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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6월 15일 금요일

[사설]원로목사의 ‘세습 회개’, 교회혁신 계기돼야


이글은 경향신문 2012-06--14일자 사설 '[사설]원로목사의 ‘세습 회개’, 교회혁신 계기돼야'를 퍼왔습니다.

재벌가의 세습이 여론의 비판을 받는 까닭은 경영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자식들이 단지 아버지의 핏줄을 타고 태어났다는 사실만으로 국가경제에 큰 영향을 끼치는 대기업의 최고의사결정권자가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들이 아버지의 담임목사 직을 물려받는 ‘교회 세습’은 어떤 의미에서 재벌의 세습보다 더 위험하다고 할 수 있다. 신도들의 것이 돼야 할 교회 재산을 목회자 일가가 사유화하게 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이른바 언약(言約)공동체로서의 교회의 근본을 뒤흔드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국내의 대표적인 대형교회인 서울 충현교회의 김창인 원로목사가 아들에게 담임목사 자리를 물려준 ‘교회 세습’이 잘못된 일이었다고 공개 회개한 것은 세습을 포함한 온갖 문제를 안고 있는 한국교회를 향한 고심어린 충정이라고 할 만하다. 올해 95세의 김 원로목사는 엊그제 경기도 이천시의 한 교회에서 열린 모임에서 “성직자의 기본 자질을 갖추지 못한 아들 김성관 목사를 무리하게 담임목사로 세운 것은 일생일대의 실수였으며 하나님 앞에서 큰 잘못을 저질렀음을 회개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고 한다. 그는 또 “충현교회가 회복되는 것이 나의 마지막 사명”이라고 밝힌 뒤 아들 김 목사를 향해 “4월20일로 은퇴연령 70세가 지났으므로 임기연장 등을 꿈꾸지 말고 즉각 물러나라”고 촉구했다는 것이다. 

현재 목사직 세습은 적잖은 교회에서 하나의 불문율처럼 굳어지고 있다. 교회재산 1조원을 헤아린다는 충현교회에서 1990년대 후반 세습이 이뤄진 뒤 광림교회, 소망교회 등 서울 강남의 대형교회들이 그 뒤를 따랐다. 이러한 ‘세습 광풍’은 마침내 전국 각지의 일부 중소교회로까지 확대됨으로써 교회는 신앙공동체가 아닌 ‘부자(父子)공동체’로 전락하기에 이른 것이다. 

우리는 교회 세습이 세습 그 자체로 끝나지 않고, 갖가지 사회문제를 낳는다는 사실에 우려한다. 세습 과정에서 불거진 갈등으로 교인들끼리 칼부림을 하는가 하면, 세습을 반대하는 목소리는 어떤 비판도 용납하지 않는 교회 ‘당권파’들에 의해 묵살되고 교회 밖으로 축출당하게 되는 것이다. 과도한 정치개입, 타 종교에 대한 적대적 배척과 천시 등의 행태도 세습을 통해 형성된 자기중심적 오만함과 무관하지 않을 터이다. ‘낮은 데로 임하라’는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과는 정반대로 가고 있는 한국교회들이 김 원로목사의 이번 공개 회개를 자신의 과오를 뉘우치고 스스로를 전면 혁신하는 계기로 삼기를 기대한다.

2012년 3월 2일 금요일

평창 땅 투기 올림픽, 배가 아프십니까?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3-01일 기사 '평창 땅 투기 올림픽, 배가 아프십니까?'를 퍼왔습니다.
이른바 사회지도층이 그토록 평창올림픽 유치에 목을 맨 이유가 밝혀졌다. 일부 언론에 따르면, 2018년 동계올림픽이 열릴 평창 지역의 매매동향을 확인한 결과 지난 10여 년간 평창 지역의 땅을 사들인 사람들은 대부분 재벌가, 전·현직 고위공직자, 대기업 임원 등이라 한다. 이들 중 상당수는 농지법을 어기면서까지 토지를 매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미 평창지역 토지의 80% 가량이 외지인 소유라는 충격적인 사실도 이참에 알려졌다.

평창지역에 토지를 매입한 사회지도층은 구구한 변명을 늘어놓고 있지만, 이들의 변명을 그대로 믿을 어리보기는 없다. 이들이 평창에 토지를 매입한 까닭은 매우 자명하다. 토지의 소유 및 처분을 통해 발생하는 토지불로소득을 노린 것이다. 이들의 의도와 실행은 주효해 토지를 매입한 사람 가운데 일부는 이미 10배 가량 가격이 폭등한 토지를 소유하고 있다 한다. 

비용의 사회화, 이익의 사유화 평창지역에 투기목적으로 토지를 매입한 사람들은 지금 희희낙낙하고 있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헐값에 매입한 토지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으니 말이다. 매도 타이밍이라고 생각되는 시점이 오면, 이들은 토지를 매각해 엄청난 불로소득을 수취할 것이다. 그런데 이들이 매입한 토지가격은 왜 계속 상승하는 것일까? 어리석은 질문이지만, 평창에 동계올림픽이 열리기 때문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평창올림픽 준비를 위해 평창에 대규모 투자가 되고, 각종 사회적 인프라가 구축되며, 사람들이 모여들기 때문에 토지임대료(지대)가 상승하고, 결과적으로 토지가격이 올라가는 것이다. 평창에 투자되는 재원 대부분은 물론 국민들의 세금이다. 또한 벌써부터 평창에 과잉토건투자가 이뤄진다는데 대한 우려, 동계올림픽이 끝난 이후 평창이 공동화될 것이라는 염려가 팽배하다. 자칫하면 평창올림픽이 공공부문에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지울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이다. 하지만 평창 지역의 토지에 투기를 한 사람들은 비용은 사회화하면서 이익은 고스란히 사유화하는 마술을 보일 참이다. 

보유세가 해법이다  남 보다 앞선 정보와 자금을 이용해 토지 투기를 하고 이를 통해 엄청난 부를 축적하는 사회지도층의 행태에 쐐기를 박을 묘방은 없는 것일까? 있다. 토지보유세가 바로 그것이다. 토지투기는 심심해서 하는 것이 아니다. 토지투기는 불로소득을(지대 및 토지매매차익)노리고 이뤄진다. 따라서 토지투기를 근본적으로 차단할 비법은 토지불로소득을 환수하는 것이며, 이를 위한 최적의 해법이 토지보유세다. 

토지보유세는 '자본화 효과(capitalization)' 혹은 '보유비용효과'를 발생시켜 투기적 가수요를 강력히 억제한다. 토지를 보유하는데 따른 비용이 무거워짐에 따라 토지가격도 낮아지는 효과가 발생하는 것이다. 다른 조건이 동일할 때(ceteris paribus) 토지보유세가 현실화되면 토지불로소득을 노린 투기적 가수요는 크게 줄어들게 된다. 토지보유세만으로 토지시장을 안정시킬 수는 없지만, 토지보유세 없이 토지시장을 안정시킬 수는 없다. 토지보유세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다른 정책수단으로 토지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토지시장 및 토지가격 형성의 메커니즘에 대한 이해가 모자란 탓에 그런 주장을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토지보유세는 투기억제 기능만 수행하는 것이 아니다. 토지보유세는 모든 세금 가운데 가장 우수한 세금이다. 토지보유세는 흔히 공평성과 효율성을 전부 충족시키는 세금으로 평가된다. 토지보유세는 대표적인 불로소득인 토지불로소득에 과세한다는 점, 비싼 토지를 많이 가진 사람이 더 많은 보유세를 부담한다는 측면에서 공평하며, 전가되거나 토지공급을 줄이지 않는다는 등 다른 세금과는 달리 경제에 전혀 부담을 주지 않는다는 측면에서 효율적이다.

강호동씨는 평창에 소유한 토지로 인해 엄청난 여론의 지탄을 받았다. 그나마 강호동씨는 연예계 잠정은퇴를 선언하고 자신이 소유한 평창토지를 사회에 기부하는 책임있는 자세를 보여줬다. 구차한 변명에 급급한 자칭 타칭의 사회지도층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평창에 투기목적의 토지를 구입한 사람들은 비난받는 것이 맞다. 하지만 비난 보다 중요한 것은 제도 개선이다. 토지보유세의 정상화가 제도 개선의 출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