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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4월 2일 화요일

4대강 지지하더니 너도나도 비판…"모두가 달라졌어요!"


이글은 대자보 2013-03-29일자 기사 '4대강 지지하더니 너도나도 비판…"모두가 달라졌어요!"'를 퍼왔습니다.
[변상욱의 기자수첩] 언론의 객관성과 진실규명 노력을 되돌아보라

테마가 있는 고품격 뉴스, 세상을 더 크고 여유로운 시선으로 들여다보는 CBS (김현정의 뉴스쇼) '기자수첩 시즌2'에서는 정의롭지 못한 것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담았다. [편집자 주]

최근 언론에 4대강 사업에 따른 피해와 후유증에 관련된 보도들이 잇따르고 있다. 4대강조사위원회와 4대강복원범국민대책위원회는 한강 4대강사업 구간인 남한강 바닥에 재첩조개가 무더기로 폐사했다고 보고했다. 

대전충남녹색연합은 금강 본류로 연결되는 지천하류 현장을 조사해 농경지와 보호블럭들이 군데군데 무너지고 침식도 많이 진행됐다고 보고했다. 특히 지난해부터 대규모 녹조가 발생하고, 물고기가 떼로 죽고 있다는 분석이다. 

낙동강은 보와 둔치에서 균열과 침식 등이 발생해 현재 보수공사가 한창이며 낙동강의 8개보가 비슷한 위기를 겪고 있다고 지역 연론(매일신문)이 현장 조사 결과를 전했다.

◇ 4대강, 모두가 달라졌어요 

정부 각 기관의 태도도 이전과는 확실히 다르다. 감사원은 2011년에는 문제없는 사업이라 하더니 이명박 정부가 끝날 무렵에 이르러 설계가 부적합하고 수질악화가 우려된다고 야단 쳤다. 국회도 여야가 목소리를 모아 감사원이 제대로 조사하지 않으면 국정조사를 하겠다고 나섰으니 감사원 감사는 소신껏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차 4대강 공사 밀약 의혹을 조사해 과징금을 부과 한 데 이어 4대강 2차 턴키공사 밀약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조사에 착수했다. 환경부 장관은 '4대강 사업으로 인한 수질오염 문제를 객관적으로 재평가 하겠다'고 선언했다. 국토교통부 장관도 '4대강 사업을 전반적으로 살펴보고 필요 시 보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언론도 달라졌다. 조선일보는 2013년 1월 9일 지면을 대폭 할애해 감사원 4대강 사업 감사 결과를 전했다. 그러면서 '4대강 강물 흐름이 예전에 비해 정체됐기 때문에 보의 수문을 열어 물을 흘려보내지 않는 한 4대강 수질 문제를 단기간에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감사원이 4대강 사업을 주도한 공직자들을 징계하라고 요구할 가능성이 커 정치 쟁점화 할 것"이라 전망했다. 

(동아일보)도 비판적 보도를 내놓기 시작했다. (동아일보)는 2월 1일 자로 낙동강 르포 기사를 실었다. '낙동강을 파헤친 것은 물 부족에 대비하기 위해서도, 홍수를 막기 위해서도 아니라는 이야기인데 그렇다면 이 강은 도대체 무슨 이유로 파헤친 것일까'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전에 (동아일보)는 '4대강 사업으로 홍수피해 예방효과 탁월', '상습 침수지 멀쩡, 오랜만에 발 뻗고 잤다', '죽는 江살리는 걸 발목잡기가 환경운동인가', '절차 타당한 4대강 사업 훼방 지겹지도 않나' ... 이랬었다. 

지상파 방송도 요즘은 4대강 사업의 피해를 꾸준히 보도하고 있지만 예전엔 달랐다. 2010년 8월에는 'MBC PD수첩' 4대강편이 사장의 지시로 결방되는 일도 있었다. 같은 해 12월에는 'KBS 추적60분' 4대강편이 역시 상부의 지시로 결방됐다. 항의하는 제작진은 징계 당했다. 

2011년을 보내며 한국기자협회와 전국언론노조, 한국PD연합회가 선정한 '언론에서 무시당한 뉴스 10'에서 4대강 부실공사가 2위로 뽑혔다. 모두 무시당한 건 아니다. 비판적인 내용만 무시당했고 홍보 프로그램은 잘 나갔다. 

KBS는 4대강 통수식을 생중계하고 특집 프로그램을 만들기도 했다. 4대강의 문제점을 파헤친 프로그램을 방송 못하게 한다고 제작진이 항의하자 징계도 했다. 

2011년 4대강 사업과 관련된 정부기관들은 4대강 사업을 비판적으로 취재 보도한 경향신문, 한겨레신문을 상대로 언론중재위원회에 32건의 조정신청을 내며 비판여론을 잠재우려 했다. 4대강의 진실은 이렇게 5년 동안 가리워져 온 셈이다. 

◇ 객관성은 구경꾼의 몫이다

4대강 사업은 기획하는 단계부터 찬반양론이 팽배했던 사업이다. 그렇다면 타당성과 실효성에 대해 언론이 비판적으로 검증에 나서는 게 마땅했다. 대규모 국책사업의 타당성을 언론이 검증해 내기가 쉽지 않지만 적어도 양쪽의 정보를 공히 전달하는 수준은 되었어야 한다. 

지난 과오를 반성한다면 지금이라도 감사원, 공정거래위 발표만 기다리지 말고 열심히 현장을 뛰어 살피고 복구대책이나 대안들을 제시해야한다. 중앙 언론들은 지역언론이라도 부지런히 챙겨 보길 권한다. 

금강 문제를 다룬 지역신문의 기사제목들을 살펴보자.

"충북도내 4대강 사업 2조3천6백억원 투입, 곳곳 부실공사 드러나", "철새도 쑥부쟁이도 미호종개도 떠났다", "충주 금강 7공구, 단무지 무밭이 수변공원으로 변한 뒤 폭우에 잠겨", "하천둔치 경작농민 2만4천명 날벼락, 임대농.소작농은 보상도 못 받고 떠돌아", "호언장담했던 경제효과는 없었다. 4대강 사업 기간동안 지역 건설업체 수주난 최악. 일부 대기업 배불리기" - (충청리뷰 3월 22일자)

저널리즘이 공정해야 한다는 데는 찬성한다. 누가 언제 어디서 뭘 어떻게 한다는 6하 원칙에 의해 기사를 객관적으로 쓰는 것도 바람직하다. 그러나 아닌 것은 아니라고 철저히 감시.비판해야 하는 첫째 분야가 지구 환경이다. 이 분야의 취재보도는 지구환경에 대한 애정과 책임,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할 때가 많다. 

객관적으로 쓰고 손 떼는 것이 아니라 인류 전체와 미래를 걱정하는 마음을 담아 취재보도해야 하는 분야이다. 저널리즘이 인간과 사회를 위해 봉사하려 한다면 그래야 한다. 

"객관성은 구경꾼의 눈에 있다. 모든 저널리스트는 인류에게 무엇이 더 중요한지, 또는 덜 중요한지를 개인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을 속이는 것은 저널리스트 스스로를 속이는 것이다." - 벤 바그디키안(전 워싱턴 포스트 편집장)

변상욱

2013년 1월 17일 목요일

대선 수개표 촉구 촛불시위 심상치 않다


이글은 대자보 2013-01-14일자 기사 '대선 수개표 촉구 촛불시위 심상치 않다'를 퍼왔습니다.
[시론] 진정한 국민통합 한다면 수개표 의혹 불식시켜 진실규명해야

▲ 12일 오후 6시 대한문에서 열린 수개표 촉구 촛불시위 © 이제나

18대 대통령 선거가 끝나고 대통령 인수위가 정부 업무보고, 정책 수렴 등 본격 활동에 들어갔다. 하지만 대선 개표 부정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늘고 있다. 심상치 않은 징조를 보이고 있다. 

한마디로 수개표를 다시 하자는 문제제기다. 온라인 인터넷 공간에서 번지더니 이제 오프라인 촛불시위까지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주장과 관련해 중앙선관위의 속 시원한 해명이 없어 답답하다. 그래서 의혹이 누적되고 있다. 특히 문제가 심각해 가는데 우리의 신문과 방송은 무보도로 일관한다. 가끔 인터넷언론에서만 다룰 뿐이다. 

포털 다음에 카페를 개설한 18대 대선부정선거진상규명시민모임(cafa.daum.net/1219ef)은 부정선거 수개표 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단체이다. 이들 회원들은 자발적 성금을 모아 지난 11일 한 일간신문에 하단 통광고까지 냈다. 국민들의 소중한 한 표 한 표가 전자개표기로 인해 반대표가 된 사례가 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진상 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서울 영등포 민주당사 앞에서는 매일 저녁 촛불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민주당을 향해 수개표 국회청원과 당선무효 소송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 12일 오후 6시 대한문에서 열린 수개표 촉구 촛불시위 © 이민호

하지만 민주당은 미동도 하지 않는다. 진상조사위원회라도 구성해 착수라도 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는 모양이다. 100만표 차이라서 극복할 수 없다는 생각에서일까. 

하지만 이들이 요구하고 있는 것은 문재인 민주당 후보 당선을 위해서가 아니다. 잘못된 개표가 발견됐다면 정정당당히 바로 잡아야 하는 것이 민주주의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12일 오후 6시 서울 중구 대한문 앞 광장 앞이 꽉 찼다. 수개표 촉구 촛불시위였다. 우리의 신문과 방송은 보도하지 않는다. 18대 대선에서 전자개표시 나타난 여러 부정 의혹을 깨끗이 해결해 줄 것을 바라는 시위였다. 그래서 전자개표가 아닌 수개표만이 해결책이라는 것이다. 

전자개표기가 완전한 것이 아니라는 전제에서 부정확한 집계나 해킹이 될 가능성이 있는 결함 있는 기계라는 가능성도 한번 정도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실제 필리핀 대법원이 한국형 전자개표기 사용 중지 위헌결정을 한 사례도 있기 때문이다. 

▲ 12일 오후 6시 대한문에서 열린 수개표 촉구 촛불시위 © 이민호

이명박 정부 초기 미국산 쇠고기 촛불시위는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번 촛불집회는 국민이 직접 민주주의를 실현하는데 있어 유일한 방법인 국민투표에서의 오류를 해결해보자는 취지인 것 같다. 한마디로 투명한 직접 민주주의를 요구하고 있다. 제대로 된 재개표(수개표)를 해보는 것이 어떨까. 

여야가 합의해 ‘명명백백 수개표’를 하면 국민 의혹을 불식시킬 수 있을 텐데, 이들의 요구가 무리한 요구일까. 대선을 통해 국민통합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국민분열이 지속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기도 하다. 여야와 관계 당국은 좀더 큰 국민저항이 생길지도 모를 일에 대비하는 것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국민이라도 의혹을 제기하면 깨끗이 풀어주는 것이 진정한 민주공화국이 아닐까. 앞으로도 이어질 투명한 선거를 위해 의혹으로 제기되고 있는 문제에 대해 여야와 중앙선관위, 관계 당국이 정리하고 나가야할 문제로 보인다. 

김철관

2012년 10월 25일 목요일

내곡동 특검이 제대로 수사할수록 검찰은 ‘머쓱’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10-24일자 기사 '내곡동 특검이 제대로 수사할수록 검찰은 ‘머쓱’'을 퍼왔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큰형 이상은 다스 회장이 24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해 수행원들의 경호를 받으며 대기하고 있던 차량으로 걸어가고 있다. 인천공항/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검찰 부실수사 갈수록 요지경
 ‘무늬만 검찰’…서면조사로 귀막고현금 6억 출처 눈감고
이시형씨 소환조사 생략 ‘봐주기’
“신문 포기, 진실규명 기회 잃어”

김백준 ‘볼 필요도 없이’ 각하 처분
부하직원 ‘지시 받았다’ 진술머쓱

특검 발빠른 압수수색 등과 비교
검찰 내부서도 ‘수뇌부 입김’ 의심

이명박 대통령 일가의 서울 내곡동 사저 터 헐값 매입 사건을 수사중인 이광범 특별검사팀이 수사 착수 9일 만인 25일 이 대통령의 아들 이시형(34)씨를 불러 조사한다. 특검팀이 수사를 진행할수록 검찰 수사의 부실이 더욱 도드라지는 모양새다.검찰은 지난 6월 내곡동 땅 매매 명의자인 이시형씨를 서면조사만 하고 무혐의 처분했다. ‘검찰이 노골적인 봐주기·눈치보기 수사를 했다’는 여론의 질타를 받았던 것도 바로 이 대목이었다. 이씨에 대한 서면조사는 대통령 아들에게 단순히 ‘편의’를 제공하는 의미가 아니었다. 서면답변을 통해 이씨는 변호인의 도움을 받으며 형사적으로 ‘책잡히지 않을’ 정도의 모범답안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수사 경험이 많은 한 검찰 중견간부는 “수사의 기본은 신문이고, 이 과정에서 피의자에게서 실체적 진실을 끌어낼 수 있는 것”이라며 “그런 기회 자체를 검찰이 포기했다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검찰은 이씨를 서면조사만으로 무혐의 처분하면서 “진술 내용이 아귀가 딱 맞아서” 소환조사를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씨의 서면답변 내용만 봐도, 검찰이 자신있게 이씨의 부동산실명법 위반 혐의 등을 무혐의로 털어버릴 수 있었는지 의문이다.검찰의 불기소 처분서를 보면, 이씨는 “아버지한테서 ‘사저 부지를 네 명의로 취득했다가 사저 건립 무렵 내 명의로 되파는 것이 좋겠다’는 말을 듣고 이를 승낙”했고, “김세욱(58) 행정관에게 부탁하여 진행”했으며, “부친으로부터 들은 내용에 따라 돈을 마련”했다고 나와 있다. 명의만 빌려줬다고 의심할 만한 부분이다.또 김세욱 전 행정관은 이 대통령의 오랜 ‘집사’인 김백준(72) 전 총무기획관의 직속부하였지만, 검찰은 김 전 기획관에 대해 “살펴볼 필요 없이 범죄 혐의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각하 처분을 했다. 최근 특검팀이 저축은행 비리로 구속수감중인 김 전 행정관을 조사해 “김백준 기획관에게서 ‘시형씨의 내곡동 땅 매입 실무를 도와주라’는 지시를 받았다”는 진술을 받아낸 것도 검찰을 머쓱하게 만드는 대목이다.이시형씨가 아버지의 지시대로 서울 구의동의 큰아버지 이상은(79)씨 집으로 직접 차를 몰고 가 현금 6억원을 받아왔다는, 비정상적인 자금 수령 경위를 검찰이 알고서도 이 돈의 출처에 의심을 품지 않은 것도, 이상은씨가 운영하는 다스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특검팀의 행보와 극명히 대비된다. 한 검찰 중견간부는 “현금 다발로 돈을 주고받았다고 진술하는데도 출처를 조사하지 않은 것은 납득하기 힘든 수사”라고 말했다.검찰 수사가 이처럼 납득하지 못할 상황이 많았기 때문에 검찰 내부에서도 검찰 수뇌부의 ‘입김’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의심이 많다. 한 검찰 간부는 “만약 검찰의 무혐의 처분이 수뇌부의 판단이었고 그 판단이 잘못됐다는 점이 특검 수사를 통해 확인된다면 수뇌부가 책임을 져야 하는데, 반성이나 제대로 할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2012년 8월 22일 수요일

“남편 죽고 24시간 감시당했다” “이제 양의 탈을 쓴 잔당을 없애야죠”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8-21일자 기사 '“남편 죽고 24시간 감시당했다” “이제 양의 탈을 쓴 잔당을 없애야죠”'를 퍼왔습니다.

고 장준하 선생의 부인 김희숙씨가 21일 서울 강남구 일원동 자택 거실에서 장준하 선생의 사진을 뒤로하고 서있다. 박아름 기자 parkar@hani.co.kr

장준하 선생 부인 김희숙씨의 37년

이웃들조차 집 근처 얼씬 못해
누군가 돈내고 쌀·연탄 보내줘
항상 과묵하고 강직했던 남편
박정희 대통령 자격없다 열변
애들 다칠까봐 조용히 살았다
이제 진실규명 진짜 싸움 시작

서울 강남구 일원동에는 영구임대아파트 단지가 있다. 노태우 정부 시절인 1990년대 초반 지어졌다. 1975년 의문사한 장준하 선생의 부인 김희숙(88)씨는 이 낡은 아파트의 20평 집에서 15년째 살고 있다.지난 17일 저녁 찾아간 자택에서 김씨는 빨래를 널고 있었다. 방 2개와 거실이 딸린 이 아파트에서 김씨는 혼자 지낸다. 슬하의 3남2녀는 번갈아 전화해 안부를 묻는다. “나 안 죽었다고, 걱정 말라고 말하죠. 혼자 사는 게 편해요.” 김씨는 부드럽게 웃었다.이달 초 어느 날 장남 장호권씨가 김씨를 찾아왔다. 아들은 그저 안부를 물으려는 게 아니었다. 장준하 선생의 머리뼈에서 둔기에 얻어맞은 듯한 함몰 흔적이 발견됐다고 아들은 전했다. “틀림없지?” 김씨가 물었다. “틀림없습니다.” 아들이 답했다. “이제 됐다.” 김씨는 가슴을 쓸어내렸다.“마음이 편안해졌어요.” 노령임에도 김씨는 또박또박 말했다. “절대 실족사는 아니고 누군가 죽인 거라고 처음부터 생각했어요. 이제 진실을 밝히는 싸움이 시작된 겁니다. 양의 탈을 쓰고 활보하는 잔당을 없애야죠.”다시 싸움이 시작되기까지 37년이 걸렸다. 남편이 세상을 떴을 때, 김씨는 51살이었다. “아이들이 다칠까봐, 시대가 무서우니까, 말도 못하고 조용히 있었다”고 김씨는 오른손을 가슴에 얹으며 말했다.남편과 아내는 원래 사제지간이었다. 해방 전 평안북도 정주시 어느 소학교에서 김씨는 학생이었고 장 선생은 교사였다. 김씨가 열여덟살이 되던 1943년 11월 둘은 결혼했다. 얼마 뒤 남편은 학도병에 입대했다 탈출해 광복군에서 대위로 활동했다. 해방 뒤에는 김구 선생의 비서로 일했고, 군사정권 시절엔 유신 철폐 운동을 이끌었다.“과묵하고 강직한 분이었어요. 허튼 얘기 한번 안 했습니다. 한번은 중앙정보부 요원들이 뭔가 설득하려고 집을 찾았다가 그냥 돌아가면서 ‘참 지독한 분입니다’ 하고 간 적 있어요.” 생전의 남편은 박정희 전 대통령을 늘 혹독하게 비판했다. “‘일본놈 앞에서 자기 이름 바꾸고, 광복군은 씨를 말려 죽이겠다 한 사람이 어떻게 나라를 생각하겠느냐. 다른 사람은 다 대통령 자격 있어도 박정희는 자격 없다’고 했어요.”그랬던 남편은 의문 속에 세상을 떴다. 남편이 죽은 뒤에도 8년 동안 중앙정보부 요원들은 24시간 내내 서울 중랑구 상봉동 집 근처를 서성였다. 동네 꼬마들은 중정 요원의 정체를 이해하지 못했다. “아이들이 ‘(중정)아저씨들 저기 있어요’ 하고 저한테 일러바치기도 했죠. 그러면 아이들 안심시키려고 ‘우릴 지켜주려고 하는 거야’라고 달랬죠.” 그런 분위기 때문에 이웃조차 집 근처에 얼씬 못했다.결국 도움은 익명이어야 했다. 쌀집에서 갑자기 쌀을 갖다주거나, 연탄집에서 연탄을 갖다주곤 했다. 누군가 먼저 돈을 지불한 것이다. “담 너머에서 누군가 국수를 던져놓고 가면 그걸 삶아 먹기도 했다”고 김씨는 말했다. 아들 둘은 대학을 중도에 그만뒀다. 딸 둘과 막내아들은 장학금을 받으며 대학을 마쳤다. 익명의 기부자가 등록금을 대신 내준 적도 있다.그 시절을 모두 보낸 이제서야 진실을 밝힐 작은 실마리가 발견됐다. “(타살 의혹을 다룬) 기사가 났을 때 정말 기뻤어요. 신문을 여러 부 사서 이웃들에게 나눠줬어요.” 김씨의 근심이 완전히 가신 것은 아니다. “나 같은 아픔을 당한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잖아요. 그런 사람들을 무엇으로 위로할 수 있을까요.”남편을 원망한 적은 없다고 김씨는 말했다. “남편 덕에 임대아파트에도 살잖아요. 자식들 모두 잘 컸어요. 점심은 집 앞 복지회관 가서 먹고요. 딱 필요한 만큼 갖고 사는 거죠.” 김씨는 국가보훈처에서 다달이 나오는 100만원으로 생활비를 해결하며 지낸다.이웃 주민들은 김씨가 장준하 선생의 부인이라는 사실을 잘 모르고 있었다. ‘용돈을 모아 노인들에게 약을 사주고, 아이들 교복도 소일 삼아 수선해주는 인정 많은 할머니’라고 이웃들은 김씨를 칭찬했다. 김씨의 남편이 박정희 정권 시절 돌아가신 분이라고만 알고 있는 이웃 윤아무개(61)씨는 “국가를 위해 싸우다 돌아가신 분들의 가족은 국가가 잘 돌봐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씨의 작은 거실 벽에는 장준하 선생의 사진이 걸려 있었다.

허재현 박아름 기자 catalunia@hani.co.kr

2012년 6월 15일 금요일

‘불법사찰 수사’ 전 사회적 반발


이글은 경향신문 2012-06-15일자 기사 '‘불법사찰 수사’ 전 사회적 반발'을 퍼왔습니다.

ㆍ여야·시민사회서 강력 비판… 검찰 내부도 진실 규명 요구

국무총리실 민간인 불법사찰에 대한 검찰 수사결과에 “꼬리 자르기식”이라는 비판과 반발이 전 사회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시민사회와 정치권은 검찰 행태를 비판하며 국정조사와 청문회 등을 통한 진실규명을 요구하고 나섰다.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민간인 불법사찰 은폐의혹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 비상행동’은 14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불법사찰은 국가권력이 시민의 기본권을 짓밟고 민주주의의 근간을 파괴한 국기문란 사건”이라며 “그런데도 검찰은 당초 ‘윗선’이나 ‘몸통’을 밝힐 의지가 전혀 없었다”고 비판했다. 비상행동은 “국민을 대신해 국회가 나서야 한다. 청문회와 국정조사를 실시해 이명박 대통령을 포함한 사건 관련자 모두를 불러내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검찰 내부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서울지역 검찰청 한 부장검사는 “주요 피의자와 참고인에 대한 체포와 압수수색이 적시에 이뤄지지 않았다”며 “이번 사건을 수사 관점이 아니라 정무적 관점에서 바라봤고, 수사의지가 없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용훈 전 대법원장이 사찰 대상에 오른 것으로 드러난 데 대해 한 법원 관계자는 “우리나라에서 대법원장 소식이 궁금한 사람이 그 사람들이 말하는 VIP(대통령) 말고 누가 있겠느냐”며 “일국의 대법원장을 사찰한 사건을 내용도 없이 달랑 한 줄 언급해놓고 수사를 끝낸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밝혔다.

민주통합당은 국회 본청 앞에서 ‘MB-새누리당 정권 국기문란 사건 부실수사 규탄대회’를 열고 “19대 국회에서 민간인 불법사찰 등 국기문란 사건들에 대한 국정조사와 청문회를 반드시 실시해 진실을 밝히고 국기문란의 뿌리를 끊을 것”이라며 “부실수사 책임자인 권재진 법무장관 퇴진에 당의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여당인 새누리당에서도 우려가 제기됐다. 홍일표 원내대변인은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권 장관이 정치적 책임을 면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해임 문제도 “원 구성이 되면 논의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대권 주자인 정몽준 전 대표도 트위터에서 “국정조사를 해서라도 정권마다 행해진 불법사찰을 뿌리뽑아야 한다”고 밝혔다. 정두언 의원도 트위터에 “박종철 사건 당시 ‘탁치니 억했다’는 수사결과가 연상된다”며 “사회는 변했으나 수사기관은 30년 전 그대로”라고 비판했다.

내곡동 사저 헐값 매입, 민간인 불법사찰, BBK 등 정권 관련 의혹에 대한 검찰의 부실수사가 잇따르면서 검찰 개혁이 주요 과제로 제기되고 있다. 이해찬 민주통합당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국회가 열리면 반드시 검찰을 완전히 뜯어고쳐야 한다”면서 “검찰을 근본 개혁해야지 이대로는 국민을 보호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박영환·이범준·이서화 기자 yhpark@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