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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8월 25일 토요일

‘세기의 개 재판’, 동물은 물건인가 아닌가?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8-24일자 기사 '‘세기의 개 재판’, 동물은 물건인가 아닌가?'를 퍼왔습니다.

동물보호단체인 동물사랑실천협회의 박소연 대표가 구조한 발바리 5마리는 현재 경기도 포천시의 동물보호소에서 살고 있다. 새끼를 밴 발바리는 구조 직후 새끼 여러 마리를 낳았고 이 가운데 ‘리카’는 입양돼 지금 서울 포이동의 한 아파트에서 산다. 지난 23일 박 대표가 리카와 함께 포즈를 취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토요판] 생명 고소당한 동물보호운동가
주인은 열악한 환경이지만
굶기진 않았다고 주장
검찰도 징역1년을 구형
변호인은 이득 취할 목적일때
절도가 성립된다고 항변

30일 법원 판결을 앞두고
“방치도 학대, 긴급구조 합법화”
동물단체 촉구가 이어진다

데카르트가 동물을 ‘영혼 없는 기계’로 지칭한 이래 인간은 동물과 달리 호모 파베르(도구를 쓰는 인간), 호모 루덴스(놀이하는 인간), 호모 로퀜스(언어를 쓰는 인간) 등 다른 존재로 정의되어 왔다. 근대법 체계에서도 인간 아닌 것은 모두 물건으로 간주된다. 하지만 최근 동물행동학 연구는 인간의 독보적 지위를 무너뜨리고 있다. 침팬지는 도구를 쓰고 돌고래는 경주를 하고 더 많은 동물들은 고유의 언어를 쓴다. 대체 인간이 동물과 다른 게 무언가? 과학자들에게 회의론이 퍼지는 사이 근대법도 도전을 받고 있다.지난해 11월 중순 경기도 과천시 문원동. 차를 타고 가던 박소연 동물사랑실천협회 대표의 귀에 개 짖는 소리가 들렸다. 차를 세운 그는 울부짖는 소리를 쫓아 야산에 올랐다. 소음의 진원지는 좁고 허름한 개 농장이었다. 개 여러 마리가 뜰장(철제그물 위에 개가 살고 그 밑으로 배설물이 떨어지는 구조)에 갇혀 있었고 배설물은 10㎝ 이상 쌓여 있었다. 지난 20일 박 대표가 말했다.“누가 봐도 사람이 관리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어려울 만큼 열악한 환경이었어요. 추운 날씨에 배설물이 얼었다 녹은 흔적이 보일 정도로 치워지지 않은 상태였고, 밥그릇에도 먹이를 준 흔적을 찾아볼 수 없었죠. 목줄 여러 개와 빈 소주병, 칼과 도마 그리고 솥단지까지 보였습니다. 닭들도 배설물을 뒤집어쓰고 있었고요.”며칠 뒤 다시 찾아갔을 때에도 상황은 그대로였다. 밥그릇은 말라 있었고 개들은 컹컹 짖어댔다. 소유주가 누구인지도 알 수 없었다.“일반적인 상황이라면 연락처가 담긴 쪽지를 붙이고 가죠. 그렇게 주인을 만나 동물을 포기할 생각이 없냐고 하고 그래도 안 된다고 하면 파는 건 어떠냐고 설득하거든요. 이번엔 그럴 만한 상황이 아니었어요.”박 대표는 동물들을 구조하기로 결심한다. 11월26일 새벽 3시, 박 대표는 활동가 3명과 함께 개 농장에 잠입한다. 절단기로 뜰장의 자물쇠를 뜯고 발바리 5마리와 닭 8마리를 데리고 나온다.이튿날 개 소유주인 김종철(가명)씨는 개가 없어진 것을 발견한다. 김씨는 21일 통화에서 당시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자물쇠가 부서진 걸 보고 경찰에 신고했죠. 처음엔 그냥 좀도둑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한 달 뒤 동물사랑실천협회에 (구조) 동영상이 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죠. 저도 열악한 상황에서 사육했다는 건 인정해요. 하지만 매일 노인복지회관에서 음식물쓰레기를 얻어다 줬어요. 굶기진 않았어요.”재판 서류에 표기된 김씨의 직업은 ‘약탕집 운영업자’다. 그는 문원동 야산에서 10마리 안팎의 개를 13년 동안 길러왔다.사유재산권을 침해한 절도일까? 정당한 동물 구조 활동일까? 수원지방법원에서는 ‘세기의 재판’이 시작됐다. 검찰은 지난 16일 두 번째 공판에서 박 대표에게 특수절도죄로 ‘징역 1년’을 구형했다. 절도죄와 달리 특수절도죄는 ‘건조물의 일부를 손괴하는’ 중범죄이기 때문에 벌금형이 없고 징역형만 있다. 동물보호활동가가 징역형에 처할 위기에 빠진 것이다.법적으로 보면 동물은 ‘물건’이다. 동물을 무단으로 가져가는 것도 당연히 ‘절도’다. 하지만 박 대표 쪽은 두 가지 이유를 들어 절도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박 대표의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 제니스의 김동훈 변호사가 말했다.“경제적으로 이득을 취할 목적(불법영득)으로 물건을 훔쳐야 절도가 성립됩니다. 박 대표는 동물을 데려와 자기 비용으로 치료하고 먹이를 줬습니다. 일반적으로 훔쳤다는 것은 경제적 이익을 취하려는 건데, 박 대표는 오히려 자신의 돈을 썼어요.”김 변호사는 또 박 대표의 행위가 사회 상규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점도 들었다. 형법 20조는 이를 정당행위로 규정해 처벌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박 대표가 훔쳐도 될 정도로 문원동 야산의 개들이 절박한 상황이었는가는 이번 재판의 또다른 쟁점이다. 이와 관련해 동물보호법은 일부 행위를 ‘동물학대’로 규정해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잔인한 방법으로 죽이거나 다른 동물이 보는 앞에서 도살하는 행위, 도구나 약물을 이용해 상해를 입히는 행위, 동물을 오락이나 도박에 이용하는 행위 등이 동물학대다. 당시 개들이 법이 규정한 학대 상황인지에 대해선 양쪽의 말이 엇갈린다. 하지만 김 변호사는 “동물보호법 4조는 국민이 동물보호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했다”며 “박 대표는 이 의무를 다한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사실 동물보호단체가 동물을 ‘훔치는’ 건 이례적인 일은 아니다. 급박한 상황일 때에는 소유자의 허락 없이 동물을 가져오기도 한다. 방치하면 생명을 잃거나 상습적 학대로 해결 방법이 없어 보일 때다. 동물사랑실천협회의 경우 한 노숙자가 자기 소유를 확인하기 위해 개에게 빨간 스프레이 페인트를 칠한 사건(2011년), 한 할아버지가 같은 이유로 개의 두 귀를 하나로 꿰맨 사건(2007년) 등에서 ‘긴급 구조’를 실시한 적이 있다. 박소연 대표가 말했다.“법적으로 재물일진 몰라도 동물은 엄연히 감정과 고통을 느끼는 생명입니다. 동물보호운동가로서 생명이 학대받는 현장을 그냥 지나칠 순 없죠. 도살 직전이거나 법적으로 해결 방법이 없을 땐 어쩔 수 없어요. 실제로 여러 번 그런 방법을 썼고요.”국내에선 현재까지 동물보호운동가가 절도죄로 처벌된 적은 없었다. 대부분 동물 소유자가 고발하지 않았거나 실제 수사에 이르렀어도 정상 참작이 됐다. 동물 구조로 유명한 박 대표도 마찬가지다. 그는 “2006년 인천 ‘장수동 개지옥’ 사건 때에도 소유자가 절도죄로 고발했지만 검찰이 ‘혐의 없음’으로 기소하지 않았다”고 말했다.그럼 국가가 나서 학대받는 동물을 구조할 수는 없을까? 동물보호법에는 ‘보호 조치’라는 게 있다. 동물학대를 발견한 사람이 지방자치단체에 신고하면 동물을 소유자에게서 격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동물 보호 조치는 구체적인 시행령이 없어 거의 실행되지 않고 있다. 담당 공무원조차 이 조항이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고 동물단체들은 지적한다. 이 조처가 시행된 거의 유일한 사례는 지난 6월 경남 거제시에서 술에 취한 소유주에게 상습적으로 몽둥이로 맞은 개가 구조돼 보호소로 이송된 정도다.동물보호법상 동물학대가 지나치게 협소하게 규정돼 있다는 점도 논란거리다. 동물단체는 정신적 학대나 방치도 동물학대로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농림수산식품부는 그렇게 할 경우 너무 많은 범법자가 생길 거라는 점을 우려한다. 박 대표는 동물학대의 빈 공간 때문에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한다고 주장한다.“2007년 한 케이블방송이 돼지를 번지점프 시킨 적이 있었어요. 돼지는 엄청난 공포를 겪었죠. 경찰에 동물학대로 고발했지만 상해가 없다는 이유로 처벌되지 않았어요.”지난 1월 전북 순창군에서 벌어진 ‘소 아사’ 사건도 이런 점에서 논란이다. 한 농장주가 정부의 한우 정책에 항의해 정부가 제공하는 사료 급여를 거부하며 소를 집단으로 굶어 죽였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이를 동물학대로 봤고 이런 해석에 따라 순창군은 농장주를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하지만 무혐의 처리됐다. 동물보호법상 동물학대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였다. 전문가들은 동물학대 범주를 확대하고 지자체뿐만 아니라 민간 동물보호단체도 보호 조치를 할 수 있도록 동물보호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지적한다.박 대표의 1심 판결은 30일 내려진다. 법원이 무죄를 선고하면 동물단체 활동의 자율성을 보장받는 계기가 될 것이다. 반대로 유죄가 선고되면 동물단체가 해왔던 ‘긴급구조’가 상당 부분 제약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동물을 윤리적으로 대하려는 사람들’(PETA), 휴메인소사이어티 등이 박 대표의 무죄 판결을 호소하는 탄원서를 보내는 등 이 문제는 세계적인 동물보호단체 사이에서도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박 대표가 구조한 발바리 5마리는 현재 경기도 포천시의 동물보호소에서 살고 있다. 임신한 발바리는 구조 직후 새끼 여러 마리를 낳았다. 이 가운데 ‘리카’는 입양돼 지금 서울 포이동의 한 아파트에서 산다.

글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사진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2012년 7월 19일 목요일

선행학습, 학습이 아니라 학대다


이글은 시사IN 2012-07-19일자 기사 '선행학습, 학습이 아니라 학대다'를 퍼왔습니다.
학생 평균 70% 이상이 선행학습을 하며 학교도 이를 인정하고 진도를 나간다. 그러나 그 효과를 긍정하는 전문가는 거의 없다. 규제법 논란이 뜨겁다.

고등학교 1학년 과정 수학을 ‘복습’하려는 중학교 1학년 학생. 최영석 송파청산수학원 원장은 ‘선행학습’ 얘기만 나오면 올해 3월 상담한 그 여학생이 떠오른다. 어느 날, 학생의 엄마에게 전화가 왔다. 국제중학교에 다니는 중1 학생인데, 고1 과정을 이미 배웠고 고1 과정을 복습해줄 수 있느냐고. 최 원장은 일단 테스트를 해보자고 했다. 학생에게 자신 있는 영역을 선택하라고 하니 고1 수학의 한 단원을 꼽았다. 테스트 결과는 100점 만점에서 30점이 채 나오지 않았다. 학원 기준으로 ‘과락’. 중학교 영역으로 다시  테스트를 해보자고 하자, 이 여학생은 울음을 터뜨렸다고 한다. “중학교 수학은 배운 지 오래돼 더 생각이 안 난다”라고. 중학교 1학년 학생이, “중학교 1학년 수학 과정은 초등학교 4∼5학년에 배워 기억이 나지 않는다”라고 말하는 장면. 과도한 선행학습 열풍이 낳은, 웃지 못할 풍경이다.

 
ⓒ시사IN 자료

최 원장은 사교육 업계에 들어온 지 15년째다. 그가 보기에 선행학습 붐이 일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들어서면서다. 과학고·외고 따위 특목고 열풍이 불면서부터다. 경시대회, 한국수학올림피아드(KMO) 결과를 중요하게 여기게 되었다. 최 원장은 “KMO는 한국 대표를 선발하는 시험이고, 외국 학생들과 함께 대회를 치르다보니 교과에 대한 배려가 없다. 한마디로 난이도가 살벌하다. 정규 교과만 배워서는 풀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학원가에는 ‘올림피아드 시험을 보기 위해서는 초등학교 6학년이 고1과목까지는 배워야 한다’는 이른바 ‘표준 진도’가 생겨났다. 그가 보기에 그 학습량은 ‘한 학교에 한두 명은 할 수 있지만, 보통 초등학생은 감당하기 어려운 양’이다. 그래서 그는 그런 선행학습을 ‘아동 학대’라고 말한다.

7월4일, 최 원장의 책상에는 강남 학원가의 선행학습 광고물이 올려져 있었다. 7월 첫째 주면 기말고사가 거의 끝난다. 새 학년을 앞둔 12월, 신학기인 2~3월, 그리고 곧 여름방학에 들어갈 지금 이 시기가 학원가의 ‘3대 시즌’이다. 학원 광고가 집중된다. 한 학원의 광고물에는 ‘2년 연속 KMO 1차 전국 1등 석권’이라는 문구가 큼지막하게 박혀 있었다. 영재고에 들어가려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광고다. 최 원장은 “재작년부터 특목고는 내신으로 선발해 선행학습 수요가 많이 사라졌다. 그런데 영재고는 아직도 올림피아드 가산점을 준다. 특목고 수요가 사라진 순간, 학원계가 새 장삿거리를 등장시킨 것이다”라고 말했다.

사교육 업계로서는 선행학습은 ‘효자 상품’이다. 선행학습을 하게 되면, 새로 교재 개발을 할 필요성이 적어진다. 또 선행학습의 경우 당장 학교 성적 결과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선행학습 학원’이라고 내세우면서 앞서가는 학원이라는 이미지를 줄 수도 있고, 아이들이 학교에서 배우지 않는 내용을 배우니 항상 어려워해 결국 학원 의존도를 높이게 만들 수 있다. 

    교육정책이 선행학습 열풍 유발

최영석 원장이 지적했듯 이 같은 선행학습 열풍은 2000년대 초반 특목고 바람에서 비롯되었다. 여기에 사교육 시장의 마케팅이 가세했다. 또 일부 학교에서는 일제고사 점수를 높이기 위해 선행학습을 시키는 부작용도 나타났다(39쪽 상자 기사 참조). 교육 정책이 선행학습을 유발하고, 시장이 여기에 반응하는 식으로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 영향을 주게 되었다. 김승현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실장은 “내신으로 선발하면서 특목고 입시 자체는 선행학습 요인이 사라졌다. 하지만 내신 변별력을 높이기 위해 학교 시험 문제를 어렵게 내고, 고교에서는 선행학습을 전제한 상태로 교과를 운영하니까 그 과정을 따라가려고 선행학습을 하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 실제로 학생들은 어느 정도 선행학습을 하는 것일까. 지난 6월21일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김춘진 의원실과 함께 전국 사교육 과열지역의 선행학습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가장 선행학습이 빈번한 수학과 조기 영어교육에 대해 주로 물었다. 설문조사 대상 지역은 서울 5개 구, 경기 5개 구, 부산 2개 구 등 전국 대도시 17개 구에서 ‘2011학년 학업성취도 조사결과’ 상위에 있는 초·중·고교 101곳이었다. 학생 7087명과 학부모 4062명이 응답했다(아래 그림 참조). 

 

조사 결과, 김승현 정책실장의 표현처럼 아이들은 ‘인권 침해 수준’으로 선행학습을 하고 있었다. 초·중·고 학생의 수학 선행학습(최소 1개월 이상 학교 진도보다 빠른 학습) 참여 비율은 70.1%. 초등학생 80.0%, 중학생 69.8%, 고등학생 59.8%로 초등학생의 선행학습 참여율이 가장 높았다. 선행학습에 참여하고 있는 학생을 대상으로 조사했을 때 초등학생의 72.9%, 중학생의 69.2%는 한 학기 이상 선행학습을 하고 있었다. 1년 이상 선행학습을 하는 경우도 초등학생 47.7%, 중학생 47.9%에 달했다. 2년 이상 선행학습을 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된 초등학생이 15.1%, 중학생이 21.2%에 이르렀다. 

선행학습에 참여하는 학생 중에서 일주일에 3회 이상 수학 선행학습을 하는 초등학생 비율은 65.9%(중학생 75.0%, 고등학생 40.2%). 하루 평균 수학 선행학습을 위해 사용하는 공부 시간을 조사한 결과, 하루 평균 2시간 이상 선행학습을 한다고 응답한 초등학생이 53.1%였다. 김승현 정책실장은 “도대체 초등학생이 하루에 몇 시간 이상을 현재 진도보다 앞선, 어려운 수학 선행학습을 위해 공부하는 상황이 과연 상식적인지, 놀라울 따름이다”라고 말했다.


규제법, 위헌 논란 피해갈까

이번 설문에서는 학교 수업과 시험이 선행학습을 유발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학원에서 미리 배운 것으로 인정하고 학교 수업을 나간다’(39.3%)는 응답과 ‘선행학습을 받지 않으면 학교 시험을 치르기 어렵다’(47.3%)는 응답이 많았다.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영어 선행학습 실태를 조사한 결과 영어 유치원(26.4%), 공인 영어시험 대비(41.1%), 한 학기 이상 조기유학(11.5%)을 경험한 아이도 많았다.

선행학습에는 지방과 서울이 따로 없었다. 부산 금정구에 사는 정연미씨(39)도 중학교 1학년 아들을 수학 선행학습을 하는 ‘과외방’에 보낸다. 과외방 수업을 따라가기 힘들어하는 아이들도 보통 한 학기 정도 선행학습을 한다. 잘하는 아이들은 1년가량 선행해 공부를 시킨다. 자신을 ‘중간 정도 학부모’라고 말한 정씨는 지난해 9월 아이를 중학 예비반으로 옮길 때 선행학습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정씨는 “다들 선행학습을 한다고 해 학원을 옮기려고 4년 동안 아이가 다니던 과외방을 갔다. 그때 선행학습 얘기를 했더니, ‘어머니, 저희도 여태 선행학습 시켰어요’ 하더라. 그때 이 작은 과외방도 선행학습을 하는구나 하고 알았다”라고 말했다. 정씨는 아이가 잘 놀면서 자라기를 바랐는데, 중학교에 들어가 등수가 나오기 시작하니까 자신도 ‘보통 엄마’로 바뀌더라고 말했다. 선행학습을 하지 않으면 등수가 안 나온다고 생각해 앞으로도 계속 선행학습을 시킬 계획이다.

경기도 용인에 사는 또 다른 학부모 김정미씨(가명·43)는 초등학교 6학년 아들을 영어 캠프에도 보내고, 수학 선행학습도 시켰다. 영어도 동네 학원에서 중등 과정 교재로 공부시켰다. 수학 과목 같은 경우 한 학기 진도가 앞서는 것은 보통이라고 했다. 그러다가 김씨는 얼마 전 학원을 끊었다. “월·수·금요일에 수학 학원을 다니고, 화·목·금요일에는 영어 학원을 다녔는데, 집에 와서 서너 시간씩 숙제하면 밤 11시가 다 되었다. 그나마 재미있어 하던 영어도 숙제에 치여 흥미를 잃고, 수학은 어려운 문제만 하게 되니 학원에서 평가하면 점수가 50~60점대였다. 이렇게 살다가는 아들과 척지게 생겨 두 달 전부터 학원을 끊었다.” 

ⓒ시사IN 조남진 수학 선행학습을 홍보하는 학원. 학원에서 미리 배운 것을 인정하고 수업을 하는 학교도 많다.

지금 아들은 집에서 학교 교과서를 갖고 공부한다. 시간이 여유로워지면서 관계가 돈독해진 것 같아 뿌듯하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학원에 안 보내면 내 아이만 뒤처진다는 불안감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다.겨울방학 때는 학원에 보낼 생각이다. 

앞서 설문조사에서 자녀에게 선행학습형 사교육을 한다고 응답한 중학생 학부모들은 그 이유로 ‘미리 배워두면 학교 수업을 받는 데 유리할 것 같아서(63.7%)’ ‘학교 수업과 시험이 선행학습을 하지 않으면 따라가기 어려워서(51.6%)’라고 주로 대답했다(복수 응답). 하지만 교육 전문가들의 진단은 다르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에 따르면, 선행학습과 관련한 연구 논문 수십 편 가운데 선행학습의 효과에 대해 긍정적 결론을 낸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다. 2002년에 한국교육개발원은 에서 이렇게 결론을 내렸다. “통계 분석 결과, 대체로 단기든 장기든 선행학습이 성적의 상승을 가져왔다는 증거는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학교 수업에 흥미를 잃고, 학원에 의존하게 되고, 성적의 기복이 상대적으로 심하며 고등학교 때 성적이 하락하는 경우가 많고, 잘못된 개념이나 부정확한 지식을 갖는 경우가 많은 등 선행학습의 부작용이 심하다는 요지였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3년 전부터 선행학습 실태조사를 벌여왔다. 최근에는 ‘선행학습 규제법 시안’을 만들어 입법 활동을 벌이려 한다. 김승현 정책실장은 “선행학습은 전국적 현상이고, 그 피해가 광범위하다. 시민의식 개선운동으로 한계가 있고, 법으로 강제해야 할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선행학습 규제법’ 시안이 발표된 7월5일 오후 6시30분. 사교육걱정없는세상 회의실에서는 늦은 밤까지 교육부 관계자, 변호사 등이 모여 시안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았다. 

하지만 선행학습을 법으로 규제하는 것에 대해서는 아직 논란이 많다. 과도한 선행학습을 줄이자는 데는 동의하면서도 이를 입법화하자니 위헌 논란 등 실효성 문제가 지적되는 것이다. 김동석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선행학습금지법은 자녀의 인격 발현권, 부모의 교육권 침해 등으로 논란의 소지가 많다”라고 말했다. 예전에 과외금지법에 대해 위헌 결정이 난 것처럼 논란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다. 반면 김승현 정책실장은 “위헌 논란이 있었지만 학생의 건강권을 보호한다는 차원에서 학원 영업시간을 밤 10시로 규제하는 조처를 취한 바 있다. 선행학습금지법 제정에 대해서도 같은 방식의 접근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해결책이 어떤 방향으로 나올지는 아직 말하기 이르나 ‘선행학습’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공감대가 커졌다. 여·야의 각 대선 캠프도 사교육걱정없는세상에 ‘선행학습 규제’에 대한 자료를 요청해왔다. 서울시교육청도 7월5일 강남·서초·송파·양천·노원구 등 ‘사교육 특구’ 내 자율고를 대상으로 선행학습 특별 점검에 돌입했다. 중·고교 기말고사 문제에 진도를 벗어난 ‘선행학습형 문제’가 출제될 경우 경고 조치 등을 하겠다며 ‘시험지 조사’에 나선 것이다. 교육청은 중학교 382곳과 고등학교 317곳의 1학기 수학교과 기말고사 문제지를 제출받아 교육과정을 벗어난 문제를 출제했는지 등을 분석해 조처할 예정이다.

차형석 기자 | cha@sisain.co.kr  

선행학습, 학습이 아니라 학대다


이글은 시사IN 2012-07-19일자 기사 '선행학습, 학습이 아니라 학대다'를 퍼왔습니다.
학생 평균 70% 이상이 선행학습을 하며 학교도 이를 인정하고 진도를 나간다. 그러나 그 효과를 긍정하는 전문가는 거의 없다. 규제법 논란이 뜨겁다.

고등학교 1학년 과정 수학을 ‘복습’하려는 중학교 1학년 학생. 최영석 송파청산수학원 원장은 ‘선행학습’ 얘기만 나오면 올해 3월 상담한 그 여학생이 떠오른다. 어느 날, 학생의 엄마에게 전화가 왔다. 국제중학교에 다니는 중1 학생인데, 고1 과정을 이미 배웠고 고1 과정을 복습해줄 수 있느냐고. 최 원장은 일단 테스트를 해보자고 했다. 학생에게 자신 있는 영역을 선택하라고 하니 고1 수학의 한 단원을 꼽았다. 테스트 결과는 100점 만점에서 30점이 채 나오지 않았다. 학원 기준으로 ‘과락’. 중학교 영역으로 다시  테스트를 해보자고 하자, 이 여학생은 울음을 터뜨렸다고 한다. “중학교 수학은 배운 지 오래돼 더 생각이 안 난다”라고. 중학교 1학년 학생이, “중학교 1학년 수학 과정은 초등학교 4∼5학년에 배워 기억이 나지 않는다”라고 말하는 장면. 과도한 선행학습 열풍이 낳은, 웃지 못할 풍경이다.

 
ⓒ시사IN 자료

최 원장은 사교육 업계에 들어온 지 15년째다. 그가 보기에 선행학습 붐이 일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들어서면서다. 과학고·외고 따위 특목고 열풍이 불면서부터다. 경시대회, 한국수학올림피아드(KMO) 결과를 중요하게 여기게 되었다. 최 원장은 “KMO는 한국 대표를 선발하는 시험이고, 외국 학생들과 함께 대회를 치르다보니 교과에 대한 배려가 없다. 한마디로 난이도가 살벌하다. 정규 교과만 배워서는 풀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학원가에는 ‘올림피아드 시험을 보기 위해서는 초등학교 6학년이 고1과목까지는 배워야 한다’는 이른바 ‘표준 진도’가 생겨났다. 그가 보기에 그 학습량은 ‘한 학교에 한두 명은 할 수 있지만, 보통 초등학생은 감당하기 어려운 양’이다. 그래서 그는 그런 선행학습을 ‘아동 학대’라고 말한다.

7월4일, 최 원장의 책상에는 강남 학원가의 선행학습 광고물이 올려져 있었다. 7월 첫째 주면 기말고사가 거의 끝난다. 새 학년을 앞둔 12월, 신학기인 2~3월, 그리고 곧 여름방학에 들어갈 지금 이 시기가 학원가의 ‘3대 시즌’이다. 학원 광고가 집중된다. 한 학원의 광고물에는 ‘2년 연속 KMO 1차 전국 1등 석권’이라는 문구가 큼지막하게 박혀 있었다. 영재고에 들어가려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광고다. 최 원장은 “재작년부터 특목고는 내신으로 선발해 선행학습 수요가 많이 사라졌다. 그런데 영재고는 아직도 올림피아드 가산점을 준다. 특목고 수요가 사라진 순간, 학원계가 새 장삿거리를 등장시킨 것이다”라고 말했다.

사교육 업계로서는 선행학습은 ‘효자 상품’이다. 선행학습을 하게 되면, 새로 교재 개발을 할 필요성이 적어진다. 또 선행학습의 경우 당장 학교 성적 결과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선행학습 학원’이라고 내세우면서 앞서가는 학원이라는 이미지를 줄 수도 있고, 아이들이 학교에서 배우지 않는 내용을 배우니 항상 어려워해 결국 학원 의존도를 높이게 만들 수 있다. 

    교육정책이 선행학습 열풍 유발

최영석 원장이 지적했듯 이 같은 선행학습 열풍은 2000년대 초반 특목고 바람에서 비롯되었다. 여기에 사교육 시장의 마케팅이 가세했다. 또 일부 학교에서는 일제고사 점수를 높이기 위해 선행학습을 시키는 부작용도 나타났다(39쪽 상자 기사 참조). 교육 정책이 선행학습을 유발하고, 시장이 여기에 반응하는 식으로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 영향을 주게 되었다. 김승현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실장은 “내신으로 선발하면서 특목고 입시 자체는 선행학습 요인이 사라졌다. 하지만 내신 변별력을 높이기 위해 학교 시험 문제를 어렵게 내고, 고교에서는 선행학습을 전제한 상태로 교과를 운영하니까 그 과정을 따라가려고 선행학습을 하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 실제로 학생들은 어느 정도 선행학습을 하는 것일까. 지난 6월21일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김춘진 의원실과 함께 전국 사교육 과열지역의 선행학습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가장 선행학습이 빈번한 수학과 조기 영어교육에 대해 주로 물었다. 설문조사 대상 지역은 서울 5개 구, 경기 5개 구, 부산 2개 구 등 전국 대도시 17개 구에서 ‘2011학년 학업성취도 조사결과’ 상위에 있는 초·중·고교 101곳이었다. 학생 7087명과 학부모 4062명이 응답했다(아래 그림 참조). 

 

조사 결과, 김승현 정책실장의 표현처럼 아이들은 ‘인권 침해 수준’으로 선행학습을 하고 있었다. 초·중·고 학생의 수학 선행학습(최소 1개월 이상 학교 진도보다 빠른 학습) 참여 비율은 70.1%. 초등학생 80.0%, 중학생 69.8%, 고등학생 59.8%로 초등학생의 선행학습 참여율이 가장 높았다. 선행학습에 참여하고 있는 학생을 대상으로 조사했을 때 초등학생의 72.9%, 중학생의 69.2%는 한 학기 이상 선행학습을 하고 있었다. 1년 이상 선행학습을 하는 경우도 초등학생 47.7%, 중학생 47.9%에 달했다. 2년 이상 선행학습을 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된 초등학생이 15.1%, 중학생이 21.2%에 이르렀다. 

선행학습에 참여하는 학생 중에서 일주일에 3회 이상 수학 선행학습을 하는 초등학생 비율은 65.9%(중학생 75.0%, 고등학생 40.2%). 하루 평균 수학 선행학습을 위해 사용하는 공부 시간을 조사한 결과, 하루 평균 2시간 이상 선행학습을 한다고 응답한 초등학생이 53.1%였다. 김승현 정책실장은 “도대체 초등학생이 하루에 몇 시간 이상을 현재 진도보다 앞선, 어려운 수학 선행학습을 위해 공부하는 상황이 과연 상식적인지, 놀라울 따름이다”라고 말했다.


규제법, 위헌 논란 피해갈까

이번 설문에서는 학교 수업과 시험이 선행학습을 유발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학원에서 미리 배운 것으로 인정하고 학교 수업을 나간다’(39.3%)는 응답과 ‘선행학습을 받지 않으면 학교 시험을 치르기 어렵다’(47.3%)는 응답이 많았다.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영어 선행학습 실태를 조사한 결과 영어 유치원(26.4%), 공인 영어시험 대비(41.1%), 한 학기 이상 조기유학(11.5%)을 경험한 아이도 많았다.

선행학습에는 지방과 서울이 따로 없었다. 부산 금정구에 사는 정연미씨(39)도 중학교 1학년 아들을 수학 선행학습을 하는 ‘과외방’에 보낸다. 과외방 수업을 따라가기 힘들어하는 아이들도 보통 한 학기 정도 선행학습을 한다. 잘하는 아이들은 1년가량 선행해 공부를 시킨다. 자신을 ‘중간 정도 학부모’라고 말한 정씨는 지난해 9월 아이를 중학 예비반으로 옮길 때 선행학습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정씨는 “다들 선행학습을 한다고 해 학원을 옮기려고 4년 동안 아이가 다니던 과외방을 갔다. 그때 선행학습 얘기를 했더니, ‘어머니, 저희도 여태 선행학습 시켰어요’ 하더라. 그때 이 작은 과외방도 선행학습을 하는구나 하고 알았다”라고 말했다. 정씨는 아이가 잘 놀면서 자라기를 바랐는데, 중학교에 들어가 등수가 나오기 시작하니까 자신도 ‘보통 엄마’로 바뀌더라고 말했다. 선행학습을 하지 않으면 등수가 안 나온다고 생각해 앞으로도 계속 선행학습을 시킬 계획이다.

경기도 용인에 사는 또 다른 학부모 김정미씨(가명·43)는 초등학교 6학년 아들을 영어 캠프에도 보내고, 수학 선행학습도 시켰다. 영어도 동네 학원에서 중등 과정 교재로 공부시켰다. 수학 과목 같은 경우 한 학기 진도가 앞서는 것은 보통이라고 했다. 그러다가 김씨는 얼마 전 학원을 끊었다. “월·수·금요일에 수학 학원을 다니고, 화·목·금요일에는 영어 학원을 다녔는데, 집에 와서 서너 시간씩 숙제하면 밤 11시가 다 되었다. 그나마 재미있어 하던 영어도 숙제에 치여 흥미를 잃고, 수학은 어려운 문제만 하게 되니 학원에서 평가하면 점수가 50~60점대였다. 이렇게 살다가는 아들과 척지게 생겨 두 달 전부터 학원을 끊었다.” 

ⓒ시사IN 조남진 수학 선행학습을 홍보하는 학원. 학원에서 미리 배운 것을 인정하고 수업을 하는 학교도 많다.

지금 아들은 집에서 학교 교과서를 갖고 공부한다. 시간이 여유로워지면서 관계가 돈독해진 것 같아 뿌듯하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학원에 안 보내면 내 아이만 뒤처진다는 불안감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다.겨울방학 때는 학원에 보낼 생각이다. 

앞서 설문조사에서 자녀에게 선행학습형 사교육을 한다고 응답한 중학생 학부모들은 그 이유로 ‘미리 배워두면 학교 수업을 받는 데 유리할 것 같아서(63.7%)’ ‘학교 수업과 시험이 선행학습을 하지 않으면 따라가기 어려워서(51.6%)’라고 주로 대답했다(복수 응답). 하지만 교육 전문가들의 진단은 다르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에 따르면, 선행학습과 관련한 연구 논문 수십 편 가운데 선행학습의 효과에 대해 긍정적 결론을 낸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다. 2002년에 한국교육개발원은 에서 이렇게 결론을 내렸다. “통계 분석 결과, 대체로 단기든 장기든 선행학습이 성적의 상승을 가져왔다는 증거는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학교 수업에 흥미를 잃고, 학원에 의존하게 되고, 성적의 기복이 상대적으로 심하며 고등학교 때 성적이 하락하는 경우가 많고, 잘못된 개념이나 부정확한 지식을 갖는 경우가 많은 등 선행학습의 부작용이 심하다는 요지였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3년 전부터 선행학습 실태조사를 벌여왔다. 최근에는 ‘선행학습 규제법 시안’을 만들어 입법 활동을 벌이려 한다. 김승현 정책실장은 “선행학습은 전국적 현상이고, 그 피해가 광범위하다. 시민의식 개선운동으로 한계가 있고, 법으로 강제해야 할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선행학습 규제법’ 시안이 발표된 7월5일 오후 6시30분. 사교육걱정없는세상 회의실에서는 늦은 밤까지 교육부 관계자, 변호사 등이 모여 시안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았다. 

하지만 선행학습을 법으로 규제하는 것에 대해서는 아직 논란이 많다. 과도한 선행학습을 줄이자는 데는 동의하면서도 이를 입법화하자니 위헌 논란 등 실효성 문제가 지적되는 것이다. 김동석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선행학습금지법은 자녀의 인격 발현권, 부모의 교육권 침해 등으로 논란의 소지가 많다”라고 말했다. 예전에 과외금지법에 대해 위헌 결정이 난 것처럼 논란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다. 반면 김승현 정책실장은 “위헌 논란이 있었지만 학생의 건강권을 보호한다는 차원에서 학원 영업시간을 밤 10시로 규제하는 조처를 취한 바 있다. 선행학습금지법 제정에 대해서도 같은 방식의 접근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해결책이 어떤 방향으로 나올지는 아직 말하기 이르나 ‘선행학습’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공감대가 커졌다. 여·야의 각 대선 캠프도 사교육걱정없는세상에 ‘선행학습 규제’에 대한 자료를 요청해왔다. 서울시교육청도 7월5일 강남·서초·송파·양천·노원구 등 ‘사교육 특구’ 내 자율고를 대상으로 선행학습 특별 점검에 돌입했다. 중·고교 기말고사 문제에 진도를 벗어난 ‘선행학습형 문제’가 출제될 경우 경고 조치 등을 하겠다며 ‘시험지 조사’에 나선 것이다. 교육청은 중학교 382곳과 고등학교 317곳의 1학기 수학교과 기말고사 문제지를 제출받아 교육과정을 벗어난 문제를 출제했는지 등을 분석해 조처할 예정이다.

차형석 기자 | cha@sisain.co.kr  

2012년 7월 13일 금요일

“교회 옮기면 죽게해달라”…‘공포 목사’의 기도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7-12일자 기사 '“교회 옮기면 죽게해달라”…‘공포 목사’의 기도'를 퍼왔습니다.

 
담배피웠다고 학생 손발묶어 3일간 가두고 굶겨
담임목사는 혐의 부인 “자율적 운영되는 공부방”

청소년을 감금·폭행하고 앵벌이를 시키는 등 학대해온 목사들이 법정에 서게 됐다. 수원지방검찰청 안양지청은 지난 5일 경기도 안양시 ㅇ교회 진아무개(40·여) 목사와 강아무개(35) 부목사를 아동폭행 및 상해 혐의로 기소했다고 12일 밝혔다. 이들은 지난 2010년 경기도 광명시에 ㅇ교회 부설 ‘ㅇ영성센터’를 만들어 교회에 다니는 초·중·고등학생 10여명을 입소시킨 뒤, 영성센터에서 도망쳐 아버지에게 갔다는 이유로 장아무개(당시 14살)군을 테이프로 묶고 물이 든 욕조에 머리를 집어넣고 때리는 등 입소 청소년들에게 수시로 폭력을 휘두른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 2002년 교회 개척 초기부터 2010년까지 이 교회를 다닌 장아무개(52)씨 등 복수의 교인들은, “목사들이 ‘학교는 죄의 소굴’이라며 10여명의 학생들에게 학교를 그만두고 영성센터에서 숙식하며 검정고시를 준비하도록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영성센터에서 생활했던 중학생 두명은 “2010년 6월께 목사들이 담배를 피우던 고등학생 형의 머리카락을 자르고 입에 재갈을 물려 손발을 묶은 뒤 창고에 3일간 가두고 굶기는 걸 직접 봤다”고 증언했다. 올해까지 5년간 교회에 다닌 이아무개(43)씨는 “진 목사 등이 영성센터의 청소년들에게 ‘스스로 돈을 벌어 헌금하라’며 껌과 떡 등을 파는 ‘앵벌이’를 지시했다”고 말했다. 천씨는 “목사들이 ‘아이들 잘못은 부모 책임’이라며 40~50대 학부모까지 수시로 때리는 것을 여러 차례 목격했다”고 말했다.

지난 2007년엔 암 투병 중이던 어느 집사에게 “하나님이 고쳐주신다”며 병원 치료를 거부하고 교회에서 숙식하도록 해, 두달 뒤 사망한 일도 있었다고 복수의 교인들이 전했다. 진 목사 등은 “믿음의 선한 싸움을 하라”며 이혼을 종용했고, “조상의 죄를 끊어야 한다”며 이름을 바꾸게 하기도 했다고 복수의 교인들이 전했다. 진 목사의 남편이자 이 교회의 담임목사인 이아무개(41) 목사는 “나는 말세에 구원받을 14만4000명의 영혼을 깨우는 특별한 사명을 받았다. 다른 교회에 가는 교인이 생기면 그의 사업이 망하고 죽게 해달라고 하나님께 기도할 것”이라며 교인들을 세뇌·압박했다고 복수의 교인들은 증언했다. 이와 관련해 지금도 교회에 다니고 있는 교회 전도사와 교인들은 ‘청소년 폭행 등은 없었다’고 부인하고 있다. 이들은 검찰이 기소한 구체적 혐의에 대해선 답변을 피했다. 담임목사인 이 목사는 “영성센터는 자율적으로 운영되는 공부방이어서 아무 문제가 없었고, 이혼당한 (교인들의) 남편들이 교회를 음해하기 위해 꾸며낸 이야기”라며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기소된 진 목사와 강 목사는 거듭된 인터뷰 요청에도 응하지 않았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