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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6월 29일 금요일

우리땅 '이어도' 상공…왜 日방위청이 통제하나?


이글은 노컷뉴스 2012-06-29일자 기사 '우리땅 '이어도' 상공…왜 日방위청이 통제하나?'를 퍼왔습니다.
1951년 이후 일본 방공식별구역…정부 60년째 무대책

 

한일군사정보포괄보호협정(GSOMIA 이하 한일정보보호협정)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우리의 영토인 이어도 상공이 일본방공식별구역(JADIZ: Japan Air Defense Identification Zone)에 포함된 지 60년이 넘었지만 해결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도 마라도에서 서남쪽으로 149km에 위치한 수중 암초인 이어도는 2003년에 해양과학기지가 건설된 명백한 대한민국 영토다. 

하지만 이곳 하늘 길을 항공기로 지나가거나 헬기를 이용해 과학기지에 가기 위해서는 사전에 일본 측 협조를 구해야 한다. 

이어도 상공은 일본이 통제하는 항공 구역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복수의 군 관계자는 “이어도는 한국 방공식별구역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며 “비행을 위해서는 사전에 일본 측에 비행정보를 제공하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지금은 관행처럼 진행되고 있지만 유사시나 필요에 따라서 일본 측이 협조를 하지 않거나 시간을 지연할 경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의 방공식별구역(KADIZ: korea Air Defense Identification Zone)은 1951년 미 태평양 공군이 극동 방어를 위해 설정한 것으로 독도 상공은 포함됐지만 이어도는 포함되지 않았다. 

미 태평양 공군이 한국의 방공식별구역을 정한 이후 우리 정부는 방공식별 구역 조정을 제대로 관리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일본은 1969년 자위대법에 근거해 JADIZ를 설정할 때와 1972년 오키나와 반환에 따라 범위를 늘릴 때 독도 상공을 모두 제외하기도 했다. 

제주도 남쪽 지역이 한국비행정보구역(FIR: Flight Information Region)과 한국방공식별구역 라인이 일치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더욱이 한국 비행정보구역과 일본 방공식별구역 상당부분이 겹치면서 이어도 상공을 비행할 때 민항기는 물론 군용기 활동에도 제약을 받고 있다. 

그동안 정부는 비행정보구역과 방공식별구역을 일치시켜야 한다는 당위성을 인정하면서도 일본이 동해상에서 독도 문제를 거론할까 우려해 제대로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방부는 2008년 7월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 범위를 고시했다. 

고시에 따르면 방공식별구역에 진입하거나 구역 내에서 운항하는 모든 항공기는 국방부 장관에게 위치보고를 하도록 하고 있지만 이어도는 대한민국 방공식별구역에서 제외된 상태로 고시됐다. 

외국항공기가 KADIZ로 진입하려면 24시간 전 우리 군 당국의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한다. 우리 군은 미확인 항공기가 KADIZ 외곽 5마일(9km)까지 접근하면 공군 전투기를 출격시켜 요격에 나선다. 

이처럼 KADIZ는 사실상 군사 안보적으로 준 영공에 해당한다는 것이 군사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견해다. 

하지만 이어도 하늘길이 이처럼 일본의 방공식별구역에 포함된 것은 일본 측 준 영공에 포함된 것이라는 우려를 낳기에 충분하다. 

실제로 2004년 국정감사에서도 이 문제가 시급히 시정해야 할 부분이라고 지적이 있었지만 개선되지 않았다. 

더욱이 이어도 상공이 JADIZ에 포함된 현실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제주해군기지가 건설된 후 해군의 작전에도 영향이 불가피하다. 

제주 해군기지를 중심으로 남방해역을 작전권으로 갖게 된 군함이 초계활동을 할 때 항공기나 헬기를 사용해야 하는데 일본과 미리 협의가 이뤄져야 하는 문제가 있다. 

실제로 현재 제주에 배치된 P-3C 해상초계기도 이어도 상공을 지나는 작전을 펼칠 때는 일본 측에 사전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남방해역 방어와 확대를 준비하고 있는 정부가 이어도 상공을 일본측에 그대로 방치하고 있는 현재의 상태를 60년이 넘도록 정비하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한 비판이 다시 한 번 필요한 시점이다.

제주CBS 김대휘 기자

2012년 4월 19일 목요일

한미일-중러 대립구도, 강정마을이 새우등 될수도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4-19일자 기사 '한미일-중러 대립구도, 강정마을이 새우등 될수도'를 퍼왔습니다.
[정상모의 흥망성쇠] 높아지는 한반도 주변의 군사적 긴장

“남북한의 적대관계는 서해와 남중국해에서 벌어지는 미국 등과 중국 간의 적대감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이렇게 프랑스 일간지 가 지난 2010년 8월 보도한 적이 있다.

최근 서해와 남중국해에서 미국 등과 중국의 군사적 대립과 긴장이 심상치 않다. 남북 관계도 북한의 로켓 발사 이후 얼마나 나빠질지 예측하기도 어렵다. 북한의 3차 핵실험설까지 나오는 판이다.

중국과 러시아의 연합 해상훈련인 ‘해상협력 2012’가 한반도 주변에서 24~29일 실시된다. 양국 모두 주력 함정을 동원한 역대 최대 규모라고 한다. 

두 나라가 이처럼 한반도 해상에서 대대적으로 훈련을 벌이는 의도가 무엇인가. 중국 국방부는 한국과 미국 태평양함대, 일본 등이 최근 펼친 군사훈련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그 의도를 노골적으로 밝혔다.


강정마을 이야기를 다룬 영화 '잼 다큐 강정'.

중국이 훈련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는 것은 그만큼 한-미-일 연합훈련을 못마땅하게 여긴다는 얘기다. 러시아 함대가 일본 열도를 우회하지 않고 대한해협을 직접 통과한다는 것도 일본에 대한 경고라는 얘기가 나온다. 한-미-일, 중-러의 대립각이 날로 날카로워지고 있음을 뜻하는 얘기들이다.

남중국해에서는 미국과 필리핀이 지난 16일부터 27일까지 대규모 합동 군사훈련에 들어갔다. 남중국해의 스카보러, 중국명으론 황옌다오를 둘러싼 영유권 분쟁으로 중국과 필리핀 함정들이 서로 대치하고 중국의 무력시위가 계속되는 긴장 국면 속에서 이런 훈련이 벌어지고 있으니, 그 긴장의 귀추가 어떻게 될지 주목될 수밖에 없다.

더구나 이 훈련에는 한국과 일본, 베트남, 싱가포르 등의 국가들까지 참여하고 있다고 한다. 중국의 심기가 편치 않을 게 분명하다.

미국은 지난 해 호주에 전초기지를 마련한 데 이어 필리핀을 중국 봉쇄 벨트에 포함시키려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싱가포르와도 미 해군 함정의 배치를 협의하는가 하면, 베트남, 태국과도 군사협력 확대 방안을 모색 중이다. 미국이 중국 봉쇄의 끈을 바짝 조이고 있는 형국이다.      

중국은 2009년 11월 이전에는 자국의 핵심이익으로 대만과 티베트, 신장위구르만 거론했었다. 그러나 2010년 들어서는 남중국해와 서해도 중국의 핵심이익이라는 주장을 편다.

지난 해 6월 제10차 아시아안보회의에서는 중국의 량광례 국방부장이 남중국해에서 중국이 ‘논쟁이 필요없는 주권’을 갖고 있다면서 미국과 아시아 국가들이 합작해 중국에 맞서지 말라는 투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 올 초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 부주석이 미국 방문에서 ‘핵심이익’을 강조하고, 중국의 핵심이익인 주권과 영토, 안보를 침해하지 말라는 뜻을 나타냈다.

남중국해는 미국과 중국 어느 나라도 양보할 수 없는 해상교통의 전략적 요충지다. 이 요충지에서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해양패권과 새롭게 부상하는 중국의 해양대국화 전략이 충돌하고 있는 것이다.

주목되는 것은 이 충돌에 일본도 가세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이 필리핀의 군사적 지원 요청을 받아들여 필리핀에게 경비정 12척 등을 제공할 방침이라고 한다. 

문제는 이처럼 남중국해와 서해에서 높아지는 미-중 간, 넓게는 한-미-일과 중-러의 군사적 대립과 긴장의 파고가 한반도에 미칠 파장이다.

중국은 미국과 필리핀의 군사훈련에 한국과 일본, 베트남, 싱가포르 등의 국가들이 동참한 것을 비난했다. 미국과 필리핀의 군사협력 강화에 대해서는 필리핀에 제재를 가하겠다는 경고까지 할 정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중국의 입장에서 한국이 미국과 필리핀 훈련에 참여한 것을 곱게 볼 리 만무하다. 한국의 경우는 필리핀이나 다른 나라들과 차원이 전혀 다르다.

중국이 지난 3월 3일 제주도 남쪽 해상의 전설의 섬인 이어도가 자신의 관할해역이라며 감시선과 항공기의 정기순찰 범위에 포함된다고 밝혀 한중간 외교마찰이 빚어졌었다. 중국이 기존의 의례적인 관할권 주장의 수위를 높였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런 수위가 더욱 높아질 수 있다는 뜻이다.

강정마을의 해군기지가 중국 포위 전략의 거점으로 중국이 인식하게 된다면 문제는 자못 심각해진다. 미국, 일본과 중국, 러시아, 대립구도의 갈등과 충돌이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나 위기로 직결될 위험성이 높다.

한반도 주변 해상에서 한국과 미국, 일본, 또는 중국과 러시아가 대규모로 연합 군사훈련을 벌이는 일들이 빈번해지는 것 자체가 매우 심각한 사태다. 강대국들의 분쟁에 휘말릴지도 모를 연합훈련에 무턱대고 참여해도 되는 것인가. 

한국 정부는 어느 강대국이든 한국에게 정면으로 강도 높은 압박을 가해오거나 제재를 할 경우, 감당할 태세는 갖추고 있는 것인가. 강대국들의 갈등이 한반도의 충돌로 터지지 않도록 강대국들의 대립과 분쟁에 대한 민족의 생존 전략은 무엇인지 근본적으로 접근해야 할 과제다.

정상모 평화민족문화연구원 이사장 | media@mediatoday.co.kr  

2012년 3월 13일 화요일

이어도-제주 해군기지-탈북자, 북풍 '풀세트'


이글은 프레시안 2012-03-13일자 기사 '이어도-제주 해군기지-탈북자, 북풍 '풀세트''를 퍼왔습니다.
[평화에 투표하자] 철지난 '안보 프레임'의 재가동

다음은 월간 2000년 6월호에 게재된 "북풍조작은 있었다 - 96년 판문점 북풍사건 청와대 보고서"라는 제목의 기사 중 일부다.

"1996년 4월 5일 식목일 아침. 이양호 국방부장관은 한 여인에게 연정의 편지를 썼다. '사랑하는 린다에게'로 시작되는 이 편지는 '당신을 사랑하는 L'로 끝맺고 있다. 그날 오후 2시20분 이 장관은 국방부에서 북한군의 판문점 무력시위사태와 관련한 대책회의를 주관했다. 이 회의에서 그는 대북 정보감시태세인 워치콘(WATCH CONDITION) 격상조치를 지시했다. 이어 3시쯤엔 안보 관련부처 장관들이 참석하는 안보정책조정회의에 참석했다. 북한군의 무력시위는 3일간 이어졌지만 미군은 이를 대수롭잖게 여겼다. 총선을 3일 앞둔 4월 8일 밤 합동참모본부 상황실. 청와대쪽에서 "여론이 15% 이상 좋아졌다"는 격려전화가 걸려온 후 한 장교가 들뜬 목소리로 "총선 승리합시다"라고 외쳤고 일부 장교들이 박수를 쳤다."

기사에 따르면 99년 10월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국중호 행정관은 96년 당시의 북풍 의혹을 조사해 김대중 대통령에게 보고한 바 있다. 국 행정관의 보고서는 "96년 4월 4∼6일 판문점 북측 구역에서 총 3회에 걸친 북한군 무력시위가 있자 당시 청와대와 국방부, 합참은 사건 내용과 상황을 알지 못하는 일반 국민들에게 북한이 당장 전쟁이라도 일으킬 것처럼 과장·왜곡해 공포와 불안 및 긴장을 조성해 15대 총선에 이용했다는 명백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양호 국방장관이 집무실에서 한가롭게 연서를 쓰고 있던 그날 합참 상황회의는 합참 북한정보과가 '위기는 아니다'라는 보고를 묵살하고 심지어 사건 발생 일자까지 조작해 위기로 몰고 갔다. 이후 연일 전쟁 위기 분위기가 고조되었고 여당의 지지율이 15% 이상반등해 특히 수도권과 강원도 지역에서 당시 집권당인 신한국당 후보를 압도적으로 당선시키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15대 총선에서 득표율 10% 내 표차로 야당 새정치국민회의 후보가 2위로 낙선한 선거구는 38개에 이른다.(서울:24, 경기:10, 인천:4) 선거여론조사에 비해서도 당시 새정치국민회의는 30석 이상 잃었다. 그러나 총선이 끝나자 언제 그랬느냐는 것처럼 전쟁의 먹구름이 걷힌다.

외교안보장관회의 '하향식' 위기 보고(?)

그로부터 16년이 지난 지금의 한반도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2월 말부터 벌어진 한미 키리졸브 군사연습에 앞서 군은 2월 20일 백령도와 연평도 인근에서 대규모 해상사격훈련을 강행했다. 이후 남북 간에는 험악한 말들이 오가고 선거 전의 안보 정국이 조성되었다.

2월 20일 사격훈련에서는 미묘한 현상이 나타났다. 훈련 하루 전날인 19일에 북한의 전선서부지구사령부는 "우리 영해에서 단 한 개의 수주(물기둥)라도 감시되면 무자비한 대응타격이 개시될 것"이라고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여기에서 '물방울'이 아니라 '물기둥'이라는 표현이 눈길을 끈다. 군은 이번에는 단거리 화기뿐만 아니라 K-9 자주포까지동원해 5000발을 사격했다고 발표했지만 화기별로 구체적인 사격 내용은 설명하지 않았다. 그러나 2시간이라는 짧은 시간에 상당한 규모의 화기가 동원된 것은 확실해 보인다.

이에 대해 북은 아무런 대응을 하지 못했고, 국내 언론에서는 북한이 "겁을 집어 먹었다"고 보도했다. 이런 일련의 국방부식 설명은 단 한 가지를 말하려는 것이다. "우리가 정당한 사격훈련을 강행하자 북은 겁먹고 대응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북도 역시 같은메시지다. 북의 선전매체인 '우리민족끼리'는 24일 "(남측이) 사격구역을 옮기고 포 사격하는 흉내만 내 인민군대가 용케 참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우리 군 당국이 "사격구역도 변경한 것이 아니고 포사격도 정상적으로 했다"고 해명했다.

남북의 공방은 결국 "누가 먼저 겁을 먹었느냐"로 모아지는데 이걸 정치학자들은 '치킨게임'이라고 말한다. 남북은 교전이 발생하지 않은 이유를 상대방의 '소심함'에서 찾고자 한다. 이러한 북한 '약 올리기'에 북은 연일 대규모 군중집회와 김정은의 미사일부대 방문, 군사훈련 장면 공개를 통해 남을 위협하기 시작한다. 이러한 기싸움이 정말로 안보 위기라고 할 수 있을까?

이후 정부의 기류가 확연히 바뀐 계기는 지난 6일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외교안보장관회의였다. 여기서 "북의 동향이 심상치 않다"는 정보기관의 보고에 따라 이제껏 북한의 강경한 목소리에 무시정책으로 일관하던 정책기조를 바꿔 적극 대응하는 방향으로 전환된다. 다음날 김관진 국방장관이 연평부대를 방문하여 "북이 도발하면 보복 차원에서 응징하라"고 말하고 그 다음날에는 류우익 통일부 장관이 "탈북자 문제는 북한 정권 탓"이라고 말하는 등 대북 강경 대응기조가 확연히 드러나기 시작한다.

북이 말로 하는 도발 위협에 대해 우리 정부가 이처럼 날선 언어로 대응한 것은 현 정부에서 이번이 처음이다. 2009년에 북의 총참모부가 "전면대결태세"를 선언할 당시에도 현 정부는 이를 무시했고, 북의 말을 가지고 군사적으로 대응한 적이 없었다. 도대체 지금이 왜 위기인지, 무슨 근거로 그런 말을 하는지, 국민은 알 길이 없다. 전후방 북한의 군사동향에 어떤 특이사항이 있는지 하나도 제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군 자체의 정보 분석으로 청와대에 보고된 것이 아니라 청와대가 정보기관의 보고를 활용해 '하향식'으로 위기라고 말한 것이다.

이런 정치 논리에 끌려가는 우리 정부만을 탓할 수도 없다. 남의 약 올리기에 자극받은 북도 남의 총선에 개입하고자 하면서 통미봉남(通美封南) 전술의 일환으로 대남 강경발언을 쏟아내는 것이라면 이 또한 비난 받아야 한다. 그런 점에서 4월 총선에 개입하고 싶어하는 남과 북의 정권은 궁합이 척척 맞아떨어진다. 이런 안보위기는 총선이 끝나면 언제 그랬느냐는 것처럼 없어진다.


 ▲ 김혁수 전 해군제독이 9일 서울 대방동 통합진보당 앞에서 통합진보당의 김지윤 청년비례대표 경선후보가 정부의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비판하며 '해적기지'라는 표현을 쓴 것에 항의하며 울분을 토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주 해군기지와 이어도 논란

북풍의 조짐은 이것만이 아니다. 연평도 사격훈련 이틀 후인 2월 22일 청와대는 이제껏태도와 달리 매우 중요한 입장 전환을 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 4주년 기자회견에서 "제주도 해군기지 건설을 계속할 것"이라고 입장을 표명하고 나선 것이다.

취임 이후 제주도 해군기지 건설 문제에 대해 이명박 정부의 청와대는 단 한 번도 직접 개입한 전례가 없이 해군에게 이 문제를 일임해 왔다. 청와대에는 '남의 일'이었던 해군기지 문제에 청와대가 개입하는 징후가 드러나더니 김관진 장관이 연평도에 간 바로 그날, 해군은 강정마을에서 발파를 강행한다. 우근민 제주지사가 "발파를 연기해 달라"고 공식 요청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총선이 끝나고 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문제의 핵심은 발파 그 자체가 아니라 연평도에서의 긴장고조 시점과 기가 막히게 맞아떨어지는 바로 그 타이밍이었다.

한 진보정당 청년비례 후보가 '해적기지'라고 말했다고 하고, 정동영 의원이 "집권하면 책임을 묻겠다"는 발언이 알려지자 정권과 보수언론은 마치 자기들이 설치해 놓은 '덫'에 걸렸다는 듯 파상공세에 나선 것도 그러하다. 2월 말부터 다수의 군부대가 정신교육에서는 야당을 지칭하여 '척결해야 할 종북좌파 세력'이라는 강연이 빈번해지던 터에 정동영 의원의 발언에 군 전현직 장교단이 일제히 성토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기 시작한 것이다.

제보에 따르면 한 지휘관은 장병들을 모아놓고 "부모에게 전화하여 절대 종북 야당을 찍지 말라"고 말하는 일도 있었다. 강정마을 해군기지에 반대하는 세력은 '연방제 통일과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하는 종북세력'이라는 요지의 정신교육이 장병들을 상대로 이루어졌다. 96년의 북풍 사례를 연상시키는 명백한 정치개입이다.

이에 발맞춰 보수언론은 이어도를 정기 순찰하겠다는 중국 해양국장의 발언을 '발굴'해 정부에 대한 엄호사격을 하고 있다. 중국이 이어도 부근을 순찰한다는 것은 작년에 이미 알려졌다. 이걸 마치 새로운 상황이 벌어진 양 부각시키면서 야당의 제주 해군기지 반대는 중국에 영토를 헌납하려는 것인 양 몰아붙이고 있다.

탈북자 정치의 위험과 위선

그러나 가장 위선적이고 참혹한 사례는 바로 탈북자 논란이었다. 이 또한 2월 말부터 현재까지 다른 안보 현안과 마찬가지로 시기적으로 일치한다. 중국에서 공안에 검거된 탈북자들이 북한으로 송환되는 것을 언론이 연일 중계방송하면서 이명박 대통령은 이 문제를 처음으로 중국과의 공식적인 외교적 의제로 삼았다.

중국과 북한을 싸잡아 비난하는 보도가 줄을 잇는 이런 사태는 무엇을 의미할까? 바로 북한의 김정은에게 "북송되는 탈북자들을 죽이라"는 소리나 마찬가지다. 이렇게 남북관계가 악화된 상황에서 이 대통령이 탈북자 문제를 공개적으로 거론한다면 이에 자극 받은 김정은으로서는 자국으로 송환되는 탈북자를 과연 어떻게 대하겠는가? 해결을 하려면 조용히 해야지, 사람 목숨이 볼모로 잡혀있는데 시끄럽게 하니까 사태가 해결되기는커녕 더 악화되는 상황이다.

더 어이가 없는 것은 탈북 난민 문제를 정치화하면서 마치 미국과 한국이 탈북 난민을 엄청 잘 대우해 준 나라처럼 위선적인 이중성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로 들어온 탈북자 수가 2만 명을 훨씬 웃돌고 있지만, 이들이 정착 과정에서 겪는 차별과 홀대는 사회적 문제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데리고 와서 잘 대우해주면서 이런 말을 하면 이해가 가지만 데려오지도 못하면서 목청만 높이면 누가 피해를 볼까?

미국의 탈북자 정책은 더 황당하다. 2004년 조지 부시 정부가 북한인권법을 통과시킬 당시에 법안의 핵심 내용은 북한 탈북 난민의 미국 망명을 허용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후 미국 정부는 탈북자의 망명에 인색했고, 지난 8년 간 겨우 80여명, 1년에 10명 정도가 미국에 정착했다. 미국에 필요한 사람만 데려간 것이었고, 탈북자 난민 대우는 말뿐이었다. 법을 만들고 실행하지도 않으면서 지금 미 의회에서 또 탈북자 청문회가 열리는 것에 과연 어떤 진정성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을 거쳐 미국으로 간 탈북자들이 미 정부의 외면으로 정착에 실패하고 다시 한국으로 역이민하는 현상까지 다수 벌어지고 있다. 또한 미국의 외면으로 영국으로 몰려 간 일부 탈북자들에 대해 영국 정부가 한국 정부에 '빨리 데려가라'고 요구하는 상황이다.

이렇게 조성된 안보정국에서 북풍이 부는 것을 보면 선거가 가깝다는 사실이 새삼 느껴진다. 안보 문제를 정략적으로 이용하지 말라고 하면서 그 어느 때보다 안보 정국을 조성하려는 의도가 너무도 역력하다. 선거 때만 되면 쉽게 꺼내 드는 카드, 비정상적이고 시대착오적인 북풍 음모를 끝장낼 수 있는 것은 결국 국민의 현명한 판단이다. 그 시기가 얼마남지 않았다.

프레시안과 참여연대는 총선을 앞두고 벌어지는 긴장 고조 행위를 감시하고, 올바른 대외전략의 비전을 제시하고자 '평화에 투표하자' 시리즈를 공동 기획했습니다. 여러 전문가들이 필자로 나서는 이 연재에서는 선거 전 불거지는 현안에 대한 대응은 물론 평화를 바라는 이들이 외교ㆍ안보 쟁점에서 가져야 할 기준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1. "긴장 높아지면 대포는 저절로도 터지더라…" (김창수 '통일맞이' 정책실장)2. 존재의 이유를 부정한 '국군'이 더 위험하다 (이대훈 성공회대 겸임교수)



/김종대 '디펜스21+' 편집장. 군사평론가

[사설] 이어도를 분쟁지역으로 내몰려고 안달인 자들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3-12일자 사설 '[사설] 이어도를 분쟁지역으로 내몰려고 안달인 자들'을 퍼왔습니다.
이어도 관할권 문제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성격상 분쟁 당사국 간 서로 양보할 수 없는 영토 문제인데다, 4·11 총선을 앞두고 제주 강정에 건설중인 해군기지에 대한 찬반 논란까지 맞물려 있는 탓이다.
한국의 최남단 마라도에서 서남쪽으로 149㎞ 떨어진 지점에 있는 수중 암초인 이어도의 관할권이 한국과 중국 사이에서 본격적으로 문제가 된 것은 유엔해양법이 발효한 1994년부터이다. 해양법은 해안선으로부터 200해리(약 370㎞)까지를 배타적경제수역(EEZ)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이어도는 두 나라의 배타적경제수역이 겹치는 부분에 들어 있다. 이런 경우 양쪽이 합의해 경계선을 정해야 하는데, 아직 두 나라 사이에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게 이어도 문제의 본질이다.
지난 3일 ‘이어도가 중국 관할 해역의 일부’라고 주장한 류츠구이 중국 국가해양국장의 발언도 기본적으로 이런 흐름의 연장선 위에 있다. 다만 그가 “국가해양국은 중국 관할 해역에 대해 정기적인 권익보호 차원의 순찰과 법집행을 하는 제도를 마련했다. 정기순찰 대상 해역에는 이어도가 포함된다”고 말한 부분은 주시할 대목이다. 중국이 기존의 의례적인 관할권 주장을 넘어, 이전보다 관할권을 강화하기 위한 차원에서 추가적인 법·제도 조처를 취하는 것이라면 강력한 대응이 필요하다. 외교당국은 중국의 정확한 의도를 파악한 뒤, 그에 맞는 엄정한 대응을 해야 할 것이다.
일반적으로 영토 문제는 법률 차원을 떠나 해당국 국민의 감정과 역사, 문화, 자존심이 걸린 문제이므로 민감하기 짝이 없다. 사안의 폭발성이 매우 크므로 엄중하지만 냉정하게 다루지 않으면 안 된다. 특히 여론 형성에 큰 영향력이 있는 언론의 책임은 누구보다 막중하다.
이런 점에서 이른바 조·중·동이라 불리는 보수언론들의 이어도 보도 태도는 무책임·선동의 극치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중국의 이어도 관할권 주장을 영토 야심으로 규정하고, 이를 제어하려면 해군력이 필요한데 좌파들이 제주 강정 해군기지를 반대하는 것을 보니 이어도를 중국에 갖다 바치려는 것 아니냐는 흉포한 논리를 전개한다. 마치 일본 에도막부 시대에 금지된 기독교 신자를 가려내기 위해 그리스도가 그려진 그림판을 밟고 지나가게 하는 ‘후미에’ 작전을 보는 것 같다.
강정 해군기지 건설과 이어도는 절대 일대일 조응관계가 아니다. 그걸 뻔히 알면서도 이어도를 앞세워 기지 찬반을 압박하는 태도는 애국심을 이용한 정치공세이자 협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