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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9월 26일 수요일

“천안함 사건 해역서 기뢰폭발” 첫 증언 나왔다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9-26일자 기사 '“천안함 사건 해역서 기뢰폭발” 첫 증언 나왔다'를 퍼왔습니다.

2010년 4월24일 인양되는 천안함. 뱃머리가 바지선에 안착되고 있다. 자료사진

군 무기개발 관계자 “기뢰 부설직후 폭발, 이후 3~4차례 더 폭발”
백령도 주민 “수심 7~15m서 기뢰 목격, 폭발 흔적도 직접 확인”

2010년 9월 천안함 민군 합동조사단은 기뢰가 폭발할 가능성이 없다며 천안함 침몰에서 그 가능성을 배제한 최종 보고서를 내놓았다. 그로부터 2년 뒤 백령도에 미군의 폭뢰(MK-6)를 개조한 육상조종기뢰를 부설할 79년 당시와 그 직후 적어도 3~4차례의 자연폭발이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 작업에 관여했던 관계자의 증언이다. 이 증언에 대해 백령도 주민은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해삼 채취 등 작업 중에 폭발에 의한 흔적도 발견했다고 밝혀 그 사실을 뒷받침했다. 이 주민은 또한 기뢰를 목격했다고 말해 아직도 기뢰가 있음을 분명히 했다. 지난 2010년 천안함 사건 당시에도 이곳에 100여발의 기뢰가 수거되지 않은채 남아 있을 것이라는 증언은 있었다. 그러나 이 기뢰가 폭발한 적이 있으며, 기뢰를 목격했다는 증언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전기공학을 전공하고 마그네틱 센서를 이용한 뇌관 등 군의 무기개발에 참여한 바 있는 이 관계자는 “79년 9월쯤 기뢰 부설 직후 백령도 천안함 사건 인근 해역인 연화리 앞바다에서 기뢰가 폭발해 원인을 조사했으나 밝혀내진 못했다”면서 “당시 인근 진천리에서도 땅이 크게 흔들릴 정도였으며, 사건 현장의 군인들은 50m 정도의 물기둥을 봤다”고 말한 것으로 전했다. 그 이후에도 두세차례의 폭발 사고가 발생해 기뢰 설치 작업에 참여했던 기술자가 현장을 방문한 바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철제 삼각지지대에 설치된 육상조종기뢰의 모습. 출처: 민군 합동조사단 조사결과 보고서 90쪽

육상조종기뢰의 구조 및 제원. 출처: 민군 합동조사단 조사결과 보고서 90쪽

합조단은 기뢰가 부설된지 30년이 지나 자연 기폭될 가능성이 없고, 전기뇌관을 기폭시킬만한 전기도 발생할 수 없다며 기뢰의 폭발 가능성을 배제한 바 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이 육상조종기뢰는 방수통과 섬유강화복합재(FRP)로 해수에 의한 부식을 막도록 설계했으며, 전기 뇌관(미군의 M6)을 장착하기 전 시험테스트 과정에서 전류를 측정하려고 계측기를 작동하자 뇌관이 터질 정도로 민감하게 반응했다”고 말해 폭발 가능성은 상존한다고 강조했다.또한 20년 이상 잠수조업을 해 온 백령도의 한 주민은 “잠수 조업 어민들 가운데 기뢰를 본 사람이 있으며 나도 봤는데 수심 7~15m 정도 되지 않나 생각한다”면서 “또한 물 속에 들어가 보면 바위가 깨진 흔적들이 있는데 폭발로 인해 생긴 것이지 자연적으로 생성된 게 아니다”라고 덧붙였다.이 주민은 “서북쪽 연화1리 지역(심청이 빠져죽었다는 인당수가 있는 곳)은 물살이 세고 뻘밭이라 시계가 나빠 잠수 조업을 못하고 연화 3리, 가을리와 북쪽의 사항포 등에서 해삼 채취등 잠수조업을 한다”면서 “ 기뢰를 보니 위험한데다 부식된 전선들이 얽혀 있어 해삼 채취에 지장이 많아서 신고를 여러차례 했는데 현지 부대에서도 여건이 안되니 조처를 취하지 못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육상조종기뢰 설치지역. 출처:민군 합동조사단 조사결과 보고서 89쪽

그는 “2008년인가 기뢰제거 작업이 있었던 것으로 아는데 완전히 제거가 안돼 그 뒤에도 공포감이 남아 있어 천암함 사건 얼마 전에도 기뢰를 제거해 줄 것을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지금도 어민들은 위험한 상황에 있다”고 강조했다.기뢰가 백령도 천안함 사건 해역에 분명히 존재하며 폭발할 수 있다는 이런 증언은 합조단의 결론과 배치된다. 뿐만 아니라 앞서 김소구 한국지진연구소장이 저명한 국제학술지인 에 발표한 논문에서 수중폭발의 지진파 분석을 바탕으로 제시한 천안함 침몰이 기뢰에 의한 것일 수 있다는 내용(본지 8월27일치 1면, 6면)을 뒷받침하는 것이다. 이에 앞서 2010년 6월 천안함 사건 현장 조사에 참여한 러시아 조사단도 천안함 스크류 동축에 걸려 있는 그물 등을 근거로 천안함이 수심이 낮은 곳에 들어가 해저의 기뢰를 끌어올려 폭발했을 가능성을 담은 보고서를 낸 바 있다. 재미학자로 대잠수함 전문가인 안수명 박사가 미 정보자유법에 의거하여 입수한 합조단 미국쪽 수석대표인 토머스 에클스 제독의 보고서에서도 기뢰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근거를 잃어가고 있는 기뢰 폭발을 부정한 합조단의 판단

합조단은 기뢰폭발을 배제하는 판단을 내리기까지 나름대로 상당한 조사와 실험, 토론 등을 거쳤다. 예컨대 최종 보고서를 보면 국방과학연구소 폭발물 전문가와 육상조종기뢰 설치 당시의 기술자가 참여한 토론, 기뢰에 연결된 도전선이 바닷물 속에서 전기를 발생시키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실험, 뇌관폭발 가능성에 대한 한국화약의 견해 등등이 언급되고 있다. 그러나 합조단이 얼마나 철저한 조사와 검증을 거쳐 기뢰를 배제했는지에 대해선 심각한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그 이후 수중폭발에 의한 지진파 등 새로운 과학적 분석과 검증 그리고 이번과 같은 새로운 증언들이 그 판단의 근거가 잘못됐음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우선 폭발 수심의 문제다. 합조단은 시종일관 천안함이 침몰한 47m의 깊은 수심에서는 선체를 절단시킬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지난 7월9일 사건 당일 당직 장교인 박연수 작전관(대위)은 천안함 사건관련 공판에서 천안함의 측심기에 표시된 수심은 20m였다고 증언했다. 게다가 2010년 3월27일 당시 국회 국방위에서 이기식 합참 정보작전처장은‘사고지점은 수심 24m’라고 보고했고, 29일 국방부 일일브리핑에도 24m, 30일 해양경찰청 보고에는 25m로 돼 있었다. 해도를 보면 이 지역의 수심이 들쑥날쑥한 것은 상식인데 합조단은 천안함의 항적도 공개를 거부하면서 47m만을 고집하고 있다. 초계함의 흘수(배가 물위에 떠 있을때 물에 잠겨 있는 부분)가 3m이고 운항중 부침을 감안하면 천안함이 흘러 다니던 기뢰를 끌어올릴 수 있는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또 합조단은 육상으로 연결된 전원 공급용 도전선 등 기뢰의 무게를 말한다. 해저에 삼각지지대로 고정돼 있고 이를 포함한 기뢰 전체의 무게가 200㎏이니 사건 발생해역까지 이동할 가능성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해양연구원 산하 해양시스템 안전연구소의 이판묵 박사는 이미 당시“바닥기뢰의 경우 해류등에 의해 흘러다닐 수 있다”고 말했다. 이 해역은 물살이 가장 센 곳이다. 게다가 부력을 감안하면 절반이상 가벼워진다. 합조단은 기뢰와 연결된 도전선이 10m 기준으로 6㎏이기 때문에 스크류에 감길 수 없다고도 말한다. 그러나 기뢰설치에 관여한 핵심 관계자나 현지 어민들은 그곳에는 도전선만 있는 게 아니라 로프와 그물, 어구 등이 서로 얽혀있다고 했다. 기뢰를 설치할 당시 위치를 표시하기 위해 부표를 설치했으며, 이 부표와 기뢰를 연결하는 로프가 해류의 영향등으로 수심보다 훨씬 긴 60m 정도에 이르기도 했다는 것이다.

천안함 인양작업이 계속되는 가운데 12일 오전 백령도 연하리 해변에서 함미쪽 예인작업을 하고 있다.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두번째로 폭약량이 작다는 것이다. 심지어 최종보고서는“영국조사팀의 분석결과 (선체 절단을 위해선) 이 육상조종기뢰보다 20배의 폭약이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합조단이 시뮬레이션을 통해 천안함을 절단시킨 폭약규모라고 밝힌 250㎏의 10배 이상이 되는 것으로 서로 모순될 뿐만 아니라 시뮬레이션 결과가 합조단 내에서도 엄청나게 다르다는 걸 보여준다. 무엇보다도 김소구 한국지진연구소장이 이스라엘의 세계적인 수중폭발 전문가인 예핌 기터만 박사와 공동으로 국제학술지에 발표한 논문에 의하면 오히려 기뢰에 의한 수중폭발이 천안함을 침몰시켰을 것이라는 결과가 나오고 있다(본지 8월27일 1면,6면). 그에 따르면 관측된 버블주기는 0.990이며 수중폭발을 감안한 지진규모는 2.04다. 이를 시뮬레이션해 보면 수심 8m에서 폭약규모 136kg과 일치한다는 것이다. 국방부는 지난 8월29일 반박문에서 이 논문이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김 박사의 논문이 버블주기를 계산하면서 윌리스의 공식을 사용했다면서 이는 얕은 바다가 아닌 심해에서 쓰는 것이기에 잘못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비유적으로 말하면 누워서 침뱉기다. 왜냐하면 정작 그 심해에서 쓰는 윌리스 공식을 이용해 1.1 버블주기의 수중폭발이 있었으며 수심은 9m, 폭약규모는 250㎏이라고 밝힌 것은 김 박사의 논문이 아니라 합조단 보고서이기 때문이다. 김 박사는 논문에서 윌리스 공식은 심해에서 쓰는 것이기에 이를 다른 실험식들을 통해 수정하고 보완했다. 김 박사는 “국방부의 반박문을 보면 내 논문을 읽어보기나 했는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합조단 보고서와 국방부의 반박은 김 박사의 주장처럼 “합조단에는 지진파 분석 전문가, 해양지구물리학자, 버블동력학과 유체역학 등 기초과학 분야의 전문가들이 없다”는 걸 반증하고 있다.마지막으로 합조단의 ‘판단’은 기뢰가 바닷속에서 30년이 지났기에 자연 기폭될 가능성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이번 증언으로 설땅을 잃게 된 셈이다. 기뢰부설에 관여한 이 관계자의 증언은 기뢰의 자연폭발이 존재했으며, 해수부식을 막을 수 있도록 돼 있어 50년 이상이 지나도 터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1905년 러일 전쟁때 설치한 기뢰가 2005년에 폭발했다고 안수명 박사는 지적했다. 또 뇌관이 합조단이 주장하는 전압과 전류보다 훨씬 낮은 수준에서도 뇌관이 폭발했다는 것인데 이는 그가 실제로 경험한 일이다. 지진파 수중폭발뿐만 아니라 선박의 구조 설계에도 전문적인 지식이 있는 김소구 박사는 또 다른 가능성을 들고 있다. 그는 배에는 많은 전류가 있다면서 합조단의 무지를 지적한다.그 대표적인 게 선체 외판의 부식을 막기 위해 흘려 보내는 강압전류(ICCP) 장치다. 이는 기뢰의 뇌관을 폭발시키기에 충분하다는 것이다.문제는 간단하다. 백령도 인근 바다에는 아직도 기뢰가 많이 남아 있다. 현지 어민들은 위험하니 제거를 요구하고 있다. 방치해서는 안된다. 기뢰를 제거하고 그 기뢰로 실험을 해보는 것이다.

강태호기자 kankan1@hani.co.kr

[관련기사]

▷ 국제학술지 “천안함, 한국군 기뢰 폭발 가능성”

▷ “버블주기로 보니 TNT 136㎏ 수중폭발 추정…해군 기뢰와 일치” [관련 영상] 천안함 사건 5대 미스터리

http://www.youtube.com/watch?v=HF_ZtJXo19U&feature=player_embedded

2012년 6월 13일 수요일

[사설] 가당찮은 북의 이념논쟁 개입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6-12일자 사설 '[사설] 가당찮은 북의 이념논쟁 개입'을 퍼왔습니다.

북이 새누리당 대선후보들의 방북 때 행적을 공개할 수 있다며 우리 쪽 이념논쟁에 본격 뛰어들었다. 북의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는 그제 ‘종북세력 척결 광란으로 차례질 것은 조소와 수치밖에 없다’는 제목의 공개 질문장을 통해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 정몽준 의원,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언행을 공개할 뜻을 내비쳤다. 그 내용이 무엇인지는 차치하고라도, 체통을 잃어버린 결례이자 부질없는 짓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북의 의도는 몇 가지로 풀이할 수 있다. 우선 12월 대선 정국에 대한 개입이다. 조평통은 “종북 소동은 위기감을 조성해 선거 정국을 보수 재집권에 유리하게 몰아가기 위한 것”이라는 인식을 보였다. 하지만 북과 관련한 움직임은 최근 치러진 선거에서 오히려 역효과를 내고 있다. 1996년 15대 총선을 앞두고 벌인 북의 판문점 총격 사건이 북풍이 위력을 발휘한 마지막 선거일 것이다. 이때 총격 사건이 안보심리를 부추기면서 여당인 신한국당이 대승을 거뒀다. 김대중 정권 때인 2000년 4월 총선 직전의 6·15 남북정상회담 발표와 2010년 6월 지방선거에 앞서 서둘러 발표한 천안함 사건 조사는 의도와 반대의 결과를 낳았다.
우리 쪽의 종북논쟁을 물타기하고 여권이 더는 종북공세를 하지 못하도록 제동을 걸자는 뜻도 있을 것이다. 박 전 위원장이 “여러 곳을 참관하면서 친북 발언을 적지 않게 했다”거나 정 의원과 김 지사를 겨냥해 “방북 발언 모두 공개 시 남조선 사람들이 까무러칠 것”이라고 한 대목에서 그런 의도가 엿보인다. 또 일부러 우리 쪽의 반발을 부추겨 ‘적대적 공존관계’를 강화하자는 생각도 있을 수 있다. 취약한 3대 세습 체제를 공고하게 하는 게 당면과제인 북으로서는 우리 쪽과 대결 분위기를 조성하는 게 필요할지도 모른다.
이런 사정과 관계없이 북의 태도는 천박하고 가당찮다. 남북은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있으면서도 화해와 협력을 통해 궁극적으로 통일을 이뤄야 하는 특수관계이다. 이런 맥락에서 박 전 위원장을 비롯한 정치인들이 화해와 협력 차원에서 방북하면서 의전적인 차원에서 좋은 말도 하고 선물도 줬을 수 있다.
북이 이런 것까지 끄집어내어 공개니 뭐니 하면서 겁박하는 것은 선의를 악의로 갚는 하책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북은 이런 공세가 도리어 그들을 불신하게 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점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아울러 우리 쪽 당사자들도 무분별한 종북공세가 이런 개입의 빌미를 주지는 않았는지 되돌아보기 바란다.

2012년 5월 8일 화요일

이해 못할 MB 대북외교는 무기구매 때문?


이글은 시사인 2012-05-08일자 기사 '이해 못할 MB 대북외교는 무기구매 때문?'을 퍼왔습니다.
왜 이명박 대통령은 남북대화를 막판에 틀어버리는 발언을 할까. 미국은 한국에 무기 수출을 대폭 늘리는 전략을 세웠다. 천안함ㆍ연평도 사건 뒤 이 대통령 방미를 계기로 한국은 14조원의 무기 도입 협약을 맺었다

남북관계의 중요한 대목마다 이명박 대통령이 등장해 ‘부정적’인 역할을 하는 모습은 지난 4년간 여러 차례 나타났다. 그동안은 본인이 측근을 시켜 북한 측과 막후 접촉을 하게 해놓고는 뭔가 되려고 하면 이를 무산시키는 말을 하거나 조처를 취하는 등의 이해하기 어려운 모습을 자주 보였다. 2009년 10월 싱가포르 비밀 접촉 이후의 일처리 과정이나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초까지 전개됐던 류우익 장관의 대북 접촉 과정에서도 그러했다. 추측건대, 한편으로는 남북관계 개선을 바라는 국민의 시선을 의식해 뭔가 하는 척하면서, 실제로 뭔가 이루어지려 하면 방향을 트는 말이나 행동을 해왔다는 의심을 살 만한 모습을 보여온 것이다. 결국 대통령의 본심은 남북관계 개선보다는 긴장 국면을 적정 수준에서 조절하고자 해온 게 아닌가 하는 것이 지금까지 관찰한 모습이다.

그런데 북한의 4·15 행사 뒤 일련의 대북 발언은 여기에 머무르지 않고 몇 걸음 더 나갔다. 위성 발사 실패로 북한이 내부적으로 낭패감과 함께 국제적으로도 궁지에 몰려 독이 올라 있으리라는 것을 모를 리 없을 텐데, 마치 작심한 듯 북쪽을 자극하는 발언을 의도적으로 계속해 긴장의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분단의 평화적 관리를 최대 의무 중 하나로 여겨온 역대 대통령들에게서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모습이다. 그의 행태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Reuter=Newsis 4월20일 평양에서 이명박 정부를 규탄하는 대규모 군민(軍民) 대회가 열렸다.

일단 해외의 관점을 빌려보자. 바로 중국의 시각이다. 지난 3월21일 와 현대경제연구원이 주최한 ‘북한경제 글로벌 포럼’에서 중국 칭화 대학 현대국제관계연구원 류장융(劉江永) 부원장의 발표문(‘동북아 정세 시나리오 플래닝:김정은 권력승계 이후의 한반도 정세’)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물론 류 부원장 논문이 이명박 대통령 행태를 직접 분석한 것은 아니다. 2009년 이후 미국 오바마 대통령의 한반도 정책 결정 요인을 주로 분석한 것이다. 


관계 개선이 아니라 긴장 관리?

그에 따르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은 국내의 금융 및 재정 위기로 인해 군수산업의 생산 라인을 유지하기 힘들게 되자 한반도 등 지역 긴장을 활용해 대대적으로 무기를 수출해왔다. 특히 2011년 전략적 핵심을 다시 아태 지역으로 옮기는 한편 국방비는 대폭 감축하는 계획을 수립한 이래 미국 국방부가구매하지 못하는 미제 무기를 한국을 비롯한 아태 지역 동맹국들이 대신 사줘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되었다.

결국 오바마 대통령의 대북 정책 목표 역시 이런 미국 상황에 맞춰 움직일 수밖에 없었는데, 그 하나는 한반도 긴장을 이용해 한국에 미제 무기를 파는 것이고 또 하나는 북한의 핵실험 방지라는, 상호 모순되는 목표 추구로 나타났다. 이는 시계열적으로 무기 판매 목표를 달성한 이후에야 북한의 핵실험 방지를 위한 대북 접촉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의 분석을 한반도 상황에 대입해보면 우선 2008년 오바마 정권 등장 이후 미제 무기 도입량이 급증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천안함 사건 및 연평도 폭격 사건이 발생한 뒤인 2011년 10월 이 대통령 방미를 계기로 미국 1년 군수물품 수출액의 30%에 해당하는 약 14조원(약 124억 달러) 규모의 무기 도입 협약이 체결됐다. 오바마가 북한 측과 2·29 합의에 나선 것은 바로 한국과 무기 도입 협약을 맺은 직후였던 것이다.


ⓒ록히드마틴 제공 이명박 정부가 도입하려는 F-35 전투기.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으로서는 입장이 곤란해졌다. 임기 1년을 앞둔 대통령이 14조원이라는 천문학적 돈을 들여 구입하려는 미제 무기를 둘러싸고 온갖 추문이 벌어질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14조원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F-35 전투기는 정작 미국 국방부로부터는 예산 부족을 이유로 퇴짜 맞은 기종일 뿐 아니라 성능과 가격을 둘러싸고 온갖 시비가 일고 있다. 같이 도입하기로 한 대형 공격 헬기나 아파치 헬기 등도 대당 가격이 훨씬 높아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더구나 정치권 일각에서는 14조원에 대한 1~3%의 커미션만 따져도 엄청날 것이라는 얘기도 흘러나와 무기 거래 스캔들로 비화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4·11 총선 이후 몸집이 커진 야당이 이를 그냥 넘어간다면 그 자체가 이상한 일일 것이다. 

류 부원장은 앞으로 한반도 정세 예측에서 타이완 해협과 마찬가지로 미국의 군산복합체 발전 모델을 중요 변수로 놓고 보아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는데, 그 내용 중에는 무기 판매에 유리한 국면을 조성하기 위해 미국이 의도적으로 긴장을 조성할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즉 한국이 미국 무기 수입을 감축하려 할 경우 미국은 북한과의 핵 협상을 까다롭게 하거나 한국 정부로 하여금 대북 강경 정책을 채택하도록 조정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 얘기는 곧 미국의 대한 무기 판매 문제와 한반도 긴장이 함수관계로 맞물릴 가능성을 지적한 것이다.

이런 시각에서 보자면 대외적으로 평화를 지향한다는 한국 정부 또는 대통령이 의도적으로 긴장 유발 행위를 지속적으로 할 경우 그 배경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이런 맥락에서 최근 이명박 대통령의 의도적 대북 발언이 발등의 불로 떨어진 14조원대 무기 구매 문제와 모종의 함수관계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류 부원장의 발표문에서 앞으로 한반도 정세와 관련해, 미국의 군산복합체 발전 모델과 더불어 주목해야 할 북한 측 요인이 바로 선군(先軍)정치이다. 미국 군산복합체 모델에 입각한 대남 압박과 북한의 선군정치가 맞물리면 남북의 긴장 완화가 어렵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인 셈이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번 4·15 행사 과정을 통해 북한 내에서 그동안 밀리는 추세였던 선군정치가 다시 한번 확고한 위상을 찾게 됐다. 


북의 선군사상과 맞물리면 강경 대결즉, 지난 4·15 행사 기간 북한은 김정일 위원장을 영원한 총비서와 영원한 국방위원장으로 우상화했는데, 이는 영원한 국가주석이라 했던 김일성 주석보다 실질적으로는 한 걸음 더 나아간 조처인 셈이다. 이로써 김일성 주석으로 상징되는 주체사상보다 김정일 위원장으로 대표되는 선군사상이 북한을 실질적으로 이끄는 지도이념이 되었고, 동시에 선군사상을 앞세운 군부의 기득권이 확고해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번에 김정일 위원장의 우상화 과정을 보면 김 위원장 본인은 오히려 자신을 우상화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남겼음에도, 군부가 자신들의 기득권 방어를 위해 밀어붙인 혐의가 짙다고 한다. 국내에서는 장성택의 측근으로 알려진 최룡해가 인민군 총정치국장에 오른 것을 두고 당의 우위가 관철됐다고 분석하기도 했는데, 원래 총정치국장은 당에서 맡는 자리인 만큼 이것만 가지고 당·군 관계 변화를 말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오히려 선군사상을 앞세운 군부 기득권이 강화돼 핵·미사일 개발 따위 선군 경제 영역에 대한 자원 배분이 우선 이뤄지게 됨으로써 당의 개혁개방 입지가 축소될 가능성까지 지적된다. 아울러 미국 군산복합체의 대남 무기 구매 압력과 맞물릴 경우 자칫하면 남과 북의 ‘강 대 강’ 대결 구도가 구조화될 우려도 존재한다.

남문희 기자 | bulgot@sisa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