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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9월 28일 금요일

새누리당과 뉴라이트의 '6월항쟁 탈취' 사건


이글은 프레시안 2012-09-27일자 기사 '새누리당과 뉴라이트의 '6월항쟁 탈취' 사건'을 퍼왔습니다.
[기자의 눈] 새누리당-뉴라이트, 386, 그리고 한국 현대사

한때 친박근혜계의 좌장이던 김무성 전 새누리당 의원이 한마디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1987년) 6월항쟁에 참여하지 않았던 사람이다." 발끈한 노무현재단은 노 전 대통령이 6월항쟁에 참여한 사진을 공개했다. 그리고 "새누리당의 뿌리가 전두환 정권의 민정당임을 기억한다면 입 밖에도 내기 부끄러운 말"이라고 김 전 의원을 질타했다.

김 전 의원의 명백한 헛발질이다. 6월항쟁을 전후한 시기에 노 전 대통령이 인권 변호사로서 활동했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정치인 노무현이 그 후 보인 모습에 공감하든 그렇지 않든, 사실은 사실이다.

그런데 김 전 의원의 발언 중 더 눈길을 끄는 대목이 있다. "새누리당 안에 나 같은 민주화 세력이 있다. 우리는 6월항쟁을 우리가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백골단의 폭력과 최루탄 가스에 굴하지 않고 거리에서 독재 타도를 외쳤던 이들에게는 기가 찰 노릇이겠지만, 김 전 의원만의 생각이 아니다. 새누리당으로 문패를 갈기 전 한나라당에서도 공공연하게 오간 이야기다.

"민주주의 만든 중심 세력은 한나라당" 거듭된 궤변

2011년 3월 4일 열린 (박종철 열사와 6월 민주화 운동) 출판기념회가 대표적이다. 지은이는 1987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담당 검사였던 안상수 당시 한나라
당 대표다. 출판기념회에서는 "민주화 투쟁의 영웅이 바로 안상수 검사", "6월 민주화 항쟁은 안상수 대표의 양심적인 정의감이 이뤄낸 일"(박희태 당시 국회의장) 같은 듣기 민망한 말들이 넘쳐났다.

"안상수 대표가 박종철 열사의 죽음이 고문에 의한 것임을 밝혀냈다"(이재오 당시 특임장관)는 이야기도 나왔다. 하지만 1987년 당시 안 검사는 최초에 고문치사범으로 지목된 2명에게서 '주범 3명이 더 있다'는 사실을 듣고도, 그 3명을 기소하지 않았다. 사실을 은폐하기로 한 관계기관대책회의 결정에 따른 것이다. 박종철 고문치사 및 사건 은폐·조작 사실을 세상에 알린 것은 안상수 검사가 아니라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었다.

이뿐 아니라 박종철 고문치사 사실을 밝힌 주역은 안 검사가 아니라, 안 검사의 상관이던 최환 당시 서울지검 공안2부장이라는 증언도 있다. 안 전 대표가 고문치사 사건 은폐·조작에서 자유롭지 못하며, "박종철 열사의 의로운 죽음을 자신의 입신을 위해 이용하는 행위를 이제라도 중단하라"(민주열사박종철기념사업회)는 비판이 나온 이유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진실과 거리가 먼 찬가가 울려 퍼진 것은 안 전 대표 개인만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속내는 민주화를 이룩한 핵심 세력이 한나라당이라고 강변하겠다는 것이었다. 그 자리에서 나온 다음 발언들에서 이 점은 잘 드러난다.

"일부 정당과 시민단체에서 민주주의가 자신들의 전유물인 것처럼 말하는데, 한나라당이 민주주의를 만들어온 중심 세력이었다는 점을 정확히 알고 역사에 분명히 기록해야 할 것이다." (김덕룡 대통령 특보)"이재오 형님은 감옥에 다섯 번이나 갔고 저도 당시 안양교도소에 있었다. (…) 많은 분이 한나라당을 독재당, 민주주의 탄압당이라고 하는데 우리 한나라당에 이렇게 민주주의를 위해 일한 일꾼들이 많다. 민주화 세력의 주류가 우리 한나라당에 있다." (김문수경기도지사)"한나라당에는 민주화 시절 잘 먹고 잘살았던 사람만 있는 웰빙당 이미지가 있지만 그렇지 않다." (이재오 당시 특임장관)

흥미로운 건 세 사람 모두 한때 반정부 투사였다는 점이다. 김덕룡 특보는 박정희 정권의 한일회담 추진에 맞서 '굴욕 회담' 반대 시위를 이끈 주역 중 하나다. 이재오 전 장관도 김덕룡 특보와 마찬가지로 6.3세대(6.3은 한일회담 반대 시위가 절정에 이르자 박정희 정권이 서울 전역에 비상계엄령을 선포한 1964년 6월 3일을 말한다)로, 1990년 만들어진 민중당의 주역이다. 김 지사는 급진적 노동운동의 대부였다.

이들은 자신들의 투쟁 경력으로 소속 정당의 반(反)민주 전력을 일부 가리는 것을 넘어, "민주주의를 만들어온 중심 세력"으로 한나라당을 포장했다. 그렇게 재해석을 넘어 역사 창조를 시도했다.

이들의 논리는 역시 6.3세대이자 한때 운동권 학생이었던 이명박 대통령이 기회가 있을 때마다 꺼내는 '나도 ○○ 해봤다'와 다를 바 없다. 물론 이재오·김문수 두 사람은 '한때'라는 말에 다 담기 어려울 정도의 민주화 투쟁 경력을 갖췄다. 그러나 과거의 경력을 내세워, 그 시기를 자신이 대표한다는 근거 없는 오만을 내뿜는다는 점에서는 다를 바 없다. 자신들의 정당이 5.18민주화운동을 피로 물들인 세력의 계승자라는 사실에 대한 반성도 찾아볼 수 없다. "6월항쟁을 우리가 만들었다"고 강변하는 김무성 전 의원도 마찬가지다. 6월항쟁이 들불처럼 번진 바탕에는 '5월 광주'에 대한 분노가 있었다는 역사적 사실은 이들에게 중요치 않다.

▲ 1987년 7월 9일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이한열 열사 장례식에 구름처럼 모여든 시민들. 질식당한 민주공화국을 되살린 6월항쟁의 주역은 바로 이들이었다. ⓒ연합뉴스

산업화는 당연히 우리 것, 민주화도 알고 보면 우리 것?


6월항쟁을 '탈취'하려는 건 한나라당·새누리당 정치인들만이 아니다. 학문의 외피를 쓰고 재해석이라는 이름 아래 현대사의 '불편한 진실'을 왜곡한다는 비판을 받은 뉴라이트 계열에서도 같은 시도를 했다. 5.16쿠데타를 '혁명'으로 표현하며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유신 체제를 찬양하는 근현대사 교과서를 펴냈던 교과서포럼도 그중 하나다.

교과서포럼 공동 대표인 박효종 서울대 교수는 6월항쟁 20주년이던 2007년 "6.10항쟁 못지않게 6.29선언도 평가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6.29 민주화 선언 알고 있는가' 토론회). 1987년 6월 29일, 항쟁의 물결이 방방곡곡을 뒤덮자 노태우 당시 민정당 대표는 직선제 요구를 받아들인다고 선언했다. 이러한 6.29선언이 민주주의 이행에서 매우 중요했음에도 폄하되고 있다는 것이 박 교수의 판단이다. 박 교수는 "작은 에피소드 정도로 치부"되는 6.29선언을 6.10항쟁과 "하나의 패키지로 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시민들의 요구와 시대정신에 순응해 권위주의를 해체하고자 했던 의지와 선택이 돋보인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6월항쟁의 성과 중 절반은 6.29선언을 결단한 군부 독재 세력의 것이라는 의미를 담은 주장이었다.

박 교수의 주장은 많은 비판을 받았다. 6.29선언은 궁지에 몰린 군부 정권의 집권 연장술책에 불과했으며, 그것을 독재에 맞선 항쟁과 같은 급으로 격상시키는 것은 독재 정권을 미화하는 것이라는 비판이었다. 박 교수는 얼마 전부터 새누리당 정치쇄신특별위원으로서 박근혜 후보를 위해 일하고 있다.

이처럼 민주화 운동의 역사를 자기들 것으로 만들려는 일련의 시도엔 맥락이 있다. 6월항쟁 이후, 특히 1990년대 들어 보수를 자임하는 이들이 심심찮게 한 이야기가 '산업화 세력과 민주화 세력의 화해·협력'이다. 민주화가 대세로 떠오르자, 자신들의 과거 중 독재에 빌붙었던 부분은 슬쩍 가리고 산업화를 상징으로 내세운 것이다. 그와 동시에 반대편에게는 '그래, 너희들의 민주화 공로는 인정하마'라는 태도를 보였다.

이들이 상징으로 내세운 '산업화'를 온전히 이들의 업적으로만 볼 수는 없다. 저임금 장시간 노동을 견디며 '한강의 기적'을 만들어낸 노동자들을 빼놓고 산업화를 논할 수는 없다. 노동자들을 '수출 역군'이라 부르며 혹독하게 일을 시켰던 자칭 '산업화 세력'은 1990년대 들어 김문수 같은 과거의 노동운동가를 개별적으로 흡수했다. 그러나 이들의 정치는 '전태일'로 상징되는 노동자들의 목소리와 거리가 멀었다.

그렇게 '산업화'라는 상징을 확보한 이 세력은 어느 순간부터 '민주화'의 역사마저 가져가려 시도했다. '산업화 세력과 민주화 세력의 화해·협력'이라는 표현을 여전히 쓰면서도 '산업화는 당연히 우리 것, 민주화(의 일부)도 알고 보면 우리 것' 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긴 것이다. 자신들이 민주화를 이룬 주역이라는 한나라당·새누리당 정치인들, 이를 지원하는 뉴라이트 인사 등의 행보는 모두 이런 맥락 속에 놓여 있다.

이들에게 6월항쟁을 비롯한 현대사는 자신들의 헤게모니를 더 공고하게 하는 데 쓰이는소모품에 불과하다고 하면, 지나친 말일까? 분명한 건, 6월항쟁은 이들이 그런 식으로 주물럭거려도 되는 노리개가 아니라는 점이다.

▲ 6.29선언을 발표하는 노태우 당시 민정당 대표. ⓒ연합뉴스

짓밟힌 '인간다운 삶'의 꿈, 서서히 박제가 돼 가는 6월항쟁

한 가지 더 짚어야 할 것이 있다. 6월항쟁이 이들의 것이 아니라면, 1980년대 운동권 총학생회장 출신들이 즐비한 야권의 것일까? 물론 '아니올시다'이다.

야권에서 6월항쟁과 직접적으로 닿아 있는 이들은 이른바 386이다. 이들 중 상당수는 김대중 전 대통령에 의해 '젊은 피'로 수혈됐다. 이재오·김문수와 마찬가지로 투쟁 경력은 이들이 정치권에 입문할 때 커다란 자산이었다. 정치권에 발을 들인 후에도 이들은 그것을 자산으로 활용했다.

군부 독재를 몰아내는 데 앞장섰다는 자부심은 인정할 만하다. 그들에게 그것은 젊음을 바치고 때로는 목숨마저 걸어 쟁취한 자랑스러운 훈장이었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25년의 세월 동안 이들이 현실 정치에서 6월항쟁의 역사적 의미를 잘 구현했는지는 의문이다.

기자만의 생각이 아니다. 2007년 6월, CBS라디오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386 정치인들이 한국 정치 발전에 기여했다고 평가한 응답자는 16.5%에 불과했다. 그와 반대로 실망스러운 점이 많았다고 답한 이는 68.5%에 달했다. 인상적인 것은 같은 386세대인 40대에서 부정적인 평가가 그나마 가장 적었는데, 이들 중 62.1%도 동년배 정치인들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응답자 중 일부는 1987년 6월의 거리에 섰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 이들조차 부정적으로 평가했다는 대목은 많은 것을 말해준다.

6.10항쟁과 6.29선언이 하나의 패키지라는 박효종 교수의 주장과 달리, 6월항쟁과 패키지로 묶여야 할 것은 '7·8·9월 노동자 대투쟁'(6월항쟁에 이어 전국적으로 펼쳐진 노동자들의 '인간 선언')이다. 그러나 386 정치인들을 비롯한 야권은 정치적 민주주의를 넘어서 사회·경제 분야로 민주주의를 심화·확대한다는 '노동자 대투쟁'의 과제를 대부분 저버렸다. 지금의 야권이 연이어 집권하고 386 정치인들이 목소리를 높이던 때, '노동자 대투쟁'을 통해 드러났던 인간다운 삶을 향한 꿈은 점점 멀어져 갔다.

그러면서 6월항쟁은 형식적 민주주의라는 낡은 틀에 갇혀 서서히 박제가 돼 가고 있다. 이른바 '민주정부' 10년의 치적에만 눈길이 가는 이들에게는 불편하게 들리겠지만, 6월항쟁을 탈취하려는 이들에게 빌미를 준 건 386 정치인들을 포함한 야권이었다. 이런 지난날을 정직하게 대면하고 반성하지 않는다면, 한때 자랑스러웠던 훈장은 꼴사나운 완장으로 바뀔 수도 있다.

6월항쟁은 새누리당 정치인들의 것도, 386으로 대표되는 야권 정치인들의 것도 아니다. 죄 없는 사람을 고문해 죽이는 정권을 더는 참고 볼 수 없어 거리로 나선 수많은 시민들의 것이다. 질식당한 민주공화국을 살려낸 건 바로 그들이었다. 이들은 '한때 ○○ 했다' 식으로 정치적 목적 달성 혹은 입신양명을 위해 6월의 기억을 우려먹지 않았다. 많은 이들은 이름조차 남기지 않고 사라져 갔다. 역사를 만든 건 이들이다. 6월항쟁을 노리개쯤으로 여기거나 정치적 자산으로 써먹기 전에, 이런 이들에게 부끄러워할 줄 알아야 한다.

 /김덕련 기자

2012년 3월 3일 토요일

민주통합당이 아플 수밖에 없는 이유


이글은 프레스바이플 2012-03-03일자 기사 '민주통합당이 아플 수밖에 없는 이유'를 퍼왔습니다.
[기고] 청년당원이 바라본 현재 민주통합당의 모습

민주통합당(민주당)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들이 민주당을 아프게 한다.
안녕. 민주당아. 네 안에 들어가 있는 청년당원 이동학이다. 요 근래 너가 너무 힘들어 하고 있는 것 같다. 속안에서는 고름이 터지고 있는데, 상처를 도려내려고 들어가 계신분들이 땅속에서 끝없이 샘솟는 물처럼, 끊임없이 고름을 생산하고 쏟아지게 만드는 비법을 연구하고 실행하고 있는 것 같아 가슴이 아리다. 민주당 밖에서는 민주당을 필요악으로 규정하며, 민주당의 역할을 제대로 해주기를 기대하면서 동시에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부분에 대한 비판의 화살을 연일 날려대고 있어. 많이 아프지? 이런 가운데 민주당의 운전대를 잡으신 분들이 갈 길을 계속 갈 모양이다. 가야할 길이 있는데, 그건 부정하고 가고 싶은 길로만 가려하는 민주당의 저속한 속내를 대외적으로 밝힌 것이지. 오늘은 민주당이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 몇 가지를 꼬집어볼까 한다.
민주당이 모바일 투표에 기댈 수밖에 없는 진짜 이유
민주당은 당원이 주인 되는 정당이 아니다. 항상 표방만 할뿐, 당원이 주인이었던 적이 단 한순간도 없던 정당이다. 민주당은 최고위원과 국회의원이 주인 되는 정당이다. 너무나 많은 권한들이 주어져 있고 제왕적 정당운영의 교과서적인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당원이 참여하는 민주당 스스로의 개혁적 공천이 어려운 것이다. 필연적으로 민주당은 국민에게 참여를 호소하고 국민의 힘으로 민주당을 뽑아달라고 부탁할 수밖에 없다. 국민 속으로 들어가겠다. 국민의 편에 서겠다고 하는 것은 구호일 뿐, 정당으로서 최소한의 껍데기마저 잃지 않으려고 하는 처절한 몸부림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 민주통합당 한명숙 대표가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한 대표는 "얼마전 광주 동구에서 있었던 충격적인 사건으로 즉시 진상조사단을 파견해 조사를 하고 몇가지 조치를 내렸는데 오늘 최종적으로 민주당 최고위는 선거인단 모집 과정에서 발생한 사건과 관련해 광주 동구를 무공천 지역으로 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 News1 양동욱 기자

얼마 전 모바일선거인단을 모집하는 과정에서 전라도 지역에서 한분이 목숨을 잃는 사태가 일어났다. 각 지자체장들은 이번 선거인모집에 나설 수 없음에도, 이것을 어기고 국회의원후보자에 줄을 대어 나서거나, 원칙을 어기고 반칙으로 승부를 준비하는 비정상적인 행위들이 곳곳에서 목격되고 있다. 이기기만 하면 과정에서의 반칙쯤은 괜찮겠지라고 생각하는 정치인이 득시글거리는 민주당의 내일은 암담하기만 하다. 특히나 지역적 특색을 고려하지 않은 모바일선거의 강행은 도농 격차의 몰이해를 반영한 것이라고 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어찌 보면 반칙을 일반화시키는 민주당의 아집정치가 이렇게 만든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결국 민주당의 한계를 국민에게 떠맡기면서 개혁적인 ‘척’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민주통합당엔 청년이 없다
민주당엔 청년이 없다. 청년비례대표로 묻어가기 전법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은 불임정당이란 수모적인 놀림을 근10년 간 당하면서도 2030세대를 끌어안기 위한 고민을 전혀 하지 않는 정당이다. 심지어 이번에 치뤄지는 청년비례제도 역시 충분한 고민 없이 즉시적 필요성에 따라 치뤄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니 공정성시비가 끊임없이 나오고 있는 것이고, 향후 탄생되는 청년비례대표가 무엇을 얼마나 할 수 있겠는가라는 회의감이 곳곳에 퍼져있는 것이다. 나아가 4자리를 주겠다고 했던 민주당의 태도는 내부 잡음이란 표현으로 언론에 소개되며 너무 많은 자리를 주는 것이 아니냐는 말을 언론에 흘리며 자리 줄이기에 나서고 있기도 하다. 이젠 노골적으로 청년여러분이 스스로 쟁취하셔야 합니다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 동안 민주당이 청년이란 밭에 씨를 뿌렸고, 그 씨앗에서 자란 청년들이 뿌리도 생기고, 웬만한 바람에도 견딜 수 있거나, 민주당을 엄청 사랑한다면 쫌 다치거나 상처받더라도 스스로 쟁취하고자 하는 노력이 가능하겠지만, 그러한 과정도 전혀 없었거니와, 애정도, 도전의식도 없는 민주당을 상대로 그런 투쟁을 해야 할 필요성조차 느끼지 못하는 청년들에겐 그저 실소만 안겨줄 뿐이다. 도전한 청년들을 애초부터 담아둘 그릇을 만들면서 고민했다면, 도전자의 상당수가 다른 정당이나, 원래 있던 무당파지대로 떠나려고 하는 것을 막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심지어 당 내부에서조차 지금이라도 그릇을 만드는 것을 힘 있게 추진하지 못하는 상황을 보고 있자니 가슴이 저려온다. 민주당의 내일을 장식하는 건 386에서 486으로 갈아탄 선배들이며, 민주당의 종말은 486선배들이 586이 되고, 686이 되고, 786이 되었을 때라고 본다. 결코 지금처럼 자신들만 살겠다고 뛰는 486뒤엔 후배들이 따르지 않을 것이다.
지역구 후보들의 면면도 훗날 밝혀지겠지만, 아저씨들만의 정치라고도 말할 수 있겠다. 국회의원과 지자체의 모든 선출직을 합쳐 20대는 0.1%지나지 않으며 30대를 포함해도 수치가 많지 않다. 민주당의 현실과 이를 개선하고자 하는 노력이 전무한 상태로, 말 그대로 청년비례 꼴랑 그거에 묻어가려 하는 꼼수전략이며, 이조차도 줄이려고 하는 민주당의 태도에 고개가 숙여진다.
반면 새누리당의 경우 27세의 이준석씨를 비대위원에 임명하면서 설령 그것이 청년을 이용하려는 속셈이 내포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높게 평가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부산에서 문재인과의 격돌을 예고하는 손수조 후보 역시 당에서 키워주려는 모습이 보인다. 비판점을 떠나 새누리당은 인재를 발굴하고 키우려는 전략을 새우는 것이 보인다. 당내에서 골칫거리, 껍데기로 치부당하는 민주청년비례와 대조되는 대목이다.
민주당은 정녕 ‘아저씨들만의 정치’에서 벗어나려는 의지가 있나
또 한 가지는 당의 기본정신이다. 한나라당과 통합진보당의 경우 당의 노선과 일치하며 당과 사회의 기여도를 최우선적 전제로 삼는다는 원칙아래 청년들을 규합하려 노력하는데 반해 민주당은 민주당을 싫어하거나 향후에도 민주당에 관심을 보이지 않을 청년들에게까지 대거 기회를 허용하면서 울트라 ‘짬뽕청년잡탕정당’이 되었고, 정당과 청년사이의 안 좋은 감정만 확인하는 꼴이 되었다. 민주당이 청년비례로 청년들의 관심과 표를 모아보려 했던 묻어가기 전법은 서로에게 많은 상처가 되었다.
셋째, 여성 15% 의무공천? 민주당내 여성분들, 그 안에 2030이 몇 명인데요? 이번 19대 총선의 기획이 시작되면서 여성 15%공천의무화를 두고 당내외적인 갈등이 많았다. 지역구에 공천을 신청수의 거의 대다수가 15%의무의 수혜자가 되면서 사실상 그 의미가 퇴색되어버리거나, 실력으로 검증받는 것이 아닌 의무제는 공당으로서의 위력을 보여줄 수 없는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여성의 정치참여가 많이 확대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지만 앞뒤를 자르고 15%의무공천은 뒷말이 무성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민주당여성위원회 역시 2030이 거의 없다시피 하고, 그나마 민주당의 평균적 진보의식보다 앞서나가는 여성정치인분들 역시 자신들의 자리지킴만 관심이 있을 뿐 여성청년을 발굴하고자 하는 노력이 전혀 이루어 지고 있지 않다. 새누리당의 손수조가 부럽다.
민주당이 늙어가고 있음을 반영하는 기류는 만45세 이하를 청년으로 구성한다는 규정에도 불구하고 실제론 2030은 거의 없이 40~45세가 대부분인 청년위원회와 닮아 있기도 하다. 여성위원회는 여성들의 사회상이 투영되어 학업과 취업, 그리고 가정주부 혹은 맞벌이 때문에 어쩔 수 없고, 자녀들로부터 독립하는 시기부터 정치참여가 가능하다고 선을 그어놓은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도다. 키워지는 정치새싹이 없으니 결국 충원은 항상 외부에서 한다.
덕분에 시민사회에서 여성운동이나 노동운동, 사회변혁운동을 하던 여성지도자가 영입되어 배지를 달거나 당 여성정치의 중심을 이룬다. 영입된 자들이 민주당에 애정을 갖고 민주당 스스로가 후세대를 낳고 키우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것도 어쩌면 이해가 갈만도 하다. 민주당이 이러는 동안 당에서 학생 때부터 정당에 참여하여 희생과 활동을 하는 일은 바보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하기야 정당경력은 외부에서 스펙도 되지 않거니와, 그렇다고 민주당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문화도 아니기 때문에 인생으로서는 막대한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여성위원회가 스스로 여성정치인을 키우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서는 여성의 15%의무할당과 같은 제도는 아줌마, 할머니들의 고집의 다름 아니다.
민주당은 과연 공천혁명을 하고 있나


▲ 민주통합당 강철규 공심위원장과 공천위원들이 2일 오후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공천심사를 재개하고 있다. 강 위원장을 지난 29일 예정돼있던 공천 중간 결과 발표를 위한 기자회견이 당에 의해 돌연 취소된 사태 등에 반발해 공천심사 중단을 선언했었다.pjh2035@news1.kr

넷째, 공천혁명! 민주당은 준비되지 않았다. 이거 왜 이러셩. 민주당 공심위가 꾸려지고 활동에 들어 간지 몇 주가 지났다. 공천은 속속 이루어지고 있지만 혁명은 전혀 이뤄지고 있지 않다. 이것이 민주당의 반사이익을 흔들려는 의도라면 꿋꿋이 가야겠지만, 반사이익마저도 깎아먹는 수준으로 가고 있기 때문에 그 우려가 예사롭지 않다. 민주당이 새누리당 친이계의 이재오 공천여부를 두고 일어나는 불협화음에 소리를 낼 처지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공천개혁을 외치면서, 확정된 후보의 80%이상이 현역의원이고, 이중엔 인성적, 역사적, 당파적, 이념적인 문제가 다분한 후보들이 상당수 끼어있는 것을 보니 이 역시도 구호뿐, 껍데기 유지에 급급한 민주당의 저급한 행태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더구나 민주당에 상처를 주었던 철새정치인들까지 여과 없이 받아재끼니 잡탕정치의 교과서가 되는 것을 자임하면서, 향후 수틀리면 민주당을 떠나버릴 사람들에게 관대함을 베풀고 있다.
민주당이 준비되지 않은 요소는 여러 곳에서 발견된다. 특히 중요한 포인트가 야권연대라고 하는 수단이었다. 1월15일 전당대회에 앞서 당대표경선에 나선 모든 후보자들이 첫 번째 사안으로 이야기 했던 것이 야권 단일화의 밀알이 되겠다고 한 것이었다. 반 새누리 전선을 긋고 1:1구도를 통해 일종의 연정을 하자는 것이었다. 그런데 한명숙 대표와 지도부는 모질게 야권연대를 밀어붙이지 못하고 있다. 통합진보당에서 제시한 8+12안을 점차로 깎아내면서 5석도 양보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애초에 이렇게 할 거면 공약을 하지 말던지, 자기말도 지키지 못하는 정당이 되어버린 것이다.
야권단일화의 가장 중요한 원칙 첫 번째는 FTA폐기였다. 이 역시 한명숙대표가 재재협상으로 물러서면서 야권연대의 먹구름을 등장시켰다. 정치인의 중요한 덕목은 타협과 화합능력이다. 애초에 FTA를 추진했던 민주당이 정부가 바뀌어 추진되고 비준된 것에 대해 반대 입장을 내놓는 것도 웃기는 일이지만, 그것을 다시 입장을 바꾸어 폐기까지는 아니다라는 입장의 모순 속에서 과연 어느 누가 민주당의 말을 신뢰하겠는가.
원칙과 신뢰, 특권과 반칙이 용납되지 않는 사회를 만들고자 했던 것이 노무현 대통령의 뜻이었고, 이것을 실현하고자 노력해왔던 것이 노무현의 삶이었다. 필요하다면 사과하고 타협에 나서 화합을 이룰 수 있어야 한다. 민주당의 리더십은 점점 침몰로 향해 가고 있다. 새누리당의 삽질 속에 민주당이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라는 실낱 같은 희망을 버리고, 민주당의 무기를 만들어라. 그 무기가 없는 지금의 민주당은 준비되지 않은 것이다. 민주당의 다음을 어떻게 채워나갈지 지금부터 자문자답해보라. 민주당의 아저씨 아줌마들만 가지고 있는 기득권의 무게가 얼마나 무겁고 무서운지, 청년들은 그것을 들어낼 엄두도 못 내고 있다. 친노를 지켰던 인사들을 총선에서 살려주는 것이 민주당의 정신을 지키는 일이 아니다. 당이 잘못 갈 때 거긴 길이 아니니 가지말자고 말하고, 의리를 지켜야 할 때 칼베임당하며 같이 의리 지킨, 민주당의 정신을 사랑하는 자들을 공천하는 것이 맞다.
민주당을 채우고 있는 사람들은 사랑의 가치를 너무 등한시 하고 있다. 지금이라도 민주당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만나라. 그리고 키워내자.
대체 알만한 분들께서 왜이러시나.

2012년 2월 27일 월요일

문재인이 불쌍하다


이글은 프레시안 2012-02-27일자 기사 '문재인이 불쌍하다'를 퍼왔습니다.
[정희준의 '어퍼컷'] 지겹다, 386!

24일 민주통합당의 2차 공천자 발표를 본 나의 반응은 한 마디로 "에라이~"였다. 54명의 명단을 보면 486(386), 친노, 전·현직 의원들이다. 여기서 제외되는인물이 있다면 그것은 아버지 이용희 의원의 지역구를 물려받는 '(아버지 잘 만난) 정치 신인' 이재한 후보 정도가 아닐까 싶다. 두 마디로 '기득권 나눠먹기'다.

30개 선거구 가운데 27곳에서 현역 의원이 다시 공천을 받았으니 재공천율이 무려 90퍼센트다. 실질적으로 정치 신인은 단 한 명도 없다. 1차 발표 때도 정치 신인은 찾기 힘들었고 당선 가능성이 있는 지역구에는 전무했다.

그동안 민주통합당은 공천의 잣대로 '정체성'을 꼽았다. 그럼에도 세습 공천의 주인공인 이재한 후보뿐 아니라 자유선진당을 탈당해 (그냥 온 것도 아니고) '돌아온' 철새 정치인 이상민 의원도 공천을 거머쥐었다. 그는 2008년 18대 총선을 앞두고 열린우리당 공천에서 배제되자 자유선진당의 품에 안긴 귀순용사인데 이번에 '역귀순'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세상에!) 한나라당과 무소속을 오간 바 있는 송훈석 의원도 경선의 기회를 잡았다.

심지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재판 중인 임종석 사무총장과 제일저축은행 금품 수수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이화영 전 의원도 단수 후보로 확정됐다. 이제 또 다른 철새 김창수 의원, '청목회' 사건의 최규식 의원, 교비 횡령 혐의의 강성종 의원이 공천 받을 가능성도 없지 않아 보인다. 이쯤 되면 '×맨 김진표'가 낙천하면 이상할 정도다.


새누리당보다도 못한 민주통합당?

적어도 수도권에서 2040은 현재의 야권에 압도적 지지를 보낸다는 사실이 지난 서울시장 선거에서 증명이 됐다. 7대3 아니면 8대2다. 이렇게 젊은 세대의 열렬한 지지를 받는 야권이지만 특히 민주통합당은 거꾸로 가는 게 아닌가 싶다. 아니, 오히려 한나라당보다도 더 늙은 정당이 아닌가 싶다. 민주통합당이 노쇠한 정당이라는 사실은 이번 총선 준비와 공천과정이 완전무결하게 증명하고 있다. 특히 민주통합당이 기득권을 절대 놓지 않는 수구 세력이라는 것도 드러났다.

과거의 한나라당과 그 전신인 민자당(민주자유당), 신한국당은 '공천 학살'을 서슴지 않았다. 그리고 자신들의 노쇠함과 수구 이미지를 타개하기 위함이겠지만 '젊은 피'를 수혈했고 이들에게 당선 가능성이 큰 곳을 나눠줬다. 특히 전민련(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 민청학련(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 민통련(민주통일민중운동연합), 민중당 활동을 하며 제적되고 구속됐던 인물들, 즉 반독재 민주화 투쟁의 최전선에 섰던 '빨갱이 같은' 인물들까지도 끌어들였다. 이렇게 해서 이재오, 김문수 같은 이들을 지금의 '대선 주자급'으로 키웠고 지금은 진보 진영으로 귀순한 김부겸, 김영춘 등도 중견 정치인으로 키웠다.

지겹다 386

한나라당은 노쇠한 정당이 맞지만 30대의 젊은 정치인들을 찾았고 또 키웠다. 그리고 이들의 이러한 노력은 꾸준했다. 16대엔 남경필, 원희룡이 있고 17대엔 김세연과 김희정을 공천하는 파격을 보였고 18대엔 홍정욱, 김동성, 강용석을 배출했다. 지금은 문대성 국제올림픽위원회 선수위원(동아대학교 교수)가 거론되고 특히 부산 사상구에 출마하는 문재인 노무현 재단 이사장의 맞상대로 무려 스물일곱 살의 손수조 후보를 아예 당 차원에서 띄워주고 있다.

민주통합당의 경우 16대와 17대 때 이른바 386 세대를 끌어들인 뒤 후속 세대 배출이 거의 막혀버렸다. 작년 10·26 보궐 선거 이후 민주(통합)당은 젊은 세대를 끌어들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정작 자신들의 점점 늙어가는 모습엔 개의치 않고 있다. 특히 386 정치인들은 지금 486이 되어 있음에도 자신들을 이을 후배들을 전혀 키우지 않았다. 그렇다. 아직 40대로 팔팔한 자신들이 오래 정치판에 남아있기 위해서라도 더 팔팔한 경쟁자를 만들 필요가 없는 것이다.

'586'이 될 때까지 해먹으려고 하나


▲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프레시안(최형락)
16대 때 국회에 진출한 386은 지금 486이 되었고 이들 거의 대부분은 곧 586이 된다. 그러나 497(40대, 90년대 학번, 70년대 출생)도 보이지 않고 308은 꿈도 못 꾸는 상황이다. 60년대 운동권이 후배들을 키워 70년대 운동권을 만들었고 그 70년대 운동권이 또 80년대 운동권을 배출해 이들을 스타로 만들었지만 한국의 진보 세력은 80년대 인물들에서 멈춰버렸다. 대학교 운동권도 명맥이 끊겼다.문제는 앞으로도 이들 486 세력이 진보의 아이콘인 양 계속 스스로를 내세우며 줄기차게 해먹을 태세라는 점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 문제가 중앙의 정치무대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서울을 제외하면 가장 큰 세력을 형성하는 부산의 진보 진영도 마찬가지이다. 스스로 얼마나 늙었는지 전혀 깨닫지 못하고 있다. 젊은 세대와 불통 정도가 아니고 2030과는 완전히 따로 노는 집단이다. 나이 50 먹은 사람이 막내다. 그럼에도 젊은 세대가 중요하다고 말하는 모습을 보면 기가 막힐 노릇이다.

작년 말부터 문재인 이사장이 거대한 바람을 일으키며 등장하자 부산의 진보 세력이 모이기 시작했고 세 규합에 나섰다. 그런데 그 세력은 1980년을 전후해 대학을 간 부산대 운동권 출신들과 그 주변 사람들에 머무른다. 요즘 말로 '1촌'을 넘어서지 못한다. 당연히 절반이 '흰머리'들이다. 한 지인이 문재인 이사장과 그들의 모임에 갔다 온 후 이렇게 말했다.

"그 사람들 틈에 문재인 이사장이 앉아있는 모습이 참 안 돼 보이데…."

개혁과 쇄신에 있어서 새누리당보다도 못한 민주통합당을 보며 진보의 미래가 참 암담하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특히 이번에 공천을 독식한 486들, 나중에 586이 되면 달라질까. 이제 후배도 좀 키우고 나눠먹는 습관도 길렀으면 한다.



/정희준 동아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