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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4월 8일 월요일

엄기영과 김재철의 이후, 방문진의 두 얼굴이 보인다


이글은 미디어스 2013-04-07일자 기사 '엄기영과 김재철의 이후,  방문진의 두 얼굴이 보인다'를 퍼왔습니다.
[분석] 2010년의 방문진과 2013년의 방문진
방송문화진흥회(아래 방문진·이사장 김문환)가 달라졌다. 2010년 당시 엄기영 사장이 사퇴한 이후와 김재철 전 사장의 후임을 결정하는 현재 과정을 들여다보면, 방문진 여당 추천 이사들의 태도가 3년 전의 그것과는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방문진은 4일 정기 이사회에서도 사장 공모에 대한 논의를 하지 못하고 차일피일 일정을 미뤘다. 설상가상으로 여당 추천 이사들이 7일부터 6박 7일로 프랑스 칸으로 출장을 떠나 오는 18일 이사회에서야 사장 공모 논의가 가능할 전망이다.
18일부터 공모 일정이 논의가 된다면 5월 중순 이후에야 후임 사장의 윤곽이 드러난다는 게 MBC 안팎의 전망이다. 김재철 사장 '해임안'이 가결된 시점이 지난달 26일이라는 점을 생각해 보면 MBC는 최소 2달 동안 '사장 공백'이라는 불안정기에 놓여 있게 된다.

▲ 방송문화진흥회 ⓒ 연합뉴스


엄기영 사퇴 때는 4일 만에 공모 돌입

반면 엄기영 전 MBC 사장이 2010년 2월 8일 자진사퇴로 물러났을 때는 방문진은 '3일' 만에 신임 MBC 대표이사 사장 선임을 위한 논의를 했다. 나흘이 지난 시점인 12일부터 공모가 시작됐고 20일에 마감했다. 당시 김재철 사장 후보자는 26일 최종 후보자가 됐고, 곧바로 MBC 사장으로 임명됐다. 사장 공모의 모든 절차가 한 달도 걸리지 않은 셈이다.
김재철 전 사장 해임 이후 사장 공모 절차 논의에 미온적 반응을 보이고 있는 여당 추천 차기환·김광동 이사는 당시 8기 방문진 이사로서 후임 사장 절차에 속도를 낸 대표적 인물들이다.
8기 방문진의 대변인 역할을 하던 여당 추천 차기환 이사는 당시 라디오 프로그램과의 인터뷰에서 "문화방송사장은 공모 절차를 거쳐왔기 때문에 지금 정기 이사회는 17일로(2010년 2월) 잡혀있지만 아마 그 전에 임시 이사회를 소집해서 문화방송사장 공모 절차를 밟을 거라고 보고 있다"며 사장 공모 절차에 '속도'를 낸 바 있다.
그런 이들의 태도가 180도 달라졌다. 차 이사는 4일 정기 이사회에서 "(해외출장 가는 것 때문에) 공모가 3~4일 늦어진다고 달라질 게 뭐가 있냐"며 서두를 것 없다는 입장을 표했다.
김광동 이사 역시 4일 "1~2주 공모가 미뤄진다고 일정이 늦다고 볼 수는 없다. 공모에 대한 의견 차가 좁혀지지 않는다면, 내 생각 같아선 소위원회를 구성해 절차에 대한 논의를 해 봤으면 좋겠다"며 후임 사장 공모 절차 방식에 대해 의문을 드러냈다.
차기환, 김광동 이사는 김재철 전 사장이 일방적으로 이사장에 '통보'했던 지역사 및 관계사 임원 내정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며 해임을 주장했다. 그러나, 해임안 의결 시 이들은 해임안 '반대'의 뜻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며칠 만에 입장이 뒤바뀐 것이다.


▲ 김문환 신임 방문진 이사장 ⓒ뉴스1


사장 공모가 늦어지는 이유는?

이와 같이 여당 추천 이사들의 '늑장'이 공모 일정이 미뤄지는 데 일정 부분 역할을 했지만, 4일 정기 이사회에서 공모가 논의조차 되지 못했던 것은 김문환 신임 이사장의 '독단' 때문이었다.
김문환 신임 방문진 이사장은 4일 이사회에서 독단적으로 MBC 사장 공모 논의를 안건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방문진 이사의 말에 따르면, 김문환 이사장은 3일 이사들에게 'MBC업무 보고가 4일 이사회의 안건이고, 사장 공모 논의는 간담회에서 진행한다'는 내용이 담긴 메일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4일 정기 이사회에서는 방문진 사무처와 MBC 업무보고만 이루어졌다.
야당 추천 최강욱 이사는 4일 기자들과의 자리에서 "29일 임시 이사회에서 사장 공모 일정 논의가 있었고, 주총 때문에 4일로 미뤄진 것이라면 당연히 4일 이사회에서 일정 논의되는 게 정상"이라며 이사장의 독단적인 태도를 비판했다.
최 이사는 "이사회 자리에서 '엄기영 사장 사퇴 이후에는 자기들이 시켜야 할 사람이 있으니까 바로 후임 사장을 임명하고, 김재철 사장은 예상 외로 해임됐고 현재 위로부터 오더가 떨어지지 않았기에 시간을 끌고 있는 것이라는 비난을 자초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며 "김 이사장은 자체 업무로 1~2주 늦어지는 게 무슨 문제냐고 말했지만, 실제로 안광한 부사장은 직무대행 신분에서 4일 자기 맘대로 조직개편을 단행했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왜 사장 공모는 미뤄진 것일까? 김문환 이사장을 비롯한 일부 여당 추천 이사들은 김재철 사장 해임안 의결에서 반대표를 던졌던 인물들이다. 이들의 입장에선 김재철 사장의 해임은 '예상치 못한, 그리고 달갑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또 8기 방문진부터 여당 이사들이 의사결정 상에서 '6대3'으로 우위를 보여왔던 구조가 이번 김재철 사장 해임안 가결에서 깨졌기에 '김재철 체제'를 비호해 오던 일부 여당 이사들 입장에서는 기존 구조의 재구축을 위해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MBC의 한 관계자는 "방문진 이사들이 김재철 사장 이후의 사람을 아직 쉽게 찾지 못하고 있다는 것의 방증"이라면서도 "그동안 의사결정 과정에서 보여왔던 6대3 구조가 깨졌다. 수적 열세에 몰린 이사들에게는 설득을 위한 시간이 더 필요한 것 아니겠느냐"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사장 공모가 지지부진한 데에는 청와대의 결정이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의견도 있다.

▲ 김재철 MBC 사장이 신년사를 하고 있는 모습 - MBC 특보 화면 캡처


엄기영엔 '간섭', 김재철엔 '방관'

과거와 비교해 볼 것은 단지 '시기' 문제만이 아니다. 엄기영과 김재철 전 사장을 대하는 방문진의 태도에도 두드러지는 차이가 있다.
2010년 엄기영 전 사장이 사퇴한 이유는 김우룡 이사장을 포함한 여당 추천 이사들과의 갈등 때문이었다. 방문진은 MBC 경영진(편성본부장·TV제작본부장·보도본부장·경영본부장) 자리 인사권을 두고 엄 전 사장과 갈등을 빚게 됐고, 엄 전 사장은 압력을 넘지 못하고 2010년 2월 8일 스스로 물러났다.
방문진은 엄기영 전 사장과는 인사권을 두고 '힘 겨루기'를 할 정도로 대립했지만, 김재철 전 사장의 행태에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김 전 사장 시절에는 감독 기구로서 최소한의 역할도 하지 못한 것이다.
김 전 사장은 2012년 6차례에 걸쳐 방문진 이사회 참석을 하지 않았다. 불참한 대부분의 이사회는 '170일 장기 파업' 국면과 그 이후 노사 갈등 해소를 위한 'MBC 노사의견 청취' 자리였다. 그러나 김 전 사장은 노조와의 충돌이 우려된다며 일방적으로 불참 의사를 표했다. 이에 대해 방문진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올 초에도 김 전 사장은 김재우 전 이사장이 부재하다는 이유로 MBC 업무보고를 거부하며 방문진을 뜬 바 있다. 방문진은 해임 직전까지 제대로 된 사과 한 번 받지 못했다. 그간 4차례의 상정 끝에, 단 한 표의 차이로 해임안이 가결됐다는 사실 역시 김재철 전 사장과 엄기영 전 사장에 대한 방문진의 태도가 극명하게 다르다는 것을 방증한다.
이에 대해 감사원은 지난 2월 보고서를 통해 "방문진은 불출석 사유의 정당성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2012년 2월 1일 제3차 정기이사회 등 5차례에 걸친 이사회 불출석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고, 2012년 9월 27일 임시이사회 불출석에 대해 1회 경고조치를 하는 데 그쳤다"고 지적했다.
또, 감사원은 방문진의 △MBC 결산 심의 부적정 △MBC 감사 교체 관련 사전협의 부적정 △MBC 경영진 성과급 결정 부적정 △방문진 출연금 수입처리 부적정 △방문진 사무처장 채용 및 인사교류 불합리 △감사원 감사결과에 대한 사후조치 부적정 △MBC 사장 및 감사의 직무수행에 대한 관리·감독 부적정 등을 지적하기도 했다. 

본연의 임무보다 중요한 건 방송 개입?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기보다 8·9기 방문진은 프로그램 '개입'에 열을 올리는 모습을 보여줬다. 8기 방문진 여당 이사들은 (PD수첩) 등 MBC 시사·교양 프로그램에 대해 지속적인 압박을 가해 '방송섭정'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2010년 당시 지상파 3사의 PD들과 언론계, 언론 시민사회, 정치권은 성명을 통해 '방문진이 MBC의 경영 관리·감독이라는 본연의 임무를 넘어 프로그램까지 개입하는 것은 월권'이라며 김우룡 당시 이사장에 대한 퇴진을 요구했다.
9기 방문진 역시 이 지점에서는 8기와 맞닿아있다. MBC는 지난 1월 (특집대담-마유미의 삶, 김현희의 고백)을 방영했고, 이 역시 방문진 여당 추천 이사들의 요구를 수용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김광동 이사는 (미디어스)와의 인터뷰에서 "'PD수첩'은 2003년 당시에 '김현희는 가짜다'라고 말하며 대한민국 정부를 테러정부로 만들었고, 테러를 저지른 북한을 두둔했다"며 "그간 우리 사회에서 그 방송과 내용이 잘못됐다는 지속적인 문제 제기가 있었다. 잘못된 MBC 방송을 바로잡는 차원에서 김현희씨에게 자리를 마련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김 이사는 "방송사에 대한 정치적 외압을 막고, 제작의 독립성을 위한 노력을 부단히 해야 하는 곳이 방문진"이라면서도 "잘못된 방송, 막장 드라마, 예능에서 나오는 비속어 등은 총괄적인 경영의 범주"라고 말했다.
당시 전국언론노동조합 MBC 본부는 성명을 통해 "무엇보다 가장 중대한 문제는 이 프로그램이 방송문화진흥회와 방문진을 앞세운 일부 세력에 의한 청부방송이라는 점"이라며 "방문진 일부 이사들, 그리고 그 배후의 세력에게 경영진이 바친 프로그램"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방문진의 무능은 고스란히 MBC의 부담으로

MBC의 한 관계자는 작금의 사장 공백에 대해 "사장 자리가 공백이 될 경우 불안정성이 심화되기 마련이다"라며 "경영상태가 악화될 가능성이 있고, 안정되지 않으면 광고주 입장에서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김재철 이후'가 중요하다는 말이자 새 사장의 중요성을 언급한 것이지만, 언젠가 오게 될 MBC의 새 사장은 현실적으로 '김재철 체제'의 그늘에서 벗어나긴 어려울 전망이다. MBC 경영이 예년에 비해 처참하기 때문이다.
안진회계법인이 작성하고 지난달 29일에 공시된 MBC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MBC의 2012년 영업이익(152억 원)은 전년 동기(2011년·740억 원) 대비 80% 급감했다. 2012년 MBC 총 매출액(8021억 원)은 전년 동기(8910억 원)에 비해 9.6% 줄어들었고, 매출액 중 광고수익은 5514억 원으로 2011년 6632억 원에 비하면 1000억 원 이상 떨어졌다.
반면 매출원가(비용)는 6221억 원으로 전년 대비 17억 원 늘어났다. 당기순이익 역시 800억 원으로 2011년 1174억 원에 비하면 31.8% 감소했다. 신년 하례식에서 '열정 MBC'를 주창하며 MBC 정상화를 외쳤던 김 전 사장이었지만, 김재철 체제의 2012년 숨겨진 성적표는 초라한 것이었다.
김 전 사장의 경영 실책을 전적으로 방문진의 탓으로 돌린 수는 없다. 하지만 감독 기구로서 본연의 역할에 방문진이 충실했다면, 김 전 사장의 막무가내식 경영을 견제했더라면, 지금과는 달랐을 것이라는 게 MBC안팎의 생각이다.



김도연 기자  |  riverskim@mediaus.co.kr

2012년 5월 12일 토요일

경향 간부 '사장 선거 부당개입' 파문, 정치부장 사퇴 불러


이글은 미디어스 2012-05-11일자 기사 '경향 간부 '사장 선거 부당개입' 파문, 정치부장 사퇴 불러'를 퍼왔습니다.
이기수 부장, '자괴감' 토로하며 보직 사퇴…21일 사장후보 면접 강행

지면을 통해 통합진보당의 부정경선 문제를 비판하고 있는 경향신문이 사장 공모 과정에 간부들의 부당한 선거 개입 행위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내부 갈등을 이어지고 있다. 

▲ 서울 정동 경향신문 사옥. ⓒ미디어스
경향신문 사장 공모가 1일 종료되기에 앞서 이대근 경향신문 편집국장, 박구재 경향신문 경영기획실장은 사장 공모 의사가 있었던 강병국 변호사(경향신문 해직기자 출신)를 4월 25일 찾아가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막겠다"며 공모 포기를 종용한 바 있다.
이에, 사장 선임에 있어서 1차 심사 권한을 가진 경영자추천위원회는 4월 말 회의를 열어 이대근 국장에게 '경고'를 하는 등 일련의 조치를 취했으나 사태는 가라앉지 않았다.
당사자인 이대근 국장은 3일 사내게시판을 통해 "실망한 사람들에게 사과한다. 나의 불찰이고 생각이 짧았다"며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했으나, 다음날(4일) 곧바로 편집국 중견기자 32기 9명이 이 국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이대근 국장의 특정후보 불출마 압력 사건은 이 국장 스스로 밝혔듯이 부적절하고 사려깊지 못한 행동일 뿐 아니라 마땅히 책임을 져야 할 중대한 사안"이라며 "(이 국장과 박 실장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편집국 47~48기 기자들이 곧바로 반박에 나섰다. 이들은 5일 성명을 내어 "사안의 경중을 정밀히 따져보는 절차 없이 무조건 책임지고 물러나라는 형태의 강요 행위는 또 다른 사내 정치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이기수 정치부장은 그동안 지면을 통해 정치권의 '부정선거'와 '담합'을 비판해 왔던 경향신문 내부에서 똑같은 행위가 벌어진 것에 대한 자괴감을 토로하며 6일 보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 이 부장은 6일 사내게시판에 올린 '보직을 내려놓으며'라는 제목의 글에서 "경향신문의 원칙과 잣대, 공신력이 무너진 위기 앞에서 누군가는 책임을 지는 것이 맞다"며 "이 매듭이 없으면 이당 저당을 조지는 경향신문의 지면은 스스로에게 기획과 서술이 고통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경향신문 기자들은 7일 저녁 기자총회를 열고 "편집국장 거취와 직접 관련된 사안은 아니다"라고 결론내렸다.
당일 오전, 원희복 경향신문 선임기자는 사내게시판을 통해 "이번 사태의 포괄적 본질은 송 사장님의 무리한 연임 의지에서 비롯됐다. 이대근 국장, 박구재 실장을 희생양으로 삼을 만큼 본인 연임이 중요한가?"라며 송 사장의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한편, 경향신문은 오는 21일 사장 후보 면접, 23~24일 사원주주 대상 투표, 25일 결과발표 등의 절차를 거친 뒤 내달 14일 주주총회에서 최종적으로 사장을 선임할 예정이다. 1일 마감된 경향신문 사장 후보에는 송영승 현 사장이 단독 입후보했으며, 다음 임기는 7월 1일부터 공식 시작된다. 

곽상아 기자  |  nell@mediaus.co.kr

2012년 5월 5일 토요일

이대근 국장의 ‘개인적 판단’이 경향의 자존심을 꺾었다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5-04일자 기사 '이대근 국장의 ‘개인적 판단’이 경향의 자존심을 꺾었다'를 퍼왔습니다.
[기자칼럼] 경향 사장 공모 논란에 부쳐… 진보진영 훈계하던 그 정신으로 스스로를 돌아보라

경향신문 사장 공모 과정에서 이대근 편집국장이 응모 의사를 밝힌 강병국 변호사를 만나 “조직 안정을 위해 응모하지 말라”며 만류한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강 변호사는 응모를 포기했고, 이후 이 국장의 선거개입에 대해 사실 규명을 경향에 요청했다. 경영자추천위원회는 이대근 국장을 공식 경고했다.

이 국장에게만 이번 논란의 책임이 있는 것은 아니다. 공모 이틀째인 지난달 24일 송영승 사장의 건강 문제를 언급하며 ‘출마 않으면 고문으로 모시겠다’는 강 변호사의 발언은 송 사장에게 ‘압박’으로 느껴졌을 수 있다. 경추위가 강 변호사에게 유감을 표명한 것은 이런 취지였다.

문제는 이 소식을 전해들은 이 국장이 ‘개인적인 판단’으로 강 변호사를 찾아가 응모를 만류한 데 있다.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이 국장은 강 변호사가 송 사장의 건강 상태에 대해 잘못된 정보를 가지고 있다고 판단하고, 경선이 시작돼 사내 임직원들의 패가 나뉘면 조직의 안정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강 변호사의 응모를 말렸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각을 달리해보자. 이 국장은 강 변호사의 출마를 막았다. 경향의 절반을 차지하는 편집국의 수장이자 경향을 대표하는 이 국장의 만류가 당사자에게 ‘압력’으로 느껴졌을 수 있다. 송 사장과 강 변호사가 서로 압력으로 느껴졌다고 진술하고 있는 상황인데, 이 국장이 자신의 행동이 압력으로 느껴질 거라는 사실을 몰랐을까. 당연히 알았을 거라 본다.

몰랐다고 해도 순수한 애사심으로 보기는 어렵다. 경향은 1998년 한화에서 독립해 사원주주회사로 발돋움하고 사장공모제를 실시해왔다. 경향의 구성원들은 지금까지 선거에서 사탕발린 공약을 내건 후보들을 선택하지 않았고, 경향의 자존심을 지킬 사람을 사장으로 만들어왔다. 사장공모제가 경향의 자랑이라면, 구성원들의 자정능력은 경향의 ‘자존심’이다.

그런데 공적 라인의 핵심간부 이대근 국장의 개인적인 판단으로 사장공모제는 유명무실해졌고, 무력화됐다. 내부에 패가 나뉘어 있다면 경선과 토론을 통해 이를 해소할 수 있고, 경선으로 패가 생기더라도 이는 잘못된 일이 아니다. 경선은 사내에 묻힌 쟁점을 드러내고 치유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것이 사장공모제, 나아가 민주주의의 목적 아닌가. 

민주주의는 갈등을 적극적으로 드러내고 이를 대화와 타협으로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구현된다. 사장공모제는 사내 민주주의를 구현하는 중요한 제도 가운데 하나다. 경향 안팎에서는 강 변호사가 지난 사장 공모에서도 후보로 거론됐고, 사장으로서 자질도 갖췄다고 평가하는 사람들이 상당수다. 그런데 이 국장의 선거 개입으로 후보가 한 명 줄었다. 결국 이번 공모에 응한 사람은 송영승 현 사장 한 명뿐이다. 3년 뒤 돌아올 사장 공모에 사람이 몰릴까. 회의적이다.

경향은 4일자 사설에서 통합진보당 경선 부정 파문이 확산되는 주요인으로 ‘안이한 사태 인식’을 꼽았다. 특히 경향은 “(당권파인) 비례대표 2번인 이석기 당선자가 조사 발표를 앞두고 국민참여당 출신인 유시민 공동대표를 만나 ‘담합’을 시도한 일은 도덕성은 물론이고 진보의 자존심마저 내팽개친 당권파의 추한 모습을 고발한다”고 했다. 단어를 서너 개 바꾸면 이 문장은 경향 자신을 정면으로 찌른다.

진보진영에 더욱 강도 높은 도덕성을 요구해 왔던 이대근 국장의 ‘개인적인 판단’이 자신의 도덕적 기준에서 어긋나는 것은 아닌지, 안이하게 사태를 파악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길 바란다.


▲ 경향신문 슬로건. 경향신문 홈페이지.

박장준 기자 | weshe@media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