mall사업 업무추진 및 관리운영 검토’에 따르면 KT는 하향 조정의 이유로 광고시장 성장률, 계약내용 변경 등을 들었다.
2010년 3월 금융약정 당시 설정한 ‘10년 간 매출전망’ 6118억 원은 같은 해 11월 4351억 원이 됐고, 2011년 3930억 원이 됐다. 매출액 3930억 원 기준으로 10년 동안 KT는 1595억 원을 투자해야 한다. 현재 KT는 이중 절반 이상을 투자한 상황으로 알려졌다.
문건에 따르면, 매출전망 기준 4351억 원 중 KT 매출액은 1429억 원. 이때 잉여현금흐름(Free Cash Flow)은 (-)75억 원으로 계산됐다. FCF는 세금 등 각종 비용을 제외하고 남은 현금 흐름으로 업계에서는 사실상 이익으로 생각하는 개념이다. 또한 KT는 이 사업의 예상수익규모를 추정할 수 있는 순현재가치(Net Present Value)를 (–)165억 원으로 평가했다.

▲ 미디어오늘이 입수한 KT 내부 문건. 'SMRT Mall사업 지분출자 및 경영정상화 방안' 중 갈무리.

문제는 KT 내부에서도 독소조항으로 평가된 공동 연대책임 및 금융약정 상의 의무가 CEO 보고 뒤에도 유지되면서 오히려 투자가 늘었다는 점이다. 2010년 11월 적자 전망을 보고 받은 뒤 이석채 회장의 지시사항은 “지배구조 개선”이었다. SPC(㈜스마트채널) 내 KT 지분을 늘려 실질적 경영권을 행사하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당시 출자경영담당자의 생각은 달랐다. 문건에 따르면, 이 담당자는 KT가 퍼프컴의 보유지분을 매입해 대주주가 될 경우 “대표이사 선임 및 실질적 경영권은 확보 가능하나 계열사 편입 문제가 발생(한다)”고 밝혔다. 적자폭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스마트채널에 더 투자를 하는 것은 그룹 차원의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 그러나 KT는 2011년 7월 65억 원을 추가로 투자해 스마트채널을 계열사로 편입했다.
CEO 보고 뒤 사업 전망은 더 부정적으로 기울었다. 2011년 4월 KT는 매출을 3930억 원으로 다시 조정하면서 NPV를 (-)375억 원으로 내다봤다. KT는 2010년 이석채 회장 보고문건에서 ‘2011년 준공 후 해지시’ 손실규모를 351억 원으로 추정했다. 사업을 계속 추진할 경우 165억 원을 손해 볼 것이라고 했다. KT는 이 회장의 ‘지배구조 개선’ 지시 이후에도 ‘사업 해지시’ 손실규모를 종전보다 200억 원 가량 늘어난 542억 원으로 계산했다. 이 손실규모 증가분 191억 원은 당초 ‘계속 추진시’ 예상 적자 165억 원보다 많다.
스마트채널의 외부감사를 맡은 지성회계법인은 2012년 감사보고서에서 스마트채널의 2011년 재무제표 등을 검토하면서 △2011년 순손실 93억 7600만 원 발생했고 △2011년 당기말 현재 유동부채가 유동자산을 375억 3100만 원 초과하며 △총부채가 총자산보다 69억 2300만 원 초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성회계법인은 “이러한 상황은 회사의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능력에 유의적 의문을 불러 일으킬 만한 중요한 불확실성이 존재함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KT는 적자폭을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그룹 차원에서 245억 원 가량의 광고를 지원할 필요성까지 제기했다. 실제 KT는 5호선 광화문역사에서 이 같은 방안을 시행했다. 이밖에도 KT는 △광고 판매망 구축 및 광고매체 간 제휴 추진 △대형 광고주 및 대행사 대상 Bulk형 상품개발 판매 △브랜드스테이션 및 지역광고 모델 등 ‘광고매출 Make Up 전략 실행’ 방안을 검토했다. 여기에 관리운영사업 효율화를 더한 결과 KT는 보고서에서 총 매출 4756억 원, KT 매출액 1820억 원, NPV (-)118억 원으로 계산했다.

▲ 미디어오늘이 입수한 KT 내부 문건. 'SMRT Mall사업 지분출자 및 경영정상화 방안' 중 갈무리.

이석채 회장의 지배구조 개선 지시는 비합리적인 경영행위, 배임으로 풀이할 수 있는 대목이다. 서울도시철도공사 관계자는 “스마트폰 활성화 등 지하철 광고 사업 전망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KT 홍보실 관계자도 “광고 전망이 틀린 것 같다”고 털어놨다. KT 사정에 밝은 관계자는 옥외광고에 대한 부정적 전망 등 전체적인 광고시장 전망을 고려했다면 2010년 계약을 해지한 것이 합리적인 경영행위라며 “적자가 예상되는 회사에 수십 억 원을 더 투자해 계열사로 편입한 것은 이석채 회장의 배임으로 볼 수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이 회장은 취임 석 달 뒤인 2009년 4월 사업파트너라고 할 수 있는 음성직 당시 서울도시철도공사 사장을 경기도 분당 본사에서 연 경영설명회에 초대했다. 다음 달 스마트채널이 설립됐다. 이후 컨소시엄에 참여한 다른 회사들이 탈퇴를 결정하거나 경영난에 빠져 대표이사가 사임하는 경우까지 있었다. 2010년 3월에는 ‘자금보충의 연대책임 의무’가 포함된 금융약정이 체결됐다. 특수목적법인에 출자한 다른 법인이 자본금이나 증자를 하지 못할 경우, KT가 이를 공동으로 부담한다는 내용으로 KT는 이를 독소조항이라고 평가했다. KT 내 이 사업 실무자는 같은 해 9월 하도급 비리 건으로 구속됐다.
 이석채 회장과 음성직 전 사장의 모두 MB 정권의 수혜자라는 점에서 사업이 강행된 배경에 의혹이 제기된다. ‘MB 최측근’ 음성직 전 사장은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직 당시 2005년 서울시 교통국장에서 도시철도공사 사장직에 올랐다. 이석채 회장은 이명박 정부 출범과 함께 KT 회장이 됐다. 당시 ‘낙하산’ 논란이 제기된 바 있다. KT 홍보실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서울도시철도공사는 KT 휴대전화를 대량으로 구입해 ‘스마트 오피스’를 추진하는 등 “KT와 우호적인 관계”였다.
2010년 8월 참여연대는 음성직 당시 사장을 이 사업과 관련 비리, 배임 혐의 등으로 검찰에 고발했다. 음 전 사장은 당시 무혐의 처분을 받았으나, 그해 말 감사원은 검찰에 재수사를 의뢰했다. 음 전 사장은 2011년 2월 공사 측에 사표를 제출했고, 현재 음 전 사장은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

이석채 KT 회장

KT는 사업 실패를 인정하면서도 이석채 회장 배임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김철기 언론홍보팀장은 “사업 과정에서 뇌물을 받아 구속된 직원의 보고를 근거로 추진된 사업”이라며 “이석채 회장이 사인을 했지만 경영상 배임을 거론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예상 매출이 줄고, 손실 규모가 커진 것은 계약내용 때문”이라면서도 “KT가 다각화한 모든 사업에서 수익률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고 여러 시도를 하는 과정에서 생긴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계약관계 대문에 그만 둘 경우 손실이 커진다고 판단했다”면서 “현 상황에서 매출을 늘릴 수 있는 방안을 찾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서울도시철도공사 홍보팀에 따르면, KT는 손실을 줄이기 위해 서울도시철도공사 측과 기본보장금 감액을 협의하고 있다. KT는 내부 문건에서 설계변경에 따른 추가 비용 128.5억 원과 광고매체 감소에 따른 매출감소 예상분 111억 원 중 50% 수준인 64.3억 원과 55.4억 원을 기본보장금에서 감액할 경우 총 119억 원을 KT 매출로 회수할 수 있다고 했다.

박장준 기자 | weshe@mediatoday.co.kr  

2012년 8월 10일 금요일

시청자우롱 MBC 뉴스조작 실무자만 징계하나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8-09일자 기사 '시청자우롱 MBC 뉴스조작 실무자만 징계하나'를 퍼왔습니다.
뉴미디어 부장 등 징계절차…"전형적인 꼬리자르기, 외국에선 사장 물러날 일"

MBC가 시청자를 우롱했다는 비판을 받았던 올림픽 뉴스영상 조작 사태에 대해 실무책임자에게만 책임을 묻는 징계 절차에 들어가 내부에서 전형적인 꼬리자르기가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MBC는 파업 기간 권재홍 보도본부장의 일방적 주장을 뉴스데스크를 통해 전달해 사유화 논란을 일으키고, 언론중재위원회까지 가서 보도의 사실 여부를 다투면서 끝까지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다. 반면 뉴스조작 논란은 시청자를 속이는 행위가 명백히 드러나면서 관련자 문책 없이 넘어갈 경우 채널 이미지가 실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징계 절차에 착수한 것으로 보인다.
MBC는 지난 27일 뉴스데스크에서 구글의 SNS망을 이용해 영국 런던과 서울의 주요 지점을 연결, 실시간 응원 모습을 쌍방향으로 중계하는 리포트를 내보면서 한 사무실에 모여있는 있는 직원들의 모습을 비추고 배현진 아나운서가 "이곳은 또 서울의 한 기업체 사무실인데요. 다들 모여 계시네요"라고 말했다. 하지만 화면에 나온 곳은 여의도 MBC 사옥 6층 뉴미디어뉴스국 사무실로 밝혔졌고, 기업체 직원이라고 하는 것도 뉴미디어뉴스국 소속 계약직 직원으로 드러났다.
앞서 민주방송실천위원회는 지난 31일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을 폭로했으나 MBC는 일주일이 지나도록 사과나 입장을 밝히지 않고 징계 등 후속대책도 내놓지 않았다.
MBC의 무대응을 지켜보던 시민들은 올림픽에서 실수를 연발한 MBC가 이제는 뉴스까지 조작하고 있다며 비판을 쏟아냈고, MBC는 관련 실무 책임자를 인사위원회에 회부할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권재홍 보도본부장은 지난 8일 특보를 통해서 "SNS 생방송관련 ‘기업체 사무실’로 표시한 것에 대해서는 경위서를 받고, 인사위원회에 회부할 예정"이라며 "같은 회사 내에서 일방적인 매도는 곤란하지만 방송 사고에 대한 타당한 지적에는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황용구 보도국장은 9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실무적인 선에서 오류가 있었던 것 같다"며 "객관화해서 하려고 한 것인데 오류가 났다. 지나치게 확대돼 보도된 측면도 있지만 회사에서 중하게 여겨서 징계 절차를 밟고 있다"고 전했다.
MBC는 징계 대상자를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이번에 새로 조직 개편돼 신설된 뉴미디어뉴스국 소속 SNS뉴스부의 황태선 부장이 징계 대상자에 오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황 부장은 뉴스 조작 논란을 일으킨 장면을 제작했던 실무 담당자로서 자막 표기를 통해 의도적으로 사실 왜곡을 한 당사자이다. 황 부장은 뉴스 조작 논란 설명 요구에 대해 "할 말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 ⓒ미디어오늘 자료사진

황 부장이 뉴스 조작 논란을 일으켰던 실무 책임자라면 관리 책임자로  뉴미디어뉴스국 윤영무 국장도 징계 대상에 포함될 전망이다. 민실위는 보고서를 통해 황태선 부장이 "(윤영무) 국장이 (문제의) 기사를 다 봤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윤영무 국장은 런던 현지에 있어 상황을 정확하게 모른다는 입장이지만 황 부장의 말대로라면 사실 왜곡 여부를 사전에 인지했을 가능성이 높다.
MBC 관계자는 "인사위와 징계 대상자만이 징계 현황을 알 수 있다"며 "윤영무 국장의 경우 사전에 사실 왜곡 여부를 몰랐을 가능성도 있어 윤 국장이 징계 대상자에 포함됐는지 논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MBC가 징계 절차에 착수한다고 밝힌 데 대해 MBC 노조는 최근 특보를 통해 "실무부서로 책임을 돌리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를 하고 있다"며 뉴스 조작 화면이 사전 녹화물이라는 점에서 윗선에서도 충분히 인지하고 고의적인 조작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MBC 노조는 이에 따라 권재홍 보도본부장, 황용구 보도국장, 최기화 부국장, 문호철 편집 1부장도 징계 조치할 것을 요구했다.
이를 두고 김경환 상지대 교수(언론광고학부)는 9일 "이번 경우는 실수도 아니고 의도적으로 팩트를 방송사에서 왜곡한 것"이라며 "시청자들을 우롱한 것이다. 외국 같으면 사장이 물러날 일"이라고 비판했다.
실제 지난 2008년에는 일본 공중파 TV인 간사이 TV가 시사교양프로그램에서 낫토(일본의 청국장)의 다이어트 효과가 있다고 하면서 실험을 했지만 예상 밖의 결과가 나오자 실험 데이터를 조작했다. 하지만 조작 사실이 드러나면서 프로그램이 폐지되고 사과 방송까지 해야 했다. 나아가 일본민간방송연맹에서 간사이 TV는 제명을 당하고 사장까지 사임하는 일이 벌어졌다.
김 교수는 "MBC에서 일어난 일은 A라는 사실이 있는데 B라고 주장한 사실 조작이다. 논란이 많은 공정성 문제가 아니라 객관성 자체가 틀린 뉴스를 내보낸 건데 이에 엄격하지 않고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실수와 조작은 엄연히 다르다. 이런 식이라면 MBC 뉴스는 조작해도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김 교수는 "소스를 준 사람이 의도적으로 왜곡한 게 아니라 방송사 자체가 조작을 한 것인데 잘못을 걸러내야 할 데스크도 걸러내지 못했다"며 "채널 스테이션 이미지가 나빠지니까 실무자 책임을 물어 징계하는 정도로 하고 꼬리자르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윗선도 더욱 엄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진 기자 | jinpress@mediatoday.co.kr  

2012년 7월 5일 목요일

청와대, 한·일 정보보호협정 서명 때까지 숨기려 했다


이글은 경향신문 2012-07-04일자 기사 '청와대, 한·일 정보보호협정 서명 때까지 숨기려 했다'를 퍼왔습니다.

ㆍ외교부 “실무자를 졸속처리 주동자로 몰아” 격앙

한·일 비밀정보보호협정 파문이 잦아들지 않고 있다. 

청와대와 외교통상부 간 책임 논쟁이 감정 싸움으로 번진 데다 정부의 협정 체결 은폐 시도와 관련한 새로운 사실도 드러났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한·일 정보보호협정이 국무회의에서 통과됐다는 사실이 들통나지 않았더라면 지난달 29일 협정 서명식 때까지 국민에게 알리지 않으려고 했다는 사실을 실토했다. 이 관계자는 4일자 조선일보에 “정보보호협정을 국무회의에 ‘신속 안건’으로 올려 통과시키기로 한 결정은 한·일 외교부가 지난달 29일로 예정된 서명식 때 동시 발표하자고 합의한 데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4일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앞에서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가운데)을 비롯한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과 ‘한국진보연대’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한·일 정보보호협정 폐기를 촉구하고 있다. | 김영민 기자 viola@kyunghyang.com

‘서명식 때 동시 발표’란 돌이킬 수 없는 시점에 가서야 발표하기로 양국이 합의했음을 의미한다. 정부는 지난달 26일 국무회의 비밀 의결 사실이 ‘언론 보도로 드러나지 않았다면 언제까지 숨기려고 했느냐’는 기자들 물음에 분명히 답하지 않았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김태효 청와대 대외전략기획관이 한·일 정보보호협정의 6월 내 처리를 지시하고, 조세영 외교부 동북아국장이 비공개 처리 아이디어를 냈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협정 체결 전반을 주도한 인물이 김태효 기획관인 점은 기정 사실이 됐지만, 외교부 실무국장이 비밀 의결 주도자로 특정된 것은 이례적이다. 

외교부는 다각적으로 수소문을 해 문제의 ‘청와대 고위관계자’를 특정했다. 하지만 그 인사는 이날 “조선일보와 통화한 적이 없다. 내가 책임 선상의 당사자인데 누굴 탓하겠느냐”고 부인했다. 

책임이 외교부 국장에게로 몰리자 외교관들은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한 간부는 “실무 국장에게 책임이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졸속 처리 주도자로 몰아가는 것은 심하다”고 말했다. 대사를 지낸 한 인사는 “정치적으로 책임져야 할 사람들이 실무진에게 돌리려는 모습이 딱하다”고 말했다. 담당 국장이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낼 수는 있지만 그것을 선택하는 것은 청와대의 정치적 몫이라는 것이다. 

조세영 국장은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잘못한 부분이 있으면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외교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 생기지 않겠느냐”면서도 “하지만 오늘 보도는 마치 제가 비공개 처리를 적극적으로 주도한 죄가 있어서 그런 말을 했던 것 같은 인상을 준다. 그것은 제 본의와는 다르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책임을 지겠다는 이도 나타났다. 협정 추진 과정에 직접 관여하지 않았던 조병제 외교부 대변인이다. 조 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일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커지게 된 것도 제공했고 장관한테 그만두겠다고 의사를 표시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일 기자들에게 “한·일 정보보호협정 국무회의 비공개 처리는 청와대 의중”이라고 말해 ‘책임 떠넘기기’ 논란을 빚었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청와대에서는 불쾌해 했다고 한다. 

그 이튿날인 2일 김성환 외교장관은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국무회의를 하면서 ‘대외 주의’라고 설명드리지 않은 게 제일 뼈 아픈 부분이다. 실무적으로 여러 가지 배경을 말할 수 있겠지만 결코 잘했다고 할 수 없다. (모든 것은) 외교부의 판단이었다”고 뒷수습을 했다.

김 장관은 4일 여야의 국회 부의장인 이병석(새누리)·박병석(민주통합) 의원을 방문해 협정 처리 방식을 사과했다. 

김 장관은 오는 12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해 한·미·일 외교장관회담 등을 가질 예정이지만, 9~10일 예정된 국회 상임위 일정 때문에 참석이 불투명해졌다.

손제민·박영환 기자 jeje17@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