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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5월 8일 화요일

이해 못할 MB 대북외교는 무기구매 때문?


이글은 시사인 2012-05-08일자 기사 '이해 못할 MB 대북외교는 무기구매 때문?'을 퍼왔습니다.
왜 이명박 대통령은 남북대화를 막판에 틀어버리는 발언을 할까. 미국은 한국에 무기 수출을 대폭 늘리는 전략을 세웠다. 천안함ㆍ연평도 사건 뒤 이 대통령 방미를 계기로 한국은 14조원의 무기 도입 협약을 맺었다

남북관계의 중요한 대목마다 이명박 대통령이 등장해 ‘부정적’인 역할을 하는 모습은 지난 4년간 여러 차례 나타났다. 그동안은 본인이 측근을 시켜 북한 측과 막후 접촉을 하게 해놓고는 뭔가 되려고 하면 이를 무산시키는 말을 하거나 조처를 취하는 등의 이해하기 어려운 모습을 자주 보였다. 2009년 10월 싱가포르 비밀 접촉 이후의 일처리 과정이나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초까지 전개됐던 류우익 장관의 대북 접촉 과정에서도 그러했다. 추측건대, 한편으로는 남북관계 개선을 바라는 국민의 시선을 의식해 뭔가 하는 척하면서, 실제로 뭔가 이루어지려 하면 방향을 트는 말이나 행동을 해왔다는 의심을 살 만한 모습을 보여온 것이다. 결국 대통령의 본심은 남북관계 개선보다는 긴장 국면을 적정 수준에서 조절하고자 해온 게 아닌가 하는 것이 지금까지 관찰한 모습이다.

그런데 북한의 4·15 행사 뒤 일련의 대북 발언은 여기에 머무르지 않고 몇 걸음 더 나갔다. 위성 발사 실패로 북한이 내부적으로 낭패감과 함께 국제적으로도 궁지에 몰려 독이 올라 있으리라는 것을 모를 리 없을 텐데, 마치 작심한 듯 북쪽을 자극하는 발언을 의도적으로 계속해 긴장의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분단의 평화적 관리를 최대 의무 중 하나로 여겨온 역대 대통령들에게서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모습이다. 그의 행태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Reuter=Newsis 4월20일 평양에서 이명박 정부를 규탄하는 대규모 군민(軍民) 대회가 열렸다.

일단 해외의 관점을 빌려보자. 바로 중국의 시각이다. 지난 3월21일 와 현대경제연구원이 주최한 ‘북한경제 글로벌 포럼’에서 중국 칭화 대학 현대국제관계연구원 류장융(劉江永) 부원장의 발표문(‘동북아 정세 시나리오 플래닝:김정은 권력승계 이후의 한반도 정세’)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물론 류 부원장 논문이 이명박 대통령 행태를 직접 분석한 것은 아니다. 2009년 이후 미국 오바마 대통령의 한반도 정책 결정 요인을 주로 분석한 것이다. 


관계 개선이 아니라 긴장 관리?

그에 따르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은 국내의 금융 및 재정 위기로 인해 군수산업의 생산 라인을 유지하기 힘들게 되자 한반도 등 지역 긴장을 활용해 대대적으로 무기를 수출해왔다. 특히 2011년 전략적 핵심을 다시 아태 지역으로 옮기는 한편 국방비는 대폭 감축하는 계획을 수립한 이래 미국 국방부가구매하지 못하는 미제 무기를 한국을 비롯한 아태 지역 동맹국들이 대신 사줘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되었다.

결국 오바마 대통령의 대북 정책 목표 역시 이런 미국 상황에 맞춰 움직일 수밖에 없었는데, 그 하나는 한반도 긴장을 이용해 한국에 미제 무기를 파는 것이고 또 하나는 북한의 핵실험 방지라는, 상호 모순되는 목표 추구로 나타났다. 이는 시계열적으로 무기 판매 목표를 달성한 이후에야 북한의 핵실험 방지를 위한 대북 접촉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의 분석을 한반도 상황에 대입해보면 우선 2008년 오바마 정권 등장 이후 미제 무기 도입량이 급증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천안함 사건 및 연평도 폭격 사건이 발생한 뒤인 2011년 10월 이 대통령 방미를 계기로 미국 1년 군수물품 수출액의 30%에 해당하는 약 14조원(약 124억 달러) 규모의 무기 도입 협약이 체결됐다. 오바마가 북한 측과 2·29 합의에 나선 것은 바로 한국과 무기 도입 협약을 맺은 직후였던 것이다.


ⓒ록히드마틴 제공 이명박 정부가 도입하려는 F-35 전투기.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으로서는 입장이 곤란해졌다. 임기 1년을 앞둔 대통령이 14조원이라는 천문학적 돈을 들여 구입하려는 미제 무기를 둘러싸고 온갖 추문이 벌어질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14조원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F-35 전투기는 정작 미국 국방부로부터는 예산 부족을 이유로 퇴짜 맞은 기종일 뿐 아니라 성능과 가격을 둘러싸고 온갖 시비가 일고 있다. 같이 도입하기로 한 대형 공격 헬기나 아파치 헬기 등도 대당 가격이 훨씬 높아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더구나 정치권 일각에서는 14조원에 대한 1~3%의 커미션만 따져도 엄청날 것이라는 얘기도 흘러나와 무기 거래 스캔들로 비화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4·11 총선 이후 몸집이 커진 야당이 이를 그냥 넘어간다면 그 자체가 이상한 일일 것이다. 

류 부원장은 앞으로 한반도 정세 예측에서 타이완 해협과 마찬가지로 미국의 군산복합체 발전 모델을 중요 변수로 놓고 보아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는데, 그 내용 중에는 무기 판매에 유리한 국면을 조성하기 위해 미국이 의도적으로 긴장을 조성할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즉 한국이 미국 무기 수입을 감축하려 할 경우 미국은 북한과의 핵 협상을 까다롭게 하거나 한국 정부로 하여금 대북 강경 정책을 채택하도록 조정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 얘기는 곧 미국의 대한 무기 판매 문제와 한반도 긴장이 함수관계로 맞물릴 가능성을 지적한 것이다.

이런 시각에서 보자면 대외적으로 평화를 지향한다는 한국 정부 또는 대통령이 의도적으로 긴장 유발 행위를 지속적으로 할 경우 그 배경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이런 맥락에서 최근 이명박 대통령의 의도적 대북 발언이 발등의 불로 떨어진 14조원대 무기 구매 문제와 모종의 함수관계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류 부원장의 발표문에서 앞으로 한반도 정세와 관련해, 미국의 군산복합체 발전 모델과 더불어 주목해야 할 북한 측 요인이 바로 선군(先軍)정치이다. 미국 군산복합체 모델에 입각한 대남 압박과 북한의 선군정치가 맞물리면 남북의 긴장 완화가 어렵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인 셈이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번 4·15 행사 과정을 통해 북한 내에서 그동안 밀리는 추세였던 선군정치가 다시 한번 확고한 위상을 찾게 됐다. 


북의 선군사상과 맞물리면 강경 대결즉, 지난 4·15 행사 기간 북한은 김정일 위원장을 영원한 총비서와 영원한 국방위원장으로 우상화했는데, 이는 영원한 국가주석이라 했던 김일성 주석보다 실질적으로는 한 걸음 더 나아간 조처인 셈이다. 이로써 김일성 주석으로 상징되는 주체사상보다 김정일 위원장으로 대표되는 선군사상이 북한을 실질적으로 이끄는 지도이념이 되었고, 동시에 선군사상을 앞세운 군부의 기득권이 확고해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번에 김정일 위원장의 우상화 과정을 보면 김 위원장 본인은 오히려 자신을 우상화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남겼음에도, 군부가 자신들의 기득권 방어를 위해 밀어붙인 혐의가 짙다고 한다. 국내에서는 장성택의 측근으로 알려진 최룡해가 인민군 총정치국장에 오른 것을 두고 당의 우위가 관철됐다고 분석하기도 했는데, 원래 총정치국장은 당에서 맡는 자리인 만큼 이것만 가지고 당·군 관계 변화를 말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오히려 선군사상을 앞세운 군부 기득권이 강화돼 핵·미사일 개발 따위 선군 경제 영역에 대한 자원 배분이 우선 이뤄지게 됨으로써 당의 개혁개방 입지가 축소될 가능성까지 지적된다. 아울러 미국 군산복합체의 대남 무기 구매 압력과 맞물릴 경우 자칫하면 남과 북의 ‘강 대 강’ 대결 구도가 구조화될 우려도 존재한다.

남문희 기자 | bulgot@sisain.co.kr 

2011년 12월 20일 화요일

북 체제 안정 역량, 생각 이상으로 높다


이글은 프레시안 2011-12-20일자 기사 '북 체제 안정 역량, 생각 이상으로 높다'를 퍼왔습니다.
[김민웅 칼럼] 조문 정국으로 전환이 필요하다

이틀간의 시간 동안 북이 보여준 것

북한의 체제 생존력은 일단 생각 이상으로 높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과 관련한정보를 전 세계 어느 나라도 알 수 없게 완벽하게 관리한 점은 북의 체제 방어 수준이 만만치 않음을 증명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무엇보다도 북의 내부를 향한 외부의 개입 여지가 전혀 없다는 것을 과시한 셈이기도 하다.

북으로서는 김정일 위원장의 급서가 주는 충격과 위기를 관리하고 차기 체제를 조속하게 안정시키는 일 외의 중대사는 지금 없다. 여차하면 북한 붕괴론이 나오는 상황에서 이런 대응은 체제적 필연성을 가진다.

더군다나 김정일 위원장의 죽음에 대한 애도 못지않게 김정은 체제의 안정을 입증해 보이지 못하면, 북한 주민들이 겪을 혼란과 위기감은 통제 불가능의 상태가 된다. 그런 점에서 북의 체제 방어 시스템이 이틀에 걸쳐 이를 해결했다고 판단하고 사망 정보를 공개한 것이라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런 차원에서 볼 때 이명박 정권의 대북 정보 파악 역량에 대한 질타가 터져 나오고 있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의미하다. 이명박 정권만이 아니라 미국도 북의 체제 방어력과 정보관리의 벽을 뚫고 들어가지 못했다. 여기서 중요하게 봐야 할 대목은 김정일 이후의 북이 자신을 철저하게 방어하고 정권 교체 동요기에 외부의 개입 가능성을 치밀하게 차단하는 작업을 완료했다는 점이다. 이걸 제대로 보지 못할 경우, 북의 김정일 이후 체제에 대한 전망은 오판에 기초할 수 있다.

순직한 지도자의 이미지

뿐만 아니라, 김일성 주석의 경우 남북관계를 재정비하는 작업에 몰두하다가 유명을 달리하고 김정일 위원장의 경우에는 북한 주민들의 삶을 개선하기 위한 현지 지도에 골몰하다가 세상을 떴다는 대목은 북한 주민들에게 김정은 체제로 넘어가는 3대 세습의 정서적 정당성을 부여해준다. 조국과 민족을 위해 헌신하다가 순직한 지도자라는 이미지는 대를 이어 계승되고, 그에 따라 김정은 체제는 북한 주민들로부터 정치적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조건을 얻은 것이다.

이 두 가지 면모, 즉 (1) 위기의 조건에서 작동한 체제 방어력의 수준과 (2) 지도자에 대한 북한 주민들의 결집도는 북한의 장래에 대한 섣부른 부정적 예상이나 평가를 하기 어렵게 만든다. 그렇지 않아도 북은 김일성 주석 사후 체제 위기를 관리한 경험과 경제적 곤경을 헤쳐 온 역사가 있기 때문에 이번의 경우 그 학습효과가 가동할 수 있는 기반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덧붙여,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상태 악화와 김정은 후계 지목이 겹쳐서 진행되었다는 점은 만일의 유고사태에 대비하는 내부의 시스템 작동 준비가 상당 정도 정비되어 있었음을 말해주는 것이라고 볼 필요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남쪽에서 생각하듯이 핵심적 지도자의 사망으로 인한 어떤 정치적 혼란이나 군사적 동요란 적어도 체제적 차원에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물론 김정일 위원장의 예기치 않은 사망은 북 내부에 엄청난 충격과 위기감을 조성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바로 이러한 때를 위해 그토록 주변 열강들과의 외교적 관계를 다져놓고 후계구도를 확정했던 김정일 위원장에 대한 존경심이 더더욱 우러나올 수도 있는 상황이 되었다. 비상관리체제와 계승 시스템을 김정일 위원장이 정치적 유산으로 남겨놓았다고 본다면, 북의 생존력은 결코 불안정하지 않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 김정은이 지난해 10월 노동절 행사 당시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 옆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AP=연합

준비된 후계체제와 유리한 주변 환경

또한 김정일 이후의 북은 김정은 하나의 주도 아래 모든 것을 풀어나가는 방식이 아니라, 체제의 방어와 생존을 위해 그를 중심으로 일치단결하는 방식을 선택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빠른 속도로 안정될 수 있다. 주변 환경도 좋은 편이다. 중국의 대북 정책은 북의 체제 생존력에 기본 조건이다.

김정일 위원장이 중국과 러시아를 교차 방문하면서 후계체제의 안정화 전략을 구사하고, 사망 직전 미국과의 관계개선의 의지도 진전시켜나간 것은 모두 자신의 부재 이후를 염두에 둔 포석이라고 할 수 있다. 북의 지배 엘리트 들 역시 김정일 위원장이 마련해놓은 기반을 다지는 것 외의 생존전략은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김정은 체제의 공고화에 진력을 다할 것이며 "선군정치"의 최대 수혜자인 군 역시 이런 방향으로 힘을 쏟을 것이다.

김정은이 너무 어린 나이라고 하지만, 3대에 걸친 혁명 가계의 적통이라는 자의식과 짧은 시간의 훈련이지만 최고 지도자 과정을 밟았고 젊은 시절 김일성 주석의 이미지와 혼재되어 있는 면모는 그의 지도력에 일정한 카리스마를 부여하게 되어 있다. 할아버지가 항일 독립투쟁의 경륜을 가지고 있고 아버지는 대미 관계와 경제위기를 관리하고 돌파하기 위한 역량을 보였다면, 김정은의 경우는 세기적 격변기에 강성대국 내지 강성국가의 진로를 구체화하는 과제를 받은 셈이다.

그가 성공할지 아니면 실패하고 말지는 아직 아무도 알 수 없다. 그러나 자신을 보는 시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그로서는 생각보다 신중하면서도 결단력 있는 모습을 보일 수 있다. 그것이 그의 나이와 경력의 부족함을 극복할 수 있는 길이라는 것을 모를 수 없고, 또 권력의 핵심 주체 세력도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할 것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김정은 체제는 견고하게 다져진 아버지의 정치적 유산을 상속받을 뿐만 아니라, 내부의 강력한 지지와 외부의 지원을 받는 입지조건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북에게 있어서 이것 외의 대안은 없고 중국과 러시아 역시 마찬가지 아닌가. 일본도 이미 예상대로 북에 대한 조의표시를 했고 대북 접근의 밀도를 높이려 들고 있다.

조문 정국으로의 전환

따라서 김정일 위원장 이후 대북 정책에서 반드시 피해야 할 것은, 김정일 사망에 대한 기본적인 조의의 예를 갖추지 않는다거나 북의 체제 생존력을 가볍게 본다든지 김정은 체제를 우습게 보는 일 따위다. 만일 그렇게 해버린다면, 그것은 북 체제 내부에 긴장을 불러일으켜 한반도의 평화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향후 대북관계 개선의 통로를 스스로 차단해버리는 결과를 가져올 것은 뻔하다.

그렇다면 이제 무엇을 해야 하는가? 우선 조의 내지 조문 정국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물론 그렇다고 이명박 정권의 문제가 이로써 덮어진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한-미 FTA문제가 망각된다고 여기는 것 역시 착각이다. 잠시 우선순위가 바뀌어 일차적으로 해결해야 할 일이 생겼기 때문이다.

북은 외국의 조문사절을 받지 않는다고 했지 같은 민족의 조문까지 거부한 것이 아니다. 게다가 중국의 후진타오가 영결식 참석을 하겠다고 했으니 조문사절 논란은 동양적 예로 볼 때 일단 "굳이 오시지 않아도 괜찮습니다"라고 말한 정도이다. 그게 조의 표시마저 거부하거나 조문의지를 밝히는 것까지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충격에 빠져 있는 북한 주민들의 마음을 우리가 진정 위로하고 한반도 평화의 내일을 위해 필요한 자세를 취하고 있음을 북에 분명하게 표시하는 일이다. '문상정치'라는 말도 있고 '조문외교'라는 말도 있다. 통 크게 그런 각도로 북의 상황을 대하는 노력과 모습을 보인다면, 이제까지의 여러 복잡한 감정과 정책의 모순이 일거에까지는 아니더라도 상당한 정도로 풀려나갈 수 있다.

동양의 역사에서 조문이란...

김일성 주석의 죽음을 아버지의 죽음으로, 다시 세대가 바뀌어 김정일 위원장의 죽음을 또한 아버지의 죽음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북한의 현실에서 매우 현명하게 처신할 일이다. 상대는 의외로 강력한 체제 생존력을 가지고 있으며, 불안정한 요소가 있다 해도 적지 않은 기간 동안 북의 현실을 장악하면서 한반도의 장래를 결정해나가는 주체의 하나다. 그런 상대를 외면하고 무시해버린다면, 그건 한반도의 평화체제 수립에 역행하는 처사가 된다.

이제 곧 오바마 행정부도 북에 대해 조의를 표시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지 않으면 새로운 국면에 처한 북한과의 대화통로를 복구하는 일에 지체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건 대 중국 전략에 있어서도 유리한 선택이 아니다.

여기저기서 잇달아 이명박 정부의 공식적인 조의 표시를 요구하고 있다. 북은 예의주시할 것이다. 그리고 기억할 것이다.

동양의 역사에서는 적장이 죽어도 조문은 가는 법이다. 아니면 조의 정도라도 표한다. 이명박 정권은 그 의미를 혹여 부정하고 싶어도 하물며, 고(故) 김대중 대통령과 손을 잡고 한반도의 평화를 이룩하자고 했던 북의 지도자다. 노벨 평화상의 사실상 한 쪽 당사자다.

그렇다면 북의 핵은 뭐냐고 할지 모르지만, 미국의 대북 압박정책에 대한 대응과정의 산물 아니던가? 대북압박 내지 적대시 정책의 포기와 북한의 핵전략 포기는 서로 동전의 양면처럼 맞물려 있는 사안이다. 긴장을 완화하고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방향으로 나가면, 모두에게 좋은 일이 되는 법이다.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더 길게 말하지 않아도 답이 나오지 않는가?



/김민웅 성공회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