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블이 토건족인 게시물을 표시합니다. 모든 게시물 표시
레이블이 토건족인 게시물을 표시합니다. 모든 게시물 표시

2013년 4월 19일 금요일

선분양제는 한국 토건족들이 만든 거대한 사기판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3-04-18일자 기사 '선분양제는 한국 토건족들이 만든 거대한 사기판'을 퍼왔습니다.
[선대인칼럼] 시대착오적인 선분양제 제도 뜯어고칠 방안, 야당이라도 내놓아야

어젯밤 방영된 KBS (추적 60분)을 뒤늦게 보았다. 선분양제가 ‘토건족의 거대한 사기판’이라는 사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수작이다. 정부나 여야 정치권이 내놓을 부동산 정책은 ‘빚 내서 집 사라’ 정책이 아니라 선분양제와 같은 이런 시대착오적 제도를 바로잡는 것이다.

우선, (추적 60분)의 앞부분을 보면 정말 코미디 같은 장면 나온다. 설계 시방서에 비해 절반으로 철근 시공한 대우건설, 구조상 전혀 문제없다고 딱 잡아뗀다. 그러면 설계는 폼으로 하나? 한 술 더 떠 그걸 제대로 감리하지 않은 감리업체는 대우건설이 잘 할 거라고 믿었다고 한다. 시공업체가 제대로 잘 하는지 감시하라고 감리제도를 둔 것인데, 시공업체가 잘 할 거라고 믿었다면 감리는 왜 하나? 한국의 건설업체가 얼마나 무책임하고, 건축물이 부실하게 지어지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한국의 건설업체들이 사기에 가까운 분양광고를 하고, 각종 하자와 부실 투성이인 건물을 지어대고도 ‘나 몰라라’ 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은 바로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한국에만 있는 선분양제 때문이다. 인천 청라신도시나 영종하늘신도시처럼 공공기관이나 건설업체가 약속한 온갖 기반시설 들어서지 않은 채 허허벌판에 아파트만 있다고 생각해 보라. 후분양제 상태라면 그런 곳에 엄청나게 비싼 돈을 누가 들어갔겠는가.

KBS <추적 60분> 화면 캡처.


한국 주택시장은 공급자인 건설업체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구조인데 그 가운데 주택소비자의 지위를 가장 취약하게 만드는 제도가 선분양제다. 몇 천만 원 하는 자동차도 실제 차를 시승해보고 살 수 있다. 그런데 수억 짜리 집을 사면서 모델하우스만 보고 사라니, 말이 되는 소리인가. 선분양제는 주택 소비자 입장에서는 인생에서 가장 비싼 물건을 완성품을 보지도 않고 사게 하는 제도인 것이다. 선분양제는 민간건설자본이 취약하고 주택 공급은 늘 부족하던 시절에는 주택 건설을 촉진하기 위해 일정하게 필요성이 인정될 수 있었다. 하지만 주택물량이 남아돌고 건설업체들도 과포화 상태인 지금까지 선분양제를 고수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분양후 입주까지 3년 정도 걸리는 선분양제와 이와 짝을 이룬 3~5년 거치식 주택대출은 호황기 때 건설업체와 금융권이 일반가계의 지나친 투기 심리를 부추겨 수분양자들이 무리하게 빚을 내 계약하게 한다. 반면 주택시장 침체가 오면 수분양자들이 고스란히 하우스푸어로 전락하게 된다. 이처럼 부동산 투기거품의 진폭을 키우고 수많은 가계들을 약탈적 금융의 희생자로 만들어 하우스푸어로 만드는 제도는 사라져야 한다.

이런 제도를 고치는 것이 바로 진정한 개혁이고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친시장정책’이다. 그런데도 기득권언론들에 의해 ‘시장주의자’라고 불리는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 같은 시대착오적 제도를 개혁하는 데는 아무런 관심도 없다. 그들은 토건족에 유리한 방식으로만 시장을 갖다 붙이는 ‘기득권만능주의자’일 뿐이다.

국토교통부만 그런 것이 아니다. (추적 60분)이 보여줬듯이 인천시와 같은 지자체, 경제자유구역청, 공기업이라는 LH공사 등을 보면 이들은 대다수 가계들 편이 아니라 철저히 건설업체들 편에 서 있다. 무책임한 장밋빛 개발계획을 내놓고, 건설업체들의 사기성 분양광고를 방조하고, 시공이 제대로 진행되는지 관리감독을 하지 않은 책임을 지는 주체가 단 한 군데도 없다. 그렇게 수많은 입주자들이 막대한 피해를 보고 있지만 제도적 개선에 나서거나 책임 있는 답변에 나서는 이들 하나 없다. 오히려 서로 책임을 떠넘기거나 건설업체들이 적당히 무마하기를 바라는 기색이 역력하다. 수십 년 동안 공급자인 건설업계와 유착에 건설업계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방식으로 행정이나 사업을 추진해온 관행이 그대로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선분양제는 한국 토건족들이 만든 거대한 사기판이라는 것이다.  
KBS <추적 60분> 화면 캡처.


물론 한국 부동산시장의 구조적 문제점이 전적으로 선분양제 때문에 비롯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선분양제가 부동산시장의 위기를 증폭시키고 주택소비자의 피해를 양산하는 등 경제적 폐해가 너무나 크다는 것은 이제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설업계의 반대와 이를 비호하는 정부와 정치권, 관변학자들의 엉터리 논리에 의해 후분양제 도입은 계속 지연됐다. 외환위기 이후 오래 전에 바뀌었어야 할 제도가 그대로 온존함으로써 한국경제의 위기를 증폭시키고 있는 것이다. 

필요한 제도개혁을 제때 하지 않을 때 경제 전체로 얼마나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치르게 되는지를 지금의 상황이 너무나 잘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여전히 건설업계와의 유착에 빠져 4.1부동산대책과 같은 임기응변적 처방과 특혜 주기에 골몰하고 있다. 이미 숱한 위기와 폐해를 겪고서도 공급자에게 유리한 선분양제에 집착하는 등 제도적 개선은커녕 문제를 일으킨 건설업체와 금융권 등에 대한 선심성 부양책에 몰두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는 계속 증폭되는 위기 속에서 일반가계들만 고생하고, 건전한 경제구조의 토대가 허물어질 뿐 경제가 제대로 된 발전을 하기 어렵다. 이런 때일수록 가계를 제물로 삼아 건설업체와 금융권을 배불려온 시대착오적 선분양제 같은 제도 들을 정비해야 할 때다. 

하지만 부동산 부자들을 위해 지금의 비정상적인 집값을 떠받치겠다는 일념으로 점철된 4.1부동산대책을 내놓은 현 정부여당에 그런 기대를 해봐야 부질없다. 그렇다면 야당이라도 제대로 된 정책을 내놔야 한다. 20대의 절반 이상이 월세에 사는 등 야권지지 성향이 강한 30대 이하의 대다수가 세입자 상태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지지층을 위해 임대차보호제도를 획기적으로 강화한다든지, 깡통전세의 세입자의 법적 대항력을 키운다든지, 공공임대주택 확대 공급방안을 내놓는다든지, 시대착오적인 선분양제와 3~5년 거치식 대출구조를 개혁한다든지 하는 차별화되는 정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그러기는커녕 4.1부동산대책의 적용 대상을 늘리는 등 아무리 많이 잡아도 수혜자가 상위 5~10% 정도에 불과한 부동산부자들을 위해 하우스푸어를 양산하는 대책에 초당적(?)으로 협력하고 있다. 이러고도 민주당을 지지해 달라고? 꿈 깨시라.


선대인경제연구소(www.sdinomics.com)

2012년 7월 23일 월요일

우석훈 "MB의 DTI 열차는 지옥행 특급열차"


이글은 뷰스앤뉴스(Views&News) 2012-07-22일자 기사 '우석훈 "MB의 DTI 열차는 지옥행 특급열차"'를 퍼왔습니다.
"골프세 인하? 쫀쫀해도 지나치게 쫀쫀"  

우석훈 성공회대 교수는 22일 이명박 대통령이 민관합동토론회에서 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 골프 소비세 인하 등을 추진하기로 한 데 대해 "졸부들의, 절부에 의한, 졸부를 위한 정부, 이명박 정부!"라고 질타했다.

우석훈 교수는 이날 트워터에 "청와대 끝장토론 결론, DTI 완화, 골프장 소비세 인하. 제발 집 좀 사고, 제발 골프 좀 쳐주세요"라며 민관합동토론회 결론을 힐난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우선 DTI 규제 완화와 관련, "하우스 푸어 대책으로 청와대 DTI 완화. 이게 무슨 하우스푸어 대책이냐, 하우스푸어 양산 대책이지"라고 비꼰 뒤, "명박이 지옥으로 가는 급행열차에서, 타세요, 타세요, 막차 타세요, 춤을 추고 있다. DTI 열차, 지옥행 특급열차 아닌가"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그는 이어 "청와대 끝장토론의 결론은, 모피아들보다 토건족이 더 급하다는 거. DTI 완화는 모피아들도 곤란하다고 하는 정책"이라며 DTI 규제완화에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가 강력 반대했음을 강조하며 "이러니 이명박 정부는 졸부 정권이었다는 역사적 평가를 피하기 어려울 듯하다"며 거듭 MB정부를 '졸부 정권'으로 규정했다.

그는 골프 소비세 인하에 대해서도 "이것만큼 부자감세의 정책 기조를 잘 보여주는 게 없다. 한국의 골프 인구 2.7% 내외. 이게 청와대에서 현 시점에서 시급하게 논의할 주제인가? 민간연구소 원장들, 미친 거 아냐?"라며 "차라리 같은 효과면 극장이나 게임에 붙이는 세금을 인하하는 편이 낫다. 하여간 이명박 정권은, 쫀쫀해도 지나치게 쫀쫀하다. 경기진작해도 꼭 지들이 내는 돈을 먼저 낮춘다"고 비아냥댔다. 

그는 이어 "골프장 회원권 가격 떨어지는 게, 청와대에서 지금 그렇게 시급하게 논의해서 골프장 소비세 인하를 결정할 정도로 그렇게 시급한 주제인지... 백보 양보해도, 이건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이런 사적인 분들이 국가 통치를 해도 되는 건지..."라고 개탄했다.

엄수아 기자

2012년 5월 6일 일요일

파국 치닫는 MB씨의 비리 드라마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5-05일자 기사 '파국 치닫는 MB씨의 비리 드라마'를 퍼왔습니다.

이렇게 될 줄 몰랐을까.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 사진공동취재단

[이슈] 방통대군·왕차관 등 대통령의 남자들, 파이시티 연루 사태에
다나카 전 일본 총리 몰락 드라마 겹쳐…
‘산 권력’ 기소한 일본 검찰 역할 빼면2012년 이명박에게 1974년 다나카가 보인다
 
4년 전 그에게서 일본 언론은 다나카 가쿠에이 전 총리를 떠올렸다. “일본 언론들이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와 다나카 가쿠에이(1918~93) 전 일본 총리가 서로 닮은꼴이라고 소개해 눈길을 끌고 있다. (아사히신문)과 (마이니치신문)은 21일 1면 하단의 칼럼난을 통해 두 사람의 애칭이 같다는 점을 지적했다. (아사히신문)은 ‘한국의 다음 대통령으로 결정된 이명박씨는 ‘컴퓨터가 달린 불도저(컴도저)’라는 애칭이 있다고 한다. 일본인이라면 그 이름에 다나카 가쿠에이 전 총리를 연상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라고 썼다. (마이니치신문)도 ‘(이명박 당선자의) 별명인 컴퓨터 달린 불도저는 일본의 다나카 가쿠에이 전 총리와 똑같다’고 언급했다.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건설업에서 돈을 벌어 정계로 진출한 뒤 최고의 자리에 오른 입지전적인 출세 과정이 서로 흡사하다고 두 신문은 분석했다. 특히 (아사히신문)은 ‘(이 당선자가) 돈에 얽힌 의혹이 따라다니는 것도 가쿠에이와 통한다’며 ‘(BBK 문제에 얽힌) 의혹으로 이씨에 대한 재조사가 실시된다고 하는데 결말까지 가쿠에이와 비슷하지 않기를 기원한다’고 보도했다.”((한겨레) 2007년 12월22일 5면 참조)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은 시종 이명박 정권과의 관계를 부인했다. 류우종 <한겨레>기자

토건족 주연 드라마, 각론에 숨은 악마
결국 일본 언론의 예언이 일부 들어맞았다. 언론이 ‘방통대군’과 ‘왕차관’으로 불러왔던 이명박 정권의 실세들이 검찰의 작두 앞에 섰다. 서울 서초구 양재동의 대규모 복합유통센터(파이시티) 개발사업 인허가 비리를 수사 중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최재경 검사장)는 4월26일 파이시티 ㅇ 대표에게서 인허가 청탁 명목으로 수억원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의 알선수재)로 최시중(75) 전 방송통신위원장의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이르면 5월1일 파이시티 ㅇ 대표에게서 돈을 받은 혐의로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에게도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은 앞서 4월25일 박 전 차관 집을 압수수색했다.
“5년마다 되풀이되는 정치드라마.” 한 신문이 최근 수사를 두고 한 표현이다. 적어도 이번 수사에서 이 표현은 과장이 아니다. 스토리, 주연, 조연이 모두 존재한다. 이 드라마는 1974년 다나카 가쿠에이 당시 일본 총리가 만든 드라마와 절반은 같고, 절반은 다르다.
일단, 정권 실세가 부동산 개발에 연루돼 토건족한테서 돈을 받았다는 것이 드라마의 큰 스토리다. 주연은 또다시 토건 마피아와 토건 관료다. 양재동 화물터미널은 1984년 지어졌다. 화물터미널이 화수분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한 토건족이 있었다. 토건족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2005년 11월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에 이상한 안건이 상정됐다. ‘대규모 점포 등 허용’ 자문 안건이었다. 당시 서울시장은 이명박 대통령이었고, 박영준 전 차관은 정무국장, 장석효 한국도로공사 사장이 행정2부시장이었다. 최시중 전 방통위원장은 당시 여론조사기관인 한국갤럽 회장이었다.
악마는 각론에 숨어 있다. 그것이 공무원이 악을 행하는 방식이다. 난마처럼 얽힌 법의 그물을 뚫고, 당시 서울시 도시계획 관련 공무원들은 토건족 특혜 방안을 개발해냈다. 법률적으로 화물터미널을 유지하면서 대규모 점포를 지을 수 있게 도시계획을 변경한다는 것이 뼈대였다. 배보다 배꼽이 큰 터미널을 만들자는 취지다. 도시계획위원들은 “교통 문제가 더 심각한 문제일 수 있다”며 격렬하게 반대했다. 토건 관료들은 멈추지 않았다. 터미널 부지 용적률(대지 면적에 대한 건축물의 연면적 비율)을 400%로 올린 안건을 며칠 뒤 또 상정해 통과시켰다. 당시 서울시장이던 이명박 대통령은 퇴임을 50일 앞둔 2006년 5월 이 안건에 결재 사인을 했다. 서울시는 5월11일 도시계획 세부시설 변경 결정 고시를 했다. 오세훈 전 시장도 도움을 보탰다. 토건 관료들은 오피스텔도 터미널 부대시설로 볼 수 있다는 의견을 냈다. 최종 파이시티 인허가 안건이 2008년 10월 통과됐고, 서초구청이 2009년 11월 건축허가를 내렸다. 총사업규모 2조4천억원으로 추정되는 파이시티 사업은 이렇게 태어났다. 최시중 전 위원장은 이 과정에서 파이시티 ㅇ 대표에게서 2005년 12월부터 2008년 5월까지 인허가 청탁 명목으로 수억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박 전 차관이 ㅇ 대표에게서 돈 받은 시점도 인허가 과정인 2008년쯤으로 추정한다.


2008년 청와대에서 웃으며 보낸 그들의 좋았던 시절.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왼쪽)은 이명박 대통령과의 연루설을 강하게 부인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여야가 실체 규명에 심드렁한 이유

토건족에게 이 방식이 낯설지 않다. 경기도 광주시 공용터미널 사업(873호 이슈추적 ‘이토록 비밀스럽고 기습적인 공격’ 참조)의 경우가 파이시티와 똑같다. 경기도 광주시는 2007년 9월 일부 도시계획위원들이 격렬하게 반대했지만 공용터미널 건축허가를 냈다. 파이시티처럼, 배보다 배꼽이 큰 터미널이다. 지금 터미널에는 7645㎡의 이마트 점포와 약 2천㎡의 이용객이 거의 없는 텅 빈 여객청사가 들어서 있다.
경기도 광주시와 다른 건 파이시티 로비가 실패했다는 점이다. 검찰 수사를 보면, ㅇ 대표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프로젝트의 수익성을 보고 자금을 제공하는 금융기법)으로 수년간 1조5천억원을 빌렸다. 프로젝트 심사 과정은 부실했다. 이후 건축 과정은 지지부진했다. 빌린 돈에 대한 이자 부담, 부동산 경기 침체 등의 이유로 채권단은 2010년 파이시티에 대해 파산 신청을 냈다. 포스코건설이 시공사로 재지정됐다. ㅇ 대표는 “최 전 위원장에게 상납하던 돈이 끊기고 파이시티 사업 지분을 넘기라는 협박에 시달렸다”고 주장한다. ㅇ 대표는 이 중 61억원을 브로커에게 건넸고, 브로커가 최 전 위원장에게 돈을 건넸다. 최 전 위원장이 정확히 언제, 얼마큼의 돈을, 어떤 명목으로 받았는지가 추가로 수사에서 밝혀져야 할 대목이다. 실제 대선 자금으로 쓰였는지도 궁금한 점이다. 박 전 차관은 아예 돈 받은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정치권이 요동치는 것도 다나카 가쿠에이 드라마와 닮았다. 최 전 위원장은 이 사건과 관련해 말을 계속 바꿨다. “돈을 주고받는다는 건 생각할 수도 없다”(4월22일 (한겨레)에 해명)고 했다가 “(브로커) ㅇ씨가 여유가 있어 지원을 해줬다. MB(이명박 대통령)와 직접 협조는 아니라도, 내가 독자적으로 여론조사를 했다”고 말했다. 폭탄선언이다. 자신이 받은 돈이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자금이었다는 취지다. 청와대는 해명을 거부했으나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다. 문성근 민주통합당 대표 권한 대행은 트위터에 “나 혼자 죽을 수 없어! 이런 걸까요?”라는 글을 올렸다. 최 전 위원장은 이후 “개인 용도로 썼다”고 다시 말을 바꿨다.
여야 모두 겉으로 철저한 수사를 요구하지만, 속내는 다르다.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은 4월25일 충북도당에서 최 전 위원장 사건에 대해 “놀랍고 우려스러운 일이다. 검찰에서 이 문제는 철저하게 한 점 의혹 없이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친박으로 분류되는 의원들은 별말이 없다. 이들은 ‘MB’ 비리가 박 비대위원장에게 큰 타격이 되지 않으리라고 본다. 박 위원장이 오래전부터 이명박 정권과 선긋기를 해왔다는 것이 판단 근거다.
야당은 목청은 높이지만 속은 심드렁하다. 민주당의 한 초선 의원은 “(최 전 위원장 사건은) 당연히 정국에 큰 영향을 주는 사안”이라면서도 “박 비대위원장이 (이명박 대통령과) 선긋기를 해왔다는 이미지가 있지 않느냐. 그것 때문에 이 사건이 박 위원장에게 큰 타격이 되지 않을 것 같다는 게 우리의 딜레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까지 가지 않는 선에서 검찰이 적당히 선긋기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설마, 검찰이 마지막 반전 만들까?

한국과 일본 두 드라마의 결정적 차이가 또 있다. 조연이다. 도쿄지검 특수부는 1976년 미국 록히드사로부터 5억엔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산 권력’인 다나카 가쿠에이 전 총리를 구속 기소했다. 일본 최고재판소(우리나라의 대법원)는 1995년 유죄를 확정했다. 대검 중수부 수사팀은 정권 봐주기 수사를 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최재경 대검 중수부장은 2007년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으로 당시 BBK 사건 특별수사팀장이었다. 검찰은 2007년 12월5일 증거가 없다며 이명박 대통령이 BBK의 실소유주가 아니라고 발표했다. 며칠 뒤 BBK 동영상이 공개됐지만 검찰은 결과를 바꾸지 않았다. 대통합민주신당은 최재경 특수1부장 등 3명에 대해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 최재경 검사장 등 수사팀 검사들은 ‘수사팀이 김경준씨를 회유한 의혹이 있다’는 보도에 대해 (시사IN)에 명예훼손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가 패소당하기도 했다. 권재진 법무장관은 아예 사건 연루자다.
한국 신문의 법조 기사는 냉정한 3인칭 시점의 문장으로 작성된다. 그 문장에서 검찰은 객관적 정보 제공자로 등장한다. 그러나 이명박 정권과 관련된 사건에서 한국 검찰은, 객관적 조사자가 아니라 적극적인 행위자라는 불신이 여전하다. 최시중 전 위원장은 5월1일 오전 10시30분 서울중앙지법 법정에 선다. 4년 전 일본 언론의 기사가 얼마나 현실과 일치하는지, 아직 입증되지 않았다.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