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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 16일 목요일

‘슈퍼갑’ CJ대한통운, ‘통합’ 빌미로 이윤 더 챙기려다 파업 불렀다


이글은 민중의소리 2013-05-14일자 기사 '‘슈퍼갑’ CJ대한통운, ‘통합’ 빌미로 이윤 더 챙기려다 파업 불렀다'를 퍼왔습니다.
통합 이전 CJ GLS 방식 ‘고집’…수수료, 패널티, 부대비용 등 노동자에게 ‘불리’

2012년말 기준 택배시장 점유율 40%에 육박해 ‘택배공룡’으로 불리는 CJ대한통운이 지난 4월 통합운영 이후 수수료와 패널티제도 등 노동조건을 후퇴시키면서 파업 사태를 초래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택배노동자들의 파업은 지난 4일 인천에서부터 시작돼 전국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파업 10일째 되던 13일엔 1천여명이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고 CJ대한통운에 12개 요구안에 대한 교섭에 나서기를 촉구했다.

CJ대한통운과 CJ GLS로 따로 운영되던 CJ대한통운이 지난 4월 통합운영 되면서 배달수수료 일방적 인하, 패널티제도 확대, 사고시 노동자 부담 강화 등 ‘갑’의 횡포를 부렸다고 택배노동자들은 하소연하고 있다. 일방적인 통합운영과 노동조건 후퇴가 택배노동자 파업의 원인이라는 주장이다.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열린 '택배 수수료 인상, 패널티 제도 폐지 촉구 CJ대한통운 택배노동자 생존권사수 투쟁선포대회'에서 참가자들이 함성을 외치고 있다.ⓒ양지웅 기자

통합 이전 택배시장 점유율 1위 CJ대한통운과 2위 CJ GLS에서는 택배를 위탁할 때 지불하는 운송료인 택배단가가 평균 2천1백원~2천2백원이었다. 이는 업계 평균보다 3백원 가량 낮은 최저 수준이다. 낮은 택배단가는 당연히 택배노동자들에게 돌아가는 배달수수료를 낮추는 한 원인이 됐다.

CJ대한통운은 배달수수료가 업계 최고수준이라고 밝힌 바 있지만 택배노동자들은 대리점 체계가 대부분인 CJ대한통운 운영방식이 가져온 결과라고 반박했다.

수수료는 낮아지고, 패널티는 더 세지고...부대비용도 노동자 몫

통합 전 CJ대한통운의 경우 택배노동자들의 근무형태는 직영, 위수탁, 대리점 소속 등 3가지로 분류할 수 있었다. 직영은 회사에 직고용된 정규직과 계약직으로 별도체계를 유지했는데, 이는 1천여명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노만근 화물연대 대한통운택배분회장 등에 따르면, 광주를 기준으로 통합운영 이전 CJ대한통운 배달수수료는 정액제로 건당 920원(지역마다 편차가 있음)이었다. 위수탁의 경우 배달수수료는 고스란히 택배노동자들의 몫인 반면, 대리점 소속의 경우 대리점이 이 가운데 70~80원을 가져가고 나머지가 택배노동자 몫이다.

이와 달리 CJ GLS는 택배 단가에 따른 정률제에다 3개 급지로 분류한 지역별 차등을 둔 운영으로 평균 810~820원 가량이 대리점으로 떨어지고, 이 가운데 택배노동자는 700원을 가져간다. CJ GLS의 경우 직영과 위수탁 없이 전체가 대리점 소속으로 운영돼 상대적으로 노동자들이 불리한 구조를 갖고 있었다.

통합운영된 CJ대한통운은 CJ GLS의 방식인 정률제를 도입하면서 택배물량과 배송거리를 12개 급지로 나눴는데, 물량이 많은 곳을 1급지, 지역이 넓고 물량이 적은 곳을 12급지로 해 대도시의 경우 배달수수료가 떨어지고, 농어촌의 경우 배달수수료가 높아지는 구조다. 광주지역의 경우 평균 배달수수료가 810원으로 떨어지는 것으로 화물연대는 분석했다.

운송장, 박스테잎, 취급주의 라벨, 방문표 등에 들어가는 부대비용을 누가 지출하는가도 차이가 있었다. 통합 이전 CJ대한통운에서는 부대비용을 회사에서 부담했지만, CJ GLS는 대리점과 택배노동자가 이를 부담했다. 한 CJ GLS 대리점에서는 운송장 구입에만 한달 1백만원이 들 정도였다고 전했다. 통합 이후엔 이를 단가표에 따라 택배노동자들이 일률적으로 구입해야 했다.

패널티의 문제도 이와 다르지 않다. 통합 이전 CJ대한통운에서도 패널티가 없진 않았지만 파손,도난, 분실 등에 대해 이를 끝까지 확인하고 책임소재를 가린 반면, CJ GLS는 이와 달리 출발과 완료 스캔만한다. 대부분 책임소재를 따지지 않고 일방적으로 패널티를 부과해 대리점으로 넘기고, 대리점은 이를 다시 택배노동자에게 떠넘기는 구조라고 화물연대는 설명했다.

이 또한 통합운영 되면서 CJ GLS를 이어받거나 오히려 패널티를 확대 강화했다고 노동자들은 입을 모았다. 통합운영 이후 확인된 패널티 항목만 16~17개에 이른다는 것. 최근 패널티제도가 문제되자 CJ대한통운은 패널티 항목을 전산에서 삭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그 대신 추가공정항목이라는 것이 올라 있어 이 역시 패널티를 위한 항목이 아닌지 의혹이 일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광주지부 대한통운택배분회는 14일 파업을 이어가면서 CJ대한통운 광주지사와 첨단물류센터에서 대체차량 및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위반 차량(자가용 화물자동차)에 대한 운행 저지 활동을 벌이고 있

회사 입장에서 단순편리한 CJ GLS방식…모든 책임은 택배노동자에게로

집하에서 배달까지의 시스템도 전혀 다른 구조다. 이전 CJ대한통운의 경우 집하 - 간선상차 - 중개점(대전 허브) - 간선하차 - 분류 - 배달이라는 구조로 단계마다 배송과정이 확인 가능했다. 하지만 CJ GLS에서는 집하 이후 중간 과정이 확인되지 않고 분류로 넘어간다고 노동자들은 주장했다. 결국 집하 담당, 분류와 배달을 담당한 대리점, 택배노동자에게 책임이 넘어갈 수 있는 구조라는 것.

CJ대한통운은 사고담당자를 배치해 파손의 경우 미리 고지하면 면책됐지만, CJ GLS에서는 사고담당자가 없어 파손의 경우 고스란히 대리점으로, 대리점에서 다시 택배노동자로 책임을 떠넘겨왔다.

도난과 분실의 경우에도 CJ대한통운의 경우 이를 추적해 책임소재를 가리지만, CJ GLS에서는 이런 과정이 생략되고 책임이 대리점으로 넘어가고, 대리점은 다시 이를 1/N로 택배노동자에게 떠넘기는 구조였다. 이 구조는 통합 CJ대한통운에서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고 노동자들은 밝혔다.

이처럼 현재 CJ대한통운은 이전 CJ대한통운이 아닌 CJ GLS의 운영방식 대부분을 고스란히 이어받고 있는데 사측에는 유리한 반면 노동자들에게는 불리하다고 화물연대는 주장하고 있다. 

올해로 6년차 택배노동자인 서환선(40)씨는 통합 이전인 2월 유류비와 통신비를 제외한 배달수수료에 비해 통합 이후인 4월엔 통합으로 배달구역도 작아지고 물량 또한 줄었다. 그런데 부대비용을 부담하고 패널티까지 떠안으면 수입은 40~50만원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4대보험은 구경도 할 수 없는 대리점 소속 택배노동자로서는 오전 7시에 출근해서 밤 11시까지 꼬박 14시간 가량 노동하면서도 소득은 오히려 줄어드니 생존권에 대한 요구가 더 커질 법하다. 그는 출근해서 정오까지 분류작업, 다시 1시간 가량 운송장 작업을 한다. 조금이라도 빨리 하루 일과를 마무리하기 위해 점심을 거르기 일쑤다.

파업 8일차 광주, 화물운수사업법 위반 자가용, 화물승용차 저지

한편, 지난 7일 파업에 나선 광주지역 택배노동자들은 14일에도 파업을 이어갔다. 3곳 물류센터 가운데 송하동 CJ대한통운 광주지사와 첨단물류센터로 40여명씩 나눠 대체차량과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위반인 자가용승용차 등의 투입을 막았다.

이날 오후 4시까지 40여대에 이르는 대체차량과 자가용화물차 등이 첨단물류센터에서 택배화물을 싣고 나서다 택배노동자들에게 저지됐다. 파업 노동자들은 경찰의 중재로 화물운수업법 위반 차량에 대해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약속이 있고서야 봉쇄를 풀었다.

이날 경찰은 사측의 불법차량 투입을 막아달라는 노동자들의 요구에도 이를 방치한 반면, 북구청은 단속차량을 투입해 채증에 나서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광주지역 택배노동자들은 앞서 지난 3월30일 파업을 벌여 4시간만에 CJ대한통운으로부터 배달수수료 880원, 패널티 항목 노사합의 등에 합의했지만, 통합이후 합의사항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파업에 나섰다.


택배노동자들은 이날 경찰과 북구청에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을 위반해 택배화물을 운송하고 있는 차량을 신고했지만 현장에 투입된 경찰조차 이를 수수방관한 반면 북구청은 단속차량을 투입해 이를 단속하고 있다.ⓒ민중의소리

김주형 기자 kjh@vop.co.kr

2013년 5월 11일 토요일

5명이나 숨진 참사…'슈퍼갑' 현대제철 '모르쇠' 일관


이글은 노컷뉴스 2013-05-10일자 기사 '5명이나 숨진 참사…'슈퍼갑' 현대제철 '모르쇠' 일관'을 퍼왔습니다.
대국민 사과와는 다른 모습…노동계 "원청사 책임·고용주 처벌 관련법 정비 시급"

"엄밀하게 보면 협력업체 소속 직원들이기 때문에 해당 업체가 절차를 진행할 거고..."

사고 이후 대응방안을 묻는 기자에게 현대제철 관계자가 꺼낸 첫마디다. 10일 당진 현대제철에서 일하던 5명의 근로자가 숨졌지만 여전히 '남의 일'로 바라보는 현대제철에 대한 비난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 유족 사과보다 앞선 '대국민 사과'

"망자에 대한 예우가 먼저 아닙니까. 정작 우리에게는 모습도 보이지 않더니..."

사고 이후 현대제철은 본사 차원의 '대국민 사과'를 발표했다. 오전 중에 발 빠르게 이뤄진 조치였다.

하지만 현대제철 간부들이 합동 분향소에 모습을 드러낸 건 사고 발생 17시간이 지난 오후 7시 30분쯤이다

한 유가족은 "여론에 떠밀려서 마지못해 온 것"이라며 "우리는 사고 경위도 언론을 통해서야 알았다. 안전불감증으로 죽었다고 하더라. 어떤 일이 있었는지 설명하기도 전에 죽은 사람들만 잘못한 것처럼 책임 떠넘기기부터 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엄밀하게 보면 협력업체 일'이라는 현대제철의 태도가 여실히 드러났다는 것. 현대제철이 꺼낸 사과의 '진정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다.

◈ '말끝마다 협력업체'가 만든 참사

내부 사고에 대한 현대제철의 '강 건너 불구경'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민주노총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이후 현대제철에서 감전·추락 등 재해사고로 숨지거나 의식불명에 빠진 근로자는 7명에 달한다. 

지난 3월 과로사로 숨진 김 모(53) 씨의 경우 공기 단축을 이유로 한 달 동안 82시간의 연장 근무를 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바로 '현대제철이 시킨 일을 하다 숨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 외주 또는 협력업체 소속이라는 이유로 이들에 대한 사후 대책은 마련되지 않았다. 근로자 5명 사망이라는 이번 참사와도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노동계는 오는 13일 기자회견과 대규모 집회 등을 통해 더 이상 현대제철의 '모르쇠'를 지나치지 않겠다는 계획이다.

유희종 민주노총 충남본부 노동안전위원회 위원장은 "원청사인 현대제철은 물론, 이를 사실상 방치해온 고용노동부 역시 책임이 가볍지 않다"며 "대기업의 책임 회피를 막고 고용주를 실질적으로 처벌할 수 있는 관련법 정비가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대전CBS 김정남 기자

2013년 5월 10일 금요일

“키코 조기청산 강요 행위도 불법” 법원, ‘슈퍼갑’ 은행횡포 제동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3-05-10일자 기사 '“키코 조기청산 강요 행위도 불법”  법원, ‘슈퍼갑’ 은행횡포 제동'을 퍼왔습니다.

막대한 손실로 자금난 빠진 업체
은행돈 끌어다 막느라 이중손실
재판부 “씨티은행 189억 부당이득”


은행이 고위험 금융파생상품인 키코(KIKO)에 가입했다가 자금난에 빠진 업체에 ‘대출을 해줄 테니 키코 계약을 빨리 청산하라’고 강요했다면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갑’의 지위를 이용해 자금압박을 겪는 업체에 계약 청산을 강요한 은행의 행위를 법원이 불법이라고 지적한 것은 처음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1부(재판장 최승록)는 반도체 검사 업체인 ㅇ사가 한국씨티은행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에서 “은행의 강요행위 등으로 ㅇ사가 총 189억원의 손해를 입었다”며 “피고는 원고가 우선 청구한 금액인 1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ㅇ사는 실제 손해 금액은 크지만, 소송 편의를 위해 일단 1억원만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키코는 ‘녹인 녹아웃’(Knock-In Knock-Out)의 약자로, 기업과 은행이 환율 상·하단을 정해놓고 그 범위 안에서는 미리 지정된 환율로 거래하는 외환파생상품이다. 2007년부터 2008년 금융위기 이전까지 은행들은 ‘앞으로 환율이 계속 내려갈 것’이라며 수출기업들한테 키코 상품에 가입해서 손실을 줄이라고 권유했다. 그러나 키코 상품은 하한선 이하로 환율이 떨어지면 계약은 무효가 되고, 상한선 이상으로 오를 때는 약정 금액의 2배로 팔아야 하는 등 은행 쪽에 유리한 구조로 짜여 있었다.

ㅇ사는 2008년 1월 한국씨티은행과 키코 계약을 맺었다. 계약을 맺은 뒤 환율이 급등하면서 손해가 발생하자 ㅇ사는 그해 11월 은행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그러나 이미 유동성 위기에 빠진 업체는 “좋은 조건으로 다른 대출을 해주겠다”는 은행의 제안에 “키코 관련 민형사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합의를 하고 소를 취하했다.

그런데 은행은 불과 며칠 뒤 ㅇ사에 “키코 계약을 청산하지 않으면 기존 대출금을 회수하겠다”고 말을 바꿨다. 결국 ㅇ사의 모회사가 ‘키코 청산 자금으로 사용한다’는 조건으로 130억원을 대출받아 ㅇ사의 유상증자 자금으로 납입했다. ㅇ사는 이 돈을 인출해 당시 환율에 따라 키코 청산금으로 지급했다. 이미 키코 때문에 손실을 입은데다 조기 청산을 위해 자금을 또다시 끌어 쓰면서 손해가 극심해지자 결국 ㅇ사는 씨티은행을 상대로 다시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은행이 ‘키코 계약을 즉시 청산하지 않으면 기존 대출금을 회수하겠다’고 원고를 압박하며 조기 청산을 강요해 손해를 끼쳤다. 이로 인한 손해액은 80억여원이다. 또 키코 상품의 위험성을 사전에 제대로 설명하지 않아 발생한 손해액은 109억원”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키코 계약과 관련한 소송을 제기하지 않겠다’는 합의에 대해서도 “우월적 지위에 있는 피고가 원고의 궁박한 상태를 이용해 현저히 부당한 이득을 취하고도 자신의 법적 책임을 면하기 위해 소 취하서를 작성하게 한 것은 불공정한 법률행위에 해당해 당시의 소 취하는 효력이 없다”고 밝혔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남양유업'보다 10배 더한 '슈퍼 갑' 있다!


이글은미디어스 2013-05-10일자 기사 ''남양유업'보다 10배 더한  '슈퍼 갑' 있다!'를 퍼왔습니다.
[연속기획, 미디어계의 '갑'을 찾아서①]지상파 방송

편집자주=이 썩어빠진 ‘갑’들의 세상. 최근 잇따르고 있는 사건들을 요약하면 이쯤 될 것이다. 비분강개한 여론에 힘입어 언론 역시 ‘이때다’ 싶은 분노를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이게 몇몇 특정 기업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분노한 언론의 행태를 보며 어쩌면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를 나무라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할 때인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오래 전부터 언론계에서도 ‘갑’의 횡포가 지나치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하지만 다른 언론 사안이 중하고, 언론계에 워낙 급한 이슈가 많다보니 성찰과 반성 없이 지나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 결과 어느새 갑들의 횡포는 구조로 굳어지기까지 했다. 이에 (미디어스)는 미디어계 내부 ‘갑’들의 횡포에 대한 연속 기획을 준비했다. 한국 사회의 슈퍼 ‘갑’으로 불리는 언론 기업들의 민낯이 어떠한지를 확인하는 과정은 ‘충격’과 ‘공포’에 가까웠다.

“갑들의 횡포를 고발하는 방송사 뉴스 프로그램이나 아침 교양 프로그램들을 보고 있으면 울화가 치밀어 견딜 수 없을 지경이다. 그들이 보도하는 상황의 최소 10배 이상의 갑 질이 방송사 내부에서 일상적으로 벌어진다.”
한 외주제작사 독립PD의 말이다. ‘라면 상무’ ‘폭행 빵회장’에 이어 남양유업의 강매 파문으로 사회 전체가 ‘갑’의 ‘을’에 대한 횡포를 규탄하는 열기로 뜨겁다. 남양유업의 강매 문제는 한국 사회 모든 갑들의 공통된 문제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뜨겁다. 잇따른 갑들의 횡포를 보고 있노라면, 지난 대선에서 경제민주화 담론이 횡행했던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이다.
갑의 횡포는 기본적으로 전근대적인 지배-종속에 기반을 둔 권력 관계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언론이 이 문제에 대해서 사정을 두지 않고 최대치의 비판을 가하고 있는 상황 역시 이러한 문제가 현재의 사회적 인식과 합의 수준에 현격하게 위배되는 선정적인 ‘스캔들’이라는 판단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역설적이게도 이런 언론이야말로 한국 사회의 ‘슈퍼 갑’의 지위에 있다. 특히, 방송사의 경우 그 중에서도 ‘슈퍼 갑’에 해당한다. 흔히 방송사에서 하는 모든 프로그램들이 방송사가 제작하는 것으로 이해하기 쉽지만, 현행 방송법 상 40%는 외주 제작사에 의해 만들어지는 콘텐츠들이다. 방송사와 외주사의 관계에서 가장 적나라한 ‘갑을 관계’가 존재한다는  것은 언론계에 공공연한 비밀이다.

‘밀어내기’보다 더한 ‘제작 단가 후려치기’

외주사 관계자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방송사 갑 질의 가장 대표적 횡포는 ‘제작 단가 후려치기’에 있다. 남양유업이 대리점주를 상대로 ‘밀어내기’를 했다면 방송사들은 아예 제작 단가를 낮춰 착취를 고착화한 구조라는 지적이다. 한 외주사 관계자는 “똑같은 프로그램을 제작한다고 했을 때, 방송사가 자체 제작할 때 예산이 100이라면 외주사에 할당되는 금액은 70정도 밖에 안 된다”고 지적한다. 방송사의 제작비 100에는 PD등 정규직 제작진의 인건비가 포함되지 않은 금액이지만 외주사에 할당되는 70에는 제작진 인건비까지 포함되어 있는 금액이라 실제 차이는 더 크다는 지적이다.
한 독립PD는 이런 상황에 대해 “한 지상파 방송과 일할 때, 자체 제작 기준으로 표준 제작 편성 금액이 4천만 원인 프로그램이 있었다. 순수한 제작비로 장비 사용료, 경상비 이런 건 다 뺀 금액이었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이 외주 제작으로 결정되면서 2천 5백만 원에 만들라고 했다. 물론, 외주사 PD 인건비 포함해 제작 일체의 모든 비용이었다”고 말했다.
제작 단가 후려치기는 외주제작으로 만들어지는 모든 프로그램에서 거의 100%에 해당되는 횡포라고 한다. 한 외주사 관계자는 “이런 제작 조건에 대해 항의하면 여지없이 그냥 잘린다. ‘까다롭게 군다’고 소문이 나면 더 이상 일을 맡을 수 없는 것이 방송가의 구조다. 울며 겨자라도 먹을 수밖에 없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이런 횡포는 공영방송인 KBS가 가장 심하고 그 다음이 MBC 그리고 민영방송인 SBS가 상대적으로 낫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시간대별로 보면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어 프로그램 질에 대해 방송사가 책임질 여지가 적은 아침 시간대의 프로그램들이 더 심하게 단가를 후려친다고 한다.

여전한 ‘뒷거래’ 의혹과 새롭게 부상한 ‘협찬금 떼어먹기’

외주사들이 공히 꼽는 또 다른 갑 질은 은밀한 ‘뒷거래’와 ‘협찬금 떼어먹기’다. 외주사들이 제작하는 프로그램 중에 상당 부분이 이른바 VJ들이라고 불리는 이들이 만드는 교양물이다. 이 프로그램 가운데 ‘음식’과 ‘식당’을 소개하는 콘텐츠들이 많다. 이 식당들이 어떻게 선정되는지는 2011년 제작된 영화 (트루맛쇼)에서도 자세하게 고발된 바 있다. 하지만 식당 선정에서 뒷돈을 받는 행태는 별로 개선되지 않았고, 오히려 영역을 확장해가고 있단 것이 방송계 관계자들의 고백이다. 
이에 대해 한 프리랜서 방송작가는 “외주사들이 제작하는 프로그램을 할 때, 한 방송사 CP가 ‘뒷돈’을 받고 특정 식당을 홍보 할 것을 명령했던 적이 있다. 이미 다른 곳을 찍어 놓은 분량이 있었는데, 막무가내였다. 무조건 거기 가서 찍으라는 것이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돈이 오고갔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는 식당뿐만 아니라 여행, 축제 등 경합적 소재들이 있는 영역에 대한 촬영에서는 “갑자기 아이템이 바뀌고 엎어지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한다.
외주제작을 관장하는 방송사 내부가 일종의 ‘커넥션’으로 움직인단 주장은 이 밖에도 많았다. 또 다른 외주사 관계자는 “외주 제작 프로그램 아이템에 일관성이 없던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방송사 내부에서 이미 설계도를 갖고 촬영 등의 기능적 일만 외주사에 맡기는 식인데 문제는 이 설계도가 자주 바뀐다는 점”이라며 “이 오락가락이 결국 뭐에 근거하는 것인지는 방송사 내부 관계자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고 말했다.
방송 제작비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 되어버린 ‘협찬금’에 있어서도 방송사의 횡포는 대단하다. 외주사가 섭외한 협찬금 가운데 공식적으로 30%가 ‘전파 송신료’라는 명목으로 방송사에게 입금된다. 한 프로그램에 1억 원의 협찬금이 생기면, 3천만 원을 방송사가 ‘수수료’처럼 떼고 지급하는 형식이다. 그나마 30%는 상황이 나아진 것이라고 한다. 과거 참여정부 시절만 하더라도 50%를 떼는 것이 보통이었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외주사는 더 많은 협찬을 받아야 할 수밖에 없는 악순환의 구조에 빠질 수밖에 없다. 시청자 입장에선 방송을 보다보면 왜 저렇게 많은 광고성 장면과 PPL이 삽입되어야 하는지 납득하기 어렵지만, 외주사 입장에선 애초 계획의 최소 140% 이상을 협찬금으로 받아와야 겨우 수지 타산을 맞출 수 있는 구조라는 것이다. 외주 제작이란 이유로 제작비가 후려쳐지고, 또 협찬금마저 뜯기니 이중의 ‘착취’가 발생하지만 이에 대한 방송사 내부의 문제의식은 전무하다시피 한 상황이다.



“차라리 죽어라”라는 협박은 ‘애교’

이러한 구조적 ‘착취’보다 외주사 관계자들이 더 참기 힘들어 하는 상황은 인격적인 모독이다. 남양유업 파문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차라리 죽어라”라는 협박은 방송사 내부에선 ‘애교’에 가깝다는 것이 외주사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나이가 지긋한 한 독립PD는 “10살 이상 어린 방송사 정규직 PD에게 ‘이 따위로 밖에 못 하냐’는 말과 함께 발길질을 당한 적도 있다”며 “개XX 같은 욕은 기본이고 정말 말도 안 되는 상식 이하의 상황이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 이어 “MBC의 한 외주 제작 프로그램 담당 PD는 정말 악명이 높아 외주사 관계자들 사이에선 ‘정신병자’로 통했다. 한 마디로 말하면 자기네 집 똥강아지 보듯이 화풀이를 해댔다. 택시 타고 오다가 길이 막혀 짜증이 나도 그걸 외주사에 화풀이 할 정도”라고 한다. 이 PD는 “다 때려 치고 ‘이 정신병자야 치료나 받으러 다녀라’고 말하고 싶은 순간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며 아직도 울분을 참지 못했다.
외주사 관계자들은 갑 질의 횡포는 오히려 공영방송이 더 심하고, 방송사 내부 투쟁에 적극적이었던 노조 출신들도 다 마찬가지라고 말한다. ‘을이 갑이 마련한 계약서에 사인할 수밖에 없는 처지’임을 아는 상황에서 그들의 태도는 언제나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한 외주사 관계자는 “방송사 갑 질의 횡포가 세상에 드러날 때마다 방송사 내부는 덮는 데만 급급하다. 그들 자체가 언론인데 얼마나 덮기가 쉽겠느냐”며 “한때는 노조 활동을 했던 이들에게 기대를 걸기도 했지만, 이젠 그런 기대도 접었다. 방송사 내부에 있는 이들은 다 마찬가지로 슈퍼 갑일뿐이다”라고 씁쓸해했다.


김완 기자  |  ssamwan@gmail.com

2012년 2월 5일 일요일

삼각김밥 슈퍼 갑들의 폭식


이글은 한겨레21 [2012.02.06 제896호] 기사 '삼각김밥 슈퍼 갑들의 폭식'을 퍼왔습니다.골목 상권 잠식한 대기업 편의점의 폭력… 막강한 유통망·제조공장으로 중소업체 위협하고 공급업체와 점주 외면한 일방적 계약 횡포

» <한겨레21> 박승화

재벌들의 문어발 확장이 관심사다. 대통령도 나서서 자제를 당부한다. 압력도 행사할 기세다. 총선·대선을 앞둔 정치권도 규제할 태세다. 재벌들의 영토 확장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미 편의점 시장은 대기업이 장악하고 있다. 편의점을 장악하자 먹는 것도 야금야금 잡아먹었다. 재벌 기업들이 값싼 삼각김밥 판매망까지 장악해 손쉽게 돈을 벌어온 실태를 더듬어본다._편집자
삼각김밥은 800원이다. 2010년 기준으로 편의점마다 하루 평균 31.4개가 팔렸다. 1991년 처음 국내에 소개됐다. 2000년대 들어 인기를 끌었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이 계기였다. 해마다 판매가 늘어 지난해엔 각 편의점마다 21~40%의 매출 성장률을 기록했다. 김밥·도시락·샌드위치 등 신선식품도 덩달아 인기를 끌었다. 편의점마다 신선식품(Fresh Food) 판매 공간이 들어선 배경이다.

2011년 훼미리마트와 GS25가 각각 약 1300개씩 늘었고, 세븐일레븐도 약 1천 개가 새로 문을 열었다. 이들이 지난해 늘린 편의점 수는 전체 편의점 증가 수인 4천여 개를 채우고 남는다. 그만큼 개인이 운영하는 편의점은 자취를 감춘 셈이다.


계열사 내부거래로 초고속 성장
편의점 신선식품의 인기는 대기업에 계열사 확장의 기회를 제공했다. 국내 편의점은 이른바 ‘빅3’인 훼미리마트, GS25, 세븐일레븐 등이 장악하고 있다. 선두인 훼미리마트를 운영하는 보광훼미리마트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부인 홍라희 리움미술관장의 둘째동생인 석조씨가 2007년부터 회장을 맡고 있다. 이 회사는 홍 관장의 넷째동생인 석규씨가 대표를 맡은 보광그룹에 속해 있다. GS25(2005년 이전까지 LG25)는 GS그룹에, 세븐일레븐(2010년 바이더웨이 인수)은 롯데그룹에 속해 있다. 2011년 말 점포 수는 훼미리마트 6600여 개, GS25 6300여 개, 세븐일레븐 5500여 개로 추정된다. 이들 ‘빅3’가 1만8400여 개로 전체 편의점 2만650여 개의 90%를 차지한다.
재벌 대기업들은 신선식품의 인기를 틈타 식품제조회사를 속속 만들었다. 롯데그룹이 롯데후레쉬델리카를 1999년에, GS그룹이 후레쉬서브를 2007년에 설립했다. 보광그룹도 2002년 신세계와 함께 훼미리푸드를 세웠다 매각한 뒤 다시 2008년에 훼미리에프앤비를 세웠다. 또 제주에는 2010년 제주에프앤비의 문을 열었다.
재벌 식품회사의 성장은 빨랐다. 롯데후레쉬델리카의 매출은 2008년 370억원에서 2010년 584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후레쉬서브도 같은 기간 81억원에서 377억원으로 4배 이상 성장했다. 훼미리에프앤비는 2009년 141억원에서 이듬해 185억원으로 늘었다. 고속성장의 비밀은 ‘내부 거래’에 있다. 2010년 롯데후레쉬델리카는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코리아세븐에 414억원어치를 팔았다. 전체 매출의 70.9%다. GS그룹의 후레쉬서브는 다른 회사에 판매한 2300만원을 제외한 모든 매출을 GS리테일로부터 기록했다. 보광의 훼미리에프앤비도 대부분 훼미리마트에서 매출을 낸 것으로 업계는 판단하고 있다. 대부분 삼각김밥을 비롯해 김밥(1천원), 햄버거(1200원), 샌드위치(1800원), 도시락(2500원) 등을 자사 계열사인 편의점에 공급해 벌어들인 돈이다.
초고속 성장은 대주주의 이익으로 이어진다. GS25를 제외한 두 곳은 대주주 일가가 주식을 상당수 보유하고 있다. 롯데후레쉬델리카는 신격호 회장의 딸인 신영자 롯데쇼핑 사장과 신유미 롯데호텔 고문이 각각 9.31%씩 지분을 갖고 있다. 훼미리에프앤비의 경우 홍석조 회장의 아내인 양경희씨가 10%를 보유하고 있다. 회사가 성장할수록 보유 주식의 가치가 커진다.
더구나 롯데후레쉬델리카는 주식 편법 증여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2007년 신격호 회장이 자신이 소유한 롯데 계열사 주식(당시 시가 2천억원)을 롯데후레쉬델리카를 비롯해 롯데미도파, 롯데알미늄, 롯데브랑제리 등에 무상 증여했기 때문이다. 주식을 건네받은 계열사들은 부가 커졌고, 그만큼 신영자·유미씨 등 대주주는 실익을 챙길 수 있었다.



그 많던 개인 슈퍼마켓은 어디로 갔나
대기업의 탐욕은 생산, 판매, 유통, 재료 공급 등 전방위로 뻗친다. 모든 것을 자사 계열사에 맡긴다. 수익은 당연히 대주주 몫이다. 세븐일레븐은 롯데로지스틱스, GS25는 GS리테일이 물류를 맡는다. 훼미리마트는 보광로지스·중부로지스 등 9개 자회사가 지역별로 나눠 맡는다. 특히 훼미리마트의 물류회사들은 대주주의 친인척이 상당수 주식을 소유하고 있다. 동부로지스는 홍석조 보광훼미리마트 회장의 여동생 라영(리움미술관 부관장)씨의 남편 노철수씨를 비롯해 3명이, 중부물류는 홍석규 보광그룹 대표의 부인 이계명씨가 대주주다. 또 중부로지스·보광로지스·대구물류 등에는 홍석조 회장과 그 아들 정국씨, 홍석규 보광그룹 대표가 대주주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원자재 역시 롯데후레시델리카는 롯데상사를 통해, 훼미리에프앤비는 사돈 기업인 신세계그룹의 계열사 신세계푸드로부터 받는다.
재벌 대기업의 이런 독식은 해당 업계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에게는 ‘재앙’이다. 삼각김밥 등 신선식품을 생산하는 중소기업들은 납품할 곳을 찾지 못해 해가 갈수록 사정이 어려워지고 있다. 대기업 편의점은 해마다 늘어나고 있지만 일반 편의점은 계속 줄기 때문이다. 2011년 훼미리마트와 GS25가 각각 약 1300개씩 늘었고, 세븐일레븐도 약 1천 개가 새로 문을 열었다. 일본계 회사인 미니스톱과 한화그룹의 씨스페이스 등도 덩치를 키웠다. 이들 ‘빅5’가 지난해 늘린 편의점 수는 전체 편의점 증가 수인 4천여 개를 채우고 남는다. 그만큼 개인이 운영하는 편의점은 자취를 감춘 셈이다.
충북에서 삼각김밥 등 신선식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ㅂ회사의 이아무개 전무는 “대기업 편의점들이 장사가 잘되는 편의점이나 슈퍼마켓을 웃돈을 주고 사버린다”며 “충청권에도 한때 ‘썬마트’라는 편의점이 있었지만 대기업 편의점이 급속 성장하자 모두 사라졌다”고 말했다. 이 전무는 “어느날 문을 닫는다고 물품 공급을 중단하라고 통보한 편의점에 가보면 GS25나 세븐일레븐 등이 들어선 곳이 많다”며 “한 곳당 삼각김밥을 50~100개 공급하는데 일반 편의점이 줄어든 만큼 생산을 줄일 수밖에 없고 매출도 감소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런 사정은 특정 지역에 국한되지 않는다. 전국적이다. 대구에서 하루 5만 개의 삼각김밥을 생산하는 ㄷ업체의 최아무개 대표도 같은 하소연을 했다. 최 대표는 “대기업 편의점들이 계속 잠식해 들어오니까 시장이 빠르게 좁아진다”며 “그쪽은 자기네들 것만 납품 받아서 영세업체들 처지에서는 줄어드는 일반 편의점을 상대로 나눠먹어야 하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최 대표는 “개인이 운영하는 편의점은 해마다 줄고 있어 모든 중소기업이 어려움을 느낄 것”이라며 “우리 회사도 연 20% 이상 매출이 줄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서울에서 삼각김밥을 납품하는 ㅈ업체 관계자 역시 “대기업의 시장 독점력이 워낙 강해지고 있고 그만큼 개인 편의점이 빠르게 줄어 힘들어져만 간다”고 말했다.


» 훼미리마트. <한겨레21> 박승화
» 바이더웨이. <한겨레21> 박승화
» 세븐일레븐. <한겨레21> 박승화
1+1 부담은 제조업체 몫
재벌 계열 편의점들의 삼각김밥 끼워팔기 요구로 다른 식품 제조업체들도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는 하소연도 많다. 삼각김밥 하나를 사면 음료를 할인해주는 행사에 제조업체들이 동원되기 때문이다. 한 음료업체 관계자는 “유통업체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판매대 진열 순위에서 밀리거나 진열대에 팝업 광고를 할 수 없게 하는 등 불이익이 따르기 때문에 거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 연말에도 직원 선물용으로 케이크를 사달라는 요구가 들어오는 등 압력이 계
» 바이더웨이. 박승화
속됐는데, 유통업체와 제조업체가 갑과 을 관계여서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음료업체 관계자도 “삼각김밥에 음료수를 끼워팔면 낱개 정상 판매가 2300~2400원보다 훨씬 낮은 1500원 밖에 받을 수 없어 그만큼 마진이 줄어드는데, 그 손해를 삼각김밥과 우유 제조업체가 분담한다”며 “게다가 행사를 하면 알리고 싶은 신제품이 아니라 인기 상품으로 (편의점 업체 쪽에서) 정해 참여할 것을 요구하지만 거스를 수 없다”고 말했다.
재벌 계열 편의점 본사 쪽은 식품 위생과 안정적인 공급을 보장하려면 생산·
» 세븐일레븐. 박승화
판매·유통·재료공급 일관체계를 갖출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롯데중앙연구소가 식품의 품질이나 위생, 배송을 체계적으로 연구·개발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상호협력을 원활하게 하려고 계열사에서 제품의 공급, 생산, 운송을 담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삼각김밥 등 신선식품은 위생이 중요해 대기업이 맡고 있는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GS25도 “후레쉬서브는 업계 최초로 HACCP(위해물질방지 위생관리시스템) 인증을 받았다”며 “고객의 안전과 직결되는 신선식품 제조업체의 위생과 품질에 대한 기준을 제시하고 전체적인 수준을 끌어올릴 수 있는 모델 역할을 하기 위해 설립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GS25에 납품하는 중소기업들에 위생, 품질, 맛 등 기술 지원을 통해 상생을 실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훼미리마트의 설명도 유사하다. 훼미리마트 관계자는 “훼미리에프앤비는 훼미리마트에 납품하는 삼각김밥 공장의 연구·개발을 맡는 공장으로 종합적인 상품 관리 및 상품 개발 등의 업무를 함께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중소기업 쪽의 생각은 전혀 다르다. 김호균 도시락식품조합 이사장은 “대기업은 위생 때문이라고 하지만 중소기업이라도 위생이 안 좋다면 시장에서 존립할 수 없다”며 “오히려 위생 사고가 발생하는 곳을 보면 대기업 계열사인 경우가 더 많다”고 주장했다. 또 “위생은 대기업의 시장을 장악하려는 핑계에 불과하다”며 “중소기업이 막대한 유통망과 제조공장을 가진 대기업을 상대로 경쟁할 수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실제 대기업이 자사 식품회사 설립 이유로 내세운 위생에서 허점이 드러나기도 했다. 지난해 상반기 식품의약품안전청 조사에서 후레쉬서브의 제육볶음도시락에서 고무장갑 조각이 검출된 바 있다.
재벌 계열 편의점들은 중소기업과 상생 효과를 강조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세븐일레븐은 롯데후레쉬델리카가 독점 공급한다. 훼미리마트는 2개, GS25는 3개의 중소기업에게서 삼각김밥을 납품받는다. 그런데 GS25에 납품하는 영진데리카후레쉬, 삼영델리카후레쉬는 대표이사가 동일인이다. 요컨대 중소기업 상생 효과를 거론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가격도 오히려 중소기업이 더 싸다. 편의점 시장 4위인 미니스톱은 중소기업에서 납품받아 700원에 삼각김밥을 팔고 있다.
“대기업은 위생 때문이라고 하지만 중소기업이라도 위생이 안 좋다면 시장에서 존립할 수 없다. 오히려 위생 사고가 발생하는 곳을 보면 대기업 계열사인 경우가 더 많다. 위생은 대기업이 시장을 장악하려는 핑계에 불과하다. 중소기업이 막대한 유통망과 제조공장을 가진 대기업을 상대로 경쟁할 수 없는 구조다.“_김호균 도시락식품조합 이사장
“삼각김밥만 보면 화가 치민다”
재벌 계열 편의점들은 호시절을 구가하지만 정작 점주들의 사정은 영 딴판이다. 편의점 본사는 해마다 점포가 늘어 성장을 거듭하지만 가맹점주는 오히려 매출이 줄어드는 경우가 많다. 1월 말 폐점할 계획인 서울 삼성동 훼미리마트 점주 하승재씨는 삼각김밥을 보면 화가 치민다고 했다. 팔다 남은 삼각김밥은 바로 손해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삼각김밥 등 신선식품은 팔다가 남을 경우 폐기 부담을 대부분 점주가 짊어져야 한다. 예컨대 삼각김밥의 공급가격이 500원이라면 폐기할 경우 본사는 20%인 100원만 지원한다. 나머지 금액 400원은 점주가 부담해야 한다. 본사 지원은 한도가 있어 폐기 물량 전부가 지원되지도 않는다. 그렇다고 폐기가 두려워 물건을 적게 받을 수도 없다. 아예 본사에서 일정량을 정해 공급하기 때문이다.
하승재씨는 “훼미리마트의 경우 삼각김밥 등 신선식품 생산업체와 이를 맡고 있는 유통업체가 계열사여서 상당한 이익을 보장해준다”며 “그만큼 점주 부담은 늘어나는 형태”라고 말했다. 더욱이 급속히 증가하는 편의점은 기존 편의점의 경쟁력을 갉아먹는다. 하씨는 “최근 2~3년 새 주변에 편의점이 크게 늘어 매출이 줄었다”며 “1990년대까지만 해도 월 300만원 이상의 순이익이 났지만 요즘은 100만원대 초반에 그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하씨는 8년 전 회사에서 퇴사한 뒤 빚을 내 편의점을 열었지만 다시 실직 상태로 돌아가게 됐다. 폐점도 쉽지 않다. 보통 본사와 가맹점은 5년 단위로 계약하기 때문에 이 기간 내에 폐점할 경우 수천만원의 해약금을 물어줘야 한다. 그 해약금은 본사가 일방적으로 정한다.
한국편의점협회는 올해 4550개의 편의점이 늘어나고 1100개가 문을 닫아 총 점포 수가 2만4100개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매출액은 11조1600억원으로 2011년보다 13.3%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성장 속도만큼 대기업 편의점 본사와 그 계열사들이 부를 늘릴 것은 당연지사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