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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3월 2일 토요일

'종북 논란'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이글은 프레시안 2013-03-01일자 기사 ''종북 논란'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를 퍼왔습니다.
[기고] 박근혜의 '종북 프레임'은 허상인가, 실재인가

조지 레이코프(George Lakoff)는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가?

"왜 서민들이, 가난한 사람들이, 부자와 대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보수정당에 투표할까? 서민들이 보수정당의 정체를 모르기 때문일까? '사실'을 알고 이해하기만 하면 돌아설 것인가?"

2013년 대한민국에 관한 질문이 아니다. 이것은 2004년 11월 민주당의 존 포브즈 케리(John Forbes Kerry) 후보가 공화당의 조지 워커 부시(George W. Bush)에게 패배한 후에 던져진 조지 레이코프(George Lakoff)의 질문이다. 이에 대해 레이코프는 "사실 혹은 진실만이 우리를 자유롭게 하리라는 생각은 환상이다. 진실만으로는 자유로워질 수 없다. 사람들은 자신의 가치체계와, 그 가치를 떠올리게 하는 언어와 '프레임'에 근거하여 정치와 후보자에 대해 판단을 내린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자기 이익과는 반대로 투표하는 것이다. 그들을 투표소로 들어가게 하는 동기는 바로 그들의 가치이다. 프레임, 곧 생각의 틀을 바꿔라"라고 조언한다.

레이코프에 따르면 공화당이 '엄격한 아버지의 가족'(strict father family) 모델에 근거한 권위주의적 가치 프레임을 작동하여 보수주의자들을 설득한다고 한다. 미국의 빈민들은 부자들이 규율을 잘 터득해서 그 대가로 많은 돈을 소유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공화당에 투표한다는 것이다.

"레이코프는 코끼리를 생각하지 않을 뿐 아니라 유럽도 생각하지 않는다. 끊임없이 이념을 말하는 그의 머릿속에는 좌우 이념의 나라 유럽이 들어 있지 않다. (중략) 레이코프의 논리는 미국의 영토 안에서만 통용될 수밖에 없는 반쪽짜리이다. 미국 외에는 좌파가 법으로 금지됐던 한국 같은 나라에나 적용될 만하다. 그러나 민주노동당이 10석의 의석으로 국회에 진출한 2004년 이후 한국에는 제한된 범위 내에서지만 제대로 된 좌우 이념 갈등 구도가 만들어졌다. 이에 따라 점차 그의 언어 만능 논리가 힘을 잃고 있다. 그의 이론을 한국사회분석에 적용할 때에는 적어도 이만큼의 오차는 인정돼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관련기사 : "박근혜 '중도 전략', 레이코프 눈에는")

19세기부터 노동운동과 사회주의운동의 역사를 지녀왔던 유럽에서는 노동계급이 자신의 계급적 지위에 상응하는 투표행위를 하는 것이 보편적인 현상이 되었다. 단적인 예로 스웨덴 사회민주당은 1932년부터 1976년까지 무려 44년간 장기집권을 하였고, 그 후 일시적으로 우파정부가 들어섰지만, 우파정부가 오히려 더 '친노동적 정책'을 제시하여 다수 의석을 차지한 것이라고 평가된다. ([스웨덴모델, 독점자본과 복지국가의 공존] (김인춘 지음, 삼성경제연구소 펴냄)). 이제 슘페터의 예언처럼 자본주의가 사회주의로 진화할 것처럼도 보인다.

냉전과 매카시즘을 배경으로 사회당조차 허용하지 않는 미국은 유럽으로부터 동떨어진 '갈라파고스'(Galapagos)임에 분명하다. 부시의 이라크전쟁에 바바라 리 하원의원(민주당, 캘리포니아주)을 제외한 모든 민주당 상원의원과 하원의원이 찬성을 했던 사실만 보아도 극명하다.

그런데 레이코프의 핵심은 유권자가 자신의 계급적 지위가 아닌 가치관에 의하여 투표한다는 것이다. 그 나라에 좌우의 이념대립 구도가 있느냐라는 문제와는 절대적으로 무관하며, 또한 민주노동당이 10석을 차지했든 말든 그것이 특별한 의미를 가지지 않는다. 요컨대 유럽의 유권자에게는 계급적 지위가 가치관의 상당 부분에 투영된 데에 반하여, 미국의 노동계급은 상대적으로 그렇지 않은 것이다. 어떻게 보면 레이코프는 '유럽의 우파'들에게 더 큰 의미를 가진다. 미국에서 코끼리는 공화당임에 반하여, 유럽의 코끼리는 사민당인 것이다.

공교롭게도 2010년 스웨덴 총선은 흥미 있는 결과를 전했다. 사회민주당이 가장 많은 의석을 차지했지만, 온건당(Moderaterna)을 필두로 한 우파동맹이 다수당이 되었다. 온건당은 '소득세 감소와 고용보험 비용 최소화, 군대와 경찰력 증대, 학교와 병원 민영화, 기업권리 확대, 핵발전소 건립'을 내세웠다. 온건당은 선거기간 동안 '일하지 않는 자에게 보조금 최소화'라는 '익숙한' 슬로건을 내걸었다. '유럽의 코끼리'가 흔들리고 있다.

사실 조지 레이코프가 세계적 관점 혹은 인류의 문명사적 관점에서 어떻게 해석되든지 관심이 없다. 오로지 2013년 대한민국에서 어떤 의미를 가질 것인지만 궁금할 따름이다. 요컨대 내전(內戰)으로 인해 모든 반정부운동이 공산주의운동으로 탄압받았던 우리의 역사를 볼 때, 유럽보다도 미국과의 유사성이 더 크면 컸지 덜하지는 않을 것이다. 더구나 대한민국 서민층 상당수가 자신의 계급적 지위와 반대로 투표를 하고 있다는 현실을 볼 때, 레이코프는 우리에게 너무도 의미심장하다.

 
▲ 유권자들은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보수 정당의 손을 들어줬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달리, '정통 보수'로 평가 받는 박근혜 대통령은 아버지에 이어 2대 째 대한민국 최고 통수권자의 지위를 이었다. ⓒ프레시안(최형락)

한국 보수당의 프레임은 무엇일까?

아리스토미니스 처바스 감독의 (테라-인류 최후의 전쟁)(2010)은 폭력과 전쟁으로 지구를 잃어버린 지구인들이 새로운 행성 '테라'를 찾아가는 것으로 시작한다. '해머 장군'은 생존을 위해 테라를 점령하려 하고, '평의회'와 '짐'(Jim)은 그에 대적한다. 공화당을 상징하는 '해머'는, 전투에 임하는 군인들에게 '인류의 생존과 미래를 위하여 역사에 영원히 이름이 남을 것'이라는 비장한 연설을 한다.

미국 보수주의의 가치는 어수룩하지 않다. 공화당은 몇십 년에 걸쳐서 정교하고 체계적인 가치관을 생산하여 왔으며, 이를 보급시켜 왔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의 노동계급이 자신의 계급적 지위를 자신의 가치관에 투사하지 못하는 것이다.

우리의 경우는 어떠한가? 한국의 하층민들이 미국의 빈민들처럼 부자들이 규율을 잘 터득해서 그 대가로 많은 돈을 소유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할까? 천만에. 우리의 경우 '부의 축적과정' 자체가 권력과의 야합 또는 불법적인 정보의 취득, 부도덕한 거래를 통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고 이해하고 있다. 그러한 탓에 혁신적인 기업가 정신마저도 부당하게 부인되고 있다. 또한 한국의 정치인과 관료들은 모두 존경받지 못하며, 끊임없이 그 도덕성을 의심받고 있다. 그럼에도 이 지배체제(regime)가 유지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도대체 보수당이 선거에서 이제껏 승리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종북(從北) 프레임'이다. 한국 보수당의 '종북 프레임'이란 자신에 대한 반대파를 '북한'과 동일시하는 전략이다. 한국의 민주당이 '민주 대 반민주' 프레임으로 자파를 강화시켜 왔던 것처럼, 보수당은 '종북 대 안보' 프레임으로 자파를 강화시켜 왔다. 종북 프레임은 소위 '북풍'(北風)이 있을 때에 일시적으로 작동되는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 보수당 지지자들은 언제나 '종북 프레임'으로 모든 정치적 사실(事實)들을 여과(濾過)한다.

제2연평해전(2002년 6월 29일 발발)에서 죽은 군인의 미망인이 지난 대선 박근혜 후보의 찬조연설자로 나와서 시종일관 북한에 대하여 비판하였다. 우리나라 보수당의 지지자들은 '북한에 대한 비판'과 '민주당에 대한 비판'을 동일시하는 것이다.

종북 프레임은 허상인가 실재하는 것인가?

레이코프는 공화당의 '깨끗한 하늘 계획'(The Clear Skies Initiative)의 '깨끗한'(Clear)은오염기업에 대한 규제완화를 감추는 프레임이고, '건강한 숲'(Healthy Forests)의 '건강한'(Healthy)은 벌목을 은폐하는 프레임이라고 지적한다. 그렇다면 한국 보수당의 '종북 프레임'은 허상인가 실재하는 것인가?

민주당과 진보진영이 '종북'(從北)으로 몰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의 보수당은 민주당과 진보진영의 한반도 평화전략을 '종북'으로 매도하고 있다. 실제 그들은 '대립' 이외에 다른 전략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중대한 이유는 실제로 진보진영 내에 '친북주의자'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60~70년대 반정부 진영에 '친북파'가 있었고, 80년대 NL-PD 논쟁에서 NL(민족해방론)이 '주체사상'을 기본으로 한 것 또한 사실이다. 진보진영은 이제껏 박정희-전두환으로 이어진 파시즘에 대항하여 '사상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라는 주제로 이 문제를 접근하였다. 요컨대 '종북 프레임'은 실존하는 친북주의자들의 행동에 한해서는 실재(實在)이며, 보수당의 반대파 전부에 확장되는 한도에서는 허상(虛像)이다.

'종북논란'과 '종북세력'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지난 21일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는 전교조 교사들이 주축이 된 이적단체 '새시대교육운동'의 대표 박 모 씨와 집행위원장 김 모 씨, 정책을 담당한 최 모 씨와 인천지역책 백 모 씨를 국가보안법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박 씨 등은 지난 2008년 1월 초 경북 영주에서 새시대교육운동을 결성하고 이듬해 5월까지 예비교사 및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을 대상으로 북한의 사상·주장에 동조하는 강의를 진행하였다고 한다. 초등학교 교사인 최 모 씨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강성대국건설을 위한 투쟁 신념인 '오늘을 위한 오늘에 살지 말고, 내일을 위한 오늘에 살자'라는 문구를 급훈으로 인쇄해 교실 복도 벽에 걸어뒀다고 검찰은 밝혔다.

박 씨 등은 (조선의 력사) 등 북한 원전을 소지하고, 김일성 회고록 (세기와 더불어) 발췌본을 작성해 내부 학습자료로 배포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들은 또 전교조 차원의 교육 교류 명목으로 여러 차례 방북해 '위대한 김정일 장군님의 선군정치는 정의의 보검'이라는 내용이 담긴 북한 간부의 연설문 등을 입수, 배포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박 씨는 총 스물여섯 차례나 방북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이 단체가 전국적인 조직체계를 구축하고 북한 대남혁명론 및 사회주의 교육 철학을 추종하면서 교육현장에서 주체사상·선군정치 등 북한 체제의 우월성을 학습·전파한 것으로 보고 있다.

만약 위에 기소된 공소사실이 조작된 것이라면 당연히 싸워야 한다. 그러나 만약 사실이라면 '사상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이유로 위와 같은 기소를 비판해야 하는가 아니면 위와 같은 '주사파'에 대하여 반대를 표명해야 하는가?

핵을 보유한 미국이 자신의 안보를 위해 핵보유를 정당화하는 반면에 다른 나라의 안보에는 핵무기가 필요 없다고 하는 것은 공평하지 않다는 리처드 버틀러(Richard Butler)의 지적은 타당하다. 그러나 이러한 논거로 북한의 핵보유를 수긍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바로 우리의 생명과 미래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동일한 문제이다. 일정한 사상에 관한 모의를 범죄로 치부하는 것은 문명국가의 이성에 부합하지 않지만, 그 모의가 '더 비이성적인 국가'의 기동전(機動戰)을 지원하는 진지전(陣地戰)적 행위가 된다면, 다르다. 인권적 비평이 아닌 적어도 정치적 결단을 내려야 하는 한도에서 더 이상 '사상의 자유'라는 계몽주의적 낭만(浪漫)으로 대답할 수 없다.

더구나 '북한'은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는 정부이기 때문이다. 김운회 교수의 지적처럼 '북한은 마치 조선 말기처럼 상부구조가 하부의 생산관계와 생산력의 발전을 철저히 왜곡시켰기 때문에 역사의 추가 거꾸로 가고 있는 상태'이다.(☞관련기사 : "슘페터와 그람시의 봄, 서울")

'북한'은 봉건국가에 불과하며, 그들의 반민주주의와 반인권적 행태, 그리고 인민들의 경제적 피폐는 어떤 이유로도 변명될 수 없다. 우리 유권자 중 60대 이상은 실제로 6·25 전쟁으로 인한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다. 더구나 북한은 최근에는 핵실험까지 마친 상태이다.

지금까지 이 같은 친북주의자들에게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던 탓에 민주당과 진보진영 전체가 종북으로 매도당했던 것이다. 'MB 정부'가 제아무리 반민주적이라고 하더라도 '김정은 정부'에 비할 바가 아니다. 김정은 정부를 비판하지 못하는 이정희 대선 후보가 MB와 박근혜를 비판할 때, 유권자들의 종북프레임은 이정희의 주장이 팩트라고 하더라도 모두 튕겨버리는 것이다.

보수당의 종북프레임은 북한정부를 '절대악'(絶對惡)으로 묘사함으로써 완성된다. 문제는 그것이 진실이라는 것이다. 동시대에서 가장 반동적인(reactionary) 정부를 꼽으라면 단연 '북한정부'일 수밖에 없다. 레이코프는 상대방의 프레임으로 답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그러나 실재하는 영역이 있다는 점에서 레이코프가 말하는 미국 공화당의 프레임과는 다르다. 그래서 그 프레임으로 들어가야 한다.

왜 남한의 진보주의자들은 '북한인권 운동'을 보수주의자들의 손에 맡기고 있는가? 이는 보수주의자들이 자신을 정당화하는 용도로 북한인권운동을 활용하는 것을 방관하는 것이다. 70년대 국제앰네스티는 박정희의 인권탄압을 규탄하였다. 동일하게 남한의 진보주의자들은 북한정부의 인권탄압을 규탄하여야 한다. '북한정부에 대한 규탄'이 빠진 단순한 '북한돕기 운동'은 북한정부의 체제선전의 도구로 악용될 수밖에 없다.

진보진영은 보수당의 종북프레임을 정면으로 안아 '정풍운동'(整風運動)을 해야 한다. 역사상 좌파들이 늘 해왔던 "'다른 것'(different)과의 구별(distinction)"이 아닌 "'틀린 것'(fault)의 배제(exclusion)"를 해야 한다. '주사파'는 '진보'가 아니다. 그래서 '진보'라는 이름으로 함께 있어서는 안 된다. 우리의 진보진영은 '전선'과 '깃발'만 있고, 콘텐츠가 없다.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다.


 /김현철 변호사(법무법인 세민)

2013년 2월 16일 토요일

권력형 비리 덮는 '공소시효'…노회찬은 무죄다!


이글은 프레시안 2013-92-15일자 기사 '권력형 비리 덮는 '공소시효'…노회찬은 무죄다!'를 퍼왔습니다.
[기고] 합법적으로 자행된 '부정의', 어찌할까?

노회찬 의원의 의원직 상실

삼성그룹이 검사들에게 떡값을 제공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인터넷에 게재한 것을 두고 통신비밀보호법위반죄로 기소된 노회찬 의원에 대해, 지난 14일 대법원에서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 자격정지 1년을 선고한 원심이 확정됨으로써 그 의원직이 박탈되었다.

같은 날 새누리당의 이재오 의원마저 "노회찬 의원의 대법원 판결을 접하고 참으로 답답하다. 노 의원의 의젓한 자세에 박수를 보낸다"면서 "국회의원이 권력형 비리를 고발하지 않는다면 이 땅의 권력형 부패를 어떻게 청산할까"라고 하였다.

헌법 제45조는 "국회의원은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과 표결에 관하여 국회 외에서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 조항이 '국회에서'라고 한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대법원은 해당 보도자료를 개인 홈페이지에 게재한 것이 면책특권의 범위를 벗어난다는 논리이다.

그러나 헌법상 면책특권을 원용하지 않더라도 이재오 의원의 말처럼 국회의원이 권력형 비리를 고발하려는 것이므로, 형법 제20조의 '정당행위'(正當行爲)로서 그 위법성을조각(阻却) 해야 한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노 의원의 지적처럼 "뇌물을 지시한 재벌그룹 회장, 수수를 모의한 간부, 전달한 사람, 뇌물을 받은 떡값 검사들이 모두 억울한 피해자고, 이들에 대해 수사를 촉구한 사람이 가해자"가 되는 것이다.

▲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으로 국회의원직을 상실하게 된 노회찬 진보정의당 공동대표의 무죄를 주장하는 기자회견이 15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법원 앞에서 열렸다. ⓒ연합뉴스

원인은 '떡값 검사'와 삼성이 처벌받지 않았기 때문

결국 지금의 사태는 당시 '떡값 검사'들과 그들에게 떡값을 준 삼성이 처벌받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다. 만약 이들이 유죄로 확정되었다면, 제아무리 보수적인 대법원이라고 하더라도 그러한 비리를 밝힌 국회의원에게 섣불리 유죄를 선고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2005년 당시 '떡값 검사'로 지목된 인사들을 무혐의 처분한 검사가 지난 13일 박근혜 정부의 법무부 장관으로 내정되었다. 그가 황교안 전 부산고검장이다.

2005년 황교안 전 검사는 '삼성이 정치권과 검찰 고위직에게 떡값을 제공했는지 여부'는 뒤로 하고, '도청의 불법성'에 수사의 초점을 맞췄다. 그러고서 '떡값 검사'로 지목된 인사들 전원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하였다. 그 이유는 '뇌물죄 공소시효가 지나 처벌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정의롭지 않다는 것'

권력의 부조리에 직면하여 국민들이 보편적으로 수긍하는 정의(正義)는 항상 패배하였다. 바로 이것이 우리 사회의 문제이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그 패배를 당연시한다는 것이다.

패배감을 버려야 한다. 저항(抵抗)하자. 하지만 바리케이드를 치고 화염병을 던지라는 뜻이 아니다. '좀 더 정의로운 제도'로써 권력을 감시하고 통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권력의 부조리'를 은폐하고 옹호하는 자들이 단지 억압적인 '힘'만을 행사하는 것이 아니며, 합법적 절차와 정교한 논리를 동반하기 때문이다. 그 방어논리를 무력화시켜야만 한다.

권력의 부조리를 옹호하는 논리적 무기의 대표는 '공소시효'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계속 반복되어 왔다. 낙마한 김용준 국무총리 내정자가 헌법재판소장 시절에 '5·18 민주화운동에관한특별법'에 대해 한정위헌의견을 냈었다. 그 요지는 '공소시효가 이미 완성되어 소추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른 뒤에 뒤늦게 소추가 가능하도록 하는 새로운 법률을 제정하는 것은 형벌불소급원칙에 비추어 헌법적으로 허용될 수 없다'고 하였다.

'5·18 민주화운동에관한특별법'는 국가가 국민의 기본권을 훼손한 사건에 대하여 기본권 가치를 회복하려는 것이었다. 당시 김용준 헌재소장은 '기본권 가치'라는 헌법상 이념의 실현을 '공소시효 제도'라는 법률상의 이념으로 재단하려 했던 것이다. 더구나 형벌불소급 원칙은 국가권력으로부터 개인의 자유를 보호하려는 근대 자유주의 사상으로부터 태어난 것이다. '정의롭지 않은 국가권력'을 행사했던 자들이 국민들을 상대로 내세울 수 있는 이념이 아니다.

'각하는 결코 그럴 분이 아니지만 가령'(?) 이명박이 서울시장에서부터 현 정부에 이르기까지 어떤 범죄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박근혜 정부를 경과하면 공소시효가 완성된다. 결국 이를 처벌하려면 특별법을 만들어야 하고, 특별법을 만든다고 하더라도 또다시 공소시효가 완성되었다는 종전의 논란이 재론될 것이다.

공소시효는 과연 정의로운 제도인가?

공소시효에 관하여 형사소송법 교과서는 '① 시간이 오래 흘러 증거가 멸실되어 진실발견이 어렵고, ② 민법의 소멸시효 이론이 국가의 형벌권에도 적용될 수 있고, ③ 범죄행위로 인한 법질서 파괴가 오랜 시간의 경과로 회복되고 피해자의 처벌감정이 점차 희박해져 처벌 필요성이 감소되며, ④ 범죄자가 시효기간 중 도피생활로 받은 고통이 처벌의 효과를 가지며, ⑤ 공소시효의 기간 동안 사회에 편입되었으므로 범죄인의 재사회화라는 점에서 당벌성이 사라졌다'고 한다.

'시간이 오래 흘러 증거가 멸실되어 진실발견이 어렵다'는 첫 번째 논거는 쟁점을 혼란시키는 데마고기(Demagogy)이다. 공소시효 제도의 폐지가 문제되는 이유는 시효가 지난 후에 증거가 드러났는데도 처벌을 할 수 없는 사건 때문이다. 특히나 국가와 정부에 의해 자행된 권력의 부조리는 그 '힘'이 지속되는 동안 검찰과 경찰은 소추의 의지조차 갖추지 않는다.

'권리의 소멸시효 이론이 국가의 형벌권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두 번째 논거 또한 논란의 여지 없이 부당하다. 민법 상 소멸시효는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로부터' 진행하는데 반해(민법 제166조제1항), 공소시효는 '범죄행위를 종료한 때'로부터 진행한다(형사소송법 제252조제1항). 따라서 민법의 소멸시효 이론이 공소시효에 적용되려면, 형벌권을 행사할 수 있는 때, 즉 노회찬 의원이 삼성의 '떡값 검사' 문제를 제기했을 때부터 '떡값 검사'들의 뇌물죄 시효가 진행되어야만 한다.

민법 상 소멸시효 제도가 정당한 이유는 권리를 행사할 수 있음에도 게으름을 피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소시효는 국가가 그 범죄 자체를 알지 못한 채 완성되기 때문에 부당하다.

'법질서 파괴가 회복되고 피해자의 처벌감정이 희박해졌다'는 세 번째 논거를 과연 받아들일 수 있을까? 흉악범에 의해 어린 아이를 살해당한 부모가 15년이 지났다고 해서 처벌감정이 희박해질까? 삼성의 '떡값 검사'들이 떡값을 받은 지 7년이 지났다고 해서 우리 국민들의 상처 난 정의감이 회복되고, '7년이나 지났으니까 괜찮아'라고 용서할 수 있을까?

범죄자가 시효기간 중 도피생활로 고통을 받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고, 이것 때문에 소추하지 않는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형벌에 범죄인의 재사회화라는 목적이 있지만, 재사회화라는 목적은 형벌이 가지는 응보(應報)와 사회의 정의 관념을 어떤 이유로도 훼손해서는 안 된다.

권력형 범죄에서 공소시효는 배제되어야

이번 사태는 노회찬 의원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검찰과 사법부가 국민을 능멸하였다. 문제는 모든 절차가 합법적으로 자행되었으며, 앞으로도 여전히 반복될 것이라는 점이다. 그 중심에 '공소시효 제도'가 있다. 공소시효 제도 자체가 정당성이 없지만, 적어도 뇌물죄와 같이 형법 제2편 제7장의 '공무원의 직무에 관한 죄'에 한해서라도 형사소송법 제249조(공소시효)의 적용을 배제해야 한다.


 /김현철 변호사(법무법인 세민) 

2013년 1월 16일 수요일

"'셀프 민주화 훈장' 떼지 않고는, 못 바꾼다"


이글은 프레시안 2013-01-16일자 기사 '"'셀프 민주화 훈장' 떼지 않고는, 못 바꾼다"'를 퍼왔습니다.
[기고] 민주당은 왜 졌으며, 무엇을 버려야 하는가 下

왜 민주당에는 '이준석'이 없는가?

지난 2012년 4 ㆍ 11 총선 때 새누리당은 '이자스민'이라는 필리핀 출신의 귀화자를 국회의원 후보로캐스팅했다. 얼마나 기발한가? 진보당이 내세웠어야 할 후보가 아닌가? 이자스민 의원이 이주노동자나 귀화자 등 사회적 소수를 대변할 것인가에 대해 일말의 기대도 없다. 일회적 선거전술에 불과하다. 하지만 왜 배우지 않는가? 그들은 '계급정당'이라는 본질에 가장 충실하면서도, 끊임없이 '국민정당'을 표방하고 있지 않는가?

우리나라 보수당은 지금까지 '자유' 또는 '국민'이라는 단어에 집착하였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그들은 진영논리에서 벗어났다. '한나라당'이 그것이며, '새누리당'은 버젼 2.0이다. 스윙보터들은 '새누리당'을 MB로부터 독립한 '박근혜의 새로운 정당'으로 인식하였다. 그리고 새누리당은 총선을 승리하였다. 이제 '박근혜'를 비웃지 말고, 배울 점을 찾아야 한다.

민주당의 대선후보가 결정되면 다시 안철수와 단일화를 시도하는 것으로 예정되던 2012년 가을 경, 왜 똑같이 경선하지 않느냐면서 안철수를 못마땅해 했던 어느 민주당 관계자가 안철수 후보를 향해 이렇게 외쳤다. "우리가 민주화 운동할 때 당신은 무엇을 하였는가?"

바로 이것이 민주당의 오만(傲慢)이다. 1970~1980년대 민주화운동가들의 역할로 지금의 민주주의가 초석을 이루었다. 그러나 거기까지다. '과거의 민주화 훈장'만으로 '미래'까지 당연히 독점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이것은 '반민주 프레임'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더욱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더구나 선거는 '과거'가 아닌 '미래'를 도모하는 것이기에 그렇다. 쉽게 말해서 스윙보터들의 관심사는 '누구를 뽑아야 내가 잘 살 수 있을까?'이기 때문에, 그의 민주화운동 경력은 표를 던질 아무런 기준이 못되는 것이다.

4 ㆍ 11 총선을 준비하던 시절, 박근혜가 캐스팅한 이준석 비대위원이 연일 박근혜와 새누리당을 비판했다. 왜 민주당은 이런 이벤트를 만들지 못했을까? 당시 민주당은 부랴부랴 오디션 방식에 의한 청년후보를 뽑았지만, 어느 누구도 이준석만큼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했다. 왜 그랬을까? '민주 대 반민주' 프레임은 '선(善)과 악(惡)'의 구도여서 지금껏 '절대악(絶對惡)'과 싸워온 선배를 감히 신참이 비판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박정희, 전두환 때 물고문 당하고 징역살던 선배한테 감히 신참이 무엇을 비판할 수 있겠는가?

안철수라면, 이겼을까?

▲ 무엇보다도 가장 대표적인 이유는 안철수에게는 '종북 프레임'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프레시안(최형락)

대선이 끝나고 '안철수로 단일화 되었다면 이겼을 것이다'라는 공방이 이어졌다. 좋다. 그렇다고 치자. 지금 중요한 것은 '그 이유가 무엇인가?'이다. 민주당 후보의 경제 이슈는 '반민주 프레임'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는 하위 쟁점이다. 그러나 안철수 후보에게는 '반민주 프레임'이라는 구태의연한 이미지가 없다. 따라서 안철수 후보가 제시하는 이슈는 새로운 시대의 시대정신으로 각인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성공한CEO' 이미지는 2007년 스윙보터를 매혹시켰던 것처럼 '진보진영의 이명박'이 될 수 있었다. 더구나 지금까지의 개인사로부터 반추되는 합리주의는 그 이미지를 더욱 빛나게 했을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가장 대표적인 이유는 안철수에게는 '종북 프레임'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안철수 후보가 수시로 북한의 3대 세습, 반민주주의와 반인권적 행태 및 경제실패를 비판해 왔기 때문이다. 북한정부의 문제점을 비판한다고 하여 한반도에 평화체제를 구축할 수 없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안철수 후보의 태도는 지극히 정당하다. 그런데 위와 같은 사실을 문재인 후보와 민주당은 몰랐던 모양이다. '단일화를 위한 TV 토론'에서 문재인 후보는 안철수 후보에게 '새누리당과 무엇이 다르냐?'고 공격을 하였다. 어쩌면 노무현과 단일화를 했던 정몽준 정도로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한심할 뿐이다.

민주당은 과거 햇볕정책의 공(功)보다는 과(過)가 없는지 더 살펴봐야 한다. 북한정부의 문제점을 더 열성적으로 비판해야 한다. 그래서 자신에게 덧씌워진 종북(從北)이라는 마타도어를 벗겨내야 한다. 북한정부의 문제점을 비판한다고 하여 한반도에 평화체제를 구축할 수 없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한반도 북쪽보다도 '한반도 동쪽'을 먼저 껴안아야 한다.

이정희 후보와 통합진보당에 대해 선을 그어야 한다. 그들이 재벌을 비판하고 노동자와농민의 삶을 이야기할 때는 동지(同志)로 비쳐진다. 하지만 이미 '부정경선'으로 진보진영이 절대 놓쳐서는 안 될 '깨끗함'을 잃었다. 더구나 북한의 3대 세습, 반민주주의와 반인권적 행태 및 경제실패를 비판하지 못하는 정치집단이라면, 결코 연대해서는 안 된다. 북한의 3대 세습과 반인권을 비판하지 못하면서 MB와 박근혜의 반민주주의를 비판하는 이중적 모순을 유권자들이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코리아연방'이라는 플래카드의 이정희 후보는 스윙보터들의 눈에 '2013년 대한민국의 유권자들을 설득하려는 정치집단'이 아니라, '북한의 대외적 행보를 지원하는 집단'으로 비친다. 2013년 대한민국의 유권자들은 세계적 불황, 경제위기, 비정규직, 내 집 마련, 아이들 교육 등 무수히 많은 문제들과 싸우며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 그들에게 과연 '코리아연방'이라는 플래카드가 눈에 들어올까?

'올드'한 민주와 진보를 버리고 '복지'라는 단어를 선점하라

그런데 대선에서 패배하고도 왜 졌는지 모르는 민주당은 안철수에게 민주당으로 들어오라고 한다. 그래서는 안 된다. 만약 안철수가 민주당으로 들어가면, 지금의 '반민주 프레임'과 '종북 프레임'이 유지될 수밖에 없고, 결국 2017년 김문수에게 또 질 수밖에 없다. 민주당은 당명을 버리고 완전히 해체한 후 새로운 이념적 프레임의 새로운 정당을 만들어야 한다. 분명 대선 과정에서 꽤 많은 이미지가 소모되었다. 그러함에도 그를 대체할 사람을 찾기 어렵다.

그는 민주당을 해체하고 향후 50년을 이끌어갈 진보진영의 정당을 꾸려야 한다. 왜냐하면 안철수는, 6 ㆍ 25 전쟁 이후 60년 동안 우리 정치를 지배했던 '반민주 프레임'과 '종북 프레임'이라는 구체제로부터 '자유로운 자'이기 때문이다. 아이러니컬하게도 그가 민주화 운동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그 가치를 존중할 거라고 신뢰를 받기 때문이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잘 살게 해 줄 것 같아서'이다.

여기에 노회찬과 심상정의 진보정의당도 들어가야 한다. 대선후보를 내지 못하는 불임정당을 언제까지 할 생각인가? 지금의 민주당이 우파(右派)를 맡고, 진보정의당이 좌파(左派)가 되는 정치구도가 대한민국의 발전에 도움이 될 테지만, 과연 '새누리당'이라는 정치그룹이 사라질까? 그럼 진보정의당은 언제까지 후보를 사퇴할 것인가? 새로운 정당으로 들어가서 그 정당을 장악하라. 도대체 그 정당도 장악하지 못하고 어떻게 정권을 접수하겠다는 것인가? 안타깝게도 조봉암 先生의 '진보당'이라는 이름은 이정희와 이석기의 통합진보당 때문에 더럽혀졌고, 진부(陳腐)해졌다. 2013년 대한민국에, '진보'라는 단어는 '민주'라는 단어만큼 신선하지 않으며, 올드(old)하다.

굳이 스웨덴의 에른스트 비그포르스(Ernst Wigforss)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새로운 시대의 화두(話頭)는 당연히 '복지'다. 더구나 이번 선거에서 최고의 키워드가 단연 '복지'였다는 점에서도 그러하다. 경제민주화가 최고의 이슈였던 것처럼 보일지도 모르지만 '경제민주화'는 '복지'를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하위개념인 '경제민주화'가 장기적 전략이 될 수 없다. 보수당이 이 단어를 변질시키기 전에 선점해야 한다.

박정희 참배 거부한 문재인의 '적대적 정치'

'반민주 프레임'을 버리는 것은 '적대적 전선'(敵對的 戰線)을 청산하는 것이다. 민주당의 '반민주 프레임'과 보수당의 '종북 프레임'은 서로를 절대악(絶對惡)으로 규정하는 적대적 전선이다. 그런 의미에서 공지영의 '나치시대'는 '반민주 프레임'으로의 회귀이다. 이제는 '화해와 통합'을 자신의 이념적 프레임으로 제시한 정치집단이 스윙보터를 획득할 것이다.

문재인 후보가 국립묘지에서 박정희를 참배하지 않은 것은 큰 실수였다. '반민주 프레임'에 갇힌 탓이었다. 당시 박정희의 포지티브 이슈에 공감하는 상당수 스윙보터들은 문재인을, 한 나라를 이끌기에는 편협한 소인배로 보았다. 이제 설령 문재인이 전투적 이미지를 바꾸려고 해도 그 낙인효과를 개선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다. 마치 유시민이 그 뛰어난 능력에도 불구하고 더 이상 대중정치인으로서의 자기확장력(自己擴張力)을 거세당한 것처럼 말이다.

우리는 자기를 낮추며 상대를 배려하는 예(禮)를 중시하는 문화 속에서 자라왔다. 그리고 지도자라면 모두를 아우르는 '덕(德)'을 지녀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우리 유권자들의 사고의 패러다임이다. 그렇기 때문에 진영을 선택하지 않은 스윙보터들은, TV 토론에서 이정희 후보가 박근혜 후보에게 던진 말들이 설령 진실이라고 하더라도 그 전투적 방식을 좋아하지 않는 것이다.

우리보다 더 직설적인 화법의 문화를 가진 미국에서도 그렇게 하지 않는다. 이번 미국 대선 TV 토론에서 미트 롬니(Mitt Romney)가 자신의 공약을 종전과 다르게 이야기 하자, 버락 오바마(Barack Obama)는 흥분하지 않고 입가에 미소를 띠우며 이렇게 이야기 했다. "여기 있는 롬니는 진짜 롬니가 아닙니다." 얼마나 매력적인가? 제발 배웠으면 한다.

보수당 지지자가 아니더라도 상당수 스윙보터들 중에서 노무현을 싫어하는 사람이 많다. 왜 그럴까? 손호철 교수가 지적했듯이 그의 '전투적 언행'이 불필요한 분열과 대립을 초래했기 때문이다. 그 후 비극적으로 돌아가시는 바람에, 고인에게 예를 갖추는 우리의 관습으로 그 단점이 정확히 평가되지 않았다. 그의 감상적이고 극단적인 말과 행동들은 자파를 강화시키지만 상대적으로 반대파도 강화시키며, 중간에 있는 스윙보터의 미간을 찌푸리게 하였다. 이제는 '통합과 화해'의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 설령 '적(敵)들이 여전하더라도' 그렇다.

최근 문재인의 '역할론'이 회자되는데, 거기까지이다. 그 이상은 안 된다. 왜냐하면 패장(敗將)이기 때문이다. 만약 문재인이 재기(再起)를 시도하려면, '반민주 프레임'과 '종북 프레임'이라는 구시대의 패러다임을 해체하고 새로운 프레임을 제창하여야 한다. 그리고 어깨에 찍힌 '전투적 이미지'의 낙인을 힘겹게 지워내야 한다.

민주당, 박근혜를 찍은 사람들을 만나라

민주당은 대대적으로 선거에 대한 평가를 하여야 한다. 탁상공론이 아니라 '반대자(反對者)들에 대한 여론조사'를 해야 한다. 박근혜 후보에게 표를 던진 사람에게 '민주당을 왜 싫어하는지', '왜 박근혜 후보를 찍었는지', '왜 민주당이 종북이라고 생각하는지', '선별복지가 왜 맞다고 생각하는지', '만약 문재인이 아니라 안철수였다면 표를 찍었을지', '찍는다면 이유가 무엇인지'를 물어야 한다. 그 결과를 통해서 민주당의 미래를 계획해야 한다.

이것은 지난 4 ㆍ 11 총선이 끝나자마자 했어야 했다. 그런데 '경상도는 새누리당이니까 당연해'라는 생각이 지금의 결과를 낳은 것이다. '경상도는 새누리당'이 왜 당연한가? 문재인이 경상도 사람인데? DJ-YS 시절의 지역갈등을 2013년의 분석도구로 삼아서는 안 된다.

모니카 르윈스키(Monica Lewinsky)와의 섹스스캔들이 세상을 시끄럽게 할 때 미국 민주당 지지자들은 공화당과 FBI가 클린턴을 모략한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리고 사실로 들어날 때조차도 대다수의 민주당 지지자들은 '르윈스키가 먼저 클린턴을 유혹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실제로 네커티브 공격은 반대파를 균열시키지 못 한다. 심지어 스윙보터들에게는 공격하는 쪽도 똑같이 짜증스럽다.

하더라도 '연기 나는 총'(smoking gun)이 있을 때에만 해야 한다. '네거티브'는 논란이 되면 실패한 것이다. 쟁론의 여지없이 명백해야 한다. 이번 선거에서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것이 '국정원 여직원 사건'이다. 바로 같은 날 선관위가 '십알단'을 검찰에 고발했다. '십알단'에 대해서는 명백한 증거가 있었고 그래서 검찰에 고발까지 했던 것이다. 그런데 증거도 부실한 국정원 여직원 사건이 언론을 도배했으며, 거꾸로 여자를 감금했다는 데마고기에 직면했다. 이것에 대해 언론이 우리 편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변명한다면, 아직도 무엇을 잘못했는지 모르는 것이다. 핵심은 '증거가 없는 사건'으로 '결정적 증거가 있는 사건'을 자기 스스로 묻어버렸다는 것이다.

문희상 비대위원장이 "60년 정통야당 역사 빼고 모든 것을 바꾸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작 바꾸어야 할 것이 '60년 정통야당 역사'이다. 그 '민주화 훈장'을 떼지 않으면 아무 것도 바꾸지 못한다. 그 이유야 어쨌든, 보수당은 공화당-민정당-민자당-신한국당-한나라당의 계보를 끊임없이 단절하고 새로운 모습을 보이려 했다는 사실을 주목했으면 한다.


 /김현철 변호사(법무법인 세민)

2012년 7월 28일 토요일

박근혜측 “출산설 유언비어, 김현철 법적대응 검토”


이글은 뉴스페이스 2012-07-28일자 기사 ' 박근혜측 “출산설 유언비어, 김현철 법적대응 검토”'를 퍼왔습니다.
(월간중앙) “사실 관계 입증 안돼, 깊은 사과의 말씀”

월간중앙의 ‘박근혜 출산설’ 보도와 관련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경선 후보는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김현철씨에 대해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상일 박근혜 경선 캠프 대변인은 27일 서면 논평에서 “김현철 씨는 월간중앙과의 인터뷰에서 ‘박근혜 후보의 사생활에 불투명한 부분이 너무 많아 본선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면서 “터무니없는 주장으로 박 후보의 명예를 훼손한 김현철 씨에 대해 법적으로 대응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김현철씨는 7월 월간중앙과의 인터뷰에서 “이회창 씨의 아들 병역문제보다 훨씬 큰 논란거리”가 있다며 “야당이 많이 들고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김영삼 전 대통령이 “많이 알고 계시다. 그것도 팩트를 알고 계시다”며 “(박 후보를) 부도덕한 인물로 본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요즘은 더 구체적인 얘기가 나온다”며 “박 전 위원장이 낳은 자식이 올해 30살 정도이며 일본에 살며, 야당에서도 접촉을 꾀한다는 설명까지 붙는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박 후보측이 강력 대응 입장을 보이자 월간중앙은 27일 홈페이지에 ‘박근혜 출산설은 근거 없는 음해성 유언비어’란 제목의 정정보도문을 올리고 “김현철씨의 주장은 사실 무근이라고 판단된다”며 또 ‘박 전 위원장이 낳은 자식이 올해 30살 정도이며 일본에 살며, 야당에서도 접촉을 꾀한다는 설명까지 붙는다’는 정치권의 소문도 “사실 관계가 전혀 입증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월간중앙은 “7월호 같은 기사에서 ‘서울 강남 삼성동 박 전 위원장 자택에 고(故) 최태민 목사의 사위 정윤회씨가 드나든다고 한다. 헬멧을 쓰고 오토바이로 이동하기에 동네에서도 그를 본 사람이 별로 없다. 또 나갈 때도 삼성동 자택 문이 열리면 오토바이를 타고 빠져 나와 쏜살같이 사라진다. (...정씨는) 철저하고도 은밀하게 움직이며, 취재진을 따돌리고자 일부러 오토바이로 이동한다는 얘기가 그럴싸하게 나돈다’라고 보도했다”며 “이 또한 새누리당내 비박(非朴ㆍ 비박근혜)진영의 말을 검증 없이 전달했을 뿐입니다. 월간중앙은 이런주장을 뒷받침 할 사실을 확인하지 못했다. 결국 위 소문은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월간중앙은 “위 기사 때문에 명예와 신뢰가 크게 손상된 박 전 위원장께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공식 사과했다. 

이에 대해 이 대변인은 “월간중앙이 박 후보에 대한 김 씨의 음해를 철저하게 검증하지 않고 보도한 것은 유감이지만 곧바로 실수를 인정하고 정정보도를 했다”면서 “앞으로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기를 기대한다”고 더 이상 문제삼지 않을 뜻을 보였다. 

그러나 김현철씨에 대해선 법적 대응 검토 입장을 밝히며 이 대변인은 “김 씨처럼 박 후보를 음해하는 이들이 있다면 역시 단호하게 대응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이진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