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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1월 3일 토요일

문재인에 인사했다고 조국 교수가 ‘폴리페서’?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11-02일자 기사 '문재인에 인사했다고 조국 교수가 ‘폴리페서’?'를 퍼왔습니다.


조선일보, 조국 교수 인사 사진 싣고 비난
조 교수 “목례와 90도 인사 구분도 못하냐
단일화 운동에 흠집 내려는 시도” 반격

(조선일보)가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통령 후보와 인사를 나누는 사진을 빌미로 조 교수를 ‘폴리페서’라고 비난하는 칼럼을 싣자, 조 교수가 자신의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통해 “후보 단일화 운동에 균열을 내기 위한 행위”라며 반격에 나섰다.조 교수는 지난달 30일 문재인 후보 쪽이 개최한 대담 행사에 참석했다. 이자리에서 조 교수가 문 후보와 인사하면서 고개를 숙인 사진이 언론에 공개됐다. (조선일보)는 31일치 신문에 이 사진을 싣고 ‘조국 교수의 깍듯한 인사’라는 제목을 붙였다. 이후 (조선일보)는 1일치에 정치부 김진명 기자의 ‘대선후보 만나 90도 절한 어느 교수’라는 제목의 칼럼을 실었다.

김 기자는 칼럼을 통해 “문 후보가 지난 6월 17일 출마한 후 이날까지 136일간 그의 일정을 따라다니며 취재했으나. 문 후보가 만난 수많은 사람 중에 고개를 90도로 숙여가면서 악수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며 “그렇게 흔치 않은 장면을 만들어 낸 사람이 바로 현직 서울대 교수인 조국 교수였다”고 지적했다. 김 기자는 또 “하루도 거르지 않고 ‘정치 발언’을 하고, 정치인과의 대담에 단골로 등장하면서, 대선후보를 만나 ‘90도 인사’를 하는 조 교수가 폴리페서가 아니라면 어떤 이름으로 불러야 하는걸까?”라며 조 교수를 비난했다.새누리당도 (조선일보)를 거들었다. 박재갑 새누리당 중앙선대위 부대변인은 31일 “조 교수가 문 후보에게 거의 90도로 고개 숙이고 악수하는 장면이 보도됐다”며 “곡학아세하는 학자의 모습인지, 충성 맹세를 하는 정치인의 모습인지 헷갈린다”는 내용의 논평을 냈다.이에 조 교수는 즉각 반발했다. 조 교수는 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장문의 글을 올려 (조선일보) 칼럼 내용을 반박했다. 조 교수는 “(조선일보 기자가)‘목례’와 ‘90도 절’을 구분하지도 못한다”며 운을 뗀 뒤 “새누리와 조선이 왜 문재인에 대한 나의 목례 사진을 부각할까? 첫째, 나를 문재인 밑에서 한 자리 하려는 사람으로 묘사하여 발언의 신뢰를 떨어뜨리기 위하여, 둘째, 안철수 후보 및 지지자들에게 조국은 ‘문재인 똘마니’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나의 단일화운동에 균열을 내기 위하여”라고 자신을 비난하는 이유를 분석했다.이어서 조 교수는 “나에게 반칙 태클을 걸고 희한한 비방을 해도 나는 내 갈 길을 갈 것”이라며 “안철수 후보를 만나게 되면 똑같이 정중한 ‘목례’를 할 것이다. 그 때 또 사진 찍어 ‘조국, 문재인을 버리고 안철수에게 빌붙어’라고 기사를 써라”고 비꼬았다. 조 교수는 또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이재오 의원과 이명박 대통령이 고개를 숙여 인사하는 사진을 올리며 (조선일보)의 칼럼에 대한 반박을 이어 나갔다.일부 누리꾼들은 “예의바르게 인사하는 것도 딴지를 거냐”, “90도 돌아버린 찌라시”, “조선일보 기자들은 각도기로 재가면서 인사해라”는 등의 반응을 보이며 조 교수를 거들고 나섰다.

이정국 기자jglee@hani.co.kr

2012년 10월 2일 화요일

폴리페서 욕하지 마라, 학자들 나서지 않으면 개혁은 요원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10-01일자 기사 '폴리페서 욕하지 마라, 학자들 나서지 않으면 개혁은 요원'을 퍼왔습니다.

요즘 폴리페서 비판이 난무한다. 조중동을 비롯한 보수언론은 일제히 폴리페서에 대한 포문을 열고 있다. 때가 때인지라 연말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각 선거캠프에 교수들이 몰려들고 있기 때문이다. 어느 신문은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세 진영을 돕고 있는 교수들을 합하면 5백명이나 된다고 보도하고 있다. 하나도 놀랄 일이 아니다. 정확한 숫자는 아마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다.

필자는 대통령 선거가 있던 2002년 가을 노무현 후보를 아주 조금 돕고 있었는데 대구에 사는 사람이라 서울의 선거캠프에는 갈 일이 거의 없었다. 캠프의 공약 회의에 딱 두 차례 참석한 일이 있는데, 참석자가 대략 25명 정도 되었다. 나는 그게 적은지 많은지 몰랐다. 한참 지난 뒤 알게 된 사실은 2002년 대선 때 이회창 후보를 돕던 학자들이 5백명이었다는 것이다(25명이 500명을 이겼으니 다윗과 골리앗이라 할 만하다). 대선 직전 이들이 이회창 후보와 함께 서울 시내 모 식당에서 회식을 하고는 각자 한명씩 따로따로 후보와 기념촬영을 했다고 한다. 사진사는 5백 차례 셔터를 누르느라 애를 먹었을 것이고 사진모델이 된 후보 역시 피곤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때는 여론조사가 이회창 대세론을 뒷받침해주던 때가 아닌가. 승리를 눈앞에 두고 모두 고무되어 피곤한 줄도 몰랐을 것이다.

이때만 해도 폴리페서란 말은 없었다. 폴리페서란 말이 처음 나온 것은 아마 참여정부 기간이었지 싶다. 참여정부에서 일한 교수들의 숫자가 역대 어느 정부보다 많았고, 게 중에는 필자처럼 지방대학 교수들도 꽤 있었는데 이는 해방후 역사에서 처음 보는 현상이었다. 뿐만 아니라 대통령 자문 각종 위원회가 설립되고 거기 속한 자문위원까지 포함하면 지식인의 현실참여는 가히 봇물을 이루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그러자 보수언론이 시비를 걸고 나왔는데, 그때 생긴 신조어가 폴리페서다. 그리고 위원회공화국, 토론공화국, NATO(no action talk only)정부에 대한 비아냥이 이어졌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토론이 뭐 나쁜가.

물론 과거에도 폴리페서란 치졸한 영어 조어는 없었지만 비슷한 뜻의 ‘정치교수’란 말은 있었다. 1965년 한일 국교정상화에 반대하는 지식인, 대학생들의 시위, 서명이 맹렬해지자 박정희 정권은 본보기를 보인답시고 상당수 주동 교수들을 대학에서 해직시켰는데, 그때 내세운 죄목이 ‘정치교수’였다. 어쨌든 정치교수는 어감상 좋지 않은 뉘앙스를 풍긴다. 폴리페서도 비슷하다.

그러나 생각해보자. 폴리페서가 과연 나쁜 것인가? 보수언론이 걱정하는 것은 다수 교수들이 선거캠프에 들락거리면 수업이 부실해지지 않겠는가 하는 것이다. 그리고 선거에 이기면 정부에서 한 자리 차지하고, 혹시 지면 학교에 돌아오면 되니 양다리 걸치기라는 것이다. 후자는 별로 문제될 게 없고, 전자는 좀 문제가 될 수 있다. 그건 교수들 하기 나름이다. 정말로 교수라는 본업을 뒤로 한 채 정치라는 부업에 더 열심히라서 학교 수업이나 연구를 소홀히 하는 교수들이 있다면 그에 상응하는 처벌을 하면 된다.

반대로 생각해보면 정부에서 일하고 돌아온 교수들은 책에 없는 생생한 지식을 학생들에게 전해줄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교수들이 현실정치에 참여하는 경향은 내각책임제를 취하는 유럽, 일본에서는 거의 볼 수 없고 주로 대통령제를 취하는 미국, 한국에서 발견된다. 미국 대통령은 취임하면 1,000명의 자리에 사람을 임명한다고 하며, 한국 대통령은 그만큼은 안 되도 꽤 많은 사람을 임명한다. 전문성, 도덕성을 가진 사람이 아무리 많아도 모자랄 지경이다. 미국에서는 워싱턴에서 일하고 온 교수를 더 우대하는 경향이 있다. 인문, 사회분야 교수들이 평생 상아탑을 지키는 것도 아름답지만 때로는 정계에 진출해서 경험을 쌓고 대학에 돌아오는 것이 연구와 교육에 분명 이점이 있을 것이다. 

필자가 30여년 전 하버드대학에서 공부할 때 경제학과에 두 명의 university professor가 있었는데 한 명은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케네스 애로우 교수였고, 다른 한 명은 과거 노동부 장관을 지낸 존 던롭 교수였다. university professor란 대학 전체에 몇 명 안 되는 최고의 명예로운 교수직인데, 노동부 장관을 지냈다는 것이 이렇게 대접받는 것이다. 물론 던롭 교수는 장관을 했다는 사실 이외에 좋은 책과 논문을 쓴 기여도 물론 크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와싱턴에서 일한 경력을 좋게 보면 보았지 결코 나쁘게 보지는 않는 것 같다.

한국이나 중국, 일본에서도 과거에 그랬다. 이들 나라를 지탱한 사대부란 게 무엇인가. 사대부는 왕과 평민 사이에 위치하는 계급으로서 글 읽는 사(士)와 벼슬하는 대부(大夫)가 한 몸이란 뜻이다. 평소에 글을 읽고 학문을 닦다가 나라가 부르면 가서 벼슬을 하되, 자기 소신에 맞지 않으면 언제든지 직언을 하고 사직상소를 올리고 고향으로 돌아왔다. 향리에서 책을 읽고 아이들을 가르치다가도 정부에서 잘못하는 게 있으면 언제든지 비판을 했다. 심지어 내 말이 틀렸으면 바로 내 목을 치라는 뜻으로 도끼를 옆에 끼고 대궐문 앞에 엎드려 상소를 하기도 했다(持斧上訴). 이런 직언을 하는 선비들이 있었기 때문에 부패한 조선왕조가 그대로 완전히 썩지 않고 버틸 수가 있었다. 그런 뜻에서 사대부는 우리 전통사회의 소금이었다.

요즘 말하는 폴리페서가 무엇인가? 바로 사대부다. 폴리페서는 politics + professor의 합성어인데, 앞에 말은 大夫이고, 뒤에 말은 士이다. 말의 배치만 앞뒤가 바뀌었을 뿐, 말의 뜻은 정확히 사대부다(그래서 구태여 영어 합성어를 쓰자면 polifessor 보다는 procrat가 맞다고 본다). 예전에는 사대부를 높이 평가하고 나라의 기둥으로 삼았는데, 오늘날 보수언론은 왜 이리 사대부를 눈엣가시로 여기는가? 그 이유는 이들 중 상당수가 개혁파로서 보수언론의 잠재적 적수이기 때문이다(물론 캠프의 5백명 교수들이 다 개혁적이란 뜻은 아니다).

폴리페서가 나서지 않으면 한국의 개혁은 요원하고 희망이 없다. 개혁적 학자들이 책을 일시 물리고 나랏일을 걱정하는 것은 권장할만한 일이지 결코 비난할 일이 아니다. 이들의 전문성은 정책 생산에 긍정적 효과를 가져온다. 그러니 이제 폴리페서 운운하며 비아냥거리는 나쁜 풍조는 없애야 한다. 앞으로 폴리페서란 말은 쓰지 말자.

(평화뉴스 제휴사 전재 http://www.pn.or.kr/news/articleView.html?idxno=11210)

미디어오늘 | media@mediatoday.co.kr  

2012년 6월 8일 금요일

4분의 1 휴강... 교수님, 등록금 돌려주세요!


이글은 오마이뉴스 2012-06-07일자 기사 '4분의 1 휴강... 교수님, 등록금 돌려주세요!'를 퍼왔습니다.
배지 단 교수, 국회 개원에 맞춰 조기 종강... 다시 불붙은 '폴리페서' 논란

▲ 고대 정경대 학생회는 6월 1일 대자보를 통해 이만우 교수의 의정활동으로 인한 수업권 침해에 대한 입장, 남은 기간 후속 대책, 거취문제에 대한 해명을 이 교수에게 요구했다. ⓒ 고재연
"미시경제이론 벌써 종강한대!"

경제학과에 다니는 친구의 이야기다. 한참 과제다 퀴즈다 바쁜 시기에 뜬금없이 종강이라니. 이유를 물어보니 19대 국회 개원 때문이란다. 새누리당 비례대표로 당선한 경제학과 이만우 교수가 국회 입성 때문에 더는 수업을 진행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친구는 당장 수업이 없으니 좋긴 한데 등록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지난 4·11총선에서 새누리당 비례대표로 당선한 고려대학교 경제학과 이만우 교수가 19대 국회 개원을 이유로 재정학 수업은 5월 29일, 미시경제이론 수업은 5월 31일을 끝으로 종강했다. 고려대학교 학사일정대로라면 시험기간을 빼고서라도 6월 둘째 주까지는 수업을 하는 것이 원칙이다.

정치참여 교수를 뜻하는 '폴리페서(Polifessor)'. 이들이 정치참여를 이유로 자신의 본업인 강의에 소홀하여 학생들의 교육권을 침해하고 있다.  

한 학기 수업의 4분의 1 휴강... 해당 교수 "다 가르쳤다"

친구가 듣는 미시경제이론은 일주일에 두 번씩 16주간 진행되는 수업이다. 2주 이른 종강 이외에도, 교수의 개인적인 사정으로 개강을 남들보다 1주일 늦은 3월 15일에 했다. 교수의 임플란트 시술을 이유로 했던 1주일간의 휴강까지 합하면 이번 학기에만 총 4주간 아예 수업이 없었던 셈이다. 16주 수업을 기준으로 생각하면 공식 수업일수의 4분의 1이 '휴강'이다.

3월 말 이만우 교수가 비례대표 후보로 출마한 직후, 고려대 정경대 학생회는 이 교수에게 학생들의 교육권 침해 문제에 대한 질의서를 발송했었다. 그리고 이에 대해 이만우 교수의 답변은 다음과 같았다.

"수강생들의 불편함이나 피해가 없도록 강의를 계속할 계획이에요. 6월 초순까지는 강의를 계속하는데 큰 지장이 없을 것이며, 충실한 의정활동을 통해서 학우들에게 보답할 계획입니다."

학생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하겠다던 교수의 약속은 어디로 간 것일까?

"요새 내 수업에 대해서 정경대 학생회가 대자보를 붙였던데, 정작 내 수업을 듣는 수강생들은 불만이 없을 것 같아요. 가르칠 것은 다 가르쳤기 때문에 종강하는 겁니다."

미시경제이론 수업 종강 날, 이 교수가 학생들에게 한 이야기이다. 이 말은 사실일까? 해당 수업을 들었던 학생들의 견해를 직접 들어봤다. 

"처음부터 일찍 종강할 생각이셨는지 진도를 너무 빠르게 나가시는 바람에 수업을 따라가기 힘들었어요. 이론적인 부분에서도 설명이 부족한 부분이 많았고."
  
"강의 내용에서 가끔은 편향된 시각을 보여주실 때가 있는데, 그런 것은 이해할 수 있다고 봐요. 그렇지만 이런 식의 겸직에 대해서는 부정적이에요. 학생들에 대한 배려가 없는, 교수로서 매우 무책임한 결정이라고 생각합니다."

학생들은 학문에서 '다 가르쳤다'라는 것이 과연 쉽게 가능한 일인지에 대한 의문을 표시했다. 그리고 학기 초에 교수가 미리 이런 사정에 대해서 학생들에게 양해를 구했는지 묻자, "전혀 몰랐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개강 자체가 남들보다 1주일 늦은 3월 15일이었으니 사실 수강신청 정정기간도 지난 이후였다.

학생들은 이러한 교육권 침해에 대해 불만이 있어도 말할 곳이 없다고 했다. 종강 이후에 실시되는 강의평가에 쓰려고 해도 이미 다음 학기에는 수업을 하지 않을 것이기에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4주간 수업 하지 않아도 '월급'은 그대로

▲ 이만우 교수가 학기 초에 올려 놓았던 미시경제이론 강의계획서. 16주 기준으로 강의 계획이 짜여져 있다. ⓒ 고재연
조기 종강을 하면 강의료를 적게 받는 것일까? 궁금증이 일어 고려대학교 교무처에 직접 전화를 걸어 물었다. 교무처 관계자는 "이만우 교수의 경우 휴강을 한다고 해서 더 적은 강의료를 받는 것은 아니"라고 대답했다. 시간당 '강의료'를 받는 '강사'와는 다르게, '전임 교수'는 매달 '급여'를 받는 것이므로 조기종강을 해도 월급은 그대로라는 것이다.

교수가 4주간 휴강을 해도 학교는 학생들이 내는 등록금 25퍼센트를 할인해 주지 않았다.

문제는 조기 종강만이 아니다. 고려대학교 정경대 학생회는 학내 대자보를 통해 종강 이후의 문제에 대해서도 교수의 해명을 요구했다. 남은 기말고사와 성적발표, 앞으로의 거취문제에 대한 확답을 요구한 것이다. 교수가 대학에 있지 않으면서도 교수직을 유지한다면, 대학가의 고질적인 문제이자 민감한 사안인 '폴리페서' 논란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만우 교수는 지난 4일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이런 논란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이미 학생들과도 다 이야기가 된 상태인데, 내가 국회 일정에 맞춰서 진도를 빠르게 나갔어요. 의원직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소홀한 부분이 있을까봐 수업을 '인텐시브'하게 진행했고, 학생들한테 물어보면 알거예요. 과제물 같은 것을 옛날보다 더 많이 내 줘서 수업을 따라가는데 지장이 없도록 했어요."

이 교수는 기말고사나 성적 관련 업무도 본인이 직접 할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앞으로의 거취를 묻는 질문에는 6월 1일부터 학교에 휴직계를 낸 상태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경대 학생회는 "아직 뚜렷한 입장을 정한 것은 아니지만 정해진 수업일수가 있는데 그것을 채우지 않는 것은 문제가 있지 않나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국회에서 잠자고 있는 '폴리페서 방지법'

사실 '폴리페서' 논란이 새롭게 대두되는 것은 아니다. 18대 총선 당시에도 몇몇 교수들이 휴직을 하지 않고 선거운동을 진행하는 등 학생들의 교육권 침해가 큰 논란이 됐었다. '폴리페서 방지법' 필요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러한 폐해를 근절하기 위해 18대 국회에서 여야는 교수가 국회의원으로 당선되면 교수직을 자동 사퇴하거나 선거운동에 들어가기 전 휴직을 의무화하는 '폴리페서 방지법'에 공감했다. 하지만 이 법안은 아직 통과되지 못한 채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이번 논란에 대해 참여연대 안진걸 민생희망본부 팀장은 "대학교수가 정치하는 것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학생들에게 피해를 준다면 문제"라며 "학교 차원에서 교수가 정치에 참여할 생각이 있다면 처음부터 수업을 맡지 못하도록 해 학생들의 수업권이 침해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안 팀장은 "고려대학교와 해당 교수는 학생들에게 사과하고 등록금 일부를 해당 수업을 듣는 학생들에게 배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 진출을 앞두고도 휴직계를 내지 않고 무리하게 수업을 진행하는 '폴리페서'들의 모습을 보면 학생에 대한 책임감 보다는 '보험'으로 교수직을 걸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었다.

 고재연 (deinemomo)

2012년 2월 18일 토요일

[사설]폴리페서, 공천 심사에서 걸러낼 수 없나


이글은 경향신문 2012-02-17일자 사설 '[사설]폴리페서, 공천 심사에서 걸러낼 수 없나'를 퍼왔습니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발표한 4·11 총선 공천 신청자 명단을 보면 올해도 이른바 ‘폴리페서’ 논란이 불가피할 듯하다. 각 당에 공천을 신청한 현직 대학교수(전임)들은 최소한 30명을 넘어선다. 이 중에는 이미 국회의원이나 임명직 공직으로 4년 이상 학교를 비운 사람들도 있다. 또 선거 때마다 공천을 신청하는 단골 교수들의 이름도 눈에 띈다. 교수가 직업인지, 정치가 직업인지 모를 사람들이 많다.

교수들의 공천 신청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전문지식을 현실 정치에 직접 적용하려는 노력이라는 점에서 권장할 만한 측면이 있다. 문제는 방법이다. 이들이 교수직을 휴직한 채 공직을 맡을 경우 학생들은 수업권 침해를 받으며 신진 학자들은 학교 진출의 기회를 봉쇄당한다. 학교들이 정치판에 나선 교수 대신 새로운 교수를 임용하지 않고 시간강사 등으로 수업을 땜질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와 학교에 동시에 적을 두는 폴리페서들의 양다리 걸치기로 인해 학생과 후배 학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이다. 

새누리당 부산 수영구에 공천을 신청한 박형준 전 청와대 정무수석을 예로 들어보자. 그는 2004년 국회에 진출했으며 2008년부터 현 정권의 핵심 브레인으로서 요직을 두루 거쳤다. 만일 이번에 그가 국회에 진출하면 12년째 소속 학교를 비우는 것이다. 동아대 홈페이지에 따르면 그는 여전히 동아대 교수다. 새누리당 공천 신청자인 나성린(한양대)·박영아(명지대) 의원과 김대식 전 국민권익위 부위원장(동서대) 등은 2008년 정계에 나왔다. 이들이 국회에 진출하면 연속 8년을 휴직할 수밖에 없다. 

바람직한 해결책은 대학들이 자체적으로 폴리페서에 대한 기준을 마련해 지키는 것이다. 하지만 대학들이 그러한 노력을 하리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많은 대학들이 2008년 폴리페서 논쟁이 터졌을 때 기준을 마련한다고 했으나 실제로는 시늉만 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유는 교수들의 공직 진출이 학교 이미지를 제고하고 산학 협력·연구 수주·예산 확보 등에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학교가 해결할 수 없다는 뜻이다. 국회도 2008년 ‘폴리페서 규제법’을 만들겠다고 야단법석을 떨었으나 유야무야 넘어갔다. 폴리페서들의 힘이 작용했다.

각 당이 본격적으로 공천 심사에 들어갔다.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각 당이 심사 과정에서 폴리페서 논란 발생 요인을 아예 없애 버리는 것이다. 공천 또는 당선 후 사임 약속을 공천 조건으로 삼는 것도 한 방법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