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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8월 20일 월요일

강에는 녹조, 언론에는 망조


이글은 시사IN 2012-08-20일자 기사 '강에는 녹조, 언론에는 망조'를 퍼왔습니다.

4대강 녹조는 식수원을 오염시켜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는 중대한 사안이다. 언론은 원인을 취재해 보도해야 한다. 논란이라도 제대로 보도해 국민의 판단을 도와야 한다. 그러나 주요 언론 대부분이 4대강 사업에 대한 지적 없이 정부 입장만 유포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기록적 폭염의 여파로 녹조가 악화된다’고 보도하며 사설에서도 ‘계속된 폭염과 강수량 부족 때문’이라고 단정했다. 그래도 (조선일보)는 이따금 ‘4대강 녹조’라는 표현을 썼고, 올림픽 이후에는 원인을 둘러싼 기사도 실었다. (중앙일보)는 폭염 피해기사에 녹조 사례를 포함시켰다. 다만 한 번은 기사 중간에 환경단체의 주장을 한 문장 삽입했다. (동아일보)는 한 발 더 나아가 ‘녹조 괴담’을 말했다. 폭염으로 인한 가축 폐사와 녹조 문제를 한 기사로 묶는 기교도 부렸다.


4대강복원범국민대책위, 녹조수 발명상 선정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9일 오전 서울 정동 환경재단 레잉첼카슨홀에서 열린 '4대강사업 대재앙의 시작, 4대강 전역의 녹조 현상 전문가 진단 및 녹조수 발명상 시상식'에서 4대강복원범국민대책위원회가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한 환경부, 국토해양부, 수자원공사 등에 전달할 녹조수 발명상을 4대강 채취 시료 앞에 놓고 있다. photocdj@newsis.com

결국 이들 언론 보도는 이명박 대통령의 인식과 같은 맥락이다. 8월7일 이명박 대통령은 “녹조는 폭염이 지속돼 발생하는 불가피한 현상이다”라고 말했다. 청와대가 부연한 대로 ‘녹조와 4대강 사업은 무관하다’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해서도 한 가지 웃지 못할 사실이 있다. 평소 대통령 말씀을 크게 보도하던 언론들이 이 발언만은 거의 보도하지 않았다. 조·중·동과 지상파 방송을 통틀어 (동아일보)만 폭염 기사 말미에 한 줄 걸친 정도였다. 

대통령이 녹조의 원인에 대해 굳이 말을 했다는 건 논란이 있다는 얘기인데 언론은 논란조차 없는 것으로 대통령과 4대강 사업을 배려하고 싶었을 게다. 강에는 녹조가, 언론에는 망조가 끼었다.

노종면 (YTN 해직기자, 트위터 @nodolbal)

2012년 8월 16일 목요일

원전 9기를 멈추게 하는 방법


이글은 시사IN 2012-08-16일자 기사 '원전 9기를 멈추게 하는 방법'을 퍼왔습니다.
폭염이 이어지면서 원전 재가동을 통한 전력 공급 증대보다 수급관리가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7월26일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단연 화제는 고리 원자력발전소(고리 원전) 1호기였다. 전문가 초청 간담회와 긴급현안 질문에서 여야 가릴 것 없이 국회의원들은 고리 원전 1호기의안전성 문제를 언급하며 재가동에 신중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고리 원전 1호기는 지난 2월 정전 사고가 일어났고 뒤늦게 김수근 부산시의원에 의해 이 사실이 폭로되면서 3월부터 원전 가동이 중단된 상태다. 원자력안전위원회가 7월4일 재가동을 승인했지만, 주민들은 검증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며 민간 전문가를 통해 재검증하겠다고 맞서고 있다. 상임위에 출석한 조석 지식경제부(지경부) 제2차관과 김균섭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사장도 ‘신중론’에 공감을 표했다.

그러나 같은 날 오후 다른 자리에 있던 홍석우 지경부 장관의 발언이 전해지면서 상임위 분위기는 급격히 변했다. 지경부 출입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홍 장관은 “늦어도 8월3일까지는 고리 원전 1호기를 재가동해야 (휴가철이 끝나는) 13일 정도부터 전력 수급에 문제가 없다”라며 재가동에 시동을 걸었다. 이 소식을 접한 새누리당 윤영석 의원은 “지역구인 경남 양산이 고리 원전에서 10㎞밖에 안 떨어져 있어 지역 주민들이 아직도 불안해한다. 그런데 충분히 소통하겠다고 말한 게 얼마나 되었다고 이런 발표를 하나. 이건 국민을 경시하는 태도다”라고 비판했다. 이에 조석 차관은 “지금 전력 사정이 상당히 안 좋다. 별도 수요관리가 없으면 예비전력이 100만㎾ 이하로 떨어질 수 있는데 안전이 확인된 원전 재가동이 아쉬운 상황에서 나온 말이다”라며 회의 전반부 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연출했다. 연이은 폭염 탓에 전력난이 우려된다며 재가동이 불가피하다는 논리를 들고 나온 셈이었다.


ⓒ뉴시스 2011년 9월15일 여의도 일대 아파트 단지가 전력 부족에 대비해 일제히 전기를 껐다.

그로부터 나흘 뒤인 7월30일 영광 원전 6호기가 갑자기 멈췄다. 한수원은 제어봉 제어 계통에 전력을 공급하는 장치의 일부인 전압조절용 전자카드에 문제가 생겼다고 밝혔다. 바로 다음 날에는 영광 원전 2호기의 펌프가 고장이 나 한때 출력이 10%가량 감소하기도 했다. 여론을 의식한 정부는 고리 원전 1호기를 당장 재가동하겠다는 방침에서 한 발 물러섰다. 지경부는 8월6일까지 안전점검과 재조사를 벌인 후 가동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이후는 원전을 재가동할 것이라고 업계 관련자들은 전망한다. 8월 셋째 주 전력 사용량이 피크(peak·절정)라는 예측을 지경부가 거듭 강조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환경단체는 이러한 주장에 의문을 표한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는 고리 원전 1호기가 생산하는 전기는 전체 전력의 1%밖에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결국 전력난을 이유로 고리 원전을 다시 가동하자는 건 정치적 행보다. 영광 원전 6호기가 멈추자, 고리 원전 1호기를 재가동하겠다는 태도를 바꾼 거만 보더라도 당장 전력이 급해서 그런 거라고는 보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지난 5년간 전력소비 증가율 30.6%

또 그는 원전 하나를 가동하느냐 마느냐에 따라 마치 전력난이라도 올 듯이 호들갑을 떠는 것도 과장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멈춰 있는 원전은 고리 1호기(58만㎾급)와 영광 원전 6호기(100만㎾급)만이 아니다. 울진 원전 3호기(100만㎾급)는 6월30일 계획예방정비(정기점검 및 정비)에 들어갔다. 오는 12월 정비가 끝난다. 울진 원전 4호기(100만㎾급)는 지난해 9월 증기발생기 전열관에서 결함이 발견되어 지금까지 가동이 멈춰 있다. 세 차례에 걸쳐 정비 기간이 연장된 결과 올해 12월 말까지 전력 생산이 중단될 예정이다.

물론 환경단체도 폭염경보가 내릴 정도로 이례적으로 더운 날씨 때문에 전력난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인정한다. 다만 이들은 폭염으로 늘어나는 전력 수요에 대한 대응은 공급 늘리기가 아니라 수요관리 방식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난해 한국의 1인당 연간 전력소비량은 9510㎾h로 일본(8110㎾h)·독일(7180㎾h)보다 많다. 지난 5년 동안 전력소비 증가율도 30.6%로 일본(-1.9%), 영국(-5.1%), 미국(1.7%)에 비해 훨씬 높다. 그만큼 줄일 수 있는 양이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탈핵에너지국장은 지난 6월 정부의 ‘정전대비 위기 대응 훈련’을 예로 들었다. 지난 6월21일 정부의 독려로 각 기관과 산업체가 자율적으로 오후 2시부터 20분 동안 전기 끄기 운동을 벌였다. 그 결과 전기가 548만㎾ 절감되었다. 양이원영 국장은 “발전용량이 58만㎾인 고리 원전 1호기 9개가 돌아가야 만들어질 전력량을 20분 전기 끄기로 아낄 수 있다는 말이 된다. 위험한 원전을 다시 가동시키는 것보다는 이 방식이 훨씬 효과적이고 경제적이다”라고 말했다.

특히 가정용보다 싸게 공급되는 산업용 전기 관리가 중요하다고 이들은 지적한다. 산업용 전기가 전체 전기 사용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아래 그림 참조). 지난 총선에서 녹색당 비례후보로 출마했던 이유진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기획위원은 “1980년대 원전을 본격적으로 가동하면서 전기가 과잉 생산되어 정부가 나서 전기 요금을 낮추는 방식 등으로 전력 사용을 부추긴 면이 있다. 그래놓고 가정만 쥐어짜는 방식으로 콘센트 뽑자고 해서는 안 된다. 전기요금은 가격 탄력성이 크다. 가격을 올리면 수요가 줄어든다. 그런 점에서 덩치 큰 산업계에 전기 요금을 가지고 전력량 사용을 제한하는 게 훨씬 효과적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전력거래소에 들러 ‘기업이 생산을 줄일 수 없는 만큼 가정과 일반 서비스 시설에서 절전을 하고, 고리 원전 1호기는 재가동해야 한다’라고 한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은 단순무식한 말이라고도 지적했다.

일본의 사례도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원전 사고를 겪은 후 일본은 현재 원전 50기 중 2기만 가동 중이다. 전력 비상상황을 막기 위해 일본에서는 각 지자체와 기업이 수치화된 절전 목표를 정했다. 에 따르면, 일본 코카콜라와 전국 12개 음료 업체 등으로 구성된 ‘코카콜라 시스템’의 경우 15% 절전을 내걸었다. 자판기 냉각 운전을 차례대로 1~3시간 정지하는 방식 등으로 전력을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또 JR 규슈는 전력 소비 피크타임인 오후를 중심으로 후쿠오카 시 교외 열차 노선의 감축 운행 및 열차편성 감축을 실시하고 있다.

이헌석 대표는 “단순히 ‘냉방 중인 가게 문을 닫자’ ‘온도는 몇 도에 맞추자’보다는 수치화된 감축 목표를 정해 민·관이 함께 노력하는 일본의 경우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원전 대부분이 다 멈췄는데도 일본에서 전력 대란이 일어났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지 않은가”라고 반문했다.

김은지 기자 | smile@sisain.co.kr

2012년 8월 10일 금요일

최악의 낙동강 녹조, 이렇게 심각할 줄은…


이글은 프레시안 2012-08-09일자 기사 '최악의 낙동강 녹조, 이렇게 심각할 줄은…'을 퍼왔습니다.
[4대강은 지금] "폭염이 만든 녹조, 4대강 사업이 키웠다"

불과 한 달 반 만에 찾은 창녕·합천보 일대 낙동강은물감을 뿌려놓은 듯했다. 연녹색 도화지 위에 형형색색의 무늬가 마치 쇠고기의 마블링처럼 그려져 있었다. 강 근처에서 손으로 물을 휘휘 저으니 손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수십 종의 녹조류가 묻어나왔다. 악취도 심했다. 구제역 지역에서 나오는 살처분 냄새가 났다. 생수로 손을 씻었으나 악취는 가시지 않았다.

"어제만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어요. 오늘 아침에 확인해보니 이렇게 돼 있더군요."

임희자 마산·창원·진해환경연합 사무국장은 이렇게 말하며 혀를 찼다. 전날만 해도 녹조가 썩는 현상은 발생하지 않았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녹조가 썩고 있는 건 강에 나타난 마블링 무늬로 알 수 있었다. 장하나 민주통합당 의원은 "이렇게 상황이 심각한지 몰랐다"며 "지난번(6월 말)에 왔을 때와는 완전히 다르다"고 말했다.

낙동강 등 전국 하천이 녹조현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영산강부터 낙동강, 이젠 한강중류까지 녹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근래에 보기 드문 현상이다. 이러한 원인을 두고 여러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폭염을 주요 원인으로 꼽고 있다. 반면, 환경단체는 4대강 사업으로 설치된 '보'를 주요 원인으로 지목한다.

정부가 폭염을 원인으로 꼽는 이유는 북한강 상류와 한강 중류에서 발생하는 녹조 현상 때문이다. 북한강과 한강은 4대강 사업과 관련이 없는 지역이다. 이를 두고 녹조 현상은 4대강 사업과 관련이 없다고 주장한다.

▲ 합천보 인근 낙동강. 녹조가 썩어 악취를 풍기고 있다. ⓒ프레시안(허환주)

"하늘만 탓하고 있으니 답답하다"

9일 장하나 민주통합당 의원이 창녕·합천보를 찾은 자리에서도 정부는 똑같은 분석을 내놓았다. 이 자리에서 김상배 낙동강유역환경청장은 현재 발생하는 녹조 현상 원인으로 '폭염'을 꼽았다.

김 청장은 "최근 낙동강 하류(달성보, 합천·창녕보, 창녕·함안보)와 중류(낙단보, 구미보, 칠곡보, 강정고령보)에서 남조류(독성 녹조)가 발생했다"며 "상류 지역인 상주보만 제외하고는 낙동강 7개 보 모두에서 남조류가 발생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김 청장은 "현재의 녹조 현상, 특히 남조류 현상은 수온 상승으로 발생한 것"이라며 "30도가 넘는 수온이 유지되는 이상 녹조 현상은 지속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수온이 상승한 이유를 두고 김 청장은 "장마 기간이 짧았고 무더위가 지속된 게 가장 큰 원인"이라며 "과거 3년의 평균에 비해 비가 79% 왔고, 이에 더해 폭염으로 수온은 27도에서 29도로 올라갔다"고 말했다.

반면, 장하나 의원은 녹조 현상의 원인으로 4대강 사업으로 만들어진 보를 지적했다. 보가 설치되면서 물이 고이게 됐고, 부영양화가 심화해 녹조현상이 발생했다는 것. 장 의원은 "1994년 당시 지금보다 훨씬 심한 폭염이 있었을 때도 낙동강 하구에만 녹조가 발생했다"며 "지금과 같은 녹조 현상은 전대미문"이라고 주장했다.

장 의원은 "낙동강 인근에서 수십 년 넘게 사시던 분들도 이런 녹조 현상은 처음 본다고 혀를 두른다"며 "그런데도 정부는 폭염 탓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장 의원은 "4대강 사업이 있고 나서, 지금과 같은 현상이 발생했다면 정부는 4대강 사업도 지금의 원인 중 하나로 판단하고 철저히 분석해야 한다"며 "하지만 하늘 탓만 하고 있으니 답답하다"고 말했다.

이철재 환경운동연합 초록정책실장도 "보가 설치되지 전에는 녹조 현상이 낙동강 하류에만 발생했다"며 "하지만 보가 설치된 이후엔 정체 현상이 심화해 녹조 현상이 중류까지 확대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수온 상승과 관련해서도 이 처장은 "물이 흐르면 수온은 자연히 내려간다"며 "하지만 보로 인해 물이 정체하니 수온도 올라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 처장은 "더구나 낙동강 바닥에 쌓여있는 모래를 다 긁어내 물을 필터링 하는 장치도 사라진 상황"이라며 "이런 상황에서는 녹조 현상이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김좌관 교수 "4대강 사업과 녹조현상과 상관관계 있다"

환경단체의 주장에 무게를 실어주는 보고서도 발표됐다. 9일 김좌관 부산 카톨릭대 환경공학과 교수가 발표한 '4대강 녹조 현상의 원인과 문제점'이란 보고서를 보면 4대강 사업이 지금의 녹조현상과 일정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 녹조가 썩어 마불링을 띄고 있다. ⓒ프레시안(허환주)

보고서를 보면 낙동강의 경우, 1987년 하구둑 완공 이후 하류구간 유속이 낮아지고 체류시간이 길어지면서 조류번성이 큰 문제가 되어 왔다. 하지만 현재 강정보나 달성보 지점에는 조류현상이 큰 문제가 되지 않는 게 사실이다.

그 이유를 두고 김 교수는 강정보나 달성보 지점에서의 총인농도(녹조현상을 발생시키는 부영양화 유발물질 농도)가 높지만 강 흐름을 막는 큰 구조물, 즉 보가 없어 조류발생을 유발할 수리학적 조건이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이에 현재 낙동강 중류부에 발생한 녹조현상은 최근 완공된 보로 인해 긴 체류시간이 보장되면서 생긴 걸로 김 교수는 파악했다. 김 교수는 현재 녹조현상은 보의 수문을 개방해 하천 흐름이 과거와 같이 이뤄진다면 억제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김 교수는 북한강에서 발생한 녹조현상을 근거로 "조류가 빠르게 증식하는 조건이 갖춰졌을 경우, 체류시간이 녹조발생을 결정하는 걸 보여 준다"고 설명했다. 녹조현상의 주요 발생원인은 높은 수온과 높은 총인농도로 알려졌지만, 남·북한강 중 총인농도가 낮은 북한강에서 먼저 조류가 대규모로 발생했다는 게 근거였다. 북한강에 설치된 7개의 댐이 남한강보다 상대적으로 긴 체류기간을 갖도록 하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한강, 낙동강 등 우리나라 하천은 충분한 체류시간만 보장되면 강에서도 녹조가 언제든 번성할 수 있는 수질여건을 가지고 있다"며 "강에 보를 건설해 체류시간을 증가시키는 일은 녹조가 확산되도록 유도할 수 있는 여건조성에 크게 이바지할 것으로 본다"고 주장했다.

"진실을 보려 하지 않는 정부가 안타깝다"

하지만 정부는 여전히 유속과 관련해서는 '모르쇠'로 일관한다. 공정옥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대구 가창댐과 운문댐 인근에서는 녹조 현상이 발생하지 않았다"며 "하지만 낙동강 중류에서는 녹조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공정옥 처장은 "이것만 봐도 녹조현상은 단순히 폭염 등 하나의 원인으로 발생하는 게 아니라는 걸 보여준다"며 "우리 역시 4대강 사업 하나 때문에 녹조현상이 발생했다고 주장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공정옥 처장은 "폭염도 녹조현상을 일으키는 하나의 원인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또한, 4대강 사업도 이번 녹조현상의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공정옥 처장은 "하지만 정부는 한사코 4대강 사업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한다"며 "원인을 알아야 문제도 해결하는데 아예 4대강 사업은 빼놓으니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공정옥 처장은 "만능이라고 이야기했던 4대강 사업을 부정해야 하니 현 정부로선 환경단체의 지적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도 있으리라 생각한다"며 "하지만 현재의 문제는 매년 반복될 수도 있는 심각한 문제임에도 진실을 보려 하지 않는 정부가 안타깝다"고 말했다.

▲ 녹조현상으로 죽은 물고기. ⓒ프레시안(허환주)

ⓒ프레시안(허환주)

▲ 녹조현상이 심화돼 녹조가 썩고 있다. ⓒ프레시안

/허환주 기자(=합천)

2012년 8월 8일 수요일

폭염에 야박한 강남 “배달원 계단으로 올라가”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8-08일자 기사 '폭염에 야박한 강남 “배달원 계단으로 올라가”'를 퍼왔습니다.


14층 은마아파트 경고문 붙여
배달원들 죄인처럼 주민 눈치

7일 새벽 3시40분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들머리. 40대 박은자(가명)씨의 손에는 신문 꾸러미가 들려 있었다. 박씨는 14층짜리 아파트 입구에 들어서면서 경비실을 살폈다. 경비원은 잠들어 있었다. 발소리를 죽이고 재빨리 엘리베이터를 탔다. 비슷한 시각 정영자(가명·53)씨가 땀을 뻘뻘 흘리며 이 아파트 입구에 나타났다. 우유팩 30개가 담긴 상자를 든 정씨는 이리저리 고개를 돌려 복도를 살폈다. 밖에 나온 주민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뒤에야 그는 엘리베이터에 올랐다.박씨와 정씨는 벌써 열흘째 아파트 경비원과 주민을 피해 다니고 있다. 지난달 27일, 이 아파트 관리사무소는 전체 27개 동 입구마다 ‘배달사원 승강기 사용 자제’라고 적힌 경고문(사진)을 붙였다. “배달사원(신문·우유 등)들은 배달시 반드시 계단을 이용하여 배달해 주시기 바란다”고 적혀 있다.배달원들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꼭대기 층까지 올라간 뒤 층층이 내려 우유 또는 신문을 넣는다. 이를 입주민들이 문제삼았다. 경고문에는 “배달사원들이 각 층마다 승강기 버튼을 눌러 사용하므로 주민들의 불편과 전기료 발생 등으로 인해 입주민 민원이 발생하고 있다”고 적혀 있다. 폭염 때문에 전기요금이 많이 나오자 주민들이 배달원들에게 그 ‘책임’의 일부를 물은 셈이다.배달원들은 엘리베이터 이용을 완전히 포기하진 못했다. 폭염 탓에 새벽 기온조차 30도를 웃도는 요즘, 14층 아파트 몇개 동을 오르내리는 일은 이들에게 불가능에 가깝다. 배달 시간이 늦어지면 주민들은 그것도 문제삼을 것이다. 어쩔 수 없이 배달원들은 주민과 경비원 몰래 엘리베이터를 타고 있다.“얼마 전, 우유상자를 싣고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한 주민이 쳐다보면서 ‘전기세 내고 이용하는 거냐’고 따졌어요. 할 말이 없어 ‘미안하다’고 말하고 고개만 숙였지요.” 10년 동안 강남구 아파트에서 우유를 배달해온 정씨는 “배달일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무릎 관절이 좋지 않아서 엘리베이터가 없으면 일을 할 수 없다”며 한숨을 쉬었다. “요즘은 있는 사람들 인심이 더 각박하다”고 덧붙였다.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공동부담하는) 엘리베이터 전기료 등이 너무 많이 나온다고 입주민들이 민원을 넣어 경고문을 붙였다”고 밝혔다. 은마아파트는 평균 105㎡ 넓이의 중형 아파트가 대부분인데 한 채당 8억~10억원 사이에 매매되는 고가 주거단지다.

허재현 기자 catalunia@hani.co.kr
사진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