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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2월 12일 화요일

이상득-라응찬 '상촌회 게이트' 이제야 밝혀지나?


이글은 프레스바이플 2013-02-12일자 기사 '이상득-라응찬 '상촌회 게이트' 이제야 밝혀지나?'를 퍼왔습니다.


'경제개혁연대'는 지난 5일 '신한은행 사태' 재판 과정에서 드러난 '남산 3억원' 의혹과 관련하여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이상득 전 의원을 각각 검찰에 고발했습니다.
개혁연대는 "신한사태의 핵심 사안 중 하나인 이른바 '남산 3억원'이 라응찬 전 회장의 지시로 이뤄진 것이며 그 최종 행선지는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에게 전달된 것이 명백하게 드러났다"며 당사자인 라응찬 전 회장과 이상득 전 의원을 고발한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중앙지검'은 차명계좌를 이용한 비자금 조성과 돈을 건네받은 혐의로 라응찬 전 회장과 이상득 전의원을 고발한 경제개혁연대 사건을 '금융조세조사3부'에 배당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사건은 지난 2010년부터 불거진 사건인데 그동안 실체는 계속 밝혀지지 않고 있다가 MB말기에 조금씩 그 진실이 드러나는 모습을 보입니다. 과연 사건의 본질과 문제점, 그리고 앞으로의 모습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라응찬과 이상득의 '남산 3억원'

이번 사건의 핵심은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진짜로 이상득 전 의원에게 돈을 주고 이상득 전 의원은 그 돈을 받았느냐는 점입니다. 이 사건이 밝혀지게 된 배경은 일명 '신한은행 사태'입니다.

'신한은행 사태'는 라응찬 전 회장과 신상훈 전 사장 간 경영권 다툼에서 불거진 내부비리 사태로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 등으로 라응찬 전 회장은 무혐의,신상훈 전 사장과 이백순 전 행장에 대해서는 각각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사건입니다.


지난 '신한은행 사태' 재판 과정에서 전 신한금융 사장의 비서실장 박모씨는 2008년 2월 신상훈 이백순 행장이 '라응찬 회장의 지시'라며 현금 3억 원을 준비하라고 해서 돈을 마련해 남산자유센터 주차장에 있는 이백순 행장 차의 트렁크에 실어줬다고 진술했습니다.
당시 검찰은 이백순 전 행장이 라응찬 전 회장의 지시로 2008년 2월 남산자유센터 주차장에서 신원을 알 수 없는 사람에게 3억원을 전달한 혐의는 확인했지만, 이 돈이 이상득 전 의원에게 갔다는 증거를 확보하지 못해 라응찬 전 회장을 무혐의 처리했습니다.
그러나 이백순 행장 비서실 송모씨가 "남산자유센터 주차장에서 전달한 3억원이 이상득 의원측에 전달됐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돈을 전달할 때가 이명박 대통령 취임식 직전이어서 당선 축하금으로 전달되는 것으로 생각했다"고 주장함으로 새로운 국면에 들어가게 됐습니다.

'MB정권 실세 중의 하나였던 '상주촌놈회'

MB정권 중에 우리는 흔히 '영포회','6인회'라는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이 모든 사조직은 MB정권에서 소위 잘나가는 권력형 모임을 뜻하는데, 이에 못지않은 조직이 '상촌회'(상주촌놈회)라는 조직입니다.
라응찬 전 회장은 상주 출신 인사들로 구성된 '상촌회' 회장이었으며, MB정권의 실세였던 이상득 전 의원과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천신일 세중나모 회장들과 친분이 두터웠다고 알려졌습니다.
상촌회가 MB정권과 많은 유착 관계를 보였다는 증거는 경북 상주 출신 인사들이 유독 MB정권에서 많은 인맥 파워를 보였고, 경북 상주가 '정권 실세 지역' 중의 하나였기 때문입니다. 

▲ 2011년 기준 경북 상주 출신 인사들의 직책

앞서 말한 라응찬 전 회장과 류우익 통일부 장관,노환균 서울중앙지검장은 모두 '상촌회' 멤버였으며, 이희원 안보특별보좌관,이상우 국가안보총괄점검회의 의장 모두 경북 상주 출신이었습니다. 여기에 이성규 서울지방경찰청장과 이홍기 3군사령관도 역시 상주가 고향이었습니다.
특히 라응찬 회장이 2000여개 차명계좌로 50억 원 이상의 자금을 불법 운영한 의혹이 발생하던 '신한은행 사태' 당시 류우익 주중대사를 만나러 라 회장이 중국까지 갔던 의혹이 제기된 적도 있었습니다.

영포회라 부르는 포항 출신 인사들이 MB정권에서 승승장구했던 만큼 경북 상주 출신 인사들도 라응찬 상촌회 회장을 중심으로 정부 요직을 두루 장악했으며, 이는 MB재임 중 자행됐던 '지역 편중 인사'로 손꼽을 수 있습니다.

'똑같은 검찰조직, 이제는 가능한가?'

이번에 사건을 배당받은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3부는 지난 '신한은행 사태'때 수사를 했던 곳입니다. 그런데 당시 검찰은 2008년 2월 남산자유센터 정문 주차장 입구에서 누군가에게 돈을 준 사실은 맞지만 누가 받았는지를 밝히지 못해 라응찬 전 회장을 무혐의 처리했습니다.
똑같은 조직인데 이번에는 가능할 수도 있다는 희망(?)을 품게 된 배경은 당시 입증하지 못했던 고려대 출신의 금융조세조사3부 이중희 부장검사가 승진해서 나가고 김한수 부장검사가 지난해 임명됐기 때문입니다.

▲ 검찰 조직 내 고려대출신 주요 보직간부. 출처: 국민일보

MB정권에서 고려대 출신 인사들이 대부분 승진하면서 검찰 내 실세로 자리 잡았는데, 당시 신한은행 사태를 수사했던 이중희 부장검사와 '상촌회' 노환균 법무연수원장은 모두 고려대 출신이었습니다. 

이번에 수사를 맡게 된 김한수 금융조세조사3부장 검사는 숭실고등학교를 나온 서울대학교 출신입니다. 여기에 검찰총장 후보로 나선 김진태(경남 사천,서울대),채동욱(서울,서울대),소병철(전남 순천,서울대) 모두 MB정권에서 검찰을 쥐고 흔들었던 대구,경북,고려대 라인이 아니라는 점이 지난 수사와는 다르게 라응찬 전 회장과 이상득 전 의원 간의 돈거래를 밝혀줄 수 있으리라는 예상을 하게 만듭니다.

또한,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서 MB정권과의 차이를 나타내기 위한 수단으로 검찰 수사를 더 강도있게 할 수도 있다는 점으로 비춰볼 때 돈을 받은 사람을 이제는 찾아낼 수 있지 않겠느냐는 생각도 해봅니다.

'모피아, 과연 박근혜 정부는 끊을 수 있을까?'

라응찬-이상득 전 의원의 '상촌회 게이트'를 단순하게 보면 불법 정치자금의 한 단면일 수 있지만, 우리는 MB정권에서 일어났던 모피아(MOFIA)의 문제점도 함께 주목해야 합니다.

▲ 주요금융지주회장 약력과 경력, 출처: 동아일보

현재 대한민국 금융계를 이끌고 있는 주요 금융지주 회장들은 모두 경남,부산 출신입니다. 여기에 어윤대 KB금융 회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고려대 후배이자 국가브랜드위원장이었고, KDB산은금융 회장은 이명박 후보 선거대책위 출신인 강만수 회장입니다. NH농협금융 회장은 재정경제부 출신인 신동규 회장이이며, 우리금융 이팔성 회장은 17대 대선 당시 한나라당 이명박후보 상근특보 출신이었습니다. 

이처럼 한국 금융계는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으로 이뤄져 있는 상황인데, 이것은 모피아의 전형적인 경제관료 금융계 장악에 해당합니다. 

박근혜 당선인이 새로운 정부를 이끌고 나가면서 남은 이들의 임기를 보장하면 모피아와 계속 유대를 할지도 생각해봐야 합니다. 만약 박근혜 정부가 이런 모피아 집단의 활동을 보장해준다면 라응찬-이상득과 같은 권력자와 금융계의 결탁과 비리는 언제든 일어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 사법개혁 공대위가 주최한 '권력형 비리로 본 검찰개혁의 필요성과 대안 토론회' 출처: 경실련

대한민국의 부조리가 일어나는 배경을 보면 돈을 가진 자가 권력자와 결탁하고 이들은 검찰까지도 손을 뻗쳐 자신들의 죄를 감추고 축소하면서 부와 권력을 누리는 구조 때문입니다. 이런 부조리를 없애려면 우선 검찰이 제대로 법에 따라 수사를 할 수 있어야 하지만 그런 일은 자꾸 멀어져만 가고 있습니다.
박근혜 당선인은 총리 후보 정홍원이 30년간 검찰에 재직하며 아주 떳떳한 인물이라고 주장하지만, 그 속내를 보면 지금의 검찰 수준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정홍원 총리 후보는 1998년 서울지검 특별범죄수사본부장 당시 의정부판사들이 의정부 관내 변호사로부터 떡값과 휴가비 명목으로 수백만 원의 돈을 수십 차례에 걸쳐 받고 룸싸롱까지 함께 다녔지만 포괄적 뇌물죄가 아니라 관행적 비리이기 때문에 "징계 조건부 기소유예"라는 결론을 내렸던 인물입니다.

▲ 금품로비,불법정치자금 수수혐의로 구속된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새누리당 전 의원에게 "내 돈 내놔라"며 달려들고 있다. 출처: 오마이뉴스 유성호

부와 권력이 없는 서민은 항상 당하고 사는 나라가 대한민국입니다. 그것은 그들을 지켜줄 법이 모피아와 같은 집단이나 대한민국 권력자만을 우선 보호하고 있지, 법의 심판을 제대로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런 권력형 비리는 어떤 대통령이 되더라도 쉽게 끊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최소한 예전보다는 줄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고, 더는 그런 권력형 비리가 국민에 피해를 주지 않도록 막아야 합니다.

학연,지연,돈,검찰,권력이 모두 그들만의 세상을 만들어 나가고 있습니다. 그것을 대통령이 막지 못한다면 국민이라도 그들의 범죄 사실을 잊지 않고 끝까지 기억해 심판을 요구해야 합니다. 깨어 있는 시민이 있다면 그들도 함부로 할 수 없는 세상은 반드시 올 것입니다.

원문보기 :   impeter.tistory.com/2101

아이엠피터  |  impeter701@gmail.com

남산 3억 원' 수사…'MB 주변 비자금 저수지' 겨냥?


이글은 프레시안 2013-02-11일자 기사 '남산 3억 원' 수사…'MB 주변 비자금 저수지' 겨냥?'을 퍼왔습니다.
[분석] 검찰 '라응찬-이상득' 수사 착수 둘러싼 3가지 관전 포인트

신한금융지주 라응찬 전 회장이 이명박정부 '핵심'에게 정치자금을 제공했다는, 이른바 '남산 3억원' 의혹 사건에 대해 서울중앙지검이 수사에 착수해 미묘한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11일 경제개혁연대가 라응찬 전 회장과 이상득 전 의원을 고발한 사건을 금융조세조사3부(김한수 부장)에 배당했다고 밝혔다. 경제개혁연대는 지난 5일 "(신한은행 사태) 1심 판결문과 언론보도를 보면 신한 사태의 핵심 사안인 '남산 3억 원'은 라 전 회장이 신상훈 전 신한지주 사장과 이백순 전 신한은행장을 통해 이상득 전 의원에게 최종적으로 전달된 불법 정치자금인 것이 명백하게 드러났다"고 주장하며 이들을 고발했다.

금융조세조사3부는 지난 2010년 9월 신한은행이 신상훈 신한금융지주 전 사장에 대해 횡령·배임 혐의로 고소한 이후, 라응찬 전 회장, 신상훈 전 사장, 이백순 전 행장 사이에 얽힌 고소 고발 사건을 다뤘던 곳이다. 지난 2010년 12월 29일 신 전 사장과 이 전 행장을 불구속 기소하고 라 전 회장에게는 무혐의 처분을 내린 후 2년 만에 같은 부서가 '신한 사태' 재수사에 나서게 된 셈이다. 하지만 금조3부에는 지난해 7월 김한수 부장검사가 임명돼, 이번 사건 재조사를 담당하는 팀은 사실상 '새 수사팀'이나 다름 없는 상황이다.

서울중앙지검이 이번 사건에 나서는 것과 관련해 몇 가지 '관전 포인트'가 있다. 첫째, 피고발자가 이명박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전 의원이다. 둘째, 정권 교체기임과 동시에 검찰수뇌부 교체 기간에 배당됐다. 셋째, 신상훈 전 사장이 '남산 3억 원 사건'의 진실에 대해 적극적으로 입을 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 라응찬 전 회장 ⓒ연합뉴스

친박계 의원 폭로로 시작된 'MB정부-라응찬 커넥션 의혹'

'신한 사태'는 지난 2010년 친박계인 주성영 전 의원의 '폭로'로 시작됐다. 라 전 회장의 금융실명제법 위반 혐의를 국회 법사위 등에서 끈질기게 물고 늘어진 것이다. 주 전 의원은 당시 언론인터뷰 등을 통해 "과거 김대중 비자금을 추적할 당시 라응찬 회장의이름이 나오더니 노무현 비자금을 추적할 때 또다시 등장하더라. 바람직하지 않은 일에 연루된 사람이 이명박 정부 들어 또다시 연임한다고 하더라. 그래서 이건 아니다 싶어 끝까지 라응찬 회장에 대한 실명제 조사를 물고 늘어졌다"고 밝힌 적이 있다.

라 전 회장은 TK 인사로, 이명박 정부 핵심 실세들이 '멤버'였던 '상촌회(상주촌놈회)' 회장이기도 했다. 이상득 의원, 천신일 전 세중나모 회장,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등과 친분이 돈독하기로도 유명했다. 이 때문에 라 전 회장은 MB정부 실세에게 "정치자금을 댔다"는 소문에 시달려야 했다.

그러던 와중 '신한 사태' 검찰 수사 과정에서 신상훈 전 사장의 비서실장을 지냈던 박 모 씨가 "2008년 2월 이백순 행장이 라응찬 회장 지시라며 외부인사에게 전달할 현금 3억 원을 마련하라고 했다. 이 행장 지시대로 현금을 마련해 남산자유센터 주차장에서 이 행장 차의 트렁크에 실었다"고 진술한 내용이 흘러나왔다.

정치권이 발칵 뒤집어졌지만 검찰은 현금을 담은 가방의 구매 영수증까지 확보해놓고 '현금 3억 원의 종착지'가 누구인지 밝혀내지 못했다. 결국 라 전 회장은 그해 12월 이 전 행장과 신 전 사장이 기소될 때, 유일하게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의혹은 끝나지 않았다. 이 전 행장의 비서실 직원 송 모 씨는 지난해 7월 언론 인터뷰에서 "남산자유센터 주차장에서 전달한 3억 원이 이상득 의원 측에 전달됐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폭로했다. 송 씨는 "돈을 전달한 때가 이 대통령 취임식 직전이어서 당선 축하금으로 전달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주장했다. 이 '폭로' 역시 큰 주목을 받지 못했는데, 이상득 전 의원의 경우 당시 저축은행 비리로 구속된 상태였기 때문이기도 했고, 검찰이 여전히 수사 의지를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 저축은행 비리로 구속된 이상득 전 의원 ⓒ연합뉴스

입 열기 시작한 신상훈 MB 주변 '비자금 저수지' 실마리 될까?

이제와서 '남산 3억 원 의혹'이 주목받는 이유는 현재 검찰 수뇌부가 '권력 교체기'에 놓여 있다는 점 때문이기도 하다.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7일 한상대 검찰총장의 사퇴로 작년 11월 말 이후 공석 중인 검찰총장 후보로 김진태 대검차장과 채동욱 서울고검장 소병철 대구고검장 등 3명을 권재진 법무장관에게 추천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차기 검찰총장 후보자 결정에 박근혜 당선인의 의중이 반영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세 후보자 모두 이명박 정부의 소위 '잘 나갔던' T·K·K(대구·경북·고려대 라인)이 아니다. 세 후보자 모두 이명박 정부 내에 이뤄졌던 민감한 '정치 수사'와 거리가 먼 인물이라는 점도 특이 사안이다. 검찰 수뇌부의 의지에 따라 '남산 3억 원 사건'이 급물살을 탈 수도 있다는 말이다.

신상훈 전 사장이 적극적이라는 점도 변수다. 신 전 사장은 지난달 16일 신한은행이 고소한 대부분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 받은 후 (한국일보) 인터뷰를 통해 '라응찬-이상득' 커넥션 의혹을 집중 제기했다.

신 전 사장은 신한 사태의 본질과 관련해 "(신한은행) 내부 알력다툼이 아니라, 라 전 회장이 조직 사유화를 위해 벌인 권력형 비리"라고 규정한 뒤 '남산 3억 원 의혹'에 대해 "정권 실세에게 전달된 돈은 있는데 정작 간 곳은 수사기관이 나 몰라라 하는 상황"이라며 "이른바 '남산 3억 원'을 비롯해 라 전 회장과 MB정부 실세 간의 유착관계를 반드시 재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 전 사장은 ""이백순 당시 지주 부사장은 직원들에게 라 전 회장의 지시라며 함구령을 내리고 3억 원을 조성해 이 전 의원에게 전달할 정도로 비밀리에 진행했다. 내 계좌를 이용했지만 당시 내 계좌는 돈을 조성한 박 모 비서실장이 관리해 전혀 몰랐다. 한달 후쯤 박 실장으로부터 이런 보고를 받았지만 더 묻지도, 알려 들지도 않았다. 그런데 나중에 내가 이 돈을 횡령한 것처럼 꾸며 고소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 전 사장은 이어 "3억 원 문제는 매우 중요하다. 라 전 회장이 이런 식으로 불법 정치자금을 조성했을 수 있다는 증거가 되기 때문이다. 그는 이 전 의원뿐만 아니라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 등 MB정권 실세들과 호형호제하는 사이였다. 이 전 의원이 아니라면 다른 이에게 전달됐을 가능성이 높다. 남산 3억 원은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명박 대통령 주변의 '정치자금 저수지'의 존재와 관련해서는 그간 말만 무성한 상황이었다. 최시중 전 위원장 등 주변 측근들의 정치자금 관련 일부 증언들이 간간히 나돌았지만 한 번도 밝혀진 적이 없다. 그러나 검찰의 '남산 3억 원 사건' 수사 착수의 배경은 범상치 않아 보인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후 검찰이 '전 정권 비리' 수사에 본격적으로 칼을 빼들지 여부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박세열 기자

2013년 2월 9일 토요일

신상훈 "'남산 3억원'은 빙산의 일각"


이글은 뷰스앤뉴스(Views&News) 2013-02-08일자 기사 '신상훈 "'남산 3억원'은 빙산의 일각"'을 퍼왔습니다.
"라응찬, 이상득외 최시중-천신일과도 호형호제"

신상훈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이 "남산 3억원은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며 라응찬 전 회장이 이명박 대통령 형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 외에 다른 MB정권 권력실세들에게도 불법정치자금을 건넸을 가능성을 제기, 파장을 예고했다.

8일 (한국일보)에 따르면, 신상훈 전 사장은 지난 5일 (한국)과의 인터뷰에서 "3억원 문제는 매우 중요하다. 라 전 회장이 이런 식으로 불법 정치자금을 조성했을 수 있다는 증거가 되기 때문이다. 그는 이 전 의원뿐만 아니라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 등 MB정권 실세들과 호형호제하는 사이였다. 이 전 의원이 아니라면 다른 이에게 전달됐을 가능성이 높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또 "정권 실세에게 전달된 돈은 있는데 정작 간 곳은 수사기관이 나 몰라라 하는 상황"이라며 "이른바 '남산 3억원'을 비롯해 라 전 회장과 MB정부 실세 간의 유착관계를 반드시 재수사해야 한다"며 박근혜 정부 출범후 재수사를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남산 3억원'과 관련해서도 "이백순 당시 지주 부사장은 직원들에게 라 전 회장의 지시라며 함구령을 내리고 3억원을 조성해 이 전 의원에게 전달할 정도로 비밀리에 진행했다"며 문제의 돈이 이상득 전 의원에게 전달됐다고 강조하며 "내 계좌를 이용했지만 당시 내 계좌는 돈을 조성한 박모 비서실장이 관리해 전혀 몰랐다. 한달 후쯤 박 실장으로부터 이런 보고를 받았지만 더 묻지도, 알려 들지도 않았다. 그런데 나중에 내가 이 돈을 횡령한 것처럼 꾸며 고소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라 전 회장이 박연차 회장에게 전달했다는 50억원과 관련해서도 "라 전 회장은 50억원을 개인 돈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1991년 자신이 신한은행장에 취임할 때 이희건 명예회장과 일부 재일교포 주주들이 축하금으로 준 30억원을 이자 등으로 불렸다는 것"이라며 "하지만 셈이 밝았던 이희건 명예회장은 어느 누구도 승진했다고 축하금을 줄 사람이 아니다"라고 불법비자금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현재 수백조원 자산을 가진 신한은행이 1982년 자본금 250억원으로 설립됐다. 10년쯤 후지만 1991년 당시 30억원은 어마어마한 금액이다. 조사해보면 이 돈이 어떻게 조성된 건지 나올 것"이라며 "라 전 회장이 일본 주주 다수의 차명계좌를 관리해왔다는 것은 이미 알려져 있지 않나. 그러나 사정기관은 이 부분에 대한 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 금융감독원 등에서 다시 하면 되는데 왜 안 하는 지 모르겠다"고 축소수사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는 "신한금융은 신한 사태 이후에도 변한 게 전혀 없다. 여전히 라 전 회장의 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며 "제2의 신한 사태를 원하는 건 아니지만 이대로라면 나도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다"며 추가 폭로 등을 경고하기도 했다고 (한국)은 전했다.

이상득외 최시중·천신일의 실명까지 거론하면서 신 전 부사장이 전면전 재수사를 촉구하고 나서면서 핵심의혹이 밝혀지지 못한 채 봉합된 신한사태는 박근혜 정부 출범후 또다시 수면위로 부상할 전망이다. 특히 최시중·천신일은 국민적 반발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대통령이 퇴임전 특사를 단행한 비리측근들이어서, 재수사시 그들의 거취도 주목되고 있다.

박태견 기자

2013년 2월 6일 수요일

경제개혁연대, '남산 3억원' 라응찬-이상득 검찰 고발


이글은 뷰스앤뉴스(Views&News) 2013-02-05일자 기사 '경제개혁연대, '남산 3억원' 라응찬-이상득 검찰 고발'을 퍼왔습니다.
"검찰수사 너무 부실해 봐주기 의혹"

경제개혁연대는 5일 신한사태 재판과정에 확인된 이른바 '남산 3억'과 관련,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이명박 대통령 형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을 정치자금법 위반 등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경제개혁연대는 "언론보도와 신한사태 1심 판결문을 보면 신한사태의 핵심 사안중 하나인 '남산 3억원'은 라응찬 전 회장의 지시로 이루어진 것이며, 그 최종 행선지는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인 것으로 알려졌다"며 "그러나 당시 검찰수사는 너무나 미흡했다"며 봐주기 수사 의혹을 제기했다.

경제개혁연대는 이어 "신한사태에 대한 1심 심리 과정 및 그 판결문에 따르면, 이른바 남산 3억은 (‘지시자’ 라응찬 - ‘보고받은 자’ 신상훈 - ‘배달자’ 이백순)의 공모로 (‘최종 행선지’ 이상득)에 전달된 불법 정치자금인 것이 명백하게 드러났다고 할 수 있다"며 "따라서 검찰은 라응찬 전 회장과 이상득 전 의원을 업무상 횡령 및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즉시 기소하여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수사 당시 이 전 사장이 2008년 2월 중순 남산자유센터 정문 주차장 입구에서 성명불상자를 만나 3억원을 전달한 사실을 확인했으나 돈을 받은 사람의 신원을 밝혀내진 못했다.

1심 재판부는 지난달 횡령 등 혐의로 기소된 신 전 사장과 이 전 행장에게 각각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으나, 2010년 검찰수사 당시 사용처가 밝혀지지 않은 비자금 3억원이 이상득 전 의원에게 전달됐다는 법정 증언에 관해서는 진위를 판단하지 않았다.

박태견 기자

2013년 2월 3일 일요일

팔수록 커지는 라응찬 차명계좌 의혹


이글은 한겨레21 2013-02-04일자 제947호 기사 '팔수록 커지는 라응찬 차명계좌 의혹'을 퍼왔습니다.

[특집1] 검찰이 실태 제대로 밝히지 않은 라응찬 차명계좌, 운영 ‘총괄표’ 입수해 살펴보니 의혹 천태만상… 자금 출처 당초 해명과 달라 보이고, 자녀에게 불법 증여한 46억원과 차명 증권계좌 운영하며 내부 정보 이용한 의혹 등 새로 드러나

(한겨레)는 2009년 5월 박아무개 당시 신한금융지주 업무지원팀장이 작성한 라응찬(75) 전 신한지주 회장의 차명계좌 ‘총괄표’라는 문건 등을 입수해 1월23일 공개했다. 이 문건에는 라 전 회장이 신한은행장과 지주 회장으로 재직하던 10년 동안 다른 사람 23명의 이름으로 된 예금과 증권계좌로 은행 돈을 빌려 쓰고 자사주를 매입한 내용이 월별로 빼곡히 적혀 있다. 모두 불법·탈법적인 금융거래다.

»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차명계좌를 검찰이 두 차례 수사했지만 재일동포 주주 4명만 금융 당국에 알려주고 나머지는 비밀에 부쳤다. 덕분에 라 전 회장은 형사처벌을 피했다. 2010년 11월30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한 라 전 회장의 모습. 한겨레 이종근 기자

아버지와 아들이 따로 격려금을 줬다?


라응찬 전 회장은 신한은행장 임기 마지막 해인 1998년부터 2008년까지 지인 2명과 차남의 동업자, 재일동포 주주 4명, 신한증권 임원 출신 김아무개(69·자금관리인)씨와 그의 친·인척 8명, 신한은행 비서실 직원의 친·인척 2명 등 모두 23명의 이름으로 차명계좌를 만들었다. 차명계좌는 1998년 1월 라 회장의 지인 이아무개(73)씨의 은행계좌와 재일동포 주주 이아무개(77)씨의 증권계좌에서 시작된다. 그러고는 1998년 5월 3개, 2001년 3월 8개, 2004년 3월 12개로 늘어나다 2006년 7월부터 줄어들어 2008년 12월에는 다시 2개가 된다. 마지막 차명계좌는 재일동포 주주 이아무개(54)씨와 라 전 회장의 자금관리인 김씨의 친척 박아무개(65)씨 것으로 적혀 있다. 차명계좌로 관리한 금액은 11억여원(1998년 1월)에서 출발해 96억여원(2004년 1월)으로 증가했다가 23억여원으로 줄었다. 거래 금액 기준으로 보면 수백억원이 된다. 잔액이 매년 들쑥날쑥한 이유는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게 투자금으로 50억원이 건네지고 라 전 회장의 세 아들에게 직간접적으로 46억원이 증여되는 등 수시로 입출금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박연차 50억원’은 검찰에서 두 차례 조사한 적이 있다. 당시 라 회장은 1991년 신한은행장으로 선임될 때 은행 창업자인 이희건 신한지주 명예회장이 재일동포 원로 주주 4명과 함께 격려금 30억원을 모아 줬는데, 그 이자가 붙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물론 증여세는 내지 않았다고 했다. 라 회장의 주장을 받아들여 검찰은 2009년 5월, 50억원은 재일동포 4명의 차명계좌로 운영했지만 비자금이 아닌 개인 투자금이라고 결론 내렸다. “금융실명제법 위반은 과태료 사안으로 형사처벌 법규가 없다”며 1차 수사가 흐지부지 끝났다.


하지만 (한겨레21)이 입수한 차명계좌 문건을 보면 검찰의 수사 결과에 몇 가지 의문점이 생긴다. 첫째, 재일동포 4명의 차명계좌는 라 회장의 주장처럼 동시에 개설되지도, 30억원이 한꺼번에 입금되지도 않았다. 예를 들어 처음 개설된 재일동포 주주 이씨의 계좌는 1998년 1월 8억4천만원으로 시작해 25억5천만원(2003년 9월)으로 늘었다가 2007년 3월 박연차 회장에게 11억4천만원을 보낸 뒤 잔액이 0원이 된다. 그러나 또 다른 재일동포 이씨의 차명계좌는 2003년 3월(1억5천만원)에야 만들어졌고 박 회장에게 8억9천만원이 건너간 뒤에도 2008년 12월까지 9억4천만원이 남아 있는 상태였다.


둘째, 라 전 회장에게 30억원을 전달했다는 재일동포 4명 가운데 2명은 아버지와 아들 관계다. 그렇다면 한 부자가 수억원씩을 따로 줬다는 얘기다. 게다가 아들은 라 전 회장에게 격려금을 준 1991년 당시 32살에 불과했다. 30대의 재일동포가 50대의 신한은행장에게 “행장직을 잘 수행하라”고 격려한 셈이다. 이는 “(격려금을 준 재일동포는 1982년) 신한은행 설립 등 과정에서 직간접적으로 참여하신 분들”이라는 라 회장의 당시 해명과도 어긋난다.


셋째, 1993년 금융실명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된 뒤에도 당사자들과 차명 합의를 하지 않았다. 차명계좌가 아니라 다른 사람의 이름을 훔친 도명계좌일 개연성이 있다는 뜻이다. 2010년 4월 국회에서 다시 ‘박연차 50억원’이 불거져 금융감독원이 조사에 들어가자 뒤늦게 부랴부랴 재일동포 주주에게 ‘확인서’를 받았다. “(격려금을 재일동포 주주) 명의 계좌에 넣어 관리하겠다는 라 회장의 말을 듣고 이에 흔쾌히 동의했다”는 내용이었다. 격려금을 받은 지 19년 만이었다. 재일동포 주주 1명에게는 끝내 이 확인서조차 얻어내지 못했다.



일부 금액은 차명계좌를 통해 대출받은 것이었다. 신용도가 높은 재일동포 주주 2명 명의의 계좌로 돈을 빌린 뒤 나중에 다른 외부의 차명계좌 두 곳에서 인출한 돈으로 상환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은행 최고경영자가 자기 가족의 대출 편의 챙기기에 급급했던 셈이다.


차명계좌로 신한은행 주Z식 매입


라 전 회장이 차명계좌로 관리하던 돈 가운데 46억원이 아들들에게 건네졌다는 사실도 외부로 처음 드러났다. 2004년부터 2007년까지 라 회장의 장남이 받은 17억원을 비롯해 세 아들은 모두 31억9천만원을 차명계좌로 받는다. 2006년 3월에는 사업을 하는 라 회장 둘째아들의 동업자라는 김아무개(61)씨에게 14억원이 입금되기도 했다. 이렇게 전달된 46억원 가운데 10억5천만원은 2009년 5월 차명계좌 거래를 정리한 신한지주 업무지원팀장도 출처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다. “(차명계좌인) 이아무개의 2002년 3월 2.5억원, 임아무개의 2001년 12월 4억원, 장아무개의 2001년 12월 4억원은 원인 불명으로 자금이 유입됐다. 후순위채 발행 양도성예금증서(CD)로 운영됐고 대부분 라 회장의 자녀들에게 전달됐다.” 모두 세금 탈루 의혹을 불러일으키는 자금거래다.


또 일부 금액은 차명계좌를 통해 대출받은 것이었다. 신용도가 높은 재일동포 주주 2명 명의의 계좌로 돈을 빌린 뒤 나중에 다른 외부의 차명계좌 두 곳에서 인출한 돈으로 상환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은행 최고경영자가 자기 가족의 대출 편의 챙기기에 급급했던 셈이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5조에는 금융기관 임직원이 직무와 관련해 금품 또는 기타 이익을 얻거나 요구할 때는 5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하도록 돼 있다.


지금까지 알려진 것과 달리 2008년 12월 1차 조사 때 검찰은 라 회장의 차명계좌 명의인 14명을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재일동포 주주 4명만 금융 당국에 알려주고 나머지는 비밀에 부쳤다. 라 회장이 자녀들에게 차명계좌로 증여를 했다는 사실 역시 밝히지 않았다. 물론 형사처벌도 없었다.


김앤장 보고서의 ‘조언’ 적중해

(한겨레21)이 입수한 차명계좌 문건에는 14명 외에도 9명의 이름이 새로 나온다. 이들은 라 전 회장이 신한지주 주식을 매입하거나 수억원을 1년 이내로 보관할 때 사용하던 차명계좌다. 예금계좌와 증권계좌로 자금이 수시로 이동하며 신한지주 주식 수만 주씩을 사고판 흔적이 눈에 띈다. 구체적으로 보면, 차명예금으로 빼낸 돈으로 다른 차명증권 계좌를 통해 신한지주 주식 4만 주를 매입한 다음, 다시 다른 2명의 증권계좌로 주식을 옮겨 2년여 만에 약 12억원의 평가이익을 얻었다. 불법·탈법 행위다. 현행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에 관한 법률’은 차명계좌를 통한 금융기관 임원의 자사주 취득을 엄격히 금지한다. 내부 정보 이용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자금 출처에 대한 추적을 피하려고 실물 주식을 그대로 차명계좌끼리 이동시키는 등 ‘주식세탁’ 수법을 동원하기도 했다. 예를 들면 이렇다. 라 전 회장의 자금관리인 김씨의 친척 김아무개(79)씨의 이름으로 개설한 교보증권에 증권계좌가 있었다. 여기에는 신한지주 주식 4만 주가 들어 있었는데, 2004년 4월 이 주식을 굿모닝 신한증권 증권계좌로 옮겼다. 한 달 뒤 신한지주 주식 4만 주를 자금관리인 김씨가 실물로 빼낸다. 보름 뒤 그대로 또 다른 차명계좌인 권아무개(52)씨 증권계좌로 입고하기 위해서다. 이런 실물 거래와 다단계 이동은 전형적인 자금추적 회피 수법이다. 권씨의 증권계좌가 라 전 회장의 차명계좌로 드러나도 자금거래 흐름이 전산에 남지 않아 다른 차명계좌들을 감출 수 있다.
이런 라 전 회장의 차명거래를 검찰과 금감원은 왜 밝히지 않았을까? (한겨레21)이 입수한 법무법인 김앤장법률사무소의 ‘법률검토 보고서’를 읽어보면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이 검토서는 2010년 7월23일 신한금융 회장 비서팀(업무지원팀)이 김앤장에서 받은 서류다. 김앤장은 검찰과 금감원의 동향을 파악해 이렇게 전망했다. “(검찰은) 라 회장의 차명계좌가 개설된 신한은행 내 특정 점포의 거래 정보(명의인 인적 사항, 대상 거래 기간)를 금감원 조사를 위해 제한적으로 제공할 계획.” “(금감원은) 검찰 통보 후 본격적인 조사 착수 예상됨.”
김앤장은 또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금융실명법 위반에 대한 법리적인 방어 못지않게 실명법 위반이 도화선이 돼 사건의 외견이 확대되는 것을 조기에 차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현 상황에서는 실명법 위반에 따른 은행 임직원의 책임을 전면 부인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 있고, 설득력 없는 부인으로 일관시 금감원 조사 범위 확대, 국감 및 감사원 감사 절차시 의혹이 증폭될 우려도 있어 방안 선택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음.”
김앤장의 ‘전망’과 ‘조언’은 적중했다. 금감원은 2010년 9월 대대적인 현장 조사를 벌이고도 재일동포 주주 4명의 차명예금만을 문제 삼았다. 라 전 회장은 업무정지 3개월의 행정 제재만 받았다. 또다시 형사처벌도 면했다. 그해 12월29일 이른바 ‘신한 사태’를 수사한 검찰이 라 전 회장에게만 불기소 처분을 내렸기 때문이다. 2009년 5월에 이어 두 번째로 검찰에서 ‘면죄부’를 받은 것이다.

경영권 다툼에서 비자금 문제로

2013년 1월 이번에는 차명증권 계좌까지 추가로 드러나 라 전 회장은 세 번째 시험대에 올랐다. 경제개혁연대는 1월23일 논평을 내어 “(2010년 9월) 금감원의 조사가 진행되는 와중에 라응찬 전 회장과 신상훈 전 사장 간 경영권 다툼이 벌어져 비자금 문제보다 경영권 분쟁이 부각됐다. 추가적인 조사 및 제재가 필요하다”며 “국세청, 검찰, 금융감독 당국이 각종 의혹에 대해 해명하고 적극 조처를 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도 1월25일 “국가기관의 진상 규명 및 수사 의지가 미흡하다고 판단될 경우 직접 고발에 나설 것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신한금융 쪽은 “이미 감독원이 조사를 진행하던 사안이 다시 부각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금감원은 “사실관계를 확인하겠다”며 신한금융 쪽에 라 전 회장의 차명계좌 관련 자료 제출을 다시 요구하는 등 사실상 재조사에 들어갔다. ‘삼세번에 득한다’는 옛말이 실현될까?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 

2013년 1월 27일 일요일

죄지은 회장님은 재판 구경 중


이글은 한겨레21 2013-01-28일자 기사 제946호 기사 '죄지은 회장님은 재판 구경 중'을 퍼왔습니다.
[줌인] 신한 사태 재판 결과 나왔지만, 정작 돈의 ‘수혜자’ 라응찬 전 신한지주 회장은 검찰이 기소조차 하지 않아… 수사·재판기록·판결문을 통해 재구성해본 라 전 회장의 3가지 죄

범죄 혐의자가 모두 처벌을 받는 것은 아니다. 혐의가 있더라도 증거가 부족하면 법원에서 무죄 선고가 나온다. 하지만 법원의 유무죄 판단이 나오려면 전제조건이 있다. 검찰이 기소하는 것이다. 어떤 범죄 혐의자라도 검찰이 기소하지 않으면 법원이 처벌할 방법이 없다. 기소권을 대한민국에서는 검찰이 독점하고 있어서다. 검사 출신 변호사가 검찰 수사 단계에서 잘 팔리는 이유기도 하다. 이들은 범죄 혐의자가 기소되지 않도록 힘쓰는 역할을 맡는다. ‘유전무죄’는 법원보다 검찰에서 더 통용된다고 법조인들은 말한다. 검찰의 ‘기소하지 않는 힘’을 한번 경험해보자.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재판장 설범식)는 지난 1월16일 이른바 ‘신한 사태’와 관련해 횡령 등 혐의로 기소된 신상훈(65)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과 이백순(61) 전 신한은행장에게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씩을 선고했다. 신한 사태란 2010년 9월 신한은행이 두 회사에 900억원 이상을 부당 대출(배임)하고 이희건(2011년 사망) 명예회장의 경영자문료를 가장해 은행 돈 15억6600만원을 횡령했다고 신 전 사장을 고소한 사건이다. 검찰은 당시 4개월의 수사 끝에 배임 438억원, 횡령 15억6600만원에 재일동포 주주들에게 8억6천만원을 받았다며 신 전 사장을 기소했다. 고소를 지휘한 이백순 전 행장도 검찰 수사 과정에서 3억원을 신 전 사장과 함께 횡령하고 재일동포 주주에게 5억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하지만 재판부는 “정상적인 대출 과정”이라며 신 전 사장의 배임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고, 횡령 혐의에 대해선 2억6100만원만 유죄라고 밝혔다. 그것도 “라응찬과 이백순을 위해 은행 돈을 사용했다”는 이유를 들었다. 그런데 은행 돈의 ‘수혜자’라고 밝혀진 라응찬(75) 전 신한지주 회장은 왜 법정에 서지 않았을까? (한겨레21)이 입수한 검찰 수사 기록과 재판 기록, 판결문을 통해 재구성해본다.

» ‘유전무죄’는 법원보다 검찰에서 더 잘 통용된다고 법조인들은 말한다. 검찰에 기소된 신상훈 전 신한지주 사장(왼쪽)과 이백순 전 신한은행장(가운데). 라응찬 전 신한지주 회장은 검찰에 소환됐지만 검찰이 기소하지 않아 법정에 서지 않았다. 한겨레 김명진 기자, 한겨레 이종근 기자


혐의 하나. 금융지주회사법 위반

검찰 수사가 확대되자 신한은행은 다급해졌다. 신상훈 당시 은행장은 라 회장 수사에 대한 법률자문자로 김아무개 변호사를 선임하고 변호사 비용 3억원을 갖다주라고 비서실에 지시했다. 변호사 비용을 마련하지 못한 은행 비서실은 신한은행 재일동포 주주인 양아무개씨에게 부탁했고 양씨가 3억원을 내주었다. 양씨는 법정에서 이렇게 증언했다. “3억원을 빌려간 당사자는 라응찬 회장 아닌가. (돈을 빌려준) 다음해(2009년) 설 이후 회장실에서 (라 회장으로부터) 직접 ‘신세 많이 졌습니다. 고맙습니다’라는 말을 들었다.” 3억원을 마련한 이아무개 비서실장도 “라 회장이 해결하리라 생각했다”고 법정에서 진술했다.
2009년 4월 검찰의 소환조사가 임박하자 라응찬 회장은 5억5천만원을 내고 법무법인 태평양을 선임한다. 하지만 신한지주 부사장 위아무개씨는 라 회장을 위해 변호사를 추가로 선임해야 한다며 김아무개와 유아무개 변호사를 추천했다. 착수금 1억원에 성공보수 1억원이 각각 책정됐다. 착수금(2억원)은 라 회장이 댔지만 성공보수(1억5천만원)는 또 다른 재일동포 주주인 이아무개씨가 지원했다.

“사용처는 라응찬의 변호사 비용”

금융기관의 임직원은 직무와 관련해 직접이든 간접이든 돈을 받아서는 안 된다. 금융지주회사법 위반이다. 신상훈 전 사장과 이백순 전 행장이 1심 재판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은 것도 재일동포 주주에게서 2억원, 5억원을 각각 받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재일동포 주주에게서 변호사 비용을 지원받은 라 전 회장은 어떨까? 재판부는 “교포 주주가 자금을 교부한 상대방이 라응찬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라 전 회장은 유죄가 아니다. 검찰이 아예 기소하지 않았기 때문에.
라 전 회장의 해명은 이렇다. “신상훈 사장이 여러 차례 추가로 변호사를 선임하는 게 좋겠다고 말하면서 변호사 비용은 자신이 대겠다고 했다. 내가 만류하며 거절했다. 성공보수를 지급할 필요가 있다는 사실은 전혀 알지 못했다. 또 신상훈 사장이 여기저기서 끌어온 돈으로 변호사 비용을 집행했다는 사실도 보고받지 못했다.”(2010년 11월30일 피의자 신문조서에서) 라 회장은 상당한 재력가다. 당시 검찰 조사에서 그는 △80평형 아파트(9억원) △신한금융지주 20만5425주(90억원) △골프회원권 4개(5억원) △저축성 및 투자성 예금 80억∼90억원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혐의 둘. 횡령
변호사 비용으로 라 전 회장은 개인 자금 7억5천만원을 썼다고 검찰에서 진술했다. 또 신한은행이 재일동포 주주에게서 끌어모은 4억5천만원도 별도로 라 전 회장의 변호사 비용으로 사용됐다.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또 다른 2억원이 채아무개 변호사에게 건네졌다. 이 돈은 신한은행 부행장 3명과 비서실장이 6천만원과 2천만원을 갹출해 우선 대납했다. 그러고는 나중에 은행 비서실에서 관리하던 이희건 명예회장의 경영자문료에서 충당했다. 마지막으로, 검찰 수사가 끝난 2009년 5∼6월에는 라 회장의 수사 과정에서 애쓴 사람들에게 답례한다며 7500만원어치의 상품권을 은행 돈으로 샀다. 당시 은행장은 이백순 행장이었다. 하지만 검찰은 신 전 사장만 횡령 혐의로 기소했다. 재판부는 “신상훈 피고인이 2009년 3월17일 신한지주 사장으로 옮긴 뒤 한참 지난 시점이고 사용처도 라응찬의 변호사 비용”이라며 무죄를 선고했다.
라 전 회장의 반박을 다시 들어보자. “명색이 신한금융그룹의 회장인데 신한은행 부행장들에게 몇천만원씩 갹출해서 개인 형사사건의 변호사 비용을 만들어오도록 하고 이를 ‘명예회장님 경영자문료’ 명목의 법인자금으로 메꾸어 보전·정산하도록 지시할 수는 없다. 신상훈 사장이 나를 돕고자 했다면 개인 돈으로 도와야 하고 당연히 내가 추후 정산해줘야 한다.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다.”(2010년 11월30일 피의자 신문조서에서)

SD에게 갔다는 ‘남산 3억원’의 등장

변호사 비용 14억원을 쏟아부은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 라응찬 회장이 박연차 회장에게 건넨 50억원은 재일동포 4명의 차명계좌로 운영했지만 비자금은 아니라고 검찰은 결론 냈다. 이자와 함께 박 회장이 반환했기에 라 회장의 개인 투자금이라는 거다. 개인 투자금이라는 이유로 돈의 출처는 조사하지 않았다. 검찰은 “금융실명제법 위반은 과태료 사안으로 형사처벌 법규가 없다”고 했다. 검찰의 ‘면죄부’를 받은 라 회장은 2010년 3월 4연임에 성공했다.
사건은 그렇게 끝나는 듯했다. 하지만 2010년 7월 주성영 한나라당 의원이 국회에서 라 회장의 50억원을 검찰이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민주당은 국정감사에서 “라 회장이 경북 상주 출신 모임인 ‘상촌회’(상주촌놈회)의 보호를 받는다”고 주장했다. 라 회장은 국회를 움직이는 손으로 신상훈 사장을 지목했다. 라 회장이 4연임에 성공하자 ‘넘버2’인 신 사장이 라 회장의 등에 칼을 꽂으려 한다는 의심이 나돌았다.


혐의 셋. 정치자금법 위반

2010년 9월, 마침내 신한 사태가 터졌다. 신 사장을 검찰에 고소하기 직전에 라 회장과 이백순 행장은 신 사장에게 자진 사퇴를 종용했다. 하지만 신 사장이 거부했다. 명예회장의 경영자문료를 검찰이 뒤지자 ‘남산 3억원’이 튀어나왔다. 라 회장의 지시로 이상득 전 한나라당 의원에게 불법 정치자금 3억원이 건네졌다는 증언이다. 그 자금을 조성해 전달하는 데 참여한 행장 비서실 직원의 입을 통해 나왔다.
이백순 당시 신한지주 부사장이 라 회장의 지시라며 2008년 2월20일 아침 6시에 서울 중구 장충동2가 남산자유센터 웨딩홀 주차장으로 현금 3억원을 가져오라고 했다. 비서실 직원은 현금 3억원을 신속히 마련하려고 재일동포 주주 2명과 신상훈 행장의 계좌에서 우선 돈을 인출해 해결했다. 그리고 나중에 명예회장의 경영자문료에서 2억6100만원을 정산해줬다. 비서실 직원은 재판 과정에서 “신한 사태 이후 ‘그 돈이 SD(이상득 전 의원)에게 갔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이런 사실을 라응찬 전 회장이나 이백순 전 행장은 부인한다. 그런 지시를 하지도 않았고, 돈가방이 건네진 장소에도 간 적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검찰은 명예회장의 경영자문료에서 3억원을 빼내는 데 이백순 행장도 관여했다고 보고 신 전 사장과 함께 그를 횡령 혐의로 기소했다. 재판부도 남산 3억원이 라 전 회장의 지시로 이 전 행장을 통해 제3자에게 전달됐다고 판단했다. “신상훈 피고인이 라응찬과 이백순을 위해 은행 돈을 사용했다”는 표현이 그래서 나온다. 하지만 “이백순 피고인은 남산 3억원이 전달될 무렵 돈의 출처(경영자문료)를 알았다고 볼 아무런 증거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남산 3억원을 전달한 사람(이백순)은 무죄, 나중에 보고받은 사람(신상훈)은 유죄로 운명이 엇갈린 것이다. 그렇다면 지시한 라응찬 전 회장은? 검찰이 기소하지 않아 또다시 형사처벌을 피해갔다.

운전하고 헬스클럽 다니는데 ‘알츠하이머’

라응찬 전 회장은 증인으로 법정에 나오지도 않았다. 신상훈 전 사장과 이백순 전 행장의 사건에 수없이 등장해 재판부가 검찰 쪽 증인으로 세 차례나 출석을 요구했는데도 말이다. “신한은행 사건에 따른 충격으로 알츠하이머병에 걸려 치료 중”이라고 불출석 사유를 밝혔다. 알츠하이머병은 치매를 일으키는 뇌질환이다. 이후 라 전 회장이 직접 운전하며 호텔 헬스클럽을 다니는 모습이 언론 보도로 알려져 논란을 빚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검찰을 비판했다. “검사는 증인이 출석하도록 합리적인 노력을 아니한 채 라응찬이 치매에 걸렸다는 사실을 입증하기 위한 의무기록증명서만 제출하고 증인 신청을 철회했다. 라응찬이 헬스를 하거나 개인 사무실에서 책을 보는 등 국내에서 정상적으로 생활하는 사실이 인정된다. 법정에서 진술하기 어려운 건강 상태라는 검찰의 주장은 소명되지 않았다.”
검찰의 ‘직무유기’를 바로잡을 방법은 없는 것인가.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 

2012년 8월 26일 일요일

‘도둑들’ 뺨치는 신한은행 복마전 시나리오


이글은 한겨레21 2012-08-27일자 기사 ' ‘도둑들’ 뺨치는 신한은행 복마전 시나리오'를 퍼왔습니다.
[특집] 이백순 신한은행장 비서실장 USB에서 나온 신상훈 사장 밀어내기 ‘시나리오’ 단독 입수, 전말 재구성… 배임·횡령 혐의 씌우기, ‘라응찬-신상훈-이백순’ 면담 작전, 치밀한 사후 대책까지 권력 암투 실체

신한은행은 2010년 9월2일 신상훈(64) 당시 신한금융지주 사장을 배임 및 횡령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은행이 최고경영자를 고소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금융계는 “충격적인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은행감사위원회 보고나 금융감독원에 대한 조사 의뢰 등 사전 절차도 밟지 않았다. 검찰은 3개월 뒤 신 전 사장과 이백순 전 신한은행장을 기소했고, 1심 재판은 2년 가까이 진행 중이다. 신한은행이 신 사장을 전격 고소한 배경은 여전히 의문점으로 남아 있다. 그 실마리가 드디어 풀렸다. 당시 이백순 신한은행장 비서실에서 작성한 ‘시나리오’의 일부가 8월17일 법정에서 공개된 덕이다. 20여 개의 시나리오 전문을 입수한 (한겨레21)은 2년 전 신한은행 상황을 재구성했다. 

» 신한은행이 2010년 9월10일 신상훈 당시 신한금융지주 사장을 배임 및 횡령 혐의로 검찰에 고소하고 나흘이 지난 9월14일 서울 중구 태평로2가 신한은행 본점에서 임시이사회가 열렸다. 신상훈 사장의 해임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서다. 물을 마시는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뒷모습이 보이는 가운데 신 사장(왼쪽에서 첫번째)과 이백순 신한은행장(오른쪽에서 첫번째)이 나란히 앉아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순조롭지 않았던 배임·횡령 혐의 입증

2009년 4월 라응찬 신한지주 회장은 금융실명제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소환됐다.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게 차명계좌로 관리해온 50억원을 건넸다는 이유에서다. 검찰은 차명 거래를 확인했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이 갑작스레 사망하자 사건을 덮었다. 2010년 3월 라 회장은 4연임에 성공했다. 그러나 국회에서 주성영 한나라당 의원이 라 회장의 실명제 위반 혐의를 다시 제기했다. 사실로 드러나면 금융회사 최고경영자로서 라 회장은 적격성에 타격을 입게 된다. 현행법에 금융회사 임원은 “신용질서를 해칠 우려가 없는 사람”이라고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 라 회장 쪽은 다급해졌다. “라 회장의 실명제 조사 역시, 라 회장에 대한 흠집내기 일환이며, 신 사장이 외부 세력과 협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신한그룹의 ‘큰 어른’인 이희건 신한지주 명예회장과의 면담 설명 자료에서 나오는 표현이다.
신상훈 사장 내몰기 시나리오가 시작됐다. 이백순 행장은 2010년 7월 중순부터 비서실과 여신관리부, 경영감사부의 일부 직원을 동원해 신 사장 관련 자료를 긁어모았다. 신 사장의 2007∼2008년 기부금 거래 내용을 뒤지고 2006∼2008년 관련 대출 10건을 분석했다. 이 중 금강산랜드와 투모로라는 업체가 눈에 띄었다. 첫 번째 카드, 배임이었다.
하지만 순조롭지 않았다. 여신사후관리를 맡은 김아무개 부장이 두 업체에 대한 대출은 영업 논리로 진행됐고 신 사장의 부당한 지시는 없었다고 밝혔다. 이백순 행장은 “제대로 보고를 안 한다”며 질책했지만 김 부장은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결국 여신관리부장이 바뀌었고 이아무개 신임 부장은 신 사장이 행장으로 재임할 때 친·인척 관련 업체에 950여억원을 부당 대출해 회사에 800억원의 손실을 끼쳤다는 배임 혐의를 만들어냈다.
검찰은 2010년 12월 기소하며 부당 대출 규모를 265억원이나 줄였다. 실제로는 438억원인데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여파로 엔화 대출의 평가액이 급증한 것이었다. 고소인은 금융위기를 신 사장의 책임으로 돌렸던 셈이다. 또 검찰 조사 결과, 대출을 받은 업체는 신 사장의 친·인척도 아니었다. 다만 검찰은 ‘내부 컨설팅을 해 자료를 조작하고 대출 심사 자료로 사용하게 했다’며 배임죄로 인정했다.
재판에서 신한은행 관계자들이 검찰 진술을 바꿨다. 신상훈 사장의 압력이나 지시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증언한 것이다. 법정 증인으로 출석한 신한은행 컨설팅팀장 김아무개씨는 말했다. “이백순 행장이 부풀려진 컨설팅 자료를 통해 부당 대출이 이뤄졌다고 발표한 뒤 은행경영감사부는 200억원대의 부당 대출에 가담한 죄인이라는 전제를 깔고 우리를 조사했다. 신 사장에게 불리한 진술을 하라는 압력을 받아 문답서를 작성했다. 일주일 뒤 검찰에서 조사를 받았는데 같은 내용을 뒤집을 수 없었다. 실제로는 정상적인 컨설팅이었다.”
두 번째 혐의인 횡령도 시나리오 그대로다. ‘2005∼2009년 이희건 신한지주 명예회장에게 자문료 명목으로 15억6600만원을 지급한 것으로 꾸며 개인 용도로 사용했다.’ 검찰이 고소장에 적은 신 사장의 혐의다. 이백순 행장이 고소한 내용과 일치한다. 하지만 신 사장 쪽은 이 명예회장과의 경영 자문 계약은 라 회장의 지시로 2001년부터 이뤄진 것이라고 주장한다. 자문료는 명예회장 의전 업무를 맡은 행장의 비서실장이 관리했고 신 사장이 행장으로 일하던 2005년부터 2009년까지는 실제로 명예회장이 자문료 8억4600만원을 썼다는 근거 자료를 법정에 냈다. 나머지 7억1600만원 중 2억1600만원으로는 행장 법인카드로 선지급한 명예회장의 경조사비 등을 메웠고 5억원은 라응찬 회장의 지시로 다른 데 사용됐다.

검찰은 2010년 12월 기소하며 배임 혐의에 적용한 부실 대출 규모를 265억원이나 줄였다. 실제로는 438억원인데 고소인이 엔화 대출의 환차손까지 끼워넣었기 때문이다. 또 검찰 조사 결과, 대출받은 업체의 대표는 신 사장의 친·인척도 아니었다.

갑자기 떠오른 3억원, 이상득에게?
반면 시나리오에는 2005년부터 자문료가 소액 분할 인출됐고 이 명예회장의 입금 계좌도 변경돼 조직적이고 치밀한 자문계약서 조작과 비자금 횡령이 이뤄졌다고 적혀 있다. 자금세탁 등 범죄적 방법으로 비자금을 빼돌렸다는 얘기다. 신 사장을 고소하기 하루 전날인 9월1일 이희건 명예회장을 직접 찾아가 확인서를 받아오는 각본도 만들었다. 확인서 내용은 이렇다. ‘본인(이희건 회장)은 2005년부터 2009년까지 신한은행과 자문 계약을 체결한 사실이 없으며 자문료를 수취한 사실도 없습니다.’ 여의치 않으면 보이스 펜으로 녹취할 계획이었다. 신 사장의 횡령과 관련 없다는 점을 입증해야 이 명예회장이 검찰 조사를 받지 않을 수 있다는 압박 논리도 준비했다. 또 신 사장의 개인 비리로 사건을 몰고 가야만 은행이 산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면담은 성사되지 않았고 이 명예회장은 2011년 3월 사망했다.
라응찬 전 회장의 지시로 이상득 전 의원에게 불법 정치자금 3억원이 건네졌다는 증언이 나왔다. 3억원의 자금을 조성해 전달하는 데 참여한 행장 비서실 직원의 입을 통해서다. 2008년 1월 하순 이백순 당시 신한지주 부사장이 경영자문료를 관리하던 박아무개 신한은행장 비서실장에게 전화했다. “라 회장의 지시니까 외부 인사에게 건넬 현금 3억원을 마련하라.”
금융정보분석원(FIU) 추적을 피하려고 2천만원 미만으로 일주일간 여러 차례 인출해 현금 3억원을 준비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을 일주일 앞둔 2008년 2월19일 오후 업무 시간에, 이백순 부사장이 내일 새벽 6시까지 서울 중구 장충동2가 남산자유센터 웨딩홀 주차장으로 가져오라고 지시했다. 다음날 도착해보니 이 부사장이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짙은 회색의 중형차 한 대가 주차장으로 들어왔다. 이 부사장이 잠시 얘기를 나누더니 손짓했다. 돈가방을 그 차로 옮겨싣자 40대 초반의 남성이 신라호텔 방향으로 차를 몰았다.
3년쯤 지나 신한은행이 신 사장을 고소하며 3억원이 다시 물 위로 떠올랐다. 신한은행이 고소한 횡령 사건에 3억원이 포함돼 있었기 때문이다. 돈을 배달한 박 전 실장은 일본 도쿄에서 일하고 있었다. 2010년 10월13일 신한은행 관계자가 찾아왔다. “3억원은 모르는 것으로 해라. 그 돈은 SD(이상득 전 의원)에게 갔다. 변호사랑 얘기가 됐다.” ‘3억원에 대해 모르고 남산자유센터에 간 적도 없다’는 진술서를 내밀며 도장을 찍으라고도 했다.
이러한 사실을 이백순 행장은 부인한다. 그런 지시를 하지 않았고, 돈가방이 건네진 장소에도 간 적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검찰은 3억원의 전달에 이 행장이 관여했다고 보고 신 전 사장과 함께 그를 횡령 혐의로 기소했다.

» 2010년 11월2일 서울중앙지검은 서울 중구 태평로2가 신한은행 본점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이날 압수된 신한은행장 비서실장의 이동디스크(USB)에는 신상훈 사장 밀어내기 '시나리오'가 담겨 있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깨알 같은 대사까지 적혀 있는 시나리오

고소 사건의 그림을 완성한 뒤 ‘라응찬-신상훈-이백순’ 면담 시나리오를 꾸몄다. 목표는 신 사장의 자진 사퇴 끌어내기였다. D-Day는 9월2일로 잡았다. 신 사장은 하루 전까지도 이런 사실을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고 한다.
면담 시나리오를 보면, “자진 사퇴가 최선의 방법이므로 단호하고 냉정하게 설득·회유해 (신 사장이) 결심할 수 있도록 해야 함”이라고 돼 있다. 사퇴 권고는 라 회장이 맡았다. “지난해부터 신 사장과의 문제로 말은 못했지만 수많은 시간을 고민과 슬픔 속에서 보냈다. 친형제보다 더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던 우리가 이렇게까지 온 데는 서로에게 많은 책임이 있다. 이제 고민을 정리할 때라고 판단했다. 여러 사람에게 조언을 구하고 신 사장의 궤적을 나름대로 알아봤다. 더 이상 우리 조직에 둘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오늘 사임해주길 바란다.”
신 사장이 사임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다음 단계로 이동하도록 돼 있다. 압박 강도는 ①친·인척 부실 대출에 따른 사직 권고 ②검찰 조사 임박 ③고소장 및 이사 해임 절차 착수 ④자문료 관련 공금 순으로 높인다. 라응찬 회장과 이백순 행장의 대사는 번갈아 나온다.
‘(라 회장-부실 대출 책임 설명) 최근 행장으로부터 당신의 부당 대출 관련 보고를 들었다. 취급 단계에서부터 개입하고 주도한 증거나 나타났다. 당신 개인 사업 대출이라는 소문이 직원들 사이에서 돌고 있다.
(이 행장-사퇴 근거 제시) 불의와 타협할 수 없는 노릇이고 앞으로 조직을 이끌어가야 하는 입장에서 오늘 감히 사장님께 사퇴를 요청드린다. 마음이 너무 아프다.
(이 단계에서 다시 한번 사퇴 의사 확인 후, 다음 단계로 이행)
(이 행장-검찰 조사 정보 전달) 검찰에서도 비리 혐의를 포착해 조사를 곧 시작한다는 소식은 이미 알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신병을 이유로 사표를 제출하고 해외로 출국하는 게 현명한 처사가 될 듯하다.
(라 회장-사퇴 재차 권고) 인사 전횡과 파벌 조성 등 신한스럽지 못한 부분이 다수 있으나 그동안 말을 아껴왔다. 우리 사회에 무슨 말이 더 필요한가?’
마지막 단계는 자문료 횡령으로 정했다. 신한은행장 비서실에서 관리한 돈이라서 라응찬 회장이나 이백순 행장도 자유로울 수 없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끝까지 사퇴를 거부하면 고소장을 즉시 접수하고 언론사에 신 사장의 비위 사실을 통보해 해임 절차를 밟는 이사회를 소집하도록 지시한다’는 문구로 시나리오는 끝났다. 이백순 행장은 임원회의 발표 자료도 신 사장이 자진 사퇴할 때와 검찰에 고소장을 제출할 때의 두 가지 버전으로 준비했다. 2010년 9월2일 신 사장이 자진 사퇴를 끝내 거부했고 두 번째 시나리오가 현실화됐다.

신 사장이 사임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다음 단계로 이동하도록 돼 있다. 압박 강도는 ①친·인척 부실 대출에 따른 사직 권고 ②검찰 조사 임박 ③고소장 및 이사 해임 절차 착수 ④자문료 관련 공금 순으로 높인다. 라응찬 회장과 이백순 행장의 대사는 번갈아 나온다.

라 회장 ‘절만의 승리’ 거뒀지만

‘거사 후 시나리오’도 치밀하다. 여론에 따라 2일차 시나리오는 달라진다. 악화되면 주주, 이사, 정·관계에 적극 설명하고 신 사장을 고문으로 선임한다. 또 경제적 보상 등 유화책을 제시한다. 여론이 우호적이면 신 사장의 행태를 언론에 흘리고 신 사장 측근을 인사 발령하는 방안도 고려한다.
외부와의 접촉도 준비했다. 대상자로는 임태희 대통령실 실장, 허태열 한나라당 의원, 이사철 한나라당 의원 등을 꼽았다. 고소 내용을 설명하고 후임 신한지주 사장은 이백순 행장이 겸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반면 노조위원장과의 면담 시나리오에서는 “사장 자리 탐 안 난다”고 반대로 발언하기로 했다. 이 행장이 “개인적으로 30년 지기 형님을 고소했다. 속이 상해 밤잠을 못 이루고 있다”고 말문을 열고 ‘권력 다툼 아닌가? 호남 차별 아닌가?’라는 예상 질문에 이렇게 답변한다.
“사실을 깊이 모르는 언론에서 쓰는 논리다. 이번 문제만 없었다면 (신 사장은) 차기 회장이 확실시된다. 내가 사장 자리 탐이 나서 사장님을 헐뜯었다면 권력 암투를 인정한다. 하지만 나는 이 자리도 만족하고 소명의식을 갖고 신나게 일한다. 현행법을 어기는 비위 사실이 발견돼 검찰에 고발하지 않을 수 없는 돌발 상황이 발생했다.”
9월14∼15일에는 신한지주 이사회를 개최하는 것으로 짰다. 목표는 신 사장의 ‘직무정지’로 정했다. 신 사장이 지위를 유지하면 고소인인 이백순 행장과 라응찬 회장이 불신임을 받는 것으로 해석돼 그룹 리더가 무너진다는 주장을 내세웠다. 반면 해임안은 재일동포 이사들이 부담을 느낄 것이라고 봤다. 직무정지가 최선책이었다. 신한지주의 재일동포 사외이사인 정행남 재일한인상공회의소 고문이 적극 중재안을 제안하도록 유도한다고 시나리오는 적고 있다. 실제로 신한지주는 9월14일 이사회를 열어 신 사장에 대한 직무정지안을 상정해 찬성 10표, 반대 1표로 통과시켰다. 반대표는 신 사장만 던졌다. 당시 라 회장 쪽의 ‘절반의 승리’라는 평가가 나왔지만 모든 게 시나리오였던 셈이다.

권력 독점욕이 부른 공멸

예상치 못한 역풍이 불어왔다. 재일동포 주주 4명이 이백순 행장 해임청구 소송을 법원에 냈다. 신한지주 이사회 등 사전 절차를 거치지 않고 독단적으로 검찰에 고소하고 외부에 공개해 주주들에게 경제적 손실을 입혔다는 이유에서다. 라 회장의 금융실명제법 위반 논란과 관련해서도 국회에서 새로운 의혹이 터져나왔다. 금융감독원이 정기검사 때 확인하고도 라 회장의 4회 연임 도전에 하자가 될 수 있어 공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신한지주와 신한은행의 최고경영자들 간 갈등이 고소·고발·소송으로 얽힌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자 동반사퇴론이 고개를 들었다. 10월30일 라응찬 회장이, 12월6일 신 사장이, 12월29일 이백순 행장이 잇따라 옷을 벗었다. 20년 경영을 이어온 라 회장의 장기 집권 체제가 권력 다툼 끝에 불명예 퇴진한 꼴이다. 권력 독점이 부른 화였다.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


라응찬 전 회장 면죄부 의혹 
 상주 촌놈의 힘?

“수사 결과만 놓고 보면 신한금융지주는 시스템이 아니라 라응찬 회장 개인의 위세에 따라 움직인 것으로 보인다.”
2010년 12월29일 ‘신한 사태’를 마무리하는 수사 결과 브리핑에서 윤갑근 서울중앙지검 3차장 검사가 한 말이다. ‘신한 사태’의 중심에 라 전 회장이 있다는 검찰의 시각이 드러나 있다.
하지만 검찰은 라 전 회장에게 면죄부를 줬다. 나머지 ‘빅3’인 신상훈 전 신한지주 사장과 이백순 신한은행장만 배임 및 횡령 혐의로 기소 처분을 내렸다. 특히 이백순 행장이 가져간 현금 3억원은 “라 회장의 지시였다”는 진술이 나온 상태였다. 3억원을 배달한 당시 신한은행장 비서실장 박아무개씨는 2010년 9월13일 검찰에서 전달 경위를 상세히 진술했다. 다음날인 9월14일 신한은행 이사회에서도 그는 3억원 관련 진술을 했다. 하지만 이백순 행장이 “3억원을 가져다 쓴 사실이 없다”고 부인해 라 전 회장까지 겨냥하지 못했다고 검찰은 주장한다. 이희건 신한지주 명예회장의 경영자문료로 책정된 금액 중 2억원도 라 전 회장의 변호사 비용으로 썼지만 입증 근거를 찾을 수 없었다며 검찰이 무혐의 처분했다. 결국 자금 전달을 지시한 라 전 회장은 기소하지 않고 보고받은 자(신상훈)와 배달자(이백순)만 처벌한 셈이다. 최근 3억원이 이상득 전 의원에게 건네졌다는 진술도 나왔지만 검찰은 “재수사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그뿐만 아니다.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게 건넨 50억원도 재일동포 4명의 이름으로 차명 운영했지만 비자금으로 결론 내지 않았다. 이자와 함께 박 회장에 반환했기에 라 전 회장의 개인 투자금이라는 거다. 그래서 이 돈의 출구도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다. 검찰은 “금융실명제법 위반은 과태료 사안으로 형사처벌 법규가 없다”고 했다. 금융감독원에서 직무정지 3개월 상당의 징계를 받았을 뿐이다. 그것도 신한지주 회장직에서 사퇴한 뒤였다.
당시 민주당은 국정감사에서 라 전 회장이 경북 상주 출신 모임인 ‘상촌회’(상주촌놈회)의 비호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우제창 민주당 의원은 “라 회장은 경북 상주 출신으로 상촌회 회장을 맡고 있는데, 그 멤버가 노환균 서울중앙지검장 등 권력과 동일시되는 현 정권 실세”라고 말했다.

시나리오 어떻게 공개됐나
 비밀은 비서실장 USB

2010년 11월2일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3부는 신한은행장 비서실을 압수수색했다. 신상훈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의 배임·횡령 혐의를 입증할 증거를 찾기 위해서였다. 이희건 명예회장의 자문료를 인출해 사용한 내역 관련 자료 등이 주요 압수물이었다. 이날 뜻밖의 물건이 따라왔다. 신 전 사장을 검찰에 고소한 이백순 신한은행장의 비서실장인 변아무개씨의 이동디스크(USB)였다. 검찰은 1년6개월간 이 압수물을 법원에 제출하지 않았다.
신 전 사장 쪽은 검찰의 압수 목록을 훑다가 USB를 발견했다. 중요한 압수물임을 직감했다. 신한은행의 한 관계자의 말이다. “변씨는 이백순 전 행장의 최측근이다. 고소 직전인 2010년 7월 비서실장으로 발탁돼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3억원을 이 전 행장에게 건넸다는 전 비서실장의 진술을 번복시키려고 회유책도 썼다.”
재판부에 요청해 신 전 사장 쪽은 지난 7월 USB를 검찰에서 넘겨받았다. 50여 개 파일이 들어 있었다. 그 가운데 ‘시나리오’라는 이름이 붙은 게 유독 많았다. 배임·횡령 사건을 설명한 스크랩, 라응찬·이백순·신상훈 면담 시나리오, 이희건 명예회장 면담, 고소 당일 시간대별 일정, 2일차 시나리오 등 20여 건이었다. 작성 일자는 신 전 사장을 검찰에 고소한 9월2일 직전에 몰려 있었다. 특히 변씨의 전임 비서실장이던 이아무개씨의 휴대전화를 무단으로 촬영한 캡쳐 화면도 나왔다. 9월14일 신한지주 이사회가 열리던 날, 이씨는 이백순 행장과 면담했다. 당시 한 부하직원이 휴대전화 서비스 변경이 필요하다며 잠깐 달라고 해서 건넸는데 도둑 촬영한 것이라고 했다. 신 전 사장 쪽은 “USB에서 나온 시나리오는 고소 사건을 기획하고 조작한 흔적”이라고 주장했다.
USB를 보관하다 검찰에 압수당한 변씨는 8월17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판에서 “당시 신한은행의 여러 직원들이 작성한 문서를 모아서 보관했을 뿐”이라고 증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