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3월 31일 일요일

이석기·김재연의 머리를 열어보겠다?


이글은 한겨레21 2013-04-01일자 제954호 기사 '이석기·김재연의 머리를 열어보겠다?'를 퍼왔습니다.
[정치] ‘종북몰이’ 연대 국회 발의된 ‘자격심사안’, 부정경선에 한정하겠다지만 ‘사상 검증’ 의도 다분… 보수의 ‘우리 편 아니면 무조건 종북’ 프레임에 걸린 논란의 끝은 어디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3월22일 이석기·김재연 통합진보당 의원에 대한 국회 자격심사안을 공동발의했다. 두 당에서 15명씩 의원이 참여했다. 민주당에서는 의원들이 서명을 꺼려 원내대표단 15명이 총대를 멨다. 자격심사의 법적·정치적 근거가 취약하다는 비판이 많은데도, 두 당은 지난해 6월 이후 세 차례나 시도한 끝에 이 문제를 국회 윤리특별위원회로 가져갔다. 두 당의 정치적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에 이석기·김재연 의원은 ‘종북 논란’을 계속 불 지피기에 맞춤한 대상이다. 민주당은 “종북 비호당”이라는 보수 세력의 압박에 눌려 오히려 새누리당을 거든다. ‘어차피 통과는 안 될 것’이라며 협상 지렛대로 활용하는 건 물론이다. 통합진보당은 “철 지난 종북몰이”라고 반발하지만, 예민한 대북 관련 질문에 답변하지 않거나 북한을 두둔하는 태도를 보이면서 ‘대중적 오해’를 계속 쌓는다. 이 과정에서 ‘종북 프레임’은 재생산된다.
“새누리당이 4대강, 국정원 직원 댓글 의혹 국정조사 등을 받으면서 이걸 달라고 요구한 거다. 지난해 6월 개원 협상 때 합의했던 게 발단이다. 우리가 (합의 이행을) 계속 거부하니까 새누리당은 종북 세력을 비호한다며 정치 공세를 폈고, 그에 대한 부담이 컸다.” 민주당의 한 핵심 관계자는 (한겨레21)과의 통화에서 “3월17일 합의문에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부정경선과 관련한 자격심사를 하기로 못박았고, 검찰이 두 의원에 대해 기소조차 하지 못한 만큼, 이석기·김재연 의원도 이참에 클리어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이렇게 말했다. 새누리당과 ‘주고받기’를 했고, 그 이유는 ‘종북 비호’란 공격에서 벗어나기 위해서지만, 자격심사는 ‘종북 논란’과 관련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 이석기·김재연 통합진보당 의원에 대한 국회의 자격심사는 타당한가. 두 의원은 3월18일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부정경선과 관련해 자신들에 대한 자격심사안을 다루기로 합의한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박기춘 민주통합당 원내대표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한겨레 김경호 기자

“김정은·북한을 공공연히 두둔하는 세력…”

그러나 종북 논란은 이미 불붙었다. 김태흠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3월22일 국회 본회의에서 “우리 국회 안에 김정은과 북한을 공공연히 두둔하고 있는 세력이 있다. 애국가도 부르지 않는 종북 세력이 공공연하게 활동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민주당은 자신들의 도움(야권 연대)으로 국회에 들어온 통합진보당이 북한 주장에 동조하는 행태에 대해 어떤 입장인지 공식적으로 밝히라”고 압박했다. 두 의원에 대한 자격심사안은 국회 본회의에서 재적의원 3분의 2가 찬성해야 가결된다. 민주당은 처리할 생각은 없다는 태도이지만, 스스로 ‘종북 프레임’의 덫에 들어간 꼴이다.
두 의원을 상대로 ‘사상 검증’을 하겠다는 새누리당의 의도는 노골적이다. 심재철 최고위원은 “종북 논란의 핵심에 있는 두 분인데, 대한민국 심장부까지 종북 주사파 세력이 들어갔다는 데 대해 국민들이 크게 걱정하고 있다”(3월20일 YTN 라디오)고 말했다. 자격심사안을 다룰 국회 윤리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이군현 의원은 “어떤 정치인의 견해가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에 위배된다고 생각되면 국회에서 논의될 것”(3월19일 CBS 라디오)이라고 말했다. 표현은 점잖지만 의도는 다르지 않아 보인다. 두 의원이 종북인지 아닌지 따져 의원직을 박탈하겠다는 것이다.
머리를 열어보겠다는 의도가 뻔히 보이는 요구를 민주당이 수용한 것에 대한 비판이 쏟아진다. 시사평론가 유창선씨는 “나는 이 문제를 특정 정당, 특정 의원의 문제로 바라보고 있지 않다. 이게 어디 민주당과는 무관할 문제라고 생각하는가. 내 눈에는 민주당에도 빌미만 있으면 색깔론 앞에서 정치 생명을 위협당할 의원이 여럿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회의원을 정치적 이유로 자격심사하는 선례를 남긴다는 점에서 박기춘 민주당 원내대표는 우리 정치사에 큰 죄를 짓는 것”이라고 말했다.
두 당의 합의 이틀 전인 3월15일 임수경 민주당 의원의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배정을 둘러싼 설전을 보면, 이런 우려가 현실화하지 말란 법도 없어 보인다. 이철우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은 국회 정론관 브리핑에서 “민주당은 친북좌파의 중심에 서 있는 임수경 의원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으로 보임했다”고 공격했다. 박용진 민주당 대변인은 “동네 시장골목 술자리에서도 해서는 안 되는 말을 국회 정론관에서 마이크를 잡고 공식적으로 한다는 일이 있을 수 있는가”라며 격분했다.
민주당 안에서도 이번 자격심사 합의는 민주주의 정신에 어긋난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김영환 의원은 “우리가 그분들의 정치적 소신에 대해 반대하는 것과, 여야가 합의해서 징계에 착수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기본권에 관련된 문제인데, 우리 당이 그런 문제에 나서는 것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종북 논란의 ‘빌미’를 제공하는 두 의원의 태도가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 소장은 “이석기·김재연 의원이 정치 보복, 마녀사냥이라고 반발하면서 종북 논란에 대해서는 대꾸할 가치가 없다는 태도인데, 대중 정치인이라면 대중의 불신에 대해 정확한 입장을 밝히는 데 인색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부정경선 문제가 자격심사 대상이 될까

새누리당은 통합진보당의 비례대표 부정경선 문제도 집중 부각시키고 있다. 김기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검찰 수사 결과 두 의원이 비례대표 2번, 3번 후보로 등재된 비례대표 득표 순서는 허위 부정투표에 의해 작성된 명부라는 게 명백하게 확인됐다. 그런 면에서 두 의원은 자격을 갖추지 못해 당선 효력이 없으며, 자격심사를 통해 배제해야 한다는 판단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박기춘 민주당 원내대표는 “사법기관의 유죄 인정과 무관하게 헌법이 부여한 국회의 자율권이다. 두 의원이 억울한 사정이 있다면 심사 과정에서 충분히 소명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알아서 하라’는 태도다. 두 당의 이런 태도는 부정경선 사태 이후 통합진보당에 대한 대중의 정치적 신뢰가 무너진 상황인 만큼 정치적으로 불리할 게 없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이석기·김재연 의원 등 통합진보당 당권파는 “비례대표 경선 자체에 부정·부실이 있으니 경선으로 뽑힌 의원 모두 정치적 책임을 지고 사퇴하자”는 비당권파의 주장을 “특정 정파 죽이기 음모”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폭력 사태가 발생하고, 두 의원에 대한 제명안이 부결되면서 당이 둘로 쪼개진 바 있다. 검찰은 지난해 11월 수사 결과 발표 때 “인터넷 투표에서 광범한 대리·중복 투표가 있었다”며 업무방해혐의 등으로 20명을 구속 기소하고 442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전체 기소자 가운데 이석기 의원 쪽 관련자가 가장 많았고 김재연 의원 비서도 포함돼 있었지만, 두 의원의 연관성은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비례대표 부정경선 문제가 자격심사 대상이 되느냐도 불명확하다. 헌법상 자격심사 청구 사유가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국회법에는 “의원이 다른 의원의 자격에 대해 이의가 있을 때에는 30인 이상의 연서로 자격심사를 의장에게 청구할 수 있다”고 돼 있는데, ‘이의가 있을 때’라는 조항도 모호하고 주관적이다. 홍성수 숙명여대 교수(법학)는 “정치적 찬반의 입장을 떠나 일이 이렇게 추진돼선 안 된다. 비례대표 선출은 기본적으로 정당 내부의 문제이기 때문에 국회 차원의 개입은 신중해야 하고, 자격심사를 추진하더라도 (사법부의) 최종판결이 난 이후에 하는 게 바람직하다. 자격심사가 남용되면 국회 다수파가 국민이 선출한 소수당 의원을 손쉽게 제명시키는 구실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국 서울대 교수(법학)도 “통합진보당 노선에 동의하지 않고, 지난 비례대표 경선 당시 관련 후보들은 모두 정치적 책임을 지고 사퇴하고 후순위자가 계승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그러나 두 의원은 유죄판결은 물론 검찰 기소조차 이뤄지지 않았고 자격심사 과정은 두의원에 대한 사상 검증 작업을 수반할 것임이 분명하다. 두 의원에 대한 심사는 유권자의 정치적 선택으로 이뤄져야 하지 위헌 소지가 다분한 자격심사와 사상 검증으로 이뤄져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일부 극우, 빨갱이 용어 ‘복원’ 주장도

민주당과 통합진보당은 종북 프레임의 덫을 빠져나올 수 있을까. 보수 세력은 ‘우리 편 아니면 무조건 종북’이라는 극단적 프레임으로 활용하고 있다. 심지어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극우보수 매체인 (조갑제닷컴)이 지난 6월 펴낸 (종북백과사전)을 들고 다닌다. 이 책은 한명숙·이해찬 전 국무총리,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문재인 민주당 의원, 심상정 진보정의당 의원,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등을 종북으로 규정했다. 아나운서 출신인 정미홍씨는 지난 1월 트위터에서 박원순 서울시장 등을 지목해 “종북 성향의 자치단체장들을 모두 기억해서 내년 지방선거에서 반드시 퇴출시켜야 한다”고 했다.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는 아티스트 낸시랭까지 종북이라고 공격했다. 보수단체 집회에서 ‘빨갱이’ ‘친북좌파’ 대신 ‘종북’이 쓰인지 오래다. 일부 극우 인사들은 빨갱이란 용어의 ‘복원’을 주장하기도 한다. 극우 논객 지만원씨는 지난해 5월 자신의 블로그에 이렇게 썼다. “빨갱이와 종북 세력은 어떻게 다른가? 빨갱이에는 역사가 있지만 종북 세력이라는 말에는 역사가 없다. 빨갱이라는 단어는 1946년 후반부터 북한에 진주한 소련 당국의 연출에 따라 남한에서 폭동·파업·살인·방화 등을 일삼던 남한 폭력배 및 이단자들을 가리켜 부르는 말이었다. (중략) 하지만 종북 세력이라는 말은 김대중 이후 빨갱이를 차마 빨갱이라 부르지 못하고 주눅이 들어 그 강도를 한 단계 낮추고 순화하여 지어낸 대체 용어였다. 그래서 종북 세력이라는 말에는 역사가 없고 기개와 힘이 없는 것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실제로 종북이라는 용어가 진보 진영 내부에서 나왔다는 사실이다. 처음 사용된 것은 2001년 민주노동당과 사회당의 통합 논쟁 때다. 당시 사회당은 민주노동당의 통합 제안에 반대하면서 “민중의 요구보다 조선노동당의 외교정책을 우위에 놓는 종북 세력과는 당을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사회당은 ‘친북’이라는 표현 대신 ‘종북’이라는 신조어를 사용하는 이유에 대해 “친북 세력에는 종북 세력, 즉 조선노동당 추종세력 말고도 북한과 친해지자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포함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고무줄 개념을 쓸어내는 게 정치 개혁”

종북이란 말이 대중의 관심 영역에 들어온 것은 2006년 민주노동당 일심회 사건 때다. 당시 조승수 의원은 당내 자주파 일부를 종북이라고 비판했다. 지난해 통합진보당에서 비례대표 부정경선 사태가 터지자, 보수언론들은 당권파를 종북 세력이라고 칭했다. 이후 종북 프레임은 보수 세력에게 시대착오적이란 비판을 받아온 빨갱이란 용어를 대체하는 새롭고 강력한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김대호 소장은 “한국 사회의 진보와 보수의 지적 수준을 떨어뜨리는 개념이 대표적으로 종북·빨갱이·친노 등인데, 사실은 개념 규정이 안 되는 것이다. 이런 고무줄 개념을 쓸어내는 게 정치 개혁의 첫 번째”라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jieuny@hani.co.kr 

20년 논쟁에 아직도 답 없는 공중급유기


이글은 한겨레신문 디펜스21 2013-03-25일자 기사 '20년 논쟁에 아직도 답 없는 공중급유기'를 퍼왔습니다.

“반드시 필요한 전력” vs “급한불아니다” 
20년 논쟁에 아직도 답 없는 공중급유기

공군은 이명박 정부 내내 8조원대 차기 전투기 사업은 물론 1조원이 넘는 공중급유기 사업 예산까지 반영해 달라며 강력히 요구했다. 그러나 노후 전투기 증가로 전력 공백이 우려돼 한시가 급한 차기 전투기 사업과 달리 공중급유기 사업은 예산 확보에 실패했다. 공군은 1993년 12월 최초로 소요가 결정된 이후 올해까지 20년째 공중급유기 도입을 위한 첫걸음조차 떼지 못 하고 있다. 공중급유기 도입이 계속 실패하는 이유는‘급한 불’이 아니라는 비판이 강하기 때문이다. 다른 전력에 비해 중요도가 떨어져 굳이 우선순위에 올릴 가치가 없다는 것. 한 언론에서는 공군을‘쇼핑중독자’에 비유하며 자제를 촉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공군은 박근혜 정부에서도 공중급유기 도입을 꾸준히 추진할 예정이라고 한다. 공군이 이토록 공중급유기에 매달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 KC-135 공중급유기로부터 급유지원을 받기 위해 접근 중인 F-15K

지난 1월 26일 미국은 서아프리카 말리 사태에 개입한 프랑스 공군의 전투기를 지원하기 위해 공중급유기를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말리 사태 개입 정도를 두고 고민하던 미국이 대형수송기 C-17 글로브마스터에 이어 공중 급유기까지 지원한 이유는 프랑스의 강력한 요구 때문이었다. 1월 21일 영 국『파이낸셜 타임즈』보도에 따르면 양국은 공중급유기 지원에 대한 입장 차 때문에 언쟁까지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프랑스는 보유 중인 공중급유기 편 대를 이미 작전에 투입한 상태였지만 숫자가 부족해 미국의 지원이 필요한 입장이었다. 그러나 미국은 말리 사태 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것으로 보일 까 우려해 지원 여부를 신속히 결정 지 못했다. 결국 공중급유기를 지원하는 것으로 결론 났지만 유럽의 군사 전문가들은 국방비 지출규모 세계 5위인 프랑스가 공중급유기를 비롯해 수송기, 정찰자산 등을 미국에 의존하는 모습에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만약 프랑스가 한국과 비슷한 상황이었다면 공중급유기 지원 요구는커녕 애초에 말리 사태에 개입할 엄두도 내지 못했을 것이다. 

한국 공군은 공중급유기를 보유하고 있지 않아 원활한 항공 작전이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주력 전투기인 KF-16은 북한 전역에 대한 작전이 제한되고, 많은 무장량이 강점인 F-15K도 장거리 타격을 위해 연료를 가득 채울 경우 무장 장착이 제한된다. 미 공군 공중급유기로 급유 훈련을 수행하다 보니 공중급유자격증을 보유한 조종사 숫자도 30여 명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마저도 연간 2회 이상 급유훈련을 실시해야 자격이 유지되는 조건이 있어 미 공군의 도움을 받지 않으면 언제 말소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고가의 전투기를 보유하고도 효과적 인 장거리 작전이 어려운 것은 물론 미 국이 공중급유기를 지원해줘도 제대로 써먹을 수 없는 상황인 것. 게다가 전투기의 체공시간이 짧아 다양한 작전계획을 수립하는 데도 제한을 받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일찍이 파악한 공군은 20년 전부터 줄기차게 공중급유기 도입을 추진해 왔지만 착수 예산 한 번 반영하지 못한 채 올해도 우울한 새해를 맞아야 했다. 

20년째 첫걸음도 떼지 못해 

‘하늘을 나는 주유소’인 공중급유기는 1993년 12월 최초로 소요가 결정된 이후 1994년 12월『1996~2000 합동군사전략목표기획서(JSOP)』에 처음으로 반영됐다. 그러나 수차례 우선순위에서 밀리기를 거듭한 공중급유기 사업은 올해까지 총 11차례에 걸쳐 순연을 반복했다. 공군에 따르면 순연된 이유는 모두‘가용 국방재원 부족’이라고 한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정권 말 공중급유기 도입 논의가 급물살을 타 공군이 실낱같은 희망을 가지기도 했지만 결국 무산됐다. 지난해 11월 8일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예산심사소위원회에서는 방위사업청이 요청한 공중급유기 예산 467억 원을 통과시켜 사업이 첫걸음을 뗄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12월 말 국회 심의에서는 탈락해 결국 2013년 예산안에 반영되지 못했고 공군은 늘 그랬듯 고배를 마셔야 했다. 왜 이런 상황이 계속 반복되는 것일까. 공중급유기 사업이 매번 뒤로 밀리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시급한 전력이 아니라는 비판 때문이다.

공중급유기 도입을 막아온 주요 반대논리로는 ▲ 당장 도입하지 않아도 공군 전력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 한반도 전장과 공역이 협소해 불필요하다 ▲ 공군이 대형 항공기인 공중급유기의 운영유지비를 감당하지 못할 것이다 ▲ 4대 도입은 숫자가 적어 무의미하다 등이 있다. 지난해 11월『중앙일보』의 기자 칼럼에서도“공군이 당장 급하게 꺼야 할 불이 많다”며 긴요 전력이 아닌 공중급유기 도입을 재고하라며 비판했다. 이 칼럼은 고가의 무기체계를 사들이는 공군을‘쇼핑중독자’ 에 비유하기도 했다. 공중급유기 도입을 반대하는 한 민간 군사전문가는 2004년 6월 미 의회 회계감사국(GAO)이 낸 공중급유기 관련 보고서(DOD Needs to Determine Its Aerial Refueling Aircraft Requirements)를 인용해 공중급유기 도입의 허구성을 짚어줬다. 먼저 공중급유기 관련기사에 자주 인용되는‘대당 20여 대의 전투기 도입효과’가 신빙성 있는 주장인지 확인해봤다. 이 보고서에서 는 미 공군이 1991년 걸프전부터 2003년 이라크전까지 4개의 전쟁에서 공중 급유기를 운용하며 기록한 통계 자료들을 확인할 수 있다. 

KF-16으로 종심 깊숙한 목표 타격까지 가능

미 공군은 1991년 이라크에서 소티(Sortie, 전투기가 출격하는 횟수)당 3대, 1.2시간당 1대의 항공기에 급유를 지원했으며 1999년 코소보에서는 소티당 4.4대, 2.2시간 당 1대를 지원했다. 2001년 아프간에서는 소티당 3.2대, 2.2시간당 1대, 2003년 이라크에서는 소티당 4.6대를 지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 번 출격할 때마다 많아야 5대를 지원하고 시간으로 보면 길게는 2시간당 겨우 1대를 지원한 것이다. 한눈에 봐도‘전투기 20대 효과’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 F-15K는 많은 무장량이 강점이지만 공중 급유를 받지 않으면 중무장과 가득 찬 연료 중 한가지만 택해야 한다.

이 자료를 소개한 군사전문가는“공군이 주장하는 공중급유기의 능력과 실제 작전에서 확인할 수 있는 능력은 큰 차이가 있다”며 “공중급유기를 도입하기 위해 그 효과를 과장한 것은 아닌지 의심이 간다”고 말했다. 그러나 공군도 이러한 반대논리에 대해 할 말이 많다. 공군은 먼저 미 회계감사국 보고서만으로는 급유기와 피급유기의 관계를 판단하기 곤란하다고 답변했다. 미 공군의 공중급유기는 전투기 급유뿐만 아니라 전구(Theater) 간 이동 지원, 수송 임무 등에도 투입되기 때문에 보고서의 수치를 곧 전투기 지원 능력으로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걸프전 당시 미 본토에서 걸프 지역까지 1,000대 이상의 항공기 전개를 위해 공중급유기가 투입된 사례가 있다. 또한 B-52 전략폭격기가 30시간이 넘는 장거리 비행을 통해 작전을 수행한 것도 공중급유기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러한 작전들을 종합하면 자연히 소티·시간당 지원 항공기 수가 줄어들기 때문에 회계감사국 자료를 토대로 한국 전장에서의 공중급유기 운용 유형을 판단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게 공군의 주장이다. 

공군은 한국 전장에서 공중급유기를 운용할 경우“시간당 15대의 전력에 공중급유가 가능하고 소티당 지원 대수는 탑재연료량과 작전형태 등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전투기 기준 10대 이상 지원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반도 전장과 공역이 협소해 공중급유기가 필요없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공군 주력 전투기인 KF-16은 북한 전역에 대한 공격이 제한되나 공중급유를 통해 북한 전역을 무대로 작전을 펼칠 수 있다”고 반박했다. KF-16의 전투행동반경은 외부연료탱크를 달지 않은 상태에서 공대공 임무의 경우 360km, 공대지 임무의 경우 490km 정도로 알려져 있다. 370갤런 외부연료탱크를 주익에 부착하면 925km정도의 행동반경을 가진다. 전투기 행동반경은 장착한 무장과 임무형태, 연료탑재량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정확한 수치를 말하기는 어렵지만 소형 전투기인 KF-16은 공중급유 없이는 평양 이북 타격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공군은 공중급유가 가능하면 KF-16도 적 종심 깊은 곳까지 타격이 가능한 것은 물론 가까운 목표도 위협 지역을 회피하는 장거리 공격 경로를 사용해 생존성을 증대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공군은 또한 영토분쟁이 예상되는 독도나 이어도 등에서 원활한 작전을 펼치기 위해서도 공중급유기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미 언론을 통해 잘 알려진 대로 KF-16은 독도에서 10분 이상 작전을 펼치기 어렵다. 그러나 단순 초계임무를 벗어나 연료소모가 극심한 전투기동 상황에서는 10분도 보장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독도 분쟁이 발생하면 공중급유기 지원을 받는 일본 항공자위대와 달리 한국 공군은 전투는커녕 돌아올 연료 걱정에 제대로 기동도 하지 못한 채 기수를 돌려야만 한다. 또 다른 문제는 항속거리를 위한 연료 때문에 무장도 마음대로 장착하지 못 한다는 점이다. 

운영유지비 높아도 반드시 필요한 전력 

연료와 무장 탑재량에 관한 전투기 조종사 출신 예비역의 설명이다. 

“전투기는 최대이륙중량이 실제 비행 가능한 중량보다 적어 항속거리를 위해 연료를 가득 채우면 중무장이 불가능하다. 그러나 공중급유기가 있으면 무장을 최대한 장착한 뒤 연료를 조금만 채워 이륙해 공중급유를 받아 다시 연료를 채울 수 있다. 항공기를 하늘로 띄우는 힘인 양력을 받는 상태에서는 비행가능중량만 초과하지 않으면 연료를 얼마든지 채워도 상관없다.” 

베트남전 사례를 통해 확인해보자. 당시 미국 전투기들은 태국에서 출격해 북베트남을 공격해야 했는데 중무장 상태로 출격하는 
전투기들은 연료를 적당량만 채우고 이륙한 뒤 공중급유를 받았다. 작전에 연료를 대부분 소모해도 기지로 귀환할 때 공중급유를 받아 착륙하면 그만이었다. 공군은 이를 두고“공중급유기가 현대 항공작전에서 중요한 무기체계라는 점이 드러난 최초의 전쟁”이라고 평가했다. 공군은 또“한 번 출격으로 최대한 많은 표적을 타격할 수 있어 전력운용 효율성을 극대화 할 수 있기 때문에 시간이 생명인 장사정포 무력화에도 매우 효과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러한 효과들에도 불구하고 높은 운영유지비 문제와 도입이 무의미한 수준의 적은 대수는 여전히 문제로 남는다. 차기 전투기 사업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대형 항공기인 공중급유기 4대까지 들어오면 운영유지비가 공군의 목구멍까지 차오를 것이라는 것. 앞서 제시한 미 회계감사국의 보고서에 따르면 미 공군이 2002년 KC-135를 운영하는데 든 시간당 비행비용은 1만 달러가 넘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KC-135는 도입된 지 50년이 넘어 퇴역을 앞둔 낡은 항공기라는 점을 감안하면 공군이 도입할 최신 기종의 운영유지비 참고자료로는 적절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운영유지비 문제에 대해 공군은“공중급유기는 고가의 무기체계라 유지비도 많이 소요될 것이지만 반드시 필요한 전력이므로 도입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사실 단순히 공중급유기의 운영유지비가 높을 것이라는 예상만으로 도입 여부를 왈가왈부 하기에는 아직 이른 시점이다. 전투기가 전차보다 많은 운영유지비가 든다고 해서 전투기를 과한 무기체계라고 보지는 않는다. 해당 무기체계를 도입했을 때 기대할 수 있는 작전 효과와 운영유지비를 비교분석해야 판단 가능한 부분이다. 예를 들어 공중급유기의 운영유지비가 시간당 1,000만 원이라면 시간당 지원 가능 전투기 대수, 체공시간 증가 비율 등을 종합 분석해야 적정 여부를 가늠할 수 있다. 근거자료도 부족한 상황이라 업체들이 제출한 제안서상의 운영유지비를 보고 판단해도 늦지 않다. 

한 공군 예비역 장성은“공중급유기의 비용 대 효과를 따지면 운영유지비가 아깝지 않을 것”이라며“운영유지비가 많이 든다면 그만큼 예산을 확보해주는 게 옳다”고 말했다. 이 예비역 장성은 적은 도입대수에 대해서도“원래 공군이 기획한 소요는 더 많지만 계속 우선순위에서 밀리다 보니 대수를 줄이고 줄여 4대까지 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군은 전면전 수행을 위한 필요 대수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현재 소요가 최초 기획소요와 달리 작전수행을 위한 필수수량으로 조정됐음은 인정했다. 그러나 최소한으로 줄인 소요마저 통과되지 못해 공군은 쓰린 속만 태우고 있다. 공군은 리비아 내전과 아이티 파병 때도 공중급유기가 없어 어려움을 겪었다. 

▲ KF-16은 한국 공군의 주력 기종으로 성능개량사업을 통해 더욱 발전된 성능을 보유할 예정이다. 주익에 달린 외부연료탱크는 행동반경을 늘려주지만 무장 장착을 제한한다는 단점이 있다.

미국은 왜 전시에 한반도로 공중급유기 보내나 

공중급유기와 리비아 내전, 그리고 아이티 파병이 무슨 관계가 있기에 공군이 어려움을 겪었을까? 그 이유는 다양한 임무 수행이 가능한 현대의 공중급유기 특성에서 찾을 수 있다. 과거와 달리 공중급유기는 급유뿐만 아니라 대형 수송기 역할도 한다. 말리사태에서 미국이 프랑스군에 지원해준 C-17 글로브마스터 같은 장거리 수송기가 없는 한국 공군은 공중급유기에 장거리 수송기 역할도 부여할 계획을 갖고 있다. 리비아 내전 당시 공군은 장거리 수송 수단이 없어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공군이 보유한 C-130 수송기로는 마치 메뚜기처럼 이착륙을 반복해야했기 때문이다. 결국 민항기와 해군 최영함, 터키 해군 수송함이 출동해 교민 수송 작전을 벌였다. 아이티 파병도 마찬가지로 수송 수단이 없어 민항기를 이용해야만 했다. 

공중급유기는 장거리 대형 수송기까지 보유하기에는 버거운 공군이공중급유와 장거리 수송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무기체계인 것이다. 위기에 빠진 해외거주 교민을 수송하는데 군용기를 출동시키는 건 국력을 과시하는 차원에서도 효과를 발휘한다. 사실 앞서 소개된 공중급유기가 한국 전장이 좁아 필요 없다는 논리는 미군의 전시증원계획을 고려하면 앞뒤가 맞지 않다. 전시에 미군은 한국 전구에 대규모 공중급유기 전력을 증원하는데, 공군에 따르면 일자별 증원계획에 따라 개전 초에만 300여 대의 공중급유기가 지원된다고 한다. 미군이 좁은한반도 전장에 공중급유기 전력을 파병하는 이유는 반드시 쓸 곳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 운용 사례를 보면 초계임무를 맡은 전투기의 작전시간과 전투기 무장량을 늘리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작전효율성을 담보한다. 특히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터키 등 한국에 비해 안보 위협이 상대적으로 낮고 영토가 좁은 국가들도 공중급유기를 운용하는 현실을 고려하면 전장이 좁아 공중급유기가 불필요하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그러나 미군이 300대를 가져와도 한국 공군은 이를 거의 이용할 수 없다. 공중급유자격증을 보유한 조종사가 30여 명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마저도 1년에 두 차례 유지훈련을 해야 하기 때문에 언제 말소될지 모르는 상황. 

이 때문에 공군은 최소한 4대라도 도입해 공중급유자격을 확보하려 하고 있지만 이러한 공군의 의지에도 불구하고 전임 이명박 정부는 공중급유기 도입이 하등의 가치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정부에서 20년 숙원 이뤄지나 

공군본부 전력기획부서에서 근무했던 공군 예비역의 말이다.

“이명박 정부에서도 공군은 공중급유기 도입을 위해 발에 땀나도록 뛰었지만 결국 실패했다. 대통령의 인식이 가장 큰 문제였다. 내가 전해들은 바에 따르면 대통령은“공중급유기는 미군의‘연계전력(bridging capability)’으로 해결하면 되지 않느냐”는 말까지 하며 도입을 무산시키려 했다고 한다. 연계전력이란 미국이 한국군의 단독작전 능력이 확보될 때까지 한시적으로 지원하는 전력을 말한다. 동맹이 존속하는 한 영구적으로 지원하는 핵우산과는 다른 의미다.” 

영공 방위를 온전히 미 공군에만 의지한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전시에장거리 타격과 같은 핵심 작전은 미군에 맡기고 한국 공군은 중단거리 임무 나 초계작전에 집중하면 공중급유기 문제는 큰 걸림돌이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연간 국방비 30조 원을 쓰는 군사강국에서 자국의 영공 방위를 동맹국에 과도하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과연 합당한지 숙고할 필요가 있다. 공군이 숙련된 조종사 한 명을 양성하는데 드는 비용은 100억 원에 육박한다고 한다. 이렇게 양성된 우수한 조종사들이 자국의 영공 방위를 동맹국 전투기에 맡기고 멀리서 지켜보는 장면은 우울하기만 하다. 

또한 미군이 우리가 필요할 때마다 공중급유기를 지원해 줄 것이라는 절대적인 보장이 없는 상황에서 미국에만 기대는 것은 위험하다. 독도나 이어도에서 분쟁이 발생할 경우 미군이 공중급유기를 지원해주지 않을 확률은 100%에 가깝다. 중국과의 분쟁은 중국 눈치를 보느라 지원이 어렵고 일본과의 분쟁은 한일이 모두 동맹이라 어렵다. 미국은 말리 사태에서도 아랍 국가 눈치를 보느라 공중급유기를 신속하게 지원해주지 못 했다. 참고로 중국은 공중급유기 10대를 운용 중이고 일본은 4대를 갖고 있지만 앞으로 8대까지 늘릴 예정이다. 한국 공군의 F-15K는 무장량과 행동반경 등 객관적인 성능으로는 동북아 최고의 전투기지만 체공시간이 짧아 그러한 장점을 제대로 활용하기 어렵다. 

강제 예산감축 ‘시퀘스터’로 인해 지독한 예산 부족에 시달리는 미 공군이 얼마나 많은 공중급유기를 얼마나 빨리 보낼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이런 상황을 두고 한 공군 예비역은“목이 마르면 우물을 파야지 하늘만 바라보고 있다가는 말라죽을 수도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다행히 박근혜 정부에서 공군은 작은 희망을 보고 있다. 지난 1월 김장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내정자는『주간 동아』와의 인터뷰에서 “F-15K 60대가 있으면 뭐 하나. 독도에서 작전시간이 15분 내지 30분밖에 안 된다는데. 공중급유기 꼭 있어야 한다”고 발언하며 공중급유기 도입 가능성을 내비쳤다. 

공군은 이번 정부에서 20년 숙원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품어도 될 것 같다. 물론 공군의 염원과 김장수 내정자의 발언보다 중요한 것은 국군통수권자인 박근혜 대통령의 의지다. 전시작전통제권 환수가 2년 앞으로 다가왔다. 영공을 동맹에 맡길 것인가, 스스로 지켜낼 것인가. 공중급유기는 이를 결정할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공중급유기 실전 운용 사례

이스라엘, 오시락 원자로 폭격작전(1981.6.7)

이라크는 1981년 완공을 목표로 연구용 원자로를 건설하고 있었는데 이스라엘은 이에 심각한 위협을 느꼈다. 그래서 핵 위협을 제거하고 핵 우위를 통한 전쟁억제력을 확보하기 위해 원자로 폭격 작전을 결심하기에 이른다. 이스라엘은 전쟁가능성을 낮추고 목표물만 정밀타격하기 위해 F-16 8대와 F-15 6대로 구성된 소규모 편대군만을 구성한다. 이스라엘 군은 시나이 반도 남부에서 북쪽으로 향하는 2,035km의 비행경로를 따라 진입해 이라크 국경부터 초저고도 비행을 실시하는데 원자로 돔과 원자로 정밀타격에 성공해 이라크의 핵개발 계획을 중단시킬 수 있었다. 이 작전에서 전투행동반경이 925km에 불과한 F-16은 공중급유기의 지원이 있었기에 장거리 임무 수행도 가능했다.

아프가니스탄 전쟁

항공모함에서 출격한 전투기들은 이륙 후 바로 목표를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인근 공역에 대기하면서 정확한 표적위치를 확인해야했다. 이후 공격지역으로 침투 비행해 작전을 수행했기 때문에 오랜 공중대기로 인한 공중급유가 항상 필요했다. 인도양에 위치한 가르시아 섬에서 운용한 대형 폭격기들도 이동표적을 정밀하게 공격하기 위해 장시간 공중대기하는 경우가 많아 공중 급유기가 항상 공중에 대기하고 있었다. 공중급유기가 없다면 짧은 시간에 표적을 확인해야 하고, 표적 확인이 안 되면 중무장을 장착한 채 기지로 귀환해 착륙 시 전투기의 안전이 위협받았다. 아프간전에서는 미 공군과 전쟁에 참가한 일부 국가들이 공중급유기를 운용했기 때문에 지속적이고 광범위한 급유지원이 가능했다. 통계에 따르면 전투기가 네 번 비행할 때마다 공중급유를 한 번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동규 디펜스21+ 기자

가진 거라곤 ‘안보의 민주화’에 대한 열정밖에 없던 청년실업자 출신. 보수적이기로 유명한 경상도의 모 대도시에서 20년을 보냈다. (디펜스21+)에서 젊음과 차(茶)를 담당하고 있다.
이메일 : ppankku@gmail.com       블로그 : http://plug.hani.co.kr/semper

이주의 트윗, ‘88만원 세대’ 그리고 6년 후


이글은 한겨레21 2013-04-01일자 제954호 기사 '이주의 트윗, ‘88만원 세대’ 그리고 6년 후'를 퍼왔습니다.

혐오와 희망 공허한 진동
눈부시게 성공하고 참담하게 실패한 (88만원 세대)
입맛에 맞춰 20대를 ‘수꼴’로 부르거나 ‘희망’으로 찬미한 이들

(8만원 세대)를 출간한 지 6년이 되어간 다.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 ‘실크 세대 사태’ 가 먼저 떠오른다. 실크 세대란 ‘실크로드 세 대’의 줄임말로 ‘88만원 세대’ 담론이 한창 유 행하던 2008년 말~2009년 초 무렵 (조선 일보)와 변희재씨가 띄우던 세대론이다. ‘88 만원 세대’라는 말 대신 ‘실크 세대’를 써야 하며, 이른바 ‘486세대’를 사회적으로 고립시 켜야 한다는 것이 핵심 주장이었다. 이들이 노리는 정치적 효과가 무엇인지는 명약관화 했기에 나는 일절 대응하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 날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필자와 (88만원 세대)를 함께 썼던 우석 훈씨가 갑자기 (한겨레) 지면을 통해 변희 재와 실크 세대론을 지지한다는 글을 발표 한 것이다. 어떤 세대는 유능한데 어떤 세대 는 무능하다는 식의 유사 인종주의적 시각 으로 특정 세대를 배제하자고 선동하는 실 크 세대론은, 청년 세대가 처한 불안정 노동 의 현실을 모든 세대가 연대해 바꾸자고 주 장하는 88만원 세대론과는 이론적으로나 실천적으로나 양립 불가능하다. 나는 곧바 로 우석훈씨의 주장을 반박하고 (88만원 세대)는 결코 (조선일보)류 세대론과 함께 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공저자로서의 인연 도 거기서 사실상 끝났다.
6년이 지나 곰곰 생각해보면 애초에 우석 훈씨가 생각한 세대론은 나의 세대론과는 달랐던 것 같다. 그의 세대론은 특정 세대 에게 선과 악의 낙인을 찍어 한껏 치켜세우 거나 세상에 둘도 없는 말종인 양 비난하는 것으로 비판을 대체해버린다는 점에서, (조 선일보)류 세대론과 본질적으로 동일한 것 이다. 우씨뿐만 아니라 많은 진보적 지식인 들이 그랬다. 촛불시위, 선거 등 중요한 정 치적 국면에서 ‘20대가 보수화되어서 그렇 다’는 식으로 20대 혐오론을 공공연히 유포 했다. 반면 2011년 4·27 재·보궐 선거 직후 에는 20대가 ‘수꼴’이라 욕하던 이들이 돌변 해 20대 찬가를 불러댔다. 진보개혁 진영에 유리한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88만원 세대) 이후 6년 동안 청년 세대에 대한 담 론은 그저 20대 혐오론과 희망론이라는 공 허한 판타지의 양극을 메트로놈처럼 오갔 을 뿐이다. 반면 2009년 대졸 초임 삭감 사 태처럼 청년 세대 전체의 삶을 국가와 기업 집단이 유린하는 중대한 사건이 터졌을 때, 툭하면 “20대의 고단한 삶”을 걱정하며 본 인의 진보성을 과시하던 이들은 대체 어디 에 있었는가.
최근 우석훈씨는 “20대가 책을 읽고도 싸우지 않아서 실망했다”며 돌연 (88만원 세대)를 절판하겠다고 선언했다. 또 한 명 의 저자인 나와 한마디 상의도 없이 말이 다. 20대를 도매금으로 묶어 비난하며 절판 의 핑계로 삼는 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지 만, 고민 끝에 나는 절판에 동의했다. 20대 가 그 책을 읽고 행동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88만원 세대)라는 책의 사회적 역할이 이 제는 끝났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88만 원 세대)는 눈부시게 성공했고 참담하게 실 패했다. 애당초 ‘한 방’에 해결될 문제가 아 니었다. 88만원 세대론을 넘어서 더 깊은 고 민과 성찰이 필요한 때다.

박권일 계간 편집위원

» ‘88만원 세대’의 이름으로 벌어진 운동은 있었지만, 아직까지 ‘88만원 세대’의 운명을 바꾸지는 못했다. 2010년 4월 서울 노량진역 광장에서 2030세대의 정치세력화 운동을 벌이는 모습. 한겨레 자료

멘토야 사기꾼이야
‘거짓 멘토링’으로 고소득 올리는 멘토들
차라리 그들에게 갈 돈을 사회구조 개선에 쓰자


“그러니까 남자들은 여자를 멀리하고 자 위를 하는 게 낫습니다.” 클럽에서 자신을 유 혹해오는 여성과 성관계를 맺었다가 돈을 뜯 긴 뒤 여성을 멀리하게 된 미국 래퍼 고 투팍 (2PAC)이 남긴 말이다. 모든 여성이 사기꾼 은 아닐 텐데, 너무 호되게 당했나보다. 여성 을 상대로 마음의 문을 단단히 걸어잠근 걸 보니 말이다. 좀 성급했다는 생각도 들지만, 나 역시 마음을 닫은 대상이 있기에 그 심정 을 알 것도 같다. 일부 ‘사기꾼 스멜(smell) 멘 토’들 때문에 언짢았던 나는, 멘토를 자청하 거나 남들이 멘토라고 치켜세우는 사람들 모 두에게 마음의 문을 닫기에까지 이르렀다.
내가 생각하는 ‘사기꾼 스멜 멘토’는 현 체 제의 문제를 축소하거나 외면하는 이들이다. 이를테면 노력하면 다 할 수 있다는 사람들. 물론 어려운 환경에서 어마어마한 노력을 해 비범한 성취를 이룬 사람도 있지만 이는 극 소수.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른바 ‘성공’을 이 루는 것이 아니라 그럭저럭 사는 것도 쉽지 않은 저성장 시대다. 점점 ‘괜찮은 일자리’가 줄고 있다. 괜찮은 일자리를 갖지 못하면 내 내 긴 노동시간에 적은 임금만을 받으며 착 취당할 거라는, 그나마도 몇십 년 못하고 잘 릴 거라는 불안감. 이 때문에 괜찮은 일자리 를 갖기 위한 경쟁에 뛰어들고 모두가 죽어 라 노력하니 스펙 과잉 시대가 되고, 들인 돈 은 많은데 본전도 못 찾는 이가 늘어나고.
2007년 발간된 책 (88만원 세대)는 이 런 구조적 문제를 생생히 보여줬고, 그 생생 함 덕인지 청년 현실을 얘기할 때마다 ‘88만 원 세대’라는 용어를 빈번하게 쓰게 됐다. 이 제는 거의 클리셰다. 이 용어가 진부해진 만 큼 청년들이 처한 환경이 어렵다는 건 정설 이 됐고 정치권에서도 청년 걱정을 좀더 하 게 된 것 같다. 그런데도 삶의 불안정성은 여 전하다. 한 치 앞도 안 보인다. 불안하니 찾 나보다. 멘토들 찾아가 얘기 듣고 힐링을 받 거나 꿈을 꾸거나 하며 희망과 위안을 구하 나보다. 그리고 멘토에게 힘 얻어 열심히 자 신을 채찍질하며 다시 달려간다. 가자! 모두 가 향하는 그곳으로! 거기에 뛰어들어 월 88 만원 벌 동안(혹은 ‘열정페이’라는 미명하에 그보다 못 벌 동안) 멘토님들은 연 10억원씩 버실 테다.
누가 멘토에게 10억원을 주는가. 기업에 서 주최하는 강연회에 참석한 멘토는 회당 몇백만원씩 번다 ‘카더라’. 청년들 역시 코 묻 은 돈으로 멘토들이 내는 책을 사준다. 차라 리 그 비용이 사회구조를 개선하는 데 더 쓰 였으면 좋겠다. 그러니까 투팍의 말을 빌리 자면, ‘청년들은 멘토를 멀리하고 ‘자위’를 하 는 게 낫습니다’. 청년 당사‘자’ 서로가 서로를 ‘위’하고 위로하자는 말이다. ‘자외’도 좋다. ‘자’발적으로 ‘외’치고 서로의 이야기에 귀기 울이자. 서로가 서로의 외로움을 덜어주자. 또한 ‘자위’와 ‘자외’가 축적되면 체제의 모순 을 고발하는 자료가 될 수도 있다. 이를 정책 입안자 면전에 함께 내던지자. 그러니까 모두 제가 만드는 (월간잉여)에 투고를….

최서윤 (월간잉여) 편집장 

죽음의 땅 후쿠시마 떠나지 못한 동물들


이글은 한겨레신문 환경전문 조홍섭기자 블로그 물바람숲 2013-0325일자 기사 '죽음의 땅 후쿠시마 떠나지 못한 동물들'을 퍼왔습니다.

후쿠시마에 남은 개와 고양이의 눈망울엔 그리움이 있었다
비정상 핵발전 사회를 바꾸지 않는 한 이런 고통 계속 돼


후쿠시마에 남겨진 동물들 -‘죽음의 땅’ 일본 원전 사고 20킬로미터 이내의 기록 오오타 야스스케 지음, 하상련 옮김/ 책공장더불어/ 1만1000원

제주에 사는 아홉 살 조카가 울면서 전화했다. 강아지를 기르고 싶은데 엄마가 소원을 들어주지 않는다고. 이모를 엄마보다 서열이 높은, 엄마를 꾸짖어 줄 존재로 여기는데 의기양양해서 강아지를 구해주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전화를 끊자마자 ‘아차’ 싶었다. 다시 전화를 해서 열 살이 될 때까지 공부부터 하자고 했다. 무엇을 먹이고 어떻게 기를지, 병들거나 죽으면 어떻게 할지 함께 고민하다 보면 아이가 포기하지 않을까 하는 계산….

하지만 아이는 강아지에 대한 열망에 들떠 어른 책이라도 상관없으니 열심히 읽겠단다. 그러는 가운데 (후쿠시마에 남겨진 동물들)을 만났다. 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며 돌본다 해도 세상 자체가 너무 위험하고(핵발전소까지 있다), 살아있는 모든 것들에겐 생로병사의 고통이 있다는 걸 다시 확인했다. 하지만 여전히 따뜻한 생명과 교감하고 싶은 아이의 밝은 마음을 편들고 싶기도 하다.


» 쓰나미로 파괴된 후쿠시마 해안에서 닥스훈트 한 마리가 사진가를 바라보고 있다. 누구를 기다리고 있던 것일까.


» 전자상가 주차장을 풀려난 소들이 돌아다니고 있다. 보통은 볼 수 없는 비현실적인 광경이다.


» 던져준 개 사료는 떠돌이 돼지에게 마지막 만찬이었을 것이다. 이튿날 이들은 모두 살처분된 상태로 발견됐다

(후쿠시마에 남겨진 동물들)은 2011년 3월 쓰나미와 대지진, 핵발전소 사고를 겪은 뒤 후쿠시마에 남겨진 가축들, 개와 고양이, 돼지와 말, 닭들에 대한 이야기다. 사람과 함께 살던 가축들이니 사람이 떠난 뒤 죽거나 굶주리며 외롭게 떠돌고 있다.

책을 낸 오오타는 사진작가인데 동물보호단체와 자원봉사자들과 협력해 동물들을 구조하면서 사진을 찍었다. 오오타는 ‘아이들’이라고 부르며 개와 고양이의 이름을 기억하고 표정과 행동을 통해 동물들의 마음을 읽는다. 아이들이 구조 뒤에 어떻게 되었는지 덧붙인 것을 보고 ‘이 사람 정말 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는구나!’ 싶다. 이 정도는 되어야 강아지든 고양이든 기를 수 있을 것 이다.


» 방사능 때문에 주인을 떠났지만 개들은 집을 지킨다. 맨 앞 우두머리 개의 왼쪽 앞뒷다리가 모두 무언가에 의해 잘렸다.


» 깡통에 든 먹이를 주자 정신없이 먹고 있는 고양이들. 슬프도록 말랐다.


» 지치고 힘들어 보이는 이 고양이는 사진가의 부름에 다가왔다.


» 묶인 채 죽은 개. 주인은 그렇게 오래 집을 떠날지 몰랐을 것이다. 자원봉사자가 덮은 수건 위에 사진가가 마당에서 꺾은 꽃을 올려놓았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뒤에 나온 많은 책들이 이 기회에 ‘탈핵’에 대한 목소리를 높여온 터다. 나는 핵발전소가 위험하고, 한번 사고가 나면 사람과 자연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준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제는 시시콜콜 핵발전소의 구조나 정치경제학을 거론하며 탈핵을 주장하는 무겁고 진지한 책들은 사지 않는다. 핵발전소로 유지되는 거대한 세상과 구조에 피로감을 느끼며 책을 덮는 일이 싫어서다.

(후쿠시마에 남겨진 동물들)은 글이 적은 대신 사진이 많은 이야기를 전한다. 눈물이 그렁그렁한 개의 눈이나 불안한 고양이의 눈빛, 대형 마트 앞을 서성이는 소들, 비어있는 마을을 지키는 개와 말들이 소리치는 듯하다. “핵발전소는 당신들에게도, 우리에게도 좋지 않아요. 빨리 없애세요!”

오오타는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고 한다. 현장으로 달려가 동물들을 구조하는 일, 사진을 찍는 일, 후쿠시마의 비극을 알리는 책을 내는 일 모두 그냥 지나치면 안 될 하나의 진실로 이어진다. “원전에 대해 모두 침묵해 버리는 비정상적인 이 사회를 바꾸지 않으면 앞으로도 똑같은 일이 반복될 것이다”

모두들 이 책을 읽으라고 권하기에는 너무 슬프고 안타까운 내용이다. 말 못하는 아이들, 죄 없는 동물들이라서일까? 사람 이야기보다 더 마음이 언짢고 가엾다. 하지만 핵발전소 사고와 굶주려 죽어가는 동물 이야기 사이 사이, 인간 본성이 주는 희망이 빛난다.

도쿄에서 아르바이트까지 하며 동물구조에 힘쓰는 자원봉사자와 지름 20㎞ 안의 사람은 무조건 대피하라는 소식에 허겁지겁 집을 떠났지만 기르던 고양이를 생각해 다시 돌아오는 사람들, 사진 찍는 일보다 동물 구조에 더 힘쓰는 사진작가의 모습에서 따뜻한 희망을 본다. 그래서 더욱 착한 사람들, 착한 동물들의 노력을 무색하게 하는 비정상적인 사회와 핵발전소가 미워진다.    

글 이성실/ 자연그림책 작가, 사진=오오타 야스스케, 책공장더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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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은 한겨레21 2013-04-01일자 제954호 기사 '‘솔라 분데스리가’를 아십니까?'를 퍼왔습니다.
[특집] 시민 에너지협동조합이 재생에너지 발전 주도하는 독일, 태양에너지 발전량 겨루는 ‘솔라 분데스리가’도 있어… 공동주택, 마을회관, 축구장 등 곳곳에 시민발전소 있는 프라이부르크를 가다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뒤 2년. 과연 옆 나라 한국은 그동안 어떤 교훈을 얻은 걸까. 한 발자국도 물러서지 않은 정부의 원전 정책을 보면, 별다른 깨달음이 없는 듯하다. (한겨레21)은 최근 지방자치단체장 연구모임인 ‘목민관클럽’과 ‘탈핵-에너지전환을 위한 자치단체장 모임’과 함께 대표적인 유럽의 탈핵 국가인 오스트리아·독일의 재생에너지 현장을 취재했다. 무던한 한국과 달리 후쿠시마 사고를 되짚고 재생에너지 확산을 고민하는 이들 나라의 모습을 전한다. _편집자

» 독일 프라이부르크 도심 동쪽에 위치한 프로축구팀 SC프라이부르크의 전용구장 ‘메가 솔라 스타디움’(바데노바 경기장)의 모습. 경기장 지붕에는 1993년 이 지역 시민 100여 명이 투자한 돈으로 만든 태양광 패널이 설치돼있다. 솔라파브릭 제공


지난 시즌 독일 분데스리가 우승 도시는 어디일까. 도르트문트? 뮌헨? 정답은 글뤼싱이다. 여기서 말하는 ‘분데스리가’는 독일 프로축구 리그가 아니다. 독일 전역에서 태양에너지 발전량을 겨루는 ‘솔라 분데스리가’(Solar Bundesliga)이기 때문이다.

독일 신재생에너지 정보포털 자료를 보면, 2010년 독일 재생에너지 발전시설의 40%를 개인이 소유하고 있다. 4대 전력회사의 비중은 6.5%에 그친다. 그 견인차는 바로 독일의 협동조합이다.

신재생에너지 발전시설 40% 개인 소유

솔라 분데스리가는 독일 환경지원협회(Deutsche Umwelthilfe e.V.) 등이 2003년부터 인터넷(solarbundesliga.de)에서 공개하고 있는 이른바 ‘태양에너지 발전경쟁 리그’다. 솔라 분데스리가에서는 독일 전 지역을 대상으로 태양광·태양열 발전량을 평가하고 그 순위를 매기는 작업을 한다. 영예의 1위 자리에 오르는 도시에는 상도 준다. 점수를 매기는 과정은 이렇다. 주민 1인당 생산하는 태양광은 1W에 1점(500kW 이상은 100점)을 준다. 태양열도 1W당 1점을 준다. 이 점수를 산출 공식에 대입하면 도시별 합산 점수가 나온다. 지난해 ‘챔피언’인 글뤼싱은 덴마크 국경과 가까운 독일 북부에 자리잡은 작은 시골 마을이다. 글뤼싱은 태양광 1670.3점, 태양열 1만4651.4점을 땄다. 독일의 재생에너지 열기를 짐작해볼 만한 점수다.
독일 연방정부의 자료를 보면, 2011년 전체 발전량 가운데 재생에너지가 차지한 비율은 18.7%였다. 9년 안에 가동을 멈추기로 한 핵발전소의 발전량은 17.8%를 차지하고 있다. 독일은 2022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율을 35%까지 끌어올리려 한다. 그러나 이를 위한 투자가 몇몇 대형 전력업체를 중심으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독일 신재생에너지 정보포털 자료를 보면, 2010년 독일 재생에너지 발전시설의 40%를 개인이 소유하고 있다. 4대 전력회사의 비중은 6.5%에 그친다. 그 견인차는 바로 독일의 협동조합이다. 시민들이 일정 금액의 출자금을 모아 만든 협동조합이 태양력·풍력 등 다양한 형태의 시민발전소를 세워 전기를 판매하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협동조합기본법 시행으로 서서히 주목받기 시작한 이른바 ‘에너지협동조합’ 형태는 독일에서는 이미 지난 5년 동안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에너지협동조합을 향한 열기는 독일 협동조합들의 연맹인 ‘독일협동조합협회’(Genosenschaften in Deutschland)의 지난해 자료를 보면 알 수 있다. 2011년 독일 전역에서 결성한 협동조합 272곳 가운데 50%가 재생에너지와 관련된 협동조합이었다. 형태도 다양해 풍력, 바이오가스, 그리고 스마트그리드 시설을 활용한 열병합 협동조합도 만들고 있다. 독일협동조합협회는 “전체적으로 재생에너지 관련 협동조합은 약 600곳인데 매해 160곳씩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협동조합 형태로 운영하는 시민발전소는 지난 3월14일 찾은 독일 프라이부르크에서도 찾아볼 수 있었다. 스위스·프랑스를 마주하고 있는 독일 남서부 바덴뷔르템베르크주의 도시인 이곳은 유럽의 대표적 환경도시로 국내에도 널리 알려진 바 있다. 인구 22만 명인 프라이부르크는 2003년부터 3년 연속 솔라 분데스리가 대도시 부문에서 1위를 지켰을 만큼 태양에너지 등 재생에너지 보급에 앞선 도시이기도 하다.

핵발전소 반대에서 출발한 대안운동

프라이부르크가 재생에너지 보급에 앞선 배경에는 40여 년 전 겪었던 핵발전소 건설 논란이 있다. 이날 프라이부르크시 오페라홀에서 만난 디터 뵈르너 프라이부르크시 환경보호국장은 당시의 변화를 ‘빅뱅’(Big-bang)이라는 단어로 표현했다. “1970년대 서독 정부는 프라이부르크 외곽의 빌이라는 곳에 20번째 핵발전소를 지으려 했습니다. 독일 남서부를 책임지는 대규모 에너지 공급원을 만들려 한 것입니다. 계획이 발표되자 대학생·자영업자 등 지역 주민들이 크게 반발했습니다. 결국 시민의 저항으로 정부가 핵발전소 건설을 백지화했어요. 환경의 중요성을 느낀 시민들이 정치가 중요하다는 것도 깨달았죠.” 그 뒤 독일에는 녹색당이 등장했다.
그러나 프라이부르크의 반대를 서독의 다른 지역에서는 그저 님비(NIMBY) 현상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았다. 이 때문에 프라이부르크에서는 온실가스를 줄이고 환경친화적인 에너지를 사용해 에너지 자립을 달성하는 게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기 시작했다. 뵈르너 국장은 “당시에는 정치적 이유로 내려진 결정이었지만, 이를 꾸준히 연구한 결과 지금은 (재생에너지로 자립하는) 기술적 해법을 찾았다”고 말했다.
프라이부르크는 ‘프라이언호프 태양에너지 시스템연구소’(ISE) 등 각종 태양광 관련 연구시설과 업체가 모여 있는 연구·개발(R&D) 도시다. 지금은 뮌헨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태양광산업 박람회인 국제태양에너지전시회(Intersolar)를 처음 시작한 도시이기도 하다. 이처럼 프라이부르크가 태양에너지 연구에서 가장 앞선 도시가 된 건, 주민의 참여를 열어둔 시민발전소 육성이 활발했기 때문이다.
시민발전소의 형태는 프라이부르크 도심에서 약 4km 남서쪽으로 떨어진 보방 지역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보방은 옛 프랑스군 주둔지에 시민들이 주택협동조합을 결성해 자체적으로 설계한 마을로 유명하다. 그 설계를 밑바탕으로 에너지 자립이 이뤄지고 있었다.

보방과 같은 특수한 경우뿐만 아니라 프라이부르크 곳곳에서 협동조합 형태의 재생에너지 투자가 이뤄진다. 도심 동쪽에 있 는 이 지역의 프로축구팀 SC프라이부르크의 전용구장 ‘메가 솔라 스타디움’이 대표적인 예다. 2만5천 명을 수용하는 이 축 구장은 1954년에 지어졌다. 현재 이 경기장의 지붕에는 태양광 패널이 올라가 있다

» 2002년 옛 보방 단지 건너편에 들어선 ‘플러스 에너지’(Plus Energy) 단지의 모습. 최소한의 에너지만 쓰는 패시브하우스로 지어진 이 마을은 태양광 시설로 전기를 자급하고 있다(왼쪽). 보방을 지나는 도로와 ‘플러스 에너지’ 단지 사이에서 방음막 역할을 하는 상업주거시설의 모습. 이곳에도 태양광 시설을 올려 전기를 얻고 있다. 한겨레 김성환 기자

“은행보다 나은 연리 5%”

옛 보방 단지 건너편에는 2002년에 들어선 ‘플러스 에너지’(Plus Energy) 단지가 있다. 59가구가 사는 건물로, 우리나라의 연립주택 형태를 닮았다. 이곳은 열손실을 최소화한 ‘패시브하우스’로 지었는데 모든 건물의 지붕에 태양광 패널이 설치돼 있다. 프라이부르크 등 독일 지역의 신재생에너지 컨설팅을 전문으로 하고 있는 한스 외르크 슈반더 이노베이션아카데미협회 대표는 “주택을 분양할 때 태양광 시설을 집과 함께 분양했다. 100㎡ 거주자는 전기료를 전혀 내지 않으며 매달 300유로(약 72만원)의 이익을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방의 옛 주거단지 안에 있는 마을회관 ‘하우스057’과 마을 입구에 있는 주차장 시설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한 것도 같은 이유다. 그는 “이곳 주민들은 자신이 투자한 태양에너지 시설로 전기를 얻고 나머지로는 이익을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방이라는 큰 마을 전체가 시민발전소 형태로 운영되는 셈이다.
보방과 같은 특수한 경우뿐만 아니라 프라이부르크 곳곳에서 협동조합 형태의 재생에너지 투자가 이뤄진다. 도심 동쪽에 있는 이 지역의 프로축구팀 SC프라이부르크의 전용구장 ‘메가 솔라 스타디움’(바데노바 경기장)이 대표적인 예다. 2만5천 명을 수용하는 이 축구장은 1954년에 지어졌다. 현재 이 경기장의 지붕에는 태양광 패널이 올라가 있다. 태양에너지를 이용해 경기장 전력을 돌리고 나머지는 판매하는 식이다. 위르겐 하르트비히 프라이부르크미래연구소장은 “1993년 독일 최초의 시민발전소 형태로 만들어진 이곳은 바덴뷔르템베르크 주지사를 포함한 100여 명의 시민과 시민협동조합으로 이뤄진 지역 금융협동조합도 투자를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당시 SC프라이부르크의 분데스리가 성적이 좋아 1년치 시즌 입장권을 구하기 힘들었는데, 시민발전소 참가자들에게 시즌권 구입 우선권을 주자 큰 인기를 끌었다고 했다. “전력업체가 큰돈을 들여 경기장에 투자했다면 이렇게 주목받지 못했을 겁니다. 축구를 보러온 관객이 태양에너지 시설을 보면서 나타난 홍보 효과가 컸으니까요. 프라이부르크에서 나타난 아래에서부터 위로의 변화의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프라이부르크 북동쪽 풍력발전소와 박람회장 지붕의 태양광 시설, 흑림(Schwarzwald)으로 향하는 국도 터널 위 태양광발전기도 시민발전소 형태다. “이곳에 투자하면 열과 전기를 공짜로 받을 수 있고 은행보다 좀더 나은 이익을 얻을 수도 있죠. 대부분 투자금 대비 연 5%의 이익을 얻고 있거든요.”
좀더 전문적인 형태의 에너지협동조합도 프라이부르크에 사무실을 두고 있다. 바로 ‘시민햇빛협동조합’(Solargeno)이다. 2006년 지역 활동가인 부르크하르트 플리거가 만든 이 협동조합은 프라이부르크를 주요 활동 영역으로 시작해 현재 프라이부르크와 부르슈타트, 다름슈타트, 란다우, 피싱겐 등 5곳에서 시민발전소를 운영하고 있다. 현재 130명의 회원이 1010계좌(약 10만유로)를 출자했는데 소방서 옥상과 학교 옥상 등을 임대해 운영하는 형식이다. 프라이부르크에선 지난해 9월 알파인스키 연습장 체육관 위에 태양광 시설을 얹었다. 협동조합이 소유한 발전시설로 순간 최대 전력을 589kW까지 얻을 수 있다.
독일에서 에너지협동조합 형태가 처음 등장한 건 1999년 ‘그린피스 에너지협동조합’(Greenpeace Energy eG)이 출범하면서부터다. 그러나 단순한 협동조합의 문화로만 재생에너지에 대한 활발한 시민 참여를 설명하기 힘들다. 가장 강력한 유인책은 2000년에 제정된 재생에너지법(EEG)이다. 전력 생산 부문에서 수력·풍력·태양광·지열·바이오매스 등 재생에너지 비율을 높이고 이를 지원하는 법적 바탕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법안은 우리나라의 발전차액지원제도(FIT)처럼 같은 전력이라도 재생에너지 사용에 우선권을 주며, 20년간 발전차액(기준 가격과 전력거래 가격의 차액)을 정부 예산으로 지원하고 있다. 시민발전소에서 만든 전기가 발전차액을 받아 이익을 볼 수 있고 재생에너지에 대한 더 많은 투자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 독일 프라이부르크의 대표적 이동 수단인 전차(트램)의 모습. 프라이부르크시는 값싼 정기 승차권을 만들어서 시민들이 자연스레 자동차 이용을 줄여 온실가스 절감에 동참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한겨레 김성환 기자

오히려 발전차액 제도 없앤 한국

그러나 독일과 반대로, 우리나라는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에 따라 2001년부터 운영해오던 발전차액지원제도를 예산 부족 등을 이유로 2010년 전력 생산자가 일정 비율의 신재생에너지를 의무적으로 공급하도록 하는 공급의무화제도(RPS)로 바꿨다. 결국 재생에너지 기술 개발에 적극적이지 않은 대형 전력업체 중심의 재생에너지 투자가 이뤄지는 구조로 유도하고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최근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가정·지역공동체 등 10kW 이하의 재생에너지 시설에만 발전차액지원제도를 적용하는 제도(Micro-FIT)가 필요하다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 이대로는 시민 중심의 재생에너지 확산이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과연 우리나라에서도 ‘솔라 분데스리가’와 비견할 만한 ‘솔라 K리그’가 화려하게 열리는 날이 올 수 있을까.

프라이부르크(독일)=김성환 기자 hwany@hani.co.kr



이제 서광이 비치기 시작해

국내 에너지협동조합 현황

우리나라에 ‘에너지협동조합’이라는 말이 등장한 건 불과 석 달 전이다. 지난해 12월1일 협동조합기본법이 발효되면서 에너지협동조합 출범이 현실적으로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이제 5명만 모이면 협동조합을 세울 수 있도록 설립 기준이 완화됐고 자본금 제한 규정도 없어지는 등 문턱이 크게 낮아졌다.
현재 출범을 선언한 에너지협동조합은 이른바 ‘햇빛발전소’라고 부르는 태양광발전 시설이 대부분이다. 대표적인 예가 30만 명의 조합원과 21개 생활협동조합이 모여 있는 한살림연합이다. 한살림연합은 지난해 12월25일 ‘한살림햇빛협동조합’을 세웠다. 기존 조합원이 있는 덕에 1386명이 참여해 모두 13억원의 출자금으로 에너지협동조합을 출범시킬 수 있었다. 한살림햇빛협동조합는 오는 7월부터 경기도 안성의 한살림물류센터 지붕 위에 470kW 규모의 태양광발전소를 운영한다. 비슷한 시기에 출범한 ‘우리동네햇빛발전협동조합’은 서울 강북구 미아동 삼각산고교 학생·교사 등 구성원과 지역 주민이 참여하는 에너지협동조합이다. 조합원 180여 명이 모인 이 협동조합은 학교 옥상에 20kW 규모의 태양광발전소를 설치했다.
사실 에너지협동조합이 등장하기 전에도 ‘시민발전소’는 이미 존재했다. 전북 부안 등용마을 주민들이 세운 부안시민발전소나 경기도 시흥시청 옥상에 세운 시흥시민햇빛발전소 등도 잘 알려진 시민발전소 중 하나다. 대부분 지방자치단체가 설비에 투자했거나, 시민들의 돈을 모아 세운 주식회사 형태였다. 실제로 시흥시민햇빛발전소는 70여 명의 주주가 1천만원 규모의 투자금을 낸 ‘주식회사’다.
그러나 최근 시민발전소가 부침을 겪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높은 초기 비용과 임대료 때문이다. 현재 발전용량 1kW에 설치 비용으로 약 250만원이 드는데 일정 규모의 발전시설을 갖추기 위한 출자자를 모으기가 쉽지 않다. 또 도심에서는 임대료 문제 때문에 학교나 공공기관 건물을 활용하는데, 이조차 생각보다 비용이 높다는 의견이 많다. 현재 발전회사가 총발전량의 일부를 신재생에너지 전력으로 공급하도록 한 ‘공급의무화제도’(RPS)에 따라 시민발전소의 전기를 사들이지만, 높은 초기 비용을 반영하지 않은 요금이라 큰 수익이 나지 않는 경우 시민발전소 설비를 방치하게 되고 장기적으로는 에너지협동조합 등의 시민 참여 열기를 식게 만드는 구조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2013년 3월 30일 토요일

대국민사과도 부실? 대통령 아닌 비서실장 명의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3-03-30일자 기사 '대국민사과도 부실? 대통령 아닌 비서실장 명의'를 퍼왔습니다.
청와대 낙마사태에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야, “하나마나한 사과”

잇따른 장·차관 등 낙마 사태와 관련해 청와대가 30일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인수위 시절부터 모두 12명(청와대 비서관 포함)이 ‘낙마’한 이후 처음이다. 청와대는 인사 검증 체계를 강화하겠다고 밝혔지만, 야당은 “하나마나한 사과였다”고 혹평했다.

청와대는 허태열 청와대 비서실장 명의로 사과문을 발표해 “새 정부 인사와 관련해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친 점에 대해 인사위원장으로서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사과문은 이날 오전 청와대 김행 대변인이 대독했다.

허태열 실장은 “앞으로 인사 검증 체계를 강화해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청와대는 일련의 인사 실패에 대한 비판 여론이 이어지는 와중에도 ‘사과는 없다’는 입장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단행한 장·차관급 인사 중 낙마한 인물은 6명에 달한다.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내정자, 황철주 중소기업청장 내정자, 김학의 법무부 차관, 김병관 국방부 장관 내정자에 이어 최근에는 한만수 공정거래위원장 내정자가 줄줄이 ‘낙마’했다.

야당은 그동안 박근혜 대통령이 ‘인사 참사’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문희상 민주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한만수 공정거래위원장이 사퇴한 지난 25일 “이 정도 되면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수습해야 한다, 부실인사 책임은 최종 임명권자인 박근혜 대통령에게 있다”며 “박 대통령이 인사 참사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하고 실패한 인사라인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4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둘러싼 여야 간 대립으로 국정 공백 상태가 장기화되는 것과 관련 대국민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거듭되는 인사 실패에 대해 새누리당은 ‘관계자 문책’을 주장해왔다. 이상일 대변인은 같은 날 “대통령의 인사에 자꾸 흠결이 생기는 것에 대해 여당도 책임을 느끼며 국민께 죄송하다”며 “인사시스템을 강화하고 부실 검증 책임이 있는 관계자에 대해서도 문책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청와대는 언론들의 거듭된 질문에도 ‘유감 표명을 낼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박근혜 대통령은 “일희일비하지 말고 국민만 보고 가자”고 말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청와대 관계자들도 ‘일이 생길 때마다 대통령이 사과를 하고 책임자를 문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말을 언론에 해왔다. 

일각에서는 이날 오후로 예정돼 있는 당·정·청 회의에서 새누리당 인사들이 인사 실패에 대한 ‘책임론’을 제기할 것으로 예견됨에 따라 청와대가 ‘선수’를 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야당은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민주통합당은 논평을 내어 “사과의 주체와 형식도 잘못됐고 알맹이도 없는 하나마나한 사과였다”고 비판했다. 김정현 부대변인은 “비서실장 명의의 종이 한 장을 달랑 대변인이 읽는 것으로 때울 것이 아니라 대통령 본인이 해야 한다”며 “또 검증체계를 강화한다고 밑도 끝도 없는 이야기를 했지만 우선 인사검증 실패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이 먼저”라고 지적했다.

허완 기자 | nina@mediatoday.co.kr 

인상은 잽싸게, 내릴 땐 늑장… 생필품값의 꼼수


이글은 서울경제 2013-03-29일자 기사 '인상은 잽싸게, 내릴 땐 늑장… 생필품값의 꼼수'를 퍼왔습니다.
소비자원, 200개 매장 분석 결과

빵ㆍ설탕 등 생활필수품의 제조가격이 오르면 소비자가격에 즉시 반영되지만 내릴 때는 늑장을 부려 소비자들이 손해를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소비자원은 생필품 가격정보시스템인 티프라이스(T-Price)로 백화점ㆍ대형마트ㆍ전통시장 등 200개 매장의 판매가격을 분석해 이 같은 결과를 얻었다고 29일 밝혔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삼립식품 옛날꿀호떡은 지난달 중순 제조가격이 인상되면서 곧바로 유통업체의 소비자가격도 10g당 평균 42.1원에서 43.3원으로 올랐다. 반면 이달 초 제조가격이 떨어졌지만 인하 효과는 즉시 반영되지 않아 현재도 오른 가격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설탕도 이달 초 제일제당과 삼양사가 출고가를 내렸지만 중순이 지난 현재까지 소비자가격에 큰 변동이 없었다. 

이 밖에 밀가루는 대한제분과 제일제당이 1월 중순, 삼양사가 2월 중순에 각각 가격을 올리자 소비자가격도 100g당 10원가량 곧바로 올랐다. 간장ㆍ고추장ㆍ소주 등 다른 생필품 가격도 제조업체의 가격이 오르는 즉시 소비자가격에 반영됐다. 

장은경 소비자원 시장조사국 팀장은 "제품 재고 관리 등을 감안하더라도 가격 인상과 인하시 소비자가격 반영 시기에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앞으로도 상품의 가격변동 모니터링 결과를 지속적으로 공표해 소비자들이 실질적인 가격 인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경미기자 kmki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