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블이 명분인 게시물을 표시합니다. 모든 게시물 표시
레이블이 명분인 게시물을 표시합니다. 모든 게시물 표시

2012년 12월 10일 월요일

KBS 기자들이여, 지금은…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12-10일자 기사 'KBS 기자들이여, 지금은…'을 퍼왔습니다.
[미디어창] 제작거부라는 명분이 차고넘치더라도 기자는 기사로 말해야 할 때

‘KBS 기자들, 제작거부는 유보돼야 한다’
방송의 자율성과 중립성이 훼손되면 어떤 결과가 빚어지는가를 한국의 공영방송 KBS, MBC는 국민을 상대로 학습시키고 있다. 특히 대통령 선거를 코앞에 두고 미디어 선거의 핵심 역할을 해야 할 공영방송사의 퇴행과 공정성 시비는 그 존재감을 무색케하고 있다.
이번에는 KBS에서 기상천외한 일이 벌어졌다고 한다. 미디어오늘에 의하면, ‘KBS 방송에 대한 이사회와 사장의 박근혜 감싸기식 태도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판단에 따라 사상처음으로 제작을 거부하기로 결의했다’는 것이다.
그동안 낙하산 사장의 부당한 간섭이나 불공정 보도 시비는 종종 사회적 논란거리였는데, 이제는 KBS 이사회까지 나서서 방송제작에 간섭하고 있다는 것이다. 법적으로는 물론 제도적으로도 이사회가 방송제작에 간여·간섭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런 기본적인 사항조차 지키지 않은 이사회가 전적으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특히 지난 4일 방송한 KBS 대선특별기획 (대선후보를 말한다) 편에 대해 총책임을 지고 있는 김진석 KBS 대선후보진실검증단장이 이사회에 불려갔다온 후 사의를 표명한 것은 그동안 불만을 참아온 일선 기자들의 분노를 더 키운 결과가 됐다.
이번 사안은 여러 가지 차원에서 한국의 공영방송 제작과정과 결과, 그 대처방식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드러내고 있어 향후 누가 집권하든 대수술이 필요함을 드러내고 있다고 하겠다.

지난 4일 밤 방송된 KBS <시사기획 창> '대선 특별기획 1부-대선후보를 말한다'

우선 공정성 시비에 대한 문제 대처 방식이다.
‘대선후보를 말한다’라는 보도에 만약 문제가 있다면, 법적으로 만들어진 선거방송심의위원회에서 이를 문제시 할 것이다. 더구나 내부적으로 몇차례 심의를 거치고 제작, 방영된 사안에 대해 이사회와 사장이 나서는 문제는 방송 자율성 훼손 시비에 휘말릴 소지를 스스로 제공한 셈이다. 사장이나 이사회 등 어떤 부당한 내외부 세력도 공영방송제작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해칠 수 없다. 이사회에서는 ‘공정성과 관련된 의견을 제시했을 뿐’이라는 식으로 말하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이사회는 외부의 부당한 간섭이나 압력을 막아주는 울타리 역할을 해야 하는데, 거꾸로 제작에 대해 ‘공정성’ 운운 하는 것조차 스스로 위상을 실추시키는 행위가 된다.
설혹 이사회는 ‘의견제시’ 정도로 표현했다하더라도 대선후보진실검증단장이나 일선 제작 기자들이 ‘압력·간섭’으로 받아들인다면 결과는 달라진다. 공영방송 내부 심의실과 외부의 선거방송심의위원회의 역할을 존중해줘야 한다. 사장과 이사회가 월권행위를 하게 되면 공영방송은 과거로 퇴행하게 된다는 것은 역사의 진리다.
또한 공영방송의 선거시 포지셔닝에 대한 자기점검 부분이다.
선거가 임박하면서 공영방송의 역할은 더욱 커지고 있는데, 제작거부라는 극단 선택은 미디어 선거를 퇴행시킨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벌써 잊었는가. ‘고비용 저효율’의 후진적 선거문화를 근절하자면서 강화한 것이 바로 ‘미디어 선거’였다. 대규모 군중을 동원하는 방식의 선거는 안된다면서 도입한 것이 바로 미디어 선거였다. ‘돈은 묶고 입은 푼다’는 제목으로 대문짝만하게 보도한 과거를 벌써 잊었다는 말인가. 미디어 선거의 핵심은 바로 TV 토론의 활성화, 공영방송의 후보 검증 보도 등을 포함하는 것이었다. 유권자들에게 후보에 대한 알권리를 충족시킨다는 차원에서 미디어 선거를 강화한 것이었다.

지난 4일 밤 방송된 KBS <시사기획 창> '대선 특별기획 1부-대선후보를 말한다'

그런데 2012년 대통령 선거 모습은 어떤가. 미디어 선거는 사라져가고 있으며 다시 고비용 저효율이라던 과거 대규모 군중집회 선거로 회귀하고 있지 않은가. ‘TV토론’은 최소한으로 줄어들었고 공영방송의 검증방송은 자율성 침해, 공정성 시비로 스스로 역할을 축소시키고 있다. 이명박 정부 출범후 ‘낙하산 사장’들의 공영방송 죽이기는 곳곳에서 시시때때로 이뤄져 왔다는 것을 일선 기자들은 더 잘 알고 있다.
끝으로 KBS, MBC 공영방송사는 부도덕한 권력, 정치세력으로부터 불법적 압력을 극복해야 할 시대적 상황에 맞서고 있음을 잊어서는 안된다.
KBS 기자들이 제작거부를 하겠다고 결의한 날 법원은 MBC PD수첩 제작진들에게 징계무효 판결을 내렸다. 서울남부지법은 2012년 12월 7일 정직 3개월을 받은 조능희, 김보슬 PD와 감봉 6개월을 받은 송일준, 이춘근 PD의 징계가 무효임을 확인하고 소송 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고 선고했다.
‘낙하산 사장 그 이상의 사장’이 내려온 또 다른 공영방송사 MBC는 이명박 정권의 최대 피해자로 보인다. MBC에도 상식적으로 법적으로도 납득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대법원 판결로 PD수첩 제작진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음에도 불구하고 낙하산 사장은 조능희 PD수첩 PD 등 4 명에게 중징계를 내렸다.
MBC는 2011년 9월 5일 “대법원이 형사상 명예훼손에 대해서는 무죄 판결을 내렸지만 보도의 주요 내용은 허위라고 판시해 진실 보도를 생명으로 하는 언론사로서 책임을 통감한다. 국민에게 사과드린다”는 사고(社告) 방송을 냈다. 이어 회사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며 PD수첩 PD 등 4명에게 징계라는 칼을 휘두른 것이다. 대법원이 무죄판결을 내린데 대해 회사는 거꾸로 ‘사과’까지 한 것은 징계를 염두에 둔 수순이었던 셈이다.
이제 선거는 눈앞에 다가왔다. 제작거부라는 명분이 차고넘치더라도 참아야 한다. 그리고 제작에 나서야 한다. 판사는 판결로 말하듯 기자는 기사로 말해야 한다. 기자의 시대적 양심은 존중돼야 한다. 비록 보도되지 못하는 뉴스가 있더라도 일단 제작하고 일단 보도하는데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지금은 마이크를 들어야 할 때다.

김창룡 인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 cykim2002@yahoo.co.kr  

2012년 11월 29일 목요일

안철수가 말한 ‘지지자의 입장’, 무슨 뜻일까?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11-28일자 기사 '안철수가 말한 ‘지지자의 입장’, 무슨 뜻일까?'를 퍼왔습니다.
‘계기와 명분’ 필요한 안철수… “문재인, 안철수만 보지 말고 결기 가져야” 주문도

안철수 전 무소속 대통령 후보가 28일 향후 거취에 대해 언급했다. 그런데 애매하다. “개인의 입장이 아닌 지지자의 입장에서 판단하겠다”는 것이 안 후보 발언의 전부다. 이 외에 향후 계획에 대해 아무 언급도 하지 않았다.

각종 여론조사에 따르면 안 전 후보가 사퇴한 이후, 안 전 후보의 지지층의 5~60%는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쪽으로 이동할 것이라 밝혔으며 15~20%는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지지층으로 이동하겠다고 밝혔다. 남은 25~30%는 부동층으로 넘어갔다. 그럼 안철수 전 후보가 말한 ‘지지자의 뜻’은 무엇일까?  문재인 후보 지지로 넘어간 다수 지지자의 입장을 말하는 것일까. 아니면  미련을 버리지 못해 마음 줄 곳 몰라하는 부동층으로 전환한 소수 지지자들의 입장을 말하는 것일까. 안 캠프측의 관계자들도 그 해석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안 전 후보는 이번 주 내 캠프 해단식을 갖고, 이후 문재인 후보와 만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이날 안 전 후보는 캠프 방문 뒤 다시 서울을 떠났다. 해단식도 언제 하리란 전망이 없다. 유민영 대변인은 캠프 해단식에 대해 “따로 들은 바 없다”고 말했다.

이를 보면 아직 안 전 후보는 문재인 후보 지원여부에 대해 숙고 중인 것으로 보인다. 23일 후보 사퇴 당시 “단일후보는 문재인”이라며 손을 들어주는 듯하다가 “새 정치에 대한 열망은 잠시 미뤄진다”며 문재인 후보와 민주통합당에 대한 실망감을 드러냈다. 복잡한 심경의 일단을 드러낸  안 후보가 아직 마음의 정리가 안된 것으로 보인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무소속 안철수 대선후보가 21일 오후 서울 효창동 백범기념관에서 지상파 방송 3사의 공동 생중계로 100분간 진행되는 후보단일화 TV토론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 전 후보 사퇴 이후 부동층으로 돌아선 지지자들은 민주통합당에 대한 강한 실망감을 표출하고 있다. 이해찬 전 대표의 세종시 유세 참여에 대해서도 사실상 친노진영이 기득권을 포기한 것이 아니라는 비판을 가하고 있다. 

민주통합당이 정치쇄신과 기득권 포기라는 활로를 열지 않는 상황에서 안 후보가 당장 문재인 후보를 직접 지원하기는 행동의 명분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여러 여론조사에서도 엿보이듯 이들 부동층으로 바뀐 지지자들의 마음을 다시 돌려놓아야 정권교체를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후보 측으로서도 답답해하고 있다. 문 후보 측 관계자들은 안 후보의 이날 발언에 대해 조심스러워하고 있다. 캠프의 한 관계자는 안 후보의 발언에 대해 “해석이 어렵다”고 말했다.  문 후보측도 내부적으로 안 후보가 필요한 '명분'과 '계기 '를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안후보의 가장 적극적인 지지층이었던 호남지역의 경우, 안 전 후보측을 위해 지역선대위원장 자리를 다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그 정도로 안 후보측을 움직이기에는 부족하다. 민주당 차원에서 더 큰 기득권의 포기선언과 행위들이 일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지난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공평동 캠프에서 후보직 사퇴를 발표한 뒤 캠프를 떠나며 승합차에 오르고 있다. 박선숙 선대본부장이 눈시울을 붉힌 채 뒤를 따르고 있다.

관련하여, 문재인 캠프의 한 관계자는 "호남지역 등 기득권을 가진 의원들이 스스로 머리를 깍지 못하고 있다"며 "상징적인 인물들이 먼저 자신의 기득권을 포기하는 선언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제도나 정책의 쇄신도 중요하겠지만, 국민들에게 가시적으로 보여지는 것은 결국 인적 쇄신"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핵심인사들의 기득권 내려놓기가 안철수 전 후보에게 명분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민주통합당  외부 인사들은 일단 문재인 후보 측이 안 후보의 캠프 결합에 목을 매지 말고 자립하는게 우선이라 충고하고 있다. 노회찬 진보정의당 공동대표는 28일 트위터를 통해 “이길 수 있는 싸움인데 아직 못 이기고 있는 상황”이라며 “누가 도와주길 기다리지 마라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권력을 빼앗아 오려는 도전자답게 결기와 투지가 넘쳐야 한다. 이대로 가면 진다”고 말했다.

진중권 동양대 교수도 트위터를 통해 “문 후보는 안철수 바라보지 말고 단일후보로서 박근혜 후보와 대립각을 세우며 제 길을 가야 한다”며 “그 쪽에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최선을 희망하되 최악을 대비하라. 최악의 경우에도 스스로 이기겠다는 결기가 느껴져야 한다”고 말했다. 

진 교수는 이어 “안철수 캠프의 공약 중에서 합리적 핵심은 추려 내용적으로 단일화를 완성하고, 그 콘텐츠로 보수로 회귀한 박근혜 캠프와 정면 대결을 해야 한다”며 “중요한 것은 이 정권을 5년 더 연장해서는 나라에 미래가 없다는 사실을 각인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상근 기자 | dal@mediatoday.co.kr  

2012년 11월 20일 화요일

‘명분있는 협상’이 ‘정권교체의 진심’ 증명했다…다음은?


이글은 미디어스 2012-11-19일자 기사 '‘명분있는 협상’이 ‘정권교체의 진심’ 증명했다…다음은?'을 퍼왔습니다.
상대는 본선에서 기다리고 있다…지지층 간 비판은 의미없어

▲ 대선후보 초청 농정 대토론회에 나란히 참석하여 대화 중인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의 모습 ⓒ뉴스1

닷새 만에 단일화 협상이 재개되었다. 새정치선언문의 내용은 정치개혁안을 담기에는 추상적이고 미흡하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안철수 후보의 경우, 이전 기사에서 지적했듯(링크) ‘단일화 과정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정치혁신’과도 연관이 있고 그 ‘정치혁신’의 본질은 ‘기득권 내려놓기’이며 이것이 이루어져야 ‘정권교체’도 가능하다고 말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 선언문은 분명 기자가 분석했던 ‘정치혁신’=‘정권교체’=‘기득권 내려놓기’=‘단일화 과정 문제 해결’=‘고통분담’이라는 단순하다면 단순하고 복잡하다면 복잡한 논리구조를 반영하고 있다. 하지만 선언문이 이 논리의 근거를 제대로 제시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선언문 이면의 정치공학

하지만 그렇다고 선언문의 의의를 폄하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이 선언문에서 중요한 것은 내적 논리가 아니라 그 이면에 깔린 정치공학이기 때문이다. 문재인 후보의 입장에서 이 선언문은 ‘단일화 협상 테이블’에서 이탈한 안철수 후보를 다시 이끌어낸 정치적 성과물이라는 의미를 가진다. 선언문을 꼼꼼하게 뜯어보면 그간 안철수 후보 측에서 주장해온 논변은 상당 부분 수용했지만, ‘국회의원 정수 축소’ 등 많은 비난을 받았던 구체적인 공약들은 미묘하게 피해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가령 ‘중앙당 혁신’과 같은 언급들은, 한국의 정당에 대한 정당한 불신을 정당정치 자체를 약화시킬 수 있는 허술한 제도로 구현하여 오히려 문제를 악화시키는 정책 제안을 만들어낼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선언문의 내용만을 두고 보면 딱 부러지게 정책 제안이 나쁘다고 보기는 어렵다.
즉 문재인 후보 측은 안철수 후보가 말하는 ‘정신’은 수용하면서도 정책적으로 미숙한 부분에 대해선 설득을 통해 타협안을 제시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이 선언문이 추상적이라는 것은 단점이 아니라 오히려 장점이다. 만약에 선언문이 더 구체적이었다면 문제가 될 만한 내용이 더 많았을 것이다.
한편 안철수 후보의 입장에서도 이 선언문은 중요하다. 문재인 후보의 지지율 상승과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 하락이라는 경향성이 감지되는 지금 시점에서, 안철수 후보가 ‘문안 단일화 협상’을 무난하게 이끌어가다 자연스럽게 탈락했을 경우 그가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하지만 그가 민주당의 ‘단일화 협상 과정에서의 문제’를 비판하며 공세를 취했고, 이 공세에 대해 문재인 후보가 상당 부분 자신의 것을 내려놓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얘기는 조금 달라졌다. 안철수 후보로서는 이 행동을 지지율을 반등시키기 위한 마지막 승부수로 여길 수 있다. 또 만일 그렇게 되지 않더라도 그냥 무난하게 물러가는 것보다는 민주당의 문제를 한번 더 지적하고 양보를 얻어내는 모양새가 ‘정치혁신’을 위한 안철수의 노력을 돋보이게 한다. 말하자면 이 경우에 그는 단일화 과정에서 패배하더라도 자신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에게 안후보가 '정치혁신‘을 위해 할 만큼 했으며 ’명분있는 퇴각‘을 하는 것이라 여겨질 수 있는 여지를 준다. 즉 안철수 후보의 입장에서 이 협상안은 그가 이기든 지든 운신할 수 있는 명분을 준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제살 깎아먹기'만은 아니었던 단일화 공방

그렇다면 문재인 후보의 입장에서 이 협상안의 의미는 무엇일까? 앞서 살펴보았듯 이것은 문재인 후보와 그 지지자들에겐 ‘자기가 왜 삐졌는지도 모르고 삐진 척하는 간철수’를 다시 이끌어냈다는 정치공학적 의미 밖에 없는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지금까지 안철수 후보와 문재인 후보의 공방은 제살 깎아먹기인 측면도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박근혜 대통령’의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저지해왔다는 측면도 있다. 물론 문재인 후보나 안철수 후보가 3자구도에서도 박근혜 후보를 앞지를 수 있는 정치력을 발휘했다면 가장 좋았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그러지 못하는 상황에서, 각기 다른 지지기반을 가지고 있는 두 후보가 나름의 색깔을 드러내며 갈등을 통해 단일화를 이루어낼 수 있다면 그것은 단일화 후보간 지지이전 가능성을 높이는 일이 된다. 안철수 후보가 거듭 강조하고 있다시피 안철수 후보의 지지층과 기존의 야권 지지층이 모두 동의하는 단일화가 이루어져야 정권교체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그런데 두 후보의 지지자들이 후보에게 요구하는 것은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자가 권력을 잡는 것 자체는 아니다. 말하자면 두 후보가 권력분점에 대해 합의한다고 지지율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양 후보의 지지층은 한국 정치에 대해 나름의 견해를 가지고 있고 그 견해 위에서 그 후보를 지지한다. 그리고 이 견해가 다소 다른 측면이 있기 때문에 단일화시 이탈하는 층이 생긴다. 이는 두 후보가 러브샷을 하며 정치적 스킨십을 높인다고 해서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이다. 오히려 지금처럼 갈등을 빚으며 합의문을 도출하는 등 두 후보가 공통분모를 찾아내는 모습을 보여줄 때 지지층이 정치적으로 납득할 수 있다.

2007년의 기억, 그리고 '진심'의 문제

특히 문재인 후보 입장에서 안철수 후보의 거듭된 압박으로 이해찬 대표 등이 자진사퇴하게 된 상황은 가슴이 아프겠지만 정치공학적 입장에서 볼 때는 일종의 ‘선물’이라고까지 볼 수 있다. 2007년 대선 상황을 돌이켜보자. 그 평가가 얼마나 공정했느냐의 여부를 떠나 당시 참여정부는 ‘역대 최저 인기’라는 참담한 상황에 처해 있었다. 열린우리당의 대부분의 의원들이 차기 총선에서의 생존을 위해 당을 떠나려고 안달이었고, 우여곡절 끝에 대통합민주신당이 만들어졌다.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승리한 것은 ‘참여정부를 부정하는 세력과는 연대하지 않겠다’고 말한 이해찬 후보가 아니라 참여정부의 ‘과실’에 대해 반성하고 다니던 정동영 후보였다. 친노성향 지지자들은 정동영 후보에 대해 ‘세상에서 가장 빨리 반성하는 사람’이라고 비아냥댔다. 반성을 요구하면 십 초만에 바로 사과가 나왔다. 참여정부의 공과에 대해 제대로 직시하고 정당한 평가를 받기 보다는, 평가를 피해가려는 ‘꼼수’와도 같은 몸부림이었다. 그 결과 ‘500만표차 패배’라는 대선 사상 초유의 참패가 나왔다. 사람들은 참여정부도 믿지 않았지만 정동영의 사과도 믿지 않았다. 구체성이 없고 성찰없이 너무 빠른 시간에 나오는 사과는 '진심'이 아니라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2009년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와 이명박 정부의 실정은 야권 내에서 ‘친노’계를 다시 부활시켰다. 이제는 또 “사실 참여정부는 잘못한 것이 하나도 없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다시 정치권에 합류하고 정치에 대해 발언한다. 그러나 유권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참여정부와 친노는 재평가의 대상이 되고 용인이 되었지 전혀 흠결이 없다고 평가되는 것은 아니다. 2007년에 그 공과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던 참여정부가 저번에 집권했을 때보다 더 잘해서 이명박 정부의 실정을 되돌리고 극복해줬으면 하는 것이 대부분의 유권자들의 심경일 것이다.
문재인 후보의 지지층이 참여정부에 대한 ‘불신’보다 ‘믿음’에 기운 이들이라면, 안철수 후보의 지지층은 ‘믿음’보다 ‘불신’에 기운 이들이다. 이 ‘믿음’과 ‘불신’의 혼합의 정도에 따라 문에게도 기울고 안에게도 기운다. 이 경우 두 지지층이 서로 한 후보를 지지해도 된다는 확신을 얻기 위해서는 서로의 견해를 진심으로 인정할 수 있다는 확신이 필요하다. 문재인이 참여정부가 잘했다고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공과를 인지하고 더 잘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는 ‘확신’이 필요하고, 안철수가 친노를 타파해야 할 낡은 것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함께 정치혁신을 이끌어 갈 주체라는 ‘확신’이 필요하다.

문재인, 안철수 덕분에 '대인배'의 이미지 획득하다

두 후보의 갈등이 제살 깎아먹기가 되는 것은 이 ‘확신’이 없는 양 후보와 그 지지자들이 서로를 난타할 때다. 단일화 협상 중단 이후 며칠 동안의 상황이 그런 것이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해찬 대표의 퇴진과 문재인 후보의 ‘단일화 방식 전면 위임’은 그들이 자기 견해만을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정권교체를 원한다는 것을 ‘증명’했다. 이러한 증명이 유권자들에게 던지는 메시지가 적지 않을 것이다.
사실 문재인 후보는 오랜 친구였던 고 노무현 전 대통령처럼 적당한 타이밍에 승부수를 던질 수 있는 타입은 아니다. 그의 장점인 신중함은 만약 집권을 하게 된다면 특장을 발휘할 수도 있겠지만, 현재와 같은 선거국면에서는 ‘몸이 굼뜨다’는 느낌을 주는 아쉬운 부분이 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다. 많은 정치평론가들은 문재인 후보가 진작부터 ‘친노 2선 후퇴’를 실행했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문재인 후보는 이를 실행하지 못했다. 다행히도 승리를 예감한 박근혜 후보 역시 ‘친박 2선 후퇴’를 제대로 실현해내지 못하면서 이 머뭇거림이 결정적인 실책은 되지 않았다.
그러나 승부수를 던지지 못하는 문재인 후보에 대해 거듭 안철수 후보가 여러 가지를 요구하면서 그는 안철수 후보의 다소 무리한 요구들을 정권교체라는 대의를 위해 용인하는 도량이 넓은 캐릭터라는 이미지를 갖추게 되었다. 이는 문재인 후보가 홀로 출마해서는 얻어내기 어려웠을 이미지다. 박근혜 후보와의 양자대결만이 전부였다면 ‘신사다운’ 이미지는 오히려 단점으로 여겨졌을 수가 있다. 하지만 동지도 될 수 있고 적도 될 수 있는 애매한 관계인 안철수 후보와의 협상을 잘 이끌어내면서 그의 장점이 부각되게 되었다. 이해찬 대표가 늦게나마 퇴진한 것은 ‘문재인 후보의 리더십’을 증명해내지는 못했지만, 안후보 측이 공격하는 ‘친노’라는 이들이 단지 권력에 대한 욕망만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했다.

예선 수습하고 본선 준비해야 할 때

그렇다면, 서로 단일후보가 되기 위한 양측의 자연스러운 활동 및 충돌이 문재인 후보의 ‘늦은 움직임’의 단점을 조금이라도 상쇄해줬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제 남은 것은 그 다음에 무엇을 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이제는 두 후보의 지지층이 서로를 신뢰하고 정권교체를 원하는 유권자를 포괄하기 위한 어떤 약속들을 던져야 할 때다. 먼저 단일화 협상을 성공시킨 후 시간적으로 길지 않은 양자대결의 국면에서 정권교체를 원한다는 60% 가까운 유권자들을 규합해낼 수 있는 어떤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지난 두 달 동안 점진적으로 고조되어 온 양 후보 지지층 간의 날선 갈등도 자제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두 후보의 진정한 상대는 예선이 아니라 본선에서 선수를 기다리고 있다.

한윤형 기자  |  ahriman@mediaus.co.kr

2012년 10월 17일 수요일

김종인 박사, '명예 예편'을 권고한다


이글은 프레시안 2012-10-16일자 기사 '김종인 박사, '명예 예편'을 권고한다'를 퍼왔습니다.
[남재희 칼럼] 명분·체면·실리의 갈림길에서

오래전에 학식이 풍부한 교수한테 들은 이야기인데, 그가 조선조 때 조정에 출사한 선비들의 서간문을 이리저리 섭렵해보니 "늙고 병든 이 몸이…"란 표현이 대단히 빈도 높게 나오더란다. 조선조 때 고관들이 대부분 병약했던 것도 아닐 테고, 당파 싸움이 심해서 언제 사퇴하게 될지 모르니 평소에 "늙고 병든 이 몸이…"를 널리 선전하여 언제 그만두어도 사퇴의 체면을 유지하려는 지혜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그의 관점이었다.

새누리당의 경제민주화 '전도사' 김종인 박사가 이한구 원내대표 등과의 대립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고 박근혜 후보도 힘껏 밀어주지 않는 상황일 때 저녁 자리에서 그 서간문 이야기를 했더니 "나보고 그만두란 이야기냐"고 한다. 그와 50년 가까운, 그러니까 반세기에 걸친 지기이기에 거리낌 없이 이야기를 한 것이다.

'민족 변호사'로 초대 대법원장을 지낸 할아버지를 둔 명문이고, 대학교수에서 국회의원 4선, 보사부(보건사회부) 장관,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냈으니 더 욕심낼 게 무엇인가. 혹시 총리? 우리나라에서 김종필·이해찬 씨 말고는 거의 모두가 '대독(代讀) 총리'였었는데….

보고자료 검토하는 박근혜,김종인 【서울=뉴시스】권주훈 기자 = 19일 오전 국회 새누리당 비대위위원장실에서 열린 비상대책회의에서 박근혜 위원장과 김종인 위원이 보고자료를 검토하고 있다. joo2821@newsis.com

헌법의 경제민주화 조항 기초자인 그는 '제왕의 책사'가 되어 그 뜻을 실천에 옮겨보려고 세심한 준비를 했던 것 같다. 그는 구체적 실천요강이 어떠한 것인지는 아직 뚜렷이 밝히지 않고 있다. 순서가 있고, 타이밍을 맞추어야 한다는 작전·전략상의 고려에서 구체안의 공개 수순을 재고 있었던 것 같다.

그의 선구적인 노력이 있고, 다른 수많은 지식인·정치인들의 공헌과 민중의 지지·성원이 있고 하여 이제 헌법에 명문으로 있으나 사문화하다시피한 경제민주화는 시대의 대세가 되었다. 시대정신이란 표현까지도 가능하다. 실개울이 큰 강을 이루어나가듯 그렇게 세가 대단히 커진 것이다. 여야를 막론하고서의 공약이 되었다.

흔히 개혁의 추진체인 노동조합이 쇠퇴하고 개혁·진보정당이 부진하여 전망이 어둡다고 비관하기도 한다. 그러나 민중의 수준은 높아졌다. 언론에서, 학계에서, 시장터에서, 노동판에서 경제민주화·복지의 요구는 분출하고 있으며, 전파매체시대의 이점을 따라 광범한 지지층이 형성된 것이다. 눈에 보이는 추진체는 아니나 추진하는 힘의 아말검(Amalgam, 수은과 다른 금속과의 합금)이라 할 것이 형성되었다. 소프트·파워라고도 말한다. 이제 거기에 대한 거부는 어렵게 되었다.

그러나 기득권층은 만만치 않다. 만만치 않은 정도가 아니라 그들이 이제까지 이 사회의 주인이자 주도세력이 아니었던가. 바탕에서는 아직도 주류다. 요즘 언론에 보면 미국에서 월·스트리트의 골드만·삭스 등 재계의 정치 자금 흐름이 공화당의 롬니에 쏠리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다. 우리나라에서도 그러한 자금의 흐름이 매우 중요하고도 결정적인 것이다.

경제민주화에의 저항이 강력하고 끈질기다. 가장 두드러진 것이 재벌 중심의 재계와 새누리당의 보수파들인데 언론의 추종 현상, 학자군 가운데의 아첨 경쟁도 뚜렷하다. 그런 저항을 예견치 못했다면 둔감했다 할 것이다.

김종인 박사의 회의 불참 항의는 박 후보의 만류로 싱겁게 며칠 만에 끝났었다. 그때 박 후보가 경제민주화 법률 2개인가의 입법을 확약했다는 보도가 나왔었는데, 여하간 맺고 끝는 데 없이 끝난 것 같다.

그리고 그 사태를 바라보는 시선들도 곱지만은 않았던 것 같다. (한겨레) 한 컷 시사만화가 재미있다. 장봉군 화백의 '한겨레 그림판'(10월 8일 자)인데, 경제민주화 불꽃놀이에서 김종인 박사가 "솔직히 경제민주화 할 생각 없죠?"하며 자리를 떠나가자 박근혜 후보가 "계속 안 쏘고 어딜 가?" 하는 유머러스한 장면이다.(☞바로 가기)

이때 아예 떠났거나, 더 오래 보이콧을 계속하여 아주 굳건한 약속을 받아 냈어야만 했다. 그런데 그렇지 못했다. 그리고 다시 벽에 부닥친 것이다.

10월 13일의 신문을 보니 새누리당은 공약위원회를 옥상옥으로 신설해서 박 후보가 직접 국민대통합위원장을 겸하고, 박 후보,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 진영 정책위의장의 3명이 (경제민주화) 공약을 협의·결정한다는 것이다. 분명 김 박사의 공약 발표를 위험시하고 통제하려는 것이 틀림없다. 헨리·키신저의 유명한 재담을 인용하여 "피카소에 그림을 부탁하여 놓고 간판장이들이 손질을 하겠다"는 것인가. 꼭 그대로이다.

김 박사도 이젠 글렀구나 하고 생각했을 것이지만, 나는 물 건너갔다고 여겼다. 그런 기제(機制)를 마련한 것이 벌써 수모를 당한 것이다. 일본 말에 '가이쓰브시(飼いつぶし)', '가이고로시(飼い殺し)'란 것이 있다. 호의로 받아들이고 감싸는 듯하다가 뭉개 버리거나, 무력화시켜버린다는 뜻이다. 그 일본 말이 떠오른다.

사실 나도 김영삼 정권 때 노동부 장관을 하다가 그런 경우를 당했었다. ILO(국제노동기구)도 계속 권유하고 있고, 사리에도 맞는 복수노조 원칙을 우선 단위노조가 아닌, 상위노조부터라도 시행하여야 하겠기에 (그 말은 우선 그때는 전노협(전국노동조합협의회)이라 호칭했던 민주노총을 합법화한다는 뜻) YS에게 만날 기회 있을 때마다 건의했더니, 약 다섯 번쯤 건의를 받은 YS는 "경제기획원 장관 겸 부총리, 재무부 장관, 상공부 장관과 함께 협의하여 결정하라"고 한다. 나는 거기에, 청와대 경제수석이 좀 앞선 감각을 가졌을 것 같아 그도 추가하자고 말하여 결국 5인위원회가 되었다. 민주화운동의 여세로 집권한 YS가 순리를 어기기가 거북하였던 것 같다.

5인위는 3개월쯤에 걸쳐 네 번인가 만났고 그동안 장관 일부가 바뀌어 멤버 교체가 있기도 하였다. 그러나 회의는 하나마나, 짐작할 수 있다시피 경제기획원, 재무부, 상공부는 재계와 친밀하지 노동계와 가깝지는 않다. 그리고 YS의 은밀한 지침이 부총리에게 내려졌을 것만 같다. 결국 복수노조에 반대하는 재계 주장에 눌렸다고 생각한다. 한국 정치의 실상이 그렇다. 영락없는 가이쓰브시, 가이고로시다. 나는 그 일을 지금도 아프게 기억하고 있다. 노동행정의 오랫동안의 답보가 아깝기만 하다. 사막의 타조가모래 속에 머리를 박고 있는 것도 없다고 하듯, 당시 한국노총보다도 강력했고 대기업들 현장을 장악하고 있는 민주노동을 합법화시키지 않고 "없다"고 무시만 했으니 어떻게 노동부가 노사 간 조정을 잘할 수 있었겠는가.

내가 김종인 박사의 입장이라면 명분, 체면, 실리를 놓고 저울질하고 고민할 것이다.

명분. 본래 김 박사는 새누리당 사람이 아니다. 경제민주화 명분이 평가되어 금년에 영입된 인물이다. 나그네 같다. 주인이 경제 민주화 문제로 푸대접하면 나그네는 떠나야만 하는 것이다. 나그네에겐 요구할 어떤 지분이 있는 것도 아니다. 훨훨 털고 '떠나가는 김삿갓'처럼 처신하는 것이 남 보기에도 좋고 한국인의 정서에도 맞을 것 같다.

체면. 이왕에 구긴 체면이다. "늙고 병든 이 몸이…"처럼 평소에 구실을 준비해 놓지도 않았다. 더 머뭇머뭇 머물다 보면 정말 시사만평처럼 완전 '불꽃 놀이패'란 희화적인 존재로 끝나고 말 것이다. 본인의 명예에도 관련된 것이고, 결과적으로 국민에게 사술을 쓴 것처럼도 될 것이다.

실리. 옛날 중국의 한신이 저잣거리에서 골목대장의 가랑이 밑을 기어갔다는 고사가 있다. 체면을 구겨도 꾹 참고 인내하며 줄기차게 노력하여 약간이나마 경제민주화의 실적을 올릴 수도 있다. 실리를 챙기는 길이다.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대단한 용기이고 기여라고 말할 수도 있다. 체면이 크게 손상되지만 조금이라도 국민을 위한 실리를 챙기기 위해 노력한다는 그 태도가 참 용기일 수 있다.

그러나 한편 그러는 것이 선거의 계절에 혼선만 가져온다고도 할 수 있겠다. 새누리당만 경제 민주화를 내걸고 야당이 반대하고 있다면 그런 논리가 성립될 수도 있다. 그러나 야당이 새누리당보다 더 강력하게 경제 민주화를 요구하고 있으니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럴 경우는 혼선만 갖고 온다. 국민이 착각을 갖게도 한다. 그런 역할을 '사쿠라'(일본 말. 소고기라고 파는 말고기에서 유래했다는 설도 있다. 특히 다른 속셈을 가지고 어떤 집단에 속한 사람을 이른다)라고 지난날 우리 정치에서 자주 표현했었다.

야당에는 내가 훌륭하고 존경스럽다고 말해온 이정우 경북대 교수가 버티고 있다. 사실 김 박사는 최장집·이정우 교수와 함께 (나도 말석을 더럽혔지만) 모두 7명이 오랫동안에 걸쳐 열 번 이상의 국가 당면 정책에 관한 세미나를 계속한 사이가 아닌가.

이 기회에 김 박사가 구상하는 경제민주화의 전모를 국민들에게 모두 밝히고 지금 자리를 훌훌 떠나는 것이 보기에 후련할 것이다. 나머지는 국민이 선택할 몫이다.

한 가지 덧붙일 것이 있다. (국회보) 10월호에 보니 전성인 홍익대 교수가 경제민주화에 관한 글을 기고한 게 있는데 비교적 정리가 잘 되어 있다. 전 교수는 정운찬 전 총리의 수제자라고 언론에 보도된 바도 있는데 김 박사가 매우 아끼는 학문적 후배이다.

 /남재희 언론인 전 노동부 장관

2012년 8월 6일 월요일

3일만에 꼬리내린 ‘비박3인방’ 명분도 실리도 잃고 자중지란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8-05일자 기사 '3일만에 꼬리내린 ‘비박3인방’ 명분도 실리도 잃고 자중지란'을 퍼왔습니다.

새누리당 경선일정 정상화
진상조사위 구성 요구만 수용

새누리당 공천 금품수수 의혹이 불거지자 ‘대선후보 경선 일정 거부’라는 강수를 선택했던 비박 후보 3명(김문수·김태호·임태희)이 사흘 만에 ‘백기투항’을 했다.이들은 5일 저녁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에서 박근혜·안상수 후보, 황우여 대표, 김수한 당 경선관리위원장과 함께 두 시간 가까이 ‘7인 연석회의’를 한 뒤 6일부터 경선에 다시 참여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지난 3일 밤 방송 토론회가 무산되고, 5일 낮 20대 정책토크에 박근혜·안상수 후보만 참여하는 등 ‘반쪽짜리’로 진행돼온 새누리당 대선후보 경선이 6일 서울 지역 경선후보 합동연설회부터 정상화된다.이날 오후 2시까지만 해도 세 후보는 기자회견을 열어 “박근혜 후보는 경선을 오직 자신의 추대식으로 무사히 치르겠다는 생각만 가득하다”며 박 후보를 향한 공세의 수위를 높였다. 또 금품수수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거나, 공천과 관련된 추가 의혹이 불거지면 박 후보가 후보직을 사퇴해야 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황우여 대표 사퇴, 중립적 인사가 중심이 되는 진상조사특위 구성, 4·11 총선 공천 과정의 철저한 검증 등이 이뤄져야 경선 일정에 복귀할 수 있다는 조건도 거듭 내걸었다.하지만 당 지도부의 제안에 따라 열린 이날 저녁 연석회의에선 진상조사위원회 구성 말고는 이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나마 조사의 범위는 현영희 의원·현기환 전 의원 관련 의혹으로 제한됐다. 이날 7인 연석회의에서 황우여 대표는 진상조사위원장에 한나라당 윤리위원장을 맡았던 인명진 목사를 추천한 것으로 전해졌다.회의 결과를 전한 황영철 대표비서실장은 “혐의사실이 드러난 것도 아니고, 모든 공천을 대상으로 하면 공천받은 분들의 명예와도 관련된다. 모든 걸 조사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황 대표 거취와 관련해선 “이번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당이 책임질 일이 있다면 황 대표가 책임을 지기로 했다”고 전했다.사흘 만에 경선에 복귀하기로 한 세 후보는, 명분도 실리도 챙기지 못한 모양새가 됐다. 이들은 다른 후보들에게 책임을 떠넘기며 자중지란 양상까지 보였다. 김문수 후보 쪽은 “처음부터 황 대표 사퇴에 강경한 건 김태호·임태희 후보 쪽이었다. 게다가 지지율을 합쳐 10%도 안 되는 후보들의 주장은 구속력이 없었다”고 말했다. 김문수 후보는 이미 완전국민경선제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후보직을 사퇴하겠다는 말을 한 차례 번복한 바 있다. 임태희 후보는 “나는 연석회의 결론에 불만이 있다. 하지만 오늘 논의는 가뜩이나 당이 어려운데 경선 문제로 어려움을 가중시켜서 되겠느냐에 초점이 맞춰졌다”고 말했다. 김태호 후보 쪽은 “김문수 후보가 경선에서 2위를 하려고, 다른 후보들이 치고 올라갈 기회를 막은 것 아니냐”고 말했다.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2011년 12월 15일 목요일

[사설]명분도 실익도 의문시되는 민주당 ‘조건부 등원’


이글은 경향신문 2011-12-14일자 사설 '[사설]명분도 실익도 의문시되는 민주당 ‘조건부 등원’'을 퍼왔습니다.
민주당이 어제 ‘조건부 등원’을 결정했다. 중앙선관위 홈페이지 ‘디도스 공격사태’에 대한 특별검사제 도입과 반값 등록금 예산 반영 등의 요구 조건이 수용되면 12월 임시국회에 등원하겠다는 것이다. 기존에 제시한 바 있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날치기에 대한 국회 의장단과 한나라당 지도부의 사과, 투자자-국가소송제(ISD) 재협상 즉각 착수, 단독상정 방지 보장도 등원의 3대 조건임을 재확인했다. 조건부라지만 야당이 먼저 등원론을 거론하는 걸 보니 국회 정상화가 머지않아 보인다.

그러나 현시점에서 민주당의 ‘조건부 등원론’은 명분이 약한 것은 물론이고 실효성도 의문시된다. 국회의원의 등원은 학생이 공부를 한다는 것과 다를 바가 없는 당위다. 문제는 등원을 가로막는 현실이다. 현재 파국에 처한 여야관계는 한나라당이 저지른 한·미 FTA 비준안 날치기로 비롯된 것이다. 그런 한나라당은 사과 한마디 내놓지 않고 있다. 이런 와중에 민주당 원내대표단은 소속 의원들에게 익명으로 등원 여부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함으로써 복귀 명분을 축적하기 위한 바람잡이가 아니냐는 의혹을 받아왔다. 그런 맥락에서 이종걸 의원이 등원 논의는 전당대회에서 한·미 FTA 무효화 투쟁을 결의한 당원에 대한 배신이고, 한나라당의 근본적 태도 변화가 없는 상태에서 국회에서의 의제 논의는 수의 열세를 만회하기 어렵다며 내세운 10가지 등원 불가론은 새겨볼 만하다.

사실 등원은 대치정국에서 야당이 행사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카드 중 하나다. 국회 파행은 본디 국정운영을 총체적으로 다뤄야 할 여당의 책임인 데다 직접적 원인을 제공한 측도 여당이다. 그러나 조건부든, 무조건이든 야당이 ‘등원’을 거론하는 순간 약효가 떨어지기 마련이다. 야당이 알아서 ‘등원’의 명분을 찾고 나서는데 여당이 야당의 요구를 심각하게 받아들일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봐도 무방하다. 등원론자들은 원내외 병행투쟁론을 펴고 있으나 내년 총선에 대비해 지역구 예산이라도 따내려면 등원이 불가피하다고 말하는 게 솔직할지 모른다.

야당의 최대 책무는 여당에 대한 견제와 감시다. 심한 이익불균형은 물론 경제주권을 내줬다는 평가를 받은 한·미 FTA 비준을 날치기 처리한 것은 한나라당이다. 그런 여당을 향해 먼저 등원을 들먹이는 것은 한·미 FTA 무효화 투쟁을 사실상 접겠다는 의사를 내비친 것이나 다를 게 없다. 민주당이 이 정권 들어서만 벌써 다섯번이나 날치기를 당한 것도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지 않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