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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8월 18일 토요일

유신 그, 부끄러운 유산


이글은 경향신문 2012-08-17일자 기사 '유신 그, 부끄러운 유산'을 퍼왔습니다.

ㆍ민족문제연구소 ‘유신 40년 기념’ 전시회ㆍ일제 군국주의 파시즘을 조국 근대화로 포장

“마치 일본의 메이지유신을 성공시킨 청년 지사와 같은 의욕과 사명감을 품고 그분들을 모범으로 삼으려 합니다.”

5·16 군사 쿠데타 직후인 1961년 11월, 박정희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은 A급 전범 출신인 기시 노부스케와 도쿄 요정에서 만나 이렇게 말했다. 박정희가 말한 메이지(明治)유신의 지사들은 바로 정한론을 펼친 사이고 다카모리, 조선침략의 원흉으로 불린 이토 히로부미 같은 인물들이었다.

박정희는 1930년대 일본 군부의 급진세력들이 추구한 일왕중심의 국가 개조론인 ‘쇼와(昭和)유신’에도 깊은 영향을 받았다. ‘쇼와유신’은 국가가 혼란할 때 군부가 직접 정치에 개입하는 것을 당연시하고, 정당정치와 대중의 다양한 여론을 사회 혼란이라 생각하고, 민주주의를 방종 또는 국가의 ‘적’으로 돌리며 강력한 반공정책을 내세운 사상이다.

그 사상은 박정희가 1972년 장기집권을 위해 단행한 ‘10월 유신’에 고스란히 담겼다. ‘유신’이라는 용어 자체가 메이지유신과 쇼와유신에서 비롯됐다. 유신체제가 표방한 ‘총력안보’ 또한 일제가 1937년 중·일전쟁에 돌입하면서 구축한 전시총동원체제(총후국방)라는 개념에서, ‘고도국방’은 만주국이 표방한 ‘고도국방체제국가’에서 따왔다. 용어만 아니라 내용도 빼닮았다. 일제의 농촌진흥운동과 국민총력운동이 새마을운동으로, 애국반상회가 반상회로, 조선기류령(寄留令)이 주민등록제로 또다시 등장했다. 

결국 유신체제는 겉으로는 ‘조국근대화와 민족중흥’ ‘한국적 민주주의의 토착화’를 내세웠지만 실상은 일제 군국주의 파시즘으로부터 각종 통치 시스템을 차용한 ‘부끄러운 유산’에 불과했던 셈이다. 유신 40주년인 올해 광복절을 맞아 민족문제연구소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식민의 유산, 유산의 추억’ 전시회를 다음달 22일까지 연다. 장소는 일제강점기와 군사독재 정권 시절 독립운동과 민주화운동에 투신한 이들이 산화해 간 서대문형무소역사관이다.


1. 일제 ‘농촌진흥운동’과 ‘새마을운동’

일제 말 각종 기관지는 모범일꾼을 표지모델로 삼아 미담과 성공수기를 소개하고 그들을 본받으라고 촉구했다(왼쪽). 새마을운동 역시 지도자의 성공담을 퍼뜨렸다. ‘자력갱생’과 ‘농가경제부흥’을 내걸었지만 농촌 통제 수단으로 작용한 일제의 농촌진흥운동과 국민총력운동은 ‘유신체제의 실천도량’으로 불린 새마을운동과 빼닮아 있다.


2. 국가주의적 교육의 표상 ‘교육칙어’와 ‘국민교육헌장’

1890년 공포한 일제의 ‘교육칙어’는 천황에 대한 충성과 부모에 대한 효를 제일의 덕목으로 하는 교육지표로 국가주의적 교육의 표상이다. 1968년 12월 박정희 정권이 공포한 ‘국민교육헌장’ 또한 국가의식과 반공의식을 주입시켜 독재체제를 강화하고 정당화하는 데 활용됐다. ‘우리들은 대일본제국의 신민’임을 다짐하는 ‘황국신민서사’ 또한 ‘태극기 앞에 몸과 마음을 바칠 것’을 다짐하는 ‘국기에 대한 맹세’와 닮은꼴이다. 사진은 일제시대 교과서에 수록된 교육칙어(위쪽)와 1968년 교과서에 수록된 국민교육헌장.


3. 월요일 아침이면 전교생 모아 놓고 ‘애국조회’

일제강점기 애국조회를 진행하는 모습(위쪽)과 1970년대 애국조회의 모습. 유신체제는 특히 애국조회를 중요시했다. 월요일 아침 전교생이 학교 운동장에 집합해 ‘교육칙어’ 대신 ‘국민교육헌장’을 외고 일장기 대신 태극기를 게양하면서 ‘황국신민서사’ 대신 ‘국기에 대한 맹세’를 낭독했다. 


4. 학교를 사실상 병영으로 만든 ‘교련’

일제강점기 학생 군사훈련(위쪽)과 1970년대 교련훈련 중인 고교생들. 일제 말 학생 군사훈련은 지원병이나 징병 등 전쟁동원의 예비단계로, 학교를 사실상 병영으로 바꾸어놨다. 박정희 정권은 가장 강력한 저항세력인 대학생들을 통제하기 위해 1971년 1학기부터 일제의 학생 군사훈련을 본뜬 ‘대학교련’을 필수과목으로 지정했다.


5. 주민 통제 목적 ‘애국반상회’와 매월 25일 ‘반상회’

일제는 전시체제기 주민 통제를 목적으로 열 가구를 한 반으로 하는 애국반상회를 조직했다. 5·16 쿠데타 직후부터 운영된 반상회는 1976년 5월 말부터 매월 25일을 ‘정례 반상회의 날’로 지정해 전 국민이 의무적으로 참여토록 했다. 일제 말 애국반 회보(왼쪽)와 1977년 배포된 반상회보.


6. 즉시 연행·취조가 가능했던 상시적 ‘불심검문’

불심검문은 일제강점기 조선인들에 대한 감시통제수단으로 효과를 거뒀다(왼쪽). 1953년 부활한 불심검문은 특히 박정희 정권 시기에는 악용돼 상시적으로 실시됐고, 주민등록증이 없거나 유인물·불온서적이 발견될 경우 즉시 연행·취조했다.


7. ‘국민개창운동’과 ‘건전가요 국민개창운동’

일제 말 전시체제기에는 국민가요를 다 함께 부르자는 국민개창운동이 벌어졌다. 애국행진곡(왼쪽)은 국민가요로 보급된 대표적 일본군가다. 박정희 정권 또한 많은 대중가요를 금지곡으로 지정하는 한편, 모든 음반에 건전가요 수록을 의무화하고 관제 경연대회를 열면서 건전가요 국민개창운동을 벌였다.

황경상 기자 yellowpig@kyunghyang.com

2012년 6월 23일 토요일

“동북아 긴장고조 한·미·일 해상훈련 중단하라”


이글은 민중의소리 2012-06-22일자 기사 '“동북아 긴장고조 한·미·일 해상훈련 중단하라”'를 퍼왔습니다.
오바마 중국봉쇄·MB 한미동맹 몰입·군군주의 일본 야욕 결합

언제부턴가 대한민국 영토에서 일본 자위대가 참여하는 훈련이 버젓이 벌어지고 있고, 이를 한·미·일 군사동맹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하는 등 일제침략의 역사에 면죄부를 주고 있다는 논란이 거듭되고 있다. 21~22일에도 자위대가 참여하는 한·미·일 해상훈련이 제주도 남단에서 실시되고 잇따라 한미연합해상훈련, 한미연합통합화력전투훈련 등 전쟁훈련이 줄줄이 이어져 동북아와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광주전남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은 21일 오전 11시 광주 금남로 삼복서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동북아 군사적 긴장 높이는 한·미·일 해상훈련 등 공격적 전쟁연습 중단'을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김병균 광주전남 평통사 상임대표, 장헌권 광주NCC 인권위원장,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 광주전남본부 사무처장을 비롯해 관련단체 회원 20여명이 함께 했다.

 ⓒ민중의소리 광주전남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은 21일 오전 11시 금남로 삼복서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미·일 해상훈련 등 공격적 전쟁연습 중단'을 촉구했다.

김병균 상임대표는 "한·미·일 해상훈련 등은 코앞에 있는 중국과 러시아에 위협이 되기에 한반도 긴장이 높아지는 것이고, 이는 곧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의 긴장이 높아지는 것"이라며 "근현대사를 돌아볼 때 한반도는 외세의 전쟁터가 돼왔다. 러시아의 남진과 일본의 대륙 진출이 그랬다. 결국 한반도가 전쟁터다 됐다"며 전쟁훈련으로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면 결국 한반도가 '강대국의 전쟁터'로 전락할 것이라 지적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한·미·일 해상훈련에 대해 당국자들은 인도적 차원의 훈련이라 말한다"면서 "하지만 인도적 차원의 훈련을 위해 항공모함을 동원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 꼬집었다. 특히 "이번 훈련의 하나인 해양차단작전은 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PSI)에 따른 작전으로 포격과 폭격을 동원해서 상대방의 행동을 저지하는 행위로 나포나 억류보다도 훨씬 강력한 군사행위"라며 "국제법으로 보장된 공해 자유항행(유엔해양법 협약 87조)원칙과 영해 무해통항권(유엔해양협약 17조, 19조, 23조)을 침해하는 것"이라 비판했다.


이들은 이어지는 한미 연합해상훈련과 한미 연합 통합화력전투훈련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했다. "미국 영토 인근의 태평양 해역에서 중국이나 러시아가 훈련을 해도 미국은 당연한 일로 받아들일 수 있는가"라고 따지면서 "이처럼 공격적이고 불법적인 훈련을 잇따라 벌이는 것은 오바마 정부의 중국 봉쇄정책을 필두로 하여 이명박 정부의 한미동맹 몰입과 대북 적대정책, 일본 군국주의자들의 야욕이 결합한 결과"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이들은 "한·미·일 군사협력이 강화되면 우리나라는 미국에 대한 군사적 예속 뿐만 아니라 일본과의 관계에서도 군사정보 공유나 물품 및 서비스 상호제공 등의 과정에서 주권 침해를 당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면서 "한반도와 동북아의 군사적 긴장을 높여 역내 평화와 안정을 해치는 각종 공격적인 연합 군사훈련을 즉각 중단할 것을 한국과 미국, 일본 정부에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김주형 기자 kjh@vo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