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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8월 2일 목요일

[사설] 새 대법관, 재벌편향·종교편향 우려 명심해야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8-01일자 사설 '[사설] 새 대법관, 재벌편향·종교편향 우려 명심해야'를 퍼왔습니다.

김신 등 대법관 후보자 3명의 임명동의안이 어제 국회를 통과했다. 김신 후보자와 김창석 후보자에게 각각 107표와 94표의 반대표가 나온 것을 보면 상당수 야당 의원들이 두 사람에게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대법관은 한번 임명되면 대통령 임기보다 긴 6년간 자리를 유지하면서 최고법원의 구성원으로서 모든 법률적 쟁송을 최종적으로 판단하는 막강한 권한을 갖는다. 이런 자리에 그동안 종교편향, 재벌편향이라는 지적을 받아온 후보자들이 그대로 취임하게 된 것은 유감이 아닐 수 없다.김신 대법관은 2만여명이 숨진 인도 대지진 사태에 대해 ‘하나님의 경고’라는 취지의 글을 쓰는가 하면 법정에서 기도를 요청할 정도로 종교편향이 두드러진 인물이란 지적을 받았다. 김창석 대법관은 이건희 삼성 회장이나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 등 기업인들에게는 솜방망이 형량, 쌍용차 파업 노동자에겐 중형을 선고하는 등 재벌편향이란 의혹을 씻지 못하고 있다. 경제민주화가 화두가 된 시대에 국회가 아무리 법으로 재벌의 횡포를 규제한다 해도 대법관이 이런 시각을 갖고 있으면 법이 제 기능을 발휘하기 힘들다.대법관은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기에 그만큼 자격 요건을 꼼꼼하게 따질 필요가 있다. 우리와 사법체계는 다르지만 미국의 경우 엄격한 검증 절차를 통해 국민적 신뢰를 얻고 있다. 1969년 사례금 수수 혐의로 사퇴한 에이브 포터스 대법관의 후임자를 두 사람이나 탈락시킨 뒤 세번째 만에 겨우 임명할 정도로 조금이라도 문제가 드러나면 가차없이 탈락시킨다.우리나라에서도 김대중 정부 말기 총리후보자 인사청문회를 통해 장상·장대환 후보를 거푸 탈락시킨 전례가 있다. 현 정부 들어 조용환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자에 대해 터무니없는 이유로 동의안을 부결시켜 헌재 공백을 초래한 여당이 누가 봐도 명백한 하자가 있는 후보자들에게 대거 찬성표를 던진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타당한 이유가 없는데도 억지로 탈락시키라는 뜻이 아니라 분명한 하자가 있는 인물은 절대 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한다는 엄격한 ‘전통’을 국회 스스로 세워야 한다는 말이다.현 정권 들어 대통령부터 하자투성이여서 청문회에 서는 인물들에게 엄격한 기준을 요청하는 것 자체가 코미디에 가까운 일이 돼버린 측면이 있다. 그러나 그럴수록 국회, 특히 야당이 중심을 잡고 국민을 바라보며 원칙을 지켜나가야 한다. 새 대법관들은 일단 임명된 이상 자신들에 대한 그간의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여 임기 동안 가슴에 새길 교훈으로 삼기 바란다.

2012년 7월 14일 토요일

[사설]“대한민국 법에 절망한다”는 김진숙의 외침


이글은 경향신문 2012-07-13일자 사설 '[사설]“대한민국 법에 절망한다”는 김진숙의 외침'을 퍼왔습니다.

통합진보당 노회찬 의원은 민주노동당 초선의원 시절인 2006년 8월 “법은 만인에게 평등한 것이 아니라 1만명에게만 평등하다”고 말한 바 있다. 법이 극소수 특권층을 위해 봉사하는 현실을 풍자한 것이었다. 그는 음식값 수십만원을 가로챈 중국집 배달원은 형기를 채워 복역하는 데 비해 재벌총수나 대기업 경영자들은 수백억 수천억원의 회사 공금을 횡령했는데도 집행유예로 풀려나는 등의 구체적 사례를 공개하기도 했다. 

‘철가방’으로 상징되는 사회적 약자나 노동자들이 법의 보호를 받기는커녕 얼마나 법에 의해 차별받고 불이익을 당하고 있는지는 그제 국회 대법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출석한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지역 지도위원의 증언에서도 새삼 확인하게 된다. 김신 후보자 청문회의 증인으로 나온 그는 지난해 1월 부산지법 수석부장판사였던 김 후보자가 한진중공업 크레인에서 농성 중이던 자신에게 노동자의 현실을 도외시한 가혹한 조처를 취했다고 말했다. 당시 김 후보자는 ‘농성을 철회하고 내려올 때까지 하루 100만원씩 회사에 이행강제금을 내라’는 결정을 내렸으며, 이후 이행강제금은 무려 2억8000만원까지 쌓였다고 한다. 

김진숙 위원은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이 달려 있는 사안이라면 현장 방문을 하는 등 사정을 알아봐야 하는데도 후보자는 사측의 일방적인 입장을 그대로 따랐다”면서 “100만원을 물리면 내려올 거라고 생각했다는 후보자의 답변에 더욱 모욕감과 절망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1200만 노동자를 대표해 대한민국 법에 절망하며 김 후보자가 대법관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우리는 민사법정에서 원고와 피고에게 ‘화해를 위한 기도’를 요구하고, 기독인 모임에서 부산과 울산을 ‘성시화(聖市化)하자’는 발언을 하는 등으로 물의를 빚은 김 후보자의 종교 편향을 지적한 바 있다. 이제 김 후보자의 비인간적인 노동관과 철저한 기득권 편향까지 접하면서 그가 대법관 부적격자임을 거듭 확인하게 된다. 

그러나 김 후보자 일개인이 대법관이 되지 않는다고 해서 법에 대한 ‘1200만 노동자의 절망’이 없어지거나 눈에 띄게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다. 판검사를 포함한 법조인들, 국회의원 등의 입법가들, 나아가 정책과 제도를 만드는 모든 이들이 노동자를 비롯한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의 처지를 깊이 헤아리고 배려할 때 그 절망감은 점차 사라질 것이다. 김 위원은 김 후보자를 향해 “이 땅에서 섬겨야 할 예수가 누구인지, 버려진 사람이 누구인지, 따뜻한 눈으로 되돌아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섬겨야 할 예수’나 ‘따뜻하게 껴안아야 할 버려진 사람’ 대신에 혹시 물신(物神)만을 숭배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비단 김 후보자뿐만 아니라 누구라도 반성해 볼 일이다. 생산의 주역이자 사회 발전의 원동력인 노동자들이 희망 대신 절망을 안고 살아가는 사회는 그 얼마나 절망적인가.

2012년 7월 13일 금요일

[사설] 김병화·김신, 대법관 자격 없다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7-12일자 사설 '[사설] 김병화·김신, 대법관 자격 없다'를 퍼왔습니다.

어제까지 대법관 후보자 3명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끝났고 오늘 김창석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가 진행된다. 그런데 후보자들이 하나같이 문제가 많아 누구 하나 대법관이 될 만하다고 고개가 끄덕여지는 사람이 없다. 가치관이나 성향을 문제삼기 전에 최소한 공직자로서의 기본 조건, 도덕성과 자질 면에서도 흠집투성이다.그중에서도 김병화 후보자는 정도가 심각하다. 본인은 청문회에서 거듭 부인했으나 제일저축은행 사건과 태백시장 인사비리 사건에 연루됐을 가능성이 농후하다.지난해 의정부지검장 시절, 산하의 고양지청이 제일저축은행 사건을 수사중일 때 이 사건 브로커인 강원도 태백의 중학교 동창 박아무개씨와 수십차례 통화한 사실이 드러났다. 본인은 “사건 내용을 얘기하면 끊는다”며 연루설을 부인했지만 정황은 그렇지 않다. 고양지청은 상품권 1억여원어치를 받은 제일저축은행 전무 등 2명만 구속기소하는 선에서 수사를 마무리했으나, 나중에 대검 수사에서 1400억원 불법대출과 횡령 사실이 밝혀져 이 은행 유동천 회장이 구속됐다. 유 회장은 대검에서 김 후보자에게 전달해달라며 2000만원을 박씨에게 줬다고 진술했다. 그뿐만 아니라 제일저축은행이 사건을 전후해 브로커 박씨의 부동산에 설정했던 95억원 근저당권을 해제해줬고, 김 후보자와 브로커 박씨가 서울 서초동 고급아파트를 사흘 간격으로 나란히 구입했으며, 유 회장은 “박씨 소개로 (김 후보자를) 알게 됐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이 정도면 고양지청의 축소수사와 브로커 박씨의 활약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론하지 않을 수 없다.본인도 시인한 2건의 위장전입은 명백한 불법이다. 여기에 태백시장 인사비리 수사 무마 청탁 의혹에다 허위공문서를 작성한 안상수 인천시장에 대한 불기소, 강남 아파트 다운계약서 작성 등 도마에 오른 비리 의혹만 10건이나 된다. 이른바 ‘10관왕’이니 “역대 최악의 대법관 후보”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김신 후보자는 어제 청문회에서도 종교 편향 의혹을 씻지 못했다. 공직자 비리사건은 솜방망이 판결을 하면서 한진중공업 사건에선 김진숙씨에게 하루 100만원의 가혹한 이행강제금을 물리는 등 균형감각도 부족하다. 농지 불법취득에다 태안 기름유출 사건에서 삼성중공업에 면죄부를 안겨준 고영한 후보자, 삼성 사건에서 이건희 회장에게 솜방망이 판결을 한 김창석 후보자는 재벌 편향이 우려된다.대법관은 사법정의의 수호자이자 인권옹호의 최후 보루이다. 대법원에서만은 함량 미달 후보자들이 활개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2012년 7월 10일 화요일

[사설]대법관 공석보다 ‘무자격’ 대법관이 더 큰 불행이다


이글은 경향신문 2012-07-09일자 사설 '[사설]대법관 공석보다 ‘무자격’ 대법관이 더 큰 불행이다'를 퍼왔습니다.

미국 연방대법원이 최근 역사에 남을 판결을 내렸다. 전 국민의 건강보험 의무가입을 규정한 건강보험개혁법을 합헌으로 판단한 것이다. 이 판결에 따라 수천만명의 미국인이 저렴한 비용으로 의료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한 나라의 최고법원이 어떠한 사명을 띠는지, 시민들의 삶을 어떻게 실질적으로 바꿔놓을 수 있는지 보여준 ‘사건’이었다.

한국 대법원은 미국과 달리 헌법재판 기능이 없다. 그러나 수많은 민·형사 사건이 상고심까지 올라가는 점만으로도 대법원의 역할은 중요하다. 대법원은 이들 사건에 대한 판단을 통해 공동체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신임 대법관 후보자들의 잇단 자질 시비를 우려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우리는 양승태 대법원장이 지난달 대법관 후보자 4명의 임명을 제청할 때 보수·남성·판검사 일색의 인선을 비판한 바 있다. 그런데 다양성 실종에 보태 개별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들까지 줄줄이 제기되고 있으니 어처구니가 없다.

장애인인 김신 후보자는 소수자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인선으로 주목받았으나 종교 편향 논란에 휩싸였다. 그는 교회 내 분쟁으로 제기된 민사재판에서 원고와 피고에게 ‘화해를 위한 기도’를 요구하고, 교회 부목사 사택에 대한 과세와 관련한 소송에서 대법원 판례를 무시하고 교회 쪽 손을 들어줬다고 한다. 또 수만명이 희생된 인도 지진을 두고 “하나님의 경고”라는 취지의 글을 쓰는가 하면, 기독인모임에서 부산을 ‘성시화(聖市化)’하자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김병화 후보자는 아들이 법원 공익근무요원으로 선발되는 과정에서 특혜를 받은 것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서울중앙지법의 결원 1명을 메우는 추가모집에 선착순 1번으로 신청해 뽑혔기 때문이다. 병무청이 결원을 채우려면 1주일 전쯤 홈페이지에 공고하는 게 일반적인데, 김 후보자 아들이 신청에 성공한 추가모집은 당일에야 공고됐다고 한다. 김 후보자에 대해선 위장전입과 농지법 위반 의혹도 제기된 상태이다. 고영한·김창석 후보자의 경우 재벌에 유리한 판결을 내린 전력으로 인해 경제민주화 흐름에 역행하는 인선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대법관 후보자 4명은 오늘부터 나흘간 차례로 국회 인사청문회에 선다. 국회는 이들의 자질과 도덕성을 철저히 검증해 문제가 있으면 과감히 탈락시켜야 할 것이다. 대법관 공석 사태의 장기화는 불행한 일이지만 ‘무자격’ 대법관 임명은 더 큰 불행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