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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0월 2일 화요일

기자·PD가 ‘삼청교육대’ 불려가 브런치 만드는 기막힌 현실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10-02일자 기사 '기자·PD가 ‘삼청교육대’ 불려가 브런치 만드는 기막힌 현실'을 퍼왔습니다.
이명박 정부 들어 징계당한 언론인만 412명…“살아남은 조합원은 무한도전 김태호 PD뿐”

이근행 (뉴스타파) PD는 ‘청년’이다. 취재현장을 누비는 그의 심장이 뜨거워서다. 지난 20일 밤 서울 프레스센터 (뉴스타파) 편집실에서 만난 그는 밤샘 편집을 앞두고 쪽잠을 청한 뒤였다. 2년 전 이근행 PD는 MBC노조위원장이자 20년차 시사교양PD로 공영방송 수호를 위해 김재철 사장 퇴진을 위한 39일 총파업을 주도하다 해고됐다. 아무도 그에게 힘든 길을 가라 떠밀지 않았다. 그의 선택이었다. 그는 아직까지 MBC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 들어 이근행 PD처럼 돌아가야 할 현장으로 돌아가지 못한 언론인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프레스 프렌들리’라는 이름으로 자행된 정부의 언론탄압에 따른 파업이 곳곳에서 일어난 결과다. 전국언론노조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 들어 412명의 언론인이 편파보도와 ‘낙하산 사장’에 반대하는 행동에 나섰다가 징계를 받았다. 특히 올해 상반기에는 대한민국사 최초로 공영언론사의 연쇄파업이 일어나며 징계자 수가 늘었다. 

MBC, KBS, YTN, 연합뉴스 등 공영언론사는 정부가 임명한 ‘낙하산’ 사장에 의해 각종 보도통제와 제작 자율성 침해를 겪었다. 파업은 더 이상 자기검열 속에 불공정보도의 공범자가 되기를 거부하고자 했던 언론인의 노력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언론 4사 노조 모두 일차적 목표였던 김재철(MBC), 김인규(KBS), 배석규(YTN), 박정찬(연합뉴스)사장 퇴진에 실패했다. 이로 인해 업무복귀 이후에도 기자・PD의 상당수는 현장에 돌아가지 못했다.

▲ MBC에서 해직된 이근행 PD가 '뉴스타파' 카메라를 들고 지난 7월 30일 PD수첩 작가 해고 규탄 대회를 취재하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지금껏 경험하지 못했던 수모…살아남은 조합원은 (무한도전) 김태호 PD뿐 

지난 7월 17일 최장기파업(170일)을 끝내고 업무에 복귀한 MBC노조 조합원들은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한 ‘수모’에 시달리고 있다. 김재철 사장은 9월 말 현재까지 조합원 8명을 해고하고 219명을 징계했다. 하지만 징계가 끝이 아니었다. 지난 8월 18일 정직과 대기발령을 받은 기자․아나운서․시사교양PD 등 조합원 20명에겐 3개월 간 교육 명령이 내려졌다. 커리큘럼은 ‘브런치 만들기’, ‘요가 배우기’ 등 직무 연관성이 반영되지 않은 급조된 것들이었다. 

이정식 한국PD연합회장, 임대근 전 방송기자연합회장을 비롯해 김재철 사장 퇴진에 참가했던 김완태, 박경추 아나운서와 왕종명, 김수진 기자 등이 교육대상자가 돼 여의도 본사와 멀리 떨어진 잠실 아카데미에서 샌드위치 만드는 법을 배웠다. 얼마 뒤 후배 조합원들은 MBC노조 사무실에서 선배들이 만든 샌드위치를 먹으며 우습지만 웃을 수 없는 순간을 경험해야 했다. 

9월 들어선 교육대상자가 추가됐다. (MBC 스페셜) 이채훈 PD, (아프리카의 눈물) 한학수 PD를 비롯해 김경화, 최현정 아나운서 등이 ‘브런치 교육’에 합류했다. 지난 17일에는 정직 2개월이 풀린 조합원 17명 중 12명이 교육발령에 처해졌다. 현재 잠실 아카데미에는 모두 60명의 기자, PD, 아나운서, 엔지니어, 경영부분 조합원들이 보복성 교육을 받고 있다. 한학수 PD는 이곳을 일컬어 “김재철의 삼청교육대”라고 평했다. 

현장으로 돌아가지 못한 이들은 또 있다. 정년퇴임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최상일 민요전문 라디오PD는 업무 복귀 직후 용인드라미아개발단으로 발령받아 사극 세트장을 관리하게 됐다. (PD수첩)출신인 조능희 PD는 사회공헌실로, 송일준 PD와 오동운 PD는 각각 미래전략실과 신사옥건설국으로 전보조치 됐다. 권력비판적인 시사프로를 제작했던 PD들이 업무와 상관없는 비제작부서로 간 것을 두고 징계성 인사라는 비판이 나왔다. 

무엇보다 경영진의 탄압은 시사교양 PD들에게 집중됐다. 56여명의 시사교양 PD들 중 해고자가 3명, 정직 6명, 교육대상자가 10명이다. 비제작부서로 쫓겨난 PD들까지 합치면 시사교양PD들은 공중분해 상태다. 시사교양PD들은 이미 파업 기간 중 전체 인원의 30%가 대기발령을 받았고, 시사교양국이 시사제작국과 교양제작국으로 해체되며 갈 곳을 잃었다. 그 결과 (PD수첩)은 지난 1월 중순 이후 현재까지 8개월 째 결방 중이다. 

이밖에도 손정은, 문지애, 오상진 아나운서 등 파업에 참여했던 아나운서 대부분은 ‘괘씸죄’가 적용돼 현재까지 맡은 프로그램이 없는 상황이다. MBC 내부에서 현장으로 돌아간 조합원은 (무한도전)의 김태호 PD밖에 없다는 씁쓸한 농담이 나오는 이유다. 

각종 징계와 보복성 인사로 흩어진 현재 파업조합원들의 유일한 접점은 MBC노조 사무실이다. 3개월 교육대상자가 된 의 임명현 기자는 얼마 전 파업기간 중 해고당한 박성호 기자회장과의 만남을 다음과 같이 전했다. “노조 사무실에 잠시 들렸더니 박성호 선배가 반겼다. ‘오늘은 교육 끝났어? 어쩐 일이야?’ … 나는 어쩐지 답을 할 수가 없었다. 자꾸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취재현장을 못 뛰고 있어 얼마나 목이 마르냐고. 가슴으로 눈물을 삼켰다.”

해고된 선배 바라보며 “가슴으로 눈물을 삼킨다”

가장 격렬하고 길었던 파업이었던 만큼 MBC의 상처는 다른 언론사보다 크고 깊다. 하지만 파업 기간 중 해고당한 정영하 MBC노조위원장, 강지웅 사무처장, 이용마 홍보국장은 여전히 노조 활동을 이어가며 김재철 사장 퇴진투쟁에 앞장서고 있다. 함께 해고당한 최승호 PD와 박성제 기자, 박성호 기자회장은 후배들을 격려하며 싸움을 이어가는 버팀목이 되고 있다. 

MBC처럼 현장으로 돌아가지 못한 언론인들은 또 있다. 95일간 총파업에 나선 뒤 지난 6월 8일 현장에 복귀한 KBS새노조의 경우 사측이 133명의 조합원을 징계했다. 23년 만에 파업에 돌입했다가 파업 103일째였던 6월 25일 업무 복귀를 선언한 연합뉴스 노조의 경우도 경영진이 9명의 조합원을 징계했다. 복귀 이후 현장에 돌아갔지만 파업 전과 달라지지 않은 환경에 놓인 언론인들에겐 복귀가 새로운 싸움의 시작인 셈이다.

YTN노조는 2008년 공정방송투쟁이후 지금까지 6명의 기자가 해고되고 45명의 조합원이 징계를 받았다. 특히 2008년 10월 6일 해고된 기자 6명(노종면 현덕수 우장균 조승호 정유신 권석재)은 어느덧 해직 1400일을 넘겼다. 그 사이 노종면 기자는 언론노조 민주언론실천위원회 위원장을 맡았고, 트위터에서 ‘용가리통뼈뉴스’를 진행했으며, (뉴스타파) 앵커를 거쳐 지금은 YTN불법사찰진상조사특위를 맡고 있다. 현 정부 언론탄압의 상징인 그의 이력은 한국 언론사에 많은 굴곡을 함축하고 있다. 

현장에 돌아가지 못한 동료의 고통은 현장에 있는 동료에게 고스란히 전해진다. 경영진의 탄압은 더욱 강도 높아지고, 동지는 간 데 없고 깃발만 나부끼는 현실은 마냥 암울해 보인다. 그러나 언론노동자들은 이 싸움을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MBC노조는 방송문화진흥회의 김재철 사장 해임안 통과 여부를 지켜본 뒤 10월 중 재파업을 불사하는 싸움에 나설 예정이다. 전국언론노조 역시 추석 이후 하반기 대투쟁을 전개할 계획이다.

이근행 PD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스스로 다짐하듯 다음의 문구를 남겼다. “그래도, 계속 가라. 시선은 멀리, 호흡은 깊게.” 2012년 언론인들의 투쟁은 현재진행형이다. 

정철운 기자 | pierce@mediatoday.co.kr 

2012년 8월 21일 화요일

MBC 대기발령자들에게 브런치 만들기 교육?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8-20일자 기사 'MBC 대기발령자들에게 브런치 만들기 교육?'을 퍼왔습니다.
"파업 참가했다고 보복", 황당한 교육 명령… "인성교육 필요한 사람은 김재철 사장"

"인성교육이 필요한 사람은 김재철 사장 아닙니까?"
MBC가 정직과 대기발령을 받은 조합원 20명에 대해 '교육' 명령을 내리면서 비아냥이 쏟아지고 있다.
교육 내용이 직무와 관련 없는 교양 수준의 커리큘럼으로 짜여져 있는 반면 교육 대상자들은 MBC 간판 PD와 기자, 아나운서들이여서 교육을 빙자해 파업 참가 조합원들을 격리 시키려는 조치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MBC는 지난 18일 기자 9명, 카메라 기자 2명, 아나운서 2명, 카메라 감독 1명, 시사교양 PD 4명, 라디오 PD 2명 등 20명에 대해 3개월 동안 교육 명령을 내렸다. 이들은 20일부터 잠실에 위치한 MBC 아카데미에서 교육을 받는다. 
교육대상자는 국장, 부장급을 포함해 7년차에서부터 20년차 사원이 포함돼 있다. 특히 퇴직을 1여년 앞둔 이우호 전 논설주간, 이정식 한국PD연합회 차기 회장, 임대근 전 방송기자연합회장, 박경추, 김완태 아나운서, 김연국, 왕종명, 김수진 기자, 임경식, 김동희, 서정문 전 PD수첩 PD 등이 포함돼 있다.
누리꾼들은 MBC의 간판 프로그램과 뉴스를 제작했던 이들에게 실효성도 없는 교육 명령을 내린 것은 파업 참가에 따른 보복일 뿐이고 MBC 복귀를 막기 위한 꼼수라고 비난하고 있다.
이들이 받을 교육 과정을 보면 황당하다는 반응이 나올만 하다. 직무 관련성은 전혀 찾아볼 수 없고 부랴부랴 대학 교양 수준의 내용으로 채운 흔적이 역력하다.
교육 과정에는 서울대 박동규 명예교수의 (시와 철학)이라는 특강이 잡혀있고, (음반산업의 이해)라는 뜬금없는 내용도 보인다. 작편곡자로 유명한 '돈스파이크'씨를 초빙해 MBC 아카데미 지하에 있는 실용음악센터에서 음악 교육도 예정돼 있다.
또한 파워블로거와 트위터리안을 강사로 초빙해 (트위터 사용의 이해) (페이스북 운영 어떻게 하나) 등의 제목으로 강의도 준비돼 있다.
이외 (내가 만드는 브런치) (미디어의 이해) (애니메이션) (만화 산업 현재와 미래) [내가 변호사를 그만둔 이유(강지원 변호사)] 라는 제목의 강의와 철학수업, 고대 신화 관련 수업도 포함돼 있다. 상암동 MBC 신사옥 건설현장 방문도 이번 교육의 중요한 일정이다.

▲ ⓒMBC

교육 대상자들은 이날 처음으로 교육을 받고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한 참가자는 "황당할 뿐이다. 배움에 나이와 경력이 있느냐 따지고 들면 굳이 할 말은 없다"면서도 "이 시점에 와서 33년차부터 7년차까지 MBC에서 나름대로 전문성을 갖추고 일 잘한다는 소리를 듣던 사람들이 석 달 동안 이게 뭐하는 짓인지 싶다"고 비난했다. 
MBC 경영진은 파업 참가 인원들이 업무에 복귀하기 위한 기본 교육이라는 입장이지만 당장 업무에 복귀해도 큰 문제가 없는 ‘베테랑’들이 모여 있다는 점에서 징계와 대기발령에 이은 제2차 보복성 조치 성격이 짙다.
참가자는 "너희들은 여의도 MBC 근처에도 오지 말고 기존 사원들과도 어울리지 마라는 것과 뭐가 다르냐"면서 "더 이상 대기발령 또는 징계를 할 순 없으니까 죄 없는 아카데미에 우리를 떠넘긴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박경추 아나운서는 "갑작스럽게 결정된 탓인지 커리큘럼도 3주 정도 밖에 정해지지 않았다"며 "아무리 교육 내용이 좋더라도 격리 조치라는 점에서 보면 그 의도가 불순하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참가자는 “서둘러 교육 과정을 개설하다 보니 인문, 철학, 문학 등의 과정이 포함돼 있는데 MBC 아카데미 측도 난망하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라며 “교육 대상자들의 면면을 보면 오히려 MBC 아카데미에 강의를 나갈 사람들”이라고 꼬집었다.

이재진 기자 | jinpress@media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