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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8월 29일 수요일

공천 헌금, 공천 뒷돈, 돈 공천 ‘그때그때 달라요’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8-29일자 기사 '공천 헌금, 공천 뒷돈, 돈 공천 ‘그때그때 달라요’'를 퍼왔습니다.
[뉴스분석] 동아일보, 새누리당엔 ‘헌금’ 민주당엔 ‘뒷돈’… 동일 사안에 다른 규정

현영희 새누리당 의원이 공천을 대가로 현기환 전 의원에게 자금을 줬다는 의혹과 양경숙 라디오21 전 대표가 공천 알선의 대가로 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간단히 보면 동일한 사안이다. 공천을 위해 불법자금을 주고받은 의혹이다. 하지만 언론은 그 상대가 새누리당인지 민주통합당인지에 따라 전혀 다른 뉘앙스의 단어로 이 사안을 바라보고 있다.
최근 의혹이 불거진 일명 '양경숙 의혹'을 보도하는 보수 언론부터 살펴보면 동아일보는 이 사건을 '공천 뒷돈'이라고 부루고 있다. 29일자 4면 기사 (檢 '박지원 명의 문자 왔다' 진술 확보…실제 발신지 추적)에서 "민주통합당 공천 뒷돈 제공 의혹을 수사 중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28일 문제의 돈 상당액이 양경숙 씨가 운영하는 인터넷 방송국 '라디오21'을 소유한 '사단법인 문화네트워크'의 계좌로 입금된 사실을 확인하고 이 계좌 입출금 명세에 대한 전방위 계좌 추적에 나섰다"고 전했다.
하지만 동아일보는 일명 '현영희 의혹'에 대해서는 '공천헌금'이라고 했다. 동아일보는 이 소식을 전한 지난 3일자 기사 제목은 (현기환-홍준표-현영희 檢, 공천헌금 수사 착수)였다.

▲ 동아일보 29일자 4면 기사

▲ 동아일보 29일자 4면 기사

'헌금'이란 말을 국어사전에 찾아보면 '돈을 바침. 또는 그 돈'을 의미하며 '정치헌금'은 '정당이나 정치단체, 개별 정치인의 정치활동을 돕기 위해 자금을 지원하는 일. 또는 그 자금'을 의미한다. 중립적인 의미이거나 합법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뒷돈'은 '은밀히 주고받은 돈'이란 의미가 있다. 불법 내지는 비합법의 의미가 내포돼 있다. 동아일보는 새누리당 사안에 대해서는 공천헌금이라는 말을 쓰면서 부정적인 의미를 희석하고, 민주당 사안에 대해서는 공천 뒷돈는 말로 사안의 불법적 성격을 분명히 드러내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겨레도 갈지자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한겨레는 '양경숙 의혹'을 '공천헌금'이라고 명명했다. 29일자 4면 기사 (검찰 '라디오21 수사' 박지원이 최종 표적?)에서 "민주통합당 공천헌금 의혹과 관련한 '선거사건'에 전격 투입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를 수사선상에 올라놨다"고 전했다.
반면 한겨레는 '현영희 의혹에 대해서는 초기에는 '공천헌금'이라고 했다가 이후에는 '공천 금품수수'라고도 했다. 또 지난 10일자 사설 ('친박'들한테 돈 상납하는 새누리당 풍토)에서는 "공천뇌물 의혹 사건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현영희 새누리당 의원이 박근혜 의원의 또다른 측근인 이정현 최고위원과 현경대 전 의원에게 차명으로 정치후권금을 제공한 사실이 드러났다"고 했다. 

'수수'는 '무상으로 금품을 받음'이라는 다소 중립적인 의미가 있지만 '형법에서 수뢰죄 및 장물죄 따위를 구성하는 요건이 된다'는 뜻도 있다. '뇌물'은 '어떤 직위에 있는 사람을 매수해 사사로운 일에 이용하기 위해 넌지시 건네는 부정한 돈이나 물건'이란 뜻이다. 
중앙일보와 경향신문, 조선일보는 일관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중앙일보와 경향신문은 두 의혹 모두 '돈 공천'이라고 불렀다. 반면 조선일보는 두 의혹을 '공천 헌금'이라고 표현했다.  

조수경 기자 | jsk@mediatoday.co.kr 

2012년 8월 28일 화요일

양경숙 공천할 위치에 있었나… 검찰 물타기?


이글은 프레스바이플 2012-08-28일자 기사 '양경숙 공천할 위치에 있었나… 검찰 물타기?'를 퍼왔습니다.
(취재수첩) 보수언론의 거들기도 한몫

민주통합당 공천을 받게 해주겠다며 수십억원의 투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양경숙씨 사건을 두고 새누리당과 보수언론이 '집중 때리기'에 나섰다. 이들 보수 언론들의 주장은 민주통합당이 최근 있었던 새누리당의 '공천헌금' 사건을 비난할 자격이 있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새누리당 '공천헌금' 논란의 당사자 현영희·현기환 사건과 이번 양경숙씨 사건은 '근본'부터가 다르다는 지적이다.
새누리당으로부터 제명된 현영희 의원으로부터 돈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현기환 전 의원은 4·11 총선과정에서 새누리당 공천심사위원으로 활동해 실질적으로 공천에 개입할 수 있었던 반면, 양경숙씨의 경우 공천심사위원도 아닐 뿐더라 민주당의 당직도 갖고 있지 않았다.
또 새누리당 공천헌금을 제공한 현영희 의원은 실제 비례대표로 공천돼 19대 국회에 입성한 반면, 공천을 위해 라디오21 양 전 대표에게 투자금을 제공했다는 인물들은 모두 공천을 받지 못했다. 새누리당의 경우 조기문 새누리당 부산시당 홍보위원장 등 주요 당직자가 실제 금품을 받았던 정황이 확인된 반면, 민주당은 박지원 원내대표가 금품을 수수했다는 증거가 현재로서는 없다.
돈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현기환 전 의원이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가 비대위원장이던 시절 임명한 친박계 공천 심사위원이라는 점에서 차기 대권주자가 연루된 반면, 민주당은 대권 주자도 주요 당직자도 돈 받은 이로 지목된 바 없다.
중요한 것은 언론 보도로도 "박 원내대표를 바라보고 금품을 줬다"는 진술만 있을 뿐이지 실제 박 원내대표가 돈을 받았거나, 그런 취지로 약속을 했는지 여부는 확인된 바 없다.
더구나 금품을 받았다는 양씨는 "공천 목적으로 받은 것이 아니라 투자금 명목으로 받은 것"이라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데다 투자계약서도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천 목적'이라는 것은 검찰의 주장일 뿐 실제 '투자금'인지 또는 '공천 목적'으로 민주당에 건네졌는지는 확인돼지 않은데다 실제 투자계약서가 존재한다면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는 지적이다.
민주당 또한 논평을 내고 "검찰이 민주당의 공천거래 의혹을 기정사실화하려 하고 있지만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결론적으로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된 새누리당의 '공천헌금'사건과는 달리 민주당의 '공천헌금' 의혹은 실체가 없는데다 검찰의 주장만 있는 셈이다.
새누리당 '공천' 헌금이 논란이 된지 한달 남짓 지났지만 현영희 의원에 대해서는 이제야 검찰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한 반면, 양경숙씨의 경우 사건이 불거진지 얼마 안돼 구속수사를 했다. 현영희 의원의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접수된 시점에 언론에 이번 사건을 흘렸다는 것도 의문이다.
양씨가 "공천 해주겠다"며 돈을 받았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민주당에 자금이 흘러간 정황이나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마치 민주당이 공천헌금을 받은 것처럼 보도하는 지금의 언론 태도는 문제가 있어 보인다. 검찰은 왜 이 시점에 이런 사건을 언론에 흘렸을까?
한편, 라디오21은 투자금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지난해 사세를 확장해 서울 마포구 공덕동 골목에 있는 소규모 사무실을 여의도 중심부 빌딩으로 옮겼다. 또 (뉴스페이스)를 창간하고 케이블 방송 사업에도 손을 댔으며, (서프라이즈)도 라디오21에서 인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계덕 기자  |  dlrpejr@hanmail.net

2012년 8월 8일 수요일

언론의 '공천 헌금' 보도에 박근혜는 있는가


이글은 미디어스 2012-08-07일자 기사 '언론의 '공천 헌금' 보도에 박근혜는 있는가'를 퍼왔습니다.
[분석]최악의 '악재'…박근혜, 이것만 넘기면 탄탄대로?

‘공천 헌금’ 파문에도 불구하고 새누리당 박근혜 의원의 지지율은 많이 ‘조정’되지 않았다. 7일 발표된 중앙일보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박 의원의 지지율은 다자대결 구도에선 오히려 1.5% 상승한 36.7%였으며 안철수 교수와의 양자 대결에서 역시 0.5% 상승한 46.1%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눈에 띄는 것은 안 교수의 지지지율이 되려 1.4% 감소한 46.5%였다는 점이다. 물론, 이 여론조사는 6일 실시된 것으로 아직까지는 공천 헌금 파문이 본격적으로 반영되지 않은 수치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가지 시사점이 있다.

▲ '공천 헌금' 파문에 대한 비박 주자들의 '박근혜 책임론' 제기는 3일 천하로 끝났다. 분분한 해석이 많지만, 논란이 확산될 경우 자칫 '공멸할 수 있다'는 정서가 지배적이었단 분석이다.ⓒ 연합뉴스

‘공천 헌금’ 파문, 생각보다 영향력 제한적?
우선, 정치에 대한 불신이 워낙 광범위한 상황으로 예상보다는 ‘공천 헌금’ 파문의 영향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지난 대선에서 각종 비리 연루 의혹과 경제 부정 혐의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대통령이 탄생한 상황과도 연관 지어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정치인 모두가 더러운 족속들인데 비례대표 공천을 해주며 한 푼도 받지 않았겠느냐는 정치적 냉소와 불신이 역설적으로 실제로 사건이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상황의 파장을 흡수하고 있다는 추론을 해볼 수 있다.
어찌되었건 박 의원의 지지율이 워낙에 오래 시간을 두고 형성된 두터운 것이어서 외부 압력에 견디는 힘이 상당하단 점은 분명해 보인다. 대략 40% 안팎에서 수년 째 유지되고 있는 박 의원의 지지율은 워낙에 충성스런 것이어서 ‘공천 헌금’ 파문과 같은 메가톤급 충격이 가해졌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는 흔들리지 않는 고정불변의 성향을 보여주고 있다고 봐야할 것이다.
반면, 안 교수의 지지율은 아직 불확실한 지층이다. 최태원 구명 서명과 재벌 합작은행 설립으로 대두된 검증 공세는 사실 그다지 파괴적인 것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 교수의 지지층은 곧장 반응했다. 이는 기본적으로 안 교수의 이미지가 ‘무단 횡단에도 고뇌할 것 같은 도덕론자’로 인지된 탓에 사소한 흠집도 큰 실망으로 이어질 수 있단 취약점을 드러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안 교수를 향해 모여 있는 지지율이 안 교수 개인에 대한 것이라기 보단 정치적 냉소과 불신에 대한 반작용 차원의 것으로 안 교수가 기성의 정치인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점이 확인될 때마다 흩어질 수 있는 성질의 지지라는 점도 확인됐다.

▲ 8월 7일 '조선일보' 1면 기사

최악의 ‘악재’는 분명한데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건이 박근혜 의원에게 최악의 악재임은 분명해 보인다. 앞선, 분석이 무색할 정도로 어쩌면 며칠 뒤에 박 의원의 지지율이 내려앉을 수도 있는 폭발력을 ‘공천 헌금’ 파문은 갖고 있다는 판단이다. 이러한 가능성은 만에 하나 이번 사건을 경유해 대선의 판세가 ‘부패 VS 반부패’의 구도로 짜여 질 경우, 이러한 구도는 박 의원에게 최악의 시나리오가 될 것이란 점이다. 이명박 정부의 각종 부패에 넌덜머리가 나고 극한 피로감을 갖고 있는 중도층 유권자들에게 ‘부패 VS 반부패’의 구도는 곧장 ‘이명박근혜’의 정치적 문법이 현실화되는 신호로 받아들여질 것이다.
결국, 이 지점이 핵심이다. 박 의원은 이번 사건에 단순히 ‘도의적 책임’을 갖고 있는 이가 아니라는 점을 부각시키고 입증할 수 있느냐의 여부다. 박 의원이 이번 사건의 꼭짓점이란 주장을 야권이 하는 정치 공세 차원으로 이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새누리당의 권력 구조를 봤을 때 이 주장은 어느 정도 실체적 진실을 반영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주장을 검증해야 하는 것이 언론의 몫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언론은 이번 사건에서 박 의원의 존재를 흐릿하게 처리하고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이번 공천 헌금 파문은 진실게임에 갇혀있는 양상이다. 진실이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박근혜 책임론을 공세적으로 제기할 여력이 없다는 항변도 가능해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소극성이 결과적으로 박 의원과 이번 사건을 분리해주는 결과로 치닫고 있음도 분명해 보인다.
공천 헌금 파문에 대해 박 의원의 입장은 짧고 간결하다. ‘유감’이란 것이고 엄중히 ‘수사를 하라’는 것이다. 박 의원의 이런 주장은 스스로 자신을 3인칭으로 규정하는 하는 화법이다. 사건의 당사자가 아닌 제3자로 선을 긋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박근혜 책임론을 쓰는 언론조차 박 의원의 이런 화법을 그대로 받아주고 있단 점이다. 박 의원의 처신에 대해 직접적인 비판을 가하는 언론은 아직까지는 눈에 띄지 않고 있고, ‘공천 헌금’과 박 의원과의 연관성을 제기하는 언론 역시 별로 없다. 

▲ 8월 7일 '한겨레' 1면 기사

문제는 언론의 보도다
이건 말이 되지 않는 상황이다. 예컨대, 지금 박 의원의 지금 처신은 이런 것이다. 얼마 전까지 정가의 가장 떠들썩한 이슈였던 ‘통진당 부정경선 파문’에서 이정희 전 통진당 대표가 가타부타 말을 않은 채, ‘유감을 표하고, 엄중한 조사만 촉구했다’고 가정해보자. 그렇다면 언론은 이 전 대표를 향해 뭐라 했을까? 분명, ‘당신은 구당권파의 일원으로 당내 정파 조직의 이익을 위해 복무하면서 무슨 엉뚱한 소리를 하느냐’고 힐난했을 것이다. ‘부정 경선 파문의 핵심 당사자인 주제에 왜 제 3자인 척 하느냐’고 궤변론자 취급을 했을 것이 분명하다. 그러면서 동시에 언론은 ‘머리 끄떵이녀’와 같은 사건의 본질을 보여줄 수 있는 가장 화끈한 ‘그림’을 찾아 헤맸을 것이다. 실제, 통진당 부정경선 파문 당시의 언론이 그랬다.
하지만 이번 ‘공천 헌금’ 파문에서 언론은 전혀 그런 열정과 결기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아니 안하고 있다. 물에 물 탄, 술에 술 탄 보도가 주를 이루고 있다. 방송 뉴스는 매일 관련 보도를 한 꼭지로 압축하고 있다. 1분 30초짜리 리포트로는 결코 담아낼 수 없는 사이즈의 뉴스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형식이 동원된다는 것은 뉴스가 이 사안을 프레임에서 배제하려고 노력 중이란 얘기에 다름 아니다.
신문 역시 마찬가지다. 조중동의 보도는 기본적으로 조심스럽다. 이번 사건이 행여나 보수 정권의 재창출에 누가 될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다행히 올림픽이 어느 정도 파문을 흡수해주고 있다는데 안도감을 찾는 듯 올림픽 관련 소식으로 지면을 도배하다시피 하며 사건의 속전속결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면서 동시에 사건의 확산을 막고자 주변부적인 사건을 부각시켜 현기환 전 의원만 정교하게 쳐내는 지면 전략을 보여주고 있다. 보수 언론의 이런 행태는 통진당 사태 당시 확정되지도 않은 구조적 상황을 열심히 추론해가며 문제의 귀결을 ‘진보의 도덕성’으로 몰아갔던 태도와 완전히 반대된다.
진보언론, 역편향의 자기 검열 작동하나?
진보언론 역시 아직까지 사건을 정밀하게 드러내 보이지 못하고 있긴 마찬가지다. 박근혜 책임론을 제기하는 상황 자체가 역설적이게도 정파적인 성향을 보이는 것 같단 자기 검열의 고민이 지면에서 감지되고, 이러한 상황이 보수언론과 마찬가지로 진실게임 양상의 구성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는 전반적인 언론 환경의 퇴행 속에서 진보 언론의 입지가 매우 취약해졌음을 보여주는 상황이라고 이해해야 할 것이다.
결국, ‘공천 헌금’ 파문은 양가적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이 사건의 진원지를 놓고 ‘골수 친이입네’, ‘청와대입네’ 하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는 것은 이 사건이 그만큼 박 의원에게 위험하고 예민한 문제라는 방증일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박 의원이 그럭저럭 버티고 있는 듯 보인다. 물론, 박 의원 혼자 힘으로 버티는 것은 아니고 언론의 협조와 도움 아래 그냥 방관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만약, 이렇게 어영부영 이 사건이 현 전 의원의 개인적 비리 차원으로 덮어진다면 공천 헌금 파문은 향후 박 의원에게 부담은 되겠지만, 면역이 될 수도 있다. 이후 박 의원에게 제기될 검증 공세는 사실상 ‘약발’을 받기 어려울 것이다. 

김완 기자  |  ssamwan@gmail.com

2012년 8월 6일 월요일

박근혜 공천 헌금 '유감' 표명, '유감'인 이유


이글은 미디어스 2012-08-05일자 기사 '박근혜 공천 헌금 '유감' 표명, '유감'인 이유'를 퍼왔습니다.
남 일 보듯한 박 의원, 첫 단추부터 잘못됐다

 
▲ 지난 대선에서 정권교체를 달성했던 한나라당이란 이름을 버리고 새누리당으로 이름을 바꾸는 모험을 감행한 것은 ‘지금은 박근혜 시대’라는 것을 선언하기 위한 가장 적극적인 조치였다. 그렇다면‘공천 헌금’ 문제는 누가 뭐라 해도 박근혜 의원의 문제다.ⓒ연합뉴스

“참 안타깝고 국민들에게 송구스럽다”
공천헌금 파문에 대한 박근혜 의원의 입장이다. 간결하다. 정치적 표현 수위로 셈하면, ‘유감 표명’ 정도 될 것이다. 돌이켜보면, 늘 그랬다. 박 의원의 정치적 입장과 처세는 언제나 그 수준만 존재했다. 미화하면 마지막 순간까지도 ‘최소한의 객관주의 만’이었고, 나쁘게 말하면 매사 ‘강 건너 불구경’이었다.
박 의원은 이 간결함으로 이명박 정부를 버텼다. 굴욕의 세월을 살아냈다. 참고 또 참고, 아끼고 아꼈다. 도저히 그렇게 할 수 없을 때는 복도에서 한 마디 툭 했다. 운이 좋았던 것인지 아니면 다른 정치적 힘이 있었던 것인지 그 정도 정치력으로도 상황은 정리되곤 했다. 물론,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 ‘복도 정치’라는 신조어도 나왔다. 이명박보다 박근혜가 더 불통이란 말도 있었다. 아직도 박 의원을 검색하면 ‘병 걸리셨어요’라는 연관 검색어가 나오는 건 단적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찌되었건 그게 하나의 정치적 스타일이기로 굳어졌다. 그리고 언젠가부터 박 의원의 그런 처신을 언론은 ‘신비주의’ 전략으로 받아주었다. 그래서 대중에게 표상되는 박 의원의 이미지는 언제나 진중한 것이었고 그 진중함의 끝에서 상황을 마치 제3자처럼 바라보며 선문답을 하는 몇 수 위의 정치인처럼 여겨지도록 했다. 
박 의원이 지난 세월 동안 이례적이라고 할 수 밖에 없는 고공 지지율을 장기 지속해온 배경은 이것이었다. 어떤 이에게 박 의원은 오래도록 ‘여당 속의 야당 지도자’ 이미지였다. 또 어떤 이에게 박 의원은 거의 유일한 아니 전적인 ‘미래권력’이었다. 박 의원은 최소한의 행동반경과 활동 범위 속에 자신을 가두며 이 이미지를 쌓아 올렸다.
이 이미지의 '성'속에서 박 의원은 어떤 이들에겐 ‘박 의원으로 정권이 바뀌어도 정권교체나 다름없다’는 환상을 제공했고, 또 어떤 이에게는 ‘핍박을 견디는 소수파의 지도자’ 이미지로 본인을 각인했다. 말을 간결하게하다 보니 박 의원의 발언은 언제나 원칙(혹은 원론) 수준 이상이 될 수 없었다. 행동반경과 활동 범위가 제한적이다 보니 자연스레 인내의 이미지가 구축됐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한나라당 소속 의원 박근혜이던 시절에 가능한 포지션 전략이고 이미지 구축 전술이다. 지금, 박 의권은 한나라당 의원 가운데 한 명이 아니고, 당 내 마이너리티 정치 집단의 리더도 아니다. 미래권력을 지향하던 시절의 정치인 박근혜와 새누리당을 만들고 공천권을 행사한 지금의 박근혜는 다르다. 정치적 표현력이 달라야하고, 정치적 채임의 범위도 달아야 한다.  
지난 대선에서 정권교체를 달성했던 한나라당이란 이름을 버리고 새누리당으로 이름을 바꾸는 모험을 감행한 것은 ‘지금은 박근혜 시대’라는 것을 선언하기 위한 가장 적극적인 조치였다. 당주가 바뀌었단 사실을 대외적으로 알리며, 인기 없는 대통령과의 결별했다. 이러한 판단은 결과적으로 승부수가 됐다. 박 의원이 만든 새누리당은 모두의 예상을 깨고, 제1당이 되었고 사실상 원내 과반을 차지하는 놀라운 성과를 이뤘다.
따라서 ‘공천 헌금’ 문제는 누가 뭐라 해도 박근혜 의원의 문제다. 현기환 전 의원의 위상과 역할을 감안했을 때, 3억을 받은 것이 사실이라면 어떻게 이해하더라도 이건 당의 문제고 구조적 범죄라고 할 수밖에 없다. 현 전 의원은 ‘박근혜 아바타’라고 불렸다. 박 의원의 의중을 대리해 부산 지역 공천을 좌지우지했단 것은 ‘주장’이 아니라 새누리당 관계자들조차 인정하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현 전 의원이 3억을 받았단 것은 박근혜가 받은 것과 다름 아니다. 현 전 의원을 보고 돈을 준게 아니라 공천권을 행사하는 사람을 향해 뇌물을 올린 것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여전히 박 의원은 ‘유감’뿐이다. 지금의 상황은 박 의원이 ‘유감’을 표할 때가 아니다. 친이계의 누군가가 돈을 받고 이 상황을 당권 밖의 박 의원이 논평하는 처지가 아니란 얘기다. 당장에 사과를 해도 모자랄 판이고, 비박계 경선 주자들의 요구대로 정말 몰랐다면 ‘공천헌금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후보직에서 사퇴하겠다’는 약속이라도 해야 할 판이다.
그런데 박 의원은 그렇게 하지 않고 있고, 전혀 할 생각도 없어 보인다. 여전히도 자신이 한나라당의 소수파인 것처럼 남 일 말하듯 행동하고 있다. 더욱 의아한 것은 언론 역시 박 의원의 이런 태도를 정면으로 문제삼지 않고 있단 점이다. 5일자 방송 뉴스는 단 한 곳도 ‘공천 헌금’ 파문과 박 의원의 책임을 정면으로 문제 삼지 않았다. 다만, 비껴서서 박 의원을 향한 책임론이 일고 있단 상황을 전했을 뿐이다. 박근혜 없이 ‘공천 헌금’ 뉴스는 성립되지 않는다는 점을 모두가 아는데 뉴스만 이를 외면하고 있는 셈이다.
공천 헌금 파문은 박근혜의 일이다. 박 의원은 안타까운 감정을 가질 자격이 없는 당사자이고, 국민들을 향해 송구하다는 말을 할 처지가 못 되는 주체다. ‘원칙’과 ‘신뢰’가 강점이라는 정치인 박근혜가 정작 본인의 문제에 어떻게 처신할지 지켜볼 일이다. 이미, 첫 단추가 잘 못 끼어진 것 같긴 하지만 말이다.

김완 기자  |  ssamwa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