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월 31일 목요일

재산권이 빼앗은 또 하나의 권리, 주거권


이글은 프레스바이플 2013-01-31일자 기사 '재산권이 빼앗은 또 하나의 권리, 주거권'을 퍼왔습니다.
[김병권의 한국사회의 창]

신자유주의는 사적 재산권에 대한 모든 규제를 철폐해 극단적인 재산권을 추구하는 자본주의다. 기업의 소유자를 주주로 한정하고 기업의 모든 경영활동은 기업 지분의 소유자인 주주의 이익에 맞추고자 했다. 통상 이를 ‘주주 이익의 극대화’라고 불렀다. 주주들의 재산은 주가로 표현됐다. 기업이 무엇을 생산하고 장기적으로 어떤 전망을 가져야 하는지에 앞서 주식시장에서 주가가 오르고 있는가를 기준으로 기업이 평가될 정도였다.
‘잔여 청구권’이라고 하는 그럴듯한 이론적 명분을 업고, 기업은 오직 지분을 소유한 주주의 이익을 위해 존재하므로 당연히 기업 안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기업이라는 존재 안에 파묻히게 된다. 주주의 수익 극대화를 위해 기업의 비용은 최소화돼야 했다. 그리고 노동자는 최소화시켜야 할 비용의 하나에 불과했다. 이를 위해 ‘노동시장 유연화’라는 이름 아래 비용 최소화에 저항하려는 노동자의 모든 권리는 철폐됐다. 노동자에게 신자유주의 규제철폐는 노동권 자체의 철폐였던 것이다.
이처럼 노동권을 철폐하고 최상의 지위를 누리게 된 신자유주의 소유권과 재산권은 국민이 국가로부터 보장받아야 할 또 다른 권리인 주거권 역시 희생시키게 된다. 기업이 생산하는 상품의 가치보다는 기업의 재산청구권이라고 할 수 있는 주식가치를 더 중시하는 것처럼, 신자유주의는 주택에 대해서도 ‘주거’라고 하는 본래의 사용가치를 종종 무시하고 ‘자산가치’만을 중시하게 된다. 살기(Living) 위해서가 아니라 자산을 불리기 위해 사는(buying) 것이 주택이 됐다.
주가가 끝없이 올라 줘야 하는 것처럼 주택가격도 끝없이 올라야 했다. 주택이 끊임없이 스스로 가치가 불어나는 자산이 되면서 한 번도 살지 않은 주택을 구매하고 소유하는 일이 비일비재해졌다. 전체 가구의 8%에 달하는 140만 다주택 가구들은 그렇게 형성됐다. 심지어는 부동산 펀드를 통해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 집을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매입했다가 또 매도하는 일까지 흔하게 벌어졌다. 이런 주택거래를 방해하는 모든 규제들은 역시 철폐돼야 했다. 세금도 낮아져야 했고 거래제한도 완화돼야 했다.
사람이 거주하는 공간이어야 할 주택을 가지고 이처럼 거대한 자산시장이 형성되고 자산증식을 위한 매매거래가 복잡하게 진행된 결과는 무엇이었을까. 더욱이 이러한 시장의 규모를 끝없이 키우기 위해 금융시장의 막대한 자금까지 동원한 결과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다름 아닌 주택가격의 급등과 거품이었다. 외환위기 이후 99년부터 2008년 금융위기가 발생하기까지 서울지역 아파트 가격은 평균 2.5배 이상 폭등했다. 그리고 주지하는 것처럼 미국에서, 스페인과 아일랜드에서 거품이 붕괴하고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졌다.
한국은 급격한 거품붕괴 수준은 아니지만 2008년 이후 수도권 주택가격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투자한 자산이 하릴없이 줄어드는 것을 목도하고 있는 중이다. 그러자 재산권을 가진 주택 소유자들은 자신들의 자산가치를 지키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했다. 정부를 압박해 세금·금융·건축 등에 남아 있는 규제를 풀어 왔고, 지금도 다주택자 양도세 완화와 분양가 상한제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오직 재산권을 지키기 위해! 물론 국민에게는 실수요자의 거래 활성화나 경기회복을 위한다는 명분을 내걸었지만….
그런데 그걸로 끝이었을까. 지난 10여년 동안 주택가격이 두 배 이상 오르면서, 서울시민들은 8~10년 정도의 소득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집을 살 수 있을 정도로 소득 대비 집값 격차가 커졌다. 극심한 취업난에 시달리는 청년들에게는 주택이라는 자산구입은 진작에 포기한 꿈이 됐다. 턱없는 소득에도 불구하고 루저가 되지 않기 위해 무리한 대출을 받아 주택소유자가 된 서민과 중산층 일부 가정들은 지금 ‘하우스푸어’라는 불명예를 얻게 됐다.
자산가치 증식을 위한 주택 소유자들의 무모한 질주로 인해 집 없는 45% 국민의 주거권은 철저히 외면당했다. 무리하게 빚을 얻어 집을 소유한 10% 정도의 하우스푸어에게도 주거권은 은행에 빼앗길 처지 직전에 와 있게 됐다. 지금이라도 이들에게 주거권이 보장되려면 주택가격이 소득이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 더 내려야 하건만, 주택소유자들의 가격상승 요구에 아직도 밀리고 있는 중이다. 주거권이 보장되려면 정부는 부동산 경기부양 이전에 공공임대주택 등의 정책에 집중해야 하지만, 아직 5% 남짓에 그치고 있는 공공임대주택 확대 속도는 느리기만 하다. 무제한으로 풀린 재산권이 노동권뿐만 아니라 주거권까지 국민에게서 빼앗아 간 것이다.
* 이 글은 매일노동뉴스에 기고된 글입니다.

김병권/새사연 부원장
2005년까지 IT업계에서 엔지니어로 살아왔다. 새사연 창립을 함께 하면서 지금은 새사연 부원장으로 있다.

50대의 힘? 식자들의 대선 분석, 못 믿겠다


이글은 대자보 2013-01-29일자 기사 '50대의 힘? 식자들의 대선 분석, 못 믿겠다'를ㄹ 퍼왔습니다.
[정문순 칼럼] 민심 함부로 재단하고 선거판 쥐고 있다고 착각한 지식인들

18대 대선 결과가 예상 밖으로 나타나자 정권 연장의 일등 공신을 50대에게 돌리는 목소리가 높았다. 고령화 사회이니 20-30대가 50-60대 유권자 머릿수에 밀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참으로 대단한 발견이 아닐 수 없다. 한국이 고령화 사회인 줄을, 투표함 따고 나서야 깨닫다니. 선거 이후 쏟아지는 세대론 분석을 보며 기가 찼다. 호남 인구가 경상도 인구에 현저히 밀리니 야당이 고전할 것이라는 전망은 선거 전에 일찌감치 있었다. 그러나 영·호남이 아닌 노인의 쪽수 역할에 주목하는 지식인들은 없었다. 

이제 와서 잘난 지식인들은 내친 김에 노령 인구가 계속 늘어나니 야당이 정권을 잡기는 더 어려워졌다는 비관론을 유포하고 있다. 한 시사 주간지는 “50대는 왜 박근혜를 찍을 수밖에 없었나.”라고 했지만, 나는 왜 식자들은 제 무식을 탓하지 않고 이런 뒷북치는 소리를 내놓을 수밖에 없었는지가 더 의문이다. 이번 대선을 세대 전쟁으로 보는 사후 분석이 맞는지도 의심스럽다. 

선거 때마다 일정한 바람이 작용한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단순히 연령이나 지역 간 머리 숫자로 승패를 따지는 것은 어딘가 모자라는 분석 같기만 하다. 쪽수만으로 선거가 판가름 난다면 호남이 지지하는 후보는 정권 획득이 애초에 불가했다. 유권자 숫자 논리로는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탄생을 설명할 수가 없다. 10년~15년 전이라고 호남 인구가 영남을 앞지르지 않았다. 

따지고 보면 한국 지식인들이 엉터리 점쟁이만큼의 예측력도 없음이 입증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집권 초기만 해도 이명박 정부가 언론을 장악하고 비판 여론에 재갈을 물리는 퇴행을 저지를 거라고 예상한 사람은 별로 없었다. 어떻게 일궈온 민주주의인데 아무리 보수 정부라고 해도 뿌리까지 건드리겠나 하는 방심이 우세했다. 

식자들의 돌팔이 능력이 더 확실히 입증된 것은 촛불시위 정국이다. 이들은 100만 촛불 시위 대열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목청 높이고 대열을 이끄는 지도부나 예전의 국민운동본부 같은 사령탑도 없는데, 조직되지 못하고 별로 똑똑해 보이지 않는 시민들이 물밀듯 거리로 쏟아져 나온 것이 어리둥절할 뿐이었다. 촛불 정국 당시 한국 지식 사회는 이전의 시민운동과는 전혀 다른 흐름을 분석하느라 바빴다. 집단 지성이니 다중의 민주주의니 하는 용어들이 그때 동원되었다. 자신들 머리로는 요령부득인 사회 현상을 설명하려니 외국산 이론을 부랴부랴 끌어온 것이다. 

무식한 지식인들의 헛발질은 끝나지 않았다. 까딱하다가는 무너질 것처럼 보였던 쇠고기 수입 정권이 5년 내내 건재할 줄도 몰랐다. 위축되기는커녕 촛불에 덴 상처를 국민을 상대로 앙갚음하고 나설 줄은 짐작조차 하지 못했다. 촛불 시위를 전후로 이명박 정권이 더 난폭해질 것이라고 예상한 이는 없었다. 집권한지 몇 달도 안돼 국민들로부터 물러나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면 국민 무서운 줄을 확인하고 유순해질 줄 알았을 뿐 대운하를 포기하겠다는 말로 잠깐 엎드렸다가 그 반동력으로 무슨 짓을 할 줄은 몰랐다. 국민을 사찰하고 언론을 손아귀에 넣고 검찰과 사법부를 정권 보위부대로 전락시키고 금수강산을 절단 내는 대역사를 밀어붙이고 촛불 배후로 전직 대통령을 의심하여 괴롭히다 벼랑으로 내몰 줄을 어떤 지식인이 예상했나.

일반인은 넘보지 못할 지식을 쌓았다는 자들이 지혜롭지 못한 것은 제 능력을 과신하는 오만 탓이기도 하다. 똑똑하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진보 정당의, 대선 후보는 무슨 생각으로 사퇴했을까. 양자 대결의 살얼음 싸움에서 자신이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다고 믿은 이정희의 오판은 무지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민심을 함부로 재단하고 선거판을 자신이 쥐고 있다고 착각한 오만이 무지를 부른 것이다.

결론은 한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식자들의 말은 믿지 말 것. 남들보다 똑똑하다는 자만이 지혜를 억눌러 무지로 빠지는 자들에게 속아서는 안된다. 학위 따고 글줄이나 읽었다는 지식인 사회가 제 구실을 하지 못하는 세상은 불행하다. 그럼 누구를 믿어야 할까. 암만 생각해도 믿을 것은, 천지 우주의 기운을 받고 태어난 ‘나’밖에 없는 것 같다. 데카르트가 세상 모든 걸 의심하고 의심해도 그 의심의 주체인 ‘나’라는 존재만큼은 부정할 수 없었던 것처럼, 의지할 것은 세상 모든 가치보다 우뚝 위에 서 있는 ‘나’ 자신뿐이다. 

새해에 계획을 세웠다. 젊은이들 앞길이나 가로막는다는 비아냥이나 듣는 ‘논네’(노인네의 비칭)로 나이먹지 않도록 몸을 긴장시키고 젊어지도록 노력해야겠다. 7080 노래는 끊고 소녀시대 노래를 배울 생각이다. 살을 빼고 치마 길이도 더 올릴 것이다.  * (경남도민일보) 1월 29일 기고를 손본 것임 

정문순

* (대자보) 편집위원, 문학평론가로 [한국문학의 거짓말- 2000년대 초기 문학 환경에 대한 집중 조명](작가와 비평, 2011)의 저자입니다.

민주통합당, 꾀돌이 정치로는 미래 없다


이글은 프레시안 2013-01-30일자 기사 '민주통합당, 꾀돌이 정치로는 미래 없다'를 퍼왔습니다.
[창비주간논평] 2012 대선의 교훈, 이념의 정치와 민생정치

100만 명의 하우스푸어, 1000조 원대의 가계부채, 재벌과 대기업의 동네상권과 문구·빵집·식자재 등 중소상공인 적합업종 진출 등은 무엇을 말하는가. 노후대책은 없고 재산의 80%인 주택은 팔 수도 없어 빚만 잔뜩 떠안은 5060세대와 생존율이 25%도 되지 않는자영업자의 생활의 위기는 심각하다. 이명박 정부의경제 실정에 누구보다도 아픔이 컸던 5060세대와 자영업자들은 그러나 정권교체를 외치는 야당이 아니라 생활정치의 이미지를 강조한 여당 후보를 선택했다. 30대, 40대 때는 김대중과 노무현 정부의 정치 개혁의 외침에 흔쾌히 표를 던졌던 그들이 왜 여당 후보에게 몰표를 주었나.

반면 청년실업, 비정규직 일자리, 자기 소득으로는 살 수 없는 천정부지의 집값과 전월세 가격 상승 등을 통해 2030세대가 체감하는 생존의 위기도 심각하다. 그러나 2030세대는 이명박 정부의 실정을 비판하며 아낌없이 정권 교체에 표를 던졌다. 왜 다른 선택이었나. 2030세대는 미래를 보고 투표했지만 5060세대는 경험으로 투표했다.

노무현 정부의 '계승'만 있고 '극복'은 없어

부동산 가격 폭등과 카드 대란 등 서민 금융 위기, 매년 반복되는 두 자릿수의 등록금인상, 불법 다단계와 사행성 게임 등 대규모 민생 침해 사건 등 5060세대에게 민생정치의 측면에서 민주정부 10년은 결코 아름다운 추억으로 기억되는 정권이 아니었다.정리해고와 비정규직 확대, 대형마트 허가제 폐지, 중소기업 고유(적합)업종 폐지, 서민은행인 저축은행의 대규모 PF대출 허용, 분양가 상한제와 무주택자 우선청약제의 폐지와 부활…. 김대중, 노무현 정부가 군사정권의 관치경제를 극복하겠다면서 추진한 '글로벌 스탠더드'라는 것은 결국 재벌과 대기업이 시장을 독식하는 신자유주의적 시장방임정책이었다. 결과는 경제적 양극화의 심화와 중산층의 몰락, 근로계층의 빈곤화였다.

서민들이 민주정부에 기대한 것은 거대한 재벌과 기득권층으로부터 서민을 보호하는 호민관(護民官)으로서 민생정책이었으나 민주정부가 보여준 모습은 무능 아니면 배신이었다. 서민들로서는 혼란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2007년 대선에서 참패하여 야당이 되었지만 야당 내에서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민생정치의 실패를 뼈아프게 반성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정치적 리더십을 모색하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가 추진한 정치권력의 민주화, 남북관계의 개선 등의 정책은 '계승'되어야 하겠지만, 적어도 민생경제 정책에서만큼은 '극복'이 필요했다.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가 이명박 정부와 차별성을 추구하면서 복지와 경제민주화, 민생우선 정치의 이미지를 구축해갈 때 야당 후보는 노무현 정부의 혼란과 불안을 극복할 의지나 노무현 정부와 차별성을 보여주지 못했다.

선거 막판에 등장한 민생공약, 경제민주화는 추상적 담론에 머물고

민주통합당의 정치전략가들은 민생정책을 대선의 정책공약으로 제시하면 논란만 많고 득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민주주의와 정권교체의 열망에 부응하여 야당이 집권하면 그때 가서 진정성을 가지고 민생문제를 해결하면 된다는 생각이었다. 반대 측 이해관계자가 있는 민생문제는 항상 정치적 논란의 대상이 된다. 그래서 민생정치가 어렵다. 동네상권을 보호하기 위해 대형마트의 일요일 영업을 규제하면 소비자들이 불편을 겪고, 가계부채에 허덕이는 서민들을 구제하기 위해 금융기관의 무책임한 영업에 책임을 묻고 원리금을 감면하는 개인 파산·회생재판이나 채무조정 프로그램을 활성화하면 도덕적 해이의 비난이 제기된다. 중소상공인 적합업종 보호에는 경쟁을 통한 자영업 육성이 지체된다는 비판이 따라다닌다.

하지만 이러한 반론들과 부작용을 최소화하며 당면한 민생문제를 어떻게 해결해갈 것인지에 대한 진정성과 신뢰를 보여주는 것이 생활정치, 민생정치이다. 우여곡절을 거쳐 12월이 다 돼서야 민생공약이 공약집에 담기게 되었지만 경제민주화는 민생정책으로 구체화되지 못하고 추상적 담론에 머물게 되었다. 그나마 국정원 여직원의 선거개입 사건에 '올인'하는 사이 민생공약의 쟁점화는 한참 비켜갔다. 그사이 박근혜 후보는 이미지화에 필요한 최소한의 공약을 제시하며 민생정치를 실현할 것이라는 신뢰를 얻었다. 아마도 민생정치를 염두에 두었다면 야당은 적어도 8,9월에는 비정규직 문제 해결, 가계부채 해소, 중소상공인 보호 등 구체적인 민생정책을 놓고 여당과 정책논쟁을 마다하지 않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단일화와 정권교체, 이명박정권 심판만이 있었다. 민생정치에 있어서만큼은 야당은 선거전략이 없었던 셈이다.

이념의 정치와 민생정치, 새롭게 거듭남을 보여주는 정치

혹자는 시민의 탈이념화와 생활정치화를 이유로 정당정치는 비정규직 문제 해결, 가계부채 해소, 중소상공인 보호 같은 구체적인 생활의 문제를 놓고 정책대결을 벌이는 민생정치가 되어야 한다고 한다. 이명박 정부에서 크게 후퇴한 민주주의와 인권을 목도한 많은 시민들이 민주주의와 인권의 고귀한 가치의 복원을 염원하고 있는데, 섣불리 민주주의와 인권을 권력운용의 기본 가치로 하는 이념의 정치가 빛이 바랬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념의 정치가 정치의 전부이거나 대부분이어서는 안 된다. 그러면 시민들의 다양한 호소를 외면한 채 숨 막히게 고정된 정치, 시대에 뒤떨어진 정치가 반복될 뿐이다.

또한 논쟁을 피하고 모든 이가 손뼉 치는 문제만 쟁점화하는 식의 정치도 결국 서민들의 생활현장, 생존의 문제에서 한참 벗어나 정권심판만 외치는 공허한 정치가 되기 십상이다. 이리저리 표를 계산하여 정책을 내세우는 꾀돌이 정치가 아니라 가슴을 열고 먼저 서민들의 고통에 공감하고 부족하더라도 대안을 만들려고 고민하는 정치가 되어야 한다. 대안을 놓고 논쟁도 마다하지 말아야 한다. 혼란에 그칠 수도 있지만 발전적인 논쟁과정에서 새로운 정책을 수립하고 정치적 지도력을 갖추어 참신한 이미지로 거듭나는 정당이 될 수 있다. 그래야 10년이 가도 변화가 없는 정치에서 탈바꿈해 새로운 희망을 보여주고 미래를 맡길 수 있는 신뢰의 정치 시대가 열릴 것이다.


 /김남근 변호사, 참여연대 부집행위원장

삼성전자, 물리력 동원해 시민단체 저지... '위법' 논란


이글은 오마이뉴스 2013-01-30일자 기사 '삼성전자, 물리력 동원해 시민단체 저지... '위법' 논란'을 퍼왔습니다.
교통영향평가시 "일반 개방" 조건 붙어... 삼성 "위법 아니다"

▲ '불산누출' 삼성전자 화성공장 겹겹이 바리케이드 30일 오전 시민단체가 주최하는 '불산가스 누출사고 은폐 규탄 기자회견'에 대비해 삼성전자 화성공장 정문으로 연결되는 진입로 입구를 바리케이드로 봉쇄한 삼성전자 직원들. ⓒ 권우성

▲ 삼성전자 인간 바리케이드 불산누출 사고 은폐 규탄 기자회견에 참석한 시민단체 회원들이 삼성전자 정문앞까지 접근을 시도하자 삼성전자 직원들이 스크럼을 짜고 밀어내고 있다. 도로옆에는 '이곳은 삼성전자 사내지역이므로 허가되지 않은 외부인 및 차량은 출입할 수 없습니다'는 안내문이 세워져 있다. ⓒ 권우성

5명의 사상자를 낸 불산 누출사고 은폐·축소 의혹을 받고 있는 삼성전자가 이번에는 시민사회단체의 도로 진입을 불법으로 저지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삼성전자가 보안요원을 동원해 가로막은 화성사업장 진입 도로는 교통영향평가에서 "일반에 개방하라"는 조건을 부여받았기 때문이다.

경기 화성 지역에서 산업단지 조성에 착수한 삼성전자는 올해 말 준공을 목표로 10년째 공사중이다. 산업단지에 속하는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에는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도로가 있는데, 이 도로는 315번과 318번 지방도 사이를 잇는다. 두 지방도는 시민에게 개방하게 돼 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경기도는 2005년 12월 실시설계변경 당시 교통영향평가에서 "두 지방도를 잇는 도로를 6차로로 확장할 것을 검토하고 일반인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시하라"는 조건을 붙였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이 도로를 4차로로 개설했고, 318번 지방도와 맞닿은 지점은 LH의 고가도로 공사를 이유로 막았다. 또한 315번 지방도와 연결돼 정문으로 이어지는 지점은 그동안 개방됐으나, 돌연 삼성전자는 30일 정문 쪽 도로가 '사유지'라는 이유로 보안요원 100여 명을 동원해 바리케이드를 만들어 시민단체의 진입을 막았다. 이 진입도로에는 아예 '외부인의 출입을 금한다'는 삼성전자 측의 표지판이 설치돼있다.

경기도 관계자는 30일 (연합뉴스)를 통해 "교통영향평가 당시 도로 개방시점은 명시되지 않았지만 당장 일반에 개방하는 것이 맞다"며 "318번 지방도와 연결된 북쪽지점은 인근에 공사 현장이 있어 안전상 이유로 폐쇄할 수 있지만 정문과 연결되는 도로를 막아선 안 된다"고 밝혔다. 

시민단체 "진입 차단, 법적 대응 계획"... 삼성 "준공 전까지는 사유지에 속해"

▲ 바리케이드 치는 삼성전자 삼성전자 직원들이 진입로 입구에 철제 바리케이드를 설치하고 차량을 통제하고 있다. ⓒ 권우성

▲ "잡아!" 시민단체 회원들 저지하는 삼성전자 직원들 기자회견에 참석한 시민단체 회원이 삼성전자 정문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저지하는 삼성전자 직원들. ⓒ 권우성

환경운동연합·반올림·다산인권센터 등 시민단체들은 이날 오전 11시 삼성 불산 누출사고 규탄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화성사업장 정문을 찾았다. 기자회견에 참여한 다산인권센터에 따르면, 삼성 측은 11시께에 도착한 30여 명의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진입하지 못하도록 막았다. 이 과정에서 보안요원과 시민단체 측의 승강이가 일기도 했다. 

박진 다산인권센터 활동가는 이날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시민에 개방된 도로인데도 삼성은 권력을 과잉 행사해 진입을 막았다"며 "개방된 도로에서 활동가들에게 물리력을 행사한 것과 관련해 법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형법상 개방된 도로의 통행을 방해할 경우 사유지라 할지라도 일반교통방해죄가 성립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삼성전자는 도로 개방 시점이 되지 않았으므로 개방 의무가 없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도로는 개방하는 것이 조건인 건 사실이지만 올해 말인 전체 산업단지 준공시점부터 적용된다"며 "기업의 사업부지 내에서 기자회견이나 집회를 열 수는 없다"고 반박했다.

▲ "밀어내!" 스크럼을 짜고 시민단체 회원들을 밀어내는 삼성전자 직원들. ⓒ 권우성

권우성(kws21)
이주영(imjuice)

한국인, 기업·정부보다 NGO 더 믿는다


이글은 경향신문 2013-01-30일자 기사 '한국인, 기업·정부보다 NGO 더 믿는다'를 퍼왔습니다.

ㆍ에델만 조사… 기업 신뢰도, 26개국 중 ‘꼴찌’

한국인은 기업, 정부, 미디어보다 비정부기구(NGO)를 더 신뢰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의 기업에 대한 신뢰도는 조사 대상 26개국 중 꼴찌였다.

광고홍보컨설팅 기업 에델만은 ‘2013년 에델만 신뢰도 지표조사’ 결과, 기업·정부·미디어·NGO 등 4대 기관 가운데 NGO가 신뢰도 66%로 유일하게 한국에서 신뢰받는 기관으로 조사됐다고 30일 밝혔다. 미디어(49%), 정부(44%), 기업(31%) 모두 신뢰도가 50%에 못 미쳤다. 신뢰도가 50% 미만인 경우 불신하고 있는 것으로 분류한다.


사기행위·부정부패 때문에 정부를 불신한다고 답한 비율은 51%였고, 기업에 대해서도 사기행위·부정부패를 불신 요인으로 꼽은 사람이 44%였다. 투명성 문제가 불신의 요인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기업 34%, 정부 18%였다.

한국인의 기업에 대한 신뢰도는 31%로 조사 대상 26개 국가 가운데 최하위로 나타났다. 미국(62%), 영국(56%), 일본(52%) 등 선진국뿐 아니라 인도네시아(74%), 브라질(64%), 러시아(40%) 등 신흥국보다도 훨씬 낮았다. 또 중소기업(55%)이 대기업(44%)에 비해 여론주도층 사이에서 신뢰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인은 기업 운영보다 직원에 대한 처우 개선, 고객 의견 경청, 문제 또는 위기 대처에 있어 책임 있는 행동, 도덕적·투명적 관행, 수익보다 고객 우선 등이 신뢰도 형성에 중요하다고 응답했다.

우석훈 성공회대 외래교수는 “전 세계 기업의 경영 추세가 윤리경영으로 투명성을 강화하고 있다”며 “사외이사 제도를 두고 있지만 말 잘 듣는 사람만 앉히다보니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민간 기업도 설명회 등을 통해 경영상황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학 기자 gomgom@kyunghyang.com

굶주린 세자매, 2년간 방치된 삶…누구의 관심도 없었다


이글은 한겨레신문 2913-01-30일자 기사 '굶주린 세자매, 2년간 방치된 삶…누구의 관심도 없었다'를 퍼왔습니다.

반지하 주택들/ <한겨레> 자료 사진

아빠·엄마는 찾아오지 않았고
중학교 의무교육조차 못받아
이웃들은 처지 전혀 알지못해
“복지 사각지대 없앨 체계 필요”

지난 21일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의 다가구주택 반지하 월세방에서 발견된 10대 세 자매는 곰팡이가 핀 작은 방에서 몹시 추운 날에도 난방을 하지 않고 살아왔다. 세 자매는 모두 영양실조 상태였고, 둘째(18)는 잦은 발작과 허리디스크, 정서불안 등을 안고 있었다. 막내(15)는 골다공증으로 인한 관절 골절로 하반신 마비 증세를 보여 발견 즉시 긴급수술을 받았다. 가족뿐 아니라 학교, 이웃, 지방정부 모두 세 자매를 2년여 동안 방치해 온 것이다.세 자매의 어머니는 2001년 이혼한 뒤 연락이 끊겼다. 지방을 돌아다니며 막노동을 하는 아버지는 애인에게 매달 80만원을 부쳤고, 아버지의 애인은 월세 23만원, 생활비 15만원을 세 자매에게 부쳤다. 아버지와 아버지의 애인은 지난 2년 동안 세 자매를 만나러 오지 않았다.학교도 이들을 품지 못했다. 세 자매는 최소 3년 이상 학교 울타리 밖에 있었고, 의무교육인 중학교도 마치지 못했다. 첫째(19)는 중학교를 중퇴하고 검정고시로 중학교 졸업 학력을 얻었고, 둘째는 중학교 2학년 때 중퇴했다. 셋째는 초등학교만 졸업했다. 고양시청 아동청소년과 관계자는 “초등학교를 졸업하면 상급학교로 진학하게 돼 있고, 학교에서 중퇴할 때에도 보호자에게 연락을 한다. 이들이 어떻게 학교 울타리를 벗어나게 됐는지 조사하고 있지만, 아이들이 정서불안 상태라서 조사가 쉽지 않다”고 전했다.전문가들은 탈학교 청소년에 대한 부실한 관리시스템을 지적한다. 정익중 이화여대 교수(사회복지학)는 “상급학교 미진학 청소년이 전체의 4%, 학업 중퇴율이 1%에 이른다. 탈학교 청소년이 전체의 5%에 이르지만, 이들에 대한 관리가 전혀 안 되고 있다. 학교에서도 장기결석자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전상진 서강대 교수(교육사회학)는 “학교가 입시 위주의 경쟁교육에만 신경을 쓰다 보니 사회에서 배제되고 도움이 필요한 청소년들을 찾아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이웃들도 세 자매의 처지를 알지 못했다. 성현상 고양경찰서 생활안전과장은 “세 자매가 이렇게 살고 있다는 것을 이웃들이 전혀 몰랐다. 자매들은 외출을 거의 하지 않았고, 첫째만 간혹 먹을 것을 사러 외출하곤 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한 달에 불과 15만원으로 생계를 이어왔지만 기초생활수급 대상자로 지정되지 않았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아무런 복지혜택도 받지 못했다. 고양시 아동청소년과 관계자는 “아이들의 친권을 가진 부친이 실제 아이들을 부양하지 않았다. 이런 경우엔 직권조사를 해서 기초생활수급 대상자로 지정할 수 있지만, 세 자매가 외부와 접촉이 없다 보니 신고가 들어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고양시는 30일 세 자매를 응급 지원대상자로 지정했고, 병원 치료비와 전세임대주택 등을 긴급 지원하기로 했다.2011년 보건복지부의 ‘복지 사각지대 전국 일제조사’ 결과 1만4127건(지원 68.8%), 지난해 일제조사에서도 1만6160건(지원 46%)의 사례가 발견됐다. 그러나 이들은 교각이나 옥외에서 떠도는 사람들일 뿐, 이 자매들처럼 보호자가 있는 가정집의 취약계층은 아니었다. 복지부 관계자는 “이 세 자매처럼 부모가 버젓이 있는 집안까지 뒤질 순 없는 없는 노릇”이라며 “이웃의 각별한 관심과 신고가 절실하다”고 말했다.정익중 교수는 “방치된 아동과 청소년들이 스스로 지원을 요청하고 자구책을 마련하기가 어렵다. 일차적으로 학교가 방치된 학생들을 찾아내야 하고, 장기결석자 등의 명단을 지자체에 보내 복지의 사각지대가 없도록 공조체제를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형중 박경만 이유진 기자 hjyoon@hani.co.kr

MB '측근잔치', 강만수 등에 훈장도 나눠줘


이글은 뷰스앤뉴스(Views&News) 2013-0129일자 기사 'MB '측근잔치', 강만수 등에 훈장도 나눠줘'를 퍼왔습니다.
임기말 흥청망청 포상잔치, 퇴임후 '호위세력' 구축 시도

이명박 대통령이 29일 비리측근들에 대한 특별사면을 단행한 데 이어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장관 등 측근 129명에게 무더기로 훈장을 수여해, 임기말 흥청망청 '측근 잔치'를 벌이는 양상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국무회의에서 129명에 대한 훈장 수여를 결정했다.

이 대통령은 우선 대선때 '747 공약'을 만들었으며 집권후 초대 기획재정부장관을 맡았던 강만수 산은금융지주 회장에게 고졸 채용을 활성했다는 공로로 국민훈장무궁화장을 수여했다. 국민훈장은 국민의 복지향상과 국가발전에 기여한 공적이 뚜렷한 자에게 수여되며, 무궁화장은 국민훈장중 최고등급이다. 

강 회장은 그러나 집권초기 '환율주권론'을 주장하다가 물가 폭등과 외국자금 이탈로 제2의 환란 위기를 자초하면서 낙마한 인사다. 고졸 채용도 강 회장 작품이 아니라, 기업은행 등 다른 은행들이 먼저 활성화한 것이어서, 강 회장에게 훈장을 주기 위한 억지 포상 이유라는 비난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지상파 텔레비전 방송의 디지털 전환을 차질 없이 완료해 방송 콘텐츠 산업의 경쟁력 강화에 기여했다는 이유로 김인규 전 KBS 사장에게 은탑산업훈장을 수여했다. 김 전 사장은 그러나 KBS사장 재직 시절에 공영방송의 중립성을 훼손했다는 내부의 비판을 받았다. 그는 2007년 대선 기간에는 당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 캠프에서 일했었다. 

이 대통령은 또한 친이계 중진인 안경률 외교통상부 녹색환경협력대사에게 녹색성장 정책에 기여한 공로로 국민훈장무궁화장을 수여했다. 안 대사는 그러나 불과 한달 전인 지난달 녹색환경협력대사로 임명돼, 훈장을 주기 위한 명분쌓기로 해석된다. 그는 친이계 최대 모임인 '함께 내일로'의 대표였다. 

이 대통령은 앞서 지난해 12월 유사시 일본 자위대의 한반도 개입을 추진하다가 국민적 지탄 속에 옷을 벗은 김태효 전 청와대 대외전략기획관(45)에게도 훈장을 수여, 비난을 자초했으나 개의치 않고 또다시 측근들에게 훈장을 무더기로 나눠준 셈이다. 김 전 기획관은 핵안보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개최한 공로로 황조근정훈장을 받았다. 

이 대통령의 비리측근 사면과 측근 포상은 퇴임후 자신의 호위세력을 구축하기 위한 시도로 해석되나, 과연 그같은 노력이 얼마나 실효를 거둘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영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