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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6월 23일 토요일

왜 습지가 사라지나, 오리나무는 알고 있다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6-22일자 기사 '왜 습지가 사라지나, 오리나무는 알고 있다'를 퍼왔습니다.

 경상남도 양산시 소주동의 천성산 정상부 아래에 있는 밀밭늪 습지. 양산/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토요판] 특집/ 천성산 도롱뇽의 진실
습지 상태가 양호하다면
땅은 스펀지처럼 물을 머금고
물침대처럼 물렁해야 한다
오리나무나 억새는 자랄 수 없다
밀밭늪이 육지화되는 것이다

도롱뇽을 한 마리도 못 봤으니
습지가 망가졌다면 왜곡이다
반대로 천성산 습지가
생태천국이 아님도 분명하다

2000년대 중반 천성산 보존운동은 대규모 국책사업 때 절차적 민주주의를 지켰는지에 대한 물음을 담고 있었다. 공교롭게도 지율 스님에 대한 비난은 불법·편법 논란으로 얼룩진 4대강 사업이 추진되면서 본격화됐다. 과연 그들 말처럼 천성산은 생태계 천국일까? 오리나무는 오리(2㎞)에 한 그루씩 심어 거리를 표시하는 데 쓰였다. 밀밭늪 한가운데 번식한 어린 오리나무들은 지금 우리에게 무슨 말을 건네고 있는 걸까.

지난 19일 경남 양산시 천성산에는 짙은 안개가 끼었다. 4륜 스포츠실용차(SUV)는 유리창에 입김을 머금은 채 비포장 임도를 헐떡이며 올라갔다. 환경단체인 ‘습지와 새들의 친구’의 김경철 사무국장이 말했다.“어제 80㎜가 왔대요.”밀밭늪은 천성산 제2봉 주변 임도에서 약 50m 아래 있었다. 밀밭늪 밑으로는 2010년 10월 개통한 경부고속철도 2단계 구간인 천성산 터널(원효터널)이 지나간다.급한 산사면을 내려가니 오아시스처럼 시야가 트이고 평지가 나타났다. 잠깐 머물던 안개는 바람에 밀려 사라졌다. 해발 700m, 가로세로 100m, 250m 크기의 ‘고산(높은 산) 습지’의 모습이 뚜렷해졌다.“습지 중앙에 있는 게 오리나무예요. 원래 가장자리에 살았죠.”

나무는 왜 자라고 계곡은 왜 생겼나

밀밭늪의 아래를 채우고 있는 건 푸른 진퍼리새였다. 진퍼리새 사이로 나무들이 드문드문 자랐는데, 그게 오리나무였다. 어른 가슴 정도의 크기, 어려 보였다. 지율 스님이 말했다.“죄다 4~5년생이에요. 오리나무들이 점차 습지 안으로 들어와요. 불과 몇 년 사이에 이런 현상이 벌어지고 있죠.”작은 오리나무를 대충 세어보니, 스무 그루는 되어 보였다. ‘철철’ 물 흐르는 소리가 났다. 늪 한가운데 너비 1m의 물골(계곡)이 생겨 흐르고 있었다. 갈색 억새가 녹슨 창처럼 물골 주변에 드문드문 꽂혔다. 이건 좋은 징조가 아니다. 비가 내리면 물은 물골로 모인다. 습지가 머금어야 할 물이 계곡을 따라 산 아래로 빠져나가는 것이다. 그렇게 물이 빠진 습지는 땅처럼 딱딱해진다. 딱딱해진 땅은 물길이 한쪽에 쏠리는 침식작용을 부추기면서 계곡을 더 키운다. 물골은 고산 습지의 죽음이 다가오고 있음을 알려주는 ‘저승사자’다.옛 등산로가 아닌데도 습지 안쪽의 땅은 딱딱해져 있었다. 습지 상태가 양호하다면 땅은 스펀지처럼 물을 머금고 물침대처럼 물렁해야 한다. 오리나무 같은 관목이나 억새는 그런 물컹한 고산 습지 안에서 무성히 자랄 수 없다. 밀밭늪이 육화(육지화)되고 있는 것이다.상황은 능선 너머 대성늪과 무제치늪에서도 비슷했다. 5년 안팎 수령의 오리나무는 대성늪에 흩어져 있었고, 무제치1늪에선 아예 군락을 이뤄 자랐다. 0.5m도 채 안 되는 소나무도 눈에 띄었다. 재미있는 건 높이 1~1.5m의 중키 아니면 2.5m 이상의 아름드리 오리나무만 보인 점이다. 중간 크기의 오리나무는 보이지 않았다.천성산은 우리나라에서는 흔치 않게 20여개의 고산 습지를 품고 있다.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된 무제치늪과 화엄늪을 비롯해 대성늪과 밀밭늪이 잘 알려진 습지다. 1999년 발견된 밀밭늪은 가장 원형이 잘 보존된 습지로 꼽힌다. 수평거리 80m, 수직거리 420m로 천성산 터널과 가장 가깝다.이런 상황은 과학적 조사로도 확인됐다. 는 천성산 밀밭늪의 육화가 급격히 진행되고 있다는 보고서를 입수했다. 이헌호 영남대 교수(산림자원학) 팀이 2004년 7월부터 2008년 5월까지 벌인 조사 결과를 보면, 밀밭늪은 엄청난 변화를 겪고 있었다. 지하수위(지표면에서 지하수면까지의 거리)는 2004년 -8.48㎝에서 2008년 -28.59㎝로 3배 이상 낮아졌다. 지하수위가 내려가고 있는 것이다.습지로 유입된 물이 다시 습지 밖으로 빠져나가는 유출률도 대체로 지하수위 하강과 궤를 같이하고 있었다. 2008년의 유출률은 27%로, 2005년 13%의 두 배가 넘었다. 4년 동안 평균 유출률은 19%였다. 즉 강우량 100% 가운데 19%가 증발되거나 계곡을 통해 빠져나간다는 얘기다. 부쩍 크고 넓어진 밀밭늪의 물골과 관계가 깊다. 보고서는 밀밭늪의 종말을 예고하며 끝을 맺었다. “밀밭늪은 향후 산지 고층 습원으로서의 기능이 점차 사라지고 마침내 육화되어 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습지의 위기, 환경부도 알고 있었다

경상남도 양산시 소주동의 천성산 정상부 아래에 있는 밀밭늪 습지 중앙부에 골이 생기고 물이 폭포처럼 흐르는 변화가 생겨나고 있다. 양산/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지난 20일 이헌호 교수는 전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다른 말로 습지가 땅처럼 변한다는 의미죠. 글쎄요. 이유가 천성산 터널 때문인지 아닌지는 정확히 판단을 못하겠어요. 어쨌든 습지가 사라지는 건 사실이에요.”“왜 터널 영향인지 알 수 없는 거죠?”“지하수의 흐름을 알아야 해요. 이를테면 지하탐사측정을 해야 하죠. 부담스러워 그런지 연구하는 사람이 없더라고요.”이 교수는 원래 천성산 터널과 연관성을 규명하려 했으나 한정된 연구비로 벅찼다고 말했다. 이 연구는 터널 공사를 벌인 한 건설업체의 용역으로 진행됐다.천성산 습지는 사라지고 있었다. 그런데 왜 이런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았을까? 일부 언론의 보도로 ‘천성산에 도롱뇽이 많다→습지 생태계가 건강하다’는 단순논리가 횡행했기 때문이다. 특히 가 2010년 10월17일 “올봄 천성산 웅덩이엔 도롱뇽·알 천지였습니다”를 1면 기사로 전한 이래 천성산 습지에서 발견된 몇 마리의 도롱뇽은 ‘생태계 천국의 증거’로 침소봉대됐다.그 뒤 천성산 도롱뇽은 국책사업을 비판하는 쪽을 공격하는 논리로 애용됐다. 4대강 사업을 주관하는 국토해양부와 이 사업 홍보에 나선 정부 인사들은 트위터나 언론 기고를 통해 천성산 터널 개통 이후에 도롱뇽이 많이 살듯이 4대강에서도 환경 피해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천성산 터널 주변에는 도롱뇽이 수를 헤아릴 수 없이 많다고 한다. 생태계가 잘 보존되고 있다니 다행이지만 엄청난 사회적 파장에 비하면 그 결말이 당혹스럽다. 당사자인 도롱뇽은 괜찮다는데 공연히 사람이 들쑤신 형세가 아닌가?”(노대래 당시 조달청장, (중앙일보) 2010년 11월5일)하지만 환경부는 천성산 습지에 위기가 닥쳤다는 사실을 이미 파악하고 있었다. 낙동강유역환경청은 천성산 습지군의 모니터링 및 복원을 내년도 중점 사업으로 편성했다.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된 무제치늪과 화엄늪에 대해 모니터링을 시작하고 임도를 자연 상태로 복원하기로 한 것이다. 밀밭늪과 대성늪은 습지보호구역이 아니기 때문에 복원 대상에서 빠졌다. 김상배 낙동강유역환경청장이 말했다.“기후변화로 보고 있어요. 천성산에서만 육화 현상이 일어나는 게 아니라 영남 알프스(경남 동남부의 고산 지대)에서 다 일어나고 있거든요. 재약산 사자평 습지는 심해요. 수종이 교목으로 다 바뀌고 숲이 우거질 정도죠.”“천성산 터널 영향은 없는 건가요?”“전혀 없다는 건 아니에요. 설사 영향이 있더라도 지엽적일 뿐이라는 거죠.”하지만 환경부의 주장은 최근 4~5년생 이하의 오리나무가 집중적으로 발견되는 사실을 설명해주지 못한다고 김경철 국장은 반박한다.“보세요. 밀밭늪이 장기적인 자연천이 과정에 있다면 오리나무는 1~2년생부터 10~20년생까지 다양한 수령이 자라야 해요. 그런데 최근 4~5년 수령이 대부분이에요. 대성늪이나 무제치늪도 마찬가지고요. 천성산 터널과 관련성을 의심케 하는 대목이죠.”

지하수 흐름 밝히면 육지화 원인 밝혀져

습지 육화의 원인을 단순하게 설명할 수는 없다. 장기적으로는 기후변화가 육화를 불러온다. 높은 온도는 습지를 메마르게 하고, 강수 패턴의 변화도 지형 변화의 원인이 된다. 하지만 천성산 습지 육화와 기후변화의 인과관계를 설명하는 과학적 조사 결과를 가지고 있진 않다고 환경부는 밝혔다.주변 등산로와 임도의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 밀밭늪의 경우 지금은 폐쇄된 등산로가 답압(밟기)으로 인해 딱딱해졌다. 사람이 많이 다니는 북한산 등산로가 반들반들해진 것과 같은 이치다. 습지 위쪽의 임도에서 밀려 내려오는 토사가 습지를 메웠을 수도 있다. 하지만 밀밭늪의 경우 임도와 약 50m 이상 떨어져 있어서, 얼마나 큰 변화를 불러왔는지 회의적인 시각이 있다. 이헌호 교수는 “장마철 큰비가 내리면 쓸려내려올 수 있다”고 말했다.마지막으로 꼽히는 원인은 천성산 터널로 인한 지하수 유출이다. 당시 지율 스님과 환경단체는 천성산 터널이 지하수맥을 차단해 습지에 영향을 일으킬 거라고 주장했다.천성산 터널과 이 공사를 위한 보조터널(사갱) 공사는 2003년 10월 시작됐다. 터널을 뚫으면 지하수가 터널 벽을 타고 흘러 대규모 유출된다. 2006년 고속철도건설공단과 환경단체가 꾸린 환경영향공동조사위원회도 1분당 최대 1t의 지하수가 유출될 수 있다고 추정했다. 이렇게 되면 습지가 머금고 있던 물도 서서히 빠지게 된다. 밀밭늪의 육화가 천성산 터널 때문이라면 지하수맥을 통해 늪의 수분이 천천히 새어나가고 있음을 뜻한다. 반면 고속철도건설공단은 천성산 습지 하부가 불투수층이기 때문에 지하수위 하강으로 인한 습지 영향은 없을 거라는 입장을 보여 왔다.

환경영향공동조사위 보고서에서도 이 부분은 명확히 해명되지 않았다. 다만 가능성만 열어뒀을 뿐이다. 보고서를 보면 “지하시추조사에서 밝혀진 지하구조에 의하면 늪지 퇴적층과 기반암의 수리적 연결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당시 공동조사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했던 녹색연합의 서재철 자연생태국장의 말이다. “당시 결론은 거기까지였어요. 큰 산의 속을 바늘로 찔러서 알아내는 것과 비슷하다고 어느 전문가가 말하더군요. 시간 제약 등 여러 조건 때문에 지하수 유동을 100% 그려 넣을 순 없었던 거죠.”이날 답사에서 취재진은 도롱뇽을 한 마리도 보지 못했다. 무당개구리 두 마리와 올챙이 수십 마리만 목격했을 뿐이다. 도롱뇽이 알을 낳는 봄철과 달리 여름철에는 도롱뇽을 관찰하기 힘든 편이다. 도롱뇽을 한 마리도 보지 못했으니, ‘손가락 셈법’으로 천성산 습지가 망가졌다고 하는 건 왜곡이다. 반대로 천성산 습지가 ‘생태 천국’이 아닌 것도 분명하다.현재까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천성산 습지는 메말라가고 있으며 언젠가는 사라진다. 도롱뇽은 물 없이 살 수 없다. 도롱뇽도 습지와 운명을 같이할 것이다. 정부와 보수신문은 애써 그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 천성산 습지의 복원 계획을 세운 환경부도 무엇이 육화를 일으켰는지에 대해선 조사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양산/글 남종영 기자fandg@hani.co.kr, 사진 강재훈 기자

환경평가 부실 폭로… ‘환경운동 내 갈등’ 한계로천성산 보존운동이 남긴 것


애초 천성산 터널 반대로 인한 손실액은 2조5000억원이라고 알려졌다. 와 등은 대한상공회의소를 인용해 이렇게 보도했고, 이는 사실처럼 굳어져 여러 자리에서 인용됐다. 하지만 법원은 지율 스님이 두 신문에 제기한 정정보도 청구 소송에서 공사로 인한 직접적 손실액은 145억원이라고 결정했다. 의 경우, 정정보도를 이행하지 않을 때 하루 10원을 지급하도록 해 ‘10원 소송’에 패소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공사 중단 기간도 1년이 아니라 6개월인 것으로 인정받았다. 천성산 터널이 포함된 경부고속철도 2단계 사업은 2002~2010년 동안 총 사업비 7조2136억원이 투입됐다. 이 수치로만 보면, 총 사업비 대비 손실액 비율은 0.002%다.지금도 근거가 부실한 주장이 떠돈다. 고속철도(KTX) 민영화와 관련한 논란이 불거지자, 한국철도시설공단은 지난 2월 보도자료에서 누적 부채(2010년 말 기준 12조원) 원인으로 천성산 터널 반대운동을 지목했다. 지율 스님은 이에 대해서도 나홀로 소송을 진행중이다.지율 스님이 주도한 천성산 보존운동을 통해 우리 사회가 얻은 것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있다. 서재철 녹색연합 자연생태국장은 22일 “지율 스님의 핵심 요구는 ‘부실한 환경영향평가를 다시 하라’였다”며 “절차를 무시하고 탈·편법으로 진행돼온 국책사업 관행을 본격적으로 문제제기한 것이었다”고 평가했다. 서 국장은 “환경평가 부실관행이 폭로됐고 그 뒤에는 그나마 환경영향평가를 세밀하게 하는 노력이 엿보였다”고 말했다. ‘천성산 터널 공사 금지 가처분 소송’을 맡았던 이동준 변호사는 “도롱뇽 소송은 패했지만 그 뒤 벌어진 재판에서 환경영향평가가 부실하면 사업 취소의 사유가 될 수 있다는 판례가 확립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환경사적으로 지율 스님의 단식은 우리 사회에 자연이 지니는 가치는 어느 정도인가라는 묵직한 질문을 던졌다. 도롱뇽 때문에 밥을 끊을 수 있다는 스님의 행동에서, 자연은 인간이 관리하는 대상이 아니라 지구를 나눠 쓰는 동등한 존재다. 과거 환경운동이 가졌던 인본주의에서 탈인본주의로 향하는 서막을 보여주는 사건으로 평하는 이들도 있다. 구도완 한국환경사회연구소장은 “도롱뇽으로 표상되는 동물의 권리를 새로운 의제로 던졌다”며 “아직 일반인과 소통하기 어려운 주제였고 주류 환경운동과 갈등을 남기는 등 한계도 남겼다”고 말했다.이번 정부 들어 4대강 사업이 강행되면서 국책사업의 파행은 재연됐고(낙동강 등 소송에서 일부 절차적 하자가 인정됐다) 천성산 보존운동의 성과는 후퇴하기 시작했다. 서재철 국장은 “환경영향평가가 단 몇 달 만에 끝나는 등 원점 회귀했다”며 “국책사업의 절차가 합법적이고 민주적이지 못하면 논란을 피해갈 수 없다”고 말했다.앞으로 한국 사회는 대규모 국책사업을 남겨두고 있다. 평창올림픽에 앞서 추진되는 강원 원주~강릉 고속철도 사업은 한반도 생태계 보고인 백두대간을 통과한다. 4대강 사업처럼 밀어붙이기만 한다면, 환경영향평가가 또다시 도마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남종영 기자

2012년 5월 22일 화요일

수공, 친수구역 개발 용역 중단… 4대강 ‘8조 빚’ 국민이 떠안나


이글은 경향신문 2012-05-21일자 기사 '수공, 친수구역 개발 용역 중단… 4대강 ‘8조 빚’ 국민이 떠안나'를 퍼왔습니다.
ㆍ경영난 심화에 포기… 정부가 사업비 분산 위해 끌어들여

한국수자원공사(수공)가 4대강 친수구역 개발을 위한 연구 용역을 중단한 것으로 확인됐다. 친수구역 사업은 정부가 8조원에 이르는 수공의 4대강 사업비를 보전해주기 위한 목적으로 마련한 국책사업이다. 그러나 연구 용역이 중단되면서 사업 자체가 무기한 연기될 가능성이 커져 수공의 재정 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부동산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사업에 착수했다 더 큰 빚을 지게 될 것을 우려한 조치로 보인다.

수공은 지난해 6월부터 수자원 개발 전문 업체 2곳을 통해 친수구역 사업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 용역’을 진행해왔지만 지난달 3일 전면중단시켰다고 21일 밝혔다. 

수공 관계자는 “부동산 경기를 비롯해 여러 가지 측면에서 보다 신중한 검토를 거쳐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일단 용역을 중지시켰다”고 말했다.

이 연구 용역은 57억원의 사업비가 책정됐으며, 수공은 후보지 2곳의 사업성을 검토한 연구 용역 결과를 토대로 1~2곳의 친수구역 사업지구 지정을 국토해양부에 요청할 예정이었다. 이후 국토부는 환경성 검토와 친수구역조성위원회 심의 등을 거쳐 친수구역을 지정하게 된다. 하지만 연구용역은 재개 예정 시점조차 명시하지 않은 채 무기한 중단됐다. 

친수구역은 4대강 등 국가하천 주변에 주거와 상업, 산업, 관광, 레저시설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개발을 통한 이익으로 수공이 4대강 사업에 투자한 8조원의 사업비를 보전한다는 게 정부의 방침이었다. 

국토부는 당초 지난해 말까지 수공의 신청을 받아 친수구역 시범지역을 선정하겠다고 밝혔으나 올해 상반기로 발표 시기를 늦췄다. 하지만 수공이 연구 용역을 중단함에 따라 선정 시기조차 가늠할 수 없게 됐고, 사업비를 부담한 수공의 재정 부담이 크게 늘어나게 됐다.

수공은 4대강 사업비 8조원을 채권 발행으로 조달하면서 2007년 16%(1조5755억원)이던 부채비율이 지난해 6월 말 102%(10조8862억원)로 크게 늘어났다. 이런 상황에서 다시 막대한 자금 투자에 나섰다 실패할 경우 심각한 경영난에 빠질 가능성을 우려한 것이다. 지난해 7월 국회 예산정책처는 ‘2010 회계연도 공공기관 결산 평가’를 통해 “수공이 2022년까지 매년 1조원 이상을 시화지구 분양 단지 사업에 투자하고, 금융부채 원리금을 매년 1조원 이상 상환해야 하므로 4대강 사업비 회수를 위한 추가 투자 여력이 낮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특히 4대강 사업비 회수가 되지 않을 경우 그 부담이 국민에게 돌아온다. 정부가 수공의 채권 이자를 예산으로 충당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채권 이자만도 2010년 700억원, 지난해 2550억원이 지출됐으며 올해는 3558억원의 예산이 책정돼 있다. 내년 이후로도 올해와 비슷한 수준의 예산이 매년 투입돼야 한다.

수공이 4대강 사업의 ‘수렁’에 빠진 것은 천문학적인 사업비 부담을 분산해 반대 여론을 무마하려는 정부의 의도 때문이었다. 2009년 6월 국토부가 4대강 사업 참여를 요구하자 당시 수공은 ‘투자비 회수 방안이 마련되지 않아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같은 해 9월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재원 조달에 따른 금융 비용 지원’과 ‘주변 지역 개발 투자비 회수’ 등을 조건으로 붙여 참여가 확정됐다.

홍헌호 시민경제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은 “수공 입장에서는 사업성을 철저히 따져야 하는데 지금 같은 부동산 시장 침체기에서는 친수구역 사업에 뛰어들어 성공할 가능성이 없다”면서 “친수구역 사업은 유야무야될 가능성이 크고, 수공이 진 8조원의 빚은 국민이 부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철응 기자 hero@kyunghyang.com

2012년 3월 16일 금요일

강정에는 인권도 법도 없다


이글은 프레스바이플 2012-03-15일자 기사 '강정에는 인권도 법도 없다'를 퍼왔습니다.
‘국책’ 내세운 무법천지의 현장

강정 해군기지 건설공사 현장에 야당대표와 몇몇 국회의원이 들어가 자기들의 주장을 폈다. 함석헌처럼 흰 턱수염이 까맣게 탄 두 볼을 덮은 72세의 가톨릭 신부가 알몸으로 공사장 앞 바닷물에 들어가 보란 듯이 소리쳤다. “철조망을 철거하라.” “해군기지 결사반대!” 한 신문의 1면 머리기사에 난 사진 한 장은 찬반 간에 사람들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해군의 발파작업 버튼을 누른 며칠 뒤 마침 찬반 양쪽 세력이 숫자 자랑이라도 하듯이 몰려들었던 집회는 고성능 스피커의 앙칼진 목소리로 끝난 듯싶었다. 해괴하게도 높다란 펜스를 둘러친 강정교 건너 공사장 정문 앞 시위는 100여 명의 경찰이 바리케이드처럼 양쪽에 38선을 긋고 있을 뿐 별다른 일이 벌어지지 않았다.
2만 원짜리 현행범
일은 그 며칠 뒤 벌어졌다. 공사장 안에 들어가기만 하면 잡아갔다. 방석모로 무장한 전경들은 일단 지시만 떨어지면 아예 소탕작전을 벌인다. 반대자들의 손엔 몽둥이도 돌멩이도 쥐어져 있지 않다. ‘결사반대’의 피켓과 ‘구럼비를 살려주세요.’ 펼침막을 들고 있을 뿐이다. 공사장 안에 들어간 사람은 30여 명. 이들은 모두 현행범으로 잡혀갔다. 이틀 밤을 경찰서 유치장에 가두고 나서 풀어주고 나면 2만 원의 벌금 통지서가 나온다. 이들이 유치장에 있는 동안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기지 정문 앞에서 인권탄압 사례보고대회를 열었다. 30여 명의 경찰이 겹겹이 둘러친 가운데 경찰을 성토했다. 2백여 미터 떨어진 공터에 경찰 버스 3대와 수백 명의 경찰이 출동 준비를 하고 서 있다.
한 활동가는 말한다. “3월 7일에 경찰은 주민 50여 명을 오도 가도 못하게 했습니다. 경찰이 앞뒤로 둘러싸고 ‘고착’ 시켰습니다. 감금이나 다름없지요. 거기는 공사장도 아니고 공사장 출입문 앞도 아닙니다. 강정교 다리 위지요. 왜 버스가 다니는 길도 못 가게 하는가, 길도 경찰이 샀는가, 왜 막는가? 우리는 항의했지만 아무 대답이 없었습니다. 한 할머니가 소변을 보아야겠다 해도 막무가냅니다. 기자들이 다 보았습니다. ‘내가 이 자리에서 바지를 벗고 볼일을 보아야 하느냐?’라고 사정해도 소용이 없었습니다.” 그는 말했다. “전쟁포로도 화장실은 보내준다. 유치장에 갇힌 사람도 화장실은 보내준다. 경찰은 무슨 법으로 ‘이동의 자유’를 막는가”
이틀 뒤인 3월 9일엔 해군기지공사장 안으로 들어간 29명은 모조리 경찰에 연행됐다. 재물손괴죄 혐의다. 철조망을 망가뜨리거나 펜스를 부쉈다는 것이다. 누가 했는지 모르기 때문에 다 잡아 다가 조사했다는 것이 경찰 쪽 말이다. “누가 했는지 나는 모른다. 나는 사람들을 따라 좁은 펜스 사이에 몸을 집어넣었을 뿐이다.” 이 혐의를 벗는 데 48시간이 걸렸다. 그들이 현행범인가. 그들은 자기가 무슨 혐의로 체포됐는지 고지받지 못한 채 끌려갔다.
현행범은 영장 없이 체포할 수 있다. 그러나 그 혐의는 명백하고 중대해야 하며 그것을 피의자에게 알려야 한다. 경찰은 경찰서에 와서도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할 뿐 범죄혐의를 고지하지 않았다. 뒤늦게 쫓아간 변호사가 경찰에게 물었다. “그것은 불법체포 아닙니까?” “불법은 아닙니다. 오인체포라면 몰라도…”


▲ (제주=뉴스1) 오대일 기자 =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위한 '구럼비 바위' 인근 발파 작업이 사흘째 이어진 9일 제주 서귀포시 강정포구 위에서 한 종교인이 상복을 입은 채 기도하고 있다.

묻지 마 체포 - 무법천지
이들이 모두 재물손괴를 하지 않았다는 것은 누구보다 경찰이 잘 안다. 그곳은 그저 공사장이 아니다. 무장한 군인만 눈에 띄지 않을 뿐 요새와 같은 철통 같은 경비를 하고 있다. CCTV 카메라가 24시간 작동하고 있고 경비견도 있다. 오히려 일망타진 몽땅 잡아가 겁을 주려고 일부러 출입을 내버려둔 것이 아닌가,보고 있다. 실제로 재물손괴 혐의로 영장이 떨어진 사람은 긴급체포한 20여 명 가운데 신부 한 사람과 목사 한 사람뿐이다. 기껏해야 무단침입죄에 불과하기 때문에 현행범 체포사유가 되지 못한다는 것이 법조계의 견해다. 경찰은 범죄예방차원에서 그들을 경찰서에 ‘놓아두었다.’라고 말한다.
혼자서 카약을 타고 구럼비 바위가 있는 해안가로 간 활동가들도 제지당했다. 구럼비 바위를 만져보는 것도 죄인가. 강정 바닷물에 발을 담그는 것도 죄가 된단 말인가. 무슨 일을 할지는 두고 보아야 알 수 있지 남의 마음을 경찰 마음대로 재단하는 것을 법은 허용하지 않는다.
대법원 판결은 얼마 전 명백하게 밝힌 바 있다. 한미 FTA를 반대하는 농민들이 관광버스를 대절하여 서울로 향하려는 것을 경찰이 막았다. 경찰은 이들을 공무집행방해로 체포했다. 이들은 아무런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다. 버스를 가로막는 경찰에게 비키라고 소리치며 시비한 것뿐이다. 대법원은 경찰들의 공무집행이 위법이라고 선고했다. 경찰의 제지는 공무집행이 아니었다. 직권의 남용이다. 경범죄일수록 엄격하게 적용하는 것이 법치국가의 상례다. 적용되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법을 엄격하게 지켜야 할 경찰 스스로 법을 남용하면 그건 경찰이 아니다. 무력으로 상대방을 강압하는 폭도와 무엇이 다른가. 강정에서는 이러한 일이 거의 일상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강정의 해군기지 건설 사업이 ‘국책’이라 해서 경범죄처벌법은 물론 어떤 형사법규도 어떤 행정 관계법규도 배제되지는 않는다. 지난날 ‘국책’이라는 이름 밑에 얼마나 많은 범법과 인권유린이 있었던가!
권력자들은 유신의 이름 밑에 영구 독재의 아성을 쌓았다. 불과 40년 전 일이다. 그보다 훨씬 전인 60여 년 전에는 ‘빨갱이 토벌’이라는 이름 밑에 엄청난 살육이 자행되었고 한라산 주변 사방 산간 마을은 불태워졌다. 그때도 미 군정 또는 대한민국의 이름으로 불법이 자행되었다. 그것이 국책이었다.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것은 물론 엄정한 법집행의 최전선에 있는 경찰의 이러한 불법을 감독, 시정하는 국가기관이 보이지 않고 그 시정 조치가 즉각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폭력의 세계에서는 법보다 주먹이 가깝다. 국책이 발동되는 상황에서 법의 감독 감시기관이 도리어 불법을 독려하는 기관으로 타락하는 것은 불행한 전례였다. 인권유린의 방치는 헌법 파괴로 직결된다.
용역도 ‘국책용역’인가
해군기지 건설현장에선 용역도 보통 용역이 아니다. 그들은 마치 전경처럼 ‘현행범’ 체포에 나서고 수사요원처럼 현장 채증에 동원되고 있다. 심지어 폭행까지 했다고 한다. 인권유린고발 대회에서 한 변호사는 그 사례를 다음과 같이 들었다. 문규현 신부가 공사장 안에 들어갔을 때 용역 직원이 문 신부의 뺨을 때리고 다리를 찼다. 공사장에 들어온 활동가들에게 “왜 이곳에 들어왔느냐 개새끼!” 심지어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퍼부었다고 한다. 신부와 목사 옷을 입은 성직자들을 붙잡아 경찰에 넘긴 사람들도 이들 용역이었다고 한다.
경찰이 없는 곳에서 택시기사가 강도를 붙잡아 경찰에 넘기는 건 미담이다. 그러나 이 건설 현장엔 기동경찰은 물론 수사경찰도 좍 깔렸었다. 공조치고는 희한한 공조였다. 여성활동가들, 특히 외국인 활동가들을 때리고 만지며 주무르는 것은 야만의 극치다. 유신치하에서 노조운동가에 대해 자행되었던 야만적인 성희롱이 언제 또 일어날지 강정의 여성은 치를 떨고 있다.
캠코더의 진실
해군기지 건설현장 정문 앞 집회에서 이중호라는 증인이 겪은 상황을 다음과 같이 전했다. 3월 9일 반대 시위군중과 경찰이 대치하여 옥신각신하는 가운데 일어난 일이다. “제 앞으로 ‘캠코더’가 떨어졌습니다. 저는 그것을 주웠습니다. 그때 한 경찰관이 저를 향해 돌진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그 캠코더가 시민의 것인 줄 알았고 경찰이 그것을 뺏으려 하는 줄 알고 도망쳤습니다. 쫓아오는 경찰관이 ‘저놈 잡아!’라고 소리쳤습니다. 저는 도망칠 곳이 없음을 느끼고 멈칫했고 ‘캠코더’를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제 몸이 공중으로 날아갔습니다.”
이를 목격한 사람들은 경찰관이 2단 옆치기로 자기를 찼다고 한다. 안경이 날아갔고 캠코더를 떨어뜨렸다고 한다. 그는 폭행죄, 탈취죄, 공무집행방해죄 현행범으로 현장에서 체포되어 서귀포경찰에 넘겨졌다. 나중에 알게 됐지만, 그 캠코더는 여경의 것이며 이 청년이 여경을 폭행하여 탈취했다는 것이다. 넘어진 것도 경찰의 2단 옆치기가 아니라 도망가다가 제물에 넘어진 것이라고 경찰은 주장했다. 경찰서에 변호사가 와서 경찰에게 범죄혐의사실을 묻자 경찰은 이 청년이 여경을 폭행하고 캠코더를 탈취한 것은 모르고 캠코더를 들고 있는 것을 보았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는 경찰을 폭행과 명예훼손 등으로 고발할 방침이다.
무너지는 헌법의 전초진지
강정의 해군기지건설현장에서 부서지고 깨어지는 것은 구럼비 바위만은 아니다. 얻어맞고 잡혀가고 벌금 무는 기지반대자들만이 아니다. 헌법의 인권조항들이 유린당하고 파괴되는 가공할만한 사태가 해군과 경찰 그리고 용역에 의해 벌어지고 있다. 제주도는 헌법의 사각지대인가. 강정의 기지반대자들은 법 밖에 내동댕이쳐져 인권유린과 탄압의 대상일 뿐인가.
현장이 죽으면 법은 없다. 만행은 누구에 의해서도 저질러질 수 있다. 그 가운데서도 가장 무서운 것이 공권력의 남용이다. 검찰이나 사법부는 너무 멀고 그 신뢰 또한 약하다. 변호사마저 이 헌법파괴의 현장엔 ‘가뭄에 콩 나기’다. 제주대학의 신용인 교수는 강정 현지에서 말했다. “인신의 자유를 누가 보장해야 합니까. 국책사업이 인권에 우선할 수는 없습니다.”

2012년 2월 11일 토요일

[사설]‘위법’ 4대강 사업, 중단하고 원상 회복해야


이글은 경향신문 2012-02-10일자 사설 '[사설]‘위법’ 4대강 사업, 중단하고 원상 회복해야'를 퍼왔습니다.
4대강 사업이 위법하다는 법원의 첫 판결이 나왔다. 부산고법은 4대강 사업의 일환인 ‘낙동강 살리기 사업’이 대규모 국책사업을 할 때 예비타당성 조사를 거치도록 한 국가재정법을 위반했다고 밝혔다. 특히 “보의 설치가 재해예방 사업이라고 볼 수 없고, 준설 등이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시킬 정도로 시급성이 인정되는 사업이라 할 수 없다”고 판단한 점이 주목된다. 정부는 그동안 4대강에 보를 설치해 ‘물 그릇’을 키움으로써 홍수를 예방할 수 있고, 4대강 사업은 시급한 재해예방 사업인 만큼 예비타당성 조사 대상이 아니라고 말해왔다. 그러나 법원은 이 같은 정부 주장을 정면 반박함으로써 4대강 사업 추진 논리의 허구성을 드러냈다. 다만 법원은 보 설치와 준설이 대부분 완료돼 이를 원상 회복할 경우 국가재정의 효율성과 기술·환경침해적 측면에서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것이라며 사업 취소 청구는 기각했다.

우리는 사법부가 4대강 사업의 위법성을 최초로 적시하고, 행정부의 잘못된 국책사업 추진에 제동을 걸었다는 점에서 이번 판결을 환영한다. 그러나 법원이 “공공복리에 반하는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사업을 취소할 수 없다며 ‘사정판결’을 내린 점은 유감스럽다.

22조원의 예산이 투입된 4대강 사업은 완공 후에도 수질 관리와 홍수 예방 등을 위해 천문학적 비용이 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정부는 이미 4대강 사업의 실패를 은폐하기 위해 지류·지천 정비사업에 20조원을 추가 투입하기로 했다. 대한하천학회는 이와 별개로 4대강 사업 유지·관리 비용이 해마다 5000억원 이상 소요될 것으로 추정한다. 독일의 한스 베른하르트·알폰스 헨리히프라이제, 미국의 맷 콘돌프·랜돌프 헤스터 등 국제적 하천 전문가들은 4대강 사업을 “복원을 가장한 파괴사업”으로 규정하고 수질 악화, 홍수 피해, 역행침식 등 더 큰 피해를 막기 위해선 보 철거 등 원상 회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4대강 사업을 중단함으로써 훼손될 공익보다 4대강 사업을 계속함으로써 훼손될 공익이 훨씬 크다는 것이 국내외 다수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따라서 4대강 사업은 더 늦기 전에 취소하고 원점으로 돌리는 게 옳다. 법을 어긴 것이 분명한데도 혼란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국책사업을 지속한다는 것은 법치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또한 불법·탈법적으로 4대강 사업을 밀어붙인 정부·여당에 대해선 법적·정치적 책임을 분명히 물어야 한다. 1995년 검찰은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에게 기소유예 및 공소권없음 결정을 내리면서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는 희한한 논리를 내놨다. 그러나 성공한 쿠데타도 결국 처벌을 면하지 못했다. 4대강 사업 국민소송인단은 대법원에 상고하기로 했다고 한다. 대법원이 조속한 심리를 통해 전향적 판결을 내리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