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블이 역사관인 게시물을 표시합니다. 모든 게시물 표시
레이블이 역사관인 게시물을 표시합니다. 모든 게시물 표시

2013년 1월 25일 금요일

김용준 총리 후보 검증도 '첩첩산중'


이글은 뷰스앤뉴스(Views&News) 2013-01-25일자 기사 '김용준 총리 후보 검증도 '첩첩산중''을 퍼왔습니다.
로펌행, 아들들 병역면제, 편법증여 의혹, 역사관 등등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의 법조계 퇴임후 로펌행과 두 아들의 병역 면제, 편법 증여 의혹, 역사관 등이 향후 검증의 도마위에 오를 전망이다.

김 후보자는 법조계에서 원래 자산가로 통했다.

그는 대법관 시절이었던 지난 1993년 처음으로 공직자재산이 공개됐을 때 대법관 가운데 가장 많은 29억8천800만원의 재산을 신고했었다. 그는 당시 "모친이 포목점을 운영해 모은 재산 중 서울 강남의 1필지 땅을 물려받는 등 재산 대부분이 상속 재산"이라고 해명했다. 

실제로 그는 한화그룹의 전신인 조선총포화약주식회사 대표를 지낸 김봉수 씨의 5형제 중 장남으로 태어나 부유한 유년시절을 지내는 등 집안 자체가 재력가로 통한다.

20년 전에 30억원에 가까운 재산도 매우 큰 재산이었으나, 그후 그의 재산은 더 크게 늘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2000년 9월 헌법재판소장 퇴임 후 불과 닷새 만에 대형로펌 '법무법인 율촌'의 상임고문으로 취업해 10년동안 재직해 왔기 때문. 대형로펌은 거물급 법조인 출신에게 해마다 적게는 수억원, 많게는 십수억원을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법조인의 로펌행 자체가 비판적 검증대상이다.

그후 그는 자신의 사위가 대표변호사로 있는 법무법인 넥서스로 자리를 옮겨 고문으로 재직해왔다.

재산 문제와 관련해선, 그의 장남이 7세 되던 1974년 경기도 안성군 삼죽면의 임야 2만평을 장남 명의로 구입한 것으로 알려져 청문회때 '편법 증여 의혹'도 도마 위에 오를 전망이다.

두 아들이 모두 병역면제를 받은 것도 검증대상이다. 

변호사로 활동중인 김 후보자의 장남은 신장과 체중 미달로 군 면제를 받았고, 전경련에서 재직중인 차남 역시 통풍을 이유로 군 면제를 받았다.

역사관도 도마위에 오를 전망이다.

법조인 출신인 이언주 민주통합당 원내대변인은 총리 지명직후 논평을 통해 "헌법재판소장 시절 내린 판단은 김 지명자의 역사관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게 한다. 1996년 헌정질서 파괴행위자인 전두환, 노태우의 처벌을 위한 '5·18 특별법'이 헌재에서 합헌 결정 됐을 때, 김 지명자는 형벌 불소급의 원칙에 위반된다며 한정위헌 의견을 냄으로써 지극히 형식주의적 태도를 보여주었다"며 "이것은 명백히 헌정질서를 파괴한 쿠데타나 광주학살 범죄의 중대성을 경시한 판단이었다"며 청문회때 단단히 따질 것임을 예고했다.

아직 한차례도 인사청문회를 경험하지 않은 김 후보자 역시 설 전후에 치러질 인사청문회가 간단치 않은 시련대가 될 전망이다.

김동현 기자 

2012년 10월 26일 금요일

국민통합과 100% 대한민국, 정말로? : 박근혜의 나라와 박근혜의 국민


이글은 미디어스 2012-10-25일자 기사 '국민통합과 100% 대한민국, 정말로? : 박근혜의 나라와 박근혜의 국민'을 퍼왔습니다.
[연속기고②]박근혜의 역사관, 무엇이 문제인가

편집자주=새누리당 대선 후보 박근혜 후보가 휘청이고 있다. 몇 년여간 가장 강력한 대권주자였던 박 후보는 최근 역사관 문제에 발목이 잡히며, 새로운 시대를 열어갈 리더십을 갖추지 못했단 평가 앞에 위기를 맞고 있다. 박근혜 역사관의 문제는 박정희 시대를 역사의 시공간으로 온전히 바라보지 못한 채, 아버지의 기억에 매달려 있다는 점에 근본적 비극이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정의는 결코 패배하지 않는다"는 박 후보의 말은 역사관의 비극이 되풀이 될 것임을 강력하게 암시한다.
(미디어스)는 최근 (보수의 나라 대한민국 : 박근혜로 한국 사회 읽기)를 펴낸 청년 논객 조윤호 씨의 글을 3차례에 걸쳐 연재한다. 대표적 청년 논객 가운데 한 명인 조윤호 씨의 글은 박 후보의 역사관 논쟁이 함의하고 있는 맥락과 배경 그리고 과제를 이해하는데 훌륭한 길잡이가 될 것이다.

(연재 순서)
① 과거는 과거일 뿐 오해하지 말자? : 박근혜의 과거-미래 이분법
② 국민통합과 100% 대한민국, 정말로? : 박근혜의 나라와 박근혜의 국민
 ③ 박근혜의 역사관을 넘어서자, 박근혜의 나라를 넘어서자.
“어떤 국민도 홀로 뒤처져 있지 않게 할 것입니다. 단 한명이라도 포기하지 않고 같이 갈 것입니다.”
지난 2012년 7월 10일 대선출마를 선언하며 박근혜가 한 말이다. 박근혜는 야당과 진보 진영이 내세우는 ‘99%를 위한 정치’도 부정했다. “야당은 이번 총선을 1%대 99%의 대결로 몰아가고 표를 얻기 위해 노골적으로 갈등과 분열을 조장하나 우리 새누리당은 100% 대한민국을 만들겠다.” 박근혜가 내세우는 이른바 ‘국민통합’, ‘100% 대한민국’이다. 박근혜가 내세우는 100% 대한민국은 과연 어떤 나라인가?

박근혜의 내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

많은 이들은 박근혜가 박정희의 권위주의 리더십을 그대로 재현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물론 사실이다. 자신의 뜻과 목적에 따라 수하들을 쳐내는 모습, 새누리당에 무슨 일이 터지면 모든 사람이 박근혜의 입만 바라보는 모습, 수하들이 충성 경쟁을 하는 모습. 이 같은 모습은 박근혜 리더십의 권위주의적 면모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하지만 박근혜가 유신 시절의 박정희와 완전히 동일시될 수는 없다. 적어도 박근혜는 이런 모습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박근혜 자신도 지금이 민주주의 사회라는 것을 알고 있고, 자신의 리더십이 독재와는 다르다는 것을 강조한다. 박정희 시대, 국가는 공동의 목표를 위해 국민을 총 동원해야만 했다. 하지만 박근혜가 내세우는 국가는 이와는 다른 역할을 한다. 박근혜에게 ‘국가란 무엇인가?’
박근혜는 자신의 정치철학에 대해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국민이 근심 걱정 없이 살면서 생업에 종사하는 사회인 안거낙업(安居樂業)을 이루고, 대한민국이 세계 속의 선진국이 되는 것이 제가 정치하는 이유이자, 제 인생 최고의 목표다.” 박근혜에게 국가의 역할이란 국민들을 ‘안거낙업’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것이다. 안거낙업이란 다른 말로 하면 국민 각자가 제약 없이 자신의 꿈을 실현하는 것, 국민 각자가 자신의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다. 국가는 국민에게 더 이상 이래라 저래라 하지 않는다. 박정희 시대와는 다르다는 것이다. 박근혜는 2012년 대선 출마선언문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제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국정운영의 기조를 국가에서 국민으로 바꿔야 합니다. 과거에는 국가의 발전이 국민의 행복으로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국가의 성장과 국민의 삶의 질 향상과의 고리가 끊어졌습니다. 개인의 창의력이 중요한 지식기반사회에서는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중요한 시대이고 국민 개개인이 행복해지고 자신의 잠재력과 끼를 최대한 발휘할 수 있어야만 국가가 발전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시대의 요구는 바뀌었는데 지금 정부가 지향하는 정책과 패러다임은 과거방식 그대로입니다. 이제 국정운영의 패러다임을 국가에서 국민으로, 개인의 삶과 행복 중심으로 확 바꿔야 합니다. 저 박근혜가 바꾸겠습니다! 국민 개개인의 꿈을 향한 노력이 국가를 발전시키고 국가 발전이 국민 행복으로 선 순환되는 '국민행복의 길' 이 길이 저 박근혜가 가고자하는 새로운 국가발전의 길입니다.”
박근혜의 대선출마선언문에는 국민의 꿈, 국민의 행복이라는 단어가 유난히 많이 등장한다. 국가의 역할은 이 국민의 꿈이 이루어지는 것을 ‘돕는’ 것이다. 그렇다면 국가가 어떻게 국민을 도와줄까? 박근혜는 이에 대해 한 번 실패를 겪은 사람들도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재도전과 기회를 주자고 말한다. 여러 가지 상황과 조건으로 꿈과 희망을 잃은 사람에게도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말한다. 국가가 국민을 돕는 방법은 ‘기회의 평등’이다. 
박근혜는 이 ‘기회의 평등’과 자신의 정책을 연결시켰다. 박근혜는 경제민주화를 통해 중소기업인과 경제적 약자에게 기회를 주겠다고 말한다. 일자리 창출을 통해 일하고 싶은 사람들이 꿈을 이루게 해주겠다고 말한다. 복지정책을 통해 빈곤에서 벗어나 스스로 자립할 수 있도록 기회의 사다리를 놓아주고, 꿈과 자아를 실현할 수 있게 해주겠다고 말한다. 교육을 바꿔서 아이들이 꿈을 갖고, 사람의 가치를 키우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말한다. 이처럼 박근혜는 권위주의 국가를 넘어선 ‘도우미’ 국가를 제안했다.

박근혜의 ‘중립주의’ 국가관

정말 꿈같은 이야기다. 국가가 국민에게 이래라 저래라 하지 않고, 국민이 하고 싶은 걸 하게 해주고, 꿈과 기회를 주겠다니 말이다. 거기다 무려 ‘100% 대한민국’이다. 국민 모두가 이러한 국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박근혜가 100% 대한민국을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전제조건이 있다. 국가는 철저히 ‘중립적’이어야 한다. 국가는 특정한 누군가, 특정한 세력의 이익을 대변하지 않는다. 국가는 국민 모두의 이익을 대변하며, 국민 모두에게 동등한 기회를 제공한다. 국가는 국민을 차별하지 않는다. 
박근혜의 공약과 박근혜가 제시한 도우미 국가가 가능하려면, 국가는 중립적이어야 한다. 나는 이 지점에서 박근혜의 국가관과 박근혜의 역사관이 만난다고 생각한다. 국가는 중립적이다. 국가가 하는 일은 특정한 누군가에게만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다. 국가가 하는 일은 다 국민 모두에게 좋으라고 하는 일이다. 이 문장에서 ‘국가’라는 단어 대신 ‘박정희’라는 단어를 집어넣는다면 어떨까?
하지만 박근혜는 이제 권위주의 국가를 버리고 국민 도우미 국가를 제안하지 않았는가? 물론이다. 박정희의 국가와 박근혜가 제안한 도우미 국가는 다르다. 박정희 시대는 우리 모두가 ‘꿈’을 추구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었다. 각자의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사회도 아니었다. 당장 입에 풀칠을 하기 위해 뭐든지 해야 하는 시대였다. 조국근대화와 경제성장이라는 ‘대의’ 앞에 개인의 꿈과 행복은 언제든지 짓밟힐 수 있는 시대였다. 그러나 21세기의 박근혜는 이러한 박정희 시대를 긍정한다. 왜인가? 경제성장과 조국근대화가 꼭 필요한 과정이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박근혜는 박정희 리더십에 대해 "국민의 자신감이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한 게 장점"이라고 평가했다. "우리나라가 당시 못 살았던 이유가 자신감이 없었기 때문이다. 새마을운동을 거쳐 우리도 노력하면 잘 살 수 있다,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일으켰다는 게 장점이라고 본다." 
박근혜에 따르면 박정희는 국민 각각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일깨웠다. 그리고 이 자신감은 우리 개인이 자신의 꿈, 자신의 행복을 추구하는 데 꼭 필요한 조건이다. 그렇기 때문에 박근혜에게 박정희 시대는 오늘날의 대한민국을 만든 하나의 역사이며, 5.16은 구국의 혁명이다. 그리고 박정희가 경제성장이라는 목표를 달성했다면, 박근혜는 경제성장이 이루어진 한국에서 그 다음 목표인 ‘국민 행복’을 이루어야 한다. 박근혜는 이런 목표를 이루겠다고 말한다. “국민 여러분, 올해는 우리나라 경제발전의 틀을 마련한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시작한지 50주년 되는 해입니다. 저는 국민행복을 위해 '경제민주화-일자리-복지'를 아우르는 '오천만 국민행복 플랜'을 수립하여 추진하겠습니다.”
박근혜는 박정희의 국가도, 자신이 제안한 국민 도우미 국가도 모두 긍정한다. 왜냐하면, 둘 다 시대상황에 걸맞은 매우 훌륭한 국가이기 때문이다. 60-70년대 한국에는 박정희의 나라가 필요했고, 2012년 한국에는 박근혜의 나라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국가는 중립적이다. 훌륭한 지도자와 리더만 있다면, 그 국가는 시대상황에 걸맞은 지도력을 발휘하고 국민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훌륭한 일을 한다. 그리고 이는 ‘역사와 국민이 판단’할 것이다. 이러한 논리는 다음과 같은 결론으로 이어질 수 있지 않을까? 박정희가 경부고속도로를 짓겠다고 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반대했지만, 지금은 모두가 경부고속도로의 혜택을 누린다, 청계천 짓는다고 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반대했지만 결국 지금은 청계천에서 모두가 즐겁게 논다, 한반도대운하 한다고 하니 수많은 사람들이 반대했지만, 결국 만들어 놓으면 모두 좋아할 것이다, 등등.

박근혜의 국가는 정말 중립적인가?

박근혜에게 당신은 진보냐 아니면 보수냐 라고 묻자 박근혜는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저의 이념은 간단하다. 오직 국익과 국민의 이익이 있을 뿐이다. 잘 사는 나라를 만드는 것이 저의 이념이고, 국민의 행복이 저의 이데올로기이다. 저는 지금까지 정치를 해오면서 모든 정책을 우리 헌법적 가치와 국익의 관점에서 결정해왔고 어느 한쪽에 치우친 적이 없다. 그래서 중도라고 생각한다. 보수도 잘못한 것이 있으면 고쳐야 하고, 진보도 잘못된 것은 고쳐야 한다. 무엇이 국민의 삶의 질에 도움이 되는지를 판단해서 옳은 것을 따라야 한다." 
박근혜는 국가를 경영할 자신을 국익과 국민의 이익 밖에 모르는 중립자로 설정하고 있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박근혜의 중립이 얼마나 편향적인 것인지 보여준 사건이 있다. 2012년 9월 11일 박근혜는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인민혁명당 사건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손석희 / 진행 : 예를 들면 말이죠. 사실 그동안에 특히 유신 피해자한테 그동안에 정치과정에서 나름 깊이 생각하고 사과한다는 말도 일부하신 걸로 알고 있는데 예를 들면 유신의 가장 어두운 부분이라고들 얘기하는 인혁당 사건 피해자들에 대해서 혹시 사과할 생각이 있으신 건지요?
박근혜 : 그 부분에 대해선 대법원 판결이 두 가지로 나오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그 부분에 대해서도 또 어떤 앞으로의 판단에 맡겨야 되지 않겠는가, 그런 답을 제가 한번 한 적이 있습니다.”
박근혜는 박정희 정권 때 사법살인을 당하고, 대법원에서도 조작을 인정한 인민혁명당 사건에 대해 다른 의견을 가진 국민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이는 역사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근혜는 겉으로는 다른 의견을 포용하면서 중립적인 위치에 서려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박근혜는 중립의 가면을 쓴 채 아버지는 죄가 없다고 외치고 있다. 사실관계를 분명히 하고 시시비비를 따져야 하는 일에 대해 여러 가지 의견이 있을 수 있다며 역사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는 것은, 그냥 사실관계를 가리지 말고 시시비비를 가리지 말자는 이야기다. 정권이 국민을 탄압한 사건의 시시비비를 가리지 말자는 말은 곧 박정희 정권의 잘못을 덮자는 것이다. 박근혜는 중립적인 게 아니라 박정희 편향적이다. 
언론과 정치권이 박근혜의 박정희 편향성을 지적하자, 박근혜의 몇 몇 측근들은 ‘정치공세 하지 말라’는 식으로 반응했다. 이한구 의원은 정치권에서 “곰팡이 냄새가 난다.”며 민생 문제를 도외시한 채 정치 논쟁만 한다고 말했다. “다들 배가 부른가 보지? (국민들은) 민생 때문에 난리인데. 그런 얘기는 안 하고.” 이처럼 박근혜와 측근들은 본인들을 중립을 지키며 민생정치에 여념이 없는 정치인으로 설정한다. 그리고 민생정치란 곧 국익이 무엇인지, 무엇이 국민들에게 도움이 되는지 고민하는 정치다. 
하지만 박근혜의 나라에서 '국민' 자격을 얻으려면 꽤나 까다로운 ‘이념 검증’을 거쳐야 한다. 박근혜는 2004년 열린우리당과 국가정체성 논쟁을 벌이며, "대한민국 헌법질서를 지키지 않으려면 정당 간판을 떼라."라고 말했다. 노무현 정부의 사회주의 경제정책 때문에 외국인 투자가 줄어들어 경제가 위기에 처했다는 말도 했다. 박근혜의 눈에 세금을 늘리자고 주장하며 시장경제를 해치는 이들은 국민이 아니었다. 
이 풍경은 2012년에도 반복된다. 박근혜는 4.11 총선을 4일 앞둔 2012년 4월 17일 경남을 방문해, 야당을 비판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한 야당은 미군철수와 한미동맹 해지, 대기업 해체를 주장하고, 다른 한 야당은 이 야당과 손을 잡고 한미FTA와 제주 해군기지 폐지를 바라고 있다. 표를 위해서라면 국익마저 저버리는 당이 다수가 되면 우리 국회는 어떻게 되겠느냐." 박근혜와 그 지지자들의 눈에, 한미FTA를 반대하여 국익을 해치는 이들이 국민으로 보일까? 국가안보에 반드시 필요한 한미동맹을 부정하고, 제주해군기지에 반대하는 이들이 국민으로 보일까?
박근혜는 100% 대한민국을 내걸고, 국민 도우미 국가를 제안했다. 그리고 박근혜의 국가가 성립하기 위한 조건은 국가가 중립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지점에서 박근혜의 국가관과 역사관이 만난다. 국가가 하는 일은, 훌륭한 지도자가 하는 일은 중립적이며, 국익과 국민에 도움이 된다. 그리고 이는 역사가 판단할 것이다. 그렇다면 박근혜의 나라에 동의하지 않는, 박근혜가 내세우는 국익을 부정하는 사람이 있다면 박근혜는 이에 대해 뭐라고 말할까?


박근혜가 1988년 (박경재의 시사토론)에 출연한 적이 있다. MC 박경재는 박근혜에게 “10.26 사건이 없이 박정희가 정권에서 물러났다면 박정희는 국민적 비판이나 저항에 부딪치지 않았을까.”라고 묻는다. 그러자 박근혜는 다음과 같이 대답한다. 
“그동안 10년 동안 너무나 왜곡 일변도로 아버지와 아버지가 하신 일을 깎아 내리려는 세월만 살아 오셨기 때문에 그것만 보셔서 온통 국민이 아버지를 독재자로서 미워하고 그런 걸로 생각을 하고 계신데 제가 여기서 실제 추모영화를 보러 오시는 분들이나 묘소를 가보거나 또, 새마을 지도자 기타 많은 분들을 만나볼 때 아버지 어머니를 추모하는 국민의 마음은 참 굉장히 지극하다는 걸 피부로 느낄 수가 있어요. 나라를 위해서 모든 것을 바쳐서 일하고 나오신 부모님께 아! 그때 어머님은 안계셨으니까. 아버님께 우리 국민이 악인들이예요? 왜 그렇게 저항을 하고 그래요?”
박근혜 눈에는 박정희의 영웅성을 인정하고 박정희를 추모하는 사람만 ‘국민’으로 보이는 모양이다. 박정희 정권에 의해 죽임을 당하고, 박정희에게 저항한 국민들은 보이지 않는 것 같다. 그들은 국민이 아니라 ‘악인’이다.
100% 대한민국 만들기 참 쉽다. 

조윤호 / '보수의 나라 대한민국 ' 저자  |  mediaus@mediaus.co.kr

조윤호. 서울시립대학교에서 국제관계학을 공부하고 있으며, 학내 자치언론 (대학문화)의 편집국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20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많아지면서 20대라는 이유로 여기저기에 글을 썼다. 지은 책으로 (개념찬 청춘), (별별 차별)(공저)이 있으며, 최근 박근혜에 대한 특별한 관심(?)을 바탕으로 (보수의 나라 대한민국 : 박근혜로 한국사회 읽기)를 출간했다.

2012년 10월 24일 수요일

과거는 과거일 뿐 오해하지 말자? : 박근혜의 과거-미래 이분법


이글은 미디어스 2012-10-23일자 기사 '과거는 과거일 뿐 오해하지 말자? : 박근혜의 과거-미래 이분법'을 퍼왔습니다.
[연속기고①]박근혜의 역사관, 무엇이 문제인가

새누리당 대선 후보 박근혜 후보가 휘청이고 있다. 몇 년여간 가장 강력한 대권주자였던 박 후보는 최근 역사관 문제에 발목이 잡히며, 새로운 시대를 열어갈 리더십을 갖추지 못했단 평가 앞에 위기를 맞고 있다. 박근혜 역사관의 문제는 박정희 시대를 역사의 시공간으로 온전히 바라보지 못한 채, 아버지의 기억에 매달려 있다는 점에 근본적 비극이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정의는 결코 패배하지 않는다"는 박 후보의 말은 역사관의 비극이 되풀이 될 것임을 강력하게 암시한다. 

(미디어스)는 최근 (보수의 나라 대한민국 : 박근혜로 한국 사회 읽기)를 펴낸 청년 논객 조윤호 씨의 글을 3차례에 걸쳐 연재한다. 대표적 청년 논객 가운데 한 명인 조윤호 씨의 글은 박 후보의 역사관 논쟁이 함의하고 있는 맥락과 배경 그리고 과제를 이해하는데 훌륭한 길잡이가 될 것이다.

(연재 순서)

① 과거는 과거일 뿐 오해하지 말자? : 박근혜의 과거-미래 이분법
② 국민통합과 100% 대한민국, 정말로? : 박근혜의 나라와 박근혜의 국민
③ 박근혜의 역사관을 넘어서자, 박근혜의 나라를 넘어서자.
    박근혜 발(發) 폭탄이 터졌다. 그 폭탄의 이름은 정수장학회이다. 지난 21일, 박근혜는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수장학회와 자신은 아무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정수장학회를 둘러싼 논란을 일축한 것이다.

▲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 ⓒ연합뉴스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정수장학회가 무엇인지 간단히 설명하고 넘어가자. 정수장학회는 돈 없는 인재들의 학업과 연구를 돕는다는 명목으로 설립된 장학재단이다. 그 전신인 부일장학회가 1962년 설립되었고, 이 부일장학회의 소유권이 국가로 넘어왔다. 이후 박정희의 ‘정’과 육영수의 ‘수’를 따서 그 이름이 정수장학회로 바뀌었다. 박정희 일가와 측근들이 정수장학회를 운영했고, 박근혜도 이사장을 지냈다. 현재는 박정희와 박근혜의 측근으로 알려진 최필립이 이사장을 맡고 있다. 
정수장학회와 박근혜의 관계를 둘러싼 논란은 크게 두 가지이다. 첫째, 1962년 부산의 기업인 김지태가 세운 부일장학회를 박정희 정권이 강탈했다는 것이다. 21일 기자회견에서 박근혜는 강탈이 아니라 헌납이었다고 주장했다. 과거 김지태가 부정축재를 했고, 박정희가 이를 처벌하려 하자 자발적으로 재산을 헌납했다는 것이다. 두 번째로 박근혜가 이사장 자리에서 물러났지만, 현 이사장인 최필립을 통해 정수장학회의 실세 노릇을 한다는 논란이 있다. 21일 기자회견에서 박근혜는 자신은 정수장학회와 아무런 관련이 없고, 정수장학회는 공익재단이라고 주장했다. 동시에 최필립 이사장에게 의혹의 눈길을 벗어나기 위해 정수장학회의 이름을 바꾸고, 더 나아가 이사장 자리에서 물러나라고 요구했다.

박근혜의 민생-정치공세 이분법

기자회견 직후 비판이 쏟아졌다. 야권과 문재인‧안철수 캠프, 진보 진영의 지식인들, 심지어 새누리당 내 비박 인사들(이재오 등)이 박근혜를 비판했다. 법원이 이미 박정희 정권이 김지태의 헌납을 ‘강요’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는데, 법원 판결도 알지 못한 채 기자회견을 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재단과 아무 관련이 없다면서 최필립에게 사퇴를 요구하는 행동이 모순이라는 지적도 쏟아졌다. 
하지만 나는 이러한 측면보다 박근혜의 ‘역사관’에 주목하고 싶다. 그래야 정수장학회 문제를 넘어서 박근혜가 의혹과 문제제기에 대응하는 일관된 태도를 읽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야권이나 박근혜 비판자들이 박근혜의 사생활이나 역사 인식 등에 문제를 제기 할 때 박근혜와 측근들이 떠들어대는 레퍼토리가 정해져 있다. “이제 과거에서 벗어나 미래를 이야기하자.”, “네거티브 말고 민생에 힘쓰자.”   

▲ '보수의 나라 대한민국 : 박근혜로 한국 사회 읽기' 책 표지 이미지.

박근혜는 선거 유세 때마다 ‘민생’을 입에 달고 다닌다. “새누리당의 이념은 민생이다.” “박근혜의 이념은 민생이다.” “민생을 최우선으로 해서, 국민과 한 약속을 지키는 정당은 새누리당 뿐이다.” 그리고 이 민생의 반대말은 ‘철지난 이념공세’이다. 그리고 철지난 이념공세를 퍼붓는 야당은 ‘구태정치 세력’으로 규정된다. “이번 총선은 이념 투쟁이냐, 민생 우선이냐를 선택하는 선거다.” “이번 총선이 과거 회귀냐, 미래로 전진이냐 갈림길에서 이념과 갈등, 말 바꾸기의 과거에서 벗어나 새로운 미래로 가는 출발점이 되야 한다. 지금 야당은 철 지난 이념에 사로잡혀 국익을 버리고 나라를 혼란으로 몰아가고 있다.” 박근혜가 민생과 유사하게 사용하는 단어는 두 가지 더 있다. 바로 ‘미래’와 ‘국익’이다. 박근혜의 관점에서 정치인은 마땅히 국익과 민생만을 생각해야 하며, 이것이 미래로 나아가는 길이다.
총선 직전 이명박 정부가 민간인을 사찰했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야당이 이를 비판하자 박근혜는 다음과 같이 대응했다. “19대 국회가 시작되면 민생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야가 24시간 일을 해도 모자랄 지경일 것이다. 그런데 민생과 상관없는 철지난 이념논쟁과 갈등으로 계속 국회가 싸움만 하게 되면 어떻게 되겠느냐" "민생은 온통 사라지고 정치권에서 투쟁과 이념논쟁만 하게 되면 소는 누가 키우냐.” "정치가 정말 정신을 차려야 한다, 서민들이 힘들고 어려운데 손을 잡아 주지는 못할망정 짜증나게 하고 목소리만 높이는 정치세력이 있어서는 안 된다. 저희들은 민생만 바라보는 정당으로 거듭나겠다." "지금 야당은 불법사찰 폭로전을 하며 새누리당 비방만 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새 국회가 시작되면 민생부터 챙기려고 한다, 그런데 야당은 사찰 청문회부터 하겠다고 한다, 여러분은 이념·정치 투쟁하는 야당에 투표할 것이냐" 박근혜에게 국민의 사생활이 털린 불법사찰은 민생과 아무런 관련 없는 사안인가보다.
이 뿐만이 아니다. 박근혜와 박근혜 측근들은 야당이나 정적들이 제기하는 의혹을 죄다 구태정치에, 정치공세로 받아들인다. 4.11 총선 직후 새누리당 공천비리 사건이 터지고 야당이 박근혜에게 책임을 묻자 박근혜 캠프는 ‘야비한 정치공세’라고 주장했다. 박근혜가 정수장학회 관계자들에게 후원금을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지고 민주통합당이 이에 의구심을 제기하자 박근혜 캠프는 다음과 같이 대응한다. “왜 민주당은 치졸하게 정치공세를 하느냐.” “미래를 보고 정책 경쟁을 하자.”
박정희 시대의 과오를 묻는 일도 박근혜에게는 민생을 챙기지 않은 채 불필요한 갈등과 분열을 일으키는 정치공세다. "정치권에서 국민의 삶을 챙길 일도 많은데 계속 역사논쟁을 하느냐." 박근혜와 박근혜 측근들의 입장에서 박근혜 비판자들은 미래에 대해 이야기해야 할 시간에 과거의 역사를 들춰내어 이념, 역사 논쟁이나 일으키는 자들이다. 이한구 원내대표는 "정치권 할 일은 모든 국민이 골고루 행복한 나라 만들기"라며 "미래 준비에 대해 이야기만 해도 시간이 부족한데 민주당은 몇 십 년 전에 돌아가신 고 박정희 대통령한테 시비를 거느라고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박정희 정권 시절 사망한 반체제인사 장준하가 사실은 박정희 정권에 의해 '타살'되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박근혜 캠프는 이 역시도 '이미 다 조사가 끝난 일'이라며 '박근혜에 대한 정치 공세'라고 주장했다. 사람이 어떻게 죽었는지를 명확히 하자는 말도 박근혜 캠프에겐 '정치공세‘인가보다. 
박근혜의 이러한 사고방식은 하루 이틀의 문제가 아니다. 박근혜는 자서전《절망은 나를 단련시키고 희망은 나를 움직인다》에서 노무현 정부와 열린우리당이 민생문제 해결에 힘쓰지 않고 이념 문제에 몰두하여 국민을 분열시켰다고 주장한다. 여기서 이념 문제란 사립학교법, 국가보안법 논란 등이다. 노무현 정부가 '개혁'이라 내세운 것을 박근혜는 국민 분열을 조장하는 행위로 평가절하 한다. 그러면서 계속 한나라당과 자신이 민생법안을 처리하는 데는 열린우리당에 적극 협조했다고 말한다. 노무현이 임기 말에 주장했던 ‘대연정’도 정치공세라 치부한다. 
그러나 노무현이 제안한 대연정을 박근혜가 받아들이면 민생 문제를 해결하는 데 더 큰 도움이 되는 거 아닌가?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이 싸우지 않고 힘을 합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박근혜도 늘 여야가 협력하여 민생법안을 만들자고 주장했다. 그런데 박근혜는 왜 이에 대한 고민은 없이 노무현의 대연정 주장은 정치적인 이슈에 불과하다고 말하면서, 자신은 민생 문제에 협조해왔다는 말만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걸까?

▲ 독재 유산 정수장학회 해체와 독립 정론 부산일보 쟁취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주최로 22일 오후 서울 중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대회의실에서 열린 '박근혜 후보는 대통령이 될 자격이 있는가?' 시민사회, 유족 기자회견에서 정수장학회 전신인 부일장학회 설립자인 고(故) 김지태 씨의 아들 김영철 씨가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의 미래-과거 이분법

박근혜의 민생-정치공세 이분법은 미래-과거 이분법과 만난다. 민생에 힘쓰는 일은 미래로 나아가는 일이며, 이념논쟁이나 정치공세는 과거에 얽매여 분열과 갈등을 유발하는 쓸모없는 일이란 이분법이다. 그리고 이 지점에서 박근혜 특유의 역사관을 엿볼 수 있다. 
박근혜는 지난 9월 24일 긴급기자회견을 열어 5.16과 유신의 부정적 영향력을 인정하고, 인민혁명당 사건 피해자들에게 사과했다. 그러나 박근혜의 사과에서 그의 ‘역사관’이 보인다. 박근혜는 사과를 하면서도 쓸데없는 과거 이야기는 그만하고 미래를 위한 민생 이야기를 하자는 생각을 고수했다. 박근혜는 기자회견을 시작하면서 “저는 이번 대선이 우리 대한민국의 미래비전과 민생정책을 놓고 경쟁하는 장이 되어야 한다고 굳게 믿습니다. 그런데, 과거사 논쟁으로 인해 사회적인 논란과 갈등이 지속되는 것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으로 많은 고뇌의 시간을 가졌습니다.”라고 말한다. 기자회견을 마무리하면서도 “이제는 서로 존중하면서 힘을 합쳐 더 큰 국가발전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과거와 현재가 싸우면 미래를 잃는다.’고 했습니다. 이제는 증오에서 관용으로, 분열에서 통합으로, 과거에서 미래로 나아가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과거사 논쟁을 국민을 분열시키고, 논란을 일으키는 일 정도로 치부하면서 미래로 나아가자고 말하는 것이다. 
기자회견을 마치고 부산으로 간 박근혜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선거 과정에서 네거티브나 과거 논쟁으로 일관해서는 국민들께 희망을 줄 수 없다." "그 어떤 유혹에도 흔들리지 말고, 새누리당의 모든 분들이 힘을 모아 민생의 고통을 해결하는 정당, 미래로 나아가는 정당으로서, 그런 정치를 해야 한다." 자신의 사과로 역사 논란은 끝났으니 더 이상의 논란은 구태정치, 네거티브라는 것이다. 
또한 박근혜는 기자회견을 하기 며칠 전, 과거사 논란에 대해 ‘언젠가 죽 한번 정리를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하루 날 잡아서 사과 할 테니 더 이상 과거 이야기 하지 말자는 걸까? 박근혜의 과거 대 미래의 이분법, 과거에 얽매이는 건 네거티브에 구태정치이고 미래를 바라보는 건 국민의 바람이자 민생정치라는 태도는 사과를 하기 전이나 사과를 하고 나서나 변한 게 없다. 박근혜는 사죄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귀찮은 논쟁을 한 큐에 정리하기 위해 사과를 한 것이다. 진보논객 고은태는 이러한 박근혜의 태도를 다음과 같이 비판했다. 
“결국, 박근혜씨에게 인혁당이나 유신독재에 대한 문제제기는 증오와 분열로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는 의미인가? 정당하고 꼭 필요한, 그리고 결과적으로는 우리의 미래를 위한 중요한 지표가 될 문제제기에 대해 그저 종결짓고 치워버려야 할 과거로 인식한다는 것은 여전히 박근혜씨의 사과가 근본적인 역사의식에서 별다른 변화가 없음을 보여주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정수장학회에 대한 입장을 밝히면서도 박근혜는 유사한 태도로 대응했다. 정수장학회에 대한 야당의 의혹이 정치공세이며, 더 이상 과거에 대해 이야기하지 말고 미래를 이야기하자고 말이다. 혹자들은 박근혜가 5.16, 유신, 인혁당에 대해서는 사과하면서 정수장학회에 대해서는 왜 이렇게 강경하냐며 의문을 제기한다. 하지만 난 한편으로 이해가 간다. 박근혜의 태도와 역사관은 일관성이 있다.

▲ 지난 2월 개관한 박정희 대통령 기념관에 내부 모습.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위치한 이 기념관은 박 전 대통령 관련 영상과 통일벼 개발, 댐 구축, 고속도로 건설 등 박 전 대통령의 업적과 관련된 모형과 유품으로 채워져있다.시민사회단체들은 이 기념관을 공공도서관으로 활용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재와 만나지 못하는 박근혜

역사학자 E.H.카는 역사를 ‘과거와 현재의 대화’라고 정의했다. 나는 여기에 한 가지를 더 덧붙이고 싶다. 역사는 과거와 현재가 대화하여 미래로 나아가는 방향을 제시해준다. 따라서 역사에 대한 연구와 문제제기는 지금의 우리가 왜 이 자리에, 어떻게 이 자리에 위치해 있는지를 과거를 통해 살펴보는 작업인 동시에, 이를 기반으로 미래에 우리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질문하는 행위다. 그러나 박근혜는 과거와 미래를 대립시킨다. 과거사에 대한 문제제기를 과거와 현재의 싸움으로 만든다. 
박근혜가 ‘국민 통합’을 외치며 김대중과 노무현을 찾아갔다. 박정희 최대의 정적이던 장준하의 유가족들도 찾아갔다. 그러나 박근혜는 박정희가 김대중을 탄압하던 시절이 아니라, 박정희가 죽고 김대중도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이후에야 김대중과 화합할 수 있었다. 노무현이 죽고 나서야 노무현과 화해했다. 장준하의 유가족들을 찾아가 손을 내밀었지만, 장준하가 박정희 정권에게 타살 당한 것 같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박근혜와 그 측근들은 '정치공세'라며 눈을 부라렸다. 박근혜에게 죽은 장준하는 화해의 대상이다. 하지만 장준하가 '현재'의 문제로 다시 살아난다면 박근혜는 장준하와 화해할 수 없다.
박근혜가 전태일을 찾아 나섰다. 박근혜의 앞을 금속노조 쌍용차 지부장 김정우가 막아섰다. 김정우는 전태일 동상 앞에 선 박근혜를 막아서고 쌍용차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서 전태일 열사와 화해하겠다는 것은 사기극이라고 외쳤다. 박근혜는 앞을 가로막은 김정우를 바라보지 않고, 전태일 동상만 바라보았다. 전태일 동상에 헌화를 하기 위해, 박근혜의 경호원들은 김정우의 멱살을 잡아 끌어내리려 했다. 
박근혜는 정적들에게 과거에 얽매이지 말고 미래로 나아가자고 말한다. 그러나 과거에 집착하는 건 정작 박근혜 본인이다. 박근혜는 과거의 죽은 적들과는 화해할 수 있어도, 현재의 적들과는 화해하지 못한다.  박근혜는 죽은 전태일과 화해하기 위해 살아있는 김정우의 멱살을 잡아 끌어내리려 했다. 박근혜의 눈은 자신에게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노동자가 아니라, 이미 죽어 동상으로 남은 전태일을 향했다. 
하지만 박근혜가 과거와 화합하고, 현재의 적들과 만나며, 동시에 미래로 나아가는 건 불가능할까? 김대중과 화합하면서 다시는 김대중이 당했던 인권침해가 반복되지 않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말할 수도 있다. 인혁당 피해자들에게 사과를 표명하면서, 국가권력에 의한 사법살인이 일어나지 않도록 어떤 식으로 제도적 보완을 할 것인지 밝힐 수 있다. 박근혜가 전태일을 추모하면서, 자본과 국가권력이 노동자들을 탄압하지 않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말할 수 있다. 그것이 바로 과거와, 현재와 화합하면서 동시에 미래로 나아가는 길이다. 
그러나 박근혜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그는 과거와 화합할 수 있어도 현재와, 더 나아가 미래와 화합할 수 없다. 박근혜는 5.16, 유신, 인혁당 피해자들에게 사과하며 ‘과거와 현재가 싸우면 미래를 잃는다.’고 말했다. 그 말을 박근혜에게 되돌려주고 싶다. 과거와 현재를 대립시키고, 미래로 나아가지 못하는 건 박근혜 본인이다.  

(참조)

이지선, (박근혜 "야, 철지난 이념논쟁에 사로잡혀"), 《경향》, 2012.3.27.조정훈, (박근혜 "이념논쟁만 하면 소는 누가 키우나"),《오마이뉴스》, 2012.4.5.윤성효, (경남 찾은 박근혜 "새누리당의 이념은 민생이다"),《오마이뉴스》, 2012.4.7.(박근혜 측 "합법적 후원금…치졸한 정치공세"),《연합뉴스》, 2012.8.9.(박근혜 "6ㆍ15 공동선언 지켜야하지만 10ㆍ4 선언은...),《연합뉴스》, 2012.7.18.박지숙, (새누리, 박근혜 공세나선 민주당 맹비난 "DJ, 노무현에만 의존"),《조세일보》, 2012.8.23.이경태, 유성호, (부산 찾은 박근혜 "과거 논쟁 일관해선 희망 못 줘"),《오마이뉴스》, 2012.9.24.고은태, (박근혜씨, 사과는 좋은데 방향이 틀렸어요!)

조윤호. 서울시립대학교에서 국제관계학을 공부하고 있으며, 학내 자치언론 (대학문화)의 편집국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20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많아지면서 20대라는 이유로 여기저기에 글을 썼다. 지은 책으로 (개념찬 청춘), (별별 차별)(공저)이 있으며, 최근 박근혜에 대한 특별한 관심(?)을 바탕으로 (보수의 나라 대한민국 : 박근혜로 한국사회 읽기)를 출간했다.

2012년 9월 25일 화요일

박근혜 사과, '현실인식 결함' 드러냈다


이글은 프레시안 2012-09-25일자 기사 '박근혜 사과, '현실인식 결함' 드러냈다'를 퍼왔습니다.
[김기협의 '페리스코프'] 박근혜 역사관 ① '역사의 판단'은 누가 하는가?

유력 대선 후보 박근혜의 '역사인식 결함' 문제가 몇 달째 제기되고 있다. 박정희의 쿠데타와 독재정치를 옹호하거나 심지어 미화하기까지 한다는 것이다. 급기야는 인혁당사건 판결의 재심 결과를 묵살하는 발언으로 많은 사람을 격분시키기에까지 이르렀다. 정치적 학살 희생자들의 명예나마 힘든 곡절 끝에 회복시켜 놓았는데 그 명예를 태연히 짓밟는 사람이 대통령 자리를 넘보고 있다니, 민주화의 역사에 보람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격분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박근혜의 역사인식을 문제 삼는 이들은 대개 '정당성' 차원에서 이를 비판한다. 물론 의미 있는 비판이다. 그러나 정당성은 가치기준에 따라 다를 수 있다. 경제개발을 절대적으로 중시하고 인권의 가치를 경시하는 사람들은 그런 비판에 공감하지 않는다. 그런 사람들이 적지 않기 때문에 박근혜는 "나처럼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고 한다.

나는 정당성보다 '타당성' 차원에서 이 문제를 따질 필요가 더 크다고 생각한다. "말이 되는 소리냐?" 따진다는 것이다. 도둑질하다 잡힌 놈이 "아이들을 굶길 수 없어서" 변명할 때 "아무리 그래도 도둑질은 나쁜 짓이야!" 하기보다 "너한텐 아이가 없잖아!" 따지는 편이 더 효과적일 수 있는 것이다.

박근혜는 비판을 회피하기 위해 '역사의 판단'이란 말을 상투적으로 쓴다. 역사의 판단은 누가 언제 어떻게 하는 것이란 말일까?

'누가' 하는 것인지부터 생각해 보자. 역사학계를 우선 생각할 수 있다. 판단의 주체는 물론 학계가 아니라 사회 전체다. 하지만 사회 안에는 서로 다른 생각이 많으므로 될수록 많은 사람들이 합의에 이르도록 도와주는 역할이 학계에 있다. 1960년대에서 1980년대에 이르는 군사독재의 정당성을 따지기 위해서는 그 시기 세계경제의 흐름과 냉전의 역사, 그리고 민주주의의 의미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그런 이해를 학계가 도와주지 않으면 역사적 판단에 대한 많은 사람들의 합의가 어렵다.

"박근혜처럼 생각하는 사람들" 중 이런 학계의 역할을 맡으러 나선 사례가 있다. 뉴라이트다. 이명박 정권이 들어섰을 때 그들은 역사교과서를 바꾸려고 달려들었다. 자라나는 아이들이 자기네처럼 생각하도록 만들려는 것이었다. 그들은 정부의 공권력까지 자기네 책동에 이용했다.

그런데 이 책동에 역사학자의 호응이 거의 없었다. 참여자 중 역사학자 비스무리한 사람이 몇 있었지만, 이 책동을 통해 본색이 드러나 버렸다. 예컨대 안병직과 이영훈 같은 이들이 역사 공부 하는 사람들인 줄로 나도 막연히 생각하고 있었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 일에 대해 역사학자 중에는 나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박근혜처럼 생각하는 사람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것이 분명하다.

다음으로 역사의 판단이 '언제' 이뤄지는 것인지 생각해 보자. 역사의 판단이란 사회적 합의의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이고 사회적 합의란 언제나 변할 수 있는 것이므로 역사의 판단 역시 불가변의 완벽한 형태에 이를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질서가 잡힌 사회에서는 안정성 높은 사회적 합의가 이뤄질 수 있다. 그리고 역사의 판단에 대한 폭넓은 합의가 사회의 질서에 공헌하는 측면도 있다.

독재정치 아래서는 사회 구성원들의 자발적 합의가 불가능하다. 그래서 겉으로는 이견이 없는 것 같지만 의미 있는(질서에 공헌할 수 있는) 판단이 이뤄질 수 없다. 군사독재가 끝난 1987년 이후 자발적 합의가 비로소 가능하게 되었고, 이에 따라 현대사의 본격적 연구도 시작되었다. 역사의 판단이 제대로 빚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2012년 한국사회의 역사인식에는 아직 미숙한 점이 많지만 25년 전에 비해서는 엄청나게 발전한 것이다.

뉴라이트 책동은 우리 사회 역사인식의 발전에 대한 '반동' 현상이다. 물론 주류 역사인식의 발전 과정에 아직 허점이 적지 않고 뉴라이트 논설 중에는 이런 허점을 잘 지적한 내용도 없지 않다. 이런 지적은 역사인식의 변증법적 발전을 위해 가치 있는 것이지만 뉴라이트 책동은 그 가치를 정략적 목적에 이용하는 데 급급하기 때문에 사회를 위해서도 학계를 위해서도 공헌하는 자세를 갖추지 못하는 것이다.

이제 역사의 판단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생각해 보자. 질서가 안정된 사회에서는 어떻게 이뤄지는지 신경 쓸 필요도 없을 정도로 자연스럽게 사회적 합의가 형성-조정된다. 학계와 언론계, 교육계의 역할이 순탄하게 어울리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처럼 역사인식이 오랫동안 폭력으로 봉쇄되어 있던 사회에서는 역사인식의 급격한 발전을 순조롭게 하기 위해 어느 정도 역할을 정부가 맡는 것이 바람직하기도 하다. 정부가 역사인식 발전에 직접 작용한다는 것은 특별한 상황에서 예외적인 일이므로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 사회의 역사인식에 대한 정부의 개입은 자칫 정치적으로 악용될 위험이 있는 일이다.

과거사위원회(2005-2010)는 사회의 급속한 민주화에 따른 역사인식의 변화에 부응한다는 절실한 임무를 가진 기구였다. 여야 합의에 의해 설치되고 구성된 과거사위원회는 정치적 중립을 바탕으로 민주화사회의 역사인식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업적을 남겼다. 다룬 범위가 제한되어 있고, 내놓은 결과에 더러 충분치 못한 점이 있다는 아쉬움을 표하는 이들도 있지만, 전체적 방향 제시에는 성공했다고 본다. 국가정부의 도움은 방향 제시 정도로 충분하고, 그로부터의 발전은 학계와 사회에서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이다.

'역사의 판단'이란 어느 시점에서 완결되고 마침표 찍는 것이 아니다. 사회 구성원 대다수가 합의하는 역사인식이 이뤄진다면 그것이 그 시점에서 역사의 판단이다. 상황 변화에 따라 이 판단이 조금씩 더 다듬어질 수도 있고 때로는 크게 바뀔 수도 있다. 2012년을 살고 있는 사람들은 지금 사회가 합의하고 있는 역사의 판단이 5년 후나 50년 후에 어느 정도 바뀔 것을 내다보더라도, 당장은 지금의 합의를 인정해야 한다.

1987년 이후에는 그 이전에 비해 역사를 논의하고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과정이 크게 자유로워졌다. 5.16을 구국의 혁명으로 보는 사람들, 유신 아니었으면 대한민국이 공산당의 밥이 되었으리라고 믿는 사람들, 인혁당사건에 잘못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모두 의견을 얘기할 기회를 누렸다. 그런 조건 위에서 25년간 논의가 진행되어 온 결과 우리 사회의 역사인식은 많이 발전했고, 훨씬 안정된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 있다.

5.16이 쿠데타였다는 사실, 유신의 목적이 독재 강화에 있었다는 사실, 인혁당사건이 사법살인이었다는 사실 등이 지난 25년 동안에 우리 사회의 합의사항으로 자리 잡았다. 물론 이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도 아직 상당수 남아있다. 하지만 군사독재 시대에 가려져 있던 이 사실들을 이미 대다수 구성원들이 확인했고, 민주화가 심화됨에 따라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이 줄어들고 있다.

이것이 시대의 흐름이다. "나처럼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고 버티는 것은 시대를 거스르려는 반동이다. 이 흐름에 거스르기가 얼마나 힘들어졌는지는 독재를 옹호하려는 자들이 일본 식민지배까지 미화해야 하는 현실에서 알아볼 수 있다. 독재에 힘이 있어서 옹호가 필요 없을 때는 식민지배 욕하면서도 멋대로 독재를 행할 수 있었는데. 식민지배와 독재, 하나를 옹호하기 위해 다른 하나도 미화해야 한다는 데서 둘 사이의 연관성을 생각하게 된다.

▲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가 24일 오전 긴급기자회견을 갖고 자신의 과거사 관련 발언을 수정했다. ⓒ연합뉴스

어제 박근혜의 기자회견을 보고 작성해 놓은 초고에 몇 줄 덧붙인다. 역사를 회피하려는 박근혜의 자세는 바뀌지 않는 것 같다. 그는 과거보다 미래를 얘기하자고 한다. 회견문 모두에서 이렇게 말했다.

"저는 이번 대선이 우리 대한민국의 미래비전과 민생정책을 놓고 경쟁하는 장이 되어야 한다고 굳게 믿습니다. 그런데, 과거사 논쟁으로 인해 사회적인 논란과 갈등이 지속되는 것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으로 많은 고뇌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말미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서로 존중하면서 힘을 합쳐 더 큰 국가발전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과거와 현재가 싸우면 미래를 잃는다'고 했습니다. 이제는 증오에서 관용으로, 분열에서 통합으로, 과거에서 미래로 나아가야 합니다. (...) 국민 여러분도 저와 함께, 과거가 아닌 미래로 국민대통합의 정치로 함께 나가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과거와 현재가 싸우면 미래를 잃는다? 마치 상식적인 이치를 말하는 것처럼 스스럼없이 꺼내는데, 이것은 불리한 전쟁 상황 중 수상에 취임하면서 처칠이 한 말이다. ("If we open a quarrel between the past and the present, we shall find that we have lost the future.") 런던이 폭격을 당하는, 과거사를 따질 여유가 진짜 없는 상황이었다. 박근혜의 역사인식만이 아니라 현실인식에도 결함이 있는 것 아닐까?

과거와 현재의 싸움 없이 어떤 미래를 가질 수 있는가? 남이 만들어주는 미래일 것이다. 박근혜의 9월 24일 기자회견은 역사인식의 전환이 아니라 선거전 상황에 대한 인식의 전환을 보여주는 것일 뿐이다.

 /김기협 역사학자

2012년 9월 24일 월요일

새누리당 신임 대변인 만취해 기자들에 폭언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9-24일자 기사 '새누리당 신임 대변인 만취해 기자들에 폭언'을 퍼왔습니다.
[아침신문 솎아보기] 박근혜 오늘 과거사 사과, 어떤 말 나올까… 부산·울산·경남에서도 49%가 “정권 교체”

‘박근혜 대세론’이 흔들리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지지율은 안철수 후보에게 역전당했다. ‘컨벤션 효과’라는 분석도 있으나 이번 한겨레 여론조사 결과에서 보면 단순한 이벤트 효과가 아닌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새누리당 텃밭인 부산·울산·경남 민심이 동요치고 있다. 한겨레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 지역 시민들은 ‘정권교체를 원한다’는 응답이 ‘새누리당 재집권’ 여론보다 더 많았다.

중앙일보가 한겨레와 같은 기간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박근혜 후보는 47.3%로 49.8%인 안철수 후보에 뒤졌다. 문재인 후보 44.8%에는 박 후보가 51.9%로 앞섰다.

박근혜 후보가 오늘 오전 9시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에서 과거사에 대한 의견을 밝힌다. 특히 인혁당 사건과 관련 ‘두 개의 판결’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바 있고, 측근들의 ‘유신’ 관련 발언으로 다시 역사관이 문제시되고 있는 와중에 박 후보가 전향적인 인식을 담은 발언이나 사과를 할지 주목된다. 박 후보의 추석 민심 잡기라는 분석이 나왔다. 그러나 박근혜 후보가 23일 직접 발표한 중산‧서민층 주거안정 대책에 대해 현실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중앙일보가 보도했다.

‘노조파괴 전문’ 창조컨설팅이 지금까지 KT 민영화 이후의 노사관계 컨설팅을 비롯해 수십 개 기업의 노사문제에 개입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 업체에 의해 민주노조가 사라진 곳만 14곳이다. 은수미 의원과 한겨레가 입수한 창조컨설팅의 내부문건에는 유성기업과 상신브레이크, 발레오전장 관련 내용이 주로 담겨 있다. 한겨레가 단독보도했다.

새누리당 김재원 대변인이 첫날부터 만취해 기자들에게 폭언을 쏟아냈다. 다수의 언론에 따르면 23일 신임 대변인으로 지명된 김재원 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자신이 현장에서 한 ‘박근혜 후보 과거사 전향적 입장 발표’ 관련 발언이 외부로 흘러나가 기사화된 것에 대해 기자들을 지목하며 “야, 병신들아. 이렇게 한다고 너네들이 특종을 할 것 같냐”며 “너희가 정보보고 하는 게 우리한테 다 들어온다”고 언성을 높였다. 김 대변인은 폭탄주를 마신 상태였다.

다음은 9월 24일 전국단위 아침신문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대선 투표시간 연장 보류 논란)
국민일보 (박 37.7%-안 32.2%-문 20.7%)
동아일보 (유네스코 한국위 사무총장 내정설… ‘무늬만 공모’는 현재진행형/ “외교-교과부 낙하선 거래… 타후보 사퇴 종용)
서울신문 (검, 강남서 경찰 800명 ‘YTT’(국내 최대 룸살롱) 비리‘ 캔다)
세계일보 (수입차 딜러시장 ‘큰손’ 놀이터로)
조선일보 (미, 한 미사일 규제/ 탄두중량 묶은채/ 사거리만 늘린다)
중앙일보 (박 47.3 vs 안 49.8/ 박 51.9 vs 문 44.8)
한겨레 (‘노조파괴 전문’ 창조컨설팅, 7년간 14개 노조 깼다)
한국일보 (5060 증가가 대선 중대변수)

부산‧울산‧경남 49% “정권 교체”

‘박근혜 대세론’이 흔들리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지지율은 안철수 후보에게 역전당했다. ‘컨벤션 효과’라는 분석도 있으나 이번 한겨레 여론조사 결과에서 보면 단순한 이벤트 효과가 아닌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새누리당 텃밭인 부산·울산·경남 민심이 동요치고 있다. 한겨레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 지역 시민들은 ‘정권교체를 원한다’는 응답이 ‘새누리당 재집권’ 여론보다 더 많았다. 한겨레가 지난 21일부터 이틀 동안 진행한 대선 여론조사 결과를 1면과 4, 5면에 보도했다. ‘정권 교체’에 관한 응답이 주목된다.

한겨레는 4면 (부산·울산·경남 민심도 요동 49% “정권 바뀌는 게 낫다”)에서 부산·울산·경남 지역 여론조사 결과를 분석한 결과를 따로 기사화했다. 응답자 가운데 48.5%가 ‘12월 대선에서 정권교체가 이뤄지는 게 낫다’고 답했다. ‘새누리당이 집권하는 게 낫다’는 응답(43.2%)보다 4.7%p 높은 결과다. 전국 단위로 보면 “정권교체가 이뤄지는 것이 낫다”는 응답이 56.7%이며, “새누리당이 재집권하는 것이 낫다”는 답변은 35.3%에 그쳤다.

▲ 한겨레 9월 24일자 4면

새누리당의 정치적 기반인 이 지역에서 박근혜 후보는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안철수 후보와 3자대결과 양자대결에서 모두 앞섰다. 그러나 박 후보와의 양자대결에서 문재인 후보는 30%대 중반, 안철수 후보는 40%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박근혜 후보가 안 후보와 55.0% 대 40.0%로 15%p 차이를 보였다. 문재인 후보와는 58.1% 대 35.9%로 22.2%p 차이다. 3자 대결 양상에서는 박근혜 50.7% 안철수 20.3% 문재인 19.4% 순이다.

이를 두고 새누리당 대선기획단 핵심관계자는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지난 2002년 대선 때 노무현 후보가 부산에서 29%, 경남에서 27%를 득표해 당선됐고, 지난 4·11총선 때 부산·경남의 야당 득표율은 42%였다”며 “고향이 부산인 문재인·안철수 후보가 올 대선에서 노 대통령보다 더 많은 득표를 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한겨레는 “이명박 정부 들어 부산·경남은 각종 인사에서 대구·경북에 밀리고, 신공항 건설 계획 무산, 부산저축은행 사태 등을 겪으면서 정권에 대한 실망과 거부감이 강하다”며 “그나마 박 후보의 개인기로 단순 지지율에서 우위를 기록하고 있지만 부산 출신인 문재인, 안철수 후보가 야권 단일화에 성공하는 등 상황 변화에 따라 얼마든지 민심이 요동칠 수 있다”는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의 말을 인용 보도했다.

흔들리는 박근혜 대세론

한겨레는 1면 (국민 57% “정권교체 원해”…박근혜 ‘흔들리는 대세론’)에서 전국 대결에서 박근혜 후보가 안철수 후보에 44.6% 대 49.7%로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이는 오차범위(±2.5%)를 벗어난 격차다. 문재인 후보와 양자 대결에서도 박근혜 후보는 48.9%로 문 후보를 4.3%p 차이로 간신히 따돌렸다. 그러나 차이는 오차범위 안이다. 2주 전과 비교해 승패도 차이도 달라졌다. 한겨레의 지난 8일 조사 박근혜 후보는 안 후보와 문 후보를 각각 6.5%p, 11.3%p 차로 앞섰다.

3자 대결에서는 박근혜 39.6% 안철수 29.0% 문재인 20.1%로 격차가 줄었다. 지난 8일 조사결과 박 45.7% 안 27.7% 문 23.3%에 비해 박근혜 후보의 지지율은 2주일 사이 6.1%p 내려갔다.

이를 두고 한겨레는 “박근혜 후보의 지지율 하락에는 과거사 발언 논란과 홍사덕·송영선 전 의원 등 친박계의 잇단 비리 사건, 민주당의 문재인 후보 확정, 안철수 후보의 대선 출마 선언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했다.

이번 조사는 한겨레가 한국사회여론연구소에 의뢰해 지난 21일부터 이틀 동안 진행됐다. 가구전화 50%와 휴대전화 50%를 이용한 임의걸기(RDD) 방식이고,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5%p다.

50대는 보수적? 달라졌다!

‘50대는 보수’라는 공식도 깨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겨레는 한겨레 4면 (‘50대 표심=보수’ 공식 깨지나)에서 “(20~30대는 진보, 40대는 중도, 50대 이상은 보수) 이런 일반적인 통념과 조금 다른 결과를 보여줬다”고 보도했다. 특히 50대 전반(50~54살)과 후반(55~59살)은 다른 성향을 보였다. 

50대 전반의 47.7%가 ‘정권교체’에 응답했다. ‘새누리당 재집권’(41.4%)보다 많았다. 반면, 50대 후반은 ‘새누리당 재집권’ 응답이 56.8%로 ‘정권 교체’(36.6%)보다 크게 많았다. 60대 이상(재집권 58.2%)과 비슷한 수치다. 한겨레에 따르면, 정권교체 욕구는 30대가 77.3%로 가장 컸고, 20대(71.2%), 40대(63.0%) 순이다.

박근혜 후보에 대한 지지율에서 이 같은 성향이 드러났다. 50대 전반은 3자 대결에서 박 후보 지지 응답이 43.8%였다. ‘비박근혜’ 성향을 41.5%로 볼 수 있다. 안철수 후보와 문재인 후보는 각각 21.7%, 18.7%다. 이에 반해 50대 후반 57.2%가 3자 대결에서 박근혜 후보를 지지했다. 양자대결에서 안 후보와 문 후보는 50대 전반에서 50대 후반에 견줘 8.0%포인트, 5.7%포인트 더 높은 지지율을 얻었다.

한겨레는 “이처럼 50대 초반에서 ‘친박근혜’ 흐름이 일방적 우위를 보이지 못하는 것은, 이들 세대가 지난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대선 후보를 지지했던 40대 초반이었다는 점과 관련된 것”으로 분석했다.

한편 야권단일후보 ‘적합도’와 ‘경쟁력’에서 안철수 후보가 문재인 후보를 앞섰다. 안 후보는 ‘새누리당의 박근혜 후보에 맞설 야권 단일후보로 누구를 지지하느냐’는 항목에서 47.6%를 얻어 문재인 후보(41.0%)를 6.6%p 차로 앞섰다. 지난 8일 결과인 안철수 40.9%, 민주당 후보 42.6%와 비슷한 결과다.

‘박근혜 후보에 맞설 야권 단일후보로 누가 더 경쟁력이 있다고 보느냐’는 물음에 안철수 후보를 선택한 응답자가 51.5%로 38.2%인 문재인 후보를 크게 앞섰다. 한겨레는 ‘경쟁력 격차 확대’를 두고 “지지의 확장성 측면에서 안철수 후보를 문재인 후보보다 높게 평가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중앙일보의 본질 호도하는 제목 편집

중앙일보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박근혜 후보가 하향세라면 문재인, 안철수 후보는 상승세다. 한겨레와 같은 기간 실시된 조사에서 박근혜 후보는 47.3%로 49.8%인 안철수 후보에 뒤졌다. 문재인 후보 44.8%에는 박 후보가 51.9%로 앞섰다.

중앙일보는 1면 머리기사 (박 47.3 vs 안 49.8/ 박 51.9 vs 문 44.8)에 따르면, 지난 7일부터 이틀 동안 실시한 조사와 비교해 박근혜 후보 지지율은 3%p 가량 하락했다. 반면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은 각각 4%p 가량 상승했다. 중앙일보는 “박 후보의 경우 인혁당 발언, 홍사덕 전 의원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 등 돌발 악재가 지지율을 끌어내린 것으로 분석됐다”며 “이에 비해 민주당 대선 후보 확정(9.16)과 안철수의 출마 선언(9.19)이 문-안 두 후보에게 각각 긍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중앙일보 여론조사는 조사의 표본은 성·연령·지역별 비례 할당 후 무작위로 추출했고, 최종 결과 집계 과정에서 가중치를 부여했다. 집전화 677명, 휴대전화 823명으로 RDD 방식이다.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서 ±2.5%p다.

중앙일보의 지면과 누리집 게재 제목은 큰 차이가 있다. 해당 기사의 종이신문 게재 제목은 (박 47.3 vs 안 49.8/ 박 51.9 vs 문 44.8), 누리집 대문 제목은 (안철수 등장 후 대선 판세…박 하향세, 문·안 상승세)이다. 그러나 포털사이트 등을 타고 들어가 확인하는 제목은 (후보 이미지, ‘책임감’ 1위는 박…‘친밀감’은?)이다.

박근혜 전향적 역사관, 진정성 있는 사과 하나?

박근혜 후보가 오늘 오전 9시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에서 과거사에 대한 의견을 밝힌다. 특히 인혁당 사건과 관련 ‘두 개의 판결’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바 있고, 측근들의 ‘유신’ 관련 발언으로 다시 역사관이 문제시되고 있는 와중에 박 후보가 전향적인 인식을 담은 발언이나 사과를 할지 주목된다. 

국민일보는 2면 (박근혜, 24일 인혁당 사과 수위 높일 듯)에서 박근혜 후보의 입장 표명 소식을 전하며 “인혁당 사건과 관련해 ‘두 개의 판결’ 발언으로 다시 불거진 역사인식 논란을 추석 전에 털고 가겠다는 박 후보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고 봤다.

▲ 국민일보 9월 24일자 2면

새누리당 핵심관계자들을 접촉한 다수의 언론에 따르면, 박 후보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로서 겪어왔던 인간적인 고뇌를 표현하면서도 인혁당 유가족 등 유신 피해자들에 대해 이전보다 높은 수준의 사과를 할 것으로 알려졌다. 유신에 대한 평가도 바뀔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일보는 “전보다 좀 더 전향적이라는 뉘앙스가 느껴질 정도로 명확한 입장 발표를 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브리핑 이후 과거사에 대한 논란이 종결되기를 바란다”는 캠프 관계자의 말을 전했다.

국민일보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인혁당 사건’ 등 박 후보의 역사인식과 관련한 논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역사인식에 문제가 있다’는 의견이 46.2%로 ‘역사인식을 납득할 수 있다’는 답변(40.4%)보다 많았다. 텃밭 대구·경북, 부산·울산·경남지역에서도 박 후보의 역사인식을 납득할 수 있다는 의견은 각각 47.3%와 47.9%로 절반을 넘기지 못했다.

투표시간 연장 미루는 새누리당… 경향 “비용이 민주주의보다 중요한가”

대선 투표시간 연장 보류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로 퇴근길 2040세대의 투표율 저하 원인으로 꼽히고 있는 투표시간이 이번에 바뀔 수 있을지 주목된다.

경향신문은 1면 (대선 투표시간 연장 보류 논란)에서 투표율 제고를 위해 투표시간을 오후 8시까지 2시간 연장하자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논의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경향은 “상시근로 사업장 등에서 24시간 근무를 하거나 투표 자체가 눈치 보이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투표권 보장을 위해서도 투표시간 연장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며 “특히 표가 전자식으로 집계되고 있어 2시간 정도 투표시간을 늦춰도 당일이나 다음날 오전 중에는 당락을 알 수 있다는 점도 감안된다”고 보도했다.

경향에 따르면, 현행 투표시간은 1994년 통합선거법 제정 이후 바뀐 적이 없다. 1948년 제헌의원 선거는 오전 7시부터 오후 7시까지, 1950년대는 오전 7시부터 오후 5시, 4·19 혁명 뒤에는 오전 7시부터 오후 4시까지였다. 5·16 쿠데타 이후 오전 7시에서 오후 5시로 연장됐지만 1971년 총선에서 오후 6시까지로 늘었다.

그러나 이 같은 연장 논의를 하던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새누리당은 갑자기 정회를 요청했다. 김민기 의원에 따르면, 의결 직전 새누리당 전문위원은 고희선 소위원장에게 ‘시간만은 안 됩니다’라고 귓속말을 했다. 이 말을 들은 고희선 소위원장은 정회를 선언했고 법안은 처리되지 못했다.

고 소위원장은 경향신문과 통화에서 “선거와 관련해 민감한 사안은 여야 간 합의가 안되는 게 많다”며 “연말이 되어야 논의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간만은 안 된다’는 귓속말 내용에 대해 그는 “만든 말”이라고 밝혔다고 경향은 전했다.

▲ 경향신문 9월 24일자 사설

경향신문은 사설 (투표권 보장은 민주주의의 기본이다)에서 “중요한 것은 합의 여부가 아니라 투표권 보장이 갖는 중대한 함의”라며 “5년에 한 번, 4년에 한 번 돌아오는 대선·총선의 투표권조차 보장하지 않고서 민주주의를 논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새누리당을 비판했다.

비용 증가는 연장 반대론의 근거로 제기돼 왔다. 그러나 경향신문은 “사회적 비용 증가를 근거로 한 ‘연장 불가론’도 타당성이 미약하기는 마찬가지”라며 “투표시간을 연장하면 국민들이 밤새 개표를 지켜봐야 하고 개표종사자들의 다음날 근무에 지장을 준다는데, 이로 인한 비용이 주권자들의 참정권보다 중요한 문제인가”라고 반문했다.

박근혜 주거 대책 발표에 중앙일보 “현실성 부족” 지적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23일 중산‧서민층 주거안정 대책을 직접 발표한 것을 두고 현실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중앙일보는 6면 (박근혜 “목돈 안 드는 전세제 도입” … 전문가 “현실성 부족”)에서 박 후보의 정책 발표를 두고 “민주통합당 문재인, 무소속 안철수 후보가 아직 구체적 공약을 내놓지 못하는 동안 정책행보로 추석 민심을 끌어안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며 “다만 재정부담이 크고 현실성이 부족한 내용도 있어 인기영합적 공약이라는 지적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박근혜 후보는 “급등하는 전셋값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렌트 푸어’를 위해 ‘목돈 안 드는 전세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중앙에 따르면 이는 ‘세입자가 전세금을 마련하는 게 아니라 집주인이 주택담보대출로 전세금을 대출받는 대신 세입자는 대출금 이자를 부담토록 하는 제도’다.

또한 박 후보는 또 주택담보대출 원리금 상환에 허덕이는 ‘하우스 푸어’를 위해선 ‘지분매각 후 임대(세일 앤드 리스백)’를 정책으로 제시했다. 자신이 구매한 집의 지분 일부를 한국자산관리공사 등에 매각하고 그 돈으로 대출금을 우선 갚게 하자는 것.

▲ 중앙일보 9월 24일자 6면 머리기사

그러나 중앙일보는 “이 경우에도 막대한 재정이 필요하다는 게 최대 걸림돌이다. 채무자인 집주인의 책임 소재도 모호해진다”고 분석했다. 중앙은 이어 “공적 자금으로 원리금을 쉽게 되돌려받게 될 은행들의 도덕적 해이도 큰 문제로 지적된다”면서 “이 때문에 정부는 하우스 푸어 지원책을 내놓는 것 자체에 부정적인 입장을 이미 밝혔다”고 보도했다. 

한 민간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집값이 떨어질 경우 그 위험을 공공기관이 부담해야 한다는 문제가 있다”며 “ABS를 발행해 재원을 충당한다지만 결국 돌고 돌아 재정부담으로 귀착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폭탄주 마시고 기자 윽박지른 새누리당 대변인

새누리당 김재원 대변인이 첫날부터 만취해 기자들에게 폭언을 쏟아냈다. 중앙일보 6면 (김재원 새누리 대변인 첫날 만취 폭언), 국민일보 2면 (임명 첫날부터…김재원 대변인, 기자들에 육두문자)에 따르면 신임 대변인으로 지명된 김재원 대변인은 23일 저녁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자신이 현장에서 한 ‘박근혜 후보 과거사 전향적 입장 발표’ 관련 발언이 외부로 흘러나가 기사화된 것에 대해 기자들을 지목하며 “야, 병신들아. 이렇게 한다고 너네들이 특종을 할 것 같냐”며 “너희가 정보보고 하는 게 우리한테 다 들어온다”고 언성을 높였다. 김 대변인은 폭탄주를 마신 상태였다.

▲ 중앙일보 9월 24일자 6면

중앙일보와 국민일보에 따르면, 김재원 대변인은 박근혜 후보의 24일 기자회견에서 과거사와 관련해 종전과는 다른 입장을 내놓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예수를 배반한 베드로를 비유로 삼기도 했다. “마치 베드로가 예수를 부인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로 박 후보가 아버지를 부인하는 그 순간을 맞이하게 됐다는 것을 인정해 달라”고 말했다고 국민일보는 보도했다. 그는 “박 후보가 정치를 시작한 이유가 박정희 전 대통령의 복권을 위해서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자회견을 하기로 결단했다”고 말했다고 국민일보는 보도했다.

“노조파괴 전문” 창조컨설팅의 맨언굴… “충격”

‘노조파괴 전문’ 창조컨설팅이 지금까지 KT 민영화 이후의 노사관계 컨설팅을 비롯해 수십 개 기업의 노사문제에 개입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 업체에 의해 민주노조가 사라진 곳만 14곳이다. 은수미 의원과 한겨레가 입수한 창조컨설팅의 내부문건에는 유성기업과 상신브레이크, 발레오전장 관련 내용이 주로 담겨 있다.

한겨레는 1면 머리기사 (‘노조파괴 전문’ 창조컨설팅, 7년간 14개 노조 깼다)에서 창조컨설팅의 내부문건을 입수해 보도했다. 은수민 민주통합당과 한겨레가 입수한 창조컨설팅 내부 문건에 따르면, 창조컨설팅은 최근 7년 동안 14개의 노동조합을 파괴하는데 개입했다. ‘자문’의 이름으로 각종 부당노동행위를 컨설팅해 온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해당 기업의 노조가 민주노총을 탈퇴했을 때 성공보수까지 받아온 것으로 확인됐다.

▲ 한겨레 9월 24일자 1면

한겨레는 유성기업을 예로 들었다. 한겨레는 “창조컨설팅의 문건에는 ‘키맨(사내 동문회장‧향우회장‧동아리장‧계장 등) 포섭을 위해 먼저 조합원 분류작업’, ‘(복귀한 조합원에 대해서는) 철저히 관찰한 후, 일일 관찰일지’ 등의 내용도 담겨 있다”고 보도했다.

상신브레이크와 발레오전장 관련해서 창조컨설팅은 회사에 협조적인 새노조 위원장 선정, 노조 설립 시점, 조합원 총회 시나리오까지 맡아 기획했다. 한겨레는 “이는 ‘노조활동에 대한 지배‧개입’으로 부당노동행위에 해당된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창조컨설팅은 해당 기업의 노조가 민주노총을 탈퇴하거나 조합원 수가 줄었을 경우 성공 보수를 받았다. 한겨레에 따르면, 창조 측이 상신브레이크와 맺은 약정서에는 월 3~4천만 원에 달하는 컨설팅 비용 외에 노조가 민주노총을 탈퇴할 경우 1억 원을 창조 측이 더 받는 것으로 기재돼 있다.

한겨레는 8면 머리기사 (법 허점 악용해 '노조 죽이기' 설계…와해 뒤에도 배후 관리)에서 최근 일어난 창조컨설팅의 노조 파괴 공작에 대해 자세히 보도했다. 지난해 3월 전국금속노조 유성지회가 밤샘노동 폐지와 주간연속 2교대제를 요구하며 잔업 및 특근 거부에 들어간 지 2개월이 지난 5월 유성기업은 창조컨설팅은 계약을 맺었다.

창조는 “키맨의 활용을 위해 회사는 일정한 이익을 미리 제시할 필요 있음. 승진 등 제안. 키맨 포섭을 위해 먼저 조합원 분류작업 진행”(2011년 6월 25일 전략회의 문건)을 제안했다. 문건에 따르면 창조는 이 같은 행위가 부당노동행위라는 것을 사전에 알고 있었다. 이 때문에 이 문건을 “철저히 내부 보안자료로 분류하고, 선무활동 대상 조합원에 대한 접촉 등 서면으로 남겨지는 자료가 없도록 철저히 주의”했다.

창조컨설팅이 개입한 발레오전장시스템스코리아와 상신브레이크의 민주노조는 무너졌다. 발레오전장과 상신은 각각 2010년 2월부터 5월, 8월부터 10월까지 직장폐쇄를 단행했다. 한겨레는 “‘직장폐쇄→용역경비 투입→개별‧선별적 업무복귀→금속노조 탈퇴’로 이어지는 ‘노조 죽이기 공식’이 그대로 활용됐다”고 보도했다. 창조컨설팅은 발레오전장 직장폐쇄 뒤 결성된 회사 쪽에 가까운 모임 ‘조합원을 위한 조합원 모임’을 지원하기 위한 시나리오까지 작성했다.

한겨레는 “문건에서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최근 직장폐쇄와 용역경비 문제로 노사 갈등을 겪고 있는 자동차부품회사 에스제이엠과 만도, 보름 넘게 파업 중인 이화의료원에도 창조컨설팅이 개입한 것으로 노동계는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은수미 의원은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이를 그대로 방치한 정부의 책임이 크다”면서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는지 제도적 문제점을 살펴, 노동기본권이 보장될 수 있도록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한겨레 9월 24일자 사설

한겨레는 사설 (‘노조 파괴’ 공작 자행되는 동안 정부는 뭐했나)에서 “노무법인 ‘창조컨설팅’의 노조 파괴 프로그램은 한마디로 충격적”이라며 “더욱이 해당 기업 노조가 민주노총을 탈퇴할 경우 ‘성공보수’까지 받았다니 말문이 막힐 따름”이라고 했다.

한겨레는 이어 “이는 자문의 실질적인 목적이 사실상 노조 파괴나 무력화였음을 방증하는 것”이라며 “이런 ‘자문 행위’는 회사 쪽과 함께 부당노동행위를 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한겨레는 “이런 불법행위는 감독당국의 묵인 내지 방조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라며 “그동안 당국은 회사 쪽이 무리한 직장폐쇄나 정리해고를 해도 늘 회사 쪽에 서서 노조를 몰아붙였다. 노조 파업이 장기화되면 정부는 불법 파업으로 몰아 공권력을 투입해 제압하기 일쑤였다. 이런 편향적인 정부의 노동정책이 노조 파괴 공작을 일삼는 창조컨설팅 같은 불법적인 노무법인이 활개칠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해준 셈”이라고 정부를 비판했다.

박장준 기자 | weshe@media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