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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4월 22일 일요일

들끓는 포항, "제수씨 성추행하려면 포항 가면 된다고?"


이글은 민중의소리 2012-04-21일저 기사 '들끓는 포항, "제수씨 성추행하려면 포항 가면 된다고?"'를 퍼왔습니다.
'박근혜 책임론'도 꿈틀, 분노의 화살 박근혜에 꽂힐까?

'포항스럽다'는 말이 나돈다. 제수씨 성추행 의혹 파문으로 전국구 인물로 떠오른 김형태 당선자(경북 포항 남구·울릉군) 덕분이다. 김 당선자는 성추행 파문으로 새누리당을 탈당했다. '형님' 이상득 의원이 6선을 한 지역구지만 이제는 김형태 당선자 때문에 더 유명해졌다.

20일 포항 시내에서 만난 이모(44)씨 부부는 '김형태 파문'으로 입은 포항 시민들의 상처를 토로했다. 

"온갖 나쁜 소리가 포항에 쏟아지고 있습니다. 김형태가 포항을 욕되게 하잖아요. '문도리코처럼 박사 학위 따려면 부산 가면 되고, 제수씨 성추행하려면 포항 가면 되고', 이런 소리까지 나오고 있단 말입니다."

포항 시민들은 모욕감에 치를 떨고 있다. "패륜아 같은 놈이지!", "인간 말종이야", "나쁜 놈의 XX", "쪽팔린다", "남자 XX가 할 짓이 없어서 그런 짓 하냐", 평소 같으면 입에 담기도 힘든 욕설들이 포항 시민들 입에서 거침없이 쏟아졌다. 


 ⓒ민중의소리 20일 포항중앙상가 실개천거리는 한산한 분위기였다.
포항여성회 윤정숙 회장은 사무실로 항의 전화가 빗발친다고 말했다. "타 지역 어떤 분이 그러더라고요. '포항은 빨간 깃발만 꽂으면 다 되냐. 정신 좀 차려라.' 또 어떤 분은 '포항사람들은 어떻게 그러냐. 포항에서는 제수를 그렇게 해도 되는 거냐'고 그럽니다."

윤 회장은 수치감에 김 당선자 축하 현수막을 떼는 사람도 있다고 전했다. "김 당선자 출신 초등학교 근처에 '당선 축하드립니다' 현수막이 걸려 있었거든요. 어떤 동창 분이 하도 화가 나서 돌아다니며 다 떼 버린 일도 있었어요. 포항은 지금 너무 분한 상태예요."

김형태 당선자 성추행 의혹이 터지기 시작한 것은 투표일을 불과 3일 남겨둔 8일이었다. 포항 시민들은 문제가 불거졌을 때 상대 후보의 흑색선전, 또는 비방 쯤으로 여기거나 '에이, 설마 사실이겠어'라며 믿지 않는 분위기였다. 중앙언론이나 지역언론에서도 이를 제대로 다루지 않아 모르는 사람도 상당했다.

남구 송도동에서 중국음식점을 운영하는 안모(48·여)씨도 마찬가지였다. "(당시는) 유언비어라고 생각했지요. 그게 사실이면 말도 안 되는 거죠. 어떻게 그래요?"

"포항 망신! 박근혜씨도 책임있죠"

무엇보다도 포항 시민들은 배신감마저 토로하고 있다. 인지도가 현저히 떨어졌던 김형태 당선자는 '새누리당' 간판을 달고 나와서 당선됐다. 포항에서는 새누리당만 보고 찍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김 당선자는 지난 2004년 17대 총선에 무소속으로 출마했을 때는 1%도 안 되는 득표율을 기록한 바 있다. 

남구 해도동에 사는 김모(40대)씨는 선거 당시 분위기에 대해 "(새누리당 공천탈락 뒤 무소속으로 출마한) 정장식이 포항시장을 두번 해서 인지도가 높았고, 김형태는 모르는 사람이 태반인데 (새누리당이) 공천했다는 이유로 찍은 사람들이 많다"고 전했다.

ⓒ민중의소리 포항역

포항환경운동연합 정진귀 사무국장은 "새누리당이 공직자 국회의원에 대한 자질 문제를 어떤 식으로 보느냐가 더 큰 문제"라며 "결국은 포항 시민을 기만한 게 됐죠. 이상득 텃밭인 포항에서 '친박(근혜)'을 공천해 준 것만으로도 달가워 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김형태 당선자의) 그런 흠집을 알고도 놔둔다는 것은 포항 시민을 기만하는 겁니다"라고 지적했다. 

김형태 당선자에 대한 포항시민의 화살은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에게도 겨눠지고 있는 형국이다. 김 당선자는 '박근혜 언론특보단장' 경력을 내세우며 이상득 의원이 내리 6선을 한 이 지역구에 공천됐다. "포스코는 박정희가 만들었기 때문에", "우리 살리려고 노력한다"며 박 위원장에 대한 지지도 열렬한 포항이다. 

공인중개사 이모(64·남구 상대동)씨는 "선거 나오기 전에는 김형태 몰랐죠"라며 "어떻게 공천됐는지도 의심스럽고 새누리당 선대위 자체가 의심스러운 겁니다"라고 말했다. 또한 "있을 수 없는 일이죠. 나라 망신! 포항시민 망신! 남구 망신!"이라며 "박근혜씨도 책임있다고 봐야죠. 후보 선정 자체가 잘못 됐으니까"라고 분개했다. 

남구 해도동에 사는 서모(42·여)씨는 "박근혜씨가 이런 문제를 캐치하지 못했다면 책임져야 하는 게 맞죠. 삼류잡지에나 나올 법한 일이 벌어졌는데 그런 것도 모르고 말이에요. 구설수에 올랐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안 되는 거예요"라며 날을 세웠다.

포항여성회 윤정숙 회장은 "새누리당 자체에서 이명박 정권 잘못한 것에 대한 대안으로 박근혜를 얘기하고, 사람들은 새누리당 지지와 박근혜 지지를 같이 놓고 김형태를 뽑은 것"이라며 "박근혜 위원장이 책임져야 하죠. (김형태) 개인 일이니 개인이 알아서 하라는 게 아니라 새누리당을 뽑은 포항을 위해서라도 더 책임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맞습니다"라고 강조했다.

물론 아직까지 '박근혜 책임론'에 대해 유보적인 입장도 많이 있다. 죽도 시장 한 구석에서 "김형태는 제명해야 된다"며 열띤 난상 토론을 벌이고 있던 임모(64·남구 해도동)씨는 "박근혜씨가 책임져야 한다는 것은 맞죠. 밑의 사람이 공천을 줘도 위의 사람이 책임지는 거 아닙니까. 하지만 당에서도 미리 알았다면 공천 안 줬겠죠"라고 말했다. 

죽도 시장에서 장사를 하는 서모(50대·여)씨 역시 '김형태 사퇴' 입장에는 동감하면서도 "박근혜씨라고 100% 다 알 수 있겠습니까. 사람인데요"라며 박 위원장을 감쌌다.

한편, 포항에는 김형태 당선자를 두둔하고 '여자가 잘못했다'는 시각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죽도 시장에서 만난 정모(52)씨는 "여자가 돈 뜯어내려고 하는 나쁜 사람이라던데. 김형태는 합당한 사람이죠. 언론에서 너무 몰아붙이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포항 시내에서 만난 20대 젊은 사람들 중에는 "관심없다", "투표 안했다"며 응답을 거부하는 경우가 많았다. '김형태'라는 이름 자체를 모르는 사람도 있었다. 

포항 시민단체들, '김형태 제명' 청원운동 나서

김형태 당선자에 대한 분노가 들끓고 있는 가운데, 포항여성회·포항환경연대·포항KYC 등 28개 시민단체들은 24일 오후 7시 포항 중앙 시내 우체국 앞에서 집회를 개최하고 '김형태 제명' 국회청원 서명운동에 돌입한다. 

포항여성회는 19일 "인면수심의 친족성폭력을 저지르고도 사과는 커녕 사실 자체를 부인하고 있는 김 당선자의 후안무치한 태도에 분노하며, 즉각적인 자진사퇴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김 당선자의 자진탈당이 새누리당의 면죄부가 될 수 없다"며 "자격미달인 인사를 국회의원 후보로 공천하고 당선시킨 새누리당은 김 당선자의 의원직 박탈에 앞장서는 모습을 통해 끝까지 책임질 것"을 촉구했다. 

김형태 개인의 사퇴뿐만 아니라 '박근혜·새누리당 책임론'에 대한 여론도 꿈틀대고 있는 만큼, 향후 이와 관련한 포항 시민단체들의 적극적인 대응도 이뤄질 전망이다. 

포항 시민들 사이에 들끓는 분노의 화살, 그 화살은 김형태를 뚫고 박근혜에도 꽂힐까?

최명규 기자 press@vop.co.kr

2012년 4월 7일 토요일

[사설]투표권 장려하지는 못할망정 침해해서야


이글은 경향신문 2012-04-06일자 사설 '[사설]투표권 장려하지는 못할망정 침해해서야'를 퍼왔습니다.
근대 민주국가에서 시민들이 공직자를 뽑는 의사결정 절차인 선거는 민주정치, 나아가 민주주의 그 자체를 떠받치는 핵심적인 장치라고 할 수 있다. 대통령선거나 총선이 있는 날은 법정공휴일로 지정하고, 각급 선거가 있을 때마다 선거관리위원회나 언론매체 등이 투표참여를 적극 독려하는 까닭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시민의 투표권 행사를 장려하지는 못할망정 오히려 방해하거나 훼손하는 경우가 적잖게 발생하고 있다. 4·11총선을 맞아 민주노총이 접수하고 있는 투표권 침해 e메일 제보의 내용을 보면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 수 있는 대기업들이 선거일 정상근무 방침을 정했는가 하면, 대형마트를 비롯한 유통서비스 업체들과 택배 등 운수업체 등도 선거 당일 출근 지시를 내림으로써 투표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민주노총이 공개한 제보는 “10년 동안 근무하면서 선거일에 쉬어 본 적이 단 한번도 없다”고 개탄하는 것에서부터 “투표일 전일 근무시키는 나쁜 인간들” 등 사업주들을 비난하는 것에 이르기까지 생생하고 다양한 현장의 목소리들을 담고 있다. 

투표권을 침해하는 곳은 사업체들뿐만 아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모교로 유명한 경북 포항의 ㄷ고교 2학년생 305명과 교사 10여명은 총선 당일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가는가 하면 경기도지역 14개 초·중·고교도 선거일을 끼고 수학여행이나 체험학습을 떠난다고 한다. 또 인천의 몇몇 학교는 교직원들과 전·현직 학교운영위원들이 야유회를 갖거나 학생들을 등교시켜 자율학습을 시키기도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행사를 갖는 것은 교사들의 투표권을 박탈한다는 점 외에 교육적인 측면에서도 문제가 많다. 즉 학생들에게 ‘선거일은 놀러가는 날’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줌으로써 참정권을 왜곡하고, 민주시민의 소양을 길러준다는 학교의 책무를 저버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일선 사업장에서 투표권 침해가 근절되지 않는 까닭은 노동자들의 권리에 둔감한 사업주들의 전근대적인 의식과 감독관청의 안이한 자세 등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져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근로기준법 10조에 따르면 사용자는 근로자가 근로시간 중 선거권이나 그 밖의 공민권 행사를 위해 필요한 시간을 청구할 수 있으며, 이를 위반하면 2년 이하의 징역과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일단 출근한 노동자들이 사업주에게 ‘투표하고 올 테니 시간을 달라’고 하기는 어렵고, 그런 요청을 들어주지 않는다고 사업주를 고소·고발하기는 더더욱 힘들다. 따라서 사업체들은 가능한 한 선거일은 법정공휴일로 지정한 취지에 따라 휴무를 하고, 불가피하게 정상업무를 할 때는 종업원들의 투표권을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 이를 위반한 사업체는 당연히 법에 따라 조처해야 한다. 직장과 학교에서 투표권을 보장하는 것은 일상 속에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