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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6월 5일 화요일

임수경 막말 파문에 박근혜 국가관 검증으로 맞불?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6-05일자 기사 '임수경 막말 파문에 박근혜 국가관 검증으로 맞불?'을 퍼왔습니다.
[아침신문 솎아보기] 경향신문 국가관 논쟁 띄우기… 심상정 “통진당 내 지하권력 있다”

임수경 민주통합당 의원의 탈북자 발언이 도마에 오르면서 종북 논란은 한층 가열되고 있다. 새누리당은 백령도를 찾아 천안함 위령탑을 참배하고 북한인권법을 발의하는 등 안보 이슈를 주도하고 있으며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는 언론들도 탈북자들을 인터뷰 하는 등 안보프레임을 대선 때 까지 유지할 기세다.

반면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은 이슈에 끌려가고 있다. 4일 박용진 대변인이 박근혜 새누리당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국가관을 꺼냈으나 파괴력은 부족해 보인다. 자유민주주의를 부르짖으면서 유독 사상의 자유는 인정하지 않는 국내 풍토상 국가관 논쟁은 보수주도로 일방적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

유럽 재정위기로 아시아 증시가 일제히 폭락했다. 여기저기서 경제에 대한 어두운 전망이 흘러나오고 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유럽 재정위기는 대공황 이후 가장 큰 충격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는 외부 변수를 예측하기는커녕 대처방안조차 없어 보인다. 

다음은 5일 아침 전국단위 종합일간지의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대공항 이후 최악” 번지는 유럽 쇼크)
국민일보 (‘공포’의 공익요원)
동아일보 (“북 다녀가고도 멀쩡한 당신 수십만 명 탈북의 일등공신”)
서울신문 (소득 없으면 생계 지원, 집 없으면 주거 지원)
세계일보 (늘어나는 빈곤층 왜? 공짜 복지에 ‘빈곤 역전’)
조선일보 (“자유의 물 마시고도 대동강 물을 마신 사람보다 더 종북…양심의 배신자들)
중앙일보(‘크레인 농성’ 한진중 노조 조합원 79%가 등 돌렸다)
한겨레 (“BBK 가짜편지, 은진수가 홍준표에게 건냈다”)
한국일보 (“경제민주화 만능 아니다” 재계, 긴 침묵 깨고 반격)

임수경 화살이 민주당 전체로

종북 논란은 민주통합당으로 불똥이 튀었다. 전날 임수경 의원이 집중 포화를 맞은데 이어 5일에는 대표에 출마한 이해찬 의원에 화살이 집중되었다. 임수경 의원은 그 발언수준이 저급했지만 이해찬 의원은 북한인권법에 반대한다는 수준의 발언으로 집중포화를 맞았다.

조선일보는 4면 (이해찬 “북 인권법은 내정간섭이자 외교적 결례”) 제하 기사에서 “(이해찬 의원이)사실상 북한인권법 국회 처리에 반대한 것으로 풀이된다”며 “다른 당권 주자들도 북한인권법에 반대하거나 애매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영수 서강대 교수의 발언을 끌어 “이 후보의 논리는 북한의 논리”라고 ‘종북’의 틀을 덮어씌웠다.

▲ 조선일보 6월 5일자. 4면.

중앙일보도 8면 (“DJ구명 압박한 레이건도 결례였나?) 제하 기사에서 ”북한인권법이 정국 이슈로 떠올랐다“며 ”임수경 의원이 탈북자 백요셉씨에게 ‘북한 인권인지 뭔지 이상한 짓 하고 있지?’ ‘변절자 새끼’ 등의 욕설을 한데 이어 같은 당 이해찬 대표 후보가 ‘북한 인권 문제 개입은 내정 간섭이자 외교적 결례’라고 발언하면서다“고 두 발언을 짜 맞춰 연결시켰다.

아울러 이날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등은 일제히 탈북자 기고 혹은 인터뷰를 실었다. 조선일보는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 중앙일보는 백요셉씨, 동아일보는 탈북자 출신의 주성하 기자의 글을 게재했다. 조선-동아의 경우 1면 머릿기사다. 임수경 막말 파문 관련자인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 인터뷰도 일제히 내보냈다. 

▲ 동아일보 6월 5일자. 1면.

현재의 안보 프레임을 대선까지 끌고 가고 싶은 일부 언론들의 바람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대목이다. 따라서 민주당 대표 후보들은 물론 대선후보들에 대한 이들의 ‘사상검증’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통합진보당 내부의 민주주의 파괴 행위와 임수경 의원의 수준 이하의 발언 여파가 어디까지 미칠지 주목된다.

국가관 뒤집기, 통할까?민주통합당은 박근혜 위원장의 국가관을 걸고 넘어졌다. 경향신문도 ‘종북프레임’ 대신 ‘국가관’이란 표현을 사용했다. 논쟁의 대립각을 완화시키고 전선을 새누리당까지 확대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아울러 박정희 독재체제에 대한 박근혜 위원장의 침묵을 이용해 구도를 뒤집을 수 있다는 의중으로 풀이된다.

박용진 민주통합당 대변인은 박근혜 위원장을 향해 “2002년 방북 당시 (김일성 주석 생가가 있는)만경대와 주체사상탑에 왜 갔으며 무슨 생각을 했는지 밝혀야 한다”며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2007년 경선 당시 헌정질서를 유린한 5·16 군사쿠데타를 ‘구국의 혁명’이라고 했는지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1면 (‘국가관’ 검증 논쟁 휩싸이는 정치권)제하 기사에서 “정치권이 ‘국가관’ 검증 논쟁에 휩싸였다”며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부정경선 과정에서 나타난 민주주의 문제에서 시작해, 비례대표 사퇴를 거부하는 이들의 대북관 검증문제로 번졌다가 다시 국가관 논쟁으로 옮아간 것”이라고 진단했다.

▲ 경향신문 6월 5일자. 2면.

아울러 2면 (박근혜의 국가관 논란, 5·16과 유신엔 늘 모호한 입장) 기사에서 “그(박근혜 전 위원장)가 유력 정치인으로 떠오르면서 5·16과 유신을 놓고 입장 표명을 요구받았다”며 “이때마다 박 전 위원장은 입장표명을 유보하거나 동조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다보니 박 전 위원장이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에 대해 한국일보 이계성 수석논설위원은 34면 제하 칼럼에서 민주당의 이같은 역공을 “자기부정”이라고 지적했다. 이 위원은 “통합진보당을 넘어 민주통합당까지 영향권을 확대해 오고 있는 ‘닥치고 종북 척결’ 공세에 대한 제동과 보수진영 내부 균열을 노렸을 법 하지만 이는 남북교류협력과 평화공존을 중요한 가치로 삼고 있는 민주통합당으로서는 자가당착이자 치졸한 꼼수”라고 비판했다.

윤여준의 충고이러한 상황에서 보수진영 일각에서도 지나치게 사상의 자유를 옥죄면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은 4일 이석기·김재연 통합진보당 의원 제명과 관련해 “종북으로 의심받으니 제명하자는 것은 신중히 하는게 맞다”며 “통합진보당은 비례대표 선발과정에 절차상 문제가 있다고 의원직을 사퇴하라 한 것이지 이들이 종북적이니 국회의원 하지 말라는 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들이 정말 반 국가적인 사상이나 활동을 해서 자유민주주의를 심각하게 위협했다거나 할 가능성이 있으면 수사기관이 먼저 수사를 해야 할 일”이라며 “국회가 확실한 증거 없이 어느 특정 의원을 사상적 이유로 제명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 경향신문 6월 5일자. 31면.

김영삼 정부 당시 환경부장관을 지낸 윤여준 한국지방발전연구원 이사장도 경향신문 31면 (통진당 사태 번지수 찾기) 제하 칼럼에서 “현재 많은 이들이 통진당 사태의 본질을 ‘종북성’이라는 단어에서 찾고 있다”며 “‘종북성’이란 단어가 북한의 사상과 체제를 선호한다는 것인지 아니면 북한 정부의 지령을 받아서 행동한다는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만일 후자의 경우라면 대한민국에 대한 반역에 해당하지만 전자의 경우라면 얘기가 달라진다”며 “무엇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개인의 사상과 신념은 자유를 가지며, 모든 사상과 신념은 건전한 시민적 공론장에서 치열하게 논의되고 국민적 선택을 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심상정 “통진당 내 지하권력 있다”심상정 통합진보당 전 공동대표가 “당의 중요한 결정에 개입하면서 책임지지 않는 세력이 있다”고 폭로했다. 심 전 대표는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한겨레는 2면 (“진보당 내 눈에 보이지 않는 지하권력 존재한다”)제하 기사에서 심 전 대표의 발언에 대해 “당권파 내부에 드러나지 않은 소수의 핵심 의사결정기구가 패권적 행태를 보여왔음을 지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한겨레 6월 5일자. 2면.

심 전 대표는 이번 부정선거에 대해 “선거관리의 부실한 시스템을 각 정파 그룹이 최대한 악용한 것”이라며 “2008년 (분당 당시)혁신의 실패로부터 오늘의 사태는 예고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정희 대표가 좋은 생각을 가지고 있어도 이 대표를 떠받친 것은 정당적 질서가 아닌 정파적 구조”라며 “이석기씨는 중앙위원회 전날 만났는데 모든 사태의 원인을 음모와 내부 권력투쟁의 관점에서 보고 있더라”고 말했다.

이어 “책임을 묻기 어려운 지하정부 같은 낡은 정파구조를 해체해야 한다”며 “이석기씨가 국민참여당과의 통합을 주도했다 얘기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경악했다. 그런 책임지지 않는 권력, 보이지 않는 조직, 지하정부와 같은 행태가 당의 공적 의사구조를 왜곡하고, 다원성이 존중되는 민주주의를 봉쇄한다”고 말했다.

유럽 발 경제 위기 불어 닥칠까?“유럽 재정위기로 한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 경향신문은 1면 (“대공황 이후 최악” 번지는 유럽 쇼크) 제하 기사를 통해 현재의 상황을 설명했다. 경향은 “유럽 위기는 전 세계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이 같은 상황은 한국에 여과 없이 전달되고 있으며 1000조원에 이르는 가계부채 부담으로 민간 소비여력도 바닥난 상태”라고 전했다.

한겨레도 1면 (세계경제 ‘퍼펙트 스톰’ 밀려오나…코스피 1783)제하 기사에서 “끝이 어디인지도 모르는 깜깜한 터널로 접어든 모습”이라며 “금융위기가 실물경기 위축으로, 다시 이는 세계적인 금융침체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시작된 듯 하다”고 우려했다.

서울신문은 1면 (“하반기 별 호전 없거나 악화”) 제하 기사에서 11명의 은행장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한국경제가 ‘상저하고(상반기에는 낮지만 하반기에는 높은)’성장을 할 것이라는게 국내외 경제 연구기관의 공통된 전망이지만 금융권에서 느끼는 체감경기는 훨씬 나쁘게 나타”났다.

▲ 경향신문 6월 5일자. 5면.

하지만 정부의 준비와 대응은 마뜩치 않아 보인다. 경향신문은 5면 (1주일도 못내다본 정부…장밋빛 전망서 대공황 예고 급반전)제하 기사에서 “지난주만 해도 정부는 경제가 상반기에 저점을 찍고 하반기에 나아질 것이라는 전망을 유지했다”며 “1년치 재정의 60%를 상반기에 최대한 앞당겨 집행한 것은 이같은 낙관론이 바탕에 깔려 있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홍준표, 은진수에 ‘가짜 편지’ 받았다.홍준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지난 2007년 대선 당시 발표한 BBK 가짜편지를 은진수 전 감사위원으로부터 받았다고 진술했다. 은진수 전 위원은 당시 이명박 대통령 후보 경선대책위원회 법률지원단장으로 일했고 한나라당 클린정치위원회에서 BBK팀장을 맡았다. 이에 따라 검찰은 은 전 위원이 편지조작을 주도했을 가능성을 높게 보고 은 전 위원을 소환할 방침이다.


▲ 한겨레 6월 5일자. 1면.

SLS그룹 구명로비사건과 관련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는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과 이국철 SLS회장에 대해 각각 3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신 전 차관은 이 회장으로부터 법인카드를 받아 9700여만원을 사용한 혐의이며, 뇌물을 공여한 이 회장도 처벌을 받았다.

새누리당 전당대회에서 돈봉투를 돌린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박희태 전 국회의장에 대해 검찰이 징역 1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집권여당의 당 대표를 선출하는 과정에 돈봉투를 돌린 죄질이 가볍지 않다”며 “60여년간 관행처럼 이뤄져 온 돈 봉투 제공·수수행위가 사라지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밝혔다.

불법사찰 및 증거인멸 사건을 수사중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은 권재진 법무부 장관에 대해 별도의 조사 없이 수사를 마무리하기로 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개입 여부는 청와대 관계자들로 부터도 확인이 안 되는데, 권 장관까지 조사하기는 어렵다는 논리다. 검찰이 진실을 밝히기 어렵다며 수사를 안 하는, 그야말로 초유의 사태다.

카카오톡이 4일 국내에서 무료 모바일 인터넷 전화 ‘보이스톡’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국내 통신업체들에 비상이 걸렸다. 그동안 각종 담합 의혹을 받아오며 높은 통신비를 유지해 오던 국내 3대 통신업체가 보이스톡 서비스 시행으로 얼마만큼 타격을 받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정상근 기자 | dal@mediatoday.co.kr  

심상정 “진보정당내 눈에 보이지 않는 지하권력 존재한다”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6-04일자 기사 '심상정 “진보정당내 눈에 보이지 않는 지하권력 존재한다”'를 퍼왔습니다.

심상정 통합진보당 의원
심상정 통합진보당 의원 인터뷰
심상정(사진) 전 통합진보당 공동대표는 4일 “(당내) 중요한 결정에 책임지지 않는 권력이 있고, 눈에 보이지 않는 일종의 지하정부의 형태가 존재한다”고 밝혔다. 이는 당권파 내부에 드러나지 않는 소수의 핵심 의사결정기구가 패권적 행태를 보여왔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인터뷰 전문은 인터넷 한겨레(www.hani.co.kr)에
심 의원은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 인터뷰에서 “합당 전에 당권파가 이정희 대표를 내세우는 걸 보고 ‘국민과 소통하려는 의지가 있구나’라고 생각했었다”며 “하지만 합당해 보니 실제로 이 대표를 떠받치고 있었던 것은 정당적 질서라기보다 (당권파의) 정파적 구조였다”고 비판했다.
심 의원은 사퇴를 거부하고 있는 이석기 의원과 관련해 “폭력사태가 일어났던 중앙위원회 전날 이 의원을 처음 만났다”며 “(이 의원이) 모든 사태의 원인을 특정 정파의 ‘음모’와 내부 권력투쟁의 관점에서 보고 있어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심 의원은 “이석기 의원이 (비례대표 경선) 출마 이후 1만2천표를 공언하고 다녔다”며 “당원이 이름 석자도 모르는 사람이 1만2천표로 최다 득표를 하는 건 대중정당으로서 자격이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달말 예정된 당대표 선거
당권파가 출마하려는 것은
국민들을 이기려고 하는 것

그는 씨앤피전략그룹과 관련해 “2008년 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은 다음날, 씨앤피그룹에서 빚 갚으라고 내용증명이 날아왔다. 당의 부채 중에 40% 가까웠다. 깜짝 놀랐다”고 밝혔다. 그는 “많은 비중이 한 업체에 집중돼 돈의 용처라든지, 증빙서류, 입찰 절차 등이 투명하지 않았기 때문에, 또 자료가 불미했기 때문에 그걸 못 갖추면 당이 한 방에 날아갈 수 있다는 얘기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당권파가 이달 말로 예정된 당대표 선거에 출마해 재기하려는 것에 대해 “그건 국민을 이기려고 하는 것이며, 우리 당과 본인들에게 아주 혹독한 대가를 요구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그는 이 의원 등 당권파 등을 겨냥해 새누리당 등에서 제기하고 있는 색깔론에 대해 “우리 내부에서 그건 상수로 보고 대응해야 한다”며 “그것으로 우리 내부의 혁신과 책임을 늦추거나 회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6월 말 예정된 당대표 선거에 대해서는 출마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저를 포함해 책임 있는 사람들이 당을 바로 세우는 데 어떻게 책임을 다할지 깊은 고뇌를 하고 있다”며 “그보다는 다음 당대표와 집행부의 임무가 무엇인지 먼저 공론화되고 합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선거 부정을 처음 인지한 것은 언제인가?
“비례대표 후보 등록 이틀 전 밤에 대표단 회의가 소집돼 거기서 처음 들었다. 그때는 주로 오프라인 선거 상황만 보고됐는데 머리가 띵했다. 옛날부터 있었던 선거 관리의 부실한 시스템을 각 정파 그룹이 최대한 악용한 것이었다. 4년 만에 나선형 계단을 한 바퀴 타고 올라가서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이 갈라졌던) 2008년을 마주한 느낌이었다. 분당 직전 비대위원장으로 혁신을 추진했으나 다수파에 의해 좌절됐고, 나는 분당의 책임자가 됐다. 제때에 혁신과 변화를 이뤄내지 못하면 곱절로 되돌아오는 것 아닌가. 2008년 혁신의 실패로부터 오늘의 사태는 예고된 것이다.”
모든 걸 권력투쟁으로 보는이석기씨 만나고 깜짝 놀라문제해결 어렵겠다고 느껴
-통합 이후에도 당권파가 달라진 게 없다고 느낀 것인가?
“좋지 않은 관행들이 4년 동안 더 뿌리가 깊어지고 구조화됐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정희 대표가 좋은 생각을 갖고 있었다 하더라도, 실제 이정희 대표를 떠받친 것은 정당적 질서라기보다 정파적 구조였다. 2008년에 비판·견제 세력(평등파, 진보신당)이 떨어져 나감으로써 정파 연합이 곧 당이 됐다. 갈등의 폭이 협소해지니 국민과의 관계에서 균형 감각이라든지, 당내 다원성을 인정하는 민주주의에 대한 훈련이 대단히 취약할 수밖에 없지 않았나 생각한다. 우리 당에서 지금 가장 중요한 문제는 정파적 사고에서 정당적 사고로 일대 전환을 하는 것이다.”
-경쟁 부문 비례대표 사퇴 결정을 수용하라고 당권파를 설득해봤나?
“이석기씨를 중앙위원회 전날 만났다. 중앙위 의장으로서 파국을 막기 위한 노력은 해야겠다 생각했다. 만나면서 ‘문제해결이 어렵겠구나’ 느꼈다. 깜짝 놀란 건 이 모든 사태의 원인을 음모와 내부 권력투쟁의 관점에서 보고 있다는 점이었다. 제3당, 공당으로서 국민들에게 어떻게 책임질 것이냐 하는 자세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석기씨의 자질이나 책임과 별개로, 당원이 이름 석자도 모르는 사람이 1만2천표 최다 득표를 하는 건 대중정당으로서 자격이 없는 거다. 당원이 당의 회원이 아니라 정파 회원으로서의 정체성, ‘투표 권력’에 의해 대상화된 측면이 많다.”
-정파의 경쟁은 불가피한데, 어떤 점에서 ‘투표 권력’이라고 표현하는가?
“핵심은 정파 간의 대립이 아니라 ‘낡은 과거의 그림자’와 ‘미래의 씨앗’ 사이의 갈등이다. 정파 자체가 문제가 되는 건 아니다. 그런데 당 발전을 위한 노선 제시는 없고, 투표 권력으로만 기능하는 것이 문제다. 두번째는 권력과 책임은 같이 가는 건데 책임을 묻기 어려운 비가시적인, 일종의 지하정부 같은 존재가 문제다. 이런 낡은 정파 구조를 해체해야 된다. 이석기 의원의 경우도 정당의 대표가 아니라 정파에서 승인된 사람을, 정파의 회원으로서 뽑은 거다. 정파 활동가들이 당원들을 투표 권력의 대상으로 삼아 활동해왔다는 거다. (더구나) 당의 중요한 정책을 어느 정파의 누가 어떻게 결정했는지 아무도 모른다. 이석기씨가 국민참여당과의 통합을 주도했다 얘기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경악했다. 그런 책임지지 않는 권력, 보이지 않는 조직, 지하정부와 같은 행태가 당의 공적 의사구조를 왜곡하고, 다원성이 존중되는 민주주의를 봉쇄한다.”
2008년 당 비대위원장 맡은뒤CNP서 빚상환 내용증명 보내당부채 40%나 차지해 놀랐다
-진보신당으로 떠난 뒤 기대했던 진보정치의 재구성을 보여주지 못한 채 다시 통합에 참여했는데?
“지난해 제가 통합을 선택한 것은 분당에 대한 성찰과 좌절을 딛고 혁신을 계속하겠다는 것이다. 위기의 중심에서 내게 부여된 진보 혁신의 과제를 매듭지으려고 온 것이다. 통합진보당이 지금 선거 부정과 부실 문제로 국민의 불신을 사고 있지만, 두자릿수 지지율, 13석, 제3당이라는 위상 변화 없이는 (이런 관심이) 불가능했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보면 문제가 전면에 드러난 것 그 자체를 혁신의 소중한 기회로 삼아야 한다. 통합진보당의 혁신이 바로 정권교체의 입구이자, 한국 정치 혁신의 출발점이다. 지금은 국민들에게 우환거리가 되고 있지만 늦었을 때가 빠른 때다. 보란 듯이 혁신하면 큰 반전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진보진영 전체, 지식인 사회까지 다 망라해 진보정당의 이념과 노선, 정책, 쟁점까지 뜻을 모으는 과정이 필요하고, 그런 정체성에 동의하는 세력이 모여서 제2창당을 완성해야 한다. 그런 힘으로 2014년 지방선거를 대비해야 한다.”
-종북 논란에 관한 생각은?
“개인적으로 종북이라는 단어를 써본 적이 없다. 2008년 분당 때도 ‘편향적 친북행위’라 표현했다. 저는 적어도 북한을 추종하는 행위라는 실체적 측면에서 종북론자는 없다고 본다. 다만 남북관계, 평화통일에 관한 것은 공당인 만큼 전당적 토론을 통해 자기 방침을 결정해야 한다. 사상의 자유는 보장돼야 하지만, (공안기관과 보수언론의) 색깔 공세를 방패막이로 삼아 책임을 회피하고 합리화하는 논리는 일종의 ‘적대적 공존관계’로 비판될 수밖에 없다.”

글 조혜정 석진환 기자 zesty@hani.co.kr
사진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