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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4월 10일 화요일

[사설] 경찰청장 사퇴로 억울한 죽음 방관 책임 끝낼 수 없다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4-09일자 사설 '[사설] 경찰청장 사퇴로 억울한 죽음 방관 책임 끝낼 수 없다'를 퍼왔습니다.
수원 20대 여성 납치살해사건 피해자의 안타까운 죽음의 전말과 경찰의 어처구니없는 대응 과정이 속속 드러나면서 유가족은 물론 국민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급기야 어제 조현오 경찰청장이 책임을 지고 사퇴 의사를 밝혔다. 경찰의 어설픈 대응으로 무고한 시민이 무참하게 생명을 빼앗겼다면 경찰은 무한책임을 져야 하고 최고책임자인 청장의 사퇴는 당연하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라는 기본 사명을 다하지 못하는 경찰 조직은 존재 의미가 없다는 점도 분명히 해두고자 한다.
이번 사건은 단순히 담당 경찰의 실수 차원이 아니라 경찰 조직의 고질적인 병폐가 누적돼 나타난 것이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조 청장은 어제 회견에서 “112신고센터의 무능함으로 인한 상황 오판과 허술한 대처, 부실 수색 등”을 심각한 문제로 짚고 우수한 인력을 지령실과 상황실에 배치하겠다는 등의 대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그 정도의 대책으로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을 것인지는 의문이 아닐 수 없다.
현장의 경찰뿐 아니라 집에서 잠을 잔 수원중부서 형사과장이나 다음날에야 보고받은 경찰서장, 1주일이 지나서야 통화 내용을 알았다는 경기경찰청장까지 누구 하나 자기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 게다가 사건 이후에도, 현장으로 달려가도 모자랄 신임 서장에게 한가하게 꽃다발을 전달하고, 동정 여론을 조성하려 각 언론사 누리집에 댓글을 달라고 경찰들에게 지시했다니 기가 찰 일이다. 이들의 안이한 인식은 “13시간 만에 잡았으면 빨리 잡은 것”이라고 주장했다는 형사과장의 말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현 정권 들어 경찰은 ‘민생’보다는 ‘시국’에 민감하게 반응해왔고 민중의 지팡이가 아니라 정권의 몽둥이 노릇을 하고 있다는 비판을 귀가 따갑게 들어왔다. 용산참사로 6명이나 목숨을 잃은 것도, 고무탄 등 테러진압용 무기를 앞세운 쌍용자동차 강제진압도 모두 정권 지킴이로 나선 경찰이 앞장서 벌인 일이다. 경찰관들의 설문조사에서 쌍용차 강제진압 사건을 ‘우수 수사’ 사례로 꼽은 것은 이들이 얼마나 국민과 동떨어진 의식세계에서 살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조 청장의 후임에 이강덕 현 서울경찰청장을 검토한다는 소문은 황당 시리즈의 결정판이다. 이 청장이야말로 이른바 ‘영포라인’으로 총리실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공직기강팀장을 맡았던 인물이다. 경찰에 대해 민생치안은 포기하고 정권 보위에 나서라는 노골적인 주문이 아니고서야 그런 인사를 할 수는 없는 일이다.

2012년 4월 7일 토요일

[사설]이런 한심한 경찰에 시민 안전을 맡길 수 있나


이글은 경향신문 2012-04-06일자 사설 '[사설]이런 한심한 경찰에 시민 안전을 맡길 수 있나'를 퍼왔습니다.
경찰이 지난 1일 경기 수원에서 발생한 20대 여성의 엽기적 살인 사건을 처리한 방식을 보면 정말 어이가 없다. 피해 여성이 한밤에 위치까지 얘기하며 성폭행을 당하고 있다고 112신고를 했으나 경찰의 초기 대응은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결국 이 여성은 신고 후 13시간 만에 살해된 채 발견됐다. 더욱이 경찰은 당초 이 사건을 설명하면서 피해 여성의 112신고 내용은 물론 수사 과정을 조작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와르르 무너질 수밖에 없다. 경찰청이 해당 경찰서 서장과 형사과장을 대기발령 조치하고 감찰에 들어간 것은 그만큼 문제가 심각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피해 여성이 피의자 몰래 휴대전화로 112신고센터와 1분20초 동안 통화한 녹취록을 보면 경찰의 대응이 얼마나 한심했는지 잘 드러난다. 여성이 상당히 구체적으로 위치를 밝히면서 “살려 달라”고 애원했으나, 경찰은 “누구에게 성폭행을 당하느냐” “자세한 위치가 어디냐”고 거듭 물으며 아까운 시간만 허비했다. 피해 여성의 다급함과는 너무나 대조적인 경찰의 안일함에 부아가 치밀어 오르지 않을 수 없다. 평소 112신고센터 근무자에 대한 교육이 형식적이거나 부실한 결과일 것이다.

경찰이 사건 발생 후 처음 수사 과정을 설명할 때 거짓말을 한 것은 더더욱 용서할 수 없는 일이다. 경찰은 당초 “성폭행 당했다. 누군지도 모르고 장소도 모른다”는 15초 정도의 짧은 112신고 내용을 바탕으로 바로 출동했다고 했다. 또 정확한 위치를 몰라 경찰관 35명을 동원해 휴대전화 기지국을 중심으로 반경 300~500m 일대를 샅샅이 탐문조사했다고 했으나 거짓으로 드러났다. 주민들이 당시 탐문조사를 하는 경찰관을 보지 못했다고 증언한 것이다. “영장 없이 불이 꺼져 있는 집에 무작정 문을 따고 들어갈 수 없었다” “사이렌과 경고방송을 하면 성폭행범을 자극할 우려가 있어 조용히 탐문했다”는 변명에는 말문이 막힐 정도다.

경찰이 피해 여성의 112신고 접수 과정에서 드러낸 안일함과 사후 수사 과정을 조작한 행위는 둘 다 예사롭게 넘길 사안이 아니다. 범죄 예방이란 경찰의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잘못을 감추기 위해 국민을 속이기까지 했기 때문이다. 경찰청은 이번 사건 처리 경위 등을 철저히 조사해 문제가 있는 관련자는 엄중문책해야 한다. 112신고센터 근무자의 자세와 신속한 대응 시스템도 다시 한번 점검해야 함은 말할 나위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