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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 9일 목요일

강사 내쫓는 ‘수퍼갑’ 대학… 벼랑에 선 ‘수퍼을’ 시간강사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3-05-08일자 기사 '강사 내쫓는 ‘수퍼갑’ 대학… 벼랑에 선 ‘수퍼을’ 시간강사'를 퍼왔습니다.
학문·표현의 자유 탄압에 공문서 위조까지… 학생도 “수업권 침해” 규탄

재벌 대기업과 보수언론이 소유하고 있는 대학이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는 대학 강사들을 내쫓기 위해 공문서를 위조하고 ‘윗선’에서 임용에 간섭하고 있다는 의혹까지 낳고 있다. 이들 대학이 박사 학위가 없다거나 심지어 노조 활동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시간 강사 지위를 박탈했다는 비난이 나오면서 학생들 또한 비민주적인 수업권 침해에 대한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지난 2011년 8월 11부터 ‘성균관대의 강사직 박탈 철회와 대학 시간강사 처우 개선’을 위해 637일째 1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는 류승완 박사(전 동양철학과 시간강사)는 대학의 부당한 강의배정 거부 등에 맞서 싸우고 있다.

류 박사는 2010년 2월 성대 동양철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그해 봄 학기부터 강의할 수 있도록 박상환 유학대학 지도교수의 추천도 받았지만 학교측은 류 박사를 강사 선정 명단에서 제외했다. 성대의 강의 배정제도는 단과대 교수 전원의 만장일치로 추천해야 하지만 학교는 류 박사의 지도교수 승인 없이 ‘강의 배정 명단’을 의결했다. 이 과정에서 학교 측은 지도교수의 직인까지 도용해 공문서도 위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2010학년도 제4차 강사선정위원회 의결서’에는 류 박사의 지도교수인 박상환 교수의 직인이 찍혔으나 박 교수는 직접 찍은 일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2010학년도 성균관대 유학대학 강사선정위원회 의결서. 아래 문건과 같은 지도 교수 직인이 다름을 확인할 수 있다.

2008학년도 성균관대 강사 배정 문건. 표시 부분이 류승완 박사 지도교수 직인


박 교수는 8일 “나도 나중에 알았는데 당시 내가 없는 상태에서 학과 사무실에 있던 도장을 조교들이 허락 없이 찍었다”며 “이후 내가 하고 있던 과목 중 한 과목을 공동강의로 바꿔 후반부를 류 박사에게 강의하게 했다”고 밝혔다.

이에 류 박사가 위조된 ‘강사선정위원회 의결서’를 근거로 교무팀에 항의한 뒤에야 학교 측은 류 박사에게 지도교수의 한 과목을 공동강의 형식으로 배정했다. 

류 박사는 또한 학교로부터 2011년 2학기에도 강의 배정을 통보받았으나 뚜렷한 이유 없이 곧바로 강의 배정이 취소됐다. 그는 그해 1월 22일 학부 강사 인사 담당자로부터 2학기 강의가 배정됐다는 문자 메시지를 받았으며 학과 조교도 강의가 배정됐다는 학교 측의 결정을 류 박사에게 메일로 전달했다. 그러나 사흘만인 1월 25일 다시 조교로부터 “학교 측에서 강사배정을 거부하고 강사 교체를 요구했다”는 통보를 받았다.
2011년 1월 22일 류 박사가 학부 강사 인사 담당자로부터 받은 2011년 2학기 강의 배정을 알리는 문자 메시지.


이를 두고 류 박사는 학교에서 납득할 만한 이유를 설명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류 박사는 “유학대 행정실장에게 찾아가 문자 통보 사실을 따지니 잘못 보낸 거라고 변명했다”며 “납득할 수 없었다”고 반발했다. 이 때문에 학교가 류 교수의 강의 배정을 거부하는 데엔 다른 이유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사고 있다. 류 박사의 강의를 추천했던 박상환 교수는 “학교에서는 일방적으로 강의를 박탈하고는 강의를 준 적이 없다고 외부에 알렸다”며 “분명 잘못된 일이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학교나 삼성(재단) 쪽에서도 류 박사가 강의하는 것을 원치 않고 추천해도 받아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류 박사는 강의 박탈 이유에 대해 “학교는 강의평가 결과에 따른 조치라고 하다가 나중엔 과격한 노조 활동이 우려된다는 것까지 추가했다”며 “성대는 ‘석궁 사건’으로 알려진 김명호 교수 사례에서도 보듯이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삼성재단과 학교 이익에 부합하는지에 따라 강사 임용을 결정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성대 홍보팀 관계자는 8일 “강사 배정은 학부 강사선정위원회에서 결정하는데 류 박사는 추후 변경된 강사 배정 명단에 포함됐다”며 직인 조작 의혹에 대해 “지도교수 허락 없이 서명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류 박사의 중국 연수 후 강의 취소 건에 대해서는 “류 박사가 학부에서 추천되지 않았다면 강의평가 등 여러 기준에서 충분하지 못했던 것 때문”이라며 “강사 임용에 재단이 개입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부인했다.

류 박사는 학교 정책이나 제도에 꾸준히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왔던 인물이었다. 지난 2000년 재단의 등록금 12.7% 인상 후 학생들의 본관 점거농성을 도운 배후 인물로 지목됐고 학술대회에서  대학본부가 추진하던 유교의 현대화 논리를 비판해 학교당국이 껄끄러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2010년 6월 중국으로 연수를 떠나기 전에는 KBS (추적 60분) ‘시간강사, 그는 왜 죽음을 선택했나?’ 편에 출연해 학교의 시간강사 정책을 비판했다. 그는 “학장, 지도교수와 3자 면담에서도 학장이 ‘학교가 개인(강사)에게 굴복했다는 인상을 주면 안 된다’는 말을 했다”고 밝혔다.

또한, 시간강사 또는 겸임교수 등 비정규직 교수들의 열악한 처우가 최근에도 도마에 올랐다. 지난달에는 성대 등에서 시간강사와 겸임교수 신분을 전전하던 한 비정규직 교수가 저임금의 생활고에 시달리다 옥탑방에서 추락 후 숨을 거두기도 했다.
▲ 김영곤 전 고려대 세종캠퍼스 시간강사와 류승완 전 성균관대 시간강사는 지난 7일 국회 앞에서 1인 시위를 이어갔다.


지난 7일 류 박사와 함께 국회 앞 1인 시위를 함께한 김영곤 전 고려대 세종캠퍼스 시간강사는 지난해 말 박사학위가 없는 강사에게 강의를 맡기지 말라는 김병철 총장 이하 교무위원회 결정에 따라 계약이 해지됐다. 전국강사노조 고려대 분회장인 김 강사가 임금단체협상을 이끌어 표적이 된 것이 아니냐며 이의를 제기했고 고대는 박사 학위가 없는 강사들을 일괄적으로 계약 해지 조치했다. 

올해 고대 세종캠퍼스에서는 박사학위가 없는 강사가 포함된 핵심교양(16개)과 전공과목(31개) 47개를 폐강했고 1학점짜리 체육과목 44개를 신설했다. 이 때문에 수강신청기간 신입생들은 정원 초과로 ‘등록 최소신청학점’인 12학점을 채우지 못하는 일이 발생했으며, 수강 정정 기간 전체 정원을 없앤 결과 특정 수업은 인원 쏠림으로 1.5배~2배의 인원이 늘어나 수업 질 저하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이종균 고대 세종캠퍼스 교무지원팀장은 8일 미디어오늘과 전화통화에서 “핵심교양 16개 과목이 준 것은 인정하지만 그 중 9개 과목은 박사학위 소지자가 하던 강의였다”며 “실험·실습·실기 과목은 여전히 박사학위가 없어도 강의할 수 있고, 학생들의 수업 질을 높여주기 위해 이론에 관해선 박사 학위 소지자가 하는 게 타당하다는 게 교무위원회의 결정”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정작 수업을 듣는 학생들은 김영곤 강사를 포함한 박사학위 미소지자들의 이론 수업 불허 방침에 대해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수업권 침해이자 강사의 교권 침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고려대 안암·세종 캠퍼스 총학생회와 시간강사들의 투쟁을 지지하는 학생대책회의는 지난 6일 고대 안암캠퍼스 중앙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강사문제 해결과 세종캠퍼스 수강신청 파행의 시정을 학교 측에 요구할 것을 결의하고 서명운동을 진행해 2천 명 이상 학우들의 지지를 얻었다”며 “비민주적인 학교운영이 묵인되면 고려대는 자정능력을 상실할 것이며, 강사들의 처우가 더욱 악화되고 학생들의 수업권이 침해되더라도 개선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강성원 기자 |sejouri@mediatoday.co.kr   

2013년 3월 26일 화요일

학과도 학생도 생겼는데, 교수가 없는 대학교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3-03-26일자 기사 '학과도 학생도 생겼는데, 교수가 없는 대학교'를 퍼왔습니다.
상지대 이사회 파행에 수업권 침해… “전 이사장측 이사회 참석 거부, 교육부 해결해야”

“신설학과 신입생들은 지금 담임 교수가 안 계서서 아무것도 모르고 혼란스러워 해요. 담임 교수가 이끌어 줘야 과도 성장하는데 어린 학생들끼리 아무런 결정도 못하고 어려움이 많죠”

지난 2010년 사학분쟁위원회의 이사 선임 문제로 몸살을 겪었던 상지대학교가 올해도 이사회 갈등으로 파행을 면치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피해 당사자는 학생들이다. 

현재 상지대는 새 학기를 맞았지만 정상적인 학사운영을 못 하고 있다. 지난달 21일 열린 이사회에 김문기 전 상지학원 이사장 측에서 추천한 이사들이 참석을 거부해 정족수 미달로 총장 선임과 신규교수 채용, 예산안 의결 등 안건이 처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새로 신설된 학과의 수업 편성 등 학사일정에 심각한 차질을 빚고 있어 그 피해가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실제로 올해부터 신설된 물리치료학과 등 보건과학대학에는 신임교수가 임용되지 않아 학생들이 대체 교수에게 수업을 받는 등 교육권 침해에 대한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물리치료학과의 경우 원래 (일반생물학), (일반물리학실험), (의학용어) 세 과목이 신임 교수 담당이었지만 임용이 미뤄지면서 현재 타과 교수가 대신 강의하고 있다.

정민지 상지대 보건과학대 회장은 “일단은 지금 예정된 교수님이 못 와서 다른 교수님이 과목을 대신 맡았지만 등록금을 낸 학생들에겐 더 전문성을 가진 교수에게 수업을 받는 게 우리의 권리”라며 “신입생에게도 보과대 안에서 다른 교수님과 학생회에서 도움을 주려고 하지만 담임 교수가 없다는 건 분명한 교육권 침해”라고 강조했다.

▲ ⓒ연합뉴스

이에 보다 못한 교육시민단체는 교과부가 나서서 학사운영 파행 사태를 해결하라고 촉구했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본부장 이헌욱 변호사)와 상지대 교수협의회와 총학생회, 총동문회, 직원노동조합으로 이뤄진 비상대책위원회는 25일 서울 세종로 정부청사 후문에서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상지대 학생들의 학습권 보호와 구 비리재단 측의 횡포 근절을 위해 교육과학기술부가 상지대의 학사운영 파행 사태 해결에 즉각 나서라”며 “끝없이 갈등을 야기하고 대학을 반 교육적인 사태로 몰아가고 있는 구 재단 측 추천 이사들에 대한 승인을 취소하라”고 촉구했다. 

상지대 비대위에 따르면 최근 교수의 80%, 학생의 60%, 교직원의 60% 이상이 지금의 학사운영 파행 사태를 교육부가 해결하기를 촉구하는 탄원서에 서명했다. 사분위와 교과부가 2010년 당시 상지대 구성원들의 우려와 반대에도 구 재단 측의 복귀를 결정함으로써 이러한 사태를 만든 원죄가 있다는 이유이다.

홍성태 상지대 교수는 “김 전 이사장이 추천한 이사들이 지속해서 학교 정상 업무를 방해하고 있다”며 “교육부와 청와대 교육비서관이 나서서 반 교육적 행태를 보이고 있는 이사들의 승인을 취소하고 올바르게 일할 수 있는 이사를 새로 임명하든지, 정이사 전체를 승인 취소하고 임시이사 체제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 교수는 “이들이 이사회에 집단으로 빠지는 이유는 김 전 이사장의 둘째 아들인 김길남 이사를 이사장으로 앉혀 이사회를 장악하고 총장도 측근으로 만들겠다는 의도”라며 “학사 운영을 위한 예산이 집행 안 되면 학생들은 등록금을 내고도 학습 기본권을 침해받는 등 교수들과 교직원도 이중삼중의 피해를 본다”고 지적했다.

가장 시급한 수업권 침해뿐 아니라 단과대 학생회 등 자치단체에서도 교비 지원이 늦어져 학생들의 심리적·경제적 부담 또한 가중되고 있다는 비난이 거세다.

박경원 상지대 중앙운영위원회 위원장은 “신설 학과에 새 교수가 임용되지 않아 기존 교수들이 시간을 쪼개 들어가면서 수업 시간표도 빡빡하고 그만큼 교육의 질이 떨어지고 있다”며 “학생회비도 집행이 안 돼 학교 행사를 할 때도 회비를 더 걷는 등 학생들의 부담이 커졌다”고 말했다.

김선애 동아리연합회장도 “동연 출범식도 해야 하는데 예산 지원을 못 받아 미루고 있는 상황”이라며 “학기 초 동아리 홍보 기간에도 각 동아리에서 사비를 털어 홍보 비품을 사야 했다”고 하소연했다.

지난 2010년 8월 사분위는 90년대에 비리로 물러났던 김 전 이사장 측이 추천한 인사 4명과 학교 구성원들이 추천한 인사 2명, 교과부가 추천한 인사 2명 등 8명의 정이사와 1명의 임시이사를 선임키로 결정하자 교과부는 이를 최종 승인했다. 하지만 교과부가 작년 9월 임시이사를 다시 선임한 뒤, 김 전 이사장 측이 이에 반발해 소송을 내는 등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강성원 기자 | sejouri@mediatoday.co.kr  

2012년 6월 8일 금요일

4분의 1 휴강... 교수님, 등록금 돌려주세요!


이글은 오마이뉴스 2012-06-07일자 기사 '4분의 1 휴강... 교수님, 등록금 돌려주세요!'를 퍼왔습니다.
배지 단 교수, 국회 개원에 맞춰 조기 종강... 다시 불붙은 '폴리페서' 논란

▲ 고대 정경대 학생회는 6월 1일 대자보를 통해 이만우 교수의 의정활동으로 인한 수업권 침해에 대한 입장, 남은 기간 후속 대책, 거취문제에 대한 해명을 이 교수에게 요구했다. ⓒ 고재연
"미시경제이론 벌써 종강한대!"

경제학과에 다니는 친구의 이야기다. 한참 과제다 퀴즈다 바쁜 시기에 뜬금없이 종강이라니. 이유를 물어보니 19대 국회 개원 때문이란다. 새누리당 비례대표로 당선한 경제학과 이만우 교수가 국회 입성 때문에 더는 수업을 진행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친구는 당장 수업이 없으니 좋긴 한데 등록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지난 4·11총선에서 새누리당 비례대표로 당선한 고려대학교 경제학과 이만우 교수가 19대 국회 개원을 이유로 재정학 수업은 5월 29일, 미시경제이론 수업은 5월 31일을 끝으로 종강했다. 고려대학교 학사일정대로라면 시험기간을 빼고서라도 6월 둘째 주까지는 수업을 하는 것이 원칙이다.

정치참여 교수를 뜻하는 '폴리페서(Polifessor)'. 이들이 정치참여를 이유로 자신의 본업인 강의에 소홀하여 학생들의 교육권을 침해하고 있다.  

한 학기 수업의 4분의 1 휴강... 해당 교수 "다 가르쳤다"

친구가 듣는 미시경제이론은 일주일에 두 번씩 16주간 진행되는 수업이다. 2주 이른 종강 이외에도, 교수의 개인적인 사정으로 개강을 남들보다 1주일 늦은 3월 15일에 했다. 교수의 임플란트 시술을 이유로 했던 1주일간의 휴강까지 합하면 이번 학기에만 총 4주간 아예 수업이 없었던 셈이다. 16주 수업을 기준으로 생각하면 공식 수업일수의 4분의 1이 '휴강'이다.

3월 말 이만우 교수가 비례대표 후보로 출마한 직후, 고려대 정경대 학생회는 이 교수에게 학생들의 교육권 침해 문제에 대한 질의서를 발송했었다. 그리고 이에 대해 이만우 교수의 답변은 다음과 같았다.

"수강생들의 불편함이나 피해가 없도록 강의를 계속할 계획이에요. 6월 초순까지는 강의를 계속하는데 큰 지장이 없을 것이며, 충실한 의정활동을 통해서 학우들에게 보답할 계획입니다."

학생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하겠다던 교수의 약속은 어디로 간 것일까?

"요새 내 수업에 대해서 정경대 학생회가 대자보를 붙였던데, 정작 내 수업을 듣는 수강생들은 불만이 없을 것 같아요. 가르칠 것은 다 가르쳤기 때문에 종강하는 겁니다."

미시경제이론 수업 종강 날, 이 교수가 학생들에게 한 이야기이다. 이 말은 사실일까? 해당 수업을 들었던 학생들의 견해를 직접 들어봤다. 

"처음부터 일찍 종강할 생각이셨는지 진도를 너무 빠르게 나가시는 바람에 수업을 따라가기 힘들었어요. 이론적인 부분에서도 설명이 부족한 부분이 많았고."
  
"강의 내용에서 가끔은 편향된 시각을 보여주실 때가 있는데, 그런 것은 이해할 수 있다고 봐요. 그렇지만 이런 식의 겸직에 대해서는 부정적이에요. 학생들에 대한 배려가 없는, 교수로서 매우 무책임한 결정이라고 생각합니다."

학생들은 학문에서 '다 가르쳤다'라는 것이 과연 쉽게 가능한 일인지에 대한 의문을 표시했다. 그리고 학기 초에 교수가 미리 이런 사정에 대해서 학생들에게 양해를 구했는지 묻자, "전혀 몰랐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개강 자체가 남들보다 1주일 늦은 3월 15일이었으니 사실 수강신청 정정기간도 지난 이후였다.

학생들은 이러한 교육권 침해에 대해 불만이 있어도 말할 곳이 없다고 했다. 종강 이후에 실시되는 강의평가에 쓰려고 해도 이미 다음 학기에는 수업을 하지 않을 것이기에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4주간 수업 하지 않아도 '월급'은 그대로

▲ 이만우 교수가 학기 초에 올려 놓았던 미시경제이론 강의계획서. 16주 기준으로 강의 계획이 짜여져 있다. ⓒ 고재연
조기 종강을 하면 강의료를 적게 받는 것일까? 궁금증이 일어 고려대학교 교무처에 직접 전화를 걸어 물었다. 교무처 관계자는 "이만우 교수의 경우 휴강을 한다고 해서 더 적은 강의료를 받는 것은 아니"라고 대답했다. 시간당 '강의료'를 받는 '강사'와는 다르게, '전임 교수'는 매달 '급여'를 받는 것이므로 조기종강을 해도 월급은 그대로라는 것이다.

교수가 4주간 휴강을 해도 학교는 학생들이 내는 등록금 25퍼센트를 할인해 주지 않았다.

문제는 조기 종강만이 아니다. 고려대학교 정경대 학생회는 학내 대자보를 통해 종강 이후의 문제에 대해서도 교수의 해명을 요구했다. 남은 기말고사와 성적발표, 앞으로의 거취문제에 대한 확답을 요구한 것이다. 교수가 대학에 있지 않으면서도 교수직을 유지한다면, 대학가의 고질적인 문제이자 민감한 사안인 '폴리페서' 논란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만우 교수는 지난 4일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이런 논란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이미 학생들과도 다 이야기가 된 상태인데, 내가 국회 일정에 맞춰서 진도를 빠르게 나갔어요. 의원직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소홀한 부분이 있을까봐 수업을 '인텐시브'하게 진행했고, 학생들한테 물어보면 알거예요. 과제물 같은 것을 옛날보다 더 많이 내 줘서 수업을 따라가는데 지장이 없도록 했어요."

이 교수는 기말고사나 성적 관련 업무도 본인이 직접 할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앞으로의 거취를 묻는 질문에는 6월 1일부터 학교에 휴직계를 낸 상태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경대 학생회는 "아직 뚜렷한 입장을 정한 것은 아니지만 정해진 수업일수가 있는데 그것을 채우지 않는 것은 문제가 있지 않나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국회에서 잠자고 있는 '폴리페서 방지법'

사실 '폴리페서' 논란이 새롭게 대두되는 것은 아니다. 18대 총선 당시에도 몇몇 교수들이 휴직을 하지 않고 선거운동을 진행하는 등 학생들의 교육권 침해가 큰 논란이 됐었다. '폴리페서 방지법' 필요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러한 폐해를 근절하기 위해 18대 국회에서 여야는 교수가 국회의원으로 당선되면 교수직을 자동 사퇴하거나 선거운동에 들어가기 전 휴직을 의무화하는 '폴리페서 방지법'에 공감했다. 하지만 이 법안은 아직 통과되지 못한 채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이번 논란에 대해 참여연대 안진걸 민생희망본부 팀장은 "대학교수가 정치하는 것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학생들에게 피해를 준다면 문제"라며 "학교 차원에서 교수가 정치에 참여할 생각이 있다면 처음부터 수업을 맡지 못하도록 해 학생들의 수업권이 침해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안 팀장은 "고려대학교와 해당 교수는 학생들에게 사과하고 등록금 일부를 해당 수업을 듣는 학생들에게 배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 진출을 앞두고도 휴직계를 내지 않고 무리하게 수업을 진행하는 '폴리페서'들의 모습을 보면 학생에 대한 책임감 보다는 '보험'으로 교수직을 걸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었다.

 고재연 (deinemom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