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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4월 6일 토요일

박근혜 정부 막장 드라마 ‘제1화’


이글은 시사IN 2013-04-01일자 기사 '박근혜 정부 막장 드라마 ‘제1화’'를 퍼왔습니다.
동영상 파문으로 사퇴한 김학의 법무 차관을 자리에 앉힌 건 결국 박근혜 대통령과 그의 측근 그룹이라는 게 정설이다. 출범 한 달, 박근혜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을 두고 ‘인사는 참사’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반전을 거듭한 드라마는 휴대전화에 찍힌 동영상에서 시작했다. 1984년 건설업자 윤 아무개씨(52)와 결혼한 ㄱ씨는, 지난해 9월 남편 휴대전화에서 불륜 동영상을 찾았다. 남편과 여성 권 아무개씨(52)가 성관계를 맺는 장면이었다. 동영상을 본 ㄱ씨는 한 달 뒤인 2012년 10월11일 이혼 소송을 제기했다. 10월16일에는 남편 윤씨와 내연녀로 의심되는 권씨를 간통 혐의로 고소했다(ㄱ씨는 지난 2월19일 이혼 소송에서 승소했다. 재판부는 “결혼생활 파경 책임이 윤씨에게 있다”라며 위자료 1억원을 ㄱ씨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 재판의 증거로 윤씨와 권씨의 성관계 동영상이 제출되었다. 지난 2월25일 간통 사건 공소장이 접수되어 서울중앙지법에 배당되었다).

간통 고소 한 달 뒤인 지난해 11월 첫 번째 반전이 일어난다. 윤씨 부인한테 내연녀로 의심을 사, 간통 혐의로 형사 고소를 당한 권씨가 다름 아닌 윤씨를 성폭행 등 혐의로 고소한 것이다. 권씨는, 윤씨가 강원도 원주에 있는 별장으로 유인해 차 안에서 약물을 먹이고 강간했다고 주장했다. 또 성폭행 과정을 촬영한 동영상으로 자신을 협박해 벤츠 승용차와 15억원을 가로챘다고도 했다. 
조사에 나선 서초경찰서는 윤씨를 붙잡아 집과 차량, 휴대전화 등을 압수수색했다. 그러나 경찰은 두 사람의 내연 관계로 미뤄 강간 혐의 입증은 어렵다고 보았다. 윤씨는 사업과 취미생활을 함께하며 권씨와 내연 관계로 발전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씨, 20여 차례 입건됐으나 간통 혐의만 기소


경찰은 대신 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과 총포도검법 위반 혐의만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보냈다. 검찰은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건설업자로 알려진 윤씨는 사기·횡령 따위로 그동안 20여 차례 입건된 적이 있는데, 확인 결과 간통 혐의 기소 외에는 한 번도 기소된 적이 없었다. 그와 관계를 맺은 경찰과 검찰 고위층들의 배경 덕이라는 말도 나온다.

ⓒ뉴시스 건설업자 윤 아무개씨가 고위공직자 등을 상대로 성접대를 벌였다는 의혹이 제기된 강원도 원주시의 별장에서 열린 또 다른 모임의 모습
  

권씨는 윤씨를 경찰에 고소하는 한편 평소 알고 지내던 사업가 박 아무개씨에게 윤씨가 가로챈 벤츠 승용차를 찾아달라고 부탁한다. 박씨는 벤츠 승용차를 찾아오는 과정에서 CD 7장에 보관된 사회 유력 인사들의 성접대 동영상을 발견했다. 여기서 또다시 반전이 일어난다. 박씨가 벤츠 승용차를 권씨에게 돌려주지 않고 팔아버린 것. 또 승용차 매매를 문제 삼지 못하도록 권씨가 포함된 동영상을 비롯해 다른 유력 인사들이 담긴 동영상 일부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씨가 이 같은 사회 유력자들의 성접대 현장이 찍힌 동영상의 존재를 경찰에 알리면서, 경찰도 사실 확인에 나섰다. 지난해 12월 말 고소 사건을 맡았던 서초경찰서 수사팀은 압수수색 영장을 받아 강원도 원주 별장에 있는 CCTV 화면을 확보했다. 이 즈음 화면에 찍힌 유력 인사들의 출입 장면과 차량 번호 대조작업을 통해 권씨 주장에 대한 사실 확인에 나섰다. 이때 성접대 장면이 찍힌 동영상을 경찰이 확보했다는 풍문도 있지만, 경찰은 당시 원본(CD) 동영상을 확보하지는 못했다. 경찰은 건설업자 윤씨, 내연녀 권씨, 권씨의 부탁을 받은 박씨를 CD 동영상 소지자로 의심만 했다. 또 윤씨의 지시로 유력 인사에게 성관계 장면을 휴대전화로 보낸 조카 윤 아무개씨도 동영상 보관자로 보았다. 당시 원본 동영상 확보에 실패하면서 경찰은 이 사건을 내사에서 수사로 전환하지 못했다.  

집단 성접대설은 엉뚱한 곳에서 불거졌다. 올해 초 법조계와 증권가 ‘지라시’에 동영상 소문이 퍼진 것이다. 지난 2월에 접어들면서 김학의 대전고검장이 건설업자로부터 협박을 당한 당사자라는 구체적인 소문까지 돌았다. 
검찰총장 유력 후보로 올랐던 김 고검장이라 당시에는 반신반의하는 분위기가 강했다. 보통 검찰총장 인선 등 인사철을 앞두고 검찰 안팎에서는 각종 음해성 루머가 돈다. “조폭과 친하다더라” “지방 근무할 때 현지처를 뒀다더라” “아무개 기업가를 스폰서로 뒀다더라” 따위이다. TK·PK·호남, 또는 서울대·고려대, 특수라인·공안라인 등 특정 학맥과 지연으로 얽혀진 검찰 내 파벌 사이에 벌어지는 파워 게임의 부산물이다. 실제로 지난 정권의 검찰총장 임명 때도 이런 루머는 파다했다. 

ⓒ뉴시스 김학의 차관은 3월21일 사표를 제출했다.
  

경기고와 서울대 법대를 나와 공안통인 김학의 고검장은 이전에는 검찰총장 후보로 거론되지 않다가,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서 유력 후보로 발돋움했다. 친박계 경기고 인맥을 비롯해 박근혜 대통령의 원로 자문그룹인 7인회 멤버 김기춘 전 법무부 장관이 민 것으로 알려졌다. 육군 대령 출신으로 베트남전에 세 차례 참전하고 무공훈장을 받은, 김 고검장의 아버지 후광이라는 말도 돌았다. 

김학의 고검장은 검찰총장추천위원회의 1차 후보 9명에 올랐다. 그러나 이변이 일었다. 정권을 창출한 친박 그룹이 민다는 그가 지난 2월8일 결정된 최종 후보 3명(채동욱·김진태·소병철)에 들지 못했다. 검찰 안팎에서는 이명박 정부 때 구성된 검찰총장추천위원회가 정권교체기에 ‘거수기’를 거부한 반란으로 받아들였다. 총장 후보에서 밀리면서, 김 고검장(사법연수원 14기)은 사법연수원 동기(채동욱·김진태)나 15기 후배(소병철)가 총장이 되면 자연스레 옷을 벗을 것으로 점쳐졌다.

3월13일 법무부 인사에서 또다시 반전이 일었다. 옷을 벗고 나갈 것이라던 김 고검장이 법무부 차관에 임명되었다. 모양새가 이상했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보다 사법연수원 기수는 한 기수 아래지만, 장관의 경기고 1년 선배였다. 고등학교 선배를 차관으로 둔 꼴이었다. 더 이상한 건 검찰총장과의 관계였다. 여전히 서열 중심 기수 문화가 강한 법무부·검찰은 장관-총장-차관 순이 관례였다. 차관은 총장보다 기수가 늘 낮았다. 김준규 검찰총장(11기) 시절 황희철 차관은 13기였고, 최근 한상대 총장 때도 길태기 차관은 연수원 15기로, 총장과 2기수 차이가 났다. 하지만 이번에는 채동욱 검찰총장 후보자의 동기를 차관에 앉힌 것이다. 그러자 검찰 안에서는 김 차관을 두고 ‘친박 실세 차관’이라는 말이 돌았다. 총장을 시키려다 여의치 않자, 김 고검장을 실세 차관으로 앉혀 대통령이 검찰을 컨트롤하겠다는 사인으로 받아들였다. 

실세 차관 임명 전에 문제의 동영상 루머를 청와대 민정팀도 파악했다. 청와대 민정팀은 경찰에 내사 여부를 확인했다. 이 과정에서 김기용 경찰청장은 내사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당사자인 김학의 고검장도 “윤씨와는 알지도 못하는 사이다”라고 펄쩍 뛰었다고 한다. 당사자가 부인하고 경찰 최고위층도 내사설을 부인하자, 청와대는 인사철에 나도는 근거 없는 흠집내기 루머로 판단했다. 사정기관의 한 관계자는 “적어도 지방검찰청장 정도 되는 기관장이 그런 지저분한 짓을 했겠느냐는 반응이 많았다. 본인이 워낙 부인하니까 더 확인할 수도 없었다”라고 말했다. 

청와대 민정팀의 부실 검증 

비슷한 시기에 언론사에도 정보가 포착되었다. 언론사 취재가 시작되면서 김 차관이 임명된 다음 날부터 ‘고위 인사’ ‘유력 인사’ ‘고위층’ 성접대 보도가 줄을 이었다. 언론 보도가 잇따르자 청와대 민정팀도 촉각을 곤두세웠다. 경찰 수사팀을 불러 확인했더니 반전이 일었다. 내사를 하지 않았다던 경찰 수뇌부의 보고와 달리 현장 수사팀은 정반대 보고를 했다. 이미 지난해 말에 관련 진술을 받았다는 사실과 함께, 사건이 미칠 파장까지를 보고했다. 경찰 수뇌부와 수사팀으로부터 전혀 다른 보고가 올라오자 박근혜 대통령은 이를 ‘공직기강 해이’로 받아들였다고 한다. 법으로 보장된 임기가 1년이나 남은 김기용 청장은 지난 3월15일 전격 교체되었다. 박 대통령이 후보시절 경찰청장 임기를 보장하겠다고 공언했기 때문에, 공약 파기라는 비판을 감수한 인사였다. 청와대는 공직사회 분위기 쇄신 차원이라고 갑작스러운 교체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이 불거지면서 정반대 보고가 교체 배경이었다는 뒷말이 나오고 있다. 


월18일 내사에 들어간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사흘 만에 수사로 전환하며 속도를 냈다. 연일 언론사 취재와 수사가 좁혀오자, 김학의 차관은 “턱도 없는 소리”라며 연루설을 강하게 부인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실명 보도를 할 경우 법적 대응을 하겠다며 언론사에 으름장을 놓았다. 검찰 쪽에서도 동영상이 확보되기 전에는 확정할 수 없다고 정리되었다. 모두가 전무후무한 ‘성접대 낙마’가 불러올 후폭풍의 강도를 알았기 때문이다. 

3월21일 실명 보도가 나온 지 만 하루도 안 돼, 김 차관은 낙마했다. 취임 6일 만이다. 박근혜 정부 들어 다섯 번째 낙마자가 발생한 순간이었다. 청와대는 뒤늦게 법무부 장관이 차관 인사권자라며 파장을 축소했다. 법조계에서는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고등학교 선배를 차관으로 앉힌 인사권을 행사했다고 보지 않는다. 친박계 총장 1순위였던 그를 차관에 앉힌 건 박근혜 대통령과 그의 측근 그룹이라는 게 정설이다.  
출범 한 달, 박근혜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을 두고 ‘인사는 참사’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인사의 화룡점정을 김학의 차관이 찍고 낙마했다. 

고제규·김은지 기자  |  unjusa@sisain.co.kr

2013년 3월 29일 금요일

검찰, ‘성접대 의혹’ 김학의 출금 불허…난처해진 경찰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3-03-28일자 기사 '검찰, ‘성접대 의혹’ 김학의 출금 불허…난처해진 경찰'을 퍼왔습니다.

피의자 신분 소환조사 방침에 차질 
관련자들 계좌추적·압수수색 등 
강제수사 통한 증거 확보 어려워져

건설업자 윤아무개(52)씨로부터 로비를 받은 의혹을 사고 있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 대해 경찰이 요청한 출국금지 신청이 불허됐다. 검찰은 김 전 차관을 포함해 경찰이 요청한 10여명의 출국금지 요청을 검토한 뒤 일부를 불허했다. 성접대 동영상과는 별개로 추가 정황을 확보해 주요 인물들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려던 경찰 수사는 난처한 처지에 놓이게 됐다.사건을 수사중인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28일 “김 전 차관을 포함해 어제(27일) 출국금지 승인을 요청했던 10여명 중 일부에 대해 검찰이 불허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경찰은 지난 25일 국과수로부터 “동영상 속 인물이 특정인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분석 결과를 통보받은 뒤 로비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추가 증거 확보에 주력해왔다. 법무부가 경찰의 출국금지 요청을 승인하면 김 전 차관 등은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될 수도 있었다. 경찰이 김 전 차관 등에 대한 출국금지를 요청했다는 것은 동영상과는 전혀 다른 진술이나 증거 등 이번 사건에 연루된 전·현직 고위 공직자들의 범죄 정황이 확보됐음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경찰은 출국금지 요청에 대해 “출국금지는 범죄 혐의와 관련이 있을 때 신청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법무부가 김 전 차관 등 관련자들의 출국금지 요청을 불허함에 따라 경찰 수사는 사실상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할 판이다. 경찰은 출국금지 요청이 받아들여져 김 전 차관 등이 피의자 신분으로 바뀌면 소환조사를 시도한다는 방침이었다. 또한 윤씨와 관련자들의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계좌추적이나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에 나설 계획이었다. 경찰은 18일 내사 착수 이후 참고인 소환과 자료제출 요구 등 임의조사만 해왔다.결국 검찰과 여론을 의식한 경찰의 지나친 ‘숨고르기’가 오히려 스스로의 수사 동력을 상실하게 만든 셈이 됐다. 검찰은 건설업자 윤씨와 관련 인물들의 접대 및 유착관계 등 주요 의혹에 대한 경찰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지난주 윤씨 등 3명에 대한 출국금지 조처 이후 수사에 큰 진전이 없다고 판단해 이런 결정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추가 증거를 확보해 의욕적으로 강제수사 등을 진행하려 했던 경찰로선 거대한 난관에 부딪힌 꼴이 됐다.한편, 경찰은 윤씨의 통화내역에서 대검찰청·서울중앙지검·경찰청과 통화한 사실을 확인하고 해당 기관에 윤씨와 통화한 전화번호의 사용자가 누군인지 조회를 요청했다. 경찰은 윤씨가 20차례 이상 고소·고발을 당하고도 무혐의 처분을 받는 과정에 검찰과 경찰의 전·현직 직원들이 개입했는지를 살펴볼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2011년 말부터 1년 동안 윤씨의 통화내역에서 검찰이나 경찰 전화번호가 나왔다. 빈번히 통화한 사람들 위주로 확인해보고 있다”고 말했다.윤씨는 2003년 5월 자신이 설립한 ㅈ산업개발이 분양한 서울 용두동 ㅎ상가 입주예정자들로부터 받은 상권 개발비 71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고소당했지만 2012년 1월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지난해 11월엔 권씨를 성폭행·협박한 혐의 등으로 경찰에 고소됐으나 불법 무기와 마약 소지, 권씨와의 성관계 동영상 촬영 혐의만 인정돼 검찰에 넘겨진 상태다.

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2013년 3월 23일 토요일

6번째 낙마…"박근혜 인사는 망사(亡事)"


이글은 프레시안 2013-03-22일자 기사 '6번째 낙마…"박근혜 인사는 망사(亡事)"'를 퍼왔습니다.
인사 참극, 김학의ㆍ김병관 낙마로 끝날까?

박근혜 정부의 '인사 구멍'이 계속되고 드러나고 있다. 사상 초유의 성 접대 연루 의혹으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물러난 데 이어, 정치권의 계속된 사퇴 압박에도 버티던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까지 22일 자진 사퇴 의사를 표명하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부실 인사'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연이틀 동안 주요 공직자 및 공직 후보자의 '사퇴 릴레이'가 벌어진 셈인데, 야권에선 박한철 헌법재판소장 내정자와 한만수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에 대해서도 한층 공세의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김용준부터 김병관까지…사퇴 이유도 '천태만상'

김병관 후보자의 낙마로 새 정부 출범을 전후해 각종 추문 및 도덕성 논란으로 사퇴한 공직 후보자는 총 6명에 이른다. 지명 닷새 만에 불명예 낙마한 김용준 국무총리 지명자가 '자진 사퇴 1호' 인사를 기록했고, 박 대통령이 직접 임명하진 않았지만 사실상추천권을 행사한 이동흡 헌재소장 후보자에 이어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 황철주 중소기업청장 내정자, 김학의 법무부 차관까지 줄줄이 사퇴했다. 이어 야당은 물론 여당 내에서도 자격 논란이 거셌던 김병관 후보자가 전방위적 공세에도 버티다 결국 이날 자진 사퇴를 택했다.

 
▲ 안갯속 청와대… . 김학의 법무부 차관에 이어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까지 22일 낙마하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인사 시스템이 다시 한 번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사퇴 이유와 방식도 천차만별이다. 이동흡·김병관 후보자는 '버틸 때까지 버티다' 사퇴한 케이스다. 각종 과거 행적이 도덕성 논란을 일으키며 야권은 물론 여권에서도 사퇴 압박이 거셌으나, 최대한 버티며 청와대의 고민만 키운 뒤 결국 스스로 물러났다.

김종훈 후보자와 황철주 내정자는 '모르쇠'형이다. 김 후보자의 경우 여야 정치권의 정부조직법 협상 난항을 비판하면서 다소 뜬금없이 "조국에 헌신하려던 마음을 접었다"고 홀연히 미국으로 돌아가더니, 정치권을 향해 "내가 너무 순진했다"는 '뒤끝'을 보여줬다. 한국 정치권의 생리를 몰라도 너무 몰랐다는 것이다. 황철주 내정자는 "주식 백지신탁제에 대한 개념을 몰랐다"며 "젊음을 바쳐 자식처럼 키운 회사를 내팽개치듯 아무에게나 넘길 수 없다"고 '공직' 대신 '회사'를 택했다.

이에 비하면 '낙마 1호 인사'인 김용준 지명자는 좀 더 '쿨'한 케이스였다. 아들 병역 논란부터 재산까지 각종 의혹에 휩싸이자 총리 지명 닷새 만에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사퇴를 택했고, 사퇴 후에도 예상을 깨고 인수위원장직을 지키는 남다른 '배포'를 보여줬다. 그러나 그의 발 빠른 사퇴는 박근혜 정부의 첫 공직 후보 낙마라는 불명예를 기록했다.

'결정판'은 이미 임명장까지 받아 공직을 수행하던 김학의 법무부 전 차관의 사퇴였다.수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아직 진위 여부가 밝혀지진 않았지만, 사상 초유의 '호화별장 성 접대'라는 엽기적인 추문에 연루돼 차관직을 내려놨다.

공통점이 있다면 '자진 사퇴' 형식을 취한 이들 모두 자신을 둘러싼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는 점이다. 그러나 인사 파행이 장기화되면서 청와대의 부담은 훨씬 커졌다. 이제까지 공직 후보자에 대한 각종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청와대는 이를 '개인 비리' 쯤으로 치부해 왔지만, 그 숫자가 누적되면서 인사 시스템 자체가 허술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민주당 "박근혜, 수첩 아궁이에 버려라"

당장 야당의 공세는 한층 거세졌다. 김학의 전 차관의 성 접대 연루 의혹을 청와대의 부실 검증의 '결정판'으로 보고, 자격 논란이 일었던 다른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민주통합당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인사는 만사라는데 박근혜 정부 인사는 '망할 망(亡)' 자의 '망사'"라면서 "오죽하면 새누리당 의원들조차 정권의 망신이라 하겠느냐"고 꼬집었다.

설훈 비대위원 역시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지 한 달도 안됐는데 수첩 인사 폐해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며 "박 대통령은 수첩을 빨리 아궁이에 넣고 전 국민을 상대로 한 정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구멍 인사'가 여기서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민주당은 전날 지명된 박한철 헌재소장 내정자와 한만수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에 대해서도 박 대통령의 지명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박 내정자의 경우 공안 검사라는 이력과 대형 로펌인 김앤장에서 4개월 동안 2억4500만 원을 받는 등 전관예우 논란이 일어 이미 야당의 '부적격 판정'을 받은 상태다. 문 비대위원장은 "촛불 시위대를 무차별 기소한 공안 검사 출신이면서 대형 로펌 경력자가 다양성을 존중하고 국민기본권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인 헌재소장으로 적합한지 심히 의심스럽다"고 꼬집었다.

한만수 후보자에 대해서도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대형 로펌에서 대기업을 변호해온 경력이 문제가 된 것에 이어, 세법 전문가인 그가 상습적으로 고액의 세금을 탈루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경제 검찰'이라 할 수 있는 공정거래위의 수장으로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장 한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는 여야의 갈등으로 일정조차 잡히지 않은 상태다.

박근혜, '현오석' 지키려고 '김병관' 버렸나

국회의 김병관·현오석 후보자 지명 철회 요구에도 버텨오던 박근혜 대통령이 이날 '자진 사퇴' 형식으로 김병관 후보자를 낙마시킨 것이 결국 '현오석 지키기'를 위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 현 후보자에게 임명장을 수여할 예정이다.

계속된 인사 파행에 김학의 전 차관의 성접대 의혹이란 '핵폭탄'까지 떨어지자, 더 이상의 논란 확산을 막기 위해 일주일을 넘게 끌어온 김 후보자의 낙마를 결정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박용진 민주당 대변인은 "대통령의 결단이 정국 정상화를 위한 결단이 아니라 '김학의 별장 게이트'라는 초대형 산불에 쫓겨 김병관이라는 가재도구를 팽개치는 격"이라고 꼬집었다.


 /선명수 기자

2013년 3월 22일 금요일

청와대, ‘김학의 성접대 의혹’ 검증때 입수…부실검증 결정판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3-03-21일자 기사 '청와대, ‘김학의 성접대 의혹’ 검증때 입수…부실검증 결정판'을 퍼왔습니다.

박근혜 정부 5번째 ‘낙마’
 ‘엽기적 의혹’ 이전과 차원 달라
“청문회 없는 차관…검증 소홀”
“권력실세가 밀었나” 비판 나와
경찰내 파벌다툼까지 드러나
권력기관 대수술로 이어질 듯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후보자, 황철주 중소기업청장 내정자, 그리고 법무부 차관까지….’21일 김학의 법무부 차관의 ‘사퇴’는 새 정부의 부실인선에 따른 다섯번째 낙마 사례가 됐다. 하지만 김 차관의 사례는 앞서 낙마했던 다른 공직 후보자들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검증 과정에서 공직을 맡기에 적절치 않은 흠결이 드러난 수준이 아니고, 사정당국의 최고위급인 법무부 차관이 ‘고위층 별장 성접대’라는 엽기적 의혹에 휘말렸기 때문이다. 특히 민정수석실 등 청와대 검증라인이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도 제대로 검증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부실한 청와대 인사검증 시스템의 ‘결정판’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성추문과 같은 예민한 사안에 대해) 본인이 정색하며 아니라고 하는데, 어떻게 하냐. (의혹이) 사실이면 본인이 차관직을 수락할 수도 없는 것 아니냐”고 항변했다. 청와대가 김 차관에게 사실 확인 절차를 거쳤지만, 완강히 부인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었다는 것이다. 수사를 담당하고 있는 경찰에서도 청와대에 ‘문제가 없다’고 보고했고, 청와대는 이를 근거로 차관 임명을 강행했다고 한다.청와대는 공식적으로 침묵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김 차관과 경찰에 당했다’는 기류가 강하다. 청와대는 아침 수석비서관들의 회의에서 김 차관을 계속해서 보호해줄 이유가 없다는 쪽으로 결론을 내고, 김 차관 쪽에 ‘수사가 진행중이긴 하지만, 일단 사의를 표시한 상태에서 대응을 하는 게 좋겠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한다.하지만 이런 사정에도 불구하고 ‘청와대 책임론’을 피해가긴 어려워 보인다. 김 차관이 인수위 시절부터 친박 쪽에서 선호하는 유력한 총장후보로 거론된 데 이어, 3명의 검찰총장 후보군에서 제외된 이후에는 그를 차관으로 임명했다. 통상 검찰총장보다 낮은 기수를 임명하는 자리에 총장과 동기를 임명하는 비정상적인 인사까지 무릅썼다. 권력의 핵심 실세가 그를 밀었다는 의심과, 청문회가 없는 차관이라는 점을 고려해 검증을 소홀히 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청와대 내부 인사 검증시스템의 허술함과는 별도로, 청와대는 앞으로 검찰과 경찰 등 권력기관에 대한 대대적인 ‘수술’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검찰은 이른바 ‘성추문 검사 사건’, ‘부장검사 뇌물 수수 사건’ 이후 검찰 고위 간부의 성접대 의혹까지 터지면서 조직 전체가 회복하기 힘든 상처를 입게 됐다. 박근혜 대통령도 과연 대검 중수부 폐지와 상설특검 설치 수준으로 ‘검찰개혁’을 원하는 국민들의 눈높이를 맞출 수 있을지 가늠하기 어려워졌다. 박 대통령이 공약했던 차관급 검사장 규모 축소와 비리 검사 영구퇴출 및 검사 자격심사 강화 등이 한층 강도 높게 추진될 가능성이 높아졌다.청와대는 경찰 조직 내부의 알력과 갈등, 이로 인한 부실보고 등의 폐해도 이번 사안의 파장이 커진 이유로 보고 있다. 청와대는 사건 내용을 비교적 소상히 파악하고 있던 경찰 내부의 특정 파벌이 사건 초반에 관련 내용을 제대로 윗선에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후 자신들이 원했던 경찰청장 후보자가 지명되지 않자, 사건을 외부에 알려 김 차관으로 대표되는 ‘검찰’과 ‘현 경찰청장’을 동시에 공격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경찰 수사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 청와대는 이번 사건의 발생과 수사 과정 등을 정밀하게 점검해 후속 조처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또 검증 부실… 김학의 의혹 전혀 몰랐다던 청와대 “얼굴을 들 수가 없다”


이글은 경향신문 2013-03-21일자 기사 '또 검증 부실… 김학의 의혹 전혀 몰랐다던 청와대 “얼굴을 들 수가 없다”'를 퍼왔습니다.

ㆍ당사자 말만 듣고 ‘별일 아니다’ 치부ㆍ민정수석실 안이한 대처 책임론 불거져

청와대는 김학의 법무부 차관의 성 접대 동영상 의혹이 결국 자진사퇴로 이어지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사전에 수사 상황을 알지 못했고, 박근혜 대통령이 김 차관을 임명하는 사태까지 빚어져 인사 검증 부실 문제가 다시 부각됐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21일 하루 종일 어수선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오전 통화에서 고위 공직자가 성 접대를 받는 동영상이 있다는 의혹에 대해 “(임명 전에) 전혀 몰랐다”며 “경찰도 그때까지는 몰랐으니까 보고를 안 했던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청와대는 김 차관을 임명하기 전 문제의 동영상 등에 대해 확인했고, 김 차관은 이를 부인했다는 것이다. 또 당시 경찰 수사 단계에서는 지금과 같은 내용이 나오지 않았다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그러나 이후 청와대의 기류는 바뀌었다. 지난 18일 경찰이 내사 착수 사실을 공표한 데 이어 하루이틀 사이에 관련자들이 성 접대 동영상을 인정하는 진술이 나오면서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21일 청와대에서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청 업무보고를 듣기 위해 정홍원 국무총리(앞줄 왼쪽에서 두번째) 등과 함께 회의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 김정근 기자 jeongk@kyunghyang.com

경찰은 박 대통령 취임 전부터 이 사건에 의혹을 갖고 정보를 수집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 안팎에서도 동영상을 둘러싼 소문이 파다했다. 당사자 말만 듣고 청와대가 이를 별일 아니라고 치부한 것이 선뜻 납득이 되지 않는다. 정말 몰랐다면 청와대가 검증 부실을 자인하는 셈이다. 

경찰이 동영상 등 관련 수사 사실을 해당 공직자가 임명된 뒤 청와대에 보고했다는 소문도 있다. 김 차관이 임명될지 예상하지 못해 보고를 하지 않았다가 뒤늦게 알렸다는 것이다. 유임될 듯하던 김기용 전 경찰청장이 갑자기 교체된 것도 이 사건과 관련이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김 전 청장이 수사 상황을 제때 보고하지 않아 문책을 당했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이번 사건으로 다시 인사 검증을 부실하게 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차관 인선에 시스템 검증을 했다고 밝혀왔기 때문이다. 우선 안이하게 대처한 민정수석실의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경찰에서 내사 중인 사건이 있다면 당연히 인선을 늦췄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김 차관이 이날 오후 전격 사퇴를 하기 전 일찌감치 청와대 내부에선 박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을 덜기 위해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는목소리가 나왔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럴 때는 사실이든 아니든 대통령에게 부담되지 않도록 그 사람이 사퇴해야 한다”며 “사실이 아니면 밖에서 사실이 아니라는 걸 입증하고 돌아오면 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경찰 수사가 종료되지 않은 상태이고, 당사자가 의혹을 부인하고 있기 때문에 청와대로서는 어떤 조치를 취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날 오전 열린 허태열 비서실장 주재 수석비서관회의에서는 “개인 문제”로 정리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이 같은 기류를 김 차관에게 직접 전달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여러 통로로 김 차관에게 이런 분위기가 전해지면서 자진사퇴로 이어졌을 것으로 분석된다. 

김 차관의 자진사퇴 직후 청와대의 공식 반응은 없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전후 과정이 어떻게 됐든 얼굴을 들 수가 없게 됐다”고 말했다.

임지선 기자 vision@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