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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 19일 일요일

"현대제철 돈벌이 욕망이 질식사 불렀죠"


이글은 오마이뉴스 2013-05-18일자 기사 '"현대제철 돈벌이 욕망이 질식사 불렀죠"'를 퍼왔습니다.
[현대제철 사망사고③] 동료 잃은 한국내화 노동자들..."책임자 형사처벌해야"

5월 10일 현대제철 당진공장 전로에서 일하던 협력업체 노동자 다섯 명이 가스 사고로 목숨을 잃었습니다. 그들은 어떤 사람이었고 왜 죽음을 당했을까요? 사고 후 남겨진 이야기들을 취재해봤습니다. [편집자말]

▲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현대제철 전로 수리 노동자들의 간식시간 사진. 전로 수리를 맡은 한국내화 노동자들은 현대제철의 지속적인 공정 단축으로 하루 12시간씩 맞교대를 돌면서 열악한 환경 속에서 작업한다. ⓒ 김동환

"이거는 진짜 21번 살인 미수하다가 한 번 살인한 사건이에요. 책임자 찾아서 다 감빵(감옥) 넣어야 되요."

14일 충남 당진종합병원 지하 1층 빈소에서 만난 한국내화 노동자들은 굳은 표정으로 입을 모았다. 자신이 아니었을 뿐 현대제철 전기로 수리를 담당하는 약 300명의 노동자라면 누구나 당할 수 있는 참변이었다. 

지난 10일 충남 당진 현대제철 전로 보수공사를 하다 산소부족으로 협력업체 한국내화 소속 노동자 5명이 사망한 후 회사 동료들은 유가족들을 통해 이전까지는 몰랐던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됐다. 자신들이 그간 맡았던 24회 보수작업 중 22회가 이번과 같은 동시작업 방식으로 이뤄졌다는 것. 그들은 "몰랐을 땐 들어갔지만 이제 어떻게 작업할 수 있겠느냐"면서 극도의 불안감을 내비쳤다.

노동자들은 이번 사고의 궁극적인 원인으로 현대제철의 '돈벌이 욕망'을 꼽았다. 이날 만난 복수의 노동자들은 "전로 가동 6시간 앞당겨서 몇 억 벌려다 다섯 명 죽어나간 것"이라면서 "현대제철은 주어진 공정표도 무시했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 14일 당진종합병원에 마련된 한국내화 사망 노동자 5명의 빈소를 찾은 동료 직원이 조문하고 있다. ⓒ 김동환

"현대제철이 지시한 '동시작업'이 사고 불렀다"

지난 10일 오전 1시 45분. 당진제철소 B지구 내 3전로 안에서 내화벽돌 보수 마무리 작업을 벌이던 한국내화 노동자 5명이 질식해 사망했다. 전로는 철광석을 녹인 쇳물에서 황, 인, 탄소 등 불순물을 제거하는 공정이 이뤄지는 곳으로 제철소 핵심 시설 중 하나로 지름 8m, 높이 12m의 거대한 항아리 모양이다.

한국내화 직원 유성우(가명)씨는 "전로 보수작업을 마치고 마무리를 위해 바닥으로 내려가던 도중에 높이 8m 지점에서 갑자기 5명이 픽픽 쓰러졌다고 들었다"고 설명했다. 현장에 있던 노동자들은 감전 사고라고 생각해서 즉각 안으로 들어갈 수 없었다고 했다. 그 높이에서 감전 말고는 사람이 쓰러질 이유가 없었기 때문.

그러나 사인은 질식사였다. 전로에서는 쇳물 불순물 제거를 위해 아르곤 가스를 사용하는데 이 가스는 산소보다 무거워서 밀폐된 공간에서는 질식을 유발한다. 현대제철 측은 사고발생 반나절 전인 9일 오후 아르곤 가스 주입 등 전로를 2시간가량 시험가동을 시켰으며 사고 당시 전로 내 산소농도 역시 기준치인 22%에 미치지 못하는 16%로 나타났다.

한국내화 정비부 소속 노동자들은 사고의 원인으로 '동시작업'을 지목했다. 전로 보수를 할 때는 원칙적으로 연결된 모든 가스 밸브를 분리하고 보수작업을 마친 후 연결하도록 되어 있는데 이번에는 다른 하청업체에서 밸브작업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한국내화 직원 원상훈(가명)씨는 "현대제철 측에서 제시한 공정표에 따르면 내화물 보수작업 후 전로에 뚜껑을 씌운 후 6시간 동안 밸브를 연결하고 가스가 새는지 검사하는 리크테스트(leak test)를 하기로 되어 있다"면서 "그 6시간 아끼려고 같이 작업시키다가 사람 죽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 현대제철 측이 유족에 제공한 3번 전로 보수 공정표. 내화물(내화벽돌) 수리를 마친 후 6시간 동안 밸브 연결, 조립 등 가동 전 작업을 진행하기로 짜여져 있다. ⓒ 김동환

"모르니까 들어갔지... 알았으면 미쳤다고 작업하겠나"

동료들의 갑작스런 죽음에 비통해하던 한국내화 동료 노동자들의 감정에 분노가 섞이게 된 것은 사망 노동자 유가족들이 사고에 대한 현대제철 측 설명을 듣고 돌아온 후부터다. 유가족 이 아무개씨는 "현대제철 측에서 동시작업에 대해 인정하면서 24번 보수 중 22번을 이번과 동일한 방식으로 했다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이씨는 "20번 넘게 그런 식으로 작업을 진행할 만큼 문제가 없는 방식이라는 뉘앙스였다"고 덧붙였다.

"저는 잘 모르지만 상식적으로 이번에 죽은 사람들이 전로 바닥에서 8미터 높이에서 쓰러졌는데 그럼 전로 2/3가 아르곤 가스로 차 있었다는 얘기 아닌가요? 그런데 어떻게 그게 문제가 없는 방식이라는 식으로 말할 수 있는 건지…."


▲ 유족 이 아무개씨가 현대제철에서 설명받은 당시 상황을 종이컵으로 표현하고 있다. 10일 새벽 현대제철 당진 공장에서는 지름 8m, 높이 12m를 보수하러 들어간 노동자 5명이 전로 2/3 지점에서 질식사하는 참변이 벌어졌다. ⓒ 김동환

현대제철 당진공장은 보유 전로 3기에 대해 각각 6개월에 한 번씩 보수공사를 한다. 이 공사는 한국내화에서 전담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내화 직원들은 통상 1년가량 근무하면 누구나 7번 이상은 전로 수리에 참여하게 된다. 이번 노동자들의 죽음이 남 일이 아닌 셈이다.

한국내화 정비부 직원인 김현철(가명)씨는 "이전에도 항상 전로 마무리 작업하는 팀은 작업을 하고 나면 머리가 2~3일은 아팠다"면서 "유족들 설명을 들은 후에야 그때도 현대제철이 이번처럼 작업을 하고 있었다는 걸 알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그전까지는 당연히 몰랐으니까 들어갔지 가스 밸브가 연결된 걸 노동자들이 알았으면 미쳤다고 거길 들어갔겠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전로 보수 중 일어난 사고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전로 보수 경험이 많은 노동자들은 아르곤 가스 말고도 다른 대형참사 미수도 많았다고 증언했다. 한국내화 직원 박석희(가명)씨는 "지난 해 중순 쯤에는 보수중인 전로가 기울어지는 '경동' 사고가 있었다"고 입을 열었다.

전로는 360도 회전이 가능한데 현대제철 측에서 회전을 막아주는 브레이크 교체작업 지시를 잘못하는 바람에 노동자들이 전로에 들어간 후 전로가 기울어졌다는 것이다. 박씨는 "작업하느라 설치해놨던 발판이 우연히 전로에 끼이면서 15도 정도만 돌아가고 멈춰서 겨우 살아남을 수 있었다"면서 "360도 돌아갔으면 작업하던 인원 십여 명은 5층 건물 높이에서 자재들과 함께 쏟아져서 다 죽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 고 남정민씨 휴대전화에서 발견된 전로 보수 노동자 사진. 한 노동자가 고개를 숙이고 앉아서 쉬고 있다. ⓒ 남정민

"현대제철 공정 '쪼임'에 간식도 전로 안에서 먹어"

한국내화 직원 이진철(가명)씨는 이번 사고의 원인을 현대제철의 유난한 돈벌이 욕망에 돌렸다. 초창기 전로보수 작업에 주어졌던 기간은 12일. 그러나 현대제철이 점점 보수기간은 반나절씩 줄이더니 이번에는 6일 10시간을 줬다는 것이다.

열심히 일해서 보수기간을 맞추지만 정작 노동자들은 갈수록 이 작업과 관련한 수입이 줄어들고 있다. 일한 시간 만큼 월급이 나오기 때문. 이씨는 "6일 10시간 내에 보수 하려면 무조건 24시간을 2조 2교대로 돌려야 한다"면서 "전로가 쉬는 보수 공정기간이 줄어들수록 현대제철은 수십억의 돈을 더 벌수 있겠지만 정작 기간을 단축해주는 노동자들은 얻는 게 없다"고 토로했다.

"우리 1년차 직원이 한 달에 2~3일 쉬면 수당 포함해서 월급 170만 원 정도 나와요. 공기 단축해주면 보너스라도 받아야하는데 그런 것도 없고 그냥 '쪼는'거에요. 갈수록 숙달이 되지만 아무리 기술이 좋아도 시간을 무작정 당길 수는 없는 것 아닙니까." 

그는 "작업시간에 쫓기니까 간식도 탄소가루 날아다니는 전로 안에서 먹는다"고 털어놨다. 공정기간 단축에 대한 열매는 현대제철이 독식하고 있고 이번 사고 역시 그 연장선상에 있다는 얘기다. 이번에 변을 당한 고 이용우씨는 이런 작업환경에 대해 지난해 자신의 SNS에 "보니까 우울해지네"라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고 채승훈씨는 "꿀빨(편하게 할) 생각하지 말고 내 대신 들어와 주세요"라는 글을 썼다.

이씨는 "공정을 어기고 동시작업을 진행시킨 책임자를 찾아내 형사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모든 공정일정은 현대제철에서 통보하는 것이고 관련 책임자 문책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언제든 재발할 수 있는 구조라는 것이다. 그는 "작업 절차상 밸브 연결과 리크 테스트를 맡고 있는 하청업체는 현대제철 관계자의 명령이 없으면 아무 작업도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현대제철에서 잘못했다고 말은 하는데 누가 잘못했는지는 말을 안 해요. 그런 건 경찰 조사 없어도 그냥 당일 작업일지 보고 출근부 보면 다 나오는 거거든요."

이에 대해 현대제철 관계자는 "현대제철에서는 경찰 수사에 최선을 다해 협조를 하고 있다"면서 "그 이외의 부분은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밝혔다.


김동환(heaneye)
소중한(extremes88)

2013년 5월 14일 화요일

일하다 30여명 죽었지만, 현대제철 처벌은 '제로'


이글은 오마이뉴스 2013-05-13일자 기사 '일하다 30여명 죽었지만, 현대제철 처벌은 '제로''를 퍼왔습니다.
[주장] '갑을병정'의 노예 관계, '살인'은 계속된다


▲ 충남 당진 송악읍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내 열연공장. 10일 당진제철소 내 한 전로에서 하청 노동자 5명이 질식사했다. ⓒ 유성호

지난 10일 충격적인 뉴스를 접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윤창중 성추행 사건에 경악을 금치 못하시는 동안 저는 소위 '윤창중 사건'이 블랙홀처럼 빨아들인 여러 소식들 중 현대제철 노동자 5인 사망 소식에서 눈을 뗄 수 없었습니다.

11년 전인 2002년, 저는 대학 등록금을 벌고자 충남 당진에 있는 당시 한보철강, 지금의 현대제철 당진공장에서 일주일간 일을 했습니다. 당시 인천에 살던 저는 방학 동안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소위 일당이 높은 '노가다' 자리를 구하려 동네 한 용역 사무소를 찾았고, 그곳에서 처음 보는 형님들과 한 조가 되어 인천에서 멀리 떨어진 충남 당진까지 파견됐습니다.

일주일간 진행된 작업은 주야를 가리지 않았고, 가동이 중지된 용광로 안으로 들어가 작업하는 일도 계속됐습니다. 제공된 것이라고는 빨간 고무 처리가 된 목장갑이 전부였고, 한 번 작업하고 나면 용광로에 남아 있는 열기에 장갑의 빨간 고무 부분이 찐득하게 녹아버리는 일이 비일비재했습니다.

새벽까지 이어지는 작업에 주린 배를 형님들이 주는 빵과 우유로 달래며 잠깐씩 교대로 쪽잠을 자는 생활을 일주일간 계속했고, 당시 돈으로 60여만 원을 손에 쥘 수 있었습니다. 그때 가장 힘들었던 것이 수시로 진행된 야근 때문에 쏟아지는 졸음과 용광로 안에 들어갔다 나오기만 하면 한동안 지속됐던 몽롱함이 겹쳐 맨 정신을 유지하기 어려웠다는 점이었습니다.

이번에 돌아가신 다섯 분을 살펴보니 모두 현대제철에 직고용된 분들이 아닌 하청업체 분들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그분들의 집은 당진에서 한참 먼 포항 등 외지였습니다. 안전 장비 역시 제대로 지급되지 않아 위험한 조건 속에서 작업이 진행되었습니다. 또한 사망 시간 역시 새벽 1시 45분으로 야간작업 중이었습니다.

11년 전 내가 일하던 그곳... 안타깝게 죽은 5명의 하청노동자


▲ 지난해 11월 21일, 민주노총 충남지역본부와 플랜트노조 충남지부가 현대제철 공사현장에서 일어난 사고현황을 설명하고 특별근로감독을 요구하고 있다. ⓒ 심규상

기사를 한 줄 한 줄 읽어 내려갈 때마다 저는 가슴 한 쪽이 콱 막히는 기분을 느끼며 '이것은 사고가 아니다. 명백한 살인이다'라고 중얼거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사실 현장에서 일하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현장은 정해진 규정을 지킬 조건을 제공하지 않습니다. 노동자들이 부주의해서 사고가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사고의 개연성이 있는 곳으로 노동자들을 밀어 넣어버리는 상황이 '사고'라는 탈을 쓴 '살인'을 일으키는 것입니다.

이 사고 아니, 살인의 표면적 원인이야 복잡하지 않습니다. 작업 규정을 지키지 않은 하청 노동자들이 무리한 야간작업을 진행하다 철수하기 전, 이유를 알 수 없는 아르곤 가스가 투입된 것이 원인이 되어 사망에 이른, 그저 안타까운 사건에 그치는 것입니다.

'늘 그래왔듯이' 원청업체는 하청업체 직원들이라며 책임을 회피하겠고, 하청업체 측도 원론적 사과 표명을 하며 기껏해야 벌금 몇 푼 내고, 유족 측에 보상금 쥐여주며 마무리하려 할 것입니다. 이렇게 명백한 살인사건은 한낱 사고로 그치고, 노동자들의 죽음은 어딘가에서 계속될 것입니다.

실제 현재의 산업안전보건법에서는 하청 비정규 노동자에 대한 화학물질 정보 제공 및 안전교육, 보호구 지급, 산업안전보건위원회 등이 발주처와 원청업체의 책임으로 명확히 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리고 원청업체인 현대제철은 수 년간 벌어진 사고와 관련하여 단 한건의 사법처리도 받은 적이 없습니다. 유해위험 현장은 하청업체에서 맡고 있고, 안전사고에 대한 책임도 하청업체가 고스란히 짊어지는 구조가 이런 결과를 낳았습니다.

지난해 9월 5일 현대제철에서 철 구조물 해체 작업을 하던 홍아무개(50)씨가 구조물이 쓰러지는 과정에서 숨졌지만 경찰과 검찰은 하청업체의 담당자를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는 선에서 사건을 마무리했습니다.

1개월 뒤인 10월 9일 크레인 전원 공급 변경을 위해 빔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던 김아무개(43)씨가 고압 트롤리바에 감전되면서 10m 아래로 추락해 숨졌고, 같은 달 25일 이아무개(56)씨가 기계 설치 작업 중 4m 아래로 떨어져 의식불명에 빠졌지만 경찰과 검찰은 이들 사건 역시 현대제철은 가만히 둔 채 하청업체 담당직원만 불구속 기소하는 데 그쳤습니다.

지난해 7명 사망... 현대제철은 멀쩡, 하청업체만 솜방망이 처벌


▲ 국내 최대 석유화학산업단지인 여수산단 내 대림산업 HDPE 여수공장 저장조(싸일로). 지난 3월 14일 이곳에서 하청 노동자 6명의 목숨을 앗아간 폭발사고가 일어났다. ⓒ 심명남

문제가 생기면 해결을 해야지 봉합해서는 안 됩니다. 봉합된 문제는 변형되어 반드시 다시 터지기 마련입니다. 그럴 듯한 표면적 원인만 주절대며 사건을 봉합해온 것이 지금의 현대제철 사고를 만들었습니다.

실제 현대제철에서는 수 년간 30여 명의 노동자가 죽거나 다쳤으며, 지난해에만 추락, 감전사 등으로 7명의 노동자가 사망했고, 2010년에도 가스누출 사고로 23명의 사상자가 발생했습니다. 심지어 이번 사고가 발생한 것은 잇따른 사고를 예방하겠다며 지난달 고용노동부 천안지청이 현대제철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2주간이나 실시한 뒤였습니다. 진짜 원인을 놔두고 죽은 자식 불알 만지듯 봉합만 하니 자꾸 문제가 재발하는 것입니다.

박근혜 정부가 공언한 '안전한 대한민국'은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산업재해들로 인하여, 이미 그 처방이 잘못된 것으로 증명되었습니다. 고용노동부는 현대제철에 대한 근로감독을 2주간이나 실시했음에도 사고를 예방하지 못했고, 삼성에서 수천 건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을 적발했다고 성과를 내세웠음에도 이를 비웃듯 삼성에서는 불산 누출 사건이 재발했습니다.

이번 사건의 근본 원인은 산업안전보건법의 상위법인 기업활동 규제완화에 관한 특별조치법 개정 이후 안전에 관한 기업규제가 완화된 데 있습니다. 관련 법안들이 국회에서 누더기가 된 이후, 여수 폭발 사고 등 산업 현장들에서 각종 대형 사고가 벌어지는 주기가 점차 짧아지고 있는 것입니다.

산업안전보건법은 산재사망에 대한 책임을 사업주만 지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하청노동자가 숨지면 하청사업주만 책임을 지게 됩니다. 지난 정부 말 완화된 기업의 각종 규제는 노동자들의 안전에 관한 규정들을 기업의 자율적 관리에 맡기도록 하였습니다.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은 13종의 유해물질이 포함된 유해, 위험 작업에 대해서는 하도급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하도급 금지 유해물질 13종이 결정된 이후 유해물질 대상을 확대하기 위한 회의는 단 한 번도 열리지 않았고, 최근 문제가 된 불산 등도 여전히 유해물질 대상에서 빠져 있는 상태입니다.

우리는 갑도 을도 아닙니다... 바로 '사람'입니다


▲ 치료받는 삼성전자 불산누출사고 피해자들 지난 1월 29일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반도체 생산라인 불산 누출사고로 협력업체 직원 1명이 사망하고 4명이 부상당한 가운데, 2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한강성심병원에서 부상자들이 병실로 들어가고 있다. ⓒ 권우성

또한 '갑을관계' 노사구조라는 본질적 원인에 손대지 않고서는 잇따라 터지는 산업재해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원래 노사관계야 갑을관계라고는 하지만 지금 우리나라 고용구조는 갑을관계를 넘어 하청이다, 파견이다, 계약직이다 하며 '갑을병정'으로 줄줄이 이어지는 비틀리고 왜곡된 종속적 노예 관계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갑의 입장에서 을은 같은 사람이 아닌 철저히 돈으로 환산되는, 마지막 한 방울까지 짜내야 할 한낱 대상에 불과하기 마련입니다.

비단 현대제철 사고뿐만이 아닙니다. 한국 사회를 거대하게 잠식하고 있는 갑을병정의 치명적 계급 질서는 사회 곳곳에 미필적 고의임이 분명한 각종 사고를 뇌관처럼 심어놓은 채 줄줄이 터질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화제가 된 대한항공 승무원 라면 폭행 사태, 남양유업 '밀어내기' 사태, 경주빵 사장 폭행 사태 등은 결국 같은 인간임에도 갑의 위치에 선 권력자들이 을에 위치한 노동자를 전혀 다른 계급의 몸종 정도로 대한 것에 원인이 있습니다.

이 같은 전근대적 갑을병정 질서를 걷어내기 위해서는 결국 일하는 사람들 스스로가 힘을 모으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선한 누군가가 갑의 위치로 올라선들 이 구조는 해결될 수 없습니다. 남에게 의존하는 순간 그 운명은 저당잡히기 마련이라는 것이 역사의 진리입니다. 

그런 면에서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전국적 노동조합 결성과 투쟁은 구조적 질서를 해체할 수 있는 하나의 희망을 보여주는 일입니다. 일하는 사람들 스스로 단합된 힘을 모을 때 갑의 위치에 선 사람들은 결국 무너지고 일하는 사람들 스스로가 주인의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는 소중한 경험을 우리에게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11년 전, 당시 당진의 한보철강에서 같이 일하던 형님과 나눈 대화가 가슴에 남습니다.

"형님, 이렇게 형편없는 조건에서 일하는데 노동조합 같은 거 필요하지 않아?""내가 전에 다니던 직장에서 노동조합 가입했다가 잘려서 이렇게 노가다 뛰고 있는 거여. 조합 얘기는 하지도 말어."

지금도 그 형님의 대답이 잊혀지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때 미처 더하지 못했던 답이 아직도 가슴에 남아 있습니다.

"형님, 우리 같은 사람들이 노조 안 하면 우리 자식들도 이렇게 계속 일하게 될 거 아냐. 힘들어도 우리 때 해야 되지 않어?"

돌아가신 현대제철 노동자 다섯 분의 명복을 빕니다.


김민석(cannabis82)

2013년 5월 12일 일요일

건강한 청년 5명의 떼죽음, 왜 진실 감추나


이글은 오마이뉴스 2013-05-11일자 기사 '건강한 청년 5명의 떼죽음, 왜 진실 감추나'를 퍼왔습니다.
[取중眞담] 사망사고 끊이지 않는 현대제철 공장, 이유는?

[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 현대제철 당진공장 ⓒ 심규상

5.10 남아무개(25), 최아무개씨(30), 이아무개씨(32), 홍아무개씨(35), 이아무개씨(44)제강공장 작업 중 아르곤가스 누출로 중독사 추정

지난 10일 새벽 충남 당진의 현대제철 제강공장 전로 안에서 노동자 5명이 집단 사망했다. 현대제철 협력업체인 한국내화 소속 근로자들이다. 

이들은 고로(용광로)에서 나온 쇳물을 옮겨와 불순물을 제거하는 전로를 보수하던 중이었다. 동료직원들은 "질식 위험이 있는 곳인데도 방독 마스크 같은 안전장비 없이 작업했다"고 밝히고 있다. 아르곤 가스 배관 주입 작업은 가장 마지막 공정에 이뤄져야 하는데도 전로 보수 작업도중 예고 없이 가스 배관 작업과 가스 주입이 이루어졌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도 현대제철에서 5명의 노동자가 사망했다

잠시 시간을 거슬러 지난해 11월 말로 가보자. 

당시 민주노총충남지역본부는 현대제철의 무리한 공사 재촉으로 죽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9월 5일부터 11월 9일까지 현대제철 당진공장 현장에서 5명이 사망하고 1명이 의식불명에 이른 직후의 일이다. 당시 민주노총 충남지역본부부가 기자회견을 통해 밝힌 현대제철의 노동문화는 경악할 만했다. 사망자는 대부분 하청업체(협력업체) 소속 노동자들이었다. 

[2012년] 9. 5/  홍아무개(50)씨, 쓰러지는 구조물에 깔려 현장에서 사망10. 9/  이름 미상(43), 사다리 타고 올라가던 중 6600V 고압에 감전돼 추락사10. 25/ 이 아무개(56)씨, 기계설치 작업 중 추락해 의식불명 상태11. 2/  이름 미상(53), 작업 발판 설치 중 발판 붕괴로 바다로 추락한 후 사망11. 8/  나 아무개(43)씨, 설비 설치 공사 도중 추락사       11. 9/  신 아무개(33)씨, 기계설치 작업 중 기계에 몸이 끼여 사망(현대하이스코 신축현장)


▲ 2012년 11월 21일, 민주노총충남지역본부와 플렌트노조 충남지부가 현대제철 공사현장에서 일어난 사고현황을 설명하고 특별근로감독을 요구하고 있다. ⓒ 심규상

노조 측은 "안전장치 없이 밀어붙이기식으로 무리하게 공사해 일어난 사고"라고 주장했다. 또 "최소한 추락방지 장치 등 기본적인 안전장치만 갖췄어도 목숨을 잃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시 이들을 분개하게 한 일은 또 있었다.  

"사망사고가 난 경우 통상 1주일 정도의 공사 중지 조치를 취해야 하는데 별다른 제재를 하지 않았다""노동조합의 현장조사를 제지했다. 공사현장 노동자를 현장 밖으로 내보낸 후 증거를 없애고 사고현장을 감추기에만 급급하다""글로벌 기업이 벌이는 공사현장이라고 믿기 어렵다" (노조원 들이 기자회견을 통해 증언한 내용)

이들은 사람이 죽어도 공사를 계속하는 노동문화를 꼬집었다. 이들이 5개월 전인 이날 요구한 것은 ▲구체적인 재발방지대책 수립 ▲산업안전보건법 준수 ▲특별근로감독 실시 등 기본적인 것이었다. 

하지만 특별근로감독은 없었다. 고용노동부 천안지청은 현장조사를 통해 추락방지 시설 등이 미비한 사실을 밝혀냈으나 '안전진단명령'을 내리는 데 그쳤다. 민주노총충남지역본부는 "사망사고가 나도 원청업체에 솜방망이 처벌을 내리는 관행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 2012년 11월 2일 현대제철 서당교 공사현장에서 일하던 한 노동자(53)가 교량 직업발판 설치 중 발판 붕괴로 바다에 떨어져 사망했다. 노조측은 작업시 구명조끼만 입었어도 목숨을 잃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 심규상

"사람 죽어도 공사 계속하더니...추가사망 막을 수도 있었다"

그로부터 5개월여 만에 안전사고로 또 5명이 사망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충남지부 관계자는 "당시 특별근로감독을 통해 원청업체에 무거운 책임을 내렸어도 추가 사망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10일 정치권은 애도 표명에 이어 현대제철과 관계당국의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새누리당은 "정부는 안전사고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철저한 예방조치를 강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민주당은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을 개정해 유해위험사업의 사내하도급을 원칙적으로 금지시키고, 예외적인 경우에도 원청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 옳은 얘기다. 그런데도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 것은 산재사망사고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라는 데 있다. 정부와 정치권은 매번 처방전만 남발할 뿐 이를 치료할 알약하나 변변히 내놓지 않고 있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업재해 사상자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유족들은 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원청인 현대제철 측의 사과와 책임 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주목해 봐야할 대목이 또 있다. 노동계의 요구사항이다. 노동계는 안정성 담보 때까지 모든 작업을 중단할 것과 철저한 진상규명, 특별근로감독을 요구하고 있다. 5개월 전 주장을 다시 되풀이하고 있다는 얘기다.

심규상(djsim)

2013년 5월 11일 토요일

5명이나 숨진 참사…'슈퍼갑' 현대제철 '모르쇠' 일관


이글은 노컷뉴스 2013-05-10일자 기사 '5명이나 숨진 참사…'슈퍼갑' 현대제철 '모르쇠' 일관'을 퍼왔습니다.
대국민 사과와는 다른 모습…노동계 "원청사 책임·고용주 처벌 관련법 정비 시급"

"엄밀하게 보면 협력업체 소속 직원들이기 때문에 해당 업체가 절차를 진행할 거고..."

사고 이후 대응방안을 묻는 기자에게 현대제철 관계자가 꺼낸 첫마디다. 10일 당진 현대제철에서 일하던 5명의 근로자가 숨졌지만 여전히 '남의 일'로 바라보는 현대제철에 대한 비난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 유족 사과보다 앞선 '대국민 사과'

"망자에 대한 예우가 먼저 아닙니까. 정작 우리에게는 모습도 보이지 않더니..."

사고 이후 현대제철은 본사 차원의 '대국민 사과'를 발표했다. 오전 중에 발 빠르게 이뤄진 조치였다.

하지만 현대제철 간부들이 합동 분향소에 모습을 드러낸 건 사고 발생 17시간이 지난 오후 7시 30분쯤이다

한 유가족은 "여론에 떠밀려서 마지못해 온 것"이라며 "우리는 사고 경위도 언론을 통해서야 알았다. 안전불감증으로 죽었다고 하더라. 어떤 일이 있었는지 설명하기도 전에 죽은 사람들만 잘못한 것처럼 책임 떠넘기기부터 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엄밀하게 보면 협력업체 일'이라는 현대제철의 태도가 여실히 드러났다는 것. 현대제철이 꺼낸 사과의 '진정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다.

◈ '말끝마다 협력업체'가 만든 참사

내부 사고에 대한 현대제철의 '강 건너 불구경'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민주노총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이후 현대제철에서 감전·추락 등 재해사고로 숨지거나 의식불명에 빠진 근로자는 7명에 달한다. 

지난 3월 과로사로 숨진 김 모(53) 씨의 경우 공기 단축을 이유로 한 달 동안 82시간의 연장 근무를 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바로 '현대제철이 시킨 일을 하다 숨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 외주 또는 협력업체 소속이라는 이유로 이들에 대한 사후 대책은 마련되지 않았다. 근로자 5명 사망이라는 이번 참사와도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노동계는 오는 13일 기자회견과 대규모 집회 등을 통해 더 이상 현대제철의 '모르쇠'를 지나치지 않겠다는 계획이다.

유희종 민주노총 충남본부 노동안전위원회 위원장은 "원청사인 현대제철은 물론, 이를 사실상 방치해온 고용노동부 역시 책임이 가볍지 않다"며 "대기업의 책임 회피를 막고 고용주를 실질적으로 처벌할 수 있는 관련법 정비가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대전CBS 김정남 기자

2013년 5월 10일 금요일

현대제철 용광로서 하청업체 노동자 5명 질식사


이글은 뷰스앤뉴스(Views&News) 2013-05-10일자 기사 '현대제철 용광로서 하청업체 노동자 5명 질식사'를 퍼왔습니다.

아르곤 가스 누출도 대형참사 발생


당진 현대제철에서 전로(용광로) 안에서 작업 중이던 근로자 5명이 산소 부족으로 질식해 숨졌다.

10일 오전 2시 25분께 충남 당진시 송악읍 고대리 현대제철에서 협력업체인 한국내화 소속 근로자 남모(25)씨 등 5명이 작업 도중 숨졌다.

이들은 지름 5m, 깊이 8m의 전로 안에서 건설 공사를 마무리하는 작업을 하던 중 아르곤 가스가 누출되며 산소 부족으로 사고를 당했다. 아르곤 가스는 시운전 직전에 주입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르곤 가스 자체는 인체에 크게 유해하지 않지만 공기보다 무거워 바닥으로 가라앉으며 산소 농도가 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아르곤은 공기 중 산소 다음으로 많이 존재하는 원소로, 밀폐된 공간에 갇혀 있지 않으면 문제가 없어 2차 피해 우려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로 공정은 고로에서 만들어진 쇳물에서 불순물을 제거하는 과정이다. 이날 근로자들은 열흘에 걸쳐 전로 건설을 마치고 마무리 작업을 해왔다고 현대제철은 전했다.

공정상 철강 제련 등에 쓰이는 아르곤 가스는 전로를 시운전할 때 주입하게 되는데, 애초 건설을 마치고 이날 오후 시운전할 예정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현대제철의 한 관계자는 "근로자들이 왜 시운전을 하기 전에 아르곤 가스를 주입하게 됐는지 원인을 조사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노동청, 가스안전공사 등 관계기관 80여명을 투입해 감식에 나서는 등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