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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2월 3일 일요일

그대들, 부끄러움을 고백하라


이글은 한겨레21 2013-02-04일자 제947호 기사 '그대들, 부끄러움을 고백하라'를 퍼왔습니다.
[표지이야기] 허황된 발상 한 ‘MB 정부’ 대통령·장관, 지위와 훈장 챙긴 영혼 없는 공무원, 욕심에 학문을 넘긴 전문가·학자… 170명 ‘4대강 죽이기 인물사전’

» 2011년 10월22일 오후 이명박 대통령과 부인 김윤옥씨가 경기도 여주군에서 열린 4대강 새물맞이 기념행사에 앞서 이포보 공도교를 걷고 있다. 김문수 경기도지사, 권도엽 국토해양부 장관,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 지역주민 등이 함께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 큰 공사를 또 대강대강 하여 유명무실하게 하면 몇 해 안 가서 그저 시끄럽게 굴면서 비용만 허비하고 만 것으로 됩니다. 그러니 물줄기를 어디로 돌리고 모래와 흙을 어디로 치워야 하겠는가를 각별히 강구하여 기어코 보람이 있게 하라는 뜻으로 분부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고종 2년(1865) 의정부(議政府)에서 개천 하나를 파내며 왕에게 아뢴 내용이다. 왕은 윤허했다.
망해가던 왕조의 신료와 임금조차 도랑 하나 내는 일의 어려움과 그만큼의 신중함을 알았다. ‘녹색 뉴딜’이라는 4대강 사업에는 22조원이 들었다. 계획 수립부터 완공까지 3년여밖에 걸리지 않았다. 경제와 생태와 홍수와 가뭄을 한꺼번에 해결한다 했다. 외국에도 사업 경험을 팔겠다 한다. 2013년 1월17일 감사원은 4대강 사업에 대해 ‘총체적 부실’이라고 결론 내렸다.
‘한반도 대운하’라는, 이명박 대통령과 그 측근들의 허황한 발상에서 시작된 4대강 사업을 빼놓고는 MB 정부 5년을 논할 수 없다. 지난 5년 그들이 내놓은 정책과 발언들을 좇아가며 다시 한번 확인한 것은 ‘MB 정부=4대강 정부’였다는 환멸이었다. 대통령과 여당, 국무총리, 기획재정부 장관, 국토해양부 장관, 환경부 장관, 공기업 등이 모두 달라붙었다. 모든 정책에 앞서 4대강이 있었다. 그들은 선거로도 심판받지 않았다.
영혼이 없다는, 깃털같이 가벼운 공직자들은 4대강 사업으로 지위와 훈장을 챙겼다. 4대강 사업에 간여한 고위 공무원부터 실무 사무관까지 자신의 자리가 가진 책임을 느끼는 이는 없어 보인다. 어쩔 수 없다, 시키는 일만 하는 것이 공무원이라고 한다면, 진작에 4대강 사업의 부당함을 알렸다가 징계·해임당한 김이태 같은 이는 독립운동이라도 했다는 말이 된다. 관련 부처들은 4대강 사업으로 훈장을 받은 1240명 명단 중 대부분을 ‘개인정보’라며 공개하지 않았다. 남모르게 주는 상이라니 ‘미담’이다.
어느 시대건 권력과 돈과 지위 욕심에 자신의 학문 지식을 넘기는 교수·학자·전문가들은 있기 마련이다. 4대강 사업 주변에도 사업 논리를 적극 옹호하고, 더 나아가 편의적 잣대로 객관적 상황을 왜곡해주던 전문가들이 4대강 녹조처럼 창궐했다. 대학교수와 연구원이라는 그럴듯한 직함으로 신문 칼럼을 쓰고 방송 인터뷰에 응했다. 대통령과 정부는 이런저런 자리를 이들에게 주었다. 선거판과 명령에 흔들리는 정치인·공직자보다 더 나쁜 이들이다.
이들 모두에게 이 거대한 사기에 대한 채무 각서를 받아내려 한다. 이명박 대통령도 ‘원 오브 뎀’(one ofthem)에 불과하다. 그 역시 첫머리가 아닌 자기 이름값 정도의 순서에 들어가 마땅하다.
인명사전은 사전(辭典)이라 쓰지 않는다. ‘事典’이다. 의미와 어원을 따질 필요가 없다. 그 사람의 행적을 모아 배열하면 그뿐이다. 사전은 읽지 않고 보는 것이다. 기억해야 하고, 책임을 물어야 할 때 펴보라는 얘기다. 177명의 이름이 담긴 ‘4대강 죽이기 인명사전’은 그래서 만들어졌다. 이름이 빠졌다고 책임이 없는 것은 아니다. 추후에 다시 채워져야 한다. 그러나 아직까지 부끄러움을 고백하는 이, 없다.

남일 기자 namfic@hani.co.kr, 김성환 기자 hwany@hani.co.kr

‘4대강 죽이기 인명사전’은 다음과 같은 기준으로 만들어졌다.

이명박 대통령이 한반도 대운하 대신 4대강 사업으로 돌아선 2008년 5월22일 이후 주요 관련자들의 발언과 행적을 찾았다. 뉴스 스크랩 프로그램을 통해 전체 중앙 일간지, 경제지, 지역 신문, 전문지, 주간지, 월간지, 인터넷 언론사, 방송사 등의 기사·칼럼 등을 검색했다. (한겨레) 데이터베이스, 정부 정책포털 (공감코리아)도 활용했다.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환경단체·시민단체에서 2009년과 2011년에 작성한 4대강 사업 찬동 인사 인명사전이 큰 도움이 됐다.

① 이름(나이) ② 주요 경력 ③ 4대강 관련 포상 ④ 4대강 관련 행적

인명사전 : 정치인 | 공직자 | 전문가 | 사회단체, 그리고 기억해야 할 이름들

» 브레이크가 망가진 정부의 4대강 속도전은 불법도 마다하지 않았다. 경북 의성군 단일면 낙단보 건설 현장. 육상 준설 작업을 할 때는 흙탕물을 막기 위해 반드시 임시 물막이를 설치해야 하지만 이마저도 생략한 채 강바닥의 흙과 모래를 마구 퍼내는 바람에 낙동강이 온통 흙탕물로 바뀌었다. 2011년 6월. 낙동강 지키기 부산시민운동본부 제공

쟁점1|물살에 파이는 바닥

감사원은 4대강 16개 보 가운데 11개의 내구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또 하천의 물살을 견뎌 보의 지반을 보호하는 물받이공과 바닥보호공을 관련 기준에 따라 깊고 길게 설치하지 않아, 부분적으로 깎여나가는 세굴 현상이 15개 보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합천·창녕보의 경우 물받이공이 유실된 넓이가 3800m²에 이르고, 창녕·함안보는 20m 깊이까지 침식됐다는 실측 조사 결과도 함께 발표했다. 감사원은 이런 결함이 수치·수리 모형 실험을 제대로 진행하지 않아 일어난 일이라고 지적했다. 물살의 속도를 늦추려면 물높이 등 물리적 조건을 최대한 검증해야 했지만, 이 과정을 누락해 이런 현상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국토해양부 등 관계 부처는 세굴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 자체는 인정했다. 그러나 이는 보의 안전성과 큰 상관 없는, 자연스럽고 일시적인 결함이라고 주장했다. 물살의 흐름이 급격히 바뀐 완공 초기에 일어나는 현상이라는 것이다. 또한 보 본체는 암반 위에 자리잡고 있거나, 그렇지 않은 경우에도 굵은 강철 말뚝(시트파일)을 보 양쪽으로 깊이 박아둬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감사원이 지적한 내용 역시 이미 보완했거나 보완 중인 사안이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다는 반응이다.

대안1|물살 속도를 줄여라

세굴 현상은 수차례 지적된 문제였다. 민주당과 학계 전문가로 구성된 ‘생명의 강 조사단’은 4대강 사업이 완공 단계에 이른 2012년 2월께 전국의 4대강 보를 방문해 현장 조사 활동을 벌였다. 그러나 국토해양부는 당시 조사 활동 자체를 방해했다. 국토해양부의 지시를 받은 시공사 직원들이 수심을 측정하려고 조사단이 띄운 보트를 들이받는 등 안전에 위협을 느꼈다는 것이 당시 생명의 강 조사단 관계자들의 증언이었다. 국토해양부는 당시 수차례에 걸친 세굴 현상 지적에 대해 “대규모 세굴은 발견되지 않았다”는 해명만 거듭했다. 그러나 감사원 조사 결과, 한 차례 보강 공사를 실시한 보에서도 물받이공과 바닥보호공이 다시 깎이는 재세굴 현상이 나타나고 있음이 드러났다. 전문가들은 보의 안전성을 판정할 수 있는 수중 조사와 모델 실험을 전면적으로 실시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를 통해 물살 속도를 충분히 늦출 수 있는 시설(감세지)을 추가하고, 더불어 바닥보호공과 물받이공을 넓고 깊게 보강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정부가 발간한 ‘4대강 준공 대비 특별점검 보고서’도 “(보에서 떨어지는 물의 낙차 에너지를 낮출 수 있는) 에너지 감세 시설의 설치도 고려해보아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쟁점2|한 번도 보지 못한 거대한 보

4대강 16개 보의 안전성 미비는 애초에 설계 자체가 잘못된 탓이 크다는 것이 감사원의 지적이다. 4대강에 설치된 보는 높이가 4~12m에 달해 국내에서는 처음 만들어지는 시설물이었다. 따라서 감세지 등 시설을 충분히 깊고 길게 설치해야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토해양부는 4m 이하 농업용 보 시설 등에 적용되는 ‘하천설계기준-보편’에 따라, 유속 감소 시설 없이 물받이공과 바닥보호공만 설치했다. 애당초 4대강 물줄기를 막을 정도의 설계 기준을 적용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대규모 세굴 현상 등을 포착했을 때 모형 실험 검증 뒤 유속 감소 시설을 설치하는 등 근본적인 보강이 필요했음에도, 이런 조처 없이 그저 깎이고 있는 바닥보호공만 막연히 연장하는 등 ‘땜질 처방’을 해왔다는 지적이다. 이에 집중호우가 내린 지난해 8~9월 이미 보수 공사를 마친 11개 보 가운데 6곳에서 다시 세굴 현상이 나타났다. 그러나 국토해양부 등 관계 부처는 보 자체의 설계 기준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안전성을 최우선으로 설계했고, 세굴 현상은 일시적인 것이기 때문에 현재의 보강 공사로도 충분하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대안2|새로운 관련 규정

보의 설계 기준이 불명확한 것은 사실이다. 전력 생산·수자원 보호 등을 목적으로 대규모 물막이를 하는 댐과 달리, 보는 농업용수를 공급하려고 지방 하천에 부분적인 물막이를 하는 수준의 시설물로 인식돼왔다. 그러나 4대강에 설치된 보들은 기존 기준이 적용되기 어려운 대규모 시설물이다. 4대강 보의 막무가내식 공사는, 규정과 현실이 불일치하는 ‘법의 공백 상태’를 틈타 이루어진 ‘속도전’과 다름없다. 이에 전문가들은 우선 ‘하천 설계 기준’의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보의 시설물 규모 등에 따라 설계 및 안전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수치·수리 모델 실험 등을 필수적으로 거치도록 관련 규정을 정비할 것도 요구한다. 바닥보호공과 물받이공을 다시 까는 정도로 땜질 처방된 보에 대해서도, 상세한 기술적 원인을 먼저 분석해 유지·관리 매뉴얼이 작성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히 물받이공의 유실 범위가 가장 넓은 합천·창녕보에 대해서는 보를 바닥에 고정하는 강철 말뚝(시트파일) 부위의 보강이 절실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수문 높이를 조절해 상·하류 수위의 낙차를 좁혀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쟁점3|갈라지는 구조물

바닥보호공과 물받이공의 세굴 현상뿐만 아니라, 보 구조물 자체의 안전성도 의심스럽다는 것이 감사원의 감사 결과다. 감사원은 전국 16개 보 가운데 6개 보에서 3783m에 이르는 균열이 발견됐다고 발표했다. 또 여주보 등 13개 보에서 수중 콘크리트 구조물의 표면이 벗겨지거나 깨져 철근이 노출되는 등 결함이 발견됐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9개 보에서 물이 새는 현상이 발견돼 보수 작업을 완료했지만, 창녕·함안보 등 6개 보에서는 여전히 물이 새고 있다고 밝혔다. 보의 본체 자체가 붕괴될 수도 있는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이런 지적 역시 정면으로 반박했다. 보 자체의 안전성에는 전혀 결함이 없고, 일부 나타나는 균열과 누수 현상은 콘크리트 등 공사 원자재의 특성 탓에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주장이다.

대안3|파이핑 현상 조사부터

민간 전문가들은 균열과 누수 현상이 보의 안전성을 가장 크게 위협하는 결함은 아니라는 국토해양부의 주장에 대해 어느 정도 동의하는 모양새다. 대신 전문가들은 지반과 강철 말뚝(시트파일)의 연결 부위 균열과 파이핑 현상에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파이핑 현상은 보의 주변 지반을 통해 물이 흘러나가는 구멍이 생기는 것을 말한다. 보의 설계 부실과 바닥보호공 등의 손상은 통상 50년으로 추산되는 보의 수명을 조금 단축시키는 수준이지만, 파이핑 현상이 발생하면 빠르면 수년 안에 붕괴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대한하천학회 등은 낙동강 유역의 7개 보에서 파이핑 현상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한 바 있다. 바닥보호공과 물받이공이 물살에 깎이지 않고 원형 그대로 가라앉은(침하) 형태가 발견됐기 때문이다. 파이핑 현상으로 지반이 약화돼 강바닥이 무너져내렸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감사원이 조사하지 않은 파이핑 현상의 유무를 가장 시급하게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만약 파이핑 현상이 발생했다면 지반을 콘크리트와 에폭시 등으로 메우거나, 심한 경우 보를 헐고 재자연화하는 대안의 선택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노현웅 기자 한겨레 경제부 goloke@hani.co.kr

» 충남 연기군 금남면 대평리 ‘금강새물결 세종보 개방 축제 한마당’ 행사가 열리는 동안 밭에 나온 마을 주민이 세종보를 보고 있다. 2011년 9월. 한겨레 김태형 기자

쟁점4|녹조라테

4대강 사업의 목표 가운데 하나는 수질 살리기였다. 환경부는 4대강 유역에서 ‘수영이 가능한 좋은 물’(하천 2급수) 기준에 도달하는 권역이 76% 정도에 불과했던 것을 2012년까지 86.3%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이를 위해 수질 예측 모델링 및 수질 개선 대책 등을 마련했다. 그러나 4대강에 보가 설치되자 물이 고여 있게 됐고, 결과적으로 조류가 증식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난해 여름 4대강에 번졌던 ‘녹조라테’ 현상에서 보듯, 하천의 부영양화 경향이 크게 나타난 셈이다. 감사원도 이 사실을 지적했다. 환경부는 기존 ‘물환경관리 기본계획’의 하천 수질 기준인 생화학적산소요구량(BOD) 기준만 적용해 4대강 가운데 86.3%가 수질 목표에 달성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조류 농도와 화학적산소요구량(COD) 기준을 적용했을 때 목표 달성률은 37.5%에 불과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조류 농도와 COD는 호수 등 고인 물에 적용된다. 환경부가 보에 가로막혀 상류에서 내려오지 못하는 물을 공사 이전과 똑같이 적용한 채 ‘수질이 좋아졌다’는 주장을 내세웠다는 지적이다. 결국 적극적 수질 관리가 필요한 시점을 놓치는 우를 범하고 말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환경부는 “보로 가로막혀 있다고 하더라도 물이 아예 흐르지 않는 것은 아니므로, 호수의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주장했다.

대안4|수질예보제

먼저 조류경보제 발령 기준을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지난해 ‘녹조라테’가 상수원까지 오염시켰음에도 환경부와 국토해양부는 ‘안전에 이상이 없다’는 주장만 반복했다. 이는 조류경보제의 기준이 낮아서 벌어지는 일이다. 현행 조류경보제는 조류 농도와 독성을 가진 남조류 세포 수 기준을 정해 두고 둘 모두 기준치를 넘어설 때만 주의보 등 경보를 발령하도록 하고 있다. 또 상수원 지역인 보 근방에서는 오히려 조류경보제를 적용하지 않고 있다. 환경 전문가들은 남조류 세포 수 또는 조류 농도 둘 중 하나만 기준치를 넘어도 조류경보를 발령할 수 있도록 기준을 완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4대강 보가 위치한 상수원 지역에 적용되는 수질예보제는 2012년 4대강 사업 완공을 앞두고 대폭 완화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수영 금지를 권고하는 기준(50mg/m²)과 국내 호수에서 수영을 자제하도록 하는 기준(25mg/m²)보다 완화된 70mg/m² 이상일 때만 경보를 발령하고 있다. 결국 조류 발생에 일찍 대응하기 힘든 규정을 만들어둔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기준을 더 강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 조류 직접 제거 및 부영양화 저지를 위한 예산을 미리 확보해두고 효과적인 시설물과 약품 등을 사전에 검증해 준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쟁점5|200년 빈도 홍수 대비 준설

과도한 준설로 유지·관리비가 대폭 증가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천 설계 기준’을 보면 준설 계획은 홍수시 배수 능력과 경제적 효과 등을 고려해 검토하도록 돼 있다. 홍수가 일어나면 큰 피해가 예상되는 도심지에서는 200년 빈도 홍수에 대응할 수 있도록 준설하고, 나머지 구간은 100년 빈도의 홍수에 견딜 정도로만 준설하면 된다. 나름의 기준으로 준설 비용을 아끼려는 방침이다. 그러나 국토해양부는 강 폭이나 바닥 경사 등을 고려하지 않고 4대강의 모든 권역에 200년 빈도의 홍수 기준을 적용했다. 무차별적인 준설을 강행했고, 이에 따라 준설 비용만 낭비하게 됐다는 지적이 나오는 까닭이다. 더구나 마구잡이 준설은 재퇴적이라는 결과를 가져왔다. 감사원은 창녕·함안보 구간에 최소 수심 6m 기준을 일률적으로 적용해 356억원을 들여 강바닥을 퍼냈지만 재퇴적으로 준설 효과가 사라졌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강물을 따라 다시 쌓이는 퇴적물을 퍼내는 데 앞으로도 2880억원 정도의 유지 비용이 필요하다는 것이 감사원의 조사 결과였다. 국토해양부는 강바닥을 퍼낸 만큼 수자원을 확보했다고도 주장했지만 감사원은 이런 항변 역시 반박했다. 4대강 본류의 물 부족량은 1억6천만m²에 불과한데 준설에만 열을 올리다 보니 이보다 훨씬 많은 8억m²의 수량을 확보하게 됐기 때문이다. 현재 추가 확보한 수량은 ‘비상용’으로 분류돼 있다.

대안5|더 이상 모래 파내지 말아야

재퇴적 현상에 대해서는 단순한 대안이 제시된다. 구체적인 목표 설정 없이 준설 계획을 만들어 또다시 강바닥을 퍼내지 말라는 것이다. 구체적인 목적과 경제 효과 등을 충분히 검토한 뒤 준설해야 하는데, 일률적인 기준을 적용해 파헤치다 보니 ‘필요 최소 준설 계획’을 턱없이 넘어섰다는 지적이다. 특히 재퇴적 현상을 고려해 추가 준설만은 막아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를 위해서는 ‘수자원 장기종합계획’의 철학이 바뀌어야 한다. 수자원 장기종합계획은 국토해양부가 만들고 있는 중·장기 수자원 전략인데 4대강 이후로 그 뼈대가 많이 변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에는 홍수를 어쩔 수 없는 재해로 보고 적극적인 물 수요 관리와 탄력적인 수해 방지 대책을 중심에 뒀다. 반면 4대강 사업이 진행되던 2011년부터는 도서·산간·벽지 등에 수자원을 공급해야 한다는 명목 아래 댐 건설 계획 위주로 계획을 잡았다. 환경운동연합의 이철재 정책위원은 이렇게 제언했다. “현재 우리의 수자원 장기종합계획은 4대강 사업을 사후 관리하는 방향으로 재편돼 있다. 재퇴적하는 강바닥을 계속 준설하는 것도, 굳이 필요없는 물을 애써 가둬두는 것도 모두 자연을 거스르는 일이다. 친자연적인 수자원 장기종합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노현웅 기자 한겨레 경제부 goloke@hani.co.kr

2013년 1월 27일 일요일

4대강에는 ‘대통령 계엄령’이…취재하기 힘드네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3-01-26일자 기사 '4대강에는 ‘대통령 계엄령’이…취재하기 힘드네'를 퍼왔습니다.

4대강 사업현장에서 자유로운 취재는 불가능했다. 공사현장에서 한참 떨어져 있는 곳임에도 불구하고 카메라를 든 기자들은 접근을 금지했다. 지난 7월 낙동강 강정고령보에서 <한겨레> 취재진이 강물 쪽으로 다가가자, 건설업체 직원들이 공사중이라며 몸으로 막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토요판] 환경담당 기자의 ‘취재 수난기'
“사진 찍지 말라고, ×새끼야. 내 찍을 권리 있나?”

4대강 가면 난리, 공무원 발언 쓰면 난리

“허가 없인 취재 못합니다”
현장 접근 안되고 사진 못 찍고
욕설을 듣는 건 다반사였다
한번은 기사를 쓰기도 전에
부 보도해명자료가 날아왔다

대부분 공무원들과 학자들은
4대강 비판에 입을 닫았다
“한 신문에 수질기사가 났어요
기자와 연락한 사람 색출한다고
총리실에서 통화내역 뒤지고…”

“사진 찍지 말라고, ×새끼야. 내 찍을 권리 있나?”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 4대강에서 공사가 시작된 건 2009년 10월이다. 그때부터 준공 시점인 2012년 9월까지 3년 동안 4대강에는 ‘대통령 계엄령’이 내려져 있었다. 기자가 욕설을 듣는 건 다반사였다. 4대강에선 언론의 자유마저 위축됐다.2012년 4월10일, 한강 이포보의 물놀이 시설에 녹조류가 끼어 ‘무용지물’이 됐다는 제보를 받고 취재를 하고 있었다. 갑자기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시공사인 대림산업 직원들은 “허가 없이 취재할 수 없다”며 휴대전화를 빼앗고 몸을 밀쳤다.그날 오후 서울에 돌아와 기사를 쓰는데, 환경부 출입기자들에게 전자우편이 도착했다. 4대강추진본부는 전자우편에서 ‘이포보 녹조류’가 수질이 악화돼 생긴 게 아니라고 친절히 설명하고 있었다. 이 사건을 처음 보도한 ‘매체’는 신문도 방송도 아닌, 4대강추진본부 홍보팀이 부정기적으로 배포하는 ‘보도 해명자료’였다. 보도도 안 했는데, 해명자료를 받아보다니! 기자로서 진귀한 경험을 했다.늘 이런 식이었다. 취재차량이 움직이면 어디선가 사륜 스포츠실용차(SUV)가 나타나 온종일 따라다녔다. 사진을 찍으려 해도 어디서 나타났는지 건장한 청년들이 다가와 몸으로 막아섰다. 공사장에서 한참 떨어진 둔치에 내려가도 길을 막았고, 멀리서 찍는 사진도 허가를 받아야 했다. 표면적인 이유는 ‘취재진의 안전’이었다. 이를테면 100㎡ 가운데 1㎡에서 공사가 벌어지는데, 나머지 99㎡도 ‘안전상 접근하면 안 됐다’. 그냥 4대강에 가면 안 됐다. 정부의 허가와 동행 없이는.4대강 사업을 감시하는 환경단체 활동가들은 신변의 위협마저 느꼈다. 그래서 환경단체에서는 중요한 현장을 모니터링할 때마다 기자들에게 동행을 부탁했다. 기자가 없을 때는 더욱 억척스러웠던 것이다. 남한강에서 감시활동을 벌인 환경단체 ‘생태지평’의 명호 사무처장이 말했다.“2010년 5월쯤이었어요. 강천보 주변에서 탁수가 흘러내려오더라고요. 수질검사는 해야겠는데, 강에 아예 접근을 못하게 하니까, 근처 다리로 가서 양동이를 내려 물을 떴어요. 그런데 저쪽에서 배가 오더니 양동이를 가지고 도망가더라고요.”대규모 국책사업을 감시하는 민간활동은 보장받아야 한다. 이것이 성숙한 민주사회의 지표다. 특히 ‘단군 이래 최대의 토목공사’라는 4대강 사업은 엄격한 감시와 검증이 필요하다. 단일 사업에 22조원을, 그것도 2~3년 만에 다 쏟아붓는 사례는 외국에서도 찾기 힘들다. 하지만 (한겨레)와 (경향신문), (오마이뉴스)를 제외한 대다수 언론은 ‘무관심’을 택했다. 끝없는 찬반 논란이 지겨울 수도 있었을 것이다.

위 사진) 지난해 7월25일 부산 강서구 낙동강 하구 일대가 녹조로 뒤덮여 있다. 녹조는 수온이 20도 이상인 더운 날씨가 지속돼 물속의 남조류가 번식하면서 물이 녹색을 띠는 현상이다. 부산/뉴시스 지난해 11월 19일 공개된 칠곡보 하류 수중촬영 동영상. 물받이공 콘크리트 균열 사이로 깊이를 측정하기 위해 드리운 줄자가 80㎝를 가리키고 있다. 민주통합당 4대강조사특위 제공 동영상 갈무리

2011년 9월 4대강 사업의 주무부서인 4대강추진본부는 한 무리의 기자들을 버스에 실어 남한강에 데려갔다. 완공된 이포보를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심명필 당시 4대강추진본부장이 강을 가리키며 설명하는데, 황톳물 한줄기가 남한강으로 유입되고 있었다. 환경청에서 적발했다면 바로 시정 요구를 할 사항이었지만 이날 기자들의 관심 대상에 오르지도 못했다. 심 본부장은 잠깐 황톳물에 관심을 비치더니 이내 다른 기자들과 말을 이어갔다.4대강 사업과의 연관성이 의심되는 대형 재해가 발생해도 마찬가지였다. 경북 구미시 단수(2011년 5월), 낙동강 왜관철교 붕괴(2011년 6월), 낙동강 중류 녹조사태(2012년 7~8월), 금강·낙동강 물고기 떼죽음(2012년 10월) 등은 언론의 호기심을 자극할 만한 사건이었지만, 보수 언론은 평소 같은 ‘파이팅’을 보여주지 않았다.태생이 ‘개발부서’인 국토해양부와 달리 ‘보전부서’인 환경부에선 4대강 사업에 비판적인 시각이 우세했다. 환경부에서는 우스갯말이 떠돌았다.“우리 환경부에서 4대강 사업 찬성하는 사람은 딱 한 명이에요.”“그게 누군데요?”“장관님요.”이런 분위기에서 이만의 당시 환경부 장관이 총대를 멨다. 사업 초기 간부회의 자리에서는 ‘우리가 국토부 2중대냐?’는 볼멘소리가 터져나오기도 했다. 그런데 찬성자들은 하나둘 늘어갔다. 취재는 힘들어졌다. 4대강 사업과 관련해 정부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해 기사를 쓰면, 관련자들은 곤혹스러운 상황에 빠졌다. 한번은 아침 일찍 전화가 왔다.“총리실에서 보도경위 조사가 나왔어요. 미안합니다. 해명자료 낼 테니까 이해해주세요.”처음에는 ‘미안하다’, ‘이해한다’는 말을 주고받을 정도로 신뢰가 있었다. 시일이 흐르면서 서로의 직업에 대한 이해와 신뢰는 깨지기 시작했다. “우리는 그런 말 한 적 없습니다.” 언젠가부터는 아예 4대강에 대해 이야기하길 꺼렸다. 공무원들 사이에는 일종의 ‘공포 분위기’가 형성됐다. 지난해 환경부 관계자는 사석에서 수치심을 토로한 적이 있다.“한 신문에 4대강 사업 뒤 수질이 악화될 거라는 수질모델 예측 결과가 실렸어요. 해당 기자와 연락한 사람을 색출하려고 간부 수십명에게 휴대전화 통화내역 조회 신청서까지 받아갔어요. 참 치욕스러웠습니다. 우리가 그렇게까지 해야 하는지….”지난해 3월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사찰 문건’에서 공개되면서, 이 사건은 청와대까지 개입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른바 ‘BH(청와대) 하명’으로 수질 예측 결과의 정보유출자를 찾는 상황을 보고한 문건이 발견된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공직윤리지원관실은 4대강 반대운동을 하는 민간인의 동향도 직접 챙기고 있었다. 경기도 남양주시 두물머리 농민들과 관련해 “불순세력 개입 상황을 파악”하라는 문건도 발견됐다.이 모든 것을 움직이는 힘은 어디서 나왔을까? 4대강 관련 지시는 대개 청와대에서 국토해양부, 환경부를 거쳐 전국의 공사 현장으로 이어졌다. 대통령이 던지는 한마디의 힘은 셌다. 공무원은 말의 무게를 가늠해 움직이기에 바빴고, 학자들은 이론적 근거를 만들었다.지난해 여름 갑작스레 터진 낙동강 중류 녹조의 원인으로 언론과 환경단체에선 4대강 보를 지목했다. 원인에 대한 과학적 조사는 나오지 않은 상태였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쐐기를 박듯 “(녹조는) 기후변화로 인해 장기간 비가 오지 않고 폭염이 지속돼 발생하는 불가피한 현상”이라고 밝혔다. 얼마 뒤 티브이에는 유영숙 환경부 장관이 출연하는 공익광고가 흘러나왔다.“해마다 빨리 피는 벚꽃, 수시로 나타나는 녹조. 먼 나라의 얘기가 아닙니다. 2012년 우리의 이야기입니다. 녹색생활 실천은 어렵지 않습니다. 플러그 뽑기, 대중교통 이용하기….”낙동강 녹조를 막기 위해서 우리 국민이 전기를 절약해야 한다고 유 장관은 말하고 있었다. 녹조의 원인이 기후변화인가? 전기를 펑펑 쓴 국민 책임인가? 적어도 ‘이상고온 외에도 강물을 가둔 4대강 보와 관련성이 있을 수도 있다. 정확한 원인을 찾아보겠다’는 정도의 말 한마디만 걸쳤어도, ‘녹조라테를 청와대에 보내야 한다’는 등의 냉소를 자초하지는 않았을 것이다.감사원이 지난 17일 발표한 ‘4대강 사업 감사 보고서’를 살펴보면, 대통령과 장관의 뜬금없는 ‘기후변화 원인설’은 설득력이 없음을 알 수 있다. 감사원은 보의 수질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 동일한 조건에서 보가 있을 때와 없을 때를 가정해 수질예측 모델링을 다시 돌리라고 국립환경과학원에 요구했다. 이 결과 보가 있을 때 녹조물질인 조류가 더 번성했다.“인공적인 보 설치로 조류 농도가 증가하는 것으로 검토됐다. 특히 낙동강 구미보에서 합천보까지의 농도는 1.3~2.3배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2013년 1월 4대강사업 감사결과 보고서)이 보고서에서 지적한 최대 문제 구간은 구미보~합천보였다. 지난해 독성물질인 ‘마이크로시스티스’가 검출되는 등 대규모 녹조현상이 일어나 문제가 됐던 바로 그곳이다.토목공학계와 환경학계는 4대강 사업을 지지했을까? 정부는 4대강 사업이 학계에서 인정받은 사업이라고 줄곧 주장했지만, 기자가 가까이서 지켜본 풍경은 달랐다. 공개된 소수의 찬성 학자와 소수의 반대 학자만 있었다. 대부분의 학자는 관련 인터뷰를 거절했다. 각종 용역 때문에 정부와의 관계를 생각할 수밖에 없다며 솔직히 양해를 구하는 이들도 있었다.이런 분위기는 2011년 여름 환경단체가 우려한 역행침식(본류의 과다 준설로 지류가 침식되는 현상) 등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조금씩 달라졌다. 4대강 사업에 긍정적이었던 ‘수자원학회’에서도 “4대강 사업에 참여한 우리 학회 회원들에 대한 향후 책임 문제가 제기될 텐데, 대책이 필요하다”(제4차 수자원학회 원로포럼)는 등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사업에 직간접으로 참여한 교수들도 자료를 제공하면서 인터뷰에 응하기 시작했다. 물론 익명을 전제로 내세웠지만 말이다. 2011년 8월 한 교수와의 인터뷰 메모다.“수자원학자들은 4대강 사업 전부터 역행침식을 걱정했어요. 개인적으로는 4대강 사업 반대예요. 기술로 (연구해) 사업(의 내용과 수준)을 결정해야지, 정부가 먼저 정책을 결정해놓고 따라오라고 하니. 그래도 (어차피 결정된 이상) 우리는 기술적으로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하니까요.”한반도 대운하부터 4대강 사업까지 이 사업을 적극 찬성하거나 이론을 제공한 일부 학자들은 자리를 옮겼다. 박석순 이화여대 교수는 국립환경과학원장에 임명됐으며, 이창석 서울여대 교수는 환경부 산하 국립생태원추진기획단장으로, 정상만 공주대 건설환경공학과 교수는 국립방재연구소장으로 갔다.감사원의 감사 결과 발표로 4대강 문제의 해결점이 모색될 것 같더니, 최근엔 국토해양부와 감사원이 진실을 두고 힘겨루기를 하는 양상이다. 4대강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23일 박용신 환경정의 사무처장이 말했다.“경기도 시화호는 1995년 물막이 공사를 완료했는데, 이듬해 수질이 악화돼 문제가 됐지요. 태어나지 말아야 할 괴물이 태어난 거죠. 맨 처음 해수유통을 해야 한다고 했지만, 정부는 정책 실패를 자인하는 것이기 때문에 받아들이지 않았어요. 수중폭기(물 순환) 장치를 설치하고, 부레옥잠을 심고, 조류제거선을 띄워도 효과는 없었죠. 수천억원을 쏟아붓고서야 2002년 정부가 해수유통을 결정하며 항복선언을 했습니다. 관료들과 정부 용역을 받는 전문가들이 우리 세금을 그렇게 써도 될까요? 그렇게 깨지는 예산이 한두 푼이 아닙니다. 관료들 퇴직금 털어서 갚으라고 말하고 싶군요.”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2013년 1월 23일 수요일

'밑 빠진 독' 4대강 사업, 박근혜의 선택은?


이글은 프레시안 2013-01-22일자 기사 ''밑 빠진 독' 4대강 사업, 박근혜의 선택은?'을 퍼왔습니다.
[정책쟁점 일문일답] (4) 정밀 조사 후 학자들의 다수 의견에 따라야

1. 지난 17일 감사원이 4대강 사업 전반에 대한 감사 결과를 발표했는데요. 많은 문제점이 지적되었습니다. 감사원이 주로 어떤 점들을 지적했습니까?⇨ 감사원은 모두 7가지를 지적했는데 이것들을 3가지로 묶어 보면 이렇습니다. 첫째, 보의 내구성과 수문의 안전성에 문제가 있다. 둘째, 수질 관리 기준이 허술하고 수질 예측이 잘못되어 있으며 수질 관리 방법도 부적절하다. 셋째, 경제적 타당성 검토 없이 사업을 강행해서 앞으로 유지 관리 비용을 많이 부담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 간략하게 정리한 감사원의 감사 결과입니다.

2. 하나하나 살펴보겠습니다. 감사원은 보의 내구성에 문제가 있다고 했는데 어떤 점이 문제가 되고 있습니까?⇨ 감사원에 따르면 4대강 보는 규모가 커서 수문 개방 시 큰 유속 에너지로 인해 보 구조물과 보 하부에 엄청난 충격이 가해지는데도 불구하고 제대로 검증도 하지 않고 소규모 보의 설계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여 보의 내구성에 큰 문제가 있다는 겁니다. 시민단체들도 그동안 꾸준히 문제를 제기해 왔는데요. 10미터 높이의 댐을 건설하면서 1~2미터 높이의 보 설계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 과연 합당한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3. 4대강 보를 애초에 댐으로 건설했으면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었을까요?⇨ 4대강 보는 그 규모가 소형댐도 아니고 중형댐에 해당합니다. 큰 보는 대형댐에 가깝고요. 4대강 보를 애초에 댐으로 건설했으면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보가 위치한 지점들이 댐을 건설할 수 있는 입지 여건을 갖추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더 따져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어쨌든 중대형 댐을 소하천의 보 설계하듯이 설계했다는 점, 또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사전에 안전성, 내구성 검증도 안 했다는 점에서 4대강 비극은 애초에 예정되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4. 16개 보 중에서 몇 개가 문제가 되고 있습니까?⇨ 감사원에 따르면 16개 보 가운데 15개 보에서 세굴을 방지하기 위한 바닥 보호공이 유실되거나 침하되었습니다. 여기에서 세굴이라는 것은 물이 강바닥을 깎아내는 현상을 말합니다. 또 11개 보에서는 보수 공사도 부실했고, 지난해 하반기에는 수문을 개방하자 6개 보에서 피해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5. 수문의 안전성에도 문제가 많다고요?⇨ 16개 보 중에서 12개 보는 수문을 여닫을 때 발생하는 유속으로 인한 충격을 설계에 반영하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 수문에 이상 변형이 나타나 제 기능을 못할 것이라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또 칠곡보 등 3개보에는 상하류 수위차로 인한 수압을 잘못 적용했습니다. 그 결과 수문이 수압을 견디지 못할 경우 수문 자체가 훼손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6. 4대강 사업으로 수질은 어떻게 변화했나요?⇨ 정부와 대다수 학자들이 가장 중요하게 평가하는 수질 지표는 BOD와 COD입니다. 여기에서 BOD란 오염 물질을 생물화학적으로 분해할 때 소비되는 산소 요구량을 말하고, COD는 화학적으로 분해할 때 소비되는 산소 요구량을 말합니다. 둘 다 산소 요구량이 많으면 오염물질이 많다는 것을 뜻합니다. 감사원에 따르면 4대강 사업으로 BOD는 10% 정도 좋아졌는데 COD는 10% 정도 나빠졌습니다. 결국 4대강 사업으로 수질 개선 효과가 없었다는 뜻입니다.

7. 4대강 사업을 추진하면서 거액의 수질 개선 사업비를 별도로 투입했습니다. 그런데 결과가 별로 좋지 못했다는 것이지요?⇨ 현 정부는 4대강 사업을 추진하면서 별도의 수질 개선비로 3조8000억 원을 투입했습니다. 시민단체에서 4대강 사업으로 수질이 나빠질 것이라고 하니까 별도로 거액을 투입해서 역기능 차단에 나선 것입니다. 그런데 그 많은 돈을 별도로 투입하고도 수질 개선 효과가 저 정도라면 정말 문제가 많은 것입니다.

8. 감사원은 또 4대강 사업을 통해 불필요한 공사를 했다는 지적도 했지요?.⇨ 감사원은 수심 2~3미터만 되어도 홍수 예방에 충분한데 4대강 사업을 추진한 사람들이 불필요하게 수심 6미터까지 파게 했다고 질타했습니다. 또 4대강 본류 구간에 구체적 활용 계획도 없이 8억 톤의 물을 가두어 예산을 낭비했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정부는 물 부족에 대비하고 가뭄을 해소하기 위해 8억 톤의 물을 보에 가둔다고 했는데, 보가 가뭄 해소에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했습니다.

 
▲ 4대강 사업 공사 현장에서 포클레인이 흙을 파헤치고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9. 4대강 사업으로 만들어진 시설을 유지하고 관리하는 비용도 상당하겠지요?⇨ 지난해 정부와 지자체가 공식적으로 예산으로 책정한 4대강 유지 관리비는 2000억 원 가까이 됩니다. 그러나 이것은 4대강 유지 관리비 중 일부에 해당하는 것입니다. 국토연구원 등의 보고서를 고려해 보면 4대강 사업으로 만들어진 시설을 유지하고 관리하는 비용은 4000억 원에 육박할 것이라 생각됩니다. 다만 이것은 재퇴적으로 인한 재준설비를 제외한 것입니다. 이것까지 포함하면 4대강 유지 관리비는 1조 원을 넘어 2조 원에 육박합니다.

10. 4대강 재퇴적으로 인한 재준설비는 어느 정도 됩니까?⇨ 이번에 감사원은 2011년 한 해 4대강 준설량의 7%가 재퇴적되어 이를 재준설하려면 연간 2900억 원이 필요할 것이라 전망했습니다. 그러나 감사원의 이 계산법은 비용을 과소 계산한 것입니다. 4대강 준설량의 7%를 재준설하려면 2900억 원이 아니라 6000억 원 이상이 소요됩니다.

11. 4대강 재준설 비용이 감사원 주장의 2배 이상이라는 근거에 대해 소개해 주시죠.⇨ 하천 준설 비용은 직접 준설비와 운반비로 구성됩니다. 국토부에 따르면 4대강의 경우 1 세제곱미터 준설 비용은 직접 준설비가 9000원, 운반비가 1만 원 정도입니다. 국토부의 단가대로 계산하면 4대강 준설량의 7%를 재준설하려면 6000억 원이 필요합니다. 감사원이 2900억 원이라 한 것은 운반비를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12. 지금까지 언급한 4대강 유지 관리비를 보면 직접 시설 유지 관리비 4000억 원에 재준설비 6000억 원을 합치면 모두 1조 원쯤 됩니다. 그런데 환경단체들은 그 비용이 2조 원에 이를 것이라 하는데요. 근거가 있는 것인가요?⇨ 제가 앞에서 말씀드린 1조 원은 감사원, 국토부, 국토연구원 자료를 종합해서 산출한 수치입니다. 그러나 실제 조사를 해 보면 감사원 주장과 달리 재퇴적율이 7% 이상이 될 가능성도 많아요. 환경단체들의 조사 결과는 20% 이상입니다. 만약 4대강 재퇴적률이 20% 이상이면 1년 유지 관리비는 2조 원에 육박합니다.

13. 재퇴적이 되더라도 재준설을 안 하면 어떻게 되나요?⇨ 재준설을 안 하고 10년쯤 지나면 강바닥이 높아져서 4대강 사업이 있기 이전의 상태로 돌아가겠지요. 보도 무용지물이 되겠고요. 그런 상태로 방치하면 매년 1~2조 원의 유지 관리비가 추가로 들어가지는 않을 것입니다. 반면 4대강 보와 수위를 지금 상태로 그대로 유지하려면 천문학적인 비용이 추가로 들어가기 때문에 정부가 이 지점에서는 결단해야 할 겁니다.

14. 정부가 어떤 결단을 내릴 수 있습니까?⇨ 정부는 둘 하나를 선택해야 합니다. 하나는 매년 1~2조 원의 유지 관리비를 추가로 투입하면서 현 상태 수위를 유지하게 하는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추가 비용을 투입하지 않고 재퇴적이 되도록 허용해서 4대강 사업이 있기 이전의 상태로 되돌아가도록 허용하는 것입니다. 정부가 이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은 피할 수 없습니다.

15. 경제학자들은 보통 이런 경우 정부가 어떤 선택을 하도록 권유합니까?⇨ 4대강 사업이 낭비성 사업이었다면 경제학자들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를 하는 식의 추가 비용 투입에 절대적으로 반대할 겁니다. 반대로 이 사업이 비용에 비해 효과가 큰 사업이라면 매년 1~2조 원의 유지관리비를 감수하도록 권유할 겁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에서 후자를 권유할 경제학자가 몇 명이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16. 박근혜 당선인 입장에서 볼 때 이 사업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요?⇨ 4대강 유역 주민들의 심정도 헤아려야 하는 박 당선인 입장에서는 정말 이 사업이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식의 낭비성 사업인지 1~2년간 정밀한 조사를 통해 확인하는 과정을 거쳐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 결과가 부정적으로 나온다면 경제학자들의 다수 의견에 따라야 할 겁니다.


 /홍헌호 시민경제사회연구소 소장

2013년 1월 5일 토요일

‘5·16 혁명’이라던 박효종, 새정치 담당?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3-01-04일자 기사 '‘5·16 혁명’이라던 박효종, 새정치 담당?'을 퍼왔습니다.
2차 인수위원 발표, 대부분 학자…이정현, 박근혜 비서실 정무팀장에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4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2차 인선을 발표했다. 아울러 취임식 준비위원장과 9개 분과 간사도 추가로 발표했다. 박 당선인은 대통령 취임준비위원장으로 김진선 전 강원도지사를 임명했다.
각 분과 간사로는 총괄간사 역할을 맡는 국정기획조정분과 간사에 유민봉 성균관대 교수, 통일외교분과 간사에는 김장수 전 국방부장관, 정무분과 간사에 박효종 서울대 교수, 경제1분과는 류성걸 의원, 경제2분과는 이현재 의원이 간사로 임명됐다.
법질서사회안전분과 간사는 이혜진 동아대 로스쿨 교수, 교육과학분과 간사는 곽병선 전 경인여대 학장이다. 고용복지분과 간사는 최성재 서울대 명예교수, 여성문화분과 간사는 모철민 예술의 전당 사장이 임명됐다.
인수위원으로는 국민대통합특위 한광옥 위원, 국정기획조정분과 옥동석 인천대 교수와 강석훈 의원, 정무분과 인수위원으로 장훈 중앙대 교수, 외교국방통일분과는 윤병세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최대석 이화여대 교수가 임명됐다.
경제1분과 인수위원은 박흥석 광주상공회의소 회장과 홍기택 중앙대 교수, 경제2분과는 서승환 연세대 교수, 법질서사회안전분과 이승종 서울대 교수, 교육과학분과 장순홍 한국과학기술원 교수, 고용복지분과는 안종범 의원과 안상훈 서울대 교수, 여성문화분과는 김현숙 의원이 각각 인수위원으로 임명됐다.

▲ 김용준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이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국금융연수원 내 인수위원회에서 인수위원 명단 발표를 하기 위해 브리핑룸으로 들어서고 있다. 이날 김용준 위원장은 명단 발표 후 질의응답 없이 퇴장했다. ©연합뉴스

이날 인수위원들은 대체로 정치권이 아닌 학계인사들로 채워졌다. 정치권 출신 인사는 강석훈, 이현재, 안종범, 김현숙 의원 등 현역의원 4명과 김장수 전 의원이며 이날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 정무팀장으로 임명된 이정현 최고위원을 포함하면 총 6명이다. 이중 안종범, 강석훈 의원은 박근혜 당선인의 싱크탱크로 꼽히며 이정현 최고위원도 박 당선인의 최측근이다.
관심을 모으는 인선은 박효종 서울대 교수의 정무분과 간사 임명이다. 뉴라이트 출신 박효종 교수는 자신이 집필한 역사 교과서에서 ‘5·16쿠데타’를 ‘5·16 혁명’으로 기술해 논란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당시 박 교수는 언론인터뷰에서 “5·16은 쿠데타이면서 혁명”이라며 “5·16 자체야 쿠데타이지만 그걸로 이뤄진 변화는 가히 혁명적 변화”라고 말한 바 있다.
김용준 인수위원장은 이번 2차 인선에 대해 “이번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새정부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지 국정철학과 정책기조 초안을 설정함으로서 새정부가 원할하게 출범하는데 목적이 있다”고 말했다.
박용진 민주통합당 대변인은 이번 인선에 대해 “인선배경과 검증과정은 의문이지만 국민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해 달라”고 당부했다. 다만 박 대변인은 “대변인조차 인선배경을 설명하지 못한 깜깜이 인사”라며 “취지·배경설명도 없이 명단만 발표하는 일방통보식 인사가 박근혜 정권 내내 계속될지 걱정”이라고 지적했다.
박 대변인은 이어 김장수 인수위원·박효종 간사에 대해 “김장수 전 장관은 남북문제에 대해 늘 경직된 태도였다”며 “이는 박근혜 당선인이 약속한 남북관계의 전향적 변화에 반하는 인물”이라고 말했다. 이어 “박효종 위원은 왜곡된 역사관을 갖은 사람”이라며 “이 사람이 새정부 인수위원회의 정무분과간사로 임명된 것이 타당한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정상근 기자 | dal@mediatoday.co.kr  

2012년 10월 2일 화요일

폴리페서 욕하지 마라, 학자들 나서지 않으면 개혁은 요원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10-01일자 기사 '폴리페서 욕하지 마라, 학자들 나서지 않으면 개혁은 요원'을 퍼왔습니다.

요즘 폴리페서 비판이 난무한다. 조중동을 비롯한 보수언론은 일제히 폴리페서에 대한 포문을 열고 있다. 때가 때인지라 연말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각 선거캠프에 교수들이 몰려들고 있기 때문이다. 어느 신문은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세 진영을 돕고 있는 교수들을 합하면 5백명이나 된다고 보도하고 있다. 하나도 놀랄 일이 아니다. 정확한 숫자는 아마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다.

필자는 대통령 선거가 있던 2002년 가을 노무현 후보를 아주 조금 돕고 있었는데 대구에 사는 사람이라 서울의 선거캠프에는 갈 일이 거의 없었다. 캠프의 공약 회의에 딱 두 차례 참석한 일이 있는데, 참석자가 대략 25명 정도 되었다. 나는 그게 적은지 많은지 몰랐다. 한참 지난 뒤 알게 된 사실은 2002년 대선 때 이회창 후보를 돕던 학자들이 5백명이었다는 것이다(25명이 500명을 이겼으니 다윗과 골리앗이라 할 만하다). 대선 직전 이들이 이회창 후보와 함께 서울 시내 모 식당에서 회식을 하고는 각자 한명씩 따로따로 후보와 기념촬영을 했다고 한다. 사진사는 5백 차례 셔터를 누르느라 애를 먹었을 것이고 사진모델이 된 후보 역시 피곤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때는 여론조사가 이회창 대세론을 뒷받침해주던 때가 아닌가. 승리를 눈앞에 두고 모두 고무되어 피곤한 줄도 몰랐을 것이다.

이때만 해도 폴리페서란 말은 없었다. 폴리페서란 말이 처음 나온 것은 아마 참여정부 기간이었지 싶다. 참여정부에서 일한 교수들의 숫자가 역대 어느 정부보다 많았고, 게 중에는 필자처럼 지방대학 교수들도 꽤 있었는데 이는 해방후 역사에서 처음 보는 현상이었다. 뿐만 아니라 대통령 자문 각종 위원회가 설립되고 거기 속한 자문위원까지 포함하면 지식인의 현실참여는 가히 봇물을 이루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그러자 보수언론이 시비를 걸고 나왔는데, 그때 생긴 신조어가 폴리페서다. 그리고 위원회공화국, 토론공화국, NATO(no action talk only)정부에 대한 비아냥이 이어졌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토론이 뭐 나쁜가.

물론 과거에도 폴리페서란 치졸한 영어 조어는 없었지만 비슷한 뜻의 ‘정치교수’란 말은 있었다. 1965년 한일 국교정상화에 반대하는 지식인, 대학생들의 시위, 서명이 맹렬해지자 박정희 정권은 본보기를 보인답시고 상당수 주동 교수들을 대학에서 해직시켰는데, 그때 내세운 죄목이 ‘정치교수’였다. 어쨌든 정치교수는 어감상 좋지 않은 뉘앙스를 풍긴다. 폴리페서도 비슷하다.

그러나 생각해보자. 폴리페서가 과연 나쁜 것인가? 보수언론이 걱정하는 것은 다수 교수들이 선거캠프에 들락거리면 수업이 부실해지지 않겠는가 하는 것이다. 그리고 선거에 이기면 정부에서 한 자리 차지하고, 혹시 지면 학교에 돌아오면 되니 양다리 걸치기라는 것이다. 후자는 별로 문제될 게 없고, 전자는 좀 문제가 될 수 있다. 그건 교수들 하기 나름이다. 정말로 교수라는 본업을 뒤로 한 채 정치라는 부업에 더 열심히라서 학교 수업이나 연구를 소홀히 하는 교수들이 있다면 그에 상응하는 처벌을 하면 된다.

반대로 생각해보면 정부에서 일하고 돌아온 교수들은 책에 없는 생생한 지식을 학생들에게 전해줄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교수들이 현실정치에 참여하는 경향은 내각책임제를 취하는 유럽, 일본에서는 거의 볼 수 없고 주로 대통령제를 취하는 미국, 한국에서 발견된다. 미국 대통령은 취임하면 1,000명의 자리에 사람을 임명한다고 하며, 한국 대통령은 그만큼은 안 되도 꽤 많은 사람을 임명한다. 전문성, 도덕성을 가진 사람이 아무리 많아도 모자랄 지경이다. 미국에서는 워싱턴에서 일하고 온 교수를 더 우대하는 경향이 있다. 인문, 사회분야 교수들이 평생 상아탑을 지키는 것도 아름답지만 때로는 정계에 진출해서 경험을 쌓고 대학에 돌아오는 것이 연구와 교육에 분명 이점이 있을 것이다. 

필자가 30여년 전 하버드대학에서 공부할 때 경제학과에 두 명의 university professor가 있었는데 한 명은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케네스 애로우 교수였고, 다른 한 명은 과거 노동부 장관을 지낸 존 던롭 교수였다. university professor란 대학 전체에 몇 명 안 되는 최고의 명예로운 교수직인데, 노동부 장관을 지냈다는 것이 이렇게 대접받는 것이다. 물론 던롭 교수는 장관을 했다는 사실 이외에 좋은 책과 논문을 쓴 기여도 물론 크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와싱턴에서 일한 경력을 좋게 보면 보았지 결코 나쁘게 보지는 않는 것 같다.

한국이나 중국, 일본에서도 과거에 그랬다. 이들 나라를 지탱한 사대부란 게 무엇인가. 사대부는 왕과 평민 사이에 위치하는 계급으로서 글 읽는 사(士)와 벼슬하는 대부(大夫)가 한 몸이란 뜻이다. 평소에 글을 읽고 학문을 닦다가 나라가 부르면 가서 벼슬을 하되, 자기 소신에 맞지 않으면 언제든지 직언을 하고 사직상소를 올리고 고향으로 돌아왔다. 향리에서 책을 읽고 아이들을 가르치다가도 정부에서 잘못하는 게 있으면 언제든지 비판을 했다. 심지어 내 말이 틀렸으면 바로 내 목을 치라는 뜻으로 도끼를 옆에 끼고 대궐문 앞에 엎드려 상소를 하기도 했다(持斧上訴). 이런 직언을 하는 선비들이 있었기 때문에 부패한 조선왕조가 그대로 완전히 썩지 않고 버틸 수가 있었다. 그런 뜻에서 사대부는 우리 전통사회의 소금이었다.

요즘 말하는 폴리페서가 무엇인가? 바로 사대부다. 폴리페서는 politics + professor의 합성어인데, 앞에 말은 大夫이고, 뒤에 말은 士이다. 말의 배치만 앞뒤가 바뀌었을 뿐, 말의 뜻은 정확히 사대부다(그래서 구태여 영어 합성어를 쓰자면 polifessor 보다는 procrat가 맞다고 본다). 예전에는 사대부를 높이 평가하고 나라의 기둥으로 삼았는데, 오늘날 보수언론은 왜 이리 사대부를 눈엣가시로 여기는가? 그 이유는 이들 중 상당수가 개혁파로서 보수언론의 잠재적 적수이기 때문이다(물론 캠프의 5백명 교수들이 다 개혁적이란 뜻은 아니다).

폴리페서가 나서지 않으면 한국의 개혁은 요원하고 희망이 없다. 개혁적 학자들이 책을 일시 물리고 나랏일을 걱정하는 것은 권장할만한 일이지 결코 비난할 일이 아니다. 이들의 전문성은 정책 생산에 긍정적 효과를 가져온다. 그러니 이제 폴리페서 운운하며 비아냥거리는 나쁜 풍조는 없애야 한다. 앞으로 폴리페서란 말은 쓰지 말자.

(평화뉴스 제휴사 전재 http://www.pn.or.kr/news/articleView.html?idxno=1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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