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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0월 17일 수요일

경제사범' 이건희·정몽구, 미국에서였다면…


이글은 프레시안 2012-10-16일자 기사 '경제사범' 이건희·정몽구, 미국에서였다면…'을 퍼왔습니다.
[이권경제에서 혁신경제로 ⑪] 금융업 개혁 방안

국제금융과 에너지 관련 사업을 하는 박창기 (주)엔오푸스 대표가 기고한 글입니다. 박 대표는 서울대학교 식물학과를 졸업하고 제일제당에 15년간 재직했습니다. 이 15년 중 8년은 런던과 뉴욕지점에서 근무했습니다. 1999년 증권정보 제공 인터넷 기업인 (주)팍스넷을 창업해 4년간 경영했고, 그 후 다양한 분야의 투자 관련 일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브이소사이어티 창립 주주이며, 희망제작소 이사를 역임했습니다. 박 대표는 이권이 지배하는 경제를 극복하고 혁신경제로 나아가야 경제가 발전하고 국민이 행복해진다는 주제의 책을 쓰고 있습니다. 이 글은 조만간 발간될 책에 수록될 예정입니다.

금융산업을 보는 시각

현대 자본주의 경제에서 금융산업은 중요한 기능을 한다. 그런데 우리의 짧은 자본주의 역사에서 금융업은 실패를 반복해왔다. 이권은 사유화했고 실패하면 손실은 국민들에게 떠넘겨왔다는 비난을 받기도 한다. 개발독재시대에는 국민 대다수가 알뜰하게 모은 저축을 독점한 은행 돈을 정치권이 재무부를 동원하여 재벌들에 몰아주었다. 일반국민들은 대출 받기가 매우 어려웠다. 당시에는 물가상승률이 매우 높았고 이자는 상대적으로 쌌으므로 대출을 받는 것은 일종의 특혜였다.

이 돈을 허투루 쓴 재벌들이 망하면서 1997년 외환위기가 터져서 수많은 금융기관들이 파산하고 수십 개의 재벌그룹들이 해체되었고 그 손실은 국민에게 떠 넘겼다. 조흥은행, 한일은행, 제일은행, 서울은행 등 거의 대부분의 상업 은행들이 망하며 국민들의 혈세를 투입해야 했다. 이익이 생길 때는 소수의 이권집단들이 가져갔고 손실이 생기니 국민 전체에게 부담시킨 것이다. 가계대출에 주력한 주택은행과 국민은행이 살아남았고, 신설된 은행이었던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이 화를 면했다.

1997년 외환위기의 결과 IMF를 내세우고 들어온 유대인 자본인 조지 소로스와 골드만삭스가 제일 먼저 요구했던 것이 은행에 대한 외국인 소유지분 규제를 없애달라는 것이었다. 미국 투기자본의 대표격인 골드만삭스가 첫 번째 투자대상으로 삼은 것이 국민은행이었다. 정작 그들이 한국의 최대 은행의 대주주로서 경영에 간여하면서 금융산업을 선진화시켰다는 증거는 찾기 어렵다. 과거에는 수많은 국민들의 푼돈을 모은 자금을 산업자본에 빌려주어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기여했으나, 골드만삭스가 경영권을 장악한 후에는 손쉽고 위험이 적은 부동산 담보 대출 등 개인 상대 대출에 치중했다. 그리고 이익을 많이 내어 주주에게 배당을 많이 해주는 것을 경영의 최고 목표로 삼았다.

결과적으로 골드만삭스가 수조 원의 이익을 외국으로 가지고 빠져나가게 도와주었으며, 그들이 경영하는 동안 주택담보대출과 개인대출을 늘리는 바람에 아파트 값을 올려놓고 가계부채 문제를 키웠다. 이들은 미국 등 선진국처럼 20~30년간 원리금을 함께 상환하는 고정금리 모기지상품은 소홀히 하고, 이자만 내다가 한꺼번에 갚아야 하는 변동금리 방식의 융자상품을 주로 영업하여 주택시장 버블을 키워서 후유증을 만들었다. 이제는 주택담보대출의 질서를 건강하게 바꾸어야 한다. 우리도 20년 이상 장기, 원리금 분할상환, 고정금리 위주로 주택금융제도를 바꾸어야 한다.

은행업에선 국내시장을 적당히 나누어서 과점하여 예대마진, 송금수수료, 펀드 판매수수료 등을 챙기며 담합이 일상화되어 있다. 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합병과 대형화는 리스크는 커지고 과점은 강화되므로 좋은 방향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은행들도 경쟁을 해야 금융소비자의 복리가 늘어난다. 이권경제에서 경쟁이 치열한 요소경제로 전이시켜야 하며 국제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혁신요소를 개발해야 한다. 은행 분야의 이권을 줄여나가려면 은행의 설립요건을 완화하여 꾸준하게 새로운 경쟁자가 진입하도록 해야 한다. 또한 새로운 창조적인 경쟁자가 진입하도록 허용해야 한다. 예를 들면 점포를 두지 않는 온라인은행 같은 것이다.

안철수 후보가 '재벌은행'에 참여했다고 해서 논란이 된, 브이소사이어티가 주도한 온라인은행의 설립에 대해서 살펴보자. 금융 관련 소프트웨어기업의 대표로서 브이뱅크 설립에 간여했던 나는 이 은행이 우리나라 금융산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확신했다. 2001년 당시 우리가 추진하던 브이뱅크는 작금에 정치권에서 왜곡하여 선전하는 '재벌은행'과는 거리가 멀다. 재벌과 벤처기업들을 포함한 수십 개의 5% 이하의 주주들이 참여하는 혁신적인 은행으로 기획되었다.

당시 미국과 유럽 그리고 일본에서 무점포 온라인은행들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었고, 우리나라는 현금지급기 보급이 많고 모바일뱅킹이 발달하여 여건이 매우 좋았다. 정보통신 전문가들이 많았던 브이소사이어티 회원들이 일하는 회사 중에는 온라인은행을 성공시키는 데 필요한 요소를 가진 곳이 많이 있었다. 비싼 임대료를 내는 점포를 줄이고 정보통신 기술을 이용하여 인건비도 줄여서 고객들에게 높은 예금이자를 지급하고 낮은 이자율로 소액대출과 중소기업 대출을 하고자 했던 것이 브이뱅크의 목표였다.

이러한 시도는 금융실명제법을 빙자한 관료들의 복지부동을 극복하지 못하고 좌절되었다. 금융실명제법에 따르면 계좌를 개설하는 본인이 직접 점포를 찾아와서 주민등록증을 제시하고 본인확인을 해야만 했다. 사실 정보통신의 발달로 공인인증서를 이용하면 본인 확인이 가능하고, 시대가 바뀌었기 때문에 금융실명제법을 개정해서라도 이런 혁신경제를 키우는 것이 국민경제에 도움이 된다. 많은 사람들이 좋은 의도로 혁신사업을 시도했으나, 당시 기득권을 가진 은행권과 이권을 나누어주는 것을 자신들의 고유권한이라고 생각하는 '모피아' 관료들의 성채는 너무 높았다. '모피아'의 정신세계는 아직도 "관(官)은 치(治)하기 위해 존재한다"(현재 금융위원장으로 재직 중인 김석동 씨가 재정부 금융정책국장으로 일하던 2003년 카드사태 당시에 한 발언)는 봉건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금융업들도 이권산업적인 성격이 강하다. 저축은행업, 보험업, 신용카드업, 증권업 모두 정부의 인가가 필요한 사업이다. 허가를 받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이권이다. 수많은 국민들의 돈을 모아서 굴릴 수 있기 때문이다. 2003년 카드대란 사건 당시 삼성카드와 LG카드를 포함한 대다수의 신용카드 회사들이 파산 위기에 몰렸다. 결국 대규모의 공적 자금이 파산에 직면한 신용카드 회사들에게 투입되었다.

2012년 현재 진행되는 저축은행 사태도 이권을 장악했던 대주주가 금융감독 관료들과 정치인에게 이권을 적당히 나누어 주면서 무리하게 경영한 결과 수십만 명의 예금자들이 피해를 보게 된 것이다. 심지어는 대통령의 형 이상득 씨와 대통령의 최측근 최시중 씨 그리고 박영준 씨가 이들의 범죄행위를 도왔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1위부터 5위까지 모두 포함하여 20개 저축은행이 파산했고 부실화되어 예금보험공사가 투입해야 되는 자금 규모가 무려 20조 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연합뉴스

금융범죄자는 금융회사 주요 주주가 되지 못하게 해야

금융감독 체계를 근본부터 바꾸어 저축은행 같은 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우선적으로 취해야 할 조치는 금융범죄자들이 금융회사의 주요 주주가 되는 것을 금지하는 법을 만들어 집행하는 일이다. 미국의 경우 은행 설립은 자유롭지만, 주요 주주의 자격심사는 매우 까다롭다. 연방수사국(FBI)까지 간여하여 엄격하게 심사한다. 기존의 주요 주주가 금융범죄를 저지르면 주식을 강제로 매각해야 한다. 미국에서였다면 여러 경제범죄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이건희 회장이나 정몽구 회장은 삼성생명이나 현대캐피탈의 주주와 이사의 자격이 박탈된다.

증권업계도 국내에만 갇혀 있어 후진적이며 국민경제에 부담을 주는 경우가 많다. 개인투자자들의 절반은 1년 이내에 투자손실을 보고 주식시장을 떠난다. 지나치게 투기적인 선물옵션시장에서 수수료 수익을 얻는 데 급급하며 투자자들이 손해 보는 것은 별로 개의치 않는다. 증권업계는 우리 경제의 위상에 맞게 투자은행 기능과 자산운용 기능 그리고 국제사업능력을 강화해야 한다.

보험업도 대표적인 이권사업이다. 보험업의 핵심적인 기능은 위험을 사회적으로 분산하는 장치로 사망, 사고, 질병 등이 발생했을 때 요긴한 보장성 보험이 중요하다. 또한 고령화가 심화되면서 연금보험도 중요해졌다. 2011년 말 기준 생명보험사의 총 자산규모는 442조 원이고 2010년도 연간 총 수입보험료는 83조 원이며 연간 지급된 보험금의 규모는 53조 원에 이른다. 이처럼 어마어마하게 큰 보험료 중 사업비가 얼마나 많은지, 중도해지 비율이 얼마나 많은지, 중도해지 환급금이 얼마나 작은지, 통계를 자세하게 밝히도록 하여 보험소비자들을 보호하는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보장성 보험 외에 저축성 보험을 지나치게 많이 팔기 때문에 부작용이 크다. 2년 이내에 해약하는 비중이 매우 높고 이때 환급 받는 금액이 너무 적어서 피해를 보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우리나라의 보험시장은 라이선스를 가진 삼성, 한화, 교보 등 소수가 과점하고 있으며 서민들은 지나치게 많은 돈을 보험료에 쓰고 있다. 사설의료보험은 국민의료보험에 비해서 비용이 많이 들어가서 낭비적이다. 아는 사람의 권유에 마지못해 보험에 가입한 후 후회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저축성 보험은 은행예금에 비해 수익률이 낮다. 보장성 보험은 외국에 비해 매우 비싸다. 소비자 보호라는 관점에서 보장성 보험과 저축성 보험을 혼합한 상품을 금지하는 방안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보험은 원래 목적대로 보장성 보험을 중심으로 사업하도록 해야 한다. 이 문제만 해결해도 서민의 가계경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1989년 보험업을 국제자본들에게 개방하여 푸르덴셜 등이 국내영업을 시작하였고 1999년 외환위기 이후에는 알리안츠 생명 등 여러 외국계 생명보험회사들이 한국에 진출했다. 그러나 외국계 보험회사들은 한국 보험시장의 후진성을 극복하는 혁신적 사업자로서 역할은 크지 않았고, 한국 생명보험회사의 관행에 편승하여 이권을 챙기는 데에 열중했다.

신용카드는 모든 상점에서 강제로 받아야 하므로 이미 국가의 화폐와 같은 지위를 획득했다. 그런데, 소매점에서 지불수단에 대해서 2~3%의 수수료를 내야 한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이다. 음식점이나 편의점 등 자영업자들의 경우 매출에서 재료비와 인건비 임차료 그리고 인테리어 비용과 자기인건비를 뺀 마진은 10% 이하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중에서 3%를 카드회사가 가져간다는 것은 총 마진의 30% 이상이 국가가 강제하는 지불수단 때문에 비용으로 발생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만약 소매사업자가 카드를 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면 모르겠지만, 받지 않는 것이 불법인 상황에서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대전제인 계약의 대등성의 원칙에도 위배된다. 소매점의 수수료를 1% 이하로 낮추고, 카드를 씀으로써 외상구매와 같은 혜택을 보는 소비자가 회비 등을 내게 하는 것이 타당하다. 이 조치는 우리나라의 취약계층인 자영업자들에게 큰 환영을 받을 것이다.

 /박창기 (주)엔오푸스 대표

2012년 10월 12일 금요일

북핵보다, 쓰나미보다 무서운 '이것'을 아시나요?


이글은 프레시안 2012-10-12일자 기사 '북핵보다, 쓰나미보다 무서운 '이것'을 아시나요?'를 퍼왔습니다.
[이권경제에서 혁신경제로 ⑧] 혁신경제의 원리와 혁신질서 패러다임 (3)

국제금융과 에너지 관련 사업을 하는 박창기 (주)엔오푸스 대표가 기고한 글입니다. 박 대표는 서울대학교 식물학과를 졸업하고 제일제당에 15년간 재직했습니다. 이 15년 중 8년은 런던과 뉴욕지점에서 근무했습니다. 1999년 증권정보 제공 인터넷 기업인 (주)팍스넷을 창업해 4년간 경영했고, 그 후 다양한 분야의 투자 관련 일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브이소사이어티 창립 주주이며, 희망제작소 이사를 역임했습니다. 박 대표는 이권이 지배하는 경제를 극복하고 혁신경제로 나아가야 경제가 발전하고 국민이 행복해진다는 주제의 책을 쓰고 있습니다. 이 글은 조만간 발간될 책에 수록될 예정입니다. (편집자 주)

대규모 전기 사용자들에 대해 누진세율을 적용하자


우리나라는 산업용 전기소비가 유독 많다. 전기를 많이 쓰는 기업들의 현황을 아래 표에서 보면, 상위 10개 기업이 전체 전기의 10% 이상을 소비한다. 이 회사들의 전기비용의 원가 부담을 보면 삼성전자, 포스코, LG디스플레이 등은 매출액에서 전기요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1.3% 이하여서, 전기 가격에 50%의 세금을 부과하여도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전기를 이용하여 금속을 제련하는 회사들의 제조원가에서 전기가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높아서 현대제철은 6.3%, 고려아연은 5.6%, 동부제철은 3.7%이므로 큰 영향을 받는다.

ⓒ박창기

이 회사들은 다른 나라의 경쟁회사들에 비해 싸게 전기를 씀으로써 큰 이익을 보아왔다. 한국의 두 배가 넘는 전기요금을 내고 있는 일본의 재계에서는 한국 정부가 산업용 전기요금에 지나친 특혜를 주는 것은 불공정행위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사실상 국민들이 이들에게 보조금을 준 셈이다. 과연 앞으로도 이런 기업에 계속 특혜를 주어야 하는지 국민들의 의견을 물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다른 OECD국가들에 비해 가정용 전기는 적게 쓰는 편이므로 전기 소비를 줄이려면 산업용 전기 사용을 줄여야 한다.

여기에서 한 가지 따져볼 일이 있다. 핵발전소의 용량은 대체로 1기가와트이고 1년에 약 8000기가와트 정도의 전기를 생산한다(1기가와트×24시간×365일×91%). 앞의 표에서 보듯이 삼성전자, 현대제철, 포스코는 각각 1만1000, 8000, 7000기가와트의 전기를 소비한다. 이 회사들 각자가 핵발전소를 하나씩 쓰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이 회사들은 핵발전소 운영에 따른 위험비용과 폐기물 사후처리 비용, 그리고 해체비용 등을 부담하지 않고 있다.

이들 대규모 전기사용자들은 자체 발전소를 지어서 전기를 충당하는 것이 시장경제논리에 합당하다. 공공적인 성격의 발전소는 다수의 전기소비자들을 모아 규모의 경제를 살려 큰 발전소를 세운 것이다. 한 개의 기업을 위해서 핵발전소 하나를 세운다는 것은 불합리하다. 이미 포스코는 대형 발전설비를 가동하고 있다. 세계적인 추세도 분산형 전력망을 지향하고 있다. 먼 곳의 전기를 끌어다 쓰면 전력손실도 많고 고압선 설치에 따른 환경 파괴도 심각하다. 큰 기업들이 자체 발전소를 세우면 이런 문제도 줄어든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산업용 전기에도 누진세율을 적용하여 자체 발전소 건설과 전기절약을 유도하는 것이 좋겠다. 1년에 1000기가와트 이상을 사용하는 20개 이내의 기업에만 적용해도 상당한 효과를 볼 것이다.

취약한 에너지 안보


우리나라의 에너지 자원 수입금액은 2001년 337억 달러에서 2010년 1217억 달러로 3.6배로 늘어났다. 물량은 1억9300만 석유환산톤(TOE, ton oil equivalent)에서 2억8000만 석유환산톤으로 1.45배로 늘었고 가격은 석유환산 톤당 175달러에서 435달러로 2.5배로 상승했다. 한국은 세계 10대 에너지 소비국이며 미국, 중국, 일본, 독일 다음으로 에너지 수입이 많은 세계 5위의 석유 수입국이다. 석탄과 천연가스의 수입은 세계에서 두세 번째로 많다. 2010년 총수출액이 4664억 달러인데 에너지 수입금액이 1217억 달러였다. 수입한 석유를 가공하여 다시 수출하는 금액은 317억 달러이다. 이를 총수입액에서 뺀 900억 달러 규모를 에너지 순수입액이라고 볼 수 있다. 이는 총수출액의 19%이며 GDP의 9%나 된다.

삼성전자와 포스코의 영업이익률이 10% 내외인 것을 감안하면, 우리나라는 수출하여 만든 이익의 대부분을 석유, 석탄, 가스를 수입하는 데 지출하는 경제구조라고 볼 수 있다. 이것이 우리 국민들이 열심히 일하는데도 잘살지 못하는 결정적인 원인 중 하나이다. 생산활동을 하여 이익이 나면 풍요롭게 사는 데 쓰기도 하고, 미래를 위하여 저축도 하고, 새로운 산업에 투자도 하고, 어려운 사람들의 복지에도 써야 하는데, 이익의 태반을 사우디아라비아와 쿠웨이트 왕족들과 국제석유자본들에 바치는 꼴이다.

2008년에 한국이 외환위기를 겪은 결정적인 원인 중 하나는, 원유가격이 배럴당 145달러까지 올라간 것이었다. 에너지 수입대금이 수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2000년대 초반 20% 수준을 유지하다가 국제유가가 올라가자 2008년에는 무려 33%까지 올라갔다. 이에 따라 외환보유고가 급격히 줄어들자 외국계 은행들이 한국의 외환사정을 불안하게 보았던 것이다. 앞으로도 국제 원유가격 등 에너지 가격이 크게 오르면 우리 경제는 타격을 받을 것이다. 과다하게 에너지 소비가 많은 산업구조를 개혁하지 않으면 우리 경제의 미래는 불안하다.


에너지 문제는 국가의 안전보장과 직결되어 있다. 2차대전을 촉발한 것은 미국과 영국의 독일과 일본에 대한 석유 금수조치였다. 1940년대에 일본이 위험을 무릅쓰고 싱가포르까지 전선을 확대한 것은 석유 수송로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었다. 히틀러의 독일이 아프리카와 중동으로 원정길에 나선 것도 석유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었다. 독일은 석유가 워낙 부족하자 석탄액화기술(CTL, coal to liquid)을 개발해서 버텼다. 이 기술을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사솔(Sasol)이라는 회사가 발전시켜, 인종차별주의로 인해 국제사회로부터 고립된 상황을 견뎌냈다. 2003년부터 2011년까지 참혹하게 진행되었던 이라크 전쟁도, 석유자본의 본산인 텍사스 출신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주도한 석유전쟁이었다.

전력 업계와 4G+i


이처럼 여러 가지 이유로 전기사용량을 줄여야 함에도 우리나라의 전기 사용량은 과거 10년간 81%나 증가했다. 연평균 6.7% 증가한 것이다. 10년간의 평균 GDP성장률 4.2%보다 훨씬 높다. 도대체 시대정신이 무엇인지 모르는 국가라고 비난받아도 할 말이 없는 지경이다. 그렇다면 다른 선진국들과 달리, 우리나라는 전기사용을 늘리는 정책을 고집한 이유는 무엇일까?

여기에도 '이권집단의 사익추구'가 작동한다. 국민 전체의 이익보다는 재벌들의 이익과 전력산업 관계자들의 이익이 관철된 것이다. 이를 4G+i 모델로 설명해보자.

G1 이권장악집단은 둘로 나뉘어 있다. 하나는 싼 전기를 쓰는 재벌기업들이고 다른 하나는 한국전력과 건설회사들이다. 삼성전자,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이익이 큰 이유 중의 하나는 외국의 경쟁자들에 비해 싼 전기를 쓸 수 있었기 때문이다. 두산중공업, 현대건설 등은 발전소 건설사업에서 큰 이익을 만들어온 회사들이다. 2001년 한국전력에서 분리된 5개의 화력발전-–남동, 중부, 서부, 남부, 동서 발전– 회사들과 한국수력원자력의 사장과 임원들의 자리는 정치권과 얽혀 있는 거대한 이권이다. 1년에 40조 원이 넘는 매출과 5조 원에 달하는 발전소 건설 자금에서 파생되는 이권도 어마어마하다. 이들에게는 발전소를 계속 더 짓는 것이 유리하다. 국민 전체에게는 손해이고 그들에게만 유리한 부조리한 이권평형이다.

이들 두 종류의 이권집단들은 낮은 전기 가격을 유지하며 전력소비를 계속 늘리는 데는 이해관계가 일치하지만, 전력 가격인상에 대해서는 이해관계가 상반된다. 2012년 현재 재벌 등 사용자집단과 한국전력 사이에 전기요금을 두고 갈등이 치열하다. 2011년 8월 4.9%와 12월 4.5%로 두 번이나 전기요금을 인상했음에도 한전은 2012년 4월에 13.1% 인상안을 올렸다가 지식경제부에 의해 거부되었다. 그러자 한전은 7월에 다시 16.8% 인상안을 내밀었다. 그러면서 치열한 언론전쟁이 벌어졌다. 전력생산 관계집단에서는 연일 전기요금 인상의 당위성을 언론을 통해서 홍보했고, 전경련과 재벌들은 지식경제부를 앞세워 인상을 저지했다. 이 갈등은 두 개의 이권장악집단 중 어느 쪽이 이권을 더 가져갈 것인가의 싸움이다. 서민가계와 국민경제 전체를 위한 논의가 아니다.

G2 이권비호집단은 지식경제부의 관료들과 수많은 관변학자들 그리고 뇌물과 부조리로 엮여 있는 납품업체들이다. 이들은 이권장악집단에서 흘러나오는 떡고물을 챙기며 이권장악집단을 비호한다. 여기에서 핵심적인 매개체가 '전력산업기반기금'이다. 전력산업기반기금은 전기요금에 3.7%를 부과하여 국민 1인당 3만 원씩 약 1조 5000억 원을 징수하지만 세금은 아니다. 전력기금은 지식경제부의 관료 몇 명이 재량껏 주무르는 2조 2000억 원의 기금이다. 이 기금의 핵심 목적은 신재생에너지 보급과 전력수요관리다. 매출과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인 한전이, 공익적인 성격의 사업을 하기 어렵기 때문에 별도로 분리한 것이다.

그런데 지식경제부가 이 자금을 엉뚱한 곳에 지출하고 있다. 기획재정부에서 발간한 (2011년도 기금현황)에 나타난 자금 집행 항목들을 보면, 원자력에 대한 대국민 홍보 목적으로 원자력문화재단이라는 단체에 95억 원을 지출했다. 원자력 기술 개발에 622억 원, 핵융합에너지 기술 개발에 894억 원을 지급했고 신재생에너지 기술 개발에도 1938억 원을 지급했다. 게다가 전기설비 안전점검에 879억 원, 전기안전관리 홍보에도 25억 원을 지출했고 전문인력 양성이라는 명목으로 231억 원을 지출했다. 어째서 기술 개발과 홍보비용 그리고 설비안전에 관한 비용을 국민들로부터 특수목적으로 걷은 기금으로 쓰는지 납득하기 어렵다. 전 국민에게 모은 돈을 눈먼 돈처럼 나누어준다는 느낌이 든다.

북핵·쓰나미보다 더 무서운 핵발전소 부패 카르텔

또 하나의 이권비호집단은 한전의 고임금 종업원들과 협력업체의 임직원을 비롯한 이권의 수혜자들이다. 발전소를 건설하는 곳마다 임시 룸살롱이 몇 개씩 생긴다고 하니 관련업계의 이권이 얼마나 큰지를 단적으로 말해준다. 핵발전과 관련된 업계에 정비하청, 폐기물처리 자재 납품 등 이권이 짭짤하다는 것은 비밀이 아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한국수력원자력의 임직원 자리다툼이 치열하다. 이권과 연계된 뇌물 상납과 향응의 잔치가 벌어진다. 일본도 이권집단의 원리는 똑같아 이들을 '원자력 마피아'라고 부른다고 한다. 이들 '원자력 마피아'들이 정치자금을 불법적으로 상납해왔다는 것이 밝혀졌다. '원자력 마피아' 같은 구조적인 문제가 없었더라면 후쿠시마 핵사고는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고 본다. 이들 '원자력 마피아'의 대부분은 몇 개 되지 않는 원자력공학과 교수들과 선후배들이 장악하고 있다.

2012년 2월 고리 핵발전소의 전기가 완전히 두절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게다가 이 사고를 은폐하기까지 했다. 사고 원인이 납품업체로부터 뇌물을 받고 불량부품을 눈감아주었기 때문이라는 것이 밝혀졌고 직원 4명이 구속되었다.

이 사고를 보면서 북한의 핵무기나 쓰나미보다 무서운 것이 핵발전소의 뇌물로 얽힌 부패의 카르텔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시스템적으로 여러 겹의 안전장치를 만들었다고 해도 임직원이 뇌물을 받고 불량부품을 쓰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게다가 사고를 은폐하기까지 했다니 끔찍한 범죄이다. 만약 고리 핵발전소에서 큰 사고가 나면 반경 30킬로미터 안에 있는 울산과 부산은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이 될 것이다. 반경 80킬로미터 안에 있는 창원, 포항, 경주, 대구도 위험하다. 환경운동연합이 전문가들과 함께 한 분석에 따르면 고리원전에서 체르노빌 사고와 같은 양의 방사능 누출사고가 생기면 급성사망자가 약 5만 명에 장기적으로 암에 의한 사망자를 85만 명으로 예측했다([연합뉴스] 2012년 5월 21일).

G3 이권추종집단은 이권장악집단과 이권비호집단들이 언론을 이용하여 퍼뜨린 이데올로기에 현혹된 상당수의 국민들이다. 그들의 이데올로기의 핵심 논리는 산업의 경쟁력과 물가안정을 위해 전기 가격을 낮게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핵발전소를 늘려야 싼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핵발전소 건설이 주요한 수출산업이라는 것이다. 이들의 논리는 자기들의 이권을 연장하기 위한 혹세무민일 뿐이다. 물가와 산업경쟁력을 걱정한다면 휘발유와 경유의 세금도 줄여야 한다. 핵발전소의 원가가 싸다는 것도 허구다. 긴 건설기간을 고려하고 폐기물처리와 해체 비용까지 생각하면 결코 원가가 싸지 않다. 비용을 미래세대에 전가할 뿐이다. 수출 전망도 밝지 않다. 핵발전소 산업은 이미 사양산업이다.

G4 침묵대중집단은 한 달에 100킬로와트를 쓰고 약 1만 원 남짓의 전기요금을 내는 대다수 서민들이다. 2011년 기준 주택용 전기요금은 평균 킬로와트당 104원으로 산업용(76.6원)보다 35%나 비싼 요금을 냈다. 한 집에서 500킬로와트를 초과하면 킬로와트당 670원이나 내는 누진제가 무서워 더운 여름밤에도 에어컨을 켜기도 겁을 낸다. 우리 가정은 미국에 비해 27%밖에 쓰지 않고 있고 일본 가정에 비해서도 53%밖에 쓰지 않고 있으면서도, 전기가 부족하니 아껴 쓰라는 정부의 주문 때문에 불편함을 감수한다. 정작 이들이 피해를 보는 것은 비싼 휘발유 때문이다. 엄청난 세금이 붙은 비싼 휘발유를 쓰느라고 비용이 엄청난데, 이것이 산업용 전기 가격을 싸게 하기 위해 전가된 것이라는 복잡한 사연은 잘 모른다.

▲ 고리원전으로부터 30km 영향권 내에는 울산, 부산, 경남 양산·김해 주민 322만 명이 살고 있다. ⓒ환경보건시민센터

전기 생산원가 절감 방법

한전은 전기 가격이 원가에 미치지 못해서 손해가 나므로 전기 가격을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내가 보기에는 방만한 경영이 적자의 핵심 원인이다. 직원들의 평균 연봉이 7000만 원 수준으로 우리나라에서 연봉이 높은 순위 10위 안에 든다. 평균 근로자들의 임금의 2배가 넘는다. 1개이던 회사를 7개로 쪼개어 사장, 임원, 감사 등이 7배로 늘어났다. 사장실과 비서와 운전사와 활동비와 회의비용 등도 엄청나게 늘어났다. 6개의 발전 자회사를 왜 분리해야 하는지 정당성이 부족하다. 우선 6개를 3개로라도 줄여야 한다.

전기 원가를 크게 낮추는 방법으로 수요 관리가 중요하다. 전기가 부족해지면 비싼 연료인 가스나 석유를 써서 전기를 생산하는 바람에 원가가 많이 올라간다. 그리고 공급 부족에 대비하여 발전소를 새로 건설하다보니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것이다. 스마트그리드를 조속히 도입하여, 수요가 많고 공급이 부족할 때는 가격을 탄력적으로 올려서,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전기를 적게 쓰는 스마트 전기절감 시스템을 구축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스마트그리드는 지능형 전력망으로 전력공급자와 소비자가 실시간으로 전기 사용 관련 정보를 주고받음으로써 전기 사용을 최적화할 수 있는 차세대 전력망이다. 일시적으로 전기가 부족해지면 한전이 가격을 크게 올리고, 그러면 가정에서 냉장고를 일시정지하기도 하고, 전기차에 저장되어 있던 전기를 되팔 수도 있는 기술이다.

그리고 에너지저장설비(ESS)를 확장하여 낭비되는 전기를 모았다가 써야 한다. 전기자동차는 전기가격이 싼 밤에 주로 충전하므로 훌륭한 ESS 역할을 한다. 이것이 전기차를 많이 보급해야 하는 주요 이유 중의 하나이다. 그래야 신규 발전소 설립도 줄고 전기의 원가도 떨어진다. 우리나라에 스마트그리드의 도입과 시장반응형 전기 가격 변동제가 도입되지 않는 이유가 발전소를 더 많이 건설하고 싶어 하는 이권의 카르텔 때문이 아닌지 의심된다.

 /박창기 (주)엔오푸스 대표

2012년 10월 10일 수요일

신자유주의자들, 무지하거나 사실을 무시하거나


이글은 프레시안 2012-10-10일자 기사 '신자유주의자들, 무지하거나 사실을 무시하거나'를 퍼왔습니다.
[이권경제에서 혁신경제로 ⑥] 혁신경제의 원리와 혁신질서 패러다임 (1)

국제금융과 에너지 관련 사업을 하는 박창기 (주)엔오푸스 대표가 기고한 글입니다. 박 대표는 서울대학교 식물학과를 졸업하고 제일제당에 15년간 재직했습니다. 이 15년 중 8년은 런던과 뉴욕지점에서 근무했습니다. 1999년 증권정보 제공 인터넷 기업인 (주)팍스넷을 창업해 4년간 경영했고, 그 후 다양한 분야의 투자 관련 일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브이소사이어티 창립 주주이며, 희망제작소 이사를 역임했습니다. 박 대표는 이권이 지배하는 경제를 극복하고 혁신경제로 나아가야 경제가 발전하고 국민이 행복해진다는 주제의 책을 쓰고 있습니다. 이 글은 조만간 발간될 책에 수록될 예정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우리나라의 에너지 시장에서 공평한 질서를 증가시키며 이권경제를 혁신경제로 바꾸는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이 문제의 이해를 돕기 위해 게임이론의 모델 하나와 '무질서의 비용'이라는 개념을 소개하겠다. 무질서의 비용(price of anarchy)의 뜻은 "집단 구성원들이 공동으로 최적의 선택을 할 때에 비하여, 각자가 이기적으로 행동할 때 추가되는 비용"이다. 즉, 질서가 부족할 때 생기는 낭비다. 이 개념을 설명할 때 흔히 '두 도로 모델'(2 roads model)을 이용한다. 두 도로 모델은 영국의 경제학자 피구(Pipou)가 1920년에 제안한 개념이다.

두 도로 모델

아래 그림과 같이 도심의 사무실에서 주택지구로 가는 길이 거리는 가깝지만 좁은 다리가 있는 길 A와, 거리는 멀지만 넓은 고속도로를 이용할 수 있는 B의 두 가지가 있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모두 10대의 차량이 두 도로 중 하나를 선택하여 퇴근하는 상황이다. B고속도로는 넓지만 멀어서 한 대가 이용하든 10대가 이용하든 이동하는 데 10분 걸린다. 그런데 A도로는 가깝지만 좁은 다리를 통과해야 하므로 이동차량이 많을수록 오래 걸린다. 차량 한 대가 이용하면 1분, 2대면 2분, 3대면 3분, 10대가 이용하면 10분이 걸린다고 가정하자.

가장 이상적인 경우는 B고속도로로 5대가 이동하여 도합 50분(10분×5대)이 소요되고, 나머지 5대는 A도로를 사용하면 25분(5분×5대)이 소요되는 경우다. 그러면 10대가 도합 75분 걸려 이동할 수 있게 된다.

ⓒ박창기

그런데 이 경우 A도로를 이용하는 차는 5분 걸리지만, B고속도로를 이용하는 차는 10분 걸려서 B고속도로로 다니는 사람들은 손해를 본다. 그래서 모두 좁은 다리를 통과하는 A경로를 선택하는 경향이 생기게 되고, 그러면 총소요시간은 10대가 10분씩이므로 도합 100분이 걸린다. 전체에게 이로운 을 선택하지 않고 를 선택하는 것이 개인들 각자에게는 합리적이나 전체에게는 해로운 집단행동의 딜레마다.

ⓒ박창기

는 여러 사람이 다른 사람의 결정에 필요한 정보를 알고 있고, 각 개인이 자기에게 가장 유리한 판단을 하여 결정을 바꿀 인센티브가 없는 내쉬평형 상태이다. 하지만 집단 전체에 가장 합리적인 상태는 이다. 여기에서 각자가 최적의 선택을 한 내쉬평형 상태의 비용인 100분을 집단적으로 최적상태의 비용 75분으로 나눈 133%를 '무질서의 비용지수'(price of anarchy)라고 하고, 약자로 PoA라고 표시해 보면,

ⓒ박창기

PoA가 133%라는 것은 무질서로 인하여 비용의 33%가 낭비된다는 것을 말한다. 이 모델은 이기적인 개인들이 무질서하게 낭비하고 있을 때, 누군가가 개입하여 집단적으로 합리적인 상태로 유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그러면 PoA를 100%에 근접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앞에서 본 내쉬평형 상태인 에서 A경로로 가는 차량에는 5분의 가치에 해당하는 통행세금을 부과하는 방법이 있다. 서울의 남산터널에서 차량이 붐비는 시간에는 통행요금 2000원을 받아 지나치게 많은 차들이 몰려 길이 막히는 현상을 방지하는 것과 비슷한 정책이다. 그러면 A로 가는 데 5분이 걸리고 5분에 해당하는 세금을 내서 도합 10분이 비용이 되므로, B고속도로로 10분 걸려서 가는 것과 비용이 비슷해진다. 그렇게 되면 A, B경로를 각각 5대 정도가 선택하는 경향이 생길 것이다.

ⓒ박창기

이때 사회 전체에는 25분(5분×5대)에 해당하는 세금이 생기므로 사회의 총비용은 75분(100분-25분)이 된다. 이때 사회 전체의 비용은 최적상태와 같으므로 PoA는 100%가 된다. 세금을 걷기 위한 3분에 해당하는 비용이 든다고 하면 PoA는 104%가 된다. 의 133%에 비해서 질서가 높아졌다.

ⓒ박창기

한계비용세금의 개념

이같이 가격 차이로 인해서 생기는 쏠림현상을 교정하기 위해서 가격 차이만큼 부과하는 세금을 한계비용세금(marginal cost tax)이라고 부른다. 한계비용세금을 이용한 해결책은 이기적인 개인들이 무질서하게 낭비하고 있을 때, 국가가 세금을 이용하여 건강한 질서를 증가시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신고전학파 경제학에서는 "이기적인 개인들의 행동은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조화롭게 균형을 이루기 때문에, 세금과 규제는 합리적인 자원 분배를 저해하므로 적을수록 적다"는 주장을 한다. 그런데 두 도로 모델은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한 자원의 최적분배'라는 신고전학파 경제이론이 틀리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과학적으로 증명했다. 뉴라이트나 신자유주의를 표방하는 사람들은 이 원리에 대해서 무지했거나 이를 무시했으며, 일부 인사들은 스스로 이권을 추구하는 것을 합리화하기 위해서 이런 현상을 애써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집단화된 인간이 어떻게 하면 무질서의 비용을 줄이고 최적화된 협동의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는가가 기업경영과 국가정책 설계의 핵심이다. 한계비용세금 같은 인센티브들을 동원하여, 여러 부문이 각자의 목표를 추구할 때 생기는 집단의 낭비 문제를 조정하고 해결하는 규칙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정치과정을 통하여 한 사회가 축적한 사회질서가 불합리를 해소하고, 창조적인 노력을 부추기고, 집단적 분업을 극대화해야만, 경제가 성장하고 국민은 행복해지고 국가의 생산력은 발달한다. 역시 공평하고 건강한질서가 부의 원천이다.

두 도로 모델은 '부조리한 이권평형상태'를 정부가 세금을 이용한 개입을 통하여 전체에 좋은 상태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 다음 글에서는 이와 유사한 현상이 우리나라의 에너지시장에 고착화되어 있다는 점을 설명하고 정부가 한계비용세금을 부과하여 최적에 가까운 상태로 평형을 이동시켜서 무질서의 비용을 줄이고 국민의 소득과 재산을 증가시키는 방안을 제시하겠다.

 /박창기 (주)엔오푸스 대표

2012년 10월 8일 월요일

재벌들 담합 또 담합…끊으려면 총수 처벌해야


이글은 프레시안 2012-10-08일자 기사 '재벌들 담합 또 담합…끊으려면 총수 처벌해야'를 퍼왔습니다.
[이권경제에서 혁신경제로 ④] 이권경제의 극복방안 (2)

국제금융과 에너지 관련 사업을 하는 박창기 (주)엔오푸스 대표가 기고한 글입니다. 박 대표는 서울대학교 식물학과를 졸업하고 제일제당에 15년간 재직했습니다. 이 15년 중 8년은 런던과 뉴욕지점에서 근무했습니다. 1999년 증권정보 제공 인터넷 기업인 (주)팍스넷을 창업해 4년간 경영했고, 그 후 다양한 분야의 투자 관련 일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브이소사이어티 창립 주주이며, 희망제작소 이사를 역임했습니다. 박 대표는 이권이 지배하는 경제를 극복하고 혁신경제로 나아가야 경제가 발전하고 국민이 행복해진다는 주제의 책을 쓰고 있습니다. 이 글은 조만간 발간될 책에 수록될 예정입니다. (편집자 주)

재벌들의 담합 퍼레이드

'10대 대기업 및 계열사의 2000년 이후 공정거래법 위반현황'에 따르면 2000년 이후 2011년 5월까지 삼성그룹은 80건의 공정거래법을 위반하여 1188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기업별로는 삼성카드가 10건 위반하여 가장 많았고, 삼성물산 9건, 삼성생명 7건이었다. 현대차그룹은 52건 위반에 과징금이 1430억 원이었고, SK그룹은 76건에 2441억 원이었다. 액화석유가스(LPG) 담합으로 994억 원을 물었던 SK의 과징금이 가장 큰 금액이었다. LG그룹은 53건에 758억 원, 롯데그룹은 69건에 349억 원이었다.

하지만 대기업들은 자진신고를 통해 과징금의 절반 이상을 감면받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146건의 대기업 담합사건으로 부과된 당초 과징금은 7176억 원이었지만 이 가운데 3891억 원은 자진신고로 감면되었다. (동아일보)에 따르면 삼성그룹은 11번 자진신고를 통해 과징금을 400억 원가량 감면받았으며, SK그룹은 11번 담합이 적발되었으나 5번을 자진신고해 2659억 원을 감면받았다. 이를 보면 삼성카드, 삼성생명, SK가스 등 이권경제에서 주로 담합범죄가 이루어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요소경제나 혁신경제에는 담합이 거의 없다.

2009년 국내 LPG 업체 6곳이 담합하여 가격을 올리다가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되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SK가스, E1 등 수입 2개사는 달마다 전화와 면담으로 72차례에 걸쳐 판매가격 담합을 결정했고, 이를 거래관계가 있는 SK가스 등 4개 정유사에 팩스 등으로 통보하는 방식으로 가격을 담합했다. 역대 최대 규모의 과징금이 부과된 LPG 업계 담합조사에서 SK에너지와 SK가스 등 상위권 업체들이 리니언시를 통해 과징금을 면제 및 감면 받았다. 그래서 자진신고 업체에 대한 감면금액을 제외한 실질 부과액은 4093억 원이며 공정거래위원회가 각 업체에 심사보고서를 통해 통보한 과징금 1조 3000억 원의 3분의 1 수준이었다.

금융업계의 담합


금융분야에서도 수많은 담합이 일어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12년 7월 대출금리의 기준이 되는 양도성예금증서(CD)의 금리를 조직적으로 담합한 혐의를 잡고 조사에 들어갔다. 2008년 8월에는 생명보험과 손해보험 회사들이 입찰담합을 하다가 적발되어 265억 원의 과징금을 물게 되었다. 24개의 생명보험과 손해보험 회사들이 단체보험과퇴직보험 보험료율을 담합하고, 들러리 입찰 방식으로 담합했다. 이에 삼성생명 115억 원, 교보생명 67억 원, 대한생명 30억 원, 삼성화재 22억 원, LIG손해보험 17억 원, 현대해상 9억 원, 농협 5억 원 정도씩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2011년에는 생명보험회사들이 이자율을 담합하여 소비자들의 피해가 17조 원에 이른다는 대규모 담합사건이 적발되었다. 공정위의 발표에 따르면 이들 생보사들은 2000년 보험가격 자유화 이후부터 2006년까지 이자율을 담합했다. 보험사들은 이율을 최종 확정하기 전에 각 회사의 이율 결정 내역을 상호 전달 및 교환하여 가입자들에게 정상보다 낮은 이자를 지급했다. 과징금은 삼성생명(1578억 원), 교보생명(1342억 원), 대한생명(486억 원), 알리안츠생명(66억 원), 흥국생명(43억 원) 등 12개 회사 도합 3653억 원이었다.

이 생명보험회사들의 담합사건 역시 리니언시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이를 공정위에 신고한 업체는 보험업계 상위 3개사인 삼성과 교보 그리고 대한생명이었다. 이로 인해 교보생명은 과징금 100% 면제, 삼성과 대한은 각각 70%와 60% 정도 감면혜택을 받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또 다른 업체들에 대해서도 30% 정도 감면혜택을 줘 3653억 원의 과징금이 1000억 원 정도로 축소되었다.

금융소비자연맹 관계자는 "생보사들이 이자율을 담합하여 기준이율보다 0.3%포인트정도 낮게 적용했으며, 이로 인해 2001년부터 2006년까지 확정형 예정이율 상품에 가입한 소비자들이 도합 17조 원, 매년 2조 8000억 원씩을 추가로 부담해야 했다"고 밝혔다. 이 사건에 대해서 국가가 했던 일은 불과 1000억 원의 과징금을 징수한 것뿐이다. 대한민국 사법기관이 과연 국민을 위해서 일하는지 아니면 재벌을 위해 일하는지 회의하지 않을 수 없다.

생명보험회사들이 17조 원을 부당하게 취득한 것이 사실이라면 이것이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분석해보자. 피해자의 숫자가 500만 명이라면 평균 340만 원씩 피해를 본 셈이다. 과징금을 기준으로 계산해보면 삼성생명이 약 43%으로 7.3조 원, 교보생명이 37%로 6.2조 원, 그리고 대한생명이 13%로 2.3조 원이다. 이를 합하면 93%에 이른다. 부당이득의 대부분은 보험회사 주주의 이익으로 변했다. 특히 삼성생명의 대주주 이건희 일가에게 돌아간 돈은 어마어마하다. 만약 이런 담합범죄가 없었다면 17조 원의 자금은 가정에서 저축하여 투자로 연결되고, 소비하여 경제성장에 기여했을 것이다. 이 나라의 참담한 부조리한 구조이다.

▲ 8월 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금융소비자원에서 관계자가 수북이 쌓인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대출 집단소송 관련 서류를 정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휘발유-경유 시장의 담합구조

이러한 담합은 다양한 상품시장에서 지속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특히 4개 업체의 과점시장 하에서 원유를 수입하고 정제해서 휘발유와 경유를 판매하는 정유시장에서도 경쟁을 억제하고 가격을 통제하려는 일이 지속되고 있다. 또한 3개 회사가 과점하고 있는 통신시장에서도 경쟁을 제한하려는 움직임이 끈질기게 유지된다. 주목해야 할 사실은 이에 대한 정책을 결정하는 관료들이 부당한 일을 억제하는 역할보다는 불법적인 담합과 경쟁제한을 제도적으로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2008년에 원유가격이 140달러까지 올라갔을 때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2000원 정도였다. 그런데 2012년 초 현재 원유 가격이 100달러 수준인데 휘발유 가격이 리터당 2000원을 넘겨 거래된다. 휘발유, 경유 시장은 4개 사업자가 98%를 차지하고 있는, 시장점유율 변화가 거의 없는 과점체제다. 이들은 1997년 이후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경고조치 이상의 제재를 22차례나 받았다.

1990년대 후반, 정부는 휘발유 가격의 담합을 억제하기 위해 수입판매업을 허가했다. 그 후 타이거오일 등 10여 개 회사가 석유류를 수입 판매하여 가격안정에 기여했다. 수입업자가 공급하는 경질유의 비중은 2002년 9.2%까지 높아졌다. 그러자 정유회사와 관료들이 결탁하여 석유 수입에 불리한 규제들을 만들기 시작했다. 이 제도들은 다음과 같다.

1) 완제품의 수입관세를 올려서 수입업체에 불리하게 했다.2) 국내시판 제품의 품질규격을 높여서 외국 제품을 수입하기 어렵게 했다. 현재 우리나라 휘발유 품질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품질이 지나치게 높아 이런 제품은 다른 나라에서는 거의 생산하지 않기 때문에 수입하기 어렵다.3) 저장탱크를 더 크게 해야 한다는 규제를 만들어 영세한 석유 수입업체들에 재정적으로 타격을 주었다.

결국 2006년에는 수입물량이 0.5%까지 추락했다. 그리고 휘발유-경유 시장은 다시 과점체제로 돌아갔다. 10개 가까이 있던 석유수입사업자가 지금은 거의 다 파산했다. 그 후 휘발유, 경유의 가격이 비상식적으로 올라갔다. 2011년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은 물가안정을 목표로 리터당 100원씩 강제로 내리게도 하고, 일본의 석유를 수입하겠다는 둥 정부가 주유소를 만들겠다는 둥 노력했다는데 뚜렷한 효과는 없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수입관세를 낮추어 시장을 개방하는 것이다. 경쟁을 촉진하면 담합은 자동적으로 사라진다. 실제로 CJ제일제당과 SK에너지가 가장 무서워하는 것이 이것이다. 그래서 수입자유화를 막기 위해 엄청난 로비활동을 벌인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담합

2012년 초에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가전제품 가격을 담합했다는 신문기사가 나왔다. 세계적인 소비재기업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담합을 한 것이다. 게다가 자진신고한 삼성전자는 100% 벌금을 면제받고 LG전자는 벌금의 50%를 면제받았다. 이렇게 담합한 모든 업체가 감면을 받는다면 리니언시 제도는 정당성이 없어진다.

이권경제를 줄여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담합은 물가상승의 직접적인 원인이며, 사회질서를 무너뜨리는 행위다. 불신풍조를 만연시키는 행위이며 시장경제질서를 무너뜨리는 행위이기도 하다. 담합을 무마하기 위한 뇌물과 향응, 부정부패의 냄새가 대한민국에 진동하고 있다.

이제 우리나라도 담합을 자본주의 시장경제라는 국가 존립의 질서를 문란케 하는 중범죄로 처벌해야 한다. 우선 담합에 대해서 미국처럼 피해액의 3배를 국가에 벌금으로 물도록 하는 법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추가로 피해자들이 집단소송을 통해 피해의 2배 이상을 변상받도록 하는 법안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 또한 리니언시 제도의 허점을 보완해야 한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무능력했다. 재벌들은 범죄행위를 계속해왔고, 관료, 언론, 학자, 사법당국 등 국가의 핵심 엘리트들이 이들을 비호하며 대다수 국민들을 착취해왔다. 국민들이 잘사는 선진국에서는 카르텔과 담합을 엄격히 징벌한다. 대다수의 국민들이 가난한 후진국의 공통점은 이런 이권집단이 통제되지 않고 왕성하게 활동하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경제기획원과 재무부, 상공부의 핵심관료들이 장기간에 걸쳐서 협조했고, 국회와 사법부는 담합범죄에 매우 너그러운 태도를 취해왔다. 누군가가 헌법소원을 하여 국민에게 준 피해 보상을 요구한다면 어떠한 결과가 나올지 궁금하다.

리니언시 제도를 고치자

우리나라에서는 리니언시 제도가 1997년에 도입된 후 자진신고가 저조했으나, 2005년 면제조치를 확대한 이후부터 자진신고 건수가 늘어났다. 2002년까지는 한 해에 한두 건이던 것이 2005년 이후 한 해에 7~15건의 자진신고가 있었다. 공정거래위원회에서는 이 제도가 매우 효과적이라고 자랑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 제도로 당사자들 중 다수를 면책해주면서 오랜 기간의 범죄행위를 일사부재리의 원칙까지 이용하여 면책받는 수단으로 변질되었다는 비판의 소리가 높다. 그래서 나는 다음과 같은 방안을 제안한다.

자진신고를 하면 최근 2년간의 피해액은 면제해주되 과거의 모든 범죄는 징벌적 처벌을 하는 방안이다. 그리하면 가급적 빨리 자진신고를 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예컨대 설탕의 담합을 과거 수십 년간 지속한 것 중 최근 2년을 제외한 기간 동안은 부당이익의 3배를 벌금으로 매기는 방식이다. 그리했다면 CJ제일제당의 벌금은 1조 원 단위가 될 것이고 이를 본 업체들은 담합을 할 엄두를 내지 못했을 것이다.

미국의 셔먼법 1조는 주(州) 간 또는 외국과 거래 또는 통상을 제한하는 모든 계약과트러스트 그리고 기타 형태에 의한 결합 또는 공모는 위법으로 규정한다. 카르텔은 주로 형사사건으로 다루어지므로 법무부 독점금지국이 담당한다. 2004년부터는 처벌의 상한선을 크게 늘렸다. 개인에게 징역 상한을 3년에서 10년으로 늘렸다. 개인에 대한 벌금을 35만 달러에서 100만 달러로 올렸다. 법인에 대한 벌금도 1000만 달러에서 1억 달러로 올렸다. 2006년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는 반도체 담합으로 4억 8500만 달러의 벌금을 부과받고 임원들 7명이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미국은 담합이익의 두 배까지 벌금을 부과한다. 최근 몇 년간은 담합사건에 대한 징역처분이 70~80%에 이른다고 한다.

집단소송제를 도입해야 한다

미국에서 담합을 저지른 자들은 벌금과 별도로 피해자 보상을 해야 한다. 집단소송제를 통해서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피해자에게도 보상해야 하며 피해금액의 3배까지 청구할 수 있어 징벌적인 처벌을 받게 된다. 우리나라는 집단소송제가 없어서 소송진행이 어렵다. 2001년 교복가격 담합사건에 대해 7년이 걸린 소송 끝에 소비자의 승소로마감했다. 우리나라도 선진국 수준의 처벌을 해야 만연한 담합이 줄어들 것이다. 그리고 담합에 가담한 개인을 처벌할 때 대표이사나 최대주주도 함께 처벌해야만 담합이 근절될 수 있다. 지금처럼 하수인들만 처벌하면 담합 근절이 어렵다.

 /박창기 (주)엔오푸스 대표

2012년 10월 5일 금요일

안철수 현상의 주역은 이권집단의 피해자들이다


이글은 프레시안 2012-10-04일자 기사 '안철수 현상의 주역은 이권집단의 피해자들이다'를 퍼왔습니다.
[이권경제에서 혁신경제로 ①] 세 가지 질문과 답변

국제금융과 에너지 관련 사업을 하는 박창기 (주)엔오푸스 대표가 기고한 글입니다. 박 대표는 서울대학교 식물학과를 졸업하고 제일제당에 15년간 재직했습니다. 이 15년 중 8년은 런던과 뉴욕지점에서 근무했습니다. 1999년 증권정보 제공 인터넷 기업인 (주)팍스넷을 창업해 4년간 경영했고, 그 후 다양한 분야의 투자 관련 일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브이소사이어티 창립 주주이며, 희망제작소 이사를 역임했습니다. 박 대표는 이권이 지배하는 경제를 극복하고 혁신경제로 나아가야 경제가 발전하고 국민이 행복해진다는 주제의 책을 쓰고 있습니다. 이 글은 조만간 발간될 책에 수록될 예정입니다.

세 가지 질문

몇 년 전부터 나는 세 가지의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왔다.

첫 번째 질문은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은 어떤 모습일까"이다. 19세기를 풍미하던 자유방임주의 패러다임은 1929년 주가 폭락과 함께 몰락했고 자유방임주의의 반작용으로 파시즘과 공산주의 패러다임이 등장하여 인류를 고통에 빠뜨렸다. 그 후 적극적인 복지정책과 케인즈(J M. Kaynes, 1883~1946)의 유효수요 이론을 결합한 신고전학파종합이라고 하는 케인지안 패러다임(신고전학파종합은 케인즈의 유효수요이론에 복지정책을 결합한 사뮤엘슨이 종합한 이론이다. 불황을 극복하기 위한 재정확대와 복지정책 등 정부의 개입을 옹호하는 학자와 정치인들을 케인지안이라고 불렀다.)이 미국과유럽의 안정적 발전을 이끌었다. 그러나 1970년대 들어 복지병과 스태그플레이션의 원인으로 지목된 케인지안 패러다임은 퇴장하고, 영국의 대처 수상(재임 1979~1990년)과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재임 1981~1989년)이 이끈 시장근본주의 패러다임이 주류가 되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과 함께 세계의 양대진영으로 군림하던 소련 등의 공산주의 패러다임은 1989년 베를린 장벽과 함께 무너졌다. 그러자 자본주의(capitalism)와 민주정치제제(democracy)가 결합한 자유 민주정치제제(liberal democracy)가 인류 최후의 정부 형태라는 후쿠야마의 선언이 나올 정도로 신고전학파(neoclassical) 경제이론에 근거한 소위 신자유주의(neoliberalism) 패러다임이 득세했다. (신자유주의는 자유시장과 규제완화, 재산권을 중시하고, 국가권력이 시장에 개입하면 경제의 효율성과 형평성이 악화된다고 주장한다. 신자유주의자들은 자유무역과 국제적 분업을 중시하여 시장개방을 주장하고 세계화를 주창한다. 신자유주의 도입에 따라 노동정책은 케인즈 이론에서 추구하던 완전고용에서 노동시장의 유연화정책으로 바뀌고, 정부가 관장하거나 간여하던 많은 영역들이 민간으로 이전되었다.)

그러나 2000년경에 시작된 세계적인 부동산 가격 폭등의 후유증과 빈부격차의 심화로, 2008년 리만브라더스의 파산과 함께 신자유주의 패러다임은 무너졌다. 이후 경제문제를 해석하고 문제해결의 길잡이가 되어야 할, 세계인 다수가 공감할 만한 새 시대의 패러다임은 수립되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민주개혁진영은 1990년 소련 붕괴 이후 뚜렷한 이론체계를 갖지 못했다. 깊은 뿌리가 있던 마르크스-레닌주의나 민족해방 이론도 점차 힘을 잃어갔다. 그 후 거대담론에 대한 회의적 시각 때문인지 체계적인 이론을 구축하는 성과가 별로 없었다. 오늘날 민주개혁진영의 이론체계는 마르크스-레닌주의, 미국 민주당의 자유주의적인 경향, 영국 노동당의 제3의 길 그리고 북유럽식 사회민주주의 이론들이 혼재하는 상태이다.

심각한 모순에 빠져 있는 경제문제들을 설명하고 해결책을 제시할 새로운 패러다임이 절실하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만한 패러다임은 아직 제시되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 정치인에게 철학과 과학적 가치체계가 부족하면 당면과제와 이권에 집착한 주장만 하게 된다. 뚜렷한 철학도 없이 국민들을 어찌 이끌 것이며, 어찌 미래를 위한 정책을 만들고 추진할 것인가?

두 번째 질문은 "경제민주화란 무엇이며 어찌 달성해야 되는가"이다. '경제민주화'는 여당과 야당이 모두 추구하는 새로운 '시대정신'으로 떠올랐다. 2012년 12월의 대통령선거에서 두 당 모두 가장 중요한 구호가 경제민주화이다. 그러나 '경제민주화'라는 단어의 정의는 사람마다 다르고, 이론적인 토대는 취약하고, 실천방안은 애매하다. 무엇이 경제민주화이고 어떻게 달성할 것인가에 대한 설득력 있는 답이 필요하다. 민주정치체제란 '백성이 주인이 되는 체제'라는 뜻으로 좁은 의미로 정의하자면 국민이 주기적으로 통치자를 1인1표제 선거로 선출하는 제도일진대, 도대체 경제에서 '민주화'라는 것이 무엇을 뜻할까? 주주가 기업의 주인이 아니고 국민이 기업의 주인이 되는 체제일까? 경제에 관한 주요 정책을 국민이 다수결로 결정하는 것일까? 이 개념에 대해 대중적인 공감대도, 학문적인 이론도 명쾌하지 않다. 튼튼한 이론적 기초에 근거해서 국민들을 설득하고, 넓은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실천방안이 제시되어야 할 때이다.

세 번째 질문은 "무너진 정치-사회 질서를 어찌 다시 세울 것인가"이다.

정당정치 질서가 무너졌다. 2011년 10월 26일 서울시장 선거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한 박원순 시장이 상당한 표 차이로 당선되고 그 후 정치신인 안철수 원장의 지지율이 다른 모든 야권후보의 지지율을 압도하며 박근혜 후보마저 능가하자 정치권은 혼란에 빠졌다. 서울시장선거에서 후보조차 내지 못했던 민주당은 없어지고 12월 16일 민주통합당이 급하게 만들어졌다. 한나라당과 박근혜 진영도 허겁지겁 새누리당으로 당명을 바꾸고 경제민주화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2012년 4월 총선거를 치러야 했다. 이른바 안철수 현상은 한국 정당정치 질서의 붕괴를 의미한다. 국민들 마음속에 좌절과 분노 그리고 강력한 열망이 있는데, 기존의 정당들이 이를 포용하고 감당하지 못해서 생긴 현상이다.

노동의 질서가 무너졌다. 대기업과 공기업에 종사하는 20% 정도의 고소득 노동자와중소기업, 비정규직 그리고 자영업에서 일하는 80%의 저임금 근로자의 격차가 너무 크게 벌어졌다. 같은 공장에서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의 임금 차이가 두 배가 넘는 경우도 있어 계급사회를 연상하게 한다. 교육 질서가 무너졌다. 초중등 공교육의 질이 열악하여 엄청난 사교육비를 써야 한다. 세계에서 대학 진학률이 가장 높고 등록금 수준도 소득 대비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러나 교육의 질은 형편없고 대학까지 졸업해도 일자리를 찾기는 어렵다.

금융질서가 무너졌다. 이명박 정권의 핵심인사들은 서민들이 푼돈을 아껴 저축한 돈을저축은행 대주주들이 마음대로 가로채는 것에 공모했다. 대형은행들이 금리를 담합했다. 은행에 돈을 맡기면 안전하다는 믿음에 기초한 금융질서가 파괴된 것이다. 민주헌법의 기본질서가 무너졌다. 청와대가 언론과 방송을 통제하고, 검찰과 경찰까지 권력의 하수인으로 만들었다. 인권이라는 인간 문명의 기본 질서도 무너졌다. 인권위원회가 정권의 하수인으로 전락했고 총리실이 민간인까지 사찰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북한 땅의 우리 동포 2400만 명은 극심한 인권침해에 시달리고 있다.

생산의 원천이요 사람들 간의 믿음의 근원인 질서가 무너지자, 기업의 비용이 늘어나서 경쟁력이 떨어지고, 개인과 집단 간의 갈등은 커지고 스트레스는 높아지고 늘어나 범죄가 증가하고 사회가 불안해졌다. 공평하고 건강한 질서를 만들기 위해서는 어찌해야 하는지 해답이 필요하다.

▲ 미래저축은행이 금융당국으로부터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가운데 5월 7일 제주시 이도2동 제주본점에서 열린 예금보험공사의 설명회에서 예금자들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설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세 가지 질문에 대한 답변 : 세 가지 경제와 세 가지 질서


앞서 말한 세 가지 질문인 경제의 새로운 패러다임, 경제민주화 방안, 새로운 정치사회의 질서에 대해 내가 내놓고자 하는 대답들을 다음과 같이 요약한다.

1)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의 모색

경제가 '네 가지의 다른 경제시스템이 유기적인 관계를 가지고 작동'하는 모델을 제안한다. 네 가지 경제시스템은 '이권경제'(rent seeking economy), '요소경제'(factor based economy, 주류경제학에서 생산의 3대요소를 토지, 노동, 자본재로 보면서 factors of production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데서 착안하여 '요소경제'라고 이름 붙였다), '혁신경제'(innovation based economy) 그리고 공공경제(public economy)이다.

'이권경제'란 인허가, 담합 등에서 나오는 이권에 기반을 두고 이익을 내는 경제를 말하며, '요소경제'는 노동과 자본이라는 요소의 투입에 비례하여 생산물이 나오는 통상적인 경제를 말한다. '혁신경제'란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이익을 내고 고용을 창출하는 경제를 뜻하며 '공공경제'는 국가의 재정을 사용하는 경제활동과 공기업들이 영위하는 경제를 말한다.

네 가지 경제의 이름은 기존의 경제이론들에 나의 생각을 더해서 만들어낸 것이다. 네 가지 경제시스템을 단순하게 표현하자면, 돈을 벌거나 재물을 획득하는 방법을 다음의 네 가지로 구분한 것이다. 이권경제에서는 권력이나 사술(詐術) 등을 이용하여 남이 만든 재물을 나누어 갖는다. 요소경제에서는 노동과 자본을 투입하여 그에 상응하는 재화를 만든다. 혁신경제에서는 창의적인 상품을 만들어서 투입한 요소보다 큰 이득을 만들고 공공경제는 국민의 세금과 국가 부채를 사용하여 경제활동을 한다. 혁신경제는 주로 블루오션 사업 위주의 경제이고, 요소경제는 레드오션 사업이 주된 경제이며, 이권경제는 블랙오션 사업이 위주인 경제라고 말할 수 있다. 공공경제에도 색깔을 부여하기 위해서 그레이오션이라고 이름 붙이겠다. (블루오션은 김위찬 교수와 르네 모보르뉴 교수가 함께 발간한 에서 유래한 것으로, 경쟁자가 적고 잠재력이 큰 분야 사업을 말한다. 블랙오션이라는 단어는 이와 대비하기 위해서 내가 생각해낸 용어로 블랙마켓(암시장, 暗市場)에서 영감을 얻었다. 공공경제를 상징하는 그레이오션은 공공경제가 이권경제와 깊은 관계가 있다는 점에서 선택했다.) 경제성장은 대부분 혁신경제에 의존한다. 요소경제에서는 부가가치의 생산량을 유지는 하나 증가시키기는 어렵다. 이권경제는 자원을 낭비하여 경제를 후퇴시킨다.

책을 통해 나는 네 가지 경제모델로 경제현상들을 설명하고, 이권경제를 줄이면 빈부격차와 사회갈등과 범죄가 줄어들고 일자리가 늘어난다는 것과, 혁신경제를 강화하면 소득이 증가하고 경제가 발전한다는 원리를 기초로 한 '새로운 경제발전 모델'을 제안하고자 한다.

2) 경제민주화 방안

재벌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가 '경제민주화'의 핵심적인 과제이다. 내가 제안하는 요지는 '재벌들이 잘하고 있는 혁신경제 부문은 더욱 잘할 수 있도록 정부가 도와주되, 재벌이 영위하는 이권경제 부문은 축소하거나 철수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재벌들의 사업전략을 관찰해보면 블랙오션 전략을 가장 좋아하고 그다음이 블루오션 전략이며 레드오션은 가급적이면 피한다. 박정희시대, 공업화시기에는 재벌에게 혁신경제를 할 수 있는 자본을 만들어주기 위해서 이권경제의 블랙오션 사업을 용인했다. 다수의 재벌은 블루오션보다는 블랙오션에서 기초적인 자본축적을 했다. 삼성이 설탕과 밀가루 그리고 섬유산업에서 자본을 축적했고, 현대는 국가의 보호 아래 건설, 토목, 자동차 산업으로 성장했다. SK는 정유와 통신업을 국가로부터 인수하여 성장했다. 이제는 재벌들에게 충분한 자본과 기술력, 인재집단과 조직력이 생겼으므로 이권사업의 검은 바다에서 벗어나 혁신의 푸른 바다로 나가도록 유도해야 한다. 담합을 일삼는 국내사업이나 부동산사업같이 제로섬 게임의 이권추구자가 되지 말고, 삼성전자와 현대차, 포스코 그리고 서울반도체, 셀트리온, 휴맥스처럼 세계시장의 푸른 대양에서 가치를 창조하여 열심히 일한 국민들과 함께 풍요롭게 살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민주화란 곧 특권을 없애는 것이므로 이권경제를 축소하면 민주화가 진전된다. 최고의 복지는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것이고, 자영업자와 소기업을 돕는 효과적인 방법은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서 과다경쟁을 완화시키는 것이다. 경제를 후퇴시키고 빈부격차를 초래하는 이권경제를 합리적으로 억제하고, 국민들 다수가 요소경제와 혁신경제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면 자연스럽게 경제가 발전하고 좋은 일자리들이 늘어날 것이다.

3) 무너진 정치-사회 질서를 어찌 다시 세울 것인가

이권경제는 부조리한 상태가 고착되어 낭비가 일상화되는 무질서한 상태이다. 요소경제는 시장메커니즘에 의해 역동적인 질서가 잡힌 상태이다. 혁신경제는 더 높은 질서를 만들어 낮은 질서를 대체하는 산업이다. 대부분의 부정, 부패, 불법적 로비, 뇌물, 향응은 이권사업 때문에 생겨난다. 요소경제나 혁신경제에는 이권도 별로 없고 로비할 일도 적다. 이권사업이 줄어들면 재벌-관료-언론-검찰-정치의 이권의 카르텔도 줄어든다.

생산과정에서 높은 부가가치를 만들려면 잘 짜인 질서가 필요하다. 사회관계가 유기적으로 작동하려면 공평한 질서가 필요하다. 또한 국가 전체가 발전하려면 건강한 질서가 필요하다. 즉, 잘 짜인 질서-공평한 질서-건강한 질서를 만들어나가야만 기업은 발전하고 국민들은 행복하고 국가는 융성해지고 인류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할 수 있다. 이러한 개념을 정립하여 무너질 질서를 바로 세우는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 안철수 후보. ⓒ프레시안(최형락)

문제해결의 주체는 누구인가

이 세 가지 질문에 대한 해결책이 절실한 사람들은 이 땅의 젊은 세대이다. 젊은 세대와 구세대의 경계선은 1972년생 전후이다. 나는 이들을 국제화 세대라고 이름 붙였다. 1972년 전후에 태어난 이들은 학업과 병역을 마치고 취업을 하려 할 때인 1997년 외환위기를 맞이했다. 그 후 우리나라에서는 좋은 일자리가 귀해지고 양극화는 심해졌으며 집값이 폭등했다. 현재 이들은 40세 내외이다. 그리고 1982년 전후에 태어난, 현재 30세 내외의 젊은이들은 2008년 금융위기 때 직장을 찾으려 했으나 대다수가 88만원 세대라고 불릴 정도로 어려운 사정에 빠졌다. 사실 이들은 한반도 역사 이래 최고의 교육을 받은 세대이고 최고의 영양으로 준수한 체격을 갖춘 세대이다. 이들은 젊은 시절 외국여행을 한 최초의 글로벌 세대로 세계무대에 나아가 혁신경제를 잘할 수 있는 인재들이다. 그러나 이들에게 돌아갈 좋은 일자리는 너무나 부족하고, 결과적으로 미래가 불안하여 자식도 잘 낳지 않는 세대가 되었다.

대한민국에서는 이권을 장악한 소수의 집단과 이권에서 소외되어 살기 힘든 다수의 사람들로 양극화가 진행되어왔다. 이권에서 소외된 사람들도 자식들에게만은 이권을 만들어주기 위해 좋은 대학에 보내려고 기를 쓴다. 이공계를 기피하고 공무원, 공기업,변호사, 의사 등 이권을 가진 직업을 갖고 싶어 한다. 이권을 가진 자들이 득세하는 현실을 보고, 모두 이권집단에 들어가고자 경쟁하는 것이 이 나라의 사교육 열풍과 부동산 투기의 원인이다.

이권에서 소외되어 있는 대다수의 젊은이들은 절망적인 상태이지만 희망을 찾고자 노력한다. 이들은 부모세대와는 많이 다르다. 일제식민통치, 6.25전쟁, 이승만 독재와 박정희의 유신과 전두환의 공포정치를 경험하지 않은 세대다. 봉건의식의 굴레는 없고지역감정은 엷다. 진보와 보수의 갈등도 이들에겐 흥미가 없다. 이들을 설득하려면 글로벌 관점에서 상식으로 말해야 한다.

이들 대부분이 이권집단의 피해자들이다. 이들은 새누리당과 이명박 정부 뿐만 아니라 민주당을 포함한 기성세대 전체를 거부하고 있다. 이들이 안철수 현상의 주역이며 이들의 힘이 앞으로 대한민국을 바꿀 것이다. 건강하고 현명한 이들에게 기회를 주고 희망을 제시하면 이들은 한민족 역사상 누구도 하지 못한 업적을 만들어낼 것이다. 이들에게 "이권경제를 타파하여 이권이 없어도 잘살 수 있는, 공평하고 건강한 질서의 나라를 만들겠다. 혁신경제의 꽃을 피워 여러분들이 주역이 되게 하겠다"라는 비전을 제시하고 설득해나간다면 이들은 환호하며 적극적인 지지자가 될 것이다.

이런 방향에서, 튼튼한 이론을 기초로 다수 국민들의 넓은 공감을 얻을 수 있는 현실적인 실천방안을 제시하려는 노력의 결과물을 책으로 선보이고자 한다.

 /박창기 (주)엔오푸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